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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자서전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그 누가 되었든 사람의 일생은 굉장한 연구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자서전이나 전기들은 대체로 왜곡, 조작, 미화 되기 마련이어서 본질에 가까운 자료가 되기 힘들다. 이 책의 경우는 최소한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점은 명망있는 '카를 융'이기에 그의 전생애는 모든 것이 완벽했을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학생에 학교 선생님으로 부터 "인생에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악담까지 들을 정도로 암울한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심리학계의 대가 '프로이트'는 생전 학계에서 비주류로 조롱받고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융은 본인 스스로가 2개의 인격이 공존했다고 했으며 그의 어머니도 그러했다고 한다. 사촌이 실제로 영매사였기도 했고 여러 영적 체험 및 직관 능력 등을 봤을 때 '영매'기질이 집안 내력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정말 아쉬운 부분은 융의 생애에 관한 부분은 비교적 매끄럽게 읽을 수 있는데 반해 그의 철학, 종교, 사상 부분에서는 역자의 직역으로 인하여 본연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카를 융의 지식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어서 역자의 약력을 찾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법학 전공자에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한다. 심리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전혀 없었고 역자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카를 융의 종교 해석을 왜곡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매우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반드시 심리학 전공자가 다시 번역을 해야 한다. 분명 이 정도에서 끝날 책이 아니었을 것이다.
번역서의 경우는 원작도 중요하지만 역자의 역량이 그 완성도를 좌우한다. 우리나라 번역계에서도 주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카를 융은 통찰력을 가진 양심적인 지식인이었다. 살아 생전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멸시로 인해 아웃사이더처럼 살았더랬다. 역시나 뛰어난 사람은 시대를 앞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