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자~ (유리바다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saemaeum</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28 Sep 2026 05:32:47 +0900</lastBuildDate><image><title>유리바다</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0.gif</url><link>https://blog.aladin.co.kr/saemaeum</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유리바다</description></image><item><author>유리바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상놈과 국왕』을 읽고 - [상놈과 국왕 - 광해군의 그림자 외교관 하서국]</title><link>https://blog.aladin.co.kr/saemaeum/17501916</link><pubDate>Tue, 08 Sep 2026 02: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aemaeum/175019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966082&TPaperId=175019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9/14/coveroff/89769660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966082&TPaperId=175019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상놈과 국왕 - 광해군의 그림자 외교관 하서국</a><br/>계승범 지음 / 역사비평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br/><br/>광해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아주 단순했다. ‘중립외교를 펼친 왕.’ 역사 시간에 광해군을 배울 때도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 왕이라는 설명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상놈과 국왕』을 읽고 나니 그동안 광해군의 외교를 너무 쉽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광해군의 외교는 흔히 말하는 ‘중립외교’라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명과 후금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태도를 취했던 ‘이중외교’에 가까웠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한 사람의 왕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광해군이 겪었던 경험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br/><br/>특히 광해군의 청소년기에 임진왜란을 겪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왕세자였던 그는 전쟁이 벌어진 조선에서 직접 움직이며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했다. 전쟁이 책 속의 사건이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 경험한 것이다. 왕이 된 뒤 그가 전쟁을 피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후금이 점점 강해지고 명나라와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조선이었다. 그래서 광해군의 외교를 단순히 ‘명나라를 배신했다’거나 ‘후금에 기울었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이 왕이 되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외교라고 바라보게 되었다.<br/><br/>광해군을 이해하는 데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명나라가 광해군의 세자 책봉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조선의 왕세자를 왜 명나라가 인정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그렇게 복잡한 문제였는지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 역시 명나라 내부의 정치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명나라는 밖으로는 여진족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안으로도 정치적 갈등과 황위 계승 문제가 얽혀 있었다. 조선의 세자 책봉 문제도 단순히 조선과 명나라 사이의 외교 문제가 아니라 명나라 황실 내부의 사정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나라의 결정이 그 나라만의 사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br/><br/>당시 여진족의 상황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건주여진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후금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진족은 하나의 통일된 집단이 아니었고 여러 부족과 세력이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건주여진은 주변 세력을 통합하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 나갔고, 누르하치가 여러 여진 세력을 통합해 후금을 세우는 과정은 조선의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변화였다. 건주여진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과 세력의 확대를 살펴보면 왜 조선이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는지도 조금씩 이해된다. 당시 조선에서 후금의 성장은 단순한 ‘오랑캐의 성장’이 아니라 국경을 맞댄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였던 것이다.<br/><br/>그런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은 광해군도, 누르하치도 아니었다. 바로 하서국이었다.<br/><br/>하서국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의 중심이 왕이나 전쟁에서 한 사람의 삶으로 옮겨가는 느낌을 받았다. 역관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간 하서국의 생애는 그 자체로 조선의 역사를 보여주는 창과 같았다. 왕이나 양반처럼 역사책의 앞부분에 이름이 크게 등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br/><br/>역관은 단순히 말을 통역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을 전달하고, 외교적 상황을 파악하며, 때로는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었다. 명과 후금 사이에서 조선의 외교가 복잡해질수록 역관의 역할 역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서국의 삶을 따라가면서 조선의 외교와 전쟁, 신분제도, 양반 사회,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br/><br/>무엇보다 하서국의 삶을 촘촘하게 따라가다 보니 ‘역사’라는 것이 왕들의 결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뿐만 아니라 그 결정으로 인해 누가 움직이고, 누가 고통받고, 누가 기회를 얻었는지를 살펴보아야 역사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하서국이라는 인물은 바로 그 지점을 보여준다. 왕의 외교 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한 역관의 삶이 어떻게 흔들리고 변화하는지를 보고 있으면 조선의 역사가 훨씬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br/><br/>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당시 양반들의 모습도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답답하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도 많다. 그런데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조건을 함께 살펴보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얻은 생각 중 하나다.<br/><br/>‘시대적 한계’라는 말을 그동안 많이 사용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말이 조금 실감났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후금이 청으로 성장하고 명이 무너지는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선택을 쉽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경험, 신분과 위치 안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것이 훗날 잘못된 선택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br/><br/>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나에게도 이어졌다. 나 역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이 전체의 모습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도 외교는 어렵고, 국가 간의 관계는 복잡하다. 뉴스에서 어떤 나라의 행동을 보며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그 나라 역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내부 사정과 국제정세 속에서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쉽게 평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특히 국가의 정세가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왕이 어떤 외교적 선택을 했는지, 어느 나라와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 이름 없는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하서국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사실이 아주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거대한 국제정세와 한 개인의 인생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br/><br/>이 책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명과 후금의 관계, 건주여진의 세력 확대, 명나라 내부의 정치적 상황, 광해군의 외교를 모두 설명하려면 역사적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서국이라는 인물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br/><br/>예를 들어 “왕도 아닌 평범한 역관 한 사람의 삶이 왜 이렇게 복잡한 국제정세에 영향을 받을까?”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하서국의 삶을 간단히 소개한 뒤 학생들에게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하게 해 보는 것이다. 명나라를 따라야 했을까, 후금과 관계를 맺어야 했을까, 아니면 광해군처럼 두 나라 사이에서 실리를 선택해야 했을까. 어느 한쪽의 정답을 찾게 하기보다는 당시의 정보와 상황을 주고 판단하게 한다면 역사와 도덕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br/><br/>『상놈과 국왕』은 광해군의 외교를 새롭게 보게 만든 책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역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을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전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조건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판단 역시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br/><br/>결국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은 ‘국왕’ 광해군보다 ‘상놈’이라 불렸을 하서국이었다. 역사책에서는 크게 기록되지 않을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한 시대 전체가 보였다. 왕의 결정도, 양반들의 선택도, 여진족의 성장도, 명나라의 혼란도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br/><br/>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의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와 나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상놈과 국왕』은 조선시대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역사책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9/14/cover150/89769660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91464</link></image></item><item><author>유리바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답할 수 있는가(질문과 답의 깊이에 감탄하며) -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 -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에피소드 X 탐구 질문]</title><link>https://blog.aladin.co.kr/saemaeum/17394961</link><pubDate>Thu, 16 Jul 2026 12: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aemaeum/173949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969511&TPaperId=173949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4/57/coveroff/89559695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969511&TPaperId=173949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 -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에피소드 X 탐구 질문</a><br/>박시몽 지음 / 한언출판사 / 2026년 03월<br/></td></tr></table><br/>*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읽고, 쓴 서평입니다.&nbsp;<br>질문하는 힘을 길러 주는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 수업<br>― 박시몽의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을 읽고인공지능이 생활 곳곳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학교 수업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책이나 사전을 찾아보기보다 인공지능에 먼저 질문한다.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답을 만들어 줄수록 학생들이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사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자주 고민한다.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은 이런 고민과 맞닿아 있는 책이었다.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각 장의 앞부분에는 독자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 제시된다. 독자는 곧바로 철학적 개념이나 정답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질문을 마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질문과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철학자의 생각이나 철학적 개념이 설명되고, 마지막에는 앞에서 다룬 내용을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와 연결하여 적용해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 내용을 살펴본 뒤, 이를 다시 인공지능 시대의 현실에 적용하는 구성은 매우 효과적으로 느껴졌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철학을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보여 주기 때문에 독자가 철학적 문제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중학교 도덕 수업에서도 학생들에게 철학자의 이론을 먼저 설명하기보다, 학생들의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나 갈등 상황을 제시한 후 질문을 던지면 더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구성은 교사인 나에게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하였다.각 에피소드 뒤에 제시된 질문도 흥미로웠다. 질문을 읽을 때마다 책의 설명을 바로 확인하기보다, ‘이 질문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질문에 대한 내 입장을 먼저 정리하고, 그 이유와 예상되는 반론을 생각한 다음 책의 내용을 살펴보려 하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질문들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어도 재미있는 토론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특히 “오래 쓴 물건에 마음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물건에 실제로 마음이 생길 수 있느냐는 뜻으로만 받아들였지만, 생각할수록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에 애착을 느끼는 것인지, 인공지능이 탑재된 물건이 사람과 오랜 시간 상호작용하면 감정과 비슷한 것을 갖게 되는 것인지, 또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물건에 투영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생들도 오래 사용한 인형이나 필기구, 휴대전화, 게임 속 캐릭터 등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에서 출발하면 인간의 감정, 관계, 존재의 의미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까지 자연스럽게 탐구할 수 있을 것 같다.인공지능 시대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질문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제시하고, 질문에 포함된 전제나 관점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사용자는 인공지능의 답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답이 어떤 기준과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다른 관점은 없는지, 답변에서 빠진 사람이나 가치가 없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도덕 교과가 중요하게 다루는 비판적 사고, 도덕적 상상력, 타인에 대한 배려, 책임 있는 판단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책에서 성리학과 양명학을 비교하고 이를 알고리즘과 관련된 질문으로 연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성리학과 양명학이 인간의 앎과 실천, 마음과 도덕적 판단의 관계를 서로 다르게 설명한다는 점을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도록 한 시도는 새로웠다. 전통 철학을 현대의 인공지능 문제와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저자의 의도도 흥미로웠다.그러나 이 부분은 솔직히 말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성리학과 양명학의 차이를 알고리즘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 정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철학적 입장의 차이와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는 서로 성격이 다른데, 두 내용을 연결하면서 오히려 개념이 단순화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성리학과 양명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제시한 연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단순히 어렵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기보다 성리학과 양명학의 핵심 개념을 다시 공부하고, 알고리즘이 판단을 만들어 내는 방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좀 더 탐구해 보고 싶어졌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새로운 탐구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이 책이 가진 의미라고 생각한다.중학교 도덕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각 장의 에피소드를 읽어 준 뒤 질문만 제시하고 학생들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쓰게 할 수 있다. 이후 모둠별로 의견을 나누고 철학자의 관점과 비교하게 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사례에 적용해 보게 하면 철학이 과거의 사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관련된 학문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다만 책의 질문을 수업에 활용할 때 교사가 정해진 답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철학적 질문의 가치는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데만 있지 않다. 자신의 입장을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처음의 생각을 수정하거나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학생들은 답을 받아 적기보다 그 답을 의심하고 평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이 책을 읽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도덕 수업은 단순히 인공지능 사용의 장점과 위험성을 알려 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제시된 답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그 답을 사용한 결과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과 관계, 양심과 책임, 앎과 실천 같은 오래된 철학적 문제가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은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기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질문의 힘을 길러 주는 철학책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질문, 철학적 개념, 인공지능 시대에의 적용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읽도록 만든다. 모든 부분이 쉽게 이해된 것은 아니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다시 공부하고 탐구해야 할 질문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교사인 나 역시 학생들에게 답을 잘 설명하는 것만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도덕 수업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런가?”, “다른 관점은 없는가?”, “이 판단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질문하도록 돕고 싶다. 빠른 답이 넘쳐나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답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통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4/57/cover150/89559695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4578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