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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가의 기적 15 - 완결
케이코 니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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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3번가에는 기적이 일어날까? 우선 주인공 중 가장 연장자나 다름없는 포목점의 대어르신은 젊다. 나이가? 아니다. 외모가 젊을 뿐이다. 친자식도 아닌데다, 소년 시절 가장 말썽꾸러기였던 아들이 대를 잇고 있고, 친자식인 나머지 둘은 밖에 나가 자신의 삶을 꾸린다. 포목점의 대어르신이, 과거 사랑하던 아내를 잊지 못해 만들었다는(그러나 어떤 사건으로 꼭 부숴져 버리는) 인조인간의 소식을 들은 과학소년(?) 세이찌의 친구는, 소설의 낭만을 사랑하고 꿈꾸는 괴짜다. 이정도면 3번가에 있는 포목점의 기적이라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 안에는 또 다른 기적이 있다.

삶 가운데 내재된 고통, 사랑, 소망, 상처 등, 그 모든 것이 포목점에 집중될 때 기적처럼 사라지고, 이루어지고, 형성되고, 치유된다. 그 포목점은 중심에는 포목점의 주인인 하기와라가 있고(점장은 아들 젠지로다), 하기와라에게 당도한 사람들은 기적처럼 자신의 문제에서 마음을 놓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어이없는 아이러니가 있다. 마치 지긋이 나이든 할아버지처럼 모든 일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며 다른 사람들에게 얹혀진 삶의 짐을 풀어주는 주인 하기와라는 정작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아내가 죽었을 때 갖고 있던 젊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과거에 얽매인 남자라는 사실이다. 한 술 더 떠서 그는 아내와 똑같은 인조인간까지 만든다.

글쎄다. 자기가 겪은 과거의 감정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자가 다른 사람의 감정들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얽매어 있는 자가 다른 사람의 감정들도 포착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접 해준 일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공감이 각자의 인생길을 전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말하려 한 걸까?

어쨌건 하기와라 '할아버지'는 '젊음'을 안은 채 자기를 스쳐지나가는 많은 인생들을 지켜본다. '마음에 간직'한 인조인간 아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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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레뜨
RUTH GRAHAM / 이가출판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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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꼴레뜨'는 내가 한창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찾아다닐 때 발견한 책이다. 사실 그 때는 정신병과 관련된 소설을 찾아다니던 중이었는데,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아무 생각없이 꼴레뜨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면서 표지에 나와 있는 '그녀는 작가인가 창녀인가?!'라는 문구에 눈이 홱 돌아가 구입했던 것이다.

표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00명의 남자와 500명의 여자와 동침했다는 전설적인 그녀'라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나와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더 충격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여자가 진실로 실존했던 여자란 말인가?'가 당시에 내 머리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전부였다. 여하튼 나는 책을 구입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함께 샀던 나머지 두 권을 제치고 이 책부터 펼쳐 들었다.

책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꼴레뜨라는 여자가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14살이나 연상인 제법 규모가 큰 출판업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겪는 삶의 커다란 변화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당시 적은 원고료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형편이었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던 아버지와 어린시절부터 자연에 묻혀 자라와 청순하고 개성이 넘쳤던 어머니 때문에 역시 밝고 깨끗하게 자라온 가브리엘 꼴레뜨는 결혼 후 파리에서의 새 삶을 고통과 비애로 버무리게 된다.

그의 남편이 된 윌리 빌라르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영리하고 교양이 풍부했으며 예술적인 감각까지 소유한 그였지만 필력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과 조금은 변태적인 성생활을 즐겼다는 것이다. 꼴레뜨가 엄청난 색욕가였다는 것은 전해지는 얘기일 뿐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소설을 살펴보면 '꼴레뜨'의 작가는 그것을 빌라르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꼴레뜨는 빌라르와 그의 애인(그는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즐기기 위한 애인을 두고 있었다)을 통해 성-이성애든 동성애든 상관없이-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의 화신이라는 전설속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그녀는 유명한 작가였다. 비록 필력이 따라주지 않아 대리작가를 사용하던 첫 남편(꼴레뜨는 죽기 전까지 세번 결혼했다)이 꼴레뜨 마저도 그런식으로 이용하여 명성을 얻게 되나, 그 때까지 순진하기만 하여 남편의 뜻에 따라 집필을 계속하던 꼴레뜨는 어느 순간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깨닫게 되고 결국 남편과의 결별을 선언함으로써 '꼴레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비록 첫 남편인 빌라르가 순진한 꼴레뜨를 색욕의 세계로 빠트리고 그녀의 필력까지 훔쳐서 한 때 명성을 얻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통해 꼴레뜨는 색의 화신으로서의 전설을 남기게 되었고, 또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로부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그리하여 창녀와 작가라는, 왠지 공존하기 힘들어보이는 두가지 명칭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다시 봐도 아이러니함 그 자체이다.

사실 이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귀중한 새싹들을 꼴레뜨처럼 어린 나이에 성에 눈뜨게 하여 색욕가로 변신시킬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꼴레뜨가 겪은 것 외에도 수 많은 종류의 고통이 있고, 자기 나름의 고통 가운데서도 극복해 나가는 그녀의 정신은 청소년들이 한번쯤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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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S.E.힌튼 / 대흥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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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잠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은 많아도, 삶을 잔잔한 여운으로 채우는 소설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힌튼의 소설 '아웃사이더'는 감히 그런 소설이라 하겠다. 이 소설은 작가가 16세 때 집필한 글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속의 주인공도 나이대가 십대이며 그 주변인물들도 다 비슷한 또래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청소년 시절의 사랑이나 반항만 담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 소설은,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 처했더라도 살아갈 가치를 지니며,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꽤 비중있고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빈민가 출신에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며, 부모가 모두, 또는 둘 중 한 사람이 돌아가셨고, 그나마 둘 다 살아계신 소년은, 부모가 거의 무관심하거나 아이를 화풀이의 대상으로만 삼는다. 이토록 남들이 보기에 비참하고 불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년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도 한 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웃사이더다. 특히 주인공인 포니보이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함께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에게 'pet(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으로 취급받고 있는 죠니가 의도하지 않은 살인으로 도주하는 중에 나누는 싯구는, 기나긴 삶 중 청소년 시절의 소중함을 더욱 일깨워준다.

부모가 나에게 무관심하고 나를 인간이하로 취급한다해도, 또는 부모가 없어 형제들과 힘들게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해도,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책은 말하고 있다.'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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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18
야마자키 타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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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오래전부터 입시의 중요성이 부각됨으로써 많은 학생들이 학생으로서, 또는 한 아이로서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비슷한 환경인 일본에서 입시를 앞에 놓고 자신의 삶속에서 더 중요한 것, 더 필요한 것, 그리고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을 네명의 주인공을 통해 풀이한 것이 '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부나 여자친구 사귀기보다는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기를 좋아하는 타이라, 어려서부터 겪어온 외로움으로 나이답지 않게 많은 것을 알고 그만큼 다른 이들을 이해하거나 포용할 수 있는 만리, 한 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묻혀 살다가 마코토를 만나 점점 밝고 명랑하게 변하면서 동시에 사귀게 된 친구들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아 가는 히나키, 그리고 조금은 보이쉬하고 검도를 하여 격투(?)도 잘하지만 타이라를 좋아하게 되면서 익숙지 않은 여성적인 면이 눈을 뜨게 되는 마코토.

이들 네명과 더불어 학창시절에 어른들 때문에, 또 주변환경 때문에 겪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스토리가 잔잔하고 감동적이면서도 인상깊게 흘러가는 것이 이 만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생물이 단지 공부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무런 의미없이 죽은 영혼마냥 존재하는 육체가 아니라 세상을 호흡하고,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존재들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록 만화이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에 대한 인상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오락으로밖에 취급받고 있지 못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잊지못할 추억들과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가르침들이 베어있음을 알 수 있다. '보이'에서는 그 향기들을 정말로 깊이, 그리고 잔잔히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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