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화국의 종말 - 인재와 시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대한민국이 산다
김덕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 역사상, 교육은 ‘서당’에서 이루어졌다. 서당에서는 훈장이 먼저 읽으면 학동들이 따라 읽거나, 훈장이 혼자 떠들거나 그렇게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런 교육환경을 가진 땅에 ‘학교’ 아니 ‘대학’이라는 낯선 교육환경이 들어와서 이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서양식 학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낯선 교육방식은 훈장이 혼자 떠드는 ‘독백’이 아니라 선생과 학생의 ‘대화’와 학생과 학생간의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국의 ‘학교’에서는 이 ‘대화’식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아직도 서당식 ‘독백’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화라는 건 상대와 내가 대등하다는 인식이 작용할 때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이루어지고, 소통이 이루어진다. 서열과 권력과 장유유서 정신이 고질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대화식 교육이 불가능하긴 하다.

한국 교육의 실수라면, 서당식 교육에 대학 교육을 접합시킨 것부터 문제였다. 아니, 서당식 교육과 학교 교육의 이런 차이를 주목하지 못해 서당식 교육을 그대로 둔 채 거기에 학교 교육을 덮어씌웠다는 데에 문제가 있겠다. 형태는 학교이지만 교육방식에서는 여전히 서당을 고수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상호작용, 상호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서당식 교육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앞으로의 한국 교육을 좌우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최고대학’, ‘일류대학’만이 살 길이라는 체면에 걸려버린 현실도 우리 조상들이 과거시험을 치르던 데에서도 연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이 서울대에 목매는 현실은 그 옛날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하기 위해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모습과 유사하다. 시대는 21세기이건만, 우리는 아직도 과거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다, 이땅에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들어온 지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미국이 역사가 길지 않다는 열등감을 자동차의 크기, 건물의 높이 같은 규모로 표출하듯이 한국도 대학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열등감을 세계 몇위 대학에서 찾으려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 대학에 진정한 학문의 길이 열리려면 아직도 더 많은 세월을 거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하나보다.

교육 문제를 성토하는 책 치고 다른 나라의 예를 끌어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예를 든 나라에서는 왜 그런 교육이 가능하고, 한국에서는 왜 가능하지 않은지 그 차이를 주목한 걸 본 기억이 불행히도 없다. 이 책도 그렇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그런 교육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그 차이를 주목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도 입시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시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수능같은 시험제도를 뜯어고쳐서는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어차피 그런 건 전체적인 맥락에서 흐름을 보지 못하고, 문제의 부분을 보는 시각이다. 내가 정말 답답한 건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얘기하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교육분야만 뚝 떼어내어 그것도 제도적인 시각에서만 문제를 바라본다는 거다. 물론, 가장 단순하게 제도적인 시각부터 보자면, 한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등록금을 부모가 댈 게 아니라 학생 자신에게 부담을 지우면 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다니든 국가에서 융자를 받고 졸업 후에 갚든 그 부담을 학생 자신이 떠안으면 공부 하기 싫은데 미쳤다고 대학에 가려고 발버둥을 치겠는가. 등록금을 어차피 자식이 해결해야 되는데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그렇게 지독하게 개입해서 자식의 인생을 들었다놨다 할까? 학생과 부모 사이에 등록금 즉 경제적인 문제가 질서가 자리잡히면 이런 입시지옥은 저절로 해결된다. 내가 정작 문제를 삼고 싶은 건 이런 제도적인 차원도 분명 이유가 되긴 하겠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유난히 한국 사람들이 서울대라는 일류대를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적인 이유, 배경이 뭐냐다. 자꾸 시험 제도만 언급하는 교육자들의 수박 겉핥기 푸념은 이제 지겹다. 교육이라는 게 어차피 일상과 따로 노는 국밥이 아니고 보면 학교를 주목할 게 아니라 일상에 주목해야 한다.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직장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학교만 이렇게 문제가 심각할 수 있을까? 한국의 교육문제는 학교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다. 본질을 건드리자면 한국인의 정신을 거슬러 올라가 그 근본을 건드릴 수 있는 심리학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아... 이제 걸음마 수준인 심리학계를 어떻게 깨울고.

저자는 성적이라는 건 학생 자신의 문제이지 그걸 수치로 객관화해서 상대비교를 하고 줄을 세우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백번 맞는 말이다. 내가 의문인 건 우리네 일상이 ‘줄 세우기’에서 한치도 자유롭지 못한 데 왜 학교 시험에만 이런 엄격함을 부여하는가이다. 가정에서부터 ‘나’가 ‘나’가 되지 못하고, 태어난 순서에 입각해 ‘형’, ‘누나’, ‘언니’, ‘오빠’/‘동생’ 이런 호칭에 매여 위 아래를 철저히 구분해서 사람을 줄 세우고, 직장에서도 나이나 입사시기를 참고해 부여된 직급이 반영된 호칭으로 직원을 군대처럼 줄 세우는 데 학교에서는 ‘개인’에 입각한 교육을 하란다. 한국말을 손보지 않는 바에야 ‘개인’이라는 구호는 그야말로 ‘구호’에 그칠 뿐이다. 나와 상대가 대등하게 만날 수 없는 한국말은 개인을 노래하는 21세기형 언어가 아니지 않은가! 저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교육현실이 토론식 수업으로 가야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한국말부터가 서열과 권력과 장유유서 정신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교육이 이런 언어적 현실을 무시하고 토론식 수업만 외친다고 그게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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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가 비빔밥이 되어버린, 오직 성장/승진만이 관건인 촌스런 기업정신에, 말로만 외치는 싸구려 창의성 타령에, 소통은 죽고 명령과 지시, 복종만이 작동기제가 되어버린 직장은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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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화내는 사람, 억누르는 사람/다른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게 못마땅해 남들도 나처럼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강자 앞에선 억누르고 약자 앞에선 폭발시키는 사람, 뒤에선 분노하나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마냥 웃기만 하는 사람, 속으론 분노하지만 함께 몸담고 있는 이상 알아서 기는 사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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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이냐, 환경이냐의 문제처럼 두뇌냐, 심리냐도 나를 괴롭히는 숙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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