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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갓 태어난 아들을 보며, 남편이 하루는 물었다. 중고등학생인 아들의 방문을 열었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글쎄, 일단 문을 닫는다. 모른척을 한다. 그리고, 퇴근한 당신에게 말한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으니, 남자인 당신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그런 순간을 맞딱뜨린다면 당황할 것 같고, 잘 모르겠네.."이런 비슷한 질문에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17~8개월 쯤 된 아들만 데리고,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만은 꼭 자리에 앉아주어야 하는데, 거침없는 행동만 있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를 어찌하지 못해서, 아들을 붙잡고 비행기에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그 상황에서의 절박감, 좌절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고백하건데,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나는, 그리 썩 훌륭한 엄마도, 능숙하게 아이를 다룰 줄도 모르는 서투른 초보엄마이다. 오죽하면, 남편이 아이 둘 있는 엄마같지 않고, 이모가 잠시 돌봐주는 것 같다고 할까~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도, 첫아이인 딸은 그나마 수월하다. 같이 그림도 그리고, 대화도 되고....
그러나, 이제 25개월이 된 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같다. 예측불가능한 위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니, 속삭이듯 말하던 내 목소리는 어느새 고함으로 갈 경우가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큰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다보니, 작은소리로 아들을 그것도 위대하게 키운다는 제목에 귀가 번쩍, 눈이 번쩍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제멋대로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주위산만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게 남자아이란다. 원래 남자는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저 바라봐주고, 그 사실을 인정해주어라. 많이 놀아본 아이가 - 여기서 많이 놀아본이란 몸을 부딪혀서 땀 흘리면 노는 것을 의미하므로, 방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게임이라든가 tv시청 따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 결국은 잘 자라더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렇게 제멋대로인게 바로 '고추의 힘'인데, 요즘은 그 '고추의 힘'을 없애는 환경과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밑에서-예전에는 대가족사회이니까 엄마이외에 삼촌, 형, 할아버지 등 남자들에게세 배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자라며, 여교사가 대부분인 학교엘 다니며,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교실에서만 생활을 주로 하니 남자로 자라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저그런 시시한 남자들이 많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는게 저자의 글이다. - 저자의 글은, 번역탓인지, 원문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거칠고, 직설적이다.
원래, 남자아이는 그렇다는 저자의 직설적인 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닿는 이유는, 그게 이론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직접 보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목차중에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다.
' 엄마가 "안 돼!"를 자주 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아들이 된다.' 이 글이 자꾸만, 나를 아프게 했다. 된다보다는 안된다는 말을 훨씬 많이 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그래, 좀 넘어지면 어때, 집중을 좀 못하면 어때, 남자는 다 그렇다는데, 그냥 놔두고 지켜보는 거야. 원래 그렇다잖아. --그래도, 그냥 놔두기만 하면 될까? 그래도, 넘어지면 어째, 그래도, 좀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를 고민하지만, 남자아이의 주체할 수 없는 엉뚱함,일단 부딪히는 무모함 등이 남자아이를 창의적이고 모험심 강하고, 어려움도 너끈히 헤쳐나갈 진짜 남자로 자라는데 중요하다니 귀담아 들을 일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 모든 부모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잘 주라는 것의 의미에선,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다. 이 책을 덮으며, '잘 자라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