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메테르의 지혜로운 선택 - 아이의 미래를 여는 경제 에세이 삼성투신 투자에세이 3
정갑영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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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내려간다. 따라서 금리를 내리면 기업의 투자가 증가한다. 10%의 이자율에서 투자하려면 최소한 10% 이상의 수익을 내야 금융비용이라도 보상할 수 있지만, 8%에서는 8%의 수익만으로도 금융비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저축의 인센티브가 줄게 되고 소비를 늘리게 된다. 그래서 경기가 침체하면 금리인하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훨씬 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원화가치의 절상을 가져와 환율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학부모에게는 좋은 뉴스이지만 수출 기업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환율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이자율을 내리면 인플레이션 위협이 따른다.

-149쪽

더 큰 문제는 환율이 불규칙하게 변동한다는 사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환율이 2,000원대에 육박하지 않았던가. 그러다 900원대로 정착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며 또다시 폭등했다. 도대체 환율은 너무나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해서,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앞서 예를 든 환자가 '5'와 '수요일'을 더해 '4'를 만드는 것과 유사해 지고 있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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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절판


인생시계의 계산법은 쉽다.

24시간은 1,440분에 해당하는데, 이것을 80년으로 나누면 18분이다. 1년에 18분씩, 10년에 3시간씩 가는 것으로 계산하면 금방 자기 나이가 몇 시인지 나온다.

20세는 오전 6시, 29세는 오전 8시 42분이다.

이 시계는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를 기준으로 했으니, 앞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그대의 인생시각은 더 여유로워질 확률이 높다. -20쪽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2009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기자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획을 세우지 마라."

아니, 미래학자가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충고하다니? 기자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註: 세계적 미래학자 3인이 보는 '메가트렌드',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2009년.4.4 C4면)-51쪽

치열하게 그대 자신에 침잠해라.

그대의 다른 가능성을 꼼꼼히 고민한 후 그것이 인생의 최선이라는 확신을 꼿꼿하게 세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때부터 고시를 시작할. 조급해하지 말라. 그렇게 출발해도 전혀 늦지 않다.
-61쪽

확고한 목표의식과 적절한 방법론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노력도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진정한 성취란 확고한 목표, 적절한 방법론, 성실한 실천의 세 가지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앞서 등장한 나무꾼처럼 '목표'와 '방법론'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실천'의 성실성만을 문제 삼는다.

이것은 하나의 타성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게으른, 부지런한 나태다. 자기성찰이 없으면 잘못된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지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헛된 노고를 계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기성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찰이란 '생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곰곰이 생각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것만으로는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러니 직접 체험하고, 많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을 떠나라. -72쪽

경쟁이 끝을 모르고 치열해진 세상이다. 우리 눈에는 이긴 사람들이 휘날리는 승전기만 보이지만, 실상 항상 이기는 사람이란 없다. 누구나 조금씩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번에 이겼느냐 졌느냐가 아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조금 졌다고 상대의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질투한다면, 그다음 경쟁에서도 결과는 뻔하다.

.............

같은 조건이라면, 가벼운 배일수록 더 빠를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뱃사람들은 배 밑바닥에 '밑짐'이라 부르는 일정 무게의 짐을 항상 실어둔다. 밑짐이 든든한 배는 풍랑이 거센 때라도 큰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열등감을 인생의 밑짐으로 삼고 살아가면 어떻겠는가? 감추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성취의 동력으로 인정하고 살아가면 어떨까? 그럴때, 열등감은 인생의 풍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79쪽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은 대학교수 공채에서 연이어 낙방하고 깊은 좌절에 빠졌던 나를 건져 올린 동아줄이었다. 그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로마를 로마로 만든 것은 시련이다.(중략) 전쟁에 이겼느냐 졌느냐보다 전쟁이 끝난 뒤에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나라의 장래가 결정된다."(註: 시오노 나나니, 로마인 이야기 2권, P67에서 인용함)

중요한 것은 시련 자체의 냉혹함이 아니다. 그 시련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그 시련이 가혹한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을 결국 오롯이 나다. 내가 힘들게 받아들이면 힘든 것이고, 내가 의연하게 받아들이면 별것 아닌 것이다. 그대는 지금 그대의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인생의 크나큰 시련을 지금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친구들만을 위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깊이를 모르겠는 그 시련이, 바로 그대의 힘이라고. -93쪽

이처럼 결의를 실천하기 힘든 이유는, 그 결심이 대부분 우리의 '습관'을 바꾸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일본의 이시우라 쇼이치라는 교수에 의하면 습관을 바꾸는 일은 뇌 구조가 변해야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삼십일'은 돼야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151쪽

그대, 부대껴야 한다. 수시로 오프행사에 기웃거리고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스펙에 도움이 되는 클럽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모임에 가입해야 한다. 설령 거지같이 재미없더라도 축제기간엔 학교에 나와 구경이라도 해야 한다.

구세대의 낡은 습관이라 여길지언정 직장동료와 함께 받을 먹으러 움직이고, 상사의 '번개'도 재미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162쪽

그대 이웃의 지식을 다양하게 탐하라. 전공의 서열 따위는 냉큼 집어 던져라.

지식에는 서열이 없다. 시대의 수요가 있을 뿐이다. -194쪽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생을 스포츠보다 모자이크 퍼즐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큰 '한방'이 아니라 작은 '하나하나'가 쌓여야 하는, 대략 29,220피스를 맞춰야 하는 커다란 퍼즐 말이다. 요즘 평균수명이 80세쯤 되니까, '365*80=29,220'이고, 여기에 2월 29일을 20번 더해서 나온 숫자다.

그대가 평균수명에 관심을 기울일 때쯤에는 의학이 훨씬 발달해 있을 테니 아마 3만 피스가 넘을 것이다. 인생이란, 하루라는 작은 조각을 맞춰서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퍼즐과 같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퍼즐은 어떤 그림으로 맞춰야 하는지 완성된 모습을 미리 보여주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 조각을 다 맞출 때까지 어떤 그림이 나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자기 자신은 더더욱. -196쪽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승부로 직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획기적인 승부처, 전환점만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이것만 되면, 이때만 오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한다. 가정하지 말고 실행하라.

하루하루 조금씩 남는 삶의 빈틈에서 꽃을 피워라. 그 시간의 빈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시간은 영혼은 만드는 유일한 재료라고 했다.

..........

그러므로 순간적인 깨달음을 기다리지 말고, 작은 실천을 먼저 행하라.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앞에 있을 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지 말라. '이걸 위해 오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하고 고민하라. -197쪽

그러므로 시간관리를 할 때 우선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라. 그리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라.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는 식의 우유부단함은 삶의 방만을 부른다.

시간관리란 무엇인가를 용기 있게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포기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니 할 일을 결의하기에 앞서, 포기할 것을 먼저 정해라.

곁가지가 많으면 큰 나무가 되지 못한다.
-203쪽

재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넌 두 가지라고 대답했지.

하나, 주위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둘, 자기 사진을 관리하는 것. 이 두가지만 아니면 다른 것은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고....

맞아, 동의해. 그 두 가지 참 어려워.

하지만 그거 알아?

이 두가지가 재수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실은 그게 인생의 핵심 문제야. -225쪽

사회는 그대의 미래를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대의 미래를 담보해줄 그대의 과거를 본다. 다시 말해 조직은 그대의 잠재력보다는 그대의 경력을 보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예비적인 지표인 '스펙'이 아니라, 그대가 일터에서 입증해온 '실적'을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서 내가 얼마나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인재인가를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규모가 크건 작건 화사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으면서 얼마나 다양한 업무처리의 '경력'을 쌓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므로 다소 처우가 열악하고 명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도 일단 취업해 경력을 만드는 것이 취업재수를 하며 토익점수 몇 십 점 올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

계속 백수로 지내면서 '간'만 보는 것과 일단 열악한 회사라도 들어가는 것 중 무엇이 '덜 나쁜가'하는 '차악(次惡)의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293쪽

학교와 사회는 다르다. 사회란 정답이 있는 문제에 올바른 답을 적어내면 거기에 맞는 학점이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나태 속에 부주함이 있다. 생활은 다소 늘어지는 대신 자기 인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바쁜 모색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분주함 속에 나태가 있다.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분주하면 그것을 처리하는 데 시간과 정열을 다 써비리고, 정작 자기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일에는 나태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빠서 게으르다.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면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어색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는 외줄을 타는 곳이다. 일의 성취와 개인적 행복 사이에서 외줄을 타야 하고, 떠날 것인가 머물 것인가의 고독한 의사결정의 외줄을 타야 한다.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무너지는 순간, 삶 전체가 균형을 잃는다.
-308쪽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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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세요? - 부동산에 저당 잡힌 우리 시대 집 이야기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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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은 소비자들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제도인 아파트 선분양제를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남겨왔다. 아파트를 다 짓기도 전에 분양하면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수익을 남긴다.

택지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구입하고, 건축비는 분양대금을 미리 받아 충당한다. 여기에다 공사기간에 발생하는 세금과 이자는 모두 분양가에 반영한다. 선분양제는 원래 '분양가 규제'와 맞물려야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의 분양가를 완전 자율화하면서 선분양제를 그대로 유지시켜 건설사들만 이중 삼중의 특혜를 누리는 기형적인 제도가 되었다.

건설사들은 택지비와 건축비, 간접비용(설계.감리비, 보상비 등)을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고, 이윤을 축소 신고하는 행위를 버젓이 해왔다. 경실련이 2006년 화성 동탄 신도시의 건설비용과 이윤을 분석해보니 건설업체들은 택지비를 거짓 신고하고 건축비와 간접비를 부풀려 숨김으로써 얻은 이익 규모가 1조 2229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90쪽

도심의 초고층 주택은 서울 주변의 '베드타운' 형성에 따른 도심 공동화, 수도권 출퇴근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분양가 자율화, 양도세 감면 등 규제 완화에 따라 건설사들은 용적률 1000%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었다. 그 후 높아봐야 15층~20층이던 아파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김홍식 명지대 교수(건축학과)는 "서민 주택은 지어봐야 큰 이익이 남지 않으므로 대기업들이 고급 아파트와 초고층 건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했다"며 "초고층 건축을 허가받아 변두리 땅을 상업 지구로 바꾸면 용적률을 200%에서 800%까지 올릴 수 있으니 땅값으로만 이미 네 배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101쪽

우리 사회에서 '주택정책'은 늘 표심을 좌지우지하는 현안이다. 이런 독특한 현상에 대해 프랑스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서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은 인구 증가를 관리하고 봉급생활자들이 경제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했다. 중간계급들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 소유와 자산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줌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택개발 정책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보다 '얼마만큼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2003년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상 80%인 용적률을 250%까지 상향 조정했고, 2006년에는 '뉴타운특별법'인 [도시 재정비 촉진 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가 재개발로 5~7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틀이 마련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강남의 경우 재건축할 경우 일부 용지를 임대주택 용지로 환수하지만, 강북의 경우 오히려 국공유지를 얹어주고 용적률도 상향 조정해 준다. 여기에다 기반시설 개발까지 국가가 맡아줌으로써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한껏 부풀렸다..........

-119쪽

이러한 재개발은 철저히 내 집을 보유한 '중산층'이상, 또는 그에 상응하는 소득계측의 계급 욕망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청약통장제도' 등 정부의 주택정책이 중산층에 초점을 두고 하층계급 배려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열풍으로 집값과 땅값이 오르자 세입자들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옥주라 하더라도 영세인일 경우 억대의 분담금을 내지 못해 밀려난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붕괴와 저소득층 증가라는 양극화 심화에도 불구, 해소책 모색을 등한시해온 정책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119쪽

'집'은 작게는 개인의 사적 공간이지만 크게 보면 주택정책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인 구성원에게 갖는 가치관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안정과 재생산과 관련하여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는다"며 "아파트 공급 위주로 전개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또한 이런 시각에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저서 [아파트에 미치다]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열악한 주거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으로 볼 때에는 1980년대 이후처럼 중간계급이 국가 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아파트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게 되는 것처럼, 정치체제 유지 수단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122쪽

최은영은 공저 [주거 신분사회]에서 "전세금의 레버리지 역할은 양질의 주택공급 부족과 주택가격의 급상승을 수차례 경험한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면서 "투자자의 경우 전세금을 활용해 주택 한채 값으로 여러 채를 구입할 수 잇께 되는 것이다.이는 다주택자가 양산될 수 있는 조건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전세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집을 구매하고도 그 집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꾸준히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에 안정적인 민간 임대로 가능하기에는 한계를 갖는다.
-127쪽

'주택분양 제도'는 집이 투기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된 구조적 계기로 꼽힌다.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책임연구원은 "1970년대 대기업들이 주택을 짓기도 전에 다 팔 수 있게 함으로써 대량 공급의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 분양제도의 탄생"이라며 "일단 주택분양을 받으면 집값이 올라 목돈을 챙길 수 있어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니 사회 전체적으로 굉장히 비합리적인 구조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130쪽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 것일까. 아파트 분양은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서 이뤄져왔다. 이 과정에서 주택계획이 발표되는 시점부터 해당 땅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이렇게 오른 땅값은 기존 땅 주인과 정보를 입수해 투기에 뛰어든 이들이 토지 보상을 통해 챙기게 된다.

당초 신규 분양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통상 낮은 가격에 판매되었지만 그나마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택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건설업체들이 각종 명목으로 부풀린 건축비만큼 분양가가 올라 주택 소비자들이 덤터기를 쓰게 되는 상황이다. 결국 집값은 오르고, 집값에 바탕한 주택임대료 역시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분양제도는 누군가에게는 경제상위계급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쓰디쓴 현실일 뿐이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만 무주택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주택 구조는 일부 이 같은 분양제도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131쪽

재개발 사업단계별 부패.갈등 취약 지점

1. 예정구역 지정 - 건설업체 개입, OS요원 동원해 동의서 매수, 지분쪼개기 조장

2. 정비구역 지정

3. 추진위 구성 - 서면동의 위주의 주민총화, 조합설립동의서 부실, 비대위 난립

4. 조합설립

5. 사업시행 인가 - 시공사 선정 과열경쟁

6. 관리처분 인가 - 세입자 보상 갈등 및 강제 퇴거, 추가 부담금 갈등

7. 철거 및 착공 - 공사비 증액, 정보 미공개에 따른 갈등 발생

8. 준공-146쪽

이처럶 우리의 대도시에는 사람이 소통하는 공원과 공장 등의 공공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은 돈을 주고 사유화딘 공간 서비스를 소비하게 된다. 찜질방, 노래방, 카페 등의 각종 '방'의 문화가 한국에서 성행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밀도 높은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원래는 정부 등 공공 영역에서 했어야 하는 그 공급을 민간이 유료로 제공하고 민간이 자신의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전진삼 건축평론가는 "공공 공간이 부족한 도시일수록 더 좁고 갑갑하게 느껴져서 개인이 더 넓은 사적 공간, 더 넓은 집을 욕망하도록 만든다"며 "서구의 경우 공공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집이 다소 좁다 하더라도 공원과 광장, 박물관 등 집 밖에 너른 공간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167쪽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 출판기념회에서 "오늘날 한국 정치는 대표된 영역과 대표되지 않은 영역 간의 갈등,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중산층 이상의 제도 내로 통합된 사회계층과 서민으로 통칭되는, 제도 내로 통합되지 못한 노동자.사회적 약자.소외 세력 간의 갈등을 특징이로 한다. 그러므로 한국 민주주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참여의 위기'다. 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과 중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238쪽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 열풍의 진원지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과다한 유동자금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해마다 막대한 수익금이 국내로 유입되어 수소의 부자들 손에 집중되면서 유동자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렇게 투기성 자금이 천문학적 규모일 경우에는 아파트 공급 물량을 최대한으로 늘린다고 해도 투기 수요의 극히 일부분만 충족시킬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500조원 규모의 가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100만 채 지어야 한다. 가수요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1~2년 사이에 수도권에 아파트를 100만 채 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급을 늘려봐야 가수요의 극히 일부분만을 충족시킨다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지도 못하면서 일부 투기꾼들의 투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도로 끝나게 된다. 오히려 투기에 성공한 사람의 수를 늘림으로써 투기를 더욱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 성공담이 널리 퍼져 있고 이것이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투기 성공담이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부동산 실무자들도 잘 알고 있다. -249쪽

박철수(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 한국의 베이이붐 세대들은 자산의 9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입하고 그 이외의 자산은 거의 없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들은 33평형 아파트 하나 가지면 중간층으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95%가 융자를 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고금리 정책을 쓰면 실질소득이 확 줄어 경제를 지탱하는 중간층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더라. 반면 네덜란드, 영국, 일본은 안 그렇다. 이들 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자산의 55%만 부동산이고 나머지는 펀드 등 다른 투자처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이 대세 하락기라 하더라도 급격히 꺾어지는 걸 정부가 놔두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시장이 그런 충격을 받아낼 여력도 없을 것 같다. 적정하게 꺽이는 점에서 완만하게 유지하는 정도가 아닐까. 다만 아파트 이탈 세력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대한민국 국민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공급도 신축 주택의 90%가 아파트인 양상이 좀 다르게 변할 것 같다. -259쪽

요즘 제가 보는 징후들이 몇 가지 있다. 최근 한 5년간을 보면 길을 자기 생활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굉징하 많아졌다. 길거리 공용 공간을 쓰는 커피점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아파트나 학교 담장 허물기 등 지금까지 구분되어온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을 섞는 곳이 늘어났다. 아파트에서도 테라스 주택의 인기가 무지 높다. 판교에서 보듯 단독주택 용지에 대한 구매수요가 많고 스스로 자기 집을 지으려는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또 아파타 최상층이 과거에는 기피층이었지만 선호층으로 바뀌었다. 아파트에 갇혀 있던 생활에 질리게 된 것이다. 조금 다르게 나아가고자 하는 동향이고, 이런 것이 정책적으로 엮어진다면 아파트로부터 이탈하려는 새로운 유동층이 생성된다고 거칠게는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260쪽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 불안,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40~50대면 노동 시장에서 퇴출되는데 수명은 늘고 자식은 어려 임금소득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 부동산, 주식, 펀드에 대한 투기적 욕망이 커가기 쉬운 삶의 조건이다. 자산 증식에 대한 욕망이 현실적인 불안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돈 나올 곳이 겅ㅄ으니 자산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재테크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직장인들이 스스로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의 30대 과장이만 40대면 퇴사 압력, 50대 초면 회사를 나와야 하는데 80세까지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묻는다. 매달 먹고사는 돈 외의 돈이 있어야 미래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공적안전망이 부재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산 증식에 몰릴 수밖에 없다. -269쪽

보통 재개발.재건출을 통해 집값, 즉 건물값이 오른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이 위치한 땅값, 즉 토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낡은 아파트가 지방의 새 아파트보다 비싼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지는 다른 자본과 달리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불로 이익에 대한 권리가 보장된다면 너도 나도 토지, 또는 구체적 형태인 주택을 보유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곧 투기의 원인이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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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CEO 읽는 CEO 1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8월
구판절판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우리의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그대가 젊어 있는 한/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 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기쁨,용기,힘의 영감을 받는 한/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

이어서....-28쪽

붙여서.....

영감이 끊기고/정신의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29쪽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50쪽

"회사에서 인정받고 빨리 승진하는 법, 뭐 이런 노하우는 없을까요? 대체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가능한 거죠?"

여기에 대한 코치의 대답이 절묘했다.

"질문 참 좋아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라는 부분 말이죠.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신 질문이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어요.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말이에요. 그 사림이 이름은 '프로(Professional)'입니다."

이때부터 그는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추하게 잘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예요."-90쪽

한 중소기업 경영자와 식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리더가 될 만한 인재를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인재발탁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노하우를 배우려고 물어봤는데, 의외로 대답이 간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그 사람에게 적용시켜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알 수 있거든요."

....프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자주 쓰고, 아마추어는 '그렇기 때문에'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정리하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재미있다.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별로 안 좋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이 다가와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내 성격에 안 맞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해도 별 문제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면 손해 볼 텐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90쪽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

잊지 말라./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쉽게 닫히는 법./들어올 땐 좁지만/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넓어지고 깊어지느니/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창가에 고요히 사색하라/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그 빛이 내게로 와서/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98쪽

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다름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효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이어서....-110쪽

붙여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땋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에게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그래도 그들은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히자 않는다는 것을./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이어서...-111쪽

붙여서...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벌리 수도 있다는 것을./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푸게 하지 않는 것과/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112쪽

성공이란

랠프 왈도 에머슨

날마다 많이 웃게나./지혜로운 사람에게 존경받고/해맑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들에게 인정받고/거짓된 친구들의 배반을 견뎌내는 것,/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다른 사람의 장점을 알아보는 것,/튼튼한 아이를 낳거나/한 뼘의 정원을 가꾸거나/사회 여건을 개선하거나/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자네가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것이 바로 성공이라네.//-121쪽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오래된 사원 뒤뜰에서/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나이는 나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145쪽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거짓말도 배우고./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돌들에게도 말을 걸고/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죽는 법을 배워 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그 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155쪽

삶은 몇 번이고 엉뚜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

시릴 코너-157쪽

행복한 독서 십계명

1. 잘생긴 나무를 택하라 : 능동적으로 찾아 읽어라
2. 넓은 숲을 거닐어라 : 많이 읽어라
3. 뿌리를 짚어라 : 깊게 생각하라
4. 함께 나눠라 : 수다도 힘이다
5. 멀리 보라 : 트렌드를 읽고 예측력을 길러라
6. 가로로 읽고 세로로 생각하라 : 아이디어의 교차점을 찾아라
7. 메모하고 실행하라 : 메모가 인생의 흐름을 바꾼다
8. 멘토를 만들어라 : 책 속에 삶의 지도가 있다
9. 시간을 경영하라 : 아침 독서는 하루치의 비타민이다
10. 쾌감지수를 높여라 : 맛이었어야 손이 간다-172쪽

20분

고두현

아침 출근길에/붐비는 지하철/막히는 도로에서 짜증날 때/20분만 먼저 나섰어도....../날마다 후회하지만/하루에 20분 앞당기는 일이/어디 그리 쉽던가요.//

가장 더운 여름날 저녁/시간에 쫓기는 사람들과/사람이 쫓기는 자동차들이/노랗게 달궈놓은 길 옆에 앉아/꽃 피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스름 달빛에 찾아올/박각시나방 기다리며/봉오리 벙그는 데 17분/꽃잎 활짝 피는 데 3분//

날마다 허비한 20분이/달맞이꽃에게는 한 생이었구나.//-180쪽

시간 사용 설명서

1. 시간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2. 사소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3. 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기한 내에 마무리 짓는다.
4. 자투리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한다.
5. 핵심적인 일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적임자에게 위임한다.
6. 맺고 끊는 것을 명확히 하고, 가능한 한 삶을 단순화한다.
7.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실천한다.
8. 불필요한 요구는 단호하되 지헤롭게 거절한다.
9.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버릴 것은 그때그때 버린다.
10. 자기만의 안식처를 갖고 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민규,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189쪽

"우리가 사는 데 'F'가 두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야. 사고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난 지금처럼 못살았어. 잊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또 새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에 누구 잘못 탓할 게 어디 있어."

ET 할아버지-198쪽

비그친 대나무 숲에서 여기저기 싹을 밀어 올리는 죽순을 발견했다. 대개 죽순은 땅 위로 몸을 내밀면 그날부터 최고 1미터씩 쑥쑥 자란다. 그러다 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면 어른 대나무 키가 된다. 죽순이 하루에 자라는 키는 소나무의 30년 키와 같다고 하는데, 소나무는 줄기 끝에만 생장점이 있는 반면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장이 끝나면 더 굵어지지 않고 몸체만 더 단단하게 다진다.

그러나 이 같은 죽순의 힘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지상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땅 속에서 오랫동안 준비 기간을 거친 뒤다. 땅 속에서 56년을 자란 뒤에야 순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 땅속줄기가 굵을수록 순도 굵고 줄기도 튼튼하다. 또한 대나무의 땅속줄기는 여러개의 마디를 갖고 있는데, 그 마디들의 눈 중에서 죽순으로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은 10개 중에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206쪽

지금은 유명 소설가가 된 이순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군 백일장에 나갔다가 아무 상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입술을 쭉 빼고는 크게 낙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운동자 가에 있는 나무 아래로 그를 불러 "너희 집에도 꽃나무가 많지?"하고 물으셨다. 그는 당시 선생님이 들려준 마을 여태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는 눈길을 끌지만, 일찍 피는 꽃들은 나중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네가 어른 눈에 보기 좋게 일찍 피는 꽃이 아니라, 이 다음에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조금 천천히 피는 꽃이라고 생각해. 클수록 단단해지는 사람 말이야."-207쪽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서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212쪽

너희 사랑

신경림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반병의 소주와 한 마리의 노가리를 놓고/망설이고 헤어지기 여러 번이었지만/뉘우치고 다짐하기 또 여러 밤이었지만/망설임과 헤매임 속에서 너희 사랑은/굳어졌다 새삶 찾아나서는/다짐 속에서 너희 사랑은 깊어졌다/돌팔매와 최루탄에 찬 마룻바닥과/푸른옷에 비틀대기도 했으나/수주집과 생맥주집을 오가며/다시 너희 사랑은 다져졌다/그리하여 이제 너희 사랑은/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훈풍이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골목길 오가며 싹튼 너희 사랑은/새삶 찾아나서는 다짐 속에서/깊어지고 다져진 너희 사랑은//-216쪽

사랑하라, 그러나 간격을 두라

칼란 지브라

너희 함께 태어나 영원히 함께 하리라./죽음의 천사가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신의 계율 속에서도 너희는 늘 함께 하리라./그러나 함께 있으면서 간격을 둬라./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서로 사랑하되 그것으로 구속하지는 말라./너희 영혼의 해안 사이에 물결치는 바다를 놓아두라./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같은 잔을 마시지 말라./서로에게 빵을 주되 같은 빵을 먹지 말라./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화음을 내면서도 혼자이듯이/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서로의 가슴을 주되 그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오직 신의 손길만이 너희 가슴을 품을 수 있다./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 서 있고/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223쪽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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