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CEO 읽는 CEO 1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8월
구판절판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우리의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그대가 젊어 있는 한/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 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기쁨,용기,힘의 영감을 받는 한/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

이어서....-28쪽

붙여서.....

영감이 끊기고/정신의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29쪽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50쪽

"회사에서 인정받고 빨리 승진하는 법, 뭐 이런 노하우는 없을까요? 대체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가능한 거죠?"

여기에 대한 코치의 대답이 절묘했다.

"질문 참 좋아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라는 부분 말이죠.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신 질문이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어요.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말이에요. 그 사림이 이름은 '프로(Professional)'입니다."

이때부터 그는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추하게 잘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예요."-90쪽

한 중소기업 경영자와 식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리더가 될 만한 인재를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인재발탁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노하우를 배우려고 물어봤는데, 의외로 대답이 간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그 사람에게 적용시켜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알 수 있거든요."

....프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자주 쓰고, 아마추어는 '그렇기 때문에'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정리하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재미있다.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별로 안 좋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이 다가와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내 성격에 안 맞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해도 별 문제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면 손해 볼 텐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90쪽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

잊지 말라./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쉽게 닫히는 법./들어올 땐 좁지만/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넓어지고 깊어지느니/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창가에 고요히 사색하라/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그 빛이 내게로 와서/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98쪽

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다름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효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이어서....-110쪽

붙여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땋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에게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그래도 그들은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히자 않는다는 것을./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이어서...-111쪽

붙여서...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벌리 수도 있다는 것을./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푸게 하지 않는 것과/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112쪽

성공이란

랠프 왈도 에머슨

날마다 많이 웃게나./지혜로운 사람에게 존경받고/해맑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들에게 인정받고/거짓된 친구들의 배반을 견뎌내는 것,/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다른 사람의 장점을 알아보는 것,/튼튼한 아이를 낳거나/한 뼘의 정원을 가꾸거나/사회 여건을 개선하거나/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자네가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것이 바로 성공이라네.//-121쪽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오래된 사원 뒤뜰에서/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나이는 나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145쪽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거짓말도 배우고./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돌들에게도 말을 걸고/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죽는 법을 배워 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그 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155쪽

삶은 몇 번이고 엉뚜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

시릴 코너-157쪽

행복한 독서 십계명

1. 잘생긴 나무를 택하라 : 능동적으로 찾아 읽어라
2. 넓은 숲을 거닐어라 : 많이 읽어라
3. 뿌리를 짚어라 : 깊게 생각하라
4. 함께 나눠라 : 수다도 힘이다
5. 멀리 보라 : 트렌드를 읽고 예측력을 길러라
6. 가로로 읽고 세로로 생각하라 : 아이디어의 교차점을 찾아라
7. 메모하고 실행하라 : 메모가 인생의 흐름을 바꾼다
8. 멘토를 만들어라 : 책 속에 삶의 지도가 있다
9. 시간을 경영하라 : 아침 독서는 하루치의 비타민이다
10. 쾌감지수를 높여라 : 맛이었어야 손이 간다-172쪽

20분

고두현

아침 출근길에/붐비는 지하철/막히는 도로에서 짜증날 때/20분만 먼저 나섰어도....../날마다 후회하지만/하루에 20분 앞당기는 일이/어디 그리 쉽던가요.//

가장 더운 여름날 저녁/시간에 쫓기는 사람들과/사람이 쫓기는 자동차들이/노랗게 달궈놓은 길 옆에 앉아/꽃 피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스름 달빛에 찾아올/박각시나방 기다리며/봉오리 벙그는 데 17분/꽃잎 활짝 피는 데 3분//

날마다 허비한 20분이/달맞이꽃에게는 한 생이었구나.//-180쪽

시간 사용 설명서

1. 시간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2. 사소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3. 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기한 내에 마무리 짓는다.
4. 자투리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한다.
5. 핵심적인 일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적임자에게 위임한다.
6. 맺고 끊는 것을 명확히 하고, 가능한 한 삶을 단순화한다.
7.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실천한다.
8. 불필요한 요구는 단호하되 지헤롭게 거절한다.
9.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버릴 것은 그때그때 버린다.
10. 자기만의 안식처를 갖고 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민규,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189쪽

"우리가 사는 데 'F'가 두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야. 사고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난 지금처럼 못살았어. 잊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또 새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에 누구 잘못 탓할 게 어디 있어."

ET 할아버지-198쪽

비그친 대나무 숲에서 여기저기 싹을 밀어 올리는 죽순을 발견했다. 대개 죽순은 땅 위로 몸을 내밀면 그날부터 최고 1미터씩 쑥쑥 자란다. 그러다 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면 어른 대나무 키가 된다. 죽순이 하루에 자라는 키는 소나무의 30년 키와 같다고 하는데, 소나무는 줄기 끝에만 생장점이 있는 반면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장이 끝나면 더 굵어지지 않고 몸체만 더 단단하게 다진다.

그러나 이 같은 죽순의 힘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지상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땅 속에서 오랫동안 준비 기간을 거친 뒤다. 땅 속에서 56년을 자란 뒤에야 순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 땅속줄기가 굵을수록 순도 굵고 줄기도 튼튼하다. 또한 대나무의 땅속줄기는 여러개의 마디를 갖고 있는데, 그 마디들의 눈 중에서 죽순으로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은 10개 중에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206쪽

지금은 유명 소설가가 된 이순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군 백일장에 나갔다가 아무 상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입술을 쭉 빼고는 크게 낙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운동자 가에 있는 나무 아래로 그를 불러 "너희 집에도 꽃나무가 많지?"하고 물으셨다. 그는 당시 선생님이 들려준 마을 여태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는 눈길을 끌지만, 일찍 피는 꽃들은 나중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네가 어른 눈에 보기 좋게 일찍 피는 꽃이 아니라, 이 다음에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조금 천천히 피는 꽃이라고 생각해. 클수록 단단해지는 사람 말이야."-207쪽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서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212쪽

너희 사랑

신경림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반병의 소주와 한 마리의 노가리를 놓고/망설이고 헤어지기 여러 번이었지만/뉘우치고 다짐하기 또 여러 밤이었지만/망설임과 헤매임 속에서 너희 사랑은/굳어졌다 새삶 찾아나서는/다짐 속에서 너희 사랑은 깊어졌다/돌팔매와 최루탄에 찬 마룻바닥과/푸른옷에 비틀대기도 했으나/수주집과 생맥주집을 오가며/다시 너희 사랑은 다져졌다/그리하여 이제 너희 사랑은/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훈풍이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골목길 오가며 싹튼 너희 사랑은/새삶 찾아나서는 다짐 속에서/깊어지고 다져진 너희 사랑은//-216쪽

사랑하라, 그러나 간격을 두라

칼란 지브라

너희 함께 태어나 영원히 함께 하리라./죽음의 천사가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신의 계율 속에서도 너희는 늘 함께 하리라./그러나 함께 있으면서 간격을 둬라./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서로 사랑하되 그것으로 구속하지는 말라./너희 영혼의 해안 사이에 물결치는 바다를 놓아두라./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같은 잔을 마시지 말라./서로에게 빵을 주되 같은 빵을 먹지 말라./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화음을 내면서도 혼자이듯이/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서로의 가슴을 주되 그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오직 신의 손길만이 너희 가슴을 품을 수 있다./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 서 있고/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223쪽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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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김효정 지음 / 일리 / 2010년 2월
품절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나는 달리지 않았다. 솔직히 달릴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는 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중종걸음 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정확히는 남들보다 앞서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지 않는가? 속도에서 뒤지고,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렇기에 열망하던 사막까지 와서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사하라를 밟고 싶지 않았다.

단지 사막의 뜨거운 태양, 부드러운 모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반짝이는 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뛰지 않고 걸었다. 걸으면서 태초의 적막만큼이나 고요한 사막과 저마다 꿈을 안고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기도 했다.
-13쪽

나는 2005 고미 마치에서는 물집이 세 개밖에 생기지 않았다. 신발 선택을 잘한 덕이었다.

살로몬 트레킹 슈즈였다. '고어텍스 엑스에이 프로3D 울트라GTX.' 고심끝에 고른 신발이었다.

보통 한국 참가자들은 사막레이스에 참가할 때 메시 소재를 신는다. 메시는 특성상 발이 시원하긴 하지만, 모래가 많이 들어와 자주 신발을 벗어 모래를 털어줘야 하는 담점이 있다. 그 반면 고어텍스는 메시보다 땀이 좀 더 차는 편이긴 하지만, 미세한 사막 모래도 들어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발목 게이터만 제대로 하면 온종일 모래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였다.
-127쪽

물집 방지에는 발가락 양말이 효과적이다. 미국제 마라톤용 인진지(Injinji) 발가락 양말이 대표적 브랜드이다. 인지지는 쿨맥스 소재여서 땀을 빨리 흡수하고 또 빨리 증발시킨다. 발가락 양말이기 때문에 발가락끼리 스쳐 마찰을 일으키는 걸 방지해 준다. 인진지를 신으면서부터 나는 물집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됐고 주변 참가자들에게도 권했다.

.................

레이스 기간 중 양말은 두 컬레면 충분하다. 뜨거운 태양 덕에 빨면 금세 마른다. 나는 체크포인트에서든, 캠프에서든 빨아 신었다. 작은 비누 하나도 무게를 무시할 수 없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나는 마시는 물을 조금 아껴서 조물조물 빨았다.
-128쪽

2005 고비 마치에서 만난 폭 30센티미터 내외의 칼 능선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가면서도 발을 헛디딜까 조마조마했다. 숨죽이며 1킬로미터가 넘는 칼 능선을 무사히 넘고 캠프에 도착하자, 모두 그날의 초대 난코스 칼 능선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

김경수님은 나중에 "양 옆이 낭떠러지인 칼 능선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어."라고 털어놓았다. "말하면 바짝 긴장할 게 뻔한데.... 다 말할 필요는 없잔아....."

두려움을 혼자 감내하며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레이스를 했을 김경수 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196쪽

그들은 모두 뛰어서 사막을 건너는가. 사막마라톤, 사막레이스라고 불이우는 탓에 순위경쟁, 기록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자 자기 능력에 맞춰 뛰고 걷는다. 레이싱더플래닛이 4대 사막레이스 참가자들을 분석한 결과 전 코스를 뛰어 완주하는 사람은 참가자의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또 60퍼센트는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20퍼센트는 순전히 걸어서 완주했다.

제한 시간이 있지만, 주최 측은 걸어서도 완주할 수 있도록 제한시간을 항상 여유있게 설정한다. 또 경기 당일의 날씨, 기온 등에 따라 운영책임자가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게 되어 있어,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사막마다 기록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선두권은 25시간대에 주파하며, 최하위 그룹은 80시간쯤 걸려 완주한다. 모로코 사하라 마라톤의 경우는 참가자의 10퍼센트는 순전히 걷기만 했으며, 나머지 90퍼센트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가장 빠른 참가자들은 최고 시속 14킬로미터로 뛰고, 또 가장 느린 참가자들은 최저 시속 3킬로미터로 걷는 것으로 조사됐다.


-204쪽

지프를 타고, 낙타를 타고, 안전하게 사막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광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사색기행]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육체의 여행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감동을 맛보려면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몸을 그곳으로 이동시켜야만 비로소 가슴 뛰게 하는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안전만을 좇을 수는 없다. 인생은 모험이 따라야 짜릿하다. 나는 아직 젊고, 내 심장은 거친 박동을 견뎌낼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210쪽

개담스(레이싱더플래닛 창업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막레이스를 한 다음에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참가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고, 나중에 더 크고 더 멋진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먼저 몸을 만든 후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으니 당장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213쪽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arbaroud.com/index_uk.php
한국 에이전트 : http://www.mdsasia.co.kr

레이싱터 플래닛
공식 홈페이지 : http;//www.racingtheplanet.com
한국 에이전트 : http://www.runxrun.com
-301쪽

필수장비

20리터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몰트렉은 무게가 420그램이다.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

350그램짜리 여름용 오리털 침낭이 무난하지만, 칠레 아타카마까지 도전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겨울용을 장만하는 것이 좋다.

...........................

옷핀 10개가 필수장비에 포함돼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제일 작은 걸로 준비하라.....옷을 살 때 라벨에 붙어 있는 미니 옷핀을 모아두면 유용하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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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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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도 이야기 하셨듯이 한권의 동화책 안에 두가지 이야기 그림이 담겨져있다.  영국의 전래이야기라는 곰세마리 이야기에 덧붙여, 다른 집에서 죽을 먹고 잠이 들어버린 아이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라는데...꼭 두 개의 이야기 같다.  

해설서에 나온 것처럼 곰돌이 가족은 사회생활에 물들어버린 대화없는 우리가족 같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몰래 들어와 죽을 먹고 잠이 들어버리는 불쌍한 소녀 이야기 그림이 정겨워 보이는 건 아마도 파스텔톤의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그림이 가진 힘일 것이다.  

해설서를 먼저 읽고 동화책을 읽기는 했는데...해설서에 나와있는 해설분량이 동화책에 있는 본문의 분량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동화책은 가슴으로 읽고 느껴야 제맛인데...7살짜리 꼬맹이 공주님이 그 맛을 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좀 무리인듯 싶다. 이 책을 아이를 위해 사긴 샀다만, 오히려 빈집에 들어가 죽그릇을 비워야 했던 그 아이의 선한 눈망울을 세상살이에 강팍해지는 내가 종종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뱀발....큰 딸이 처음으로 이빨을 뽑았다. 기념으로 뭘 사줄까 하다가 고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명성만으로 선택하긴 했는데......글쎄...동화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아이가 제대로 읽어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아빠가 제대로 읽어줄 것 같지도 않아 걱정이다...그렇다면 이 책은 왜 샀을까요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네...쩝...

덧뱀발....아빠가 퇴근하고 읽어줘야 할텐데....빈방에 온 낯선 손님이 누구인지 찾아보라며 마눌을 떠미는 아빠곰의 태도에 100% 싱크되는 비겁한 감정을 아이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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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작은 습관
진희정 지음 / 토네이도 / 2010년 1월
절판


실험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평균 66일이 되어서야 생각이나 의지 없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데 있어 한번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해당 습관이 몸에 배는 것과는 어떠한 연관성도 찾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습관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점차 실험 참자가의 자발성 역시 증가하며 습관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차등적으로 몸에 자리 잡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복잡한 행동일수록 습관이 되는데 18~254일까지 시간 차이가 나기는 했다. 특히 운동하는 것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제인 워들 교수는 이렇게 실험결과를 밝혔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66일 동안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 뒤에는 이 상황이 주어지면 자동적인 반응으로 행동하게 된다. 습관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118쪽

글쓰기가 조금 익숙해졌다면 조셉 퓰리처의 글쓰기 방법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며 신문왕으로 불리는 퓰리처는 헝가리 출신 이민자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신병으로 뽑혀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실업자 신세를 전전하며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사기당한 일을 기자에게 얘기하며 언론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신문사 기자로 취직해 왕성한 취재활동으로 성공했다.

그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성공하는 메시지란 어떤 것일까?
첫째,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둘째,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셋째, 그림 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176쪽

아이비 리는 베들레헴 철강의 임원들을 만나 면담을 했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1. 매일 오후, 다음날 해야 할 중요한 일 6가지를 적을 것

2.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날 적은 6가지 가운데 중요도를 매기고 맨 처음 할 일에서부터 마지막 할 일까지 정할 것

3. 첫 번째 일이 끝난 후, 중요도가 두번째인 것을 하고, 이것이 끝난 후에 중요가 세 번째인 일을 하는 방식으로 할 것

4. 하루 일이 끝난 후에는 5분 동안 다음날 할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 것. 그날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면, 다음날 할 일 리스트에 올릴 것

5. 1~4번까지의 사항을 앞으로 90일 동안 계속해서 지키고, 그 결과를 체크할 것

- 제대로 일하는 방법 –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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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스타를 부탁해
박성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월
절판


누구나 인생의 성장 과정에서 희생과 책임의 의무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을 가정과 사회에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회피하지 않고 맞닥뜨려 삶의 의지를 다하여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그들은 '어른'이 된다. -53쪽

어머니는 내게 여느 어머니들처럼 공부하라 잔소리하는 대신, 장기와 바둑, 독서하는 습관을 가르치셨다. 여자도 기본적인 남자들의 오락 거리를 배워두어야 훗날 남자들 뒤에 앉아서 구경이나 하는 신세를 면하고 동등하게 즐길 수 있고, 지식과 상식이 풍부한 여자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충실히 받든 덕분에(?) 나는 이후, 화투와 카드, 체스, 보드게임을 등을 모두 섭렵, 잡기의 여왕으로 불리기 손색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54쪽

처음에는 주변인, 그리고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오디션과 미팅 결과, 이는 캐스팅 여부를 떠나 자신의 캐릭터를 타자에게 평가받으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그 결과를 수정,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반응들.

가령 연기력 배양을 위해 극단에 단원으로 들어갔을 경우, 트레이닝 과정에서 선배 연기자나 연출자의 조언들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두 훌륭한 검증 과정이라 할 수 있다. -93쪽

먼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답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해줄 말이 없다.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말하는 것. 준비한 답안지를 달달 외우듯이 거창하게 화려한 수식어를 남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길게 말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장황하게 소설을 쓰듯이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만 지루하다.

다만 추상적으로 답할 때는 말의 어감을 살려서 '엣지'있게, 느낌은 풍부하나 결코 길지 않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고, 구체적인 배우상을 말할 때는 활동을 희망하는 매체의 성격과 그 매체를 선택한 이유, 본인의 고유 캐릭터와의 연관성 등을 적당한 비유와 핵심 용어들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다.

이 질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고유의 인성, 캐릭터가 잘 드러나도록 답변하는 것이다. '감자'인지 '고구마'인지 본인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94쪽

'최고의 작품 세 가지'에 관한 질문은 그 사람의 순발력과 취향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셋'이란 숫자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는데, 착하게도 질문자의 말에 지나치게 순응하여 꼭 '셋'을 채워 대답하려 애쓰는 가상함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머리 좋은 친구들은 절대 '셋'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답을 내는데 신경 쓴다.

......질문자와 질문에 현혹되어 정답없는 물음에 이유없이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그러다 보면 내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하기는 커녕 '의도하지 않던 말'들이 튀어나오거나, 말이 끊기거나 막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말잇기'에만 연연해 허둥대다가 끝나버릴 수 있다. 모르는 것과 특별한 의견이 없는 것에 창피해하지 말고, 아는 것과 자신이 평소 생각하는 것만 분명히 이야기해도 그 미팅은 절반의 성공이다. -95쪽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본 인상깊은 작품'에 관한 질문이다....질문을 유심히 들어보면, 최근과 인상깊은 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최근'이란 말 그대로 길어야 1,2년 안팎 정도를 용인하는 낱말이며, '인상깊다'는 것은 전 질문인 '최고의 작품'과는 다른 의미인, '무엇인가 기억에 남을 거리를 제공한'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질문은 답변자의 유행감각과 시청각적 훈련과 지속적인 노력 여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는 공부이자 간접 훈련이다. -96쪽

배우 지망생이 처음 매니지먼트 회사 관계자와 만날 때나 드라마와 영화, 광고 등 각종 캐스팅 관련 미팅을 할 경우, 나는 이 3분의 느낌으로 모든 것이 좌우된다고 믿는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그들의 장점을 발견하기에 관계자들은 언제나 몹시 바쁘고, 언제나 아주 많은 연애인 지망생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본인들이 숙련된 직관으로 3분 안에 대충 그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유명 스타들이 초기에 수많은 오디션과 미팅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신 까닭도 어쩌면 당시의 그들 역시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가 미진한 검증 단계였거나, 3분 안에 자신의 오라를 발휘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97쪽

개인적으로 미팅의 관건은 눈빛과 표정, 말투라고 생각한다. 앞에 앉은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평소 좋아하는 3,4년차 선배에게 하듯 공손하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가끔은 잔잔한 웃음도 짓고, 팔과 다리도 그들의 의지대로 자연스레 놓아두고서, 하지만 눈동자는 불필요하게 여기저기 헤매지 말고 상대를 정중하지만 똑바로 마주 보면서 말이다. ....... 좋아하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그 기대감을 애써 살짝 누르고 신중해졌을 때의 바로 그 살아 있는, 반짝이는 열정이 어른거리는 그런 종류의 눈빛이다.

말의 억양과 발음, 어감이 주는 뉘앙스도 사람을 집중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평이한 말 중간에 디테일한 악센트를 주어 표현의 집중과 이완을 꾀할 수 있으며, 자신감 있는 호전적인 말투 사이에 골몰하는 듯한 뉘앙스의 어감으로 다채로운 감성을 살려낼 수도 있다. -98쪽

그리고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 뽑아주시면 아주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이제 빼주는 것이 좋겠다.

......자기에게 할당된 시간을 충분히 자신의 분위기로, 끌려가지 말고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최선을 다한 뒤 깔끔히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하고 명랑하게 퇴장하는 것이 보기 좋다. -99쪽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법이라고 한다. 신인 배우들과 배우 지망생들은 누구나 오디션과 미팅에서 캐스팅의 영광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미팅의 요령과 기술은 분명 중요한 하나의 참고요소다.

하지만 근본은 바로 나란 사람이 지향하는 인생의 목표와 삶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며 하나둘씩 실천적으로 경험하면서 얻는 깨우침과 성찰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될 때,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솔직하고 담대한 나'의 모습을 자신감 있게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야말로 나의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모습이자, 최상의 미팅의 기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112쪽

하지만 다행히 내가 일치감치 깨달은 현실적인 자각 가운데 하나는 '사회'라는 세계에서는 누구든 자기 본위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처럼 자유롭게 사고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갈 수 있는 사회생활이란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호기심과 취미로 경험 삼아 해왔던 학창 시절의 과외활동과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직업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삶의 방식과 다른 태도를 요구한다면, 이 또한 내 이상을 만족시켜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일을 배워나가는 시작단계에서 알량한 자존심이나 회의적인 태도는 불필요한 소모적 감정이라고 여겨졌다. 그것은 매니저라는 직업이 향후에는 조력자인 동시에 조직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가능한 인내였는지도 모른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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