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김홍식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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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도 명시된 우리나라를 통치하는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경제적 자유주의로서의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적 평등주의로서의 민주주의죠. 이 두 가지 원리 모두 서양에서 생겨나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란 대체 무엇이고 어디에서부터 왔을까요? 이건 전파를 받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지역이라는 서양의 인문학자들도 끊임없이 던져 온 질문입니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역사 속에 소수로서 항상 존재해왔다, 다만 1500년대 이후 여러 우연이 맞물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경제생활이 자본주의 체제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브로델은 근대 초기에 자본주의적으로 움직였던 거상들의 연결망을 보여주며 자본주의가 언제나 존재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이 거상들과는 전혀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리고 이 둘의 접점이 만들어지고, 끝내 거상들의 자본주의적 영향력에 경제생활이 포섭당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합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라는 책의 내용에 대한 구상을 간단히 그려내 보여주는 강연록,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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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물질생활, 시장, 자본주의입니다. 이 세 단어는 사람들의 경제생활의 영역을 구별하고 그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제시한 개념입니다.

물질생활은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자연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것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표현을 써도 괜찮다면, 이건 어느 정도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숙명에 가깝습니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인 먹을 것을 확보하는 일조차도 자연에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시장은 인간의 물질생활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교환을 위해 나오는 곳입니다. 여기서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어쩌고 하는 경제학에서의 추상적인 시장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마을 장날을 의미합니다. 이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시장에 나오면서 교환가치를 획득합니다. 이 교환가치는 화폐를 통해 드러나고요. 또 한집 건너 한집에서 비슷한 물건을 팔고 있기에 경쟁자들이 모두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인간이 자신을 위해 사는 삶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본은, 시장과 시장을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도매상, 더 나아가서는 거상이나 자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죠. 브로델은 우리가 흔히 ‘시장경제’라고 부르는 경쟁의 원리가 이 영역에 적용된 적은 역사에서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장과 시장을 연결할 정도로 규모가 큰 존재들에겐 애초에 경쟁자가 있을 리도 없고, 이 정도 조직을 갖추려 하거나 갖춰졌을 땐 이미  국가 권력과 강하게 결합해 영업활동을 보호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비약해서 이야기하자면, 대규모 상업 활동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뛰어난 수완의 결과라는 말은 거짓말이며, 자본의 본질이 독점이라는 점은 역사적으로 사실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브로델의 관점에서 1500년 이후 유럽의 역사는, 개인의 경제생활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장과 접점이 늘어나면서 교환의 비중이 늘어나는 과정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이제 일한 대가조차도 교환의 수단인 월급으로 받고 있잖아요? 반대로 자본의 관점에선 화폐를 매개로 삼아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을 사람들의 물질생활 곳곳으로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특정한 지역에서 더 이상 독점적 수익을 올릴 수 없을 때는 이를 벗어나 외부로 나아갑니다. 이는 때로는 기업 활동의 해외진출을 통한 경제 잠식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제국주의적 식민지배로 나타납니다. 역사의 관점에서,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특징이라는 게 브로델이 이 강연에서 이야기하려는 요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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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주경철의 <대항해시대>입니다. 브로델을 비롯해서 자본주의를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이 독특한 체제의 탄생을 꽤 긴 관점에서 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무작정 거슬러 올라갈 순 없지만,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의 여러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로 보통 대항해시대를 이야기합니다. 무역 중심의 경제체제라든지, 식민지 본국과 주변국 사이의 경제 불평등,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이면을 지니면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제 등 여러 모로 우리의 경제체제를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이 시대를 종합적으로 포괄적으로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책으로 많은 독서인들이 꼽는 책이 바로 주경철의 <대항해시대>입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는 더러 읽으신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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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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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아픕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몸이 아픈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겠죠. 그래서 몸이 아프면 아프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죠. 치료는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몸에 병이 생기기 전의 화학적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병의 원인이 내 몸에 있지 않다면, 어떻게 파악하고 제거해야 할까요? 특정한 직장에 다니거나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특정한 병에 더 많이 걸린다면,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처방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사들은 병의 원인이 사회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제도와 정책과 환경과 상황이 병을 일으키거나 심화시키는지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연구합니다. 사회나 정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의사들이 이런 연구를 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이런 의사들이 종사하는 학문 분야를 ‘사회역학’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이 분야의 여러 연구를 소개하는 에세이를 담은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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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사회역학입니다.

사회역학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질병이나 특정 집단의 건강 상태를 만들어내는 요인을 사회 제도, 정책, 환경, 상황에서 찾는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당연한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둘 사이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하는 것은 분명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요인은 대체로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연관성 자체를 엄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제도, 정책, 환경, 상황이라니 얼마나 애매한 말인지요. 또 이런 연구에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인 위치가 불안정하거나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사람들이기에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이뤄져야 할 치료작업이 잘 수행될 것이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엄밀하고 잘 증명된 연구가 앞에 주어져도, 사람들의 편견은 공고하고 이런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내 돈이 그런 데 쓰이면 안 된다’고 덮어놓고 반대부터 하기 마련이니까요.

저자 김승섭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대상들은 다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들, 저소득가구 많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 비정규직. 이들은 공개되지 않은 작업환경, 회사의 무분별한 정책, 아픔에 공감해주지 않는 주변인들의 태도, 은밀하거나 대놓고 자행되는 사회적 차별 때문에 신체에 상처를 입습니다. 화학약품 때문에 급성 혈액암을 앓고, 우리 사회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자살률이 높으며, 지나치게 주변을 신경 쓰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거나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역학을 하는 의사들은, 이 사람들이 단순히 건강관리를 못했다거나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거나 운이 나빠서 병에 걸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이런 병을 앓는 원인은 명백하게 사회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입니다. 진단이 내려진 뒤에 이들은 병의 원인을 파악해 치료법을 발견하고 시행하는 의사로서의 의무를 수행하죠. 진단이 사회에 있으니 치료도 메스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 개선이나 보완 또는 긴급지원으로 향합니다. 더 나아가 청취자 여러분을 포함해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아픔의 원인인 수도 있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널리 읽힌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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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작가의 후속작? 격인 작품 우리 몸이 세계라면 입니다. 신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사고를 모아놓은 책인데요. 이 책과 함께 했을 때 일관된 메시지 하나만큼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체를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속한 사회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읽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신체의 여러 양상 중에서도 질병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은 다른 양상에 관해서도 주목해 보는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보통 이런 주제는 역사학 사회학 철학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인데, 의사로서 훈련받은 사람이 쓴 글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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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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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은 파란색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한 가지로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내가 받은 그 느낌은 색 그 자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색을 해석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죠. 이 해석엔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관습과 문화가 반드시 반영됩니다.

역사가 미셸 파스투로는 유럽, 특히 프랑스 지역에서 파란색을 이해한 역사를 되짚어 올라갑니다. 검은색과 혼동돼 이름조차 없던 색깔에서 야만인의 색을 거쳐 경건함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가 고귀함을 드러내는 색으로 대우받으며 동시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프랑스 자체를 상징하는 색이 되기까지 기나긴 여정을 이 책과 함께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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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키워드는 당연히 파랑이 돼야겠죠? 막간 상식으로, 프랑스어로 파랑은 르 블루(le bleu)이고, 이걸 복수형으로 레 블뢰(le bleus)라고 쓰면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왜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레 블레가 됐나 설명해주는 책이기도 하네요.

옛날 사람들은 파란색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 파스투로는 이 주제를 연구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일단 옛날 유럽의 언어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에 ‘파란색’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바다색이나 하늘색 같은 단어는 있는데 파란색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철학적 쟁점인데, 과연 그들이 보았던 파란색이 우리가 봤던 파란색과 같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파란색을 보게 만들어준 조명이 다르고, 수백년을 걸쳐서 그때 당시 파란색을 내는 데 이용됐던 염료의 화학적 성분도 변했을 것이니까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파스투로는 파란색과 관련된 자료를 가능한 많이 긁어모은 뒤 정리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시대별로 파란색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석돼왔는지를 이 짧은 책 안에서 잘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색이라는 점은 앞에서 말씀드렸는데, 언급되더라도 야만인들과 함께 언급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로마 군단과 전투하는 게르만인들이 푸른색으로 몸을 장식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게르만인들이 로마 멸망과 함께 유럽 인구 구성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파란색도 함께 서서히 부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세에도 여전히 이름 없는 색이었지만 ‘검은색’과 함께 묶여서 쓰인다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중세의 검은색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신부님 사제 수녀님들이 입는 의례복이 떠오르는데요. 아예 검은색일 때도 있지만, 어른들이 흔히 감색이라고 부르는 짙은 파란색을 ‘검은색’과 함께 분류하는 기록이 종종 보인다고 하네요. 교회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이 색이 많이 쓰이고요.

이런 종교적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프랑스 왕들 중 몇몇이 자신의 옷을 파란색 천으로 지어 입으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 역사의 전면에 파란색이 등장합니다. 이에 따라 1500년대를 전후해 파란색의 이미지엔 경건함에 고귀함이 덧대어집니다. 실제로 천에 파란색을 입히기 위해 유럽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염료의 원료인 꼭두서니가 당시엔 매우 비싸기도 해서, 정말 돈이 많고 고귀한 귀족들만 파란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근거지를 둔 여러 귀족들이 가문을 상징하는 깃발에 파란색을 입히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고요.

이런 사정이 1600년대 이후엔 완전히 바뀌는데,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더 진하고 쉽게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인디고 염료가 전 세계적으로 대량생산돼 파란색 물건을 더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로, 청바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입는 바지가 됐죠. 뉴턴의 광학 연구가 색에 대한 기존의 해석 방식을 바꿔버린 것도 한몫했는데, 프리즘으로 빛을 분리했을 때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었죠.

특히 프랑스의 경우엔, 싼 값에 많이 만들 수 있어서 군인들에게 파란색 군복을 지급했는데 이들이 왕에게서 등을 돌리고 공화국을 건설하는 혁명에 가담해 정치적 의미까지 띄게 됐습니다. 그 결과, 청취자 여러분이 다들 아시는 것처럼, 1789년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현재 프랑스 국기에도 파란색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사람들이 파란색을 바라보는 한 가지 모습에도 이런 두터운 역사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 책을 읽으시면서, 내가 파란색을 해석하는 방식은 어떨까 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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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작가, 미셸 파스투로의 빨강의 역사입니다. 파랑의 역사에서도 빨강은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색에 대한 해석-느낌은 한 가지 색에 대해 분명히 떠오르기보단, 한 색이 다른 색과 맺은 관계 속에서 해석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빨강과 파랑이 반대인 만큼, 빨강과 파랑이 걸어온 역사도 반대라고 그냥 추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책에도 나오는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빨강과 파랑이 반대라는 것조차 뉴턴의 광학 연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전 시대에 빨강은 그 자체로도, 다른 색들과의 관계에서도 전혀 다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두 책을 함께 읽으시면 색채에 대해 흥미로운 지식을 얻어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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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7
팀 베인 지음, 김미선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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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무엇일까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인가요? 하지만 머릿속에는 다양한 게 떠오릅니다. 느낌이 떠오른다는 표현도 하잖아요. 그러면 생각과 느낌은 다른가요? 아니면 같은가요? 그 둘이 같다면 어떻게 같고,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이런 거 보면 생각엔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도 같은데요. 그런 만큼, 이 다양한 생각을 철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분석의 결과들을 핵심만 뽑아서 간추린다면 아마도 청취자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책이 될 것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팀 베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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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생각에 관해 정말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드리면서 ‘생각’에 관해 학자들이 벌이고 있는 논쟁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를 짚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3,7,8장은 대체로 철학적 논의를 다루고, 4은 생물학, 5,6은 사회학과 심리학을 주로 다룹니다.

1장은 생각이 지니는 특성에 관한 철학적 분석입니다. 철학에서 생각은 세계를 반영하는 명제들이나 문장들을 믿는 능력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합니다. 2장은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러니까 생각 속 명제와 외부세계가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소개합니다.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이론은 계산주의인데, 외부 세계 구조를 반영한 기호의 구조를 운영하는 것이 생각의 본질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 수요독서에서 다룬 적이 있는 앨런 튜링의 ‘튜링 테스트’가 바로 이런 생각을 반영하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분명한데, 바로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중국어 방’ 논증입니다.

3장은 마음 이론,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아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낸다고 하는데, 그것을 정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러면 대체 ‘내 생각’은 제대로 알 수 있긴 한 것인지,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4장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여러 실험들을 소개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의 일부는 공유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명제’를 통해 과거나 미래에 자신을 투사하는 능력이라고 하네요. 5장은 문화권에 따른 생각의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게 있는 것인지를 연구하는 여러 실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6장은 잘못된 생각, 즉 착각이나 망상의 과정과 의미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에서 생각의 본질을 배울 수 있지만, 착각이나 망상을 통해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을 규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7장은 잘못된 생각을 품는 것의 도덕적 상태에 관한 질문입니다. 조금 바꿔 말하면, 과연 우리는 ‘모르는 것도 잘못이다’라거나 ‘틀린 믿음을 지니는 것은 도덕적 잘못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틀린 것을 믿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만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잘못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게 되기까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도구를 우리가 갖고 있는지, 사실은 그것조차 의문에 싸인 상태입니다.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걸 말해주죠.

8장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대상에 관한 생각입니다. 말이 이상한데, 우리가 생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를테면, 하나님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 물음에 가장 전통적인 대답은 ‘우리 생각으로는 떠올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으로 떠올릴 수 없는 존재에 어떻게 우리는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리송합니다.

이처럼 ‘생각’은 굉장히 많은 연구 영역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제입니다. 옛날 유럽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화롯불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고는 하는데, 우리도 따뜻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생각에 관한 생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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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앨런 튜링의 지능에 관하여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코너에서도 최근에 다룬 적이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고전인 논문이죠. 인공지능,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인공지능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그것이지 않겠습니까? 그 분야에 한 획을 그은 그 책을, 다시 한번 들춰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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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건축가들 - 식민지 경성을 누빈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김소연 지음 / 루아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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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우리에겐 뼈아픈 역사로 기록되는 해입니다. 이후 36년 동안 한반도는 일본 제국의 통치 아래 놓이죠. 하지만 그 와중에 살 사람은 살아야 하고, 일본이 가져온 신식 근대 문화는 일본 통치와 함께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들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건축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 곳곳엔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소재와 공법을 이용한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섭니다.

그 중심에는 경성고공, 경성고등공업학교가 있습니다. 조선에 근대 건축물을 세우는 현장에서 일할 실무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총독부가 세운 교육기관입니다. 재학생 상당수는 일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도 섞여 있었죠. 이들은 졸업 후 총독부에 취직해 관 주도의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합니다. 이런 프로젝트, 그리고 여기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한국 근대건축의 선구자로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문화콘텐츠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건물들. 그들의 이름은 낯익지만, 그 건물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은 낯섭니다. 바로 그 이름들을 다루는 책, 김소연의 경성의 건축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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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경성고등공업학교, 줄여서 경성고공입니다.

경성고공은 1916년 경성공업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총독부가 만들었고, 1922년에 경성고공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우리나라가 광복되기 직전 잠깐 경성공전으로 다시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경성고공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오래 유지됐습니다. 이 학교의 설립 목적은 분명한데, 이른바 ‘근대’적인 서양 건축물들을 조선 곳곳에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스펙터클’을 전시하며 일본의 통치를 선전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고, 한반도의 전통적인 ‘전근대적’ 건축문화를 바꿔 근대 문화를 이식하려는 목적도 함께 있었을 것입니다.

경성고공에 진학해 공부한 조선인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과연 우리가 이 학교에서 배우는 그 건축 기술과 방식과 문화가, 한반도에 적합한가? 사람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죠.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인기 없는 건축물이 될 것이고, 반면 전통을 너무 고수하면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죠.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건축가들은 이 고민의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합니다. 큰 건물에서 마당을 없애버리고 복도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근대적 전환’을 추구하는가 하면, 철도 역사에 한옥 지붕을 도입해 멋을 내기도 합니다. 서양의 역사에서 유행했던 온갖 건축 양식을 뒤섞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시기에 ‘근대 학문의 수입처’ 역할을 담당했던, 특히 서울 지역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등학교나 대학 건물들에 이 실험의 흔적들이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일본의 세력 확장에 따라 이들의 손길은 조선을 넘어 지금의 중국 동북부 지역, 우리가 흔히 만주라고 부르는 곳에 지어지는 건축물에까지 배어있습니다.

이런 실험으로서의 건축이 지니는 다양성만큼이나, 이 책에 등장하는 건축가들의 삶 속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에게 동시에 의뢰를 받았지만 본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건축가 박길룡이라든가, 조선 민족운동의 중심이었던 종교인 천도교의 본당을 설계한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라든가, 경성고공 출신은 아니지만 선교사 인맥을 통해 맨몸으로 건축을 시작해 이름을 남긴 강윤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축가들은 침략자 일본 대 저항자 조선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에서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종로 걷기입니다. 현재 종로는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고 옛날 건물이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이지만,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색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건물들 중에 상당수는 종로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들 중 일부는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건축가 김세연이 설계한 미츠코시 백화점과 조지아 백화점은 각각 지금의 신세계 본점과 롯데 본점이 대표적이겠네요. 건축가들이 자기 사무실을 내고 주로 활동했던 종로 일대 조계사 쪽 건물들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재개발되지 않고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옥마을이라고 부르는 북촌이나 서촌, 익선동에 있는 건물들 상당수도 사실은 이때 지어진 ‘한양절충형’ 한옥이고요. 요즘 트렌드는 복고라는데, 진정한 복고는 이른바 ‘모던 보이’ ‘모던 걸’ 아닐까요? 종로를 거닐면서 직접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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