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샤 창비청소년문학 117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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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샤』

 

표명희 장편소설

창비 출판

창비청소년문학117

 


 

무슬림 버샤의 가족은 불회부결정으로 입국이 되지 못한 채 인천 공항에서 난민과도 같은 생활을 한다.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함을 갖고 있는 정규직 종현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진우는 친구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고민 많은 청년들은 인천공항에서 일을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휴대폰도 없어 외부와 소통도 할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인 공항에서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가족끼리 돈독하게 입국 허가를 기다리는 기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리적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식량도 부족해져 가족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짜증과 욕설, 손찌검과 가출 등의 증폭된 스트레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집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장소이지만 아이들은 성장하고 익숙해진 환경에서 적응을 넘어 무슬림의 규율을 어긴다는 것도 잊은 채 현실에 충실하다. 동생들을 잘 돌보는 실어증 걸린 버샤는 책의 중반까지는 공항 생활에서 벗어나기 바라는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버샤는 원래 하만의 미래 둘째 부인인 아이샤였다! 반정 군인들로 인해 딸 버샤를 잃은 하만과 아델은 나라를 떠나기 위해 완전한 가족으로 보여야 허가가 쉽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법적인 딸 버샤의 자리에 아이샤로 바꾼다.

 

소설에서 아델과 종현이 자신들이 부유했던 대저택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동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생각인 듯한데,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 노력한 과정들이 자신을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슬림 여자인 버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바뀐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남자들이 휘두른 칼에 여자들은 바늘로 꿰맨다는 말에 반항하는 듯 푼돈이지만 돈벌이 수단인 수 놓는 바늘을 들지 않음으로 남자들이 여자보다 위에 있다는 규율을 바꾸고 싶어했다.

 

벗어나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실어증에 걸린 외국인 여자에서 언젠가 벗어나 자신이 좋아한 공부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 꿈을 꾼다. 벗어날 기미가 없는 현실에서 갈등하지만 좋아하는 책읽기를 하며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버샤는 난민 생활 때 만난 선교사 권과 인천 공항에서 만난 진우로 종교가 전부가 아닌 삶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자신에게 행복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과거의 무슬림 여성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싫어하는 것을 위해 의사도 표현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며 점차 갇힌 무슬림이 아닌 소통하고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외부로 나아가는 버샤의 모습들은 청소년 문학소설 주인공의 정석같았다. 여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보며 희망을 갖는 이야기는 아직도 여성은 세계 속에서 차별받고 억압의 대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책 속 밑줄긋기

 

당장 일자리를 뺏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결국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거잖아. 종현에 따르면 로봇은 착취라는 불편한 감정 없이 ‘인간적으로’ 부릴 수 있는 미래의 일꾼이었다. 힘들거나 위험한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삶을 즐겨야지. P21

 

그나마 그때는 다들 같은 처지라 남들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같이 진흙탕 혹은 가시밭길에 뒹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오가는 탑승객 속에서 우리는 그들과 같은 공항 이용객처럼 보여야 한다. P34

 

무슬림 가정의 어떤 부모도 딸에게 꿈이나 이상 따위를 묻지 않는다. 아무리 현명한 부모라도 마찬가지다. 내전의 나라, 그것도 신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나리에선 가당찮은 일이다. 어른스럽고 똑똑한 딸이 묻고 따지고 들어도 부모의 답은 하나다. ‘그것이 신의 뜻이다.’ P52

 

아이들도 내게만큼은 뭐든 잘 털어놓는다. 이유야 뻔하다. 실어증인 나를 통하면 어떤 비밀도 새어 나가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아이답다. P70

 

인형의 집으로 최적화된 그 가게에서 보듯 우리도 이 출국장이라는 보호 구역에 유폐되어 있는 셈이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유리 진열장을 벗어날 그날을 꿈꾸며 알러뷰, 알러뷰, 공허한 외침을 쏟아 내는 인형처럼…… P119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P240

 

바위처럼 굳건한 무슬림 문화에서 고분고분 순종적이면 절대 여자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나의 페르소나도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 성처럼 높은 벽과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기름진 토양에서 우리는 몰래 꿈을 키웠다. P241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P320

 

#버샤 #창비 #스위치 #표명희 #청소년문학 #소년문학 #청소년소설 #봄독서 #요즘뭐읽지 #장편소설 #소설 #신간도서 #난민 #자유 #서평단

 

♥ '창비'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 P240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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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3.3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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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3

- 집밥

 


 

 

📚 Special Theme_Essay3 엄마의 마음으로 차리는 홈파티 음식

마음이 맞고 말이 통하며 입맛까지 비슷한 벗들과 밥을 해 먹는 매력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의 외식과 꽤나 다르다. 손수 해 먹는 음식에는 즐거움과 정성이라는 조미료가 저절로 첨가된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순수한 마음이 가득한 이 순간만큼은 미혼이더라도, 남성이더라도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는 셈이다.

P24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 아이들을 위한 아빠 레시피 등 유독 남자들의 요리가 많이 나왔다. 내심 읽으면서 왜 우리 남편은 요리 시도도 하지 않는 걸까 푸념이 시작된다.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집밥이 특별하게 요리를 잘하는 손맛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모습만 보아도 즐거운 마음과 나를 위한 선물처럼 삶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 Special Theme_Letter 2 언니의 자취방에 차려진 밥상

언니가 손수 차려준 밥상은 그 어떤 식사보다 맛있었다. 언니에게 엄지를 치켜 보이며 밥을 두 그릇이나 싹싹 비웠던 그날의 기억이 견고한 회색도시에서 버티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P37

 

홀로 생활하는 자취생에게 집밥이란 인스턴트와 빵같은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인데, 그런 자취생에게 밑반찬과 된장찌개는 한 끼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두고 두고 그 행복했던 기억이 힘든 날에는 힘을 준다.

이번 3월호 집밥은 나와 남편, 아이들, 자취생, 부모님, 지인 등 모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 정성껏 요리를 하는 것도 즐겁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 Special Theme_Letter 4 그리운 불고기의 맛

내게 불고기란 음식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자식을 위해 갖은 정성으로 살뜰히 고기를 구워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의 손맛 깃든 그 불고기를 한 번만 더 먹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운 어머니의 미소가 새벽 강가에 핀 물안개처럼 내 마음속에 오롯이 피어오른다.

P41

 

나는 이렇게 집밥 하나가 그리움까지 끌어낼 거라고 생각 못했었다. 그냥 다양한 집밥의 종류만 떠올랐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시던 어머니의 기억이라니..눈시울 붉어질 수 밖에 없는 글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 생각이 날 때가 있는데 다시 먹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샘터는 왜 자꾸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가! ㅎㅎ

 



 

 

📚 이달에 만난 사람 - ‘은유’ 작가

세상에는 거친 환경에 놓여야 제대로 영그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뜨거운 흙 가마에서 매끈해지는 도자기. 칼자람을 수십 번 견뎌야 맛이 깊어지는 건어(乾魚), 그리고 작가 은유의 언어.

P43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할수록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견고해졌다. 괴로운 처지에 놓인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고통 공감형 작가’. 나란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 존재구나 하는 자각은 번번이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P46

 

“책을 보다가 문장 한 줄에서 생각의 씨앗이 발아하면 점점 부풀어요. 나는 왜 이 문장에 끌렸을까, 작가의 견해에 동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던지는 질문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죠. 그러면서 책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요. 단어 하나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한 상상력이 커질 때 글에 담긴 의미를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아요.”

P47

 

은유 작가는 글을 쓰기위해 책을 끊임없이 읽고 필사하며 글을 꾸준히 읽는다고 했다. 그냥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고 글을 쓴 작가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하는모습은 나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의 재미에만 집중하거나 과하게 꾸밈 많은 글을 선호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내가 글을 읽는 습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님들의 생각은 늘 읽어도 궁금하다 :)




 

 

📚+이달의 초록문장+

미움의 이면에는 반드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고이케 마리코 <달밤 숲속의 올빼미> 중-

 

+인생은 과정이다. 틀렸다는 자괴감이 들 때도, 망쳤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우린 방법을 찾아 다시 실행해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커다란 나무가 되어줄 수 있다. P53

 

 

📚 오늘의 언박싱 - 이승희 에세이스트

얼마 전부터 캠코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깨끗한 화질의 스마트폰 영상보다 조금 뿌옇게 보이는 저화질 영상은 묘한 향수를 일으켰다. 그러다 무방비 상태로 유튜브를 보던 중에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접하고는 캠코더를 향한 내 열망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P63

 

빈티지 물건들이 주는 향수는 단순 흥미나 컬렉터들과는 조금 더 다른 애착을 유발한다. 물건이 나를 과거 시간으로 회귀시켜주거나 그 시대를 현재에서 재현될 수는 없을까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화질이 낮은 캠코더로 원하는 영상 색감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화질이 낮다고 골동품도 아닌 카메라들이 생각났다. 우리는 너무 앞을 보고 달렸는데 이런 물건들로 잠시 옛날을, 그 시절을 돌이켜보라는 것 같아 좋았다.

 

 

📚 내가 사랑한 그림-우리의 장미빛 봄을 위해. 이소영 아트컬렉터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라울 뒤피가 남긴 말이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비단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만 있지 않고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야 한다고 믿는 나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이 끈질기게 이어질 때조차 예술에만큼은 기쁨과 환희만 담으려 노력했던 뒤피의 정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유효하다.

P77




 

 

📚 길모퉁이 도시기행: 이탈리아 산 비토 알티볼레-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최예선’ 아트칼럼니스트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바람의 독특한 감촉과 함께 낯선 세상을 살았던 미지의 사람들이 다정히 나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났던 순간들.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내가 찾아갈 세상, 내가 살아갈 세상을 향해 작은 길을 만들어주었음을 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이상은 헤매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바람이 그곳으로 데려다 줄 것을 알기에.

P100

 

이번 도시기행을 읽으니 이탈리아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화려한 건축물, 유명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도 있지만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들이 깨어나 편안함을 찾을 때도 있다.

 

 

📚 슬기로운 로컬생활: 바지락이 맺어준 고창과의 특별한 인연-‘바지락 총각’ 한승우 씨

지금의 고창의 성공적 바지락 총각으로 자리 잡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포기하면서 노력들이 모두 실패라는 이름 아래 묻혀버리는데 한승우씨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도전에 실패했지만 멈추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 시골 사람들의 텃새에도 묵묵히 견뎠다. 마음은 통한다 했던지 젊은이의 기술력과 마을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갯벌과 자금을 더해주겠다고 하니 이야말로 슬기로운 로컬생활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도 한승우씨는 어민들의 노동이 헛되지 않도록 사업을 착실히 수행시킬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귀영화도 좋지만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사업 연구에 매진한다는 것! 정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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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할수록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견고해졌다. 괴로운 처지에 놓인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고통 공감형 작가’. 나란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 존재구나 하는 자각은 번번이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 P46

내게 불고기란 음식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자식을 위해 갖은 정성으로 살뜰히 고기를 구워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의 손맛 깃든 그 불고기를 한 번만 더 먹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운 어머니의 미소가 새벽 강가에 핀 물안개처럼 내 마음속에 오롯이 피어오른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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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오늘의 젊은 문학 8
박유경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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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박유경 소설

다산북스 출판


 

“잊고 있던 내 마음 속 여분의 사랑을 보았다”




 

 

인물간의 오고가는 감정들이 한데 묶여있어 글의 한 부분을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다. 반전이 있거나 감정을 고조로 끌어올리지 않지만 잊고 있던 내 마음 속 여분의 사랑을 보았다.

 

내가 마음을 먹고 결심한 데에 대하여 부딪히고 해결되지 않는 일들로 인한 분노들이 인물 속에 많이 보였다. 열린 결말들이 그동안의 세상의 어두웠던 면들을 잊지 않고 내면에 누르며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말 사소한 오해들로 내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에 눈치봐야 하는 일들과 잘못이 없음에도 나를 힐난하듯 바라보는 시선들에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시점들을 잘 살려내 준 것 같다.

 

단편들 중 <여분의 사랑>과 <루프> 소설이 좋았다.

여성은 힘없고 나약한 존재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약자로 늘 남성과 비교되고 올라갈 수 없는 한계점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대상이 되기보다 자신이 주체가 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강함을 드러낸 점 때문에 좋았다고 느낀다.

 


 

📖떠오르는 빛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에 무감해져서, 아름다운 것을 봐도 아름답지 않아서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많았다. 채아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로 살았던 때의 감각이 그리웠고, 희우 작가를 만나면 잠시라도 그때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P11

 

가현과 시현은 하민의 죽음이후에도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졸업을 해도 인도 여행을 다녀오며 서로 다른 구석이 많지만 함께 좋아한 희우작가 북토크를 계기로 만나게 된다. 서로 몰랐던 점이 많았지만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현은 시현이 말한 빛이 어떤 빛인지 알겠다고 말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가장 낮은 자리

 

그런 눈은 어김없이 지민의 가슴골에 머물렀다. 벗어야 벗겨지는 게 아니다. 노골적으로 보는 시선은 무례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다 지민과 눈이 마주치면 김 기사와 비슷한 눈으로 웃어 보였다. P49

 

그저 두 남자의 수치를 목격했다는 것만으로 지민의 자리가 낮아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P50

 

지민은 추운 겨울 모델하우스 광고를 위해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일을 한다. 운전 중 벤츠 운전자와 시비가 붙은 김기사는 상대 운전자의 덩치를 보고 깨갱한다. 이십대 은호는 오십 넘은 팀장이 누님이라 부르라 하면 얼굴을 붉힌다. 지민은 이런 두 남자들이 지민이 듣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야한 농담을 하는데 기분이 나쁘다. 혼자 있던 지민은 돌 하나가 누군가의 눈처럼 번뜩였고 지민은 돌 하나를 들고 차 주변을 도는 자신을 상상하며 가슴을 두근거린다.

지민도 어쩌면 그들과 같은 강함을 열망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열함이 내면에 있었던 것일까.

 

📖여분의 사랑

 

서른한 살의 다희가 스물여섯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주도 그랬다. 다희는 래시가드의 물기를 몇번이나 눌러 짜며 우주는 없다고 중얼거렸다. 엄마는 할머니와 아빠의 폭언에 메말라 버렸다. 메마른 사람이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주는 건 날카롭게 버려진 가시로 찌르는 상처뿐이었다. P75

 

“너네 엄마가 언제든 헤어지라고 했어.”

우주가 울컥한 목소리로 “알아”하고 대꾸했다. 우주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턴가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다희는 온화했던 우주를 알아서, 우주가 군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아서 이해하려 애썼고 원래의 우주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P75-76

 

폭력적인 우주와 함께 한다면 자신의 미래는 불행할 것이라고 다희는 안다. 사랑한다고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우주를 사랑해서 우주가 원하는 여행도 왔지만 폭력적 우주를 본 후 다희는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결정하고 우주를 떠난다. 주인집에 갇힌 개들을 보고, 썩은 물 냄새 진동하는 수영장물을 보면서 자신도 우주 안에 갇히게 되면 저렇게 물어뜯기고 썩어버릴 것이라 느꼈던 것 같다. 다희는 자신의 육체는 떠나왔지만 스물둘의 우주와 변해버린 우주사이에 여분의 사랑을 남겨둔 듯했다.

 

📖검은 일

 

아픔이나 상처가 없는 곳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세상을 보듬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라니……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 게 뻔하고 희망 따윈 없다고 생각했으니 더 이상 춤추지 않고 어린아이들과 고개만 끄덕였겠지. P87

 

파란색으로 고꾸라진 수익률을 보니 웃음이 났다. 코인에 들어간 수많은 돈은 어디로 가는 거지? 바람이 불자 가루가 휘날렸다. 가루는 산발적으로 몇 군데 쌓여 있을 뿐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시훈은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숲속으로 흩날려 가는 가루를 눈으로 좇았다. P115

 

코인과 주식으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젊은 영끌족이 생각났다. 노동으로 성실히 돈을 버는 것보다 쉽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고위험 투자는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검은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모르나 말 그대로 어떤 일인지 돈만 보고하는 일이다. 결국 그 검은 일은 자신의 인생마저 검게 변해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시훈은 깨달았을까.

검은 일을 하는 중 어둠 속의 허기지고 가루에 중독된 짐승들처럼 생존을 위해 시훈도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과도 같이 자신의 중독과 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도록 자신을 찾는 아버지와 지훈이 있으니 시훈은 악을 쓰며 살아 남을 것 같다.

 

📖변신을 기다려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슷하게 가지지 못해 배제당하고 서러웠던 마음이 스물셋 되어서까지 잘 잊히지 않았다. 가진 게 많으면 있는 것을 누리며 없는 것을 드물게 떠올리지만, 가진 게 없으면 없는 것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았다. 원하는 걸 갖지 못한 지금의 경험이 차이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데 쓰일까 봐 조바심이 났다. P128

 

시터 앱으로 만난 아이 ‘지후’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훔친 것을 본 후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낸 지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지 자신의 과거 일들이 기억나서 인지 그 해결되지 않은 찝찝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아이들에게서 지후의 얼굴이 보인다. 모든 일은 그런 것 같다. 내가 조금만 신경써주었더라면 달라질 일이었을텐데 귀찮아서 때로는 나에게 피해가 올까봐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두고 두고 기억 속에 잔재로 남아 나를 괴롭힌다.

 

📖루프

 

아빠가 아픈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저씨와 하나하나 해나갔고 자, 오늘은 어딜 가볼까, 묻는 아저씨의 활기에 매료되었다. 나는 어쩌면 엄마보다 더 아저씨를 좋아했다. 아저씨가 아빠처럼 굴며 자리를 채워준 것을 거리낌 없이 충분히 받아들였다. 엄마와 아저씨의 관계 속에서 나 또한 안정을 되찾았음을 엄마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P165

 

그런 일들이 왜 수치스럽게 여겨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분했고, 분함이 가시지 않아 한 번 당하고 나면 여러 밤 땀을 흘리며 악몽을 꿨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시간이 흐른다고 무뎌지지 않았다. 잠시 수면 아래에 잠겨 있지만 언제든 다시 떠올라 날을 세울 수 있었다. P166-167

 

질병이나 사고 같은 건 합의되지 않은 상태로 찾아올 텐데 그런 일이 생겼을 때를 견뎌주지 않는 관계를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지금껏 좋다고 여기며 맺었던 관계란 작은 입김 하나에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으며 그건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 되풀이될 게 분명했다. 끓어오르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가 얼마나 다른 종류의 인간인지 깨닫는 지난한 과정만 남았다. P182

 

🔘결핍이 많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의 삶이란 언제나 흔들리는 대지 위에 발을 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뜻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외로워했고 그런 종류의 외로움은 누구를 만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P189

 

차가운 시선과 나를 모르면서 자신들의 기준에 걱정된다는 말로 할퀴듯 상처를 주는 것을 지수는 그들에게 차갑게 대한다.

임신한 여성은 기혼이며 정상적인 가정 속에서는 축복이나, 미혼일 때는 겪어야 하는 수치심과 경계심으로 자신이 결정한 생각에 대해 존중받지 못하고 걱정을 앞세운 동정의 눈빛과 기초적인 생계도 우려스럽다는 말들을 들어야 한다. 반대적인 의견에 대하여 작가는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세상에서 대우받기 바라고 그런 세상을 향해 대항하는 듯하다.

 


 

 

📖손의 안위

 

은수의 몸매와 외모를 지적. 영업을 위해 몸을 바꿔야 하다니. 손의 상처로 소매치기 범으로 몰렸음에도 은수는 그들에게 맞춰주고 굽히기보다 그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보여주고자 꼿꼿히 이겨낸다.

 

 

#여분의사랑 #박유경 #다산북스 #소설 #단편소설 #한국소설 #신간도서 #위로 #독서 #책추천 #다산책방 #서평 #도서제공

 

♥ ‘다산북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결핍이 많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의 삶이란 언제나 흔들리는 대지 위에 발을 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뜻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외로워했고 그런 종류의 외로움은 누구를 만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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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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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을유문화사

 


 

 

 

💫『별의 시간』 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나쁜남자를 넘어선 여자친구에게 막말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쓰레기 대명사 급의 남자친구 ‘올림피쿠 지 제수스’는 파라이바 오지 출신으로 금속공장 직공이면서 금속공학자인척 한다. 반대로 그녀인 마카베아는 죽음조차 끌어안은, 삶에 대한 염원 가득하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대신 고모와 가난하게 자랐고 성인이 되어 최저시급도 안되는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런 사회적 지위에도 만족을 한다.

 

🌟나는 마카에게 나 자신의 상황을 주입시켰다는 걸 안다: 나는 매일 몇 시간씩의 고독이 필요하다. 아니면 ‘me muero’(*스페인어로 ‘나는 죽는다’라는 뜻이다.) P118

 

위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것을 ‘마카베아’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끝없는 절망 속에 태어날 때부터 목소리를 내는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이들은 다를 이들이며 언어와 글의 형식에서 벗어나 차별의 시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고통의 의미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빈민가 여성은 중산층이 될 수 없는 계층이될 수도 있고, 리스펙토르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날 당시 러시아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브라질에서 살게 된 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없어 겪었던 고통을 말하는 듯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답고 반짝이는 별의 시간은 없고, 현실이면서 픽션인 공간에 별의 시간이 있다. 깜깜한 우주의 어둠 속에서 초신성의 별처럼 폭발 후 점차 사라지는 순간이 계속된다. 일반적인 죽음은 형태인 육신의 죽음이지만 화자인 ‘나’는 ‘그녀’가 죽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이 형태와 시공간이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삶은 이어진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언어로 쓸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는 존재론적 질문들이 많은데 그런 질문에 답을 할 수도 없다. ‘무엇’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을 하려고 하기보다 그 자체로 읽어야 하는 것이고, 나는 그 ‘무엇’이 감정은 아닐까 추측도 했지만 불가항력으로 글을 쓰는 중대한 원인이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한 점으로 볼 때 자신이 쓴 글 속에서 만든 인물이 자신일 수도 있고 그 인물과 마주할 자신이 두려워 ‘무엇’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형식과 관념을 벗어던지고 형태가 없는 무無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 『별의 시간』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시를 읽는 것이 너무 어려운 나는 시의 본질을 알고 의미를 깨달으면 은유, 비유 같은 표현은 본질로 가기 위한 관념이었다는 것을 소설을 읽고는 어렴풋이 알게 된 듯하다.

 

 



📖 책 속 밑줄긋기

 

하지만 나는 단어에 장식을 달지 않을 작정인데, 만일 내가 그 여자의 빵에 손을 대면 그 빵이 황금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여자(열아홉 살이다), 그 여자는 그 빵을 씹을 수 없게 될 것이고, 굶주려 죽어 갈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여리고도 흐릿한 존재를 담아내려면 최대한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 P24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더 예민하게 만들 것이며, 또한 모든 하루가 죽음으로부터 훔친 하루라는 걸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P26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름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P29

 

이 모든 것은, 그래, 이야기는 역사가. 그렇지만 나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를 미리 유념해 두려한다: 말은 말이 맺은 결실이며, 말은 말을 닮아야만 한다는 것. 그것을 달성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첫 번째 임무다. 말은 치장이나 헛된 기교로는 채워질 수 없으니, 그것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P32

 

그녀는 오지의 유산인 구루병을 갖고 태어났다-앞에서 말한 전과가 이것이다. 두 살 때, 그녀의 부모는 악마가 신발을 잃어버린 곳이라는 알라고아스 오지에서 고약한 열병을 얻어 죽었다. P46

 

그녀는 자신이 왜 항상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심지어 알지 못함은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P47

 

삶은 그런 것: 버튼만 누르면 삶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다만 그녀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몰랐다. P48

 


 

 

당신이 그들에게 하나를 주면 그들은 열을 바라게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은 모든 것을 향한 굶주림 속에서 꿈을 꾼다. 그는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 그 모든 것을 원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늘에서 불꽃을 터뜨리고 반짝거리는 빛의 비가 내리게 하는 건 적어도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P59

 

나는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이 타이피스트의 보잘것없는 삶을 반짝거리는 거짓들로 덧칠하고 싶지 않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P60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을 씀으로써 그저 하나의 우연한 존재가 되는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쓰는 것, 그건 하나의 행위이고 행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안의 힘들과 접촉하고, 나 자신을 통해 당신의 신을 발견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모르겠다. 그래, 사실이다. 가끔 나는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치 내가 머나먼 은하계에 속한 존재인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나 자신이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P61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는 감정들과 더욱 섬세하고 우아한 삶들, 심지어 영혼의 사치라 부를 만한 것들마저도. 그렇게 그녀는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P86

 

그녀에겐 손목시계가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시간의 광대함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초음속의 시간을 살았다. 그녀가 음속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P107

 

“난 세상에서 혼자이고 난 아무도 믿지 않아요. 모두가 거짓말을 해요. 때론 사랑을 나눌 때조차도 그러죠, 난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실은 꼭 내가 혼자 일 때만 찾아오는 거예요.” P118

 

그녀는 죽음을 포옹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죽음,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 그녀는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될까? 나는 그녀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건 그녀가 삶을 너무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P144



 

 

#도서제공 #별의시간 #을유문화사 #클라리시리스펙토르 #암실문고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문학 #서평 #신간도서

 

♥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름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 P29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을 씀으로써 그저 하나의 우연한 존재가 되는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쓰는 것, 그건 하나의 행위이고 행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안의 힘들과 접촉하고, 나 자신을 통해 당신의 신을 발견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모르겠다. 그래, 사실이다. 가끔 나는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치 내가 머나먼 은하계에 속한 존재인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나 자신이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 P61

그녀에겐 손목시계가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시간의 광대함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초음속의 시간을 살았다. 그녀가 음속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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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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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작가

은행나무 출판



 

 

11편 단편 중 <봄날 오후 과부 셋>, <천국의 열쇠>, <목욕 가는 날> 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되돌려주어 가장 좋았다.

 

서로 다른 생각, 이방인, 계층 등의 차이로 미묘한 분열도 있고 또 그들이 한편이 되어 연대의식을 가지는 가 하면, 우울한 사람들의 만남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과 또 반대로 위로를 하며 힘을 내어야 한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름이 없이 나, 그, 그녀, 김 여사, 최와 박과 김으로 나온다. 주인공만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가 될 수도 있고 그녀가 내가 될 수도 있듯, 단편들 속에 등장한 다양한 계층과 신체적 차별의 인물들을 보여줌으로 나와 가족 혹은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지만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소설들의 인물들을 만나고 나니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평범한 99%의 ‘비범함’을 눈부시게 증명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정지아 작가의 글이 좋은 이유는 후회로 가득할 수 있는 일상을 삶이 다 그런거다 위로해주는 대화들이 많다.

그리고 읽기가 쉽다.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한참을 고민해야하는 책은 덮고도 어려웠다는 기억만 남을 때가 있는데 정지아 작가의 소설은 눈으로 읽으며 감정이 바로 전달되어 자꾸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

 


 

📖 숲의 대화

 

첫 문장 ─ 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낸다.

 

왜 하필 나였소?

젊은이는 아직도 저만의 시간 속을 헤매소 그는 혼잣말인 듯 중얼거린다.

왜 하필 나헌티로 보냈소? 나가 워쩌기를 바랬소?

시선은 동고새를 향한 채 젊은이가 넙죽 말을 받는다.

잘 살기를 바랬제. P24

 

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P25

 

✏️따끈한 바위 위 졸고 있는 늙은이의 한낮의 꿈 이야기가 정말 꿈을 꾼듯 순식간에 읽혔다.

바람에 과거가 소환되어 온듯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종이었던 '나'와 도련님의 아이를 가진 '순심이(아내)', 순심이를 나에게 보낸 죽은 '도련님'이 나온다. 사상을 바라보던 도련님과 사랑을 바라보던 아내. 계급과 사상의 차이로 도련인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나에게 온 순심이의 삶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에 그리움인지 한탄인지 모를 회상한다. 비록 죽고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사람이지만 나(운학)는 순심을, 순심은 도련님을 사랑하며 운명처럼 기억 속에서 함께 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은 순심을 원망하지 않고 순심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운학을 보면 참아내고 바라보는 그런 삶도 살아 내는구나 싶었다.

 


📖 봄날 오후, 과부 셋


첫 문장 ─ 봄바람이 앙탈하는 아이처럼 마당을 휩쓴다.

 

반나절 만에 빨래를 말린 성급한 바람처럼 그녀의 80년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P37-38

 

젊은 날, 그녀의 피부는 건조한 한겨울에도 자르르 기름기가 돌았다. 그 기름진 살결은 세월 속에서 차츰 기름기를 잃어 언젠가부터 푸석푸석 살비듬이 일었다. 매일 아침 방바닥에 떨어진 살비듬을 손으로 쓸면 손바닥이 온통 허옜다. 살비듬이 빠져나간 생명이나 되는 양 그녀는 아침마다 심란하다. P38

 

✏️여자의 늙어버림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고 병이 든 것이 아니라 피부가 노화되는 모습을 글로 읽으니 서러움이 더 커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또 인정 안한다고 나이를 돌릴 수 없으니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하는데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 죽을 때까지 찾아가는 과정같았다. 사랑받고, 외롭지 않게 누군가와 함께 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인 듯 하다.

 


 

📖천국의 열쇠


첫 문장 ─ 쿵쿵 벽이 울린다.

 

아가, 병신이면 어떠냐. 네가 젤이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않아 언제든 품어줘야 할 아이로 보이는 것일까. 마흔 가까운 그를 영수 어머니는 ‘아가’라고 불렀다. 웬일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헛개나무가 첫 꽃을 틔웠을 때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톡톡, 어여쁜 꽃망울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P83

 

✏️장애를 가진 남자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베트남 여자 호아의 이야기. 주정뱅이 아버지에 가난한 집이지만 삶을 놓치지 않는 어머니의 집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 육신은 비록 정상은 아니더라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와 호야의 헛개나무밭에서 바람에 살랑이는 꽃송이 향기를 비록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둘이 갖고 있는 헛개나무밭으로가는 열쇠는 누가 무어라 하지 않는 자신들의 공간으로 가는 천국이 아닐까.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꽃송이 향기가 나는 소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다.

 

📖 목욕 가는 날


첫 문장 ─ 빌라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맥이 탁 풀렸다.

 

내가 도망친다고 세월이 어머니를 비켜가는 것은 아닐 터, 반년 만에 만나면 어머니는 더 늙어 있었고, 그만큼 더 괴로웠으며, 하여 더 빨리 떠날 핑계를 찾았다. P114

 

✏️K장녀인 언니는 엄마와 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엄마와 거리두는 동생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도 좋았다. 다른 지역에 살아 가끔 부모님을 뵐 때 마다 얼굴의 주름과 느릿한 걸음걸이 같은 늙음의 모습을 볼 때면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과 나도 여유롭지 않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마음으로 모른척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언니가 있으니 잘 하겠지라는 떠넘기기 식으로 했던 지난 날들이 목욕 가는 날을 읽으면서 함께 떠올라 어른이 된 나는 엄마와 언니 앞에서는 아직도 막내이구나 싶었다. 괜히 엄마한테 안부 문자 남겨보는 날이었다 ^^

 

📖브라보, 럭키 라이프


첫 문장 ─ 사위는 아직 어둡다.

 

행운의 사나이답게 아들놈은 다시 일어나 그날처럼 사방천지 팔펄 날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P135

 

✏️사고로 뇌사 아들을 23년동안 바라지 하다 깨어날 것이라는 한낱 희망에 재산도 모두 병원비와 생활비로 날리고 남은 자식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몫조차 경우에게 가버린 것이라 등 돌려버린다. 경우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희망이 고통으로 삶을 살게 하는 가족 같아서 슬프다.

 

📖핏줄

 

첫 문장 ─ 왕시루봉이 구름 한 점 없이 말갛다.

 

✏️베트남 며느리와 한산 이씨 가문의 이야기. 족보를 중시 여기는 집에서 베트남 며느리가 낳은 손주 얼굴을 보고 굳어 버리는 장면은 핏줄이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스스로 갇혀 괴로워하는 사람처럼.

 

📖혜화동 로터리

 

첫 문장 ─ “얘, 켈로(Korea Liaison Office).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국전쟁 발발이후 군부대에서 일한 ‘박’과 빨치산이었던 ‘최’ 그리고 박의 제자이면서 국립대 교수인 ‘김’사이의 반세기에 걸친 우정을 보여준다.

 

📖인생 한 줌

 

첫 문장 ─ 땅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

 

농사만도 못한 게 자식농사였다. 들판 가득 너울거리는 벼 이삭을 보는 뿌듯함도 잠시, 잘 말린 벼를 수매하도 돌아설 때면 빈 들판보다 더한 헛헛함이 밀려와 날밤을 새며 독한 소주로 달래지지 않았다. 자식이란 잠시 내 품에 품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떠나보내야 하는, 본디 허망하디허망한 존재라고 헛헛한 가슴을 다독여도 그때뿐, 술이 깨고 나면 어느새 그는 동네 어귀 느티나무 밑을 하릴없이 서성이며 목을 늘이고 있었다. P219

 

📖즐거운 나의 집

 

첫 문장 ─ 비라도 한 줄금 퍼붓기를 바랐건만 햇볕은 쨍쨍, 바람은 살랑, 일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오지랖 넓은 것 또한 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땅을 닮아 넉넉한 품성을 가졌거든 없는 설움을 애먼 남에게 풀지를 말든가, 마누라 동생을 건드리지 말든가. 기본적인 예의도 윤리도 없으면서 웬 돼먹지 않은 훈계란 말인가. 그러면서 그는 뭔가 억울하다. 내 사정은 누가 봐주나. P268

 

📖나의 아름다운 날들

 

첫 문장 ─ 반짝, 김 여사는 눈을 뜬다.

 

사지육신 멀쩡한 자식놈 수발들자고 일터를 사나흘이나 비우겠다는 아주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록 남의 집 살림을 산다고 해도 일이란 신성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그 분야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게 인생의 당연한 이치다. P283

 

✏️김 여사는 입주하여 자신의 집안일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자식이 아파 며칠 쉬겠다는데 그 자식의 상태보다 일을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심쓰듯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것을 배려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평생을 자신도 편하게 살지 않았다고는 하나 유기농, 균형잡힌 식단 등을 신경써야 하는 힘듦이 있었다고 한다면 최저 생계만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삶은 없는 유모와 입주가정부와는 다른 자신만의 삶의 특권을 누리기 위한 부주적인 노력이라 생각한다.

 

📖절정

 

첫 문장 ─ 가로수마다 불빛이 환하다.

 

죽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 꿈을 꿀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꿈을 버리는 순간 노숙자로 전락할 게 두려울 뿐이다. P328

 

✏️바로 앞의 추락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지만 그냥 떨어져 버리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안간힘 속에서도 스스로 떨어져 가버린 김을 떠올리며 자신은 가족을 위해 더 안간힘을 쓴다. 추락하기 싫은 자들의 모임 같다. 늘 술에 절어있고 혼자 있고 제대로 된 식사와 옷과 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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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반나절 만에 빨래를 말린 성급한 바람처럼 그녀의 80년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 P37

젊은 날, 그녀의 피부는 건조한 한겨울에도 자르르 기름기가 돌았다. 그 기름진 살결은 세월 속에서 차츰 기름기를 잃어 언젠가부터 푸석푸석 살비듬이 일었다. 매일 아침 방바닥에 떨어진 살비듬을 손으로 쓸면 손바닥이 온통 허옜다. 살비듬이 빠져나간 생명이나 되는 양 그녀는 아침마다 심란하다. - P38

아가, 병신이면 어떠냐. 네가 젤이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않아 언제든 품어줘야 할 아이로 보이는 것일까. 마흔 가까운 그를 영수 어머니는 ‘아가’라고 불렀다. 웬일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헛개나무가 첫 꽃을 틔웠을 때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톡톡, 어여쁜 꽃망울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 P83

죽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 꿈을 꿀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꿈을 버리는 순간 노숙자로 전락할 게 두려울 뿐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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