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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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들이 투표할 때 중요하게 고려했던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는 토론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 선거 결과는 '신성불가침' 영역에 속하지만, 그것을 불러온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 기준과 의식은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스스로 원하는 그 무엇을 위해 선택하지만, 때로 그 선택이 소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이 언제나 합리적인 또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속아서 최선이 아닌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적절한 비판과 반성이 없으면 그런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변경할 수 없는 결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때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165쪽

대통령은 정파의 지도자로서 국가를 운영한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기본이며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이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파의 성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비난한다.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대통령을 '만백성의 어버이', '왕' 또는 '국부'로 보는 견해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이 헌법상의 주권자가 된 것은 겨우 6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상의 주권자로 등장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다.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운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민족은 무려 5,000년 동안 왕의 지배를 받았다. 우리의 몸에는 그 5,000년의 삶이 만들어낸 문화유전자가 있다. 그 문화유전자는 자꾸만 대통령을 만백성의 어버이로 보게 만든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제한된 권력을 행사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정파의 지도자로 보는 헌법 해석은, 이 문화유전자가 생성해내는 낡은 의식과 충돌한다.

이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할수 없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나오기도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198쪽

노무현 대통령이 일으켰던 국민들과의 정서적,정치적 분화가 주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사회적,정치적 계약의 산물로 보았기 때문에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재신임, 사임, 임기단축 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지율이 너무 낮은 대통령이 계속 재임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에게 좋은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제한된 권력을 가진 민주공화국 대통령으로서 언론, 사법부, 헌법재판소, 선관위, 정당 등 다른 권력기관과 수평적인 다툼이나 권한쟁의를 벌이면서 서로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그렇게 행동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것이 대통령답지 않은 언행이라고 생각했다. 보수언론과 싸우고 검사들과 논쟁하고 선관위나 헌재와 대립하고 여야 정당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것은 하늘이 내린 운명처럼 무거운 것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소명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209쪽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낮았던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의 어느 대통령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직은 분명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국민과 맺은 계약의 산물이지만, 예전의 대통령은 운명이 맺어준 만백성의 왕처럼 말했다. 고은 시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처지가 안타까웠던지, "위정자에게는 때로 위선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이 위선적 언어를 쓸 필요도 없고 실제 쓰지도 않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9쪽

왕국의 신민에게는 자애로운 '국부'와 '국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화국의 주권자에게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필요할 따름이다. 우리 마음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대통령이 왕으로 생각하는 견해는 우리의 문화유전자 안에 남은 침팬지의 그림자일 뿐이다.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런데 헌법적, 법률적 제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5년 계약직답게 행동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을 왕처럼 생각하는 백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어서 인기를 잃는다. 사실은 계약직 공무원이면서 마치 왕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은 권력 오남용을 거부하는 시민의 저항과 비판에 부닥쳐 인기를 잃는다.

우리 사회가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211쪽

항간에는 장관에 대한 오해가 제법 많다. 장관이 되고 나서 제일 자주 들은 말이 이런 것이다. "좋겠다. 이제 평생 연금 받게 되잖아."

그런데 장관 연금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직업공무원을 하다가 장관이 된 사람이 퇴직한 다음에 공무원연금을 받을 뿐이다. 장관을 지냈으니 연금액이 다른 사람보다 많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다가 장관이 된 사람은 재임 기간에만 공무원연금에 가입한다. 최소 20년 가입해야 공무원연금을 받을 자격이 생기니 퇴임할 때는 재임 중 납부한 공무원연금 기여금을 일시불로 돌려받는다. 퇴직 위로금 비슷한 느낌이다.

......

어느 날 택시를 탔더니 기사분이 흥분해서 내게 말하기를, 대통령이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되도록 많은 '꼬붕'들한테 연금을 챙겨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뒷자석에 앉은 고객이 전직 장관이라는 걸 알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말끝에 예의 후렴구 붙이는 걸 빠뜨리지 않았다. "도둑놈들!" 그런게 있다면야 개인적으로 노후가 얼마나 편안할까마는, 그렇게 불합리한 제도가 있을리 없다.
-228쪽

재직 중에는 관사로 이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시장이나 도지사들은 관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장관은 관사가 없다. 국무총리는 관저가 있다.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도 특별한 보안과 의전의 필요성 때문에 관저가 있다. 하지만 다른 장관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국회의원을 겸직한 장관은 월급을 둘 다 받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았다. 아니다. 둘 가운데 하나만 받는다. 장관 연봉이 국회의원보다 500만 원 정도 많고 또 국회의원 일은 사실상 개점휴업이기 때문에 누구나 장관 월급을 선택한다.
-229쪽

국회의원들에게, 기자들에게, 공무원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다. 근거 없는 오해나 부당한 비난을 받을 때에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고 묵묵히 일했다.

참고, 참고, 또 참는 삶은 때로 고통스러웠지만 또 그만 한 보상이 따랐다.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35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스페인 예수회 신부님의 말씀을 남몰래 암송했다. 벨타사르 그라시안이 쓴 글을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편집한 책 [세상을 보는 지혜]에 나오는 말이다.

- 어리석은 자를 견딜 줄 알라. 똑똑한 자들은 언제나 참을성이 없다. 지식이 많을수록 참을성은 줄기 때문이다. 통찰력이 큰 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제일 우선해야 할 삶의 원칙은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이며 지혜의 절반은 거기에 달려 있다. - -246쪽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 피터의 원리 -
-243쪽

피터의 원리를 뒤집으면 해결책이 나온다.

- 모든 위계조직에는 아직 자신의 무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


......

집권 세력과 장관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인정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자기의 영혼을 감춘다. 하지만 믿고 불러내면 공무원들은 영혼을 보여준다. 공무원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영혼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261쪽

그런데 인문사회 분야 책을 쓰는 프리랜서 저술가는 높은 소득을 기대하지 않는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살아가는 데 늘 무엇인가 조금씩은 부족하다. 지식소매상은 '결핍'과 더불어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결핍은 때로 삶을 불편하게 하지만 꼭 나쁘지만 않다.

프리랜서 글쟁이로 살아가는 것은 새해 첫날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 다가올 한 해 동안 자기가 얼마의 돈을 벌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독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많은 독자를 불러 모을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민한다. 그러나 잘 팔리는 책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다른 것도 아닌 '지식'을 파는 사람으로서의 알량한 자존심이, 그 책이 독자의 교양 향상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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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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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서 장기적인 남성 배우자를 고를 때 남성이 가진 자원에 대한 여성의 배우자 선호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첫째, 인간의 진화 역사를 통해서 남자들이 자원을 모으고, 지키고,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둘째로, 남자들이 자원을 구하는 능력과 그 자원을 여자와 자식들에게 투자하려는 의향이 제각기 달라야 했다. 만일 모든 남자가 똑같은 양의 자원을 가졌고 그 자원을 투자할 의향 역시 같았다면, 여자들이 이러한 자질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고정불변한 상수는 짝짓기 결정에 무관하다. 셋째, 한 남자에게 머무름으로써 받는 이득이 한꺼번에 여러 남자를 거느림으로써 받는 이득보다 커야 했다.
-60쪽

하지만 매일매일 대중 매체에서 쏟아지는 이미지가 우리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 일단의 남성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 또는 평균적인 외모를 지닌 여성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현재 사귀고 있는 상대에 대한 헌신 정도를 조사했다.

안타깝게도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본 남성들은 자신의 실제 애인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대답한 데 반하여, 평균적인 외모를 지닌 여성의 사진을 본 남성들은 자신의 애인이 매력적이라 답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본 남성들은 사진을 보기 전에 비해서 자신의 실제 애인에게 진정 헌신할 마음도 많이 줄어들었고, 애인에 대한 만족감도 떨어졌고, 애인을 별로 소중하지 않게 여기게 되었고, 친밀감도 감소했다고 답했다.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누드모델들의 사진을 남성들에게 보여준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즉 사진을 본 남성들은 실제 애인에 대한 애착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137쪽

이러한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광고 이미지의 비현실적인 속성 때문이다. 광고에 나오는 극소수의 매력적인 여성들은 수천 명에서 추려진 사람들이다. 게다가 많은 경우 그렇게 선택된 모델을 놓고 문자 그대로 수천 번 촬영을 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보이>는 잡지 중간에 실리는 큰 브로마이드 사진을 얻기 위해 약 6,000장의 사진을 찍어 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천 장의 사진들 가운데 단지 몇 장만이 광고나 잡지 사진으로 추려지는 것이다.

그러니 남성들이 보는 결과물은 가장 매력적인 배경을 뒤로 한 채 가장 매력적인 포즐르 취한 가장 매력적인 여성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진이다.
-137쪽

많은 사람들이 미는 임의적이며, 아름다움은 살갗 한 꺼풀의 깊이에 불과하며, 문화에 따라서 외형에 두는 중요성이 엄청나게 다르며, 혹은 미에 대한 서구의 기준은 대중 매체, 부모, 문화, 기타 다른 사회화 요인들에 의해 세뇌당해 생겨났을 뿐이라는 이상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에 대한 기준은 임의적이지 않다. 미에 대한 기준은 젊음과 건강, 그러므로 번식 가치를 알려 주는 단서들을 충실히 반영한다. 아름다움은 살갗 한 꺼풀의 깊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신제 깊숙이 있는 번식 능력을 반영한다. 출산을 촉진시키는 현대 의학 기술이 나이가 매우 많은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출산하게끔 해 주지만, 번식 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를 지닌 여성에 대한 선호는 오늘날에도 남성들의 마음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다. 비록 이 심리 기제는 오늘날에는 자취를 감춘 아득히 먼 조상 환경에 맞추어 설계되었지만 말이다.

-149쪽

남성의 정자량은 부부가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급격히 증가했다. 즉 격리 시간이 길수록 남편이 아내와 다시 만나 섹스를 했을 때 사정하는 정자량이 많았다. 부부가 함께 살며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100퍼센트 함께했을 때 남편은 한번 사정시 3억 8900만개의 정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살더라도 실제로 같이 지낸 시간은 5퍼센트에 불과했을 때 남편은 한 번 사정시 7억 1200만개, 즉 거의 2배나 되는 정자를 방출했다.

부부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아내가 혼외정사를 저질러서 다른 남성의 정자가 아내의 생식관 안에 있을 가능성이 있을 때 남편이 사정하는 정자량은 증가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인간이 진화 역사를 통해 찰나적인 성 관계와 혼외정사를 꾸준히 해 왔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157쪽

찰나적인 성 관계에 대한 남성들의 전략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심리적 단서는 독신자 술집에서 밤이 깊어 감과 동시에 매력도의 판단이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독신자 술집에서 137명의 남성과 80명의 여성에게 밤 9시, 10시반, 그리고 12시 등 세번에 걸쳐 술집 안에 있는 이성들의 매력 정도를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남성들은 여성들을 점점 더 매력적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9시에 행해진 매력 정도의 판단은 5.5점이었지만 12시에 행해진 판단은 6.5점 남짓으로 증가했다. 남성의 매력 정도에 대한 여성의 판단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했다. 그러나 술집 안에 있는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판단은 남성들이 여성을 판단한 것에 비하면 낮았다.

여성들은 술집 안에 있는 남성들을 밤 9시에는 딱 평균인 5.0점에 약간 못 미치게 평가했으며, 문 닫을 시간이 가까울수록 조금씩 증가해 자정에는 단지 5.5점에 이르렀다.
-172쪽

우리의 짝짓기 전략이 여러 전략들을 복잡하게 수록한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훨씬 더 많은 힘을, 훨씬 더 폭넓은 융통성을, 그리고 우리의 운명에 대한 훨씬 더 강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세부 사항을 길게 나열한 짝짓기 메뉴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지, 단 하나의 변화 불가능한 전략에만 속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접하는 특정한 상황에 맞추어 우리는 우리의 짝짓기 전략을 변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조상들은 꼼짝없이 감수해야 했던, 찰나적인 성관계가 주는 손실의 상당부분을 오늘날 우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달라진 생활환경 덥군에 겪지 않아도 된다.

-196쪽

요컨대 여성의 질투는 배우자의 투자가 다른 여성에게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촉발되는 반면, 남성의 질투는 배우자가 다른 남성에게 성적 혜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주로 촉발된다.

.......

무려 83퍼선트에 달하는 여성이 애인의 정서적 부정을 더 불쾌하게 여겼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에는 겨우 40퍼센트가 그와 같이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조적으로 남성의 60퍼센트가 애인의 성적 부정을 더 불쾌하게 여긴 반면, 여성의 겨우 17퍼센트가 그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260쪽

유감스러운 결과 중 하나는 남성은 여성이 성폭력을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지를 흔히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남성에게 성폭력이 여성에게 가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짐작해 달라고 했더니, 남성은 그 영향을 7점 척도상에서 겨우 5.80점이라 답했다. 이는 여성 자신이 기록한 6.50점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였다.

............

반면에 여성은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이 남성에게 얼마나 고통을 안겨 줄지에 대해 과대평가한다. 여성은 이를 5.13점, 즉 중간 정도로 남성에게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남성 자신의 평가가 겨우 3.02점인 것과 극히 대조를 이룬다.
-293쪽

남성의 경우 번식 자원이 여성보다 더 쉽게 분할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성은 오직 한 남성에 의해서만 임신할 수 있으므로 그녀의 번식 자원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다. 동일한 기간 동안 남성은 두 명 이상의 여성에게 자기가 가진 자원을 분할할 수 있다.

남성이 자기감정을 털어놓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소 건조하게 애정 관계에 투자함으로써 다른 여성이나 목표를 위해 쓸 수 있는 자원을 확복하기 위함이다.

-297쪽

남성들이 감정적으로 인색하다고 여성들이 불평하는 한편, 남성ㄷ르은 여성들이 너무 감정적이고 기분을 종잡을 수 없다고 불평한다.

데이트 중인 남엉의 약 30퍼센트가, 그러나 데이트 중인 여성에서는 겨우 19퍼센트가 애인의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불만스러워 한다.

이 수치는 결혼한 지 1년된 남편들에서는 34퍼센트로 상승하고, 4년 된 남편들에서는 49퍼센트로 상승한다.

아내들 사이에서는 겨우 25퍼센트만이 같은 불평을 늘어놓는 것과 대조적이다.

-298쪽

다른 정황적인 증거들도 남성이 잠재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단서들이, 즉 성적인 이끌림과 연관된다고 알려진 신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이야기 한다.

여성의 피부 빛깔은 월경 주기에 걸쳐 변화하며 배란기에 가장 엷어진다. 또한 배란이 가까워 오면 피부 아래 혈관이 팽창하여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이 '빛나는' 것처럼 주관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여성은 또한 배란기에 가슴이나 귀와 같이 부드러운 조직들이 더 대칭적으로 변한다. -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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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구판절판


자녀를 공부시켜 가난을 벗는 시절이 있었다. 그 모형은 어느덧 과거형이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의 75.1%가 사교육을 받았다. 이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원이다. 성적이 상위 10%인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7.7%에 육박한다. 하위 20%는 절반이 사교육을 못 받았다.

갈수록 계층 간의 벽이 견고해진다. 식당 아줌마의 아들딸들이 다시 식당일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다시 비정규직 노동의 수렁에 빠진다.

가난한 중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낙오'하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까? 약해지는 육신을 고된 노동은 봐주지 않는다.
-58쪽

빈곤을 쳇바퀴 도는 '뫼비우스의 띠'는 영철의 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직 한달 동안 A마트에서 지냈을 뿐인데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끝없이 들었다. 끝없이 여기에 적을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면 오직 한가지 법칙만 통한다.

미래는 과거에 의해 무력화된다.
-122쪽

식약청 단속반의 현미경에 잡힌 그 미생물은 돼지를 기른 사람, 도축한 사람, 포장한 사람, 보관한 사람, 그리고 진열한 사람을 거치며 증식했을 것이다. 포장지에 찍힌 유통기한에 따라, 정해진 보관온도 아래, 밀봉된 돼지고기를 목이 쉬도록 구워가며 팔았을 뿐인 마트 노동자에게 그 일은 불가항력이다.

식약청이 제 할 일을 하고, 업주가 제 사업의 활로를 찾는 동안, 마트 노동자는 제 하던 일을 통째로 잃어버린다. 영업정지 처분은 먹이 사슬을 따라 마트 노동자의 실직으로 가중처벌된다. 식약청 단속으로 문을 닫게 된 대형마트는 지끔껏 없었다.

그런데 오늘 집어간 돼지고기에서 대장균과 타르와 아질산염이 검출되면, 내 이익 누가 지켜줄까?

......

투명인간이 되어 마트에서 일한 뒤에야 나는 의자가 절실한 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몸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129쪽

'노동'의 목적이 노동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종종 헷갈린다. 밤 9시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면 항상 10가 넘어싿. 들어가면 대체 할 수 있는게 없다. 8시간 뒤엔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말곤 없다.

막장 노동자의 여가가 더 적은 이유가 있다. 대체로 일터가 멀다. 공장은 더 값싼 부지를 찾아 점점 더 멀리 간다. 본래 내가 사는 경기 성남의 공단 역시 도시의 가장자리에 있어, 거주 시민들도 보통 40~50분 통근 시간을 감수해야 했으나 이마저도 하나둘 근처 광주로 이전했다. -272쪽

밤 9시 퇴근을 알리는 종이 친다. 여기저기서 "휴~" 소리가 낮게 퍼진다. 오늘 산 자는 내일 다시 온다. 일을 그만둘 즈음 새벽은 차가와졌다.

출근길마다 보았다. 새벽이 사람을 깨우지 않는다. 사람이 언제나 새벽을 깨운다. 그런데도 악몽을 좀체 깨지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답을 알수 없으나 그 몫은 위정자에 달렸고 경영진에 달렸으며, 나머지가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273쪽

독자 : 많은 이들이 그 구조를 넘어서는 길을 찾아주기를 기대하더라.

안수찬 : 기사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이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생각을 오래 품다 보면, 막상 그렇게 살게 되었을 때 그 부당함을 절감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대안을 보고 싶다는 독자도 있었는데, 굳이 변명하자면, 교육.빈곤 대물림.일자리.실업복지.주택.육아.의료.노조 등을 한 두름에 꿰뚫을 수 있는 간단하고 강력한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해 풀어나가는 건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임인택 : 쉬운 완결을 제시받고 위로받으려는 일종의 '대안 콤플렉스'가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일한 공장에는 오후 5시 30분 때때로 퇴근버스가 없었다. 대안은 '퇴근버스를 만들라'다. 그런 걸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동 OTL'자체가 1차적인 대안이다.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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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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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가 가진 힘을 직접 맛보시라....묵직한 감동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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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이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신호의 비밀
오기 오가스 & 사이 가담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절판


여자들의 생물학적 장식은 여자들에게만 있는 특이한 성분인 '지노이드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노이드 지방은 임신과 수유를 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해준다. 여자들에게도 남자들처럼 안드로이드 지방이 있기는 하다. 단, 지노이드 지방은 자녀를 양육할 때만 활용되는 반면, 안드로이드 지방은 일상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또 안드로이드 지방은 몸통과 복부, 그리고 체내에 쌓이는 반면, 지노이드 지방은 가슴, 엉덩이, 허벅지에 저장된다.

여자들의 몸이 이 지노이드 지방을 최대로 모으는 때는 바로 사춘기이다. 그래서 10대 소녀들의 몸이 그렇게 근사한 것이다. 생식과 관련한 여자의 장기적 가치는 에스트로겐과 지노이드 지방을 바탕으로 한 이 생물학적 장식물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는 만큼, 남자들에게는 어린 나이에 그러한 생물학적 장식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강력한 시각적 신호로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에스트로겐 성분이 발의 성장을 제한한다는 증거가 나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은 발은 여자의 건강과 이후 순탄한 자녀 양육을 알리는 또 하나의 간접적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18쪽

남자들의 성욕 소프트웨어 역시 다양한 시각적 신호에 융통성 있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설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찾게 되듯이, 남자들 역시 젊은 시절 자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자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각인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이상적인 초콜릿이라는 관념을 미리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 것처럼, 남자들도 이상적인 가슴에 대한 '시각 틀'을 미리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보다 수많은 초콜릿이 달콤함이라는 미각 신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남자의 두뇌는 '가슴'이라는 시각적 신호를 가진 각양각색의 자극에 융통성 있게 반응한다. 따라서 여체의 자극에 일찍 노출되었는데 그것이 남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시각적 신호에 부합할 경우, 신체 부위에 대한 실로 다양한 기호가 생겨날 수 있다.
-122쪽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대형 제약 회사들은 전략을 바꾼 상태이다. 성욕 장애를 약으로 해결하려면 두뇌 자체에 약효가 있어야 하고, 또 의식적인 기제와 연관되어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비아그라를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 성욕 개선제로 가장 촉망받는 약도 다른 질환을 치료하려다 우연히 만들어졌다.

독일의 제약 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원래 효과가 빠른 항우울제를 만들려고 했다. 일명 플리반세린이라고 하는 그 약은 임상 실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는데, 그것이 여성 피험자들의 성욕을 급격히 향상시킨다는 것을 연구진이 밝혀낸 것이다.

그렇다면 폴리반세린이 목표로 삼은 것은 두뇌의 어느 부분이었을까? 바로 감정의 '의식'처리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여자들의 몸이 아니라 의식적인 정신을 자극함으로써 작용하는 셈이다.
-141쪽

왜 여자들은 몸과 마음이 이렇게 따로 노는 것일까? 남자와 섹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여자는 장기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식의 고려는 의식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소프트웨어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섹스를 하면 여자는 본질적으로 삶을 뒤바꾸는 투자를 감행해야 할 수도 있다.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 젖을 먹이고 10년이 넘게 양육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엉뚱한 작자와 섹스를 했다간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남자가 그녀를 버리면 홀로 아이를 키우며 온갖 고초를 헤쳐가야 할 수도 있다.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잔악한 사람이라면, 그녀나 이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 약하거나 무능력한 사람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위협이 닥치는 상황에서 그녀를 지켜주지 못할 수 있다.

-142쪽

따라서 이 모든 잠재적 리스크를 신중히 감안해 조심히 체로 걸러야만 하는 것이 여자의 성욕이다......모계의 조상들이 대대로 충동의 가지를 끊이지 않고 쳐낸 결과 여자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정교한 신경 소프트웨를 두뇌 속에 지니게 되었다. 이 시스템으로 여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많은 정보를 밝혀내고,정밀하게 조사하고, 평가한다. -143쪽

10대 여자 아이 가운데 친구에게 매일 휴대전화로 전화하는 아이들은 59퍼센트에 이르는 반면, 남자 아이들은 그 비율이 42퍼센트에 불과하다.

사회성을 담당하는 탐정은 주로 전전두엽을 비롯해 두뇌의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다. 전두엽에서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여자들이 더 크며, 사춘기 동안에도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이 이 부분의 성장이 빠르다. 또 여자들은 언어의 중추와 피질 하부의 보상시스템이 더 잘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말하는 활동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큰 보상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여자의 두뇌는 대뇌피질 두 개의 연관성이 더 좋아서, 일부 신경학자드은 이를 보고 여자의 두뇌가 더 효과적으로 언어를 처리하고 조성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성 장애인 자폐증은 남자들이 앓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장래가 촉망되는 한 연구자는 두뇌가 '고도로 남성화'되는 바람에 자폐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남자의 두뇌에는 사회성 소프트웨어가 덜 발달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152쪽

그렇다면 여자의 두뇌는 왜 이렇게 매사에 조심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여자들은 자손을 생산할 확률이 아주 높다. 실제로도 오늘날 인구의 조상은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두배가 많다. 인류 역사 전반을 보면 여자는 80퍼센트가 자손을 생산한 반면, 남자는 40퍼센트밖에 자손을 생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DNA분석 결과 밝혀졌다.

이는 상당수 남자가 여러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뜻도 되지만, 남자 가운데 절반도 넘는 사람들이 자식을 '하나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155쪽

남자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매사에 조심할 경우 자녀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옛날에 살았던 남자들은 대부분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상이 아니다. 다 자신이 살던 때에 대가 끊긴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이 자손을 생상한다는 것은 위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배를 타고 미지의 곳을 향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물에 빠져 죽거나 살해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웬만해서는 자식을 낳지 않게 된다. 우리는 위험을 감행한 남자들의 자손인 셈이다.

한편 여자들의 경우에는 역사 대대로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자식 생산의 생물학적인 구조로 봤을 때 여자가 미지의 세계로 배를 타고 나가는 등의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야만인들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고, 병에 걸릴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친절하게 지내며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면 남자들이 알아서 찾아와 섹스를 부탁할 것이고, 아기를 낳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남는 문제는 바로 그 중에서 최선을 고르는 것이었다.
-156쪽

크럼(미국 만화가)은 로맨스 소설을 한 번도 안 읽어봤던 것이 분명하다 로맨스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여자들은 단순히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남이지만 '자기에게만큼은' 착하게 구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자들은 로맨스 남자 주인공들이 코코넛 같기를 원하는 것이다. 겉은 딱딱하고 저칠지만 안은 부드럽고 달콤한 그런 사람 말이다. 하지만 껍질 속의 그 달콤한 열매를 아무나 맛볼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여주인공만이 그 단단한 껍질을 부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은 다른 모두에게는 얼마든지 난폭해질 수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주인공에게는 ㄴ부드럽고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187쪽

진화의 독특한 협상 속에서 남자들이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여자들이 다른 동물의 암컷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숙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의 두뇌와 고환은 모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암컷들이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할 경우 수컷들의 고환이 커지고 두뇌는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은줄무늬윗수염박쥐의 경우 고환이 몸 전체 무게의 8.4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비해, 남자들은 이 비율이 1퍼센트에 그친다. -193쪽

한편 남자들은 흥분을 일으키는 데 어떤 한 가지 신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패티시즘이 여자들보다 남자들 사이에서 훨씬 흔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대개 여자들에게는 흥분이 일어나는데 꼭 필요한 한 가지 신호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남자가 기가막히게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돈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외과의사라면 충분히 흥분을 느낄 수가 있다. 또 그가 가난한 제비족이라 해도 섹시한 데다 기막히게 멋진 알파나남으로서 한 여자에게만 주체하지 못할 열정을 보인다면, 그 역시 역치를 넘어서지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의 두뇌 소프트웨어가 '또는' 연산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남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흥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성욕과 관련한 융통성이 그다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여자들의 두뇌가 '그리고' 연산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은 여자들의 성욕 가소성이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228쪽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여자들의 성욕이 지닌 가소성에 처음으로 주목한 과학자 중 하나로서 이렇게 강조한다. "여자들의 성욕은 남자들의 성욕보다 가변적이어서 사회적,문화적,상황적 요인에 따라 다양성을 보인다.

하지만 '그리고' 연산이 작용한다는 것은 여자들이 쉽사리 흥분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족되어야 할 신호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임상심리학자들이 만나는 성욕 및 오르가즘 장애 환자 중에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것도 여기에서 주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특별히 얽매이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성적으로 흥분할 때 좀 더 융통성을 보인다. -229쪽

만일 남자들의 시각적 신호가 뉴런의 신체 지도에 연결되어 있는 성적 관심사의 영역으로써 생기는 것이 정말 맞는다고 하면, 왜 게이들은 탄탄한 가슴에 관심을 갖고 이성애 남자들은 풍만한 가슴에 관심을 갖는지 설명된다.

모든 남자는 자기가 가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때 어떤 '종류'의 가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성별 신호가 이 과정에서 중대한 역항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어날 때 성별 신호가 여성성 쪽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이 신호가 관심 영역을 알려주어 여자의 해당 신체 부위를 쳐다보게 만든다. 반면 성별 신호가 남성성 쪽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이 신호는 두뇌에 남자의 해당 신체 부위를 쳐다보로독 지시한다.

시각적 신호에 이렇게 융통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남자들이 그토록 다양한 남녀의 가슴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해명해준다. -258쪽

남장의 시각적 신호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문화가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미인과 아프리카인이 좋아하는 엉덩이와 미국인과 아일랜드인이 좋아하는 엉덩이가 그토록 크게 차이 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본래부터 엉덩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지만, 정확이 어떤 종류의 엉덩이를 좋아하는냐는 문화마다 다르다. 즉 여자들 몸이 속해 있는 문화에 따라서는 물론, 몸을 보여주는 문화의 방식에 따라 선호가 달라진다.
-259쪽

여자들이 배란 주기에서 임신할 수 있는 날은 고작 5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포유류 암컷이면서도 특이하게 불임 기간을 모두 포함해 배란 주기 내내 섹스를 할 용의를 보인다.

생물학자들은 불임기간에도 섹스를 하려는 여자들의 이런 의사를 '확장된 성욕'이라 부른다.

많은 종족의 경우, 이 확장된 성욕은 자연선택에서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여자들이 섹스를 담보로 남자들에게서 갖가지 자원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침팬지 암컷이 배란 주기 때 엉덩이를 빨갛게 부풀려 성욕을 표시하는 것은 약 12일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임신할 수 있는 날은 3일에 불과하다......더 정확히 말하면 암컷의 엉덩이가 부풀어 있는 내내 교미는 수컷이 요구하지만, 임신 가능성이 낮은 남ㄹ에는 암컷들이 먼저 교미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수컷이 교미를 요구할 때도 덜 저항한다. 다시 말해 임신할 가능성이 없을 때 암컷이 성적으로더 적극적인 것이다.
-281쪽

확장된 성욕으로 인해 암컷들은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여자들이나 그녀들의 자매 유인원들 모두 배란 기간에 두가지의 전혀 다른 '양상'으로 성적 관심사를 나타낸다. 그래고 양상이 달라질 때마다 성호하는 성적 신호도 달라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배란 기간에는 '단기적 관심사'가 나타나는 반면 비배란기에는 '장기적 관심사'를 드러낸다....배란기가 아닐 때 여자들은 음식, 보호, 자녀 양육 등과 같은 비유전적인 이득을 제공해줄 용의와 능력이 있는 남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배란기가 되면 미스 마플은 돌연 단타 매매자로 변모한다. 이제는 외모가 출중하고 사회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들을 특별히 더 선호하는 것이다.
-283쪽

일련의 뇌 영상법 연구에 따르면, 여자의 두뇌가 남자의 시각적인 외관을 처리하는 속도는 남자의 두뇌가 여자의 외관을 처리하는 속도와 똑같다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외관을 접하면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피질 하부의 회로가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이 반응이 섹스를 원하는 의식적 욕망으로 변하기 전에 먼저 탐정 사무소의 개입이 일어난다.

여자의 두뇌에 작용하는 '그리고' 연산 때문에 탐정 사무소는 다른 요소들을 따지게 되고, 그리고 나서야 여자들은 비로소 주관적 흥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에 이른다. 여자 중에서 이미지 하나만 보면서 자위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자들이 성적인 상상력의 날개를 펼칠 수 있으려면, 턱시도 차림의 이 방탕한 남자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순진무구한 남미 하녀의 치마를 들치고 있는 것인지 그 심리적인 신호부터 갖춰야 한다.
-292쪽

그런데 여자들에게 막강한 힘을 발위하는 시각적 신호 중에 테스토스테론과 관계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키'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큰 키는 NFL이나 NBA에서 큰 키가 하는 역할과 똑같은 듯하다. 키가 크다는 것은 신체적 경쟁에서 다른 남자를 더 잘 앞지를 수 있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294쪽

"BSDM의 핵심은 자진해서 권력을 주고 받는데 있어요." BSDM의 열렬한 여성 애호가 티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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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자는 존경과 신뢰에서 우러나 지배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거예요. 이런 권력 부여를 '선물'이라고 하고요." BSDM에서 이렇게 권력이 핵심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개인전용 속박 클럽의 이름에 권력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여실히 드러난다. -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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