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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미래 -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엘렌 러펠 쉘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만족할 만한 면접을 치른 후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거나, 갖고 있는 능력과 재능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채 점차 싸구려 일자리로 내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 역시 불황이 시작된 후 안정적이고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일자리 역시 수직하강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거의 갖지 않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차산업 혁명이라는 이야기 앞에 모두가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정부 통계를 들어 용접공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므로 용접공 양성 프로그램을 확충한다는 정책 결정을 하였다고 해보자. 그 결정은 잘못이 아니다.
숙련 용접공이 되기까지는 많은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며 바로 이것이 그들이 높은 보수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용접은 '자동화'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로봇 용접도 베테랑 용접공이 앞서 조작해야 하니까 상황이 바뀔 일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요다.
로봇이 인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가정한다면 그것을 조종하는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의 숫자는 반드시 줄어들게 돼 있다.
앞으로 모든 일이 이런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비용을 절감할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높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에서부터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19세기 전반과 20세기 초반까지,즉 증기기관에서 시작해 내연기관, 철도, 자동차,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혁신이 꼬리를 물고 지속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기도 했지만 이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수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초석을 깔아줬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창출되는 일자리 숫자가 감소하는 추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과 유투브 같은 정보제공 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의 콘텐츠 제작을 철저히 사용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메세지, 사진, 동영상, 댓글, 좋아요, 싫어요 등이 엄청난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반면 정작 그것을 위해 다수의 직원들을 채용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보다 적게 투입해 보다 많은 성과를 내는 것' 으로 효율성을 증대시킴으로써 기계 장치에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더 많이 집어넣을수록 더 많은 산업 부분에서 인간이 일자리는 줄어든다.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높였지만 생산성 증가가 임금이나 일자리 질의 향상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점은 디지털 기술이 실제로는 높은 보수를 보장하는 고도의 기술역량에 대한 수요를 오히려 줄여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노동통게계국 자료에 따르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일자리는 보수가 낮은 간호조무사, 노인요양사, 간병인, 보육 도우미, 식당 식자재 준비 담당자, 잡역부 등이다.
"일자리의 가장 활발한 증가는 최상층 직업에서 일어나지 않고 급여 수준이 가장 낮은 3분의 1구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라고 MIT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말하고 있다.
스스로 좀 깨였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은 일터를 마치 '자유'와 '유연성' 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쾌하게 꾸며놓은 뒤 직원들로 하여금 그저 감사하며 일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요구한다.
'지난 번 직장에서 내놓은 성과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급여을 올려줄 수 있겠나.' 이런 식으로 지속적으 평가받고 우리는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한다면 그것은 우리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증거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를 일자리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이 시대와 양립시킬 수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면서 일반화시키기도 어렵다.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나에게 올바른 일, 즉 일자리가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일자리에 맞춰 넣어야 한다는기존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일,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열정으로 하는 일, 보람있는 일, 자기욕구를 만족시키는 일, 소명감을 느끼는 일. 좋은 일자리는 점점 더 희귀해진다. 그런데 일자리는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며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일자리가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해서는 힘들고 고달프다. 그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긴긴 세월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가 최대 관심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도 정확한 해법은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적, 국가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그 예로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 협동조합(그 예로 스펜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을 소개하고 있다),종업원 소유 기업 또는 종업원 지주제, 같은 직업을 가진 이익단체들, 기본소득제도 등을 살펴보고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있다.
비록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에 대한 충분한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학교 교육에서부터 노동조합까지 되도록 많은 분야에 대한 조사와 연구로 인해 어느 정도 힌트는 얻을 수 있고 우리의 현실을 바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