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뉴멕시코의 로컬 라이프 프로젝트 

도시 생활의 안락함을 누리던 뉴욕 토박이가 석유 중독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하며 뉴멕시코 촌구석의 외딴 농장에 정착한다. 단 인터넷과 아이팟, 화장실 휴지, 아이스크림은 포기할 수 없다. 기름을 덜 쓰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생활 동력을 공급하고, 지역에서 나는 로컬 푸드로 먹고 살려는 에코 농장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녹색으로 디지털 시대를 누리며 생활하려는 시도는 순탄하지 않은 고생길이다. 또 건강한 로컬 라이프를 실천해보려 하지만 월마트를 피할 수 없다는 모순에 사로잡힌다. 

 
   



  *개인적으로 볼 때 녹색 삶이라는 모험을 떠날 시기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있었으니까. 다만 전기, 배관, 건축, 엔진에 대한 기계적 지식, 원예나 축산 기술이 전혀 없었을 뿐. 뉴욕 근교에서 도미노 피자를 먹고 자란 나는, 서른여섯 살 나이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산 평범한 사내가 원유를 절감하는 행보를 따르면서도 동시에 편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이는 먹고살기 위해 가축을 치고 농사를 짓고, 휘발유가 아닌 다른 이동 수단을 생각해내며, 은행계좌가 텅텅 비도록 태양열에 자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_ 14쪽

  *작금의 녹색 열풍이 그저 그런 유행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었다. 유가가 좀 내릴 때까지 잠깐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가 2달러 29센트의 시대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3달러 29센트 유가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저 귀여운 변덕 정도로 시작됐던 일은 머지않아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여정이 되었다. _ 16쪽

  *하지만 아무리 절실히 원한다고 해도 휘발유와 중국 노예 공장 생산품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프로젝트를 가동한 후 처음 한두 해 동안은 말이다. 내 삶에 너무 깊이 파고들어와 있었다. 베이글은 어떻게 구워먹을 것인가? 그리고 미안하지만, 기자 신분으로 아무리 오지를 다녔어도 화장실 휴지에 대한 깊은 애착은 버릴 수 없었다. 휴지는 거의 날마다 내 인생의 일부로 존재했다. 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있다. 사회야 어떻게 돌아가건. 아이스크림 없이는 못 살았다. 이것이 바로 제멋대로 날뛰는 옹고집 염소들을 키우게 된 내밀한 진짜 이유였다. _ 26쪽

  *목장을 깔끔하게 가꾸면서 녹색 삶도 실천해야 하고 로컬 라이프도 꾸려 나가야 했으니까. 이 말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백만 개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과 일과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태양열 전지판도 주문해야 하고, 바이오 연료도 알아봐야 하고, ‘스케줄’에 끼워 넣어서 일 좀 맡아달라고 시공업자들한테 빌기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염소들을 인수해서 제충 작업을 하고 발굽을 손질해주고 하루에 두 번 꼬박꼬박 먹이를 주는 일이었다. _ 42쪽

   
 

CHAPTER.2 디지털 시대의 가축 쇼핑

인터넷으로 염소를 구입한 덕 파인은 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비로 물이 불어난 강을 목숨을 걸고 도강한다. 홍수로 고립무원이 된 지경에서 염소치기의 생활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 염소를 본 게 고작이었던 저자에게 염소치기의 삶은 코요테부터 염소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밤을 새야 하고, 24시간 수의사가 되어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죽고 못사는 아이스크림을, 미래의 단백질원을 책임진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염소치기의 생활에 빠져든다.

 
   



  *그 질주를 마지막으로 한 달 반 동안은 밈브레스 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자동차가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 엔진 블록이 강물에 푹 잠기고 휠 베어링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를 ‘성공적’이라고 볼 경우 그렇다는 얘기지만, 나로 말하자면 진짜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사흘 뒤 강물 한가운데서 몬스터 트럭이 전복해 이웃 잭이 썬루프 창으로 간신히 탈출한 걸 고려하면 더욱이나 그렇다. _ 50~51쪽

  *나는 녀석한테 나탈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유는 가수 나탈리 머천트의 목소리가 좀 염소 울음소리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끼 염소가 어찌나 힘차게 젖병에 달려드는지, 내 젖을 직접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 보고만 있어도 몸이 움츠러들면서, 내 가슴을 어루만지게 될 정도였다. 새끼 염소는 젖꼭지를 꿀떡 삼켜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불쾌감은 시작에 불과했다. _ 54쪽

  *그리하여 나는 갓 짜낸 맛있고 싱싱한 치즈, 요구르트, 그리고 초콜릿 염소젖 아이스크림은 저절로 식탁 위에 짠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현실과 곧 타협하게 되었다. 행여 그럴지도 모른다는 착각은 채 하룻밤도 가지 못했다. 염소들이란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분통이 터졌다. _ 47~58쪽

  *사각팬티를 입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염소 시종인 나는 염소들이 소리를 지르는 동안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보수우익 목장 주인들이 억지로 사과를 안겨주고, 예쁜 환경운동가들이 내 염소의 목숨을 구해주러 강을 건너오고 있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니,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뿐 아니라 그 무엇을 못 해주랴. _ 82쪽

   
 

CHAPTER.3 식용유 세례를 받고 개종하다

석유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제 휘발유 승용차인 스바루를 버리고 위풍당당한 포드 트럭을 구입하여 식용유로 구동할 수 있게 개조한다. 대안에너지 전문가인 식용유 정비사는 걸프전 참전용사 출신의 공군 군무원으로 히피들을 혐오하고 폭스 뉴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공화당 지지자다. 그에게 석유를 거부하는 것은 애국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감수성 예민한 진보주의자였던 덕 파인은 식용유용으로 개조한 우락부락한 트럭을 타고 마초 기분을 내고 깐풍기 배기가스를 내뿜고 다닌다.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앨버커키 대체에너지 창고 계단 두 개를 쿵쿵 엉덩방아 찧으며 내려가고 말았다. 하지만 식당 기름 속에서 살다시피 하는 정비사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만 이번에는 식물성 식용유로 뒤덮인 콘크리트 바닥을 가로질러 이동하기에 ‘걷기’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몸소 배울 기회를 또 얻게 되었다. 알고 보니 ‘미끄러져 가기’가 오히려 적절한 기술이었다. …… 화석연료를 떼는 과정은 미끄럽고 위험천만했다. _ 92쪽

  *“저는 애국자입니다.” 이것이 식용유 엔진 정비사가 페르시아 만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창고에서 내게 해준 말이었다. “어느 날 거기 착륙하는데, 우리한테 발포하고 있는 저 사람들이 우리가 자동차에 넣고 다니는 원유를 팔아서 재원을 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도 안 되는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뭐 다른 걸 넣을 수 있는지를 좀 봐야겠다 싶었어요.” _ 94쪽

  *내가 스스로에게 투사했던 그런 종류의 남성성은 이제 영원히 변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어젯밤 잠들 때 나는 틀림없이 감수성 예민한 진보주의자였는데 눈을 떠보니 NASCAR(미국 개조 자동차 경주대회)에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다알라 같은 이름의 여자들이 사람 신체 부위를 보듯 내 트럭에 흘끔흘끔 눈길을 주었다. 윙크를 하기도 했다. 문신을 한 팔을 흔들며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 한두 번은 혓바닥을 낼름거리기도 했다. _ 101쪽

  *‘내가 쓸 식용유는 충분할지’가 궁금해졌다. 평생 처음 미국인들이 건강에 좀 덜 좋은 음식을 먹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튀김 기름이 계속 넉넉하게 나올 테니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하다면 프렌치프라이를 엄청 많이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상상까지 했다. _ 104쪽

   
 

CHAPTER.4 태양은 공짜라니까

목장의 동력을 태양열로 전환하기 위해 9미터 높이의 풍차 탑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하는데, 강풍이 불어 풍차에 매달려 목숨을 건 서핑을 한다. 또 지하수를 퍼 올리는 파이프에 유독물질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태양열로 작동되는 펌프로 끌어 올린 물탱크 주변에서 칠레만 한 크기의 방울뱀을 만나 현대판 사무라이가 되어 싸우는 등 요절복통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전업 운동권인 히피 친구를 만나 녹색 생활과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전지판들은 내가 새로 산, 호사스럽게 값비싼 태양열 구동 우물 펌프에 동력을 제공하게 되어 있었다. 펌프는 덴마크산이었다. 노예노동도 쓰지 않고, 월마트에서 소매 물품을 팔지도 않는 나라다. 아프리카 차드의 빈민들에게는 이런 펌프가 없다. 이 값비싼 브랜드 기기는 이미 지하 140미터 밈브레스 지하수면에 묻혀 있다.  _ 132~133쪽

  *하지만 녹색 친환경 물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날 아침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그게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졌다. 사실 난 풍차를 기어오르다 말고 중간쯤에서 한 팔로 매달려 있었지만 힘이 빠지고 있었다. 원래 나와 시공업자의 발밑을 받쳐주게 되어 있는 널빤지에 발끝만 간신히 대고 있었다. 아, 이럴 수가, 내 나이를 늙었다고 보는 건 밈브레노들밖에 없을텐데, 이런 창창한 나이에 죽다니 진심으로 사양하고 싶은 운명이었다. _ 133쪽

  *하지만 그 후광은 칠레만 한 크기의 방울뱀이 식수원으로 가는 길을 막아서자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 다음 날 아침, 패드가 들어간 사슬톱 작업용 가죽바지에, 오토바이 헬멧, 두꺼운 겨울용 장화, 그리고 큰 칼로 구성된 보호장구를 갖추고 탱크의 수위를 확인하러 나섰다. 문간에 서서 4달러 주고 산 월마트 무기를 만족스러운 ‘쉭’ 소리와 함께 꺼내어 휘둘러보았다. 심하게 흥분되고 꼴은 우스꽝스럽고 하여, 마치 현대의 사무라이가 된 것 같은 복잡한 기분으로 나는 풍차 앞에 섰다. _ 144~148쪽

  *허비가 이 프로젝트의 고귀한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어이, 드릴을 석탄과 가스에 좀 꽂아주겠나?” 그가 내게 말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 국가 송전망을 추방함으로써, 내 인생에서 석유를 없애고자 일하고 있다는 사실. 초기 단계에서는 흠 없는 이미지를 흐리는 유독성 보라색 물질이 끼어 있다 해도, 미래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것.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나가자. _ 166쪽

   
 

CHAPTER.5 땀의 열매를 거두다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는 결실의 계절을 맞는다. 펑펑 생산되는 유기농 달걀의 처리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걱정할 정도다. 흐뭇하게 해주던 닭들이 코요테의 습격을 받고, 덕 파인은 총을 들고 딕 체니라 이름 붙인 코요테를 경계한다. 또 단백질 공급을 위해 시도한 사냥은 부상을 입고 초라한 결과로 포기한다. 삽질과 실패의 시리즈는 계속된다. 가을걷이의 기쁨을 만끽하던 차에 쏟아진 우박 폭풍은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버린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 녹색 삶이 어떻게 진일보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고, 그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닭들은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었다. 사실 저비용으로 목장 생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 하겠다. 한 달에 8달러어치 사료 값만 들이면, 의기양양하게 일렬종대로 펑키 뷰트 목장을 행군하고 다녔고, 하루 한 번씩 헛간의 작은 둥지에 들어가서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때 말고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 그리하여 내 삶은 조류독감과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_ 181~182쪽

  *벌거벗고 기진맥진 잠들어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서 택사 거실로 뛰쳐나왔다. 나를 맞은 것은 미닫이 유리창을 맹렬하게 할퀴며 달아나는 혼비백산한 닭의 모습이었다. 그놈은 최고의 달걀 생산자였다. 내가 ‘그레이트 레드 레이어(위대한 빨강 어미닭)’이라 이름 지어준 로드 아일랜드 종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 흐릿한 눈을 비벼볼 새도 없이, 빨간 털의 코요테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아마 30센티미터쯤 뒤에서 닭을 뒤쫓고 있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던 나와는 아마 30센티미터도 못 되는 거리였으리라. _ 186쪽

  *솔직히, 코요테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공정한 시각을 견지하자면, 내가 싱싱한 햇닭을 사먹는 마당에 딕 체니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 싶었다. 딕 체니의 저지방 고단백 식단에는 탄소 마일리지가 제로에 달할 텐데. 녀석은 친환경주의자였다. _ 192쪽

  *목장을 경영하고 행복을 가꾸는 일은 둘 다 약간은 장거리 경주를 대비해 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차근히 깨달아야 했다. 점진적으로 진일보하는 것도, 개점 휴업일이 있는 것도, 퇴보, 부상, 그리도 도약적 발전까지. _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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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9-2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사계절출판사 2009-10-21 13: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saint236 2009-10-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평단 3기였는데요, 책을 이제야 받았네요. 평소에 관심있던 분야인지라 완전 두근거리며 책을 폅니다.

사계절출판사 2009-10-21 13:40   좋아요 0 | URL
재밌게 잘, 읽고 계신가요? :)
 

  



여행 작가이자 프리랜서 기자,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후 배낭을 메고 세계 여행을 떠났고, 버마, 르완다, 라오스, 과테말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오지와 분쟁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워싱턴 포스트』, 『U.S.뉴스』, 『월드 리포트』등에 기사를 썼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National Public International)의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때 편안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진정한 행복을 깨닥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났으며, 이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쓴 『진짜 알래스카 산 사나이는 아니지만Not Really An Alaskan Mountain Man』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뉴욕 토박이로, 현재 뉴멕시코 주 남쪽의 외진 골짜기에서 염소와 코요테와 더불어 살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 http://www.dougf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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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동 분 쟁 과 미 국 대 외 정 책 의 위 험 한 관 계
촘스키와아슈카르,중동을 이야기하다

 

원판제_ Perilous Power The Middle East and U.S. Foreign Policy
대판담_ 노엄 촘스키·질베르 아슈카르
서판문_ 스티븐 R. 샬롬
옮긴이_ 강주헌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세계에서 미국에 견줄 만한 강대국은 없습니다. 타바에서의 1주일을 제외하면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번번이 방해했습니다. 그것도 거의 일방적으로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스라엘이 방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이 설정한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국이 군사력과 외교력, 심지어 이데올로기와 언론까지 동원해 이스라엘의 팽창 정책을 지원하는 한, 어떤 긍정적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노엄 촘스키


"어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슬람 공포증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겁니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사회와 경제의 탈규제가 빚어낸 불안감, 널리 알려진 대로 속죄양을 찾으려는 심리학적 현상, 여기에‘왜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가?’라는 거듭 되는 질문에 서구 정부들이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으면서 서구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주입된 두려움이 더해져 이슬람 공포증은 더욱 커집니다. " ··질베르 아슈카르
 

 

 

▣ 왜 중동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언론은 연일 새로운 중동 관련 기사를 내보내느라 바쁘다. 레바논 총선에 이어, 12일엔 이란에서 대선이 치러졌다. 지난 3월 예멘에서의 자살 테러로 한국관광객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제단체 소속 한국인이 납치당했다. 이제 한국인들에게 중동은 돈을 벌기 위해 떠났던 이국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접하는 중동 관련 기사들은 사건 전달이 위주이고 심층 분석 기사는 드물다. 전문적인 논평도 드물고, 간혹 있더라도 미국이나 서유럽이 갖고 있는 반이슬람 정서가 깔려 있는 글들이 많다. 21세기 들어 한국인이 갖게 된 중동의 이미지는 서양인들이 느끼는 이슬람 공포증과 별반 다르지 않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대대적으로 이슬람 공포증을 세뇌시켰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평화 수호 전쟁’으로 호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동 문제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어졌다. 지독한 프
로파간다에 물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이중동 지역에서 여태껏 어떤 일들을 벌여왔는지를알게 되면, 중동 지역의 문제가 민주주의와 정의의 문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중동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인권의 위기인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중동 분쟁을 대륙 너머 남의 일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폭력이나 이라크의 민중 시위대를 진압하는 미군과 경찰의 모습을 통해, 미국의 위험한 대외정책이 북한이나 한국에는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우리의 인권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변화 없이 중동의 평화는 없다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 쓴「개정판 후기」에서 촘스키는 오바마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중동정책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언급했다. 2009년 5월 18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 후의 오바마의 발언을 보면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6월 이집트 방문시“이슬람과의 평화적공존”을 말하는 오바마의 유연한 중동정책 연설들은 오바마 정부의 대중동정책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를포함한예전미국정부들이가끔얘기해왔던“요르단강서안지구유대인정착촌건설중단과가자지구의인도적상황개선”에대해서국제적협정이나로드맵이만들어진적이없었던가하는것이다. 실제로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간혹중동이나서유럽국가들이참여해서팔레스타인지역의평화를위해로드맵(두국가론을 포함한)들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그렇다면 왜 그것들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는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갖는 폭력적 정치파워가 미국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에 미국은 결국 그협상이나로드맵을무시하거나실행을방해해왔다. 오바마의발언이미국정부의대중동정책이예전과달라졌음을 뜻하는지 아니면‘정치적 수사’에 불과한지는 구체적 실행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세계적인 진보적 지식인 둘이 나눈 치열한 논쟁
국내에 촘스키 인터뷰집이 10권 정도 출간되었지만, 얼터너티브 라디오 프로듀서 바사미언의 인터뷰는 말 그대로 인터뷰이다. 논쟁이 아니라 인터뷰이로부터 그의 풍부한 식견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촘스키는 여느 인터뷰와 달리 자신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논쟁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질베르 아슈카르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레바논계 프랑스 지식인이다. 그는 촘스키 못지않게 세계 평화와 정의 구현을 위해 강단에서, 현장에서 정치활동을 벌여왔고, 중동 지역에 관한 한 몸으로 체득해 얻은 현장의 지식과 학문적 지식을 겸비한 학자이다. 그는 레바논에서 성장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정치활동에 긴밀히 참여했고, 아랍 세계의 좌익세력에대해서도 정통했다.
미국정부의정책분석에서는촘스키가역시훨씬많은근거자료를토대로얘기하고, 레바논출신인아슈카르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세부적인 정치상황과 민중들의 움직임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해결책을 제안하고있다. 민주주의와테러등에관한두사람의의견은대동소이하지만, 1991년미국의이라크침공을둘러 싼 미국의 의도 또는 입장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특히 팔레스타인 정부의 나아갈 방향이나 관련 로드맵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중동문제는 현재의 정치 현상 분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중동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쟁점만 다뤄서는 그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009년6월14일네타냐후이스라엘총리가“비무장을전제조건으로한팔레스타인국가인정”제안을두고왜팔레스타인 정부는 예전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보다 후퇴한 안이라고 발표했는지, 이란 대통령 아흐마디네자드(아마디네자드)가 재선에 성공한 배경은 무엇이고, 이후 이란과 미국의 관계나 이란의 핵무기시설 파괴를 공공연히 위협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등은 단순한 사실 보도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은 중동에 관한 책이지만 미국 등 외부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간섭을 다루지 않고는 중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뜨겁게 달궈지는 갈등지역에 관련된 쟁점과 역사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과 중동에 관한 쟁점까지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런관점에서테러의위협은어느정도이고테러를어떻게다루어야하는가, 근본주의의발생원인은무엇이고 어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가, 중동의 민주주의는 어떤 상황이고 이라크 전쟁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원유와 이스라엘의 로비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두 전문가의 심도 깊고 예리한 대담이 이루어졌다. 또 9·11 이후 벌어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역할과 쿠르드족의 상황등을집중적으로다루었고, 이란과시리아에잠재된갈등이나팔레스타인과이스라엘간의갈등과관련해서는 특히 그 역사적 뿌리와 현재의 역학관계까지도 추적하면서 가능한 해결책까지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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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 아슈카르 Gilbert Achcar 


레바논계 프랑스 지식인으로 작가이자 사회주의자이며 반전운동가이다. 1951년 세네갈에서 태어나 1983년 프랑스로 이주하기 전까지 레바논에서 살았다. 2003년 베를린 마크블로흐 센터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파리 8대학에서 정치학과 국제 관계를 가르쳤다. 2007년부터 런던대학에서 중동-아프리카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있다. 『야만의 충돌Lechoc des barbaries』(2006), 『뜨거운 동양: 마르크스주의자의 눈에 비친 중동L’Orientincandescent : le Moyen-Orient au miroir marxiste』(2003), 『33일간의 전쟁The 33-Day War: Israel’s War on Hezbollah in Lebanon and its Consequences』(미셸 바르샤브스키와 공저, 2007) 등 현대 정치에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썼고, 유럽에서 중동문제 전문가로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Znet」, 「 인터내셔널 뷰포인트」에 자주 글을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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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 Noam Chomsky
 

미국의 언어학자, 철학자, 인지과학자이자 수십 권의 책을 쓴 저자이고 정치 활동가이다.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 2세로 태어나 반유대주의가 팽배한 사회분위기에서 성장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언어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1955년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간은 언어획득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생성문법이론’을 제시한 그의 연구는 언어 과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촘스키는 1967년『뉴욕 리뷰 북스』에서 특별부록으로 발행한「지식인의 책무」라는 글을 통해“지식인은 거짓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등 이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뛰어난 사회 비평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인문학 분야에서 누구보다 많이 인용되는 생존하는 학자 중 한 명이며, 동시에 미국의 대외 정책에 관해 가장 선두적이고 논쟁적인 비평가이다. 미국 외교정책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파워에 대한 그의 비평은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미국의 주류 언론에서 가장 기피하는 논쟁적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과 논평은 전세계 뉴스 시장과 출판계에서 자주 인용된다. 


1950년대 초 키부츠에 정착하려고 했던 그는 젊은 시절 좌익 시온주의 운동단체에 가입한 이후로 중동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 지역에서 평화와 정의를 되살리는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며『중동의 평화? 정의와 국가성에 대한 재고찰Peace in the Middle East? Reflections on Justice and Nationhood』,『 숙명의 트라이앵글The Fateful Triangle』등에서 중동 문제를 꾸준히 다루었다. 현재 인스티튜트 프로페서(Institute Professor, 독립된 연구기관에 상응하는 학자)이자 1961년부터 MIT 언어연구소 교수로 있으면서,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전세계로 강연을 다니며 미국의 무모하고 폭력적인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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