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신정길 옮김 / 서돌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교세라라는 세라믹 전문 회사로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이다.  

그러한 기업을 일구어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경영의 신이라 불리우는 저자가 더욱 위대한 것은 그러한 업적을 이뤄낸 것이 다름아닌 스스로의 언행일치를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그가 이 책을 통해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가만히 읽고 음미해 본다면, 일이라는 것이 하나의 밥벌이 수단을 뛰어넘어 자신의 전체 인격을 연마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원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그러한 망해가는 공장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연구를 해야만 하는 초임 연구원. 그가 그러한 어려운 환경을 뛰어넘어 회사를 설립하고, 맨땅에 해딩하면서 신제품 수주를 받아오는 이야기 등은 어쩌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초기설립 및 발전과정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그닥 감동을 받지 못했다.  

또한 대기업의 잔혹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그러한 납품단가 요구에 대하여서는 새로운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이라는 손을 벨정도의 노력을 통해 그러한 요구에 맞춰간 결과, 지금의 교세라가 되었다는 이야기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과 하청업체 혹은 협력기업과의 흔한 이야기여서 그닥 유세스럽지도 않았다(사실 좀 짜증나는 부분이다.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무자비한 경쟁을 통한 납품단가 요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단가인하 요구에 대해선 좀 합리적인 항의라도 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갑과 을이 서로 이야기를 합리적으로 할 수 없는 무한 경쟁세상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쩝...모순인가).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여전히 자신의 업으로 알고, 그걸 즐기며 그 문제와 제약들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노력과 태도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현업에서 자신의 말을 뒤집지 않고 묵묵하게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야말로 구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뱀발......역자의 후기가 마음속 거문고를 울렸다. 바쁘신 분이라는 역자 후기만이라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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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제프리 페퍼.로버트 I. 서튼 지음, 안시열 옮김 / 지식노마드 / 2010년 1월
절판


지식경영의 기존 문헌과 실무에 만연하는 두 번째 문제는 지식을 철학이나 가치관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명시적인 유형으로 개념화하는 것이다.

지식문제의 전문 저자인 돈 코헨이 말했듯이 "영어에서 'knowledge'라는 명사는 지식이 독립적 객체 또는 축적물로서 위치가 정해질 수 있고 조작될 수 있는 사물thing임을 암시한다. 따라서 마치 지식을 포착하고 배포하고 측정하며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그 대신 동명사 'knowing'은 아는 자들의 행동인 동시에 아는 자들로부터 분리가 불가능한 프로세스임을 암시한다.

조직 내 지식이라는 분야에서 저명한 어느 일본 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요점을 포착했다. "지식이 녹아든 곳은 공유공간들인데, 그곳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숙고함으로써 지식을 획득한다. 지식은 무형이다."
-42쪽

앞서 말했듯이 똑똑하게 말하기와 많이 말하기를 강조하는 현실이(처음에는 교실에서 나중에는 직장에서) '말은 지금, 행동은 나중'이라는 널리 퍼진 암묵적 믿음을 반영해주는 것 같다.

이 믿음은 마치 '올바른 일에 대해 우리가 말을 하는 한, 우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쓰고 있으며, 앞으로 실제 올바른 일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시간은 지혜롭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티브 마리우치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풋볼 팀의 수석 코치로서, 어느 연설에서 그가 알고 있는 모든 팀에서 반복해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어떤 플레이를 설계하고 연습해야 하는지, 어떤 새로운 코칭 기법이나 연습 계획을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지만,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마리우치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결코 시계를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때를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때가 지금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것을 할 때이다."
-82쪽

리건은 문제를 무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행을 가로막고 선 실재 장벽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들은 모든 실재하는 문제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진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기보다는 반대로 문제를 새 틀에 끼워 넣었다. "그래서 이제 질문은 여러분이 방금 그렇게 명료하게 기술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제품을 도입할 것인가 말것인가라는 틀이 아닌, 실재하는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어ㄸ허게 제품도입을 완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틀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자, 본부장들은 방금 파악했던 장애물들을 뛰어넘는 방법들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지식을 행동으로 바꾸는 조직들은 절박함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문제나 장애물을 무언가를 하지 않을 이유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조직들은 어떻게 일을 해낼 것이가라는 새로운 틀을 통해 문제를 다시 바라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단점과 함정 그리고 역경을 예견하는 지혜, 바로 다른 조직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고 말만 하고 발을 빼는 지혜를 디딤돌로 삼고 행동을 개시한다.
-103쪽

U.C 버클리 경영대학원의 배리 스토 교수에 따르면 적어도 처음에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자신이 아는 최선의 방법과 그때까지 해왔던 방식에 더욱 매달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동시에 이러한 외부 위협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도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시도를 한다 해도, 걱정으로 인해 학습이 어려워진다.

스토는 이것을 위협경직효과라고 부른다.

위협과 난관이 사람과 기업들로 하여금 과거에 했던 방법대로 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더욱 더 생각 없이 예전에 해오던 행동에 휘말리게 한다.

......

회사가 늘 올바르게 일을 잘 해왔고, 현재가 과거를 닮아있을 때는 쪼그리고 앉아 회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어도 처음에는 익숙한 옛날 방식들에 의존하고 미개척의 새 아이디어들은 버리려는 성향이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주춤하게 된다.
-120쪽

베이포트 경영진은 터미널을 혁명적으로 뒤바꿀 계획을 2달에 걸쳐 세웠다. 1996년 1월 3일 아침 베이포트 터미널은 역사상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원래 4교대로 24시간을 돌아가는 터미널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직원은 모두 회의에 불려 나갔다. 카일(회사 사장)이 그 회의에서 선포하고 즉각적으로 시행에 돌입한 변화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1. 교대 감독자 직위를 없앤다. 이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해운 기획자'로 불리며 배들과 바지선들을 위한 물량 흐름을 계획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2. 작업자들은 이제 책임 감독자 없이 스스로 관리하며 일을 한다. 각 작업자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며칠씩 일하면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같은 분야에서 순환근무를 한다.

3. 각 주요 분야에 지표 측정 시스템을 도입한다. 스케즐과 진척 관련 현황 정보가 커다란 게시판에 떠서 터미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146쪽

4. 경영진은 사무실에 처박혀 있어서는 안 되며, '모퉁이 사무실 정신상태(coner office mentality, 일반적으로 창이 하나 있는 사무실과 달리 두 개의 맞닿은 창문이 나 있는 코너에 위치한 사무실을 말한다. 보통 중요한 경영진들의 사무실로 배치되며,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몇몇 경영자들에게만 배치된다)'를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히기 위해 전망이 탁 트인 카일의 모퉁이 사무실과 교대 감독들의 사무실에서 번갈아 회의를 진행하며 이 문화를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카일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커다란 초록색 책상을 60달러에 경매 붙였다. 왜냐하면 카일은 '큰 책상 뒤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팀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5. 유니폼마다 '푸념금지' 패치(푸념이라는 단어 위로 빨간 줄이 그어진 작고 둥근 조각)를 바느질하여 붙일 것이다.

..... 그후 몇달 동안 카일을 포함한 경영진은 교대 때마다 교대자들의 곁을 지키며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게 했고 문제는 발생 즉시 그 자리에서 해결을 보았다. 이 혁명의 긍정적 효과는 거의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146쪽

셀라니즈의 변화는 세 가지 원칙을 보여준다. 이 원칙들은 지식실행을 위해 과거를 극복한 다른 조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그마와 미텔이 그렇다.

첫째, 사람들의 행동, 사고, 감정이 갑작스럽게 방해받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끄는 사건이 발생해서 선례 의존이 해롭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둘째,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러한 옛 방식과의 결별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행동,사고,감정의 갑작스러운 방해는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옛날 방식에 더욱 매달리려 하기 때문이다.

셋째, 명확하고 현실적인 새로운 행동 방식들이 개발,소통,이행된다. 사람들은 정보화 함께 정서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얻고 더 효과적인 새로운 관행들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비롯한 기타 자원들을 제공받는다.

선례 극복 기업 사례들에 공통되는 또 한가지의 주제는 리더들이 직원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조직 내 다른 사람들과의 위상 차이를 주이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카일도 부두에 나가 작업자들과 감독관들을 지켜보기도 하고 돕기도 했다.
-148쪽

선례와 역사 극복이 다는 아니다. 애초에 비생산적인 관습,규정,관행들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편이 훨씬 낫다. AES는 전 세계적 민간 전력 생산 업체다. 그 회사는 선례가 과도한 중요성을 절대 가지지 하고 새로운 것의 학습과 시도를 지속적으로 장려할 목적으로 여러 경영 관행들은 설계하고 의식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지식의 개발,적용을 장려하는 정책은 급진적으로 여겨질 만큼 분권적이다.

AES에는 지금도 오직 5개의 상하 계층만 있다. 직접 고용이든 조인트 벤처를 통한 간접 고용이든 간에 전 세계에 4만 명에 가까운 인원을 거느리고, 100여 개에 육박하는 발전소를 17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의사결정의 분권화는 학습을 촉진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지식을 활용할 기회와 책임이 동시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분권화는 지식의 활용도 촉진하는데 이는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149쪽

일터에서 두려움과 압박감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그로브(인텔 CEO)가 했던 말은 귀를기울일 가치가 있다.

품질 경영의 구루 W. E. 데밍은 두려움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말의 단순무식성에 문제를 느낀다. 경영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승리를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두려움은 그러한 열정을 샘솟게 하고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163쪽

균형성과기록표를 이용한 몇몇 금융 기관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첫째, 행동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측정 시스템이란 핵심 요소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히 단순해야 하고, 측정치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정해야 한다.

둘째, 측정 시스템이 사람들을 움직이는데 있어 너무 강력해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시스템의 정량적 측정 항목들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측정 항목들에 충분히 포착되지 않고 포착될 수 없는 중요한 행위 및 성과 요소들이 거의 또는 전혀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된다.

어떤 측정 시스템도 완벽하게 모든 주요 성과들을 포착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해야 하는 행위들도 마찬가지이다.

측정법은 길잡이가 되어 행동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지, 지식을 얻고 실천하는데 절실한 판단력과 지혜를 대신할 만큼 강력하게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214쪽

측정 시행에 있어서 이러한 '가벼운 접근' 방식은 새로운 상황이 등장하거나 조직 성과 향상 방식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나오는 속력을 따라 잡을 수 있을 만큼 신손하게 시스템을 바꿀 수 없을 때 더욱 중요해진다.

상황 변화와 새로운 지식의 등장과 시스템 진화의 주기가 이렇게 서로 다른 까닭에 성과 지식의 개발 및 이행을 제한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측정 시스템이 기업들에게 필요하다.
-214쪽

BP는 회사 내에서 지식과 경험이 포착되고 전파되도록 하기 우해 많은 조치들을 취했다.

첫째, '프로젝트 사후 평가를 위한 용어들과 방법론을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는데 유정 시추, 새로운 유전개발, 석유 회수 및 운송과 같은 모든 활동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은 배우는 게 목적이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비지니스 유니들 간 정보 공유와 지식 실천을 위해 네 가지 메커니즘을 도입한 것이다.

이 네 가지는 '동료보조' '동료집단' '기타 연방조직' '인사이동' 이었다.
-296쪽

동료보조는 소규모 프로젝트로서 하나 또는 몇 개의 비지니스 유닛들이 특정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다른 비지니스 유닛에 소속 직원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때 해결이 필요한 가장 흔한 문제는 기술적 문제였다. 이 관행은 몇 가지 긍정적인 혜택을 주었다.

첫째,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혜택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복잡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명확한 지식 뿐만 아니라 암묵적 지식과 스킬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 지식이 전파되었다. 이것은 기술적 스킬들을 게재하는 인트라넷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지식 전파 과정에 사람들을 실제로 개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둘째, 경험자가 필요한 현장에 직접 경험자들을 보냄으로써 동료 보조 프로젝트는 비지니스 유닛 리더와 실무자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계층 문제를 뚫었다.
-296쪽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이 비지니스 유닛의 리더들이 자기 유닛의 핵심 인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유닛으로 전출되는 걸 허락하고 심지어 권장하기까지 했을까? BP의 금전적 보상 시스템들이 비지니스 유닛 성과에 초첨을 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인재 공유는 언뜻 매우 일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다른 유닛들과의 인재 공유는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일시적으로 능숙한 사람들을 잃어야 하는 개별 유닛의 단기 성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인재 공유는 BP 내부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일어났다.

......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 유닛들이 왜 그토록 다른 유닛 돕기에 적극적이었는가라는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BP의 어느 경영자가 제시했다.

나는 그 어떤 동료 보조 프로젝트도 거절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혜택들 때문이었다.

첫째, 선의의 혜택인데 그것은 중요하다. 어느 날 나도 똑같이 남의 호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 사람들이 더 나은 모습으로 귀환하는 혜택이 있다. 그들은 떠날 때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돌아온다.
-297쪽

측정 가능한 것이 실행된다는 격언에서 회사가 많이 측정할수록 더 많이 성과를 이룩한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분실가방, 고객불평, 정시운항과 같은 결정적 측정 항목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들은 고객 만족과 항공산업에서의 성공에 핵심적이다.

AES는 공장 가동시간, 신규사업 개발, 환경안전 법규 준수, 발전소 사업 성공에 핵심적인 요인들에만 중점을 둔다.

SAS 인스티튜트는 지적 자본 사업체에서 중요한 직원 유지율을 측정한다.

기초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 관련된 소수의 측정 항목들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하고 혼란을 일으키는 무수한 측정 항목들보다 낫다.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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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요괴전 -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생태경제학 시리즈 1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9월
절판


생태계에서 도저히 살 수 없어 인간들의 세계로 밀려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모노노케 히메>의 '재앙신'은 사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존재다. 도심으로 밀려 나온 말벌 떼, 남해안을 덮쳤던 파리 떼와 겨울에도 죽지 않는 다년생 모기들, 혹은 더 잦은 주기로 아프리카에 밀려드는 메뚜기 떼 들은 생태교란 때문에 서식지를 잃고 요괴처럼 변한 존재들이다.

서울에 사는 어린이들 중에, 지방 중소도시에서 최근 자주 출몰하는 말벌 떼 이야기를 듣고선 자기는 무서워서 시골에서 못 살겠다고 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말벌들이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까지 와서 집을 짓는 일은 그들이 살던 숲이 없어졌으므로 말벌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래도 말벌들이 찾아오는 곳은 아직 생태적으로 살 만한 곳이다. 어디 서울 한복판 아파트 숲에 말벌들이 집을 짓던가?

사실 자신들은 더 못한 곳에서 살면서, 생태적으로 그나마 건전한 곳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일본 청소년들에 비해 감성적으로 메마른 것 같다.
-122쪽

이러한 도시 생태요괴들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도시, 특히 대도시 중에 대도시인 서울의 생태요괴는 겨울이면 시청 앞에 만들어지는 스케이트장에서 가끔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농도가 가장 높은 공간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은 밝은 대낮에도 그들을 느낄 수 있다. 밤에만 홛동하는 흡혈귀와 좀비와 달리, 도시의 생태요괴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으며, 특히 낮은 곳과 밝은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겨울에 시청 앞 스케이트장에서 일주일 동안 스케이트를 타면, 지방에 사는 어린이들의 폐에 1년 동안 흡착되는 정도의 미세먼지가 달라붙는다. 이렇게 낮에도 버젓이 활동하는 도시의 생태요괴들을 오래 만나면 아토피, 폐렴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병에서부터 암처럼 조금 더 심각한 병을 앓게 된다.....이런 도시의 요괴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살까? 대개의 경우는 인간의 건강을 먹고산다고 할 수 있다.
-123쪽

때때로 한이 맺힌 존재들이 도시에서 요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건 좀 많이 무섭다.

내가 들어본 중에 가장 무서운 생태요괴는 '청계천 귀신'이다. 청계천은 원래 마른 하천, 어려운 말로 '건천(乾川)'이었는데, 박정희 시절 도시화 과정에서 뚜껑이 덮인 이른바 복개하천이 되었다.

그리고 40여 년 만에 그 뚜껑이 열렸는데, 그 자리를 다시 콘크리트로 메운 뒤 그 위로 모터로 끌어온 한강물을 흘려보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원래의 청계천은? 지금의 청계천 밑에 깔린 파이프를 통해 폐수들과 함께 흘러가는, 그야말로 허접한 도시 폐수 신세가 되었다.
-125쪽

다만 내가 생태경제학자로서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딱 한 한지만 꼽자면,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라는 것은 한국, 특히 서울에서는 생태적 의미에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콤팩트 시티란 간단하게 말해서, 더 높은 빌딩을 지어 사람들을 거기 들어가 살게 하는 대신 녹지를 더 늘린 도시를 가리킨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도시에서 높은 건물을 짓는 이유는 이런 멀쩡하고 합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높은 빌딩이 있는 도시에 살면 기분 좋다는 단순한 이유, '랜드마크'라는 말로 통용되는 건물이 들어서면 땅값이 높아지는 것 같은 매우 복잡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 높은 빌딩에 '친환경'이라는 포장을 씌워진 용어가 바로 '콤팩트 시티'라고 보면 된다. -128쪽

두번째 가설(사교육이 이렇게 쎄진 것을 설명하는)은, 더 슬프다. 경제학자를 비롯해 한국의 의사결정권자이자 상류층인 자녀들이 이미 외국으로 유학 간 상황이어서 한국의 십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그들 중에 한국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에 가끔 반례에 부딪히지만, 대체로 일관성을 갖고 있는 설명이긴 하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정동영 후보가 자녀의 해외 유학에 대해 묻자 그가 했던 '자녀의 선택권'이라는 해명은, 여러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었다.)

뜨 그런 이들 중엔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는 경우가 많고, 그들과 정치적으로 반대편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 학계와 정치 엘리트의 자녀들이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요컨대 말만 좋아 공교육이지, 상층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이미 외국으로 가 있거나 특목고로 빠져나간 상태여서 나머지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삶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두번째 가설의 내용이다.
-196쪽

한국 엘리트들이 기획하고 있는 변화는 경악할 만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학벌 시스템은 18세, 즉 고3 때 치르는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하다보니까 한국의 부자 엘리트들은 어느 순간, 가난한 학생들이 부자 부모를 둔 학생들을 경쟁에서 이기는 빈도수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은 한국의 공교육이 어느 정도는 버티고 잇기 때문에, 아무리 고액 과외와 특목고를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부자들의 2세가 가난한 집 2세게에 밀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 빈도가 점점 줄고들고는 있지만, 한국의 교육은 어느 정도 기회의 균등, 즉 형평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경쟁을 13세로 낮추려고 하는 것이 부자 엄마들이 기획하고 있는 변화로, 아직 개인으로서 독립된 사유의 틀을 갖추기 전에 인생이 결정되게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해한 '국제중' 도입의 전말이다.
-197쪽

학교와 학원에서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돈이 세상의 최고다'와 '친구를 죽여라'라는 단 두 가지다. 이 두문장을 묶으면, '지면 죽는다'가 된다.

.......

운이 좋은 경우는 3년, 운이 없는 경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8년 동안 이 거대한 오케스트라에서 '악기'가 되어 철저하게 로봇상태로 길러지고, 그 결과 남는 것은 소비에 대한 욕망뿐이다. 극도로 통제된 이 공간에 인격, 협동 같은 고상한 단어는 발을 붙일 수도 없다. OECD 국가들이 대체로 강조하는 나눔이나 베풂 같은 미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기간에 한국 십대들에게 주입되는 단 한가지 코드는 '대학에 들어가면 해방이다'라는 문장이다.

물론, 이런 잔인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엄마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대학에 들어가면 해방된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그들의 기다림 뒤에는 철저하게 영혼이 사라진 로봇의 삶, 그리고 완벽한 개발요괴를 만들어내는 무한 욕망이 다가올 뿐이다.

대학에서는 '스펙 5종 세트'가 기다리고 있고, 그다음엔 세계 최고의 반생태적 경제와 토목과 건설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있는 '토건형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200쪽

한국의 시민단체를 경제 영역이라는 틀에서 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추정되며, 전체 고용율의 5% 정도가 지역복지 활동을 포함해 활동가들이 담당하는 경제 영역에 해당한다.

중앙형 단체가 됐든, 중앙과 전혀 상관없이 지역에서 움직이는 분산형 조직인 풀뿌리 조직이 됐든, 이 비중이 30% 정도 되는 순간이 한국이 실절적으로 선직국이 되는 순간이며, 동시에 국민경제의 생태적 전환이 이루어지는 순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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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코드 - 강준만의 즐거운 책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9월
절판


24시간 사회가 대한민국 내부에 큰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24시간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에 관한 것이다.

최석호, 김영선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된 24시간 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이 일상화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불과 40년 전 미국의 탈산업사회론자들은 산업의 중심성이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이동하고,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여가시간은 늘어나면서, 여가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것은 여가사회가 아니라 소비사회였다. 이제 우리는 이전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면서 빚을 진다. 그리고 그 카드빚을 갚기 위해서 또 다시 일터로 발길을 돌린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과 소비의 악순환이라는 덫에 걸려든 것이다. 이처럼 24시간 사회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감옥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66쪽

[권위에 대한 복종]이 2009년 2월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 책을 이 시점에서 보는 느낌이 묘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위에 대한 복종'은 우리 인간 삶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특히 최근의 한국사회가 바로 그 문제로 인해 중병을 앓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권교체가 천지개벽인가? 그게 아니며 아니어야 마땅하겠건만 권력의 교체에 따른 이합집산이 너무도 요란하다. 줄서기가 줄대기가 필사적이고, 맹종과 표변이 속출한다. 최고 권력 하나가 달라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달라져야 하는가.

방송계를 보자. 미디어관련번 논란에서부터 장자연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이슈들을 관통하고 있는 한 가지 흐름은 '권위에 대한 복종' 또는 '권위를 이용한 착취'다. 이에 대한 저항도 그 바탕엔 '나는 아니지만 다른 대다수 사람들의 권위에 대한 복종이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방송관련 기관, 조직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하는 현실을 전제로 한 저항인 것이다.
-68쪽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 투쟁과 노력도 이 '권위에 대한 복종'을 전제로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나쁜 권위'를 '좋은 권위'로 교체하자는 열망만 강했을 뿐, '권위에 대한 복종'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 노무현 정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은 정치적 의혹이 없는 건 아니지만 '권위에 대한 복종'에 관한 한 정권별 차이는 별로 없다는 걸 입증해주는 데엔 모자람이 없다. -69쪽

행복 바로세우기를 위해선 정치과잉도 경계대상이다....."행복이라는 관념은 프랑스 혁명 훨씬 전에 구성되기 시작했다. 고대의 모럴은 전부 혹은 거의 전부 행복에 관한 모럴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를 다시 읽어보자. 우리는 거기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릭 위한 지혜의 보고를 발견한다.......프랑스 혁명이 모든 것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정치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하진 않는다.

정치가 인간을 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생각은 없다.

정치적 결단의 결과로 삶이 좀 부드러워질 수는 있다 하더라도, 삶 그 자체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정치는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으나, 삶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 뒤통수를 한대 후려 맞은 느낌!!!--78쪽

우리의 삶에 고민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강상중은 말한다.

"자기중심의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자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적고, 자기중심중의자라는 말을 듣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자기중심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대개 타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때문이겠지요."-88쪽

하지만 정부는 노인문제 해결에 있어 노인집단이 갖는 이질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른 정년은 개인의 노화 정도나 욕구와 무관하게 60세 이상 대다수를 노동현장에서 내몰고 있다. 취약한 연금보장정책은 어르신의 삶의 자유를 제한하고, 원치않는 가족의존을 강요하고 있다. 주거형태의 다양성 부족 또한 노년기 삶의 방식ㅇ르 획일화시키고 있다. 청년기나 장년기 20년이 노년기 20년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노년기는 덤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했던 목표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의 한 구간인 것이다. 구간 구간이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다.

이런 사실을 노인과 국민 모두가 인식할 때에야 노인의 사람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희생을 통해 청,자년의 보다 나은 사람을 보장하려는 우리의 시도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102쪽

노사관계 전문가인 강수돌에게 '노동문제나 노사관계보다 생태문제로 전향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는가보다. 이런 물음에 대해 강수돌은 노동문제나 노사관계 관심이 없어졌다거나 전향한 것이 아니라 확장된 것이라며 이렇게 답한다.

"나의 모든 연구의 출발점은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길'에 관한 물음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것인가 하는 점이 내 공부의 핵심이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연구하더라도 일차적으로 나는 자본의 편이 아니라 노동의 편에 선다. 물론 노동의 편에 선다고 해서 늘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삶의 질을 드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109쪽

미국 대중 마라톤 전성기에 중산층은 4시 이후 공원으로 쏟아져 나와 달리기에 몰두했다. 종일 일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호사였다. 정준영은 '외적으로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과시는 도덕성을 강조하는 중산층의 이미지와는 다소 어룰리지 않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라톤은 이러한 모순을 성공적으로 해소한다. 달리기는 과시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세련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시라는 것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간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만을 갖추고 달리는 사람의 모습에는 그의 지위를 드러내줄 아무런 외적 표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스스로를 과실할 수 있는데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달린다는 행위 자체이고 이와 함게 그가 과시하는 몸매도 그 수단이 된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있는 이율배반, 즉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굳이 달리지않아도 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인 반면 정작 달리기를 해야 할 사람은 전혀 달리지 않는 상황이 이와 관련 있다."-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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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똑같은 텍스트를 보거나 듣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 결국 차이는 해석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해석력이란 말 그대로 주어진 텍스틀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변수로는 각자의 경험과 사고 등등 제법 많은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변수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상상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시백의 조성왕조실록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시리즈 만화책인데,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조선왕조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풀어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왜 나는 저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일까에 대한 반성아닌 반성을 무척이나 많이했다.  

3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세자 세종 이야기였다. 첫째인 양녕대군의 세자 시절의 기행과 파행이 그를 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어 셋째였던 세종이 세자가 된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한번쯤 들어 아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양녕의 파행만이 세장의 자리에서 물러난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그러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과연 그것이 절대적 이유가 될 수 없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누가 피땀흘려 이룩한 왕좌의 자리를 그러한 기행을 일삼는다는 이유만으로 물려주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러한 막나가는 형과 대비되는 착실한 이미지의 셋째가 차곡차곡 만들어 낸 준비된 왕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 훨씬 더 양녕의 몰락을 설명하는데 합당하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그러한 준비된 왕의 재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세종의 입장에서는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세자가 아닌 왕자가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그러한 시절에 세자인 형에게 꼬박꼬박 충고하고 이러저러한 간언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을까라는 현실의 녹녹치 않음을 말이다.  

뱀발....평범한 일상이 지겨우면 역사를 읽는다고 한다. 수없이 반복된 일상이 쌓여 있는 것이 역사라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상상력을 발휘한 문제의식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백번을 봐도 누가 태어나고 어찌어찌 살다가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버렸다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 외에는 읽어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독서습관에서 얼렁 벗어나야 할텐데....박시백님 홧팅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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