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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ㅣ 초승달문고 42
김유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김유 작가의 팬이 되기로 맘 먹었다.
글을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쓰시는지!
여러 학년, 여러 반을 돌며 교실 아이들과 함께 독서 관련 특강을 했다.
내가 준비한 것은 책놀이!
이미지 프리즘 카드를 이용하여 '책읽기는 000다.'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어느 반에 가니 "책읽기는 재.미.없.다!'라고 했고
어느 반에 가니 "책읽기는 재.미.있.다!"라고 했다.
수업을 위해 이미지 카드를 샀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니다 보니 다 펼치고 수업 하기에는 부담이 있어 파워포인트로 이미지 몇 개를 보여 주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제일 먼저 보여 준 사진은 '밥'
그리고 예를 들어 주었다.
"책 읽기는 밥입니다.
왜냐하면 밥이 몸의 키를 자라게 해 주듯이, 책은 마음의 키를 자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진들은 솜사탕, 구름, 카멜레온, 물음표, 자전거, 등산, 창문, 돋보기 등등!
아이들은 나름의 이유를 잘 찾아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딩고게임, 할리갈리, 도블 게임 등을 응용한 북딩고, 북갈리, 북도블 게임을 하면서
"책읽기는 놀이다!"고 힘주어 이야기 해 주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많이 읽자고 말이다.
책이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알았고,
놀이처럼 즐겁게 읽을 수있을 것 같고,
앞으로 도서관에도 잘 가야겠다는 모범 답안을 이야기 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수업 후 보람이 있었다.
이 책은, 정말 훌륭하다.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왜 읽어야 하는지를 주절주절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맛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안읽어씨는 이름에서도 눈치챘듯이 책이라곤 안 읽는다.
하지만, 그에게 책은 중요한 소품이다.
두껍고 어려운 책일수록 사람들 앞에서 폼 잡을 수 있어 더욱 좋다.
그의 부인 산만해 여사도 책읽기랑은 담을 쌓았지만 그녀에게도 책은 중요하다.
책은 읽는 것 말고도 여러 쓰임이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딸 안봄. 봄에 태어났다고 해서 봄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책을 봄? 안봄? 묘한 뉘앙스도 함께 가진다.
안봄도 역시나 책을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가족, 왈왈씨. 눈치챘겠지만 왈왈씨는 개다. 가족같은 개.
왈왈씨에게도 책은 소중하다. 밥그릇을 대신하기도 하니 말이다.
어느 날 선생님은 봄이에게 <<맛있는 책요리점>>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는 숙제를 낸다.
나, 이 책 김유 작가의 이전 작인가 싶어서 검색했다는...
인터넷에서 여러 편의 글을 대충 짜집기 해 갔더니 어려운 글들만 가득한 이상한 독후감이 되었다.
'머리가 띵해지는 맛!' 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의 차례는 '~~~맛'으로 이루어져 있다 .
각각의 내용은 아주 짧게 구성되어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평범한 맛, 어처구니없는 맛, 깜빡 속을 맛...
그 맛들이 과연 어떤 맛일까 제목만 봐도 궁금해진다.
이 책 진짜진짜 마음에 들었다.
책 표지의 지도를 보고 '맛있는 책요리점'에 다녀온 후, 그렇게나 책을 멀리하던 봄이가 책을 보기 시작한다.
요리점에서 책 요리를 맛있게 먹은 것처럼 책을 찢어 그 맛을 보던 봄이가
꼭꼭 씹으니 종이맛만 나서 읽어보기로 맘 먹는다.
진짜 책을 읽으면서 그 맛을 음미하는 모습이라니!
이 책 정말 훌륭해서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