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무지개 안경 미래의 고전 18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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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가끔씩 아이들에게 이런 일기 주제를 낸다.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 볼래?" 

"지니가 나타나서 소원 3가지를 들어 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 볼래?" 

아이들의 삶의 무게는 어른들과 끈이 닿아 있는데, 그 짐이 무거운 아이들일수록 답변은 심각하다.  

내게 그런 기회가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만, 도인을 찾아나선 삼촌 따라 떠난 길에서 대단한 호빵맨은 기똥찬 무지개 안경을 발견한다. 사람 몸 속을 볼 수 있는 투시경, 먼 거리도 다 볼 수 있는 천리경, 사람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진심경, 인연이 맞나 안 맞나를 살펴 볼 수 있는 인연경... (빨투, 노인, 초지, 파진, 보천-빨간색은 투시경, 노란색은 인연경, 초록색은 지혜경, 파란색은 진심경, 보라색은 천리경)

사모하는 담임 선생님은 돈 많은 치과 의사 선생님이랑 곧 결혼할 건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단한이 무지개 안경으로 살펴 본 결과 몸 속의 병이 깊고 그것은 인연이 아닌 짝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백분률 미강이(모든 것을 백분률로 따진다.)와 사슴벌레 은비(잘 꼬집는다.)를 따라 우연을 가장하고 선생님 병문안을 따라 나선 대단한. 거기에 창규가 합세하여 조직(?)이 하나 결성되는데.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는 부모님의 치킨집도 대단한의 무지개 안경 덕에 새 메뉴를 개발하게 되고, 선생님의 행복을 원하며 시작 된 아이들의 탐정놀이(치과 의사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도 무지개 안경 덕을 보게 된다. 결국 치과 의사는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선생님의 인연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고, 선생님 또한 이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선생님과 당랑삼촌(대단한의 삼촌)의 우연한 만남은 조금 신파같은 느낌이 들긴 했으나 글을 읽는 재미를 감칠 맛 나게 해 주었고, 아이들의 티격태격 또한 나름 흥미로웠다.   

"쳇, 이거 나한텐 별 쓸모가 없어요. 투시경도 인연경도 내 것은 볼 수가 없잖아요." 괴짜 할아버지는 침대를 더 심하게 꿀렁거리면서 대답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공부인데 그걸 함부로 가르쳐 주면 되겠냐." 나는 내친김에 궁금증 하나를 더 털어놓았다. "미래를 보는 미래경은 없어요? 그거 있으면 진짜 좋을텐데." 괴짜 할아버지는 다시 침대를 꿀렁거리면서 대답했다. "그거 알아서 좋을 거 하나 없당." "왜 안 좋아요. 미래를 알면 허탕은 안 치잖아요." "아는 순간 미래는 변해. 미래는 확정된 게 아니거든. 사람의 의지로 변화시킬 수도 창조할 수도 있지. 무궁한 변화와 발전이야말로 인간의 최고 가치인데, 그게 확정되면 되겠냐."  

대단한 무지개 안경이 생긴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어보게 하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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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7-20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책들의 신간을 보셨군요. 이 책 재미날것 같던데...ㅎㅎ

희망찬샘 2010-07-20 06:26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더라구요. 읽어 보세요.
 
도들마루의 깨비 작은도서관 12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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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모질이라 불리지만, 은우에게 있어서는 도깨비처럼 나타나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놀이동무가 되어 주는 참 멋진 형이다. 그래서 그 애정을 담아 깨비형이라 불러 보는데. 그 깨비형과 은우와의 우정 이야기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깨비형과 때묻지 않은 은우는 마음으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엄마는 아빠와의 다툼으로 외가로 가 버리고 아빠는 은우에게 그 빈 자리를 대신 할 자전거를 사 주신다. 자신의 키로 감당하기 어려운 자전거를 누군가 뒤에서 잡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간절한 바람을 듣기라도 한 듯이 깨비형이 나타난다.  

자신을 구해내고 물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엄마를 그리는 깨비형은 방학을 하면 은우랑 함께 엄마를 찾아가려 한다. 물 속에서 주은 돌들로 탑을 만들어 쌓고 그 앞에서 빌어보는 소원.  

"형, 소원을 빌어 봐. 이렇게 하고 비는 거야." 나는 형이 쌓아올린 조그만 탑에 대고 두 손을 모았다. "이렇게?" 형이 날 따라했다. "응, 그리고 눈 감고 갖고 싶은 거 있으면 갖게 해 달라고 빌어. 형은 뭐 갖고 싶어?" "어, 엄. 마!" 

엄마 찾으러 가는 길에 먹으려고 비밀기지에 넣어 둔 빵과 우유. 방학이 하려면 아직 여러 날이 남았건만, 형은 그 상한 음식을 먹겠다는 말인지. 갑자기 화가 솟구치는 은우. 그리고는 그 동안 쌓아 두었던 소중한 탑을 걷어차며 형은 모질이라 외친다. 형네 엄마는 죽었다고 외친다. 그 이후 열병을 앓는 은우, 깨비형을 보고도 외면하고 마는데... 결국 엄마를 찾아 떠난 깨비형. 이렇게 아련한 그리움과 후회감을 안고 이야기는 끝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얼마 후(3년 후) 그렇게 떠났던 깨비형이 안장도 없는 자전거를 끌고 다시 도들마루로 나타났다. 은우의 자전거를 잡아주기만 했지 깨비형이 자전거 타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는데, 깨비형은 이제 혼자 길을 떠난 것처럼 혼자 길을 찾아 다시 도들마루에 나타난 것이다. 자전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매개체다.  

진짜 만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에 길을 내는 것이다. 깨비 형은 이 세상 누구와도 마음의 길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형이 지닌 마음의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형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질이가 아닌 깨비형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은우가 한없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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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이야기 재미있죠
 
내 동생 아영이 신나는 책읽기 8
김중미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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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된다.  

영욱이의 동생 아영이는 그저 행복한 아이다. (대학 때 배운 바에 의하면 다운증후군은 장애아들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아이라 했다.) 하지만 장애아를 둔 가정의 고통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가끔 장애아를 둔 가정에서 눈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에 감사하면서 웃음꽃을 피우는 경우를 본 적이 있지만, 이것은 정말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책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 내려는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느닷없이 학교로 찾아와 노래하고 춤추는 동생 아영이 때문에 영욱이는 얼굴이 뜨겁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정상이 아닌 아영이의 고집을 꺾기가 쉽지 않다. 영욱이네 반에는 5학년이 되도록 아직 구구단도 외우지 못해 학습 도움실에 가야 하는 희수가 있다. 희수는 실내포장마차를 하는 엄마랑 단둘이 사는데, 영욱이 보다도 더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다. 외로운 희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눈으로 아영이를 바라본다. 가족과 같은 시선으로 아영이를 바라보는 희수와 아영이는 이내 친구가 된다.  

내 동생 아영이, 그 짠한 느낌! 작가는 이 책이 장애인 이야기도 아니고 슬픈 이야기도 아니라 했다. 그저 '사랑 이야기'로 읽어 달라고. 가슴 뜨거워짐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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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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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 재민, 범수 세 아이의 모험 이야기!

덩치 큰 형들을 백그라운드 삼아 학교에서 아이들 삥을 뜯고 괴롭히는 아이, 범수! 친구라고는 재민이 밖에 없는 아이 원호는 범수가 빌려 달라는 (사실은 받을 수 없는) 돈을 주기 위해 엄마 몰래 고가의 한약을 팔아 버렸다. 무조건 피하기만 하는 원호와는 달리 한 대 맞더라도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줄 아는 아이 재민이. 

학교 뒤편 야트막한 산 아래에 있는 공원에 맛있는 떡집이 생겼다. 그곳의 떡꼬치의 맛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지경. 원호와 재민이는 그 떡 사 먹는 재미에 학교에 다니는 게 신이 난다. 한정 수량만 판매하기에 빨리 가서 줄을 잘 서야 하는데. 그 떡집에 범수가 맡겨 놓지도 않은 돈을 원호에게 받으려고 형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걸 피하려고 재민이가 어떤 집에 들어 갔는데 그 집이 바퀴를 단 듯 달아나는 묘한 일이 생긴다.  

아름드리 떡집의 아줌마를 통해 길 위의 유목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집을 키우는 유목민들. 그들은 우리들을 붙박이 사람들이라 부른다. 배꽃 아줌마는 길 위에 집들이 달릴 수 있도록 난 길을 따라 재민이를 데리고 간 집을 쫓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원호와 범수는 아줌마와 함께 납치당한(?) 재민이를 구하리라 다짐한다. 아줌마를 통해 일등으로 졸업하면서 받은 집의 씨앗을 잘 키워서 아름드리를 가꾸어 나간 이야기를 듣는다. 함께 공동 일등을 했다는 왕빛나의 이야기에서는 검은 그림자의 냄새가 물씬, 친구를 괴롭히는 범수에게서는 상처받은 어린 영혼의 냄새가 물씬~

이들은 괴물 혀를 가진 탐욕의 집을 만나고 그 집이 아줌마를 삼켜 버린다. 길에서 만난 점점 작아지는 집, 왔다갔다 방황하는 집은 지붕이 폭발하고 마는데 집수리공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작아지는 집 꿀꿀이를 괴물집이 삼키게 해서 끝없이 커지는 집을 다시 작게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집들의 생각은 서로 통하니까)은 꿀꿀이 스스로 지붕을 폭파 시킴으로 인해(주인을 배반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 하다가 자폭!) 무산되고 만다.  

밤의 여왕(아름드리,  꿀꿀이, 밤의 여왕 등은 유목민들이 키우는 집의 이름이다.)에게 많은 집들이 먹힌 것처럼 아름드리도 그렇게 먹히지만, 자신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기에 다른 집들과는 다른 운명을 맞이하리란 복선이 깔린다. 아름드리와 운명을 같이 한 범수와 원호. 범수는 그 곳에서 자신의 아픈 상처(술주정 하는 아버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건드리는 왕빛나의 검은 제안에 걸려 들고 만다.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범수를 이용하려는 왕빛나! 집수리공 할아버지에게 부서진 아름드리를 맡기면서 그 아름드리가 다시 밤의 여왕이랑 합쳐지게 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 왕빛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원호는 그 음모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자신을 잊고 밤의 여왕에게 잡아 먹힌 집들은 원호와 연결 된 아름드리로 인해 자신의 원래 모습을 찾아 갈 수 있었다. 왕빛나의 꿈은 깨어지고 집에 먹혔던 배꽃 아줌마는 다시 아름드리의 주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상처입고 두려움에 지친 새, 범수 또한 그 영혼을 치료 받으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범수는 탐욕에 의해 만들어진 집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힘들게 지은 집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려 한다. 마음 편하게 머무를 그 집을 짓는 데는 많은 고난과 시간이 흘러야 하리라.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제 몫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범수는 모험을 통해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원호 덕에 왕빛나가 심어 둔 탐욕의 수액을 다 토해 내면서 원호와 범수는 모험을 떠나기 전과 변함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친구를 하나 얻어 갈 수 있으니 그들이 만나는 세상은 같으면서도 다른 세상이 되겠지.  

이야기 구조가 다소 복잡했다. 책을 조금 천천히 읽어야 잘 이해 되리라 생각된다. 색다른 이야기가 읽는 내내 즐거움을 가져 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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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는 똥도 예뻐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7
이금이 지음, 이정규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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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미토는 똥도 예뻐-재미있어요?" "엉?" 

내가 들어 보지도 못한 책의 제목을 읊는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없다. "그게 무슨 책이고?" 

내용인즉슨, 7월의 작가로 선정한 이금이 선생님의 책 보물 찾기를 주안에 예고했었다. 가장 일찍 온 규마가 여러 권의 책을 찾아서는 함박 웃음 짓길래 나중에 온 친구들을 위해 한 권만 남기고 다시 책꽂이에 숨기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규마에게 선택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자기의 관심을 끈 이 책에 대한 궁금증에 읽기 전에 내게 물어 본 것이다.  

그러고 일단 넘어갔는데... 

방학을 맞이하여 읽고 싶은 책 들고 가는 주간이라고 학급 문고의 책(모두 내가 마련한 책이다. 정말 좋은 책으로 진짜 많이 잘 갖추어져 있다. 우리 반 학급문고는. 내 보물 창고다.)을 고르라 했더니 이 책이 또 희망이 눈에 든 거다.  

표지와 제목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고 있는 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일까? 

카드 가입 선물로 받은 미니 토끼를 솔이는 '미토'라 이름짓고 정성껏 돌본다. 자기가 알아서 다 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미토 뒤치닥거리의 상당부분은 예상한 바와 같이 엄마의 몫이다. (여기까지는 이 동화가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고모네 가족과 함께 놀러 간 동물원에서 구렁이 먹잇감으로 던져진 토끼 한 마리, 그 토끼가 불쌍해서 얼른 가방에 넣어 나왔는데, 처음에는 자기도 미토처럼 이 토끼를 키우겠다고 하던 고종사촌도 토끼의 한 쪽 눈이 애꾸눈이라는 사실(이 부분에서 갑자기 팍 긴장이 되었다.)을 알자 내팽겨치려 한다. 결국 이 토끼는 점박이 무늬라서 '점토'라는 이름을 가진 채 미토랑 같이 생활하게 되고, 솔이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눈은 눈병 때문이라 동물병원 치료를 받고 뜰 수 있게 되었고, 설쳐대는 미토와는 달리 점토는 아주 얌전하게 생활한다.  

아무 곳에서나 오줌, 똥을 누는 미토는 드디어 우리에 갇혀 지내게 되고, 그 뒷바라지가 힘든 엄마의 구박과 암수가 같이 있으니 새끼를 낳으면 어쩌나는 걱정은 엄마 입에서 아기 못 낳게 하는 수술을 시켜야 겠다는 말이 나오게까지 한다. 이에 솔이는 토끼들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더 많은 먹이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더 나른 세상에서 뛰어 다닐 수 있게, 서로 사랑하여 마음껏 새끼를 낳을 수 있게 해 주려는 솔이의 가슴 아픈 이별! 그와 함께 토끼들의 행복을 소망하는 간절한 바람이 어우러져 토끼들에게 자유의 세상을 선물하면서 이 동화는 막을 내린다.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으로 분류 된(책 표지에) 이 책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학교 앞에서는 아직도 가끔 병아리를 내다 파나 보다.  

어릴 적 병아리를 키우다 죽음을 본 기억들이 안 좋게 남아 있는 나, 설령 잘 키워도 그 닭의 운명은 정해 져 있는데, 정성껏 키운 닭을 잡는다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전혀 안 될 것 같아 항상 극렬히 반대한다.(이미 중닭으로 키웠노라 하는 아이들이 주변에 몇 있다.) 뿐만 아니라, 강아지 타령이 늘어진 희망이에게도 "너희들도 제대로 못 키워서 헉헉 거리는 엄마보고 강아지 뒤치닥거리까지 하라는 말이냐?"며 못 들은 척 해 버린다. 날 보고 나쁜 엄마라는 희망이에게 이 다음에 니가 엄마 되면 그 때 좋은 엄마 하라고 넘어가는데... 그래서 스스로 자기를 관리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기다리는 희망이. 그 때는 키우는 것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조카는 강아지 노래를 몇 달 동안 부르다 결국 부모를 이기고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게 되었는데, 그렇게 키우는 것을 반대하던 언니가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강아지 또한 그런 언니를 제일 많이 따르자 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났다고 혼란스러워했다. 하루종일 같이 지내는 언니가 엄마라고 생각하는지 조카가 아무리 자기가 엄마고(조카는 남잔데), 언니는 할머니라고 가르쳐도 강아지의 언니에 대한 사랑이란... 아가야 하나 돌보는 것과 똑같다는데... 집에 사람도 없는 우리 집에서는 이런 아가야를 혼자 두어야 할 시간도 많아서 아직은 여건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동물들에 대한 아이들의 앞뒤 재지 않은 사랑이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동화들도 제법 많이 나와 있는 듯하다. 이 책 또한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맛있게 읽었다. (책이 맛있다는 의미~ 다들 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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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17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게 읽었다,의 의미는 아는데~ 내가 못 읽은 이금이 작가의 책 3권에 미토가 들어 있어요. 어흐흑~ ㅜㅜ
아이들이 동물을 키워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도 물고기, 햄스터, 강아지, 병아리~ 등등 키워봤어요.
병아리는 4개월까지 키워 중닭이 되었는데 누가 대문을 열어놔서 집나가 못 찾았지만
아이가 쓴 시로만 남은 추억이 되었네요.^^

희망찬샘 2010-07-17 07:5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순오기님 못 읽으신 이금이 선생님 책을 제가 몇 권 읽었나 봅니다. 그래도 다 합쳐 봤자 얼마 안 됩니다. 어여 분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