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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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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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모두 스마트폰을 붙들고 SNS의 뉴스피드를 확인한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온 후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소위 ‘SNS 삼대장이라 불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는 이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향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SNS를 확인하고잠들기 전까지 SNS를 확인하는 시대다. SNS가 일상에 빼곡히 틈입한 것이다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편집한다또 SNS에 올라오는 남들의 좋은 모습을 보며 실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다.

 

자신과 남을 계속 비교하면서, SNS에 남들보다 더 나은 사진이나 더 자랑할 만한 사진을 강박적으로 올리기도 한다뿐만 아니라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한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SNS를 확인하느라 매일 몇 시간씩 낭비하고 있다한 마디로 SNS에 중독된 것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수재나 E. 플로레스의 <페이스북 심리학>은 SNS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함에 따라 어떤 문제들이 나타났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물론 <페이스북 심리학>은 제목처럼 분석대상을 페이스북에 한정하고 있다하지만 페이스북은 월 이용자 수가 10억 명(2012년 기준)에 달하고미국의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SNS 일반까지 확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자기 편집의 위험성

 

살이 찐 게 걸리는가문제없다. 5년 전에 찍은 사진을 올려라그게 먹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포토샵이 있다페이스북에서는 죄다 편집 가능하다우리는 마음껏 자기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우리의 정체성을 재창조할 수 있는 힘은 정말 기이하다.”(본문 45)

 

‘SNS에 올리는 사진은 수십 장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특히 여러 사진 중에서도 셀카(셀프카메라)를 올릴 때 가장 공들인다고 한다나였다면 차라리 안 찍고 말았을 테다하지만 가장 잘 나온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일견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버려진 수십 장의 사진에 찍힌 것이 과연 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를 찍은 사진이 잘 나왔든 못 나왔든 간에 그것은 모두 하지만 SNS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해나갈수록 SNS는 편집한 나를 진짜 나라고 믿게 만든다. SNS상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지만그에 비해 현실의 나는 비루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포스팅은 단순히 자신의 하루를 보여주고 업데이트하는 것일 수 있다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즐거운 일이다하지만 한편으로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좋은 면만을 올리고 나쁜 면은 숨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본문 43)

 

SNS에 올려진 나를 진짜 나라고 믿으면 믿을수록 현실의 나와의 괴리는 점점 커진다결국 화려한 SNS에서의 나와 상대적으로 비루한 현실을 비교하면서 우울증에 빠진다이것이 심해지면 비루한 현실을 외면하고 SNS의 화려한 나에게 중독되는 것을 선택한다실제 자신보다 자신의 SNS 아바타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대가 위험하다

 

한국에서 SNS가 발달하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쥐어진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현재 SNS가 일상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일상을 망가뜨릴 만큼 SNS에 의존하지 않는다하지만 10대는 다르다지금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세상이다아이들이 울면 이제 안고 달래주기보다 뽀로로 영상이 나오는 스마트폰을 건네줄 정도다이러한 시대를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즉 현재 10대들에게 디지털은 삶의 터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이 있다어린 시절을 디지털 세계가 존재하기 이전에 보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10대는 다르다.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SNS를 자신의 삶에 일부라고 여길 확률이 높다때문에 SNS가 주는 여러 부정적인 영향력에 아주 쉽게 노출된다.

 

특히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만 하는 10대들에게 앞서 언급한 자기 편집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자아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나를 직면해야 한다하지만 SNS 활동에서 요구되는 자기 편집은 이를 가로막는다.

 

페이스북의 기능들은 자기 정보를 편집하고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게 만들었고 이는 우리의 자아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자기 가치감과 관련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극단적인 수준에서는셀카를 포함하여 자신이 올리는 포스팅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에 따라 자기 가치를 규정한다자기 편집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점점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순수한 자기표현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진짜 자신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본문 259)

 

현재 10대들은 이러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특히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교육만 받는 학생들은 성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SNS 환경 역시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지금부터라도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SNS를 비롯한 디지털 세계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용당하기보다 이용하기를

 

SNS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지금의 10대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터라 조금 더 위험할 뿐이다. SNS는 단지 SNS일 뿐이다물론 SNS에 올린 자신의 편집된 삶이 SNS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행복할 수는 있다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직면하는 순간 무너져 내리고 마는 신기루일 뿐이다.

 

더욱이 SNS에 올리는 삶의 일부는 스스로의 삶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삶일 뿐이다타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공허하다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다 지쳐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또 SNS라는 타인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우를 범할 것인가행복은 스스로 결정할 때만 존재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무엇을 올릴지를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근거하여 결정하면 그들에게 당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힘을 넘겨주는 셈이다.”(본문 241)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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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하늘이 도왔는지 16기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개인 성향 탓인지 글스기 기복이 엄청 심하다. 앞으로는 좀 더 기복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페이스북 심리학>(책세상)



<페이스북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은 꼭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또래 대부분 페이스북을 하고 있고, 나 역시 중독이라 말할 정도로 끊임없이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저자인 미국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플로레스 박사는 지난 3년 동안 전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하고,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연구했다. 소셜네트워크 등장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세계관이나 정서적 변화를 보여준다.

 

플로레스 박사는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많은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는 페이스북이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거의 모든 중독 행동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위안을 찾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접속하게 만드는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펄북스)

 

대학원에서 독서를 전공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물론이고 독서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량이 9.2권에 불과한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독서운동이 절실하다. 동네도서관 운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실천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은 11평 작은 방에서 시작한 동네도서관 운동으로 일본 전역에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운동의 창시자 이소이 요시미쓰는 직장과 건강을 모두 잃는 불운을 겪지만 청년 운동가 도모히로 유이치를 운명처럼 만나면서 자신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청년 스승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도전은 동네도서관 만들기였다. 이 운동이 지금 일본의 마을과 도시를 바꾸고 있다.

 

 

  최근 여성 혐오와 관련된 논의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고 있다. 남성본위 사회에서 여성의 삶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여러 논의들을 보면서 알게 됐다. 더불어 남녀관계나 여성학, 또는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마침 관련 책도 여러 권 나온 터라 고르기도 쉬웠다. 다음 세 권의 책은 출판사의 책 소개로 갈음한다.


          



<소모되는 남자>(시그마북스)

 

남녀차에 대한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많은 원칙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남성들이 갖게 된 우연적 요소로 인해 문화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관계모형을 근간으로 발전되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잘하는 일은 무엇이고, 문화가 왜 이러한 일들을 남성에게 맡기고 해당 일들에 있어서 남성들을 착취했는지에 대해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고, 성공한 문화들은 다른 경쟁문화를 능가하기 위해 이런 남녀차를 더욱 부각시켜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화는 남성의 역할을 성취하고 생산하며, 다른 이들을 부양하고, 필요하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강요함으로써, 결국 남성을 착취한다. 저자는 남성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화로부터 상당한 이점을 얻는다는 점과 동시에, 그로 인해 그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일탈>(현실문화)

 

성 인류학의 선구자, 미시간 대학 교수 게일 루빈이 지난 40년간 써온 주요 논문들을 엮은 선집이자 유일한 단독 저서. 공식적으로 게일 루빈이라는 저자와 그녀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우리말 번역은 오랫동안 페미니즘 연구를 함께해온 임옥희와 신혜수, 조혜영, 허윤이 맡았으며 옮긴이 서문과 해설, 연보를 추가해 이 책의 충실한 안내를 제시했다.

 

게일 루빈을 대표하는 두 편의 논문 <여성 거래>, <성을 사유하기>와 그 논문에 덧붙이는 후기들로 이 선집의 절반이 구성된다면, 나머지 절반은 문화인류학자로서 그녀가 선구적으로 개척한 성적 하위문화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들로 채워져 있다. 진보적 학자들조차 감히 근접하지 못한 성의 다양한 논쟁적인 주제를 급진적인 이론과 선구적인 연구방법론으로 다뤄온 게일 루빈은 자신이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 주요한 열네 편의 논문을 추리고 새로운 서문을 써 넣어 이 거대한 선집을 완성했다.

 


<페미니즘의 개념들>(동녘)

 

어렵게 느껴지는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을 충실히 설명해주는 입문자를 위한 이론서. 페미니즘이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류가 '남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류와는 다른 지위와 처우를 받아온 지난 역사와 지금의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상이자 교육이자 운동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이 다루는 사안의 범위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이 지닌 이러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으로 인해 앞에서 언급한 어떤 하나의 영역이나 지점에서 페미니스트적 각성에 이르게 되어 페미니즘을 보다 더 깊고 상세히 이해하려고 할 때 대체로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좋을지 막막함을 느끼기 쉽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하려고 할 때, 많은 경우 등장하는 개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주 사용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의미나 맥락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중요한 개념이라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보고 싶을 때도 쉽게 그 개념을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나와 있는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 책 <페미니즘의 개념들>은 바로 그런 순간에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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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사기 -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과학을 어떻게 남용했는가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 | 이희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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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학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부른다. 시대 구분은 여러 기준에 따라 다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은 '근대 시대'이지만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내포하고 있는 사상적 경향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철학자는 자크 라캉,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등을 들 수 있다. 

이 철학자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쓴 텍스트가 얼마나 난해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들의 저작을 읽어보려 했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의 공습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이 쓴 글의 난해함을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지적 사기>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난해함이 어려움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과학과 수학에서 사용되는 여러 전문 용어들을 그들이 명확한 의미도 모른 채 가져다 쓰면서 발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난해함에 치를 떨어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주장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과학 및 수학 언어의 오남용

"이 책의 목표는 비록 다루는 범위는 제한되어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불투명한 시대정신을 비판하는 작업에 창조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다. (중략) 이제까지 비교적 등한시 되어온 영역, 곧 수학과 물리학에서 나온 개념과 용어가 자꾸만 남용되는 현상에 대하여 좀 더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썼다. 우리는 또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글에 자주 등장하며 자연과학의 내용 및 방법론과도 무관하지 않은 흐리멍덩한 사유도 짚고 넘어갈 것이다.(18쪽)"

<지적 사기>란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하나의 장난에서 시작됐다. 앨런 소칼이라는 학자가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꾸며 쓴 논문 하나를 학술지에 투고했는데, 그것이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다. 그럴 듯하게 구색을 맞춰 쓴 글이 전문적인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일은 학계에 파장을 몰고왔다.

앨런 소칼이 벌인 장난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가 얼마나 불투명하고 허술한 것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어려워 보이는 단어를 가져와 그럴 듯하게 이어붙이면 하나의 철학적 논문이 완성된다는, 사실은 그 글이 논리적으로 완성된 글이 아니라 어려워 보이는 단어에서 오는 권위에만 기대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위에 빌붙은 글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권위를 원한다. 그래서 명확한 의미도 파악하지 못한 수학 및 물리학의 단어를 오남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은 더욱 흐리멍덩하게 변한다. 흐리멍덩한 글은 "구체적으로 도달하는 데가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면서 무한정 탐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포스트 모더니스트 비판

앞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자크 라캉과 장 보드리야르를 들었다. 자크 라캉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한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장 보드리야르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대중과 대중문화, 미디어와 소비사회 이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적 사기>에서 이 두 세계적인 철학자는 수학 및 물리학 용어의 오남용을 비판하는 대상일 뿐이다. 

"라캉의 옹호자들은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면 이른바 '부정 일변도'의 전략에 의지하면서 오리발을 내민다. 그 글들은 과학으로 평가해서도 안 되고 철학으로 평가해서도 곤란하며 그렇다고 해서 시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속 신비주의'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는가.(58쪽)"

"우리는 보드리야르의 저서에서 과학 용어가 본연의 의미를 철저히 무시당한 채 무엇보다도 너무나 엉뚱한 맥락에서 남용되고 있음을 본다. 그것을 은유로서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사회학이나 역사학에 대한 진부한 관찰에 심오함을 덧씌우려는 것 외에 그런 용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184쪽)"

자크 라캉과 장 보드리야르 외에도 많은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을 책에서 비판하고 있다. 저자들은 수학 및 물리학의 용어들, 예를 들면 위상학, 괴델의 정리, 초끈 이론, 카오스 이론 등에서 파생된 용어들이 과연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의 글에서 적확하게 그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지 조목조목 따져들어 간다. 

<지적 사기>의 저자들이 비판하는 바를 읽으면서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이 왜 과학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쓴 것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사람에겐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직관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면 그것은 이론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단지 직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이 직관을 표현할 수단을 찾지 못해 애를 먹다가, 애먼 과학 용어들을 가져다 쓴 것은 아닐까.  

"'진리'는 인간이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사실들에 의존하는 어떤 것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지금까지 철학이 겸손이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사람들에게 주입시켜온 방법들 가운데 하나였다. 자만심에 제동을 거는 이런 장치가 사라졌을 때 우리가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은 일종의 광기로 치닫는다. 이것이 바로 피히테의 철학이 빠져든 권력 도취인데 현대인은 철학자건 철학자가 아니건 이런 증세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나는 이런 도취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스러운 요소이며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도취를 조장하는 철학은 광범위한 사회적 재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239쪽)"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른 말로 하면 해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구조적 논리는 해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논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수학이나 과학까지 해체할 수 있는 것일까. 괜찮아 보이는 용어가 있으면 그 정확한 의미도 파악하지 않고 끌어다 쓰는 것은 과연 용납할 수 있는 일일까.

현재의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은 겸손을 잃고 자만심에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흐리멍덩한 것에 관한 무한한 탐닉과 끝없는 도취는 결국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런 학문은 소수의 학문으로 남아 세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지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사치품이 될 뿐이다. 이제 '지적 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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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감벤도 제대로 검증이 필요한 학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독해력이 딸리는 것도 있지만, 글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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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미국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자는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언급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교육만이 자식의 인생과 부모 자신의 인생까지 역전시켜줄 무기라고 생각하는 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학생들은 '피사'라고 불리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진 아만다 리플리라는 기자가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핀란드와 폴란드의 교육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 기자가 호기심을 가진 세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세 나라에 교환학생으로 간 세 학생들과 함께 이 나라들이 왜 공부를 잘하는 가에 대해 탐색해가는 과정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바로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란 책이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를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미국 기자인 저자가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12년 동안 받았다.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더욱 미국 기자의 시각이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벽장에 갇힌 대한민국의 학생들

한국의 십 대들은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혀 지낸다. 때로는 작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109~110쪽)

저자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학생들을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힌 신세"라고 표현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물론 저자는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제도가 높은 수준의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지만은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겼다.

대부분의 한국 십 대 청소년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선호한다. 116개 학교에 재학 중인 6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모든 방면에서 학원 강사들에게 더 나은 점수를 줬다. 학원 강사들은 수업 준비가 더 잘돼 있고 수업에 더 열심이며 학생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또 학원 강사들이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느꼈고 그것이 학원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답했다.(274쪽)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 이런 부분이 계속해서 눈에 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 학생들이 온갖 종류의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학교의 교사보다 학원의 강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저자의 대한민국 교육에 관한 서술을 읽는 내내 부끄러운 마음뿐이었다. 

무엇이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비판하느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해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대한민국, 핀란드, 폴란드 등 세 나라의 교육제도 및 교육환경을 관찰하면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라에 따라 달랐던 것은 '교육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태도였다. 아이들이 보이는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나라에 따라 심전도 그래프만큼이나 오르락내리락했다.(301쪽)

대한민국, 핀란드, 폴란드. 이 세 나라가 가진 교육적 공통점은 바로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였다. 교육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교육만이 '입신양명'의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교육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핀란드나 폴란드 역시 교육이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믿기에 역시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결론 치고는 조금 싱거울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들의 능력이나 그 나라의 교육제도, 교육 환경과 교육 인프라보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라는 것에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만 있다면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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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3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수포자가 교육 문제의 화두가 떠오르기 시작하니까 부모들이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를 시킨다고 하더군요. 애들이 불쌍해요. 영어에 이어서 수학 조기교육까지 해야 된다니...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