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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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출판

 


 

(첫 문장)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어떤 책은 첫 문장만으로도 책에 빠져들게 하는데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그랬다. 화자인 한탸는 책을 통해 고독을 선택하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한번 책에 빠지면 완전히 다른 세계에, 책 속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 순간 나는 내 꿈속의 더 아름다운 세계로 떠나 진실 한복판에 가닿게 된다.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이방인이되어 묵묵히 집으로 돌아온다. (P16)

 

 

한탸는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지하실에서 책을 압축해서 폐기하는 일을 한다. 일상의 반복되는 쏟아지는 책, 압축기의 녹색과 붉은색 버튼을 누르는 일을 하면서도 책을 고독의 피신처로 삼는다. 다양한 작가와 책들이 폐지처리되는 것을 사물인 책에도 생명이 있는 듯 죽음으로 표현하며 슬퍼헀다.

 

🔖내 안에는 이미 불행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자리했다. 그렇게 나는 파괴 행위에 깃든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열차의 차량들에도 화물을 실었고, 수많은 열차가 킬로그램당 1코루나에 팔릴 짐을 싣고 서방으로 떠나갔다! (P23)

 

프로이센 왕실 서적이 전리품으로 분류되어 헐값에 팔리거나 다시 싣는 트럭에서 비를 맞아 인쇄용 잉크가 금빛 물이 되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본 한탸는 꼭 책의 죽음을 보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공산주의 정권같은 사상따위 보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보여줬다.

 

 

🔖닭장을 벗어난 닭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내려오며 모이를 쪼아대면 손 하나가 그들을 낚아채 산 채로 꼬챙이에 꿰어 목을 잘랐다. 그들 운명의 고리에 막 합류하고 난 그 닭들처럼, 이곳에 쌓여 있는 책들도 요절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P97)

 

반복되는 일상과 지하에서 마시는 맥주한잔을 마시는 개인의 시간을 사랑하는 한탸라는 주인공이 매력적인 이유는 위의 문장처럼 책의 죽음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장면도 있고, 엉뚱한 상상력 때문에 책 읽는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침대 위로 쌓아 높이 솟은 책 천개를 올려다본 후 2톤짜리 닫집이 불러일으킨 상상의 무게에 짓눌려 몸이 구부정해져 8년새에 9센티미터 키가 줄었다고 하는 말! 책과 함께 한 시간만큼 순수한 한탸의 모습 같다.

 

 

🔖순식간에 연은 성부 하느님이 되었고, 나는 그분의 아들인 성자, 그리고 연줄은 인간과 하느님의 중재자인 성령이 되었다.(P83)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P86)


 

어린 집시여자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마이다네크 혹은 아우슈비츠의 어느 소각로에서 태워졌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한탸는 히틀러의 관련된 책을 파쇄하고 짓이길수록 어린 집시여자를 더 떠올린다. 한탸는 청소를 하며 희생시킨 쥐들도 폐지더미에서 새끼를 키우고 살았을 뿐인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짐승이지만 자신이 죽였고, 어린 집시여자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불이 되어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잊고 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을 떠올린다.

이름도 묻지 않았고, 언제 만나는지 약속도 하지 않는 그녀와 한탸는 어쩌면 서로는 결국엔 헤어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종종 신의 환영을 보지만 신을 믿지 않는 한탸에게 어린 집시여인은 하늘(신)에 연을 날리며 함께 하고 싶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 하루 쉬는 날이 찾아와도 나는 수당을 받고 일하러 갔다. 일이 항시 밀려 있는데다, 내 역량을 넘어서는 종이 더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으니까. 사르크스 양반과 카뮈 양반이, 특히 후자가 멋들어지게 글로 옮겨놓은 시시포스 콤플렉스는 지난 삼십오 년 동안 내 일상의 몫이었다. (P93)

 

돌을 굴려 언덕을 올라가는 일을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자신도 35년간 지하에서 책을 압축하는 일을 하는데 좋아하는 책을 죽음으로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책을 구하는 것도 필사적이다. 한탸에게 돈을 주며 고서와 같은 서책을 사는 철학 교수와 과거 신문기사의 글을 썼던 슈트륨은 책을 알고 좋아하는 한탸 주변의 유일한 인물들이다. 이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며 한탸 자신은 책을 죽음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을 대신해 책을 구해 주기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

독파를 하면 좀토크로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이 가장 컸는데 이번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구월서가’ 책방지기 김혁규 님이 독파메이트로 독서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혼자 읽었다면 길을 잃거나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손을 잡고 천천히 책 속 한탸가 있는 공간으로 나를 이끌어준 듯하여 읽기도 한결 수월했다. 김혁규 님이 독파메이트라면 그 책을 선택하고 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미션 가득은 덤 ㅎㅎ) 🫶

 

 

📖 책 속 밑줄긋기

 

진정한 책에 내 눈길이 멎어 거기 인쇄된 단어들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은 대기 속에서 파닥이다 대기 중에 내려앉는 비물질적인 사고들뿐이다. 대기에서 자양분을 얻고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사고들. 면병 속에 있으면서도 없는 성혈처럼 만사는 결국 공기에 불과하니까. P11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P25

 


 

 

마치 고전 작품들의 뼈와 해골을 압축기에 넣고 갈아댄다고나 할까. 탈무드의 구절들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P26

 

세상에서 단 한 가지 소름 끼치는 일은 굳고 경직되어 빈사 상태에 놓이는 것인 반면, 개인을 비롯한 인간 사회가 투쟁을 통해 젊어지고 삶의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단 한 가지 기뻐할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P38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일을 하면서 전능의 무한한 영역에 내던져졌음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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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책에 내 눈길이 멎어 거기 인쇄된 단어들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은 대기 속에서 파닥이다 대기 중에 내려앉는 비물질적인 사고들뿐이다. 대기에서 자양분을 얻고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사고들. 면병 속에 있으면서도 없는 성혈처럼 만사는 결국 공기에 불과하니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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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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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의 불안이 삶을 얼마나 뒤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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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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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난다 출판

 


 

『밤이 선생이다』는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황현산’의 첫 산문집으로 2013년 초판 발행되고 2023년 39쇄를 찍었다. 책은 4년 동안 한겨레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에 국민 일보에 실었던 칼럼이 주를 이루고 있고, 80년대와 90년대에 썼던 글도 여러 편 들어 있다.

 

작가는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향한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표지는 화가 ‘팀 아이텔’의 작품으로 깜깜한 밤,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뒷모습은 책의 내용과 닮았다. 책에는 마음에 담겨있던 이야기가 많았는데 밝은 곳에서는 꺼내볼 수 없는, 우리가 외면했고 어쩌면 답답해했던,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알아야하는 이야기이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주는 것 같았다.

 

 

🔖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P12)

 

🔖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P27)

 

 


 

사회의 부조리와 국민 입장에서 열불나는 이야기(정치색이 조금 담긴)를 글로 항변하듯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 유년시절, 풍경 등의 사진을 보며 추억하고, 해석도 하고 떠오른 시, 노래, 소설, 영화의 내용을 책 속에 담았다.

 

작가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만 추구하는 삶에 대하여 따끔하게 지적한다. 세상을 바라봄에 있어 깊이를 지녀야함인데 그렇지 않은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고 ㅠㅠ 책을 읽어야 비로소 이런 깊이는 깨닫게 되는 것 같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그냥 책을 읽으면 좋다가 아니라 이렇게 저마다의 깊이를 알도록 책을 들고 펼치도록 만든다. 폴 오스터의 긴 소설 『달의 궁전』의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문장처럼 달이 사라지는 모습을 예전처럼 언덕에서 볼 수 없지만 그 자리라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살자고 했다. 깊어지는 가을에는 이런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살자는 말과 함께.

 

누군가 추천해주는 책,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보다 우연히 책을 읽다 발견한 좋은 문장으로 책을 접하게 되는 때가 요즘 종종 있다. 이렇게 읽은 책은 작가 말처럼 더 깊이 책을 읽고 내면을 알고자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 어떤 사정으로도 진실을 덮어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이 인간 의식의 맨 밑바닥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작업임을 염두에 둔다면, 진실 가리기는 문학을 욕되게 하는 일이 되고, 그 작가들을 영원히 허위 속에 가둬놓는 일이 된다. (P84)

 

🔖 젊은 날의 삶은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한 삶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한 삶이기도 하며,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이 거기 있기도 하다. (P88)

 

위의 <봄날은 간다>를 읽고 ‘잘 만들어진 실패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파 미션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내 젊은 날에 대해 나는 다른 삶을 위한 준비보다 그냥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비중이 더 컸다. 노력하지 않았던 지난 날로 인해 지금의 불안이 더 가중되는 것 같아 젊은 날을 예쁘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내 아이들에게 다른 삶을 준비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나는 봄날의 아름다움 대신 실패담을 잘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우리의 실패와 변화도 이 사소한 것들과 세상의 거창한 이론들이 맺게 되는 관계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P175-176)

 

🔖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P176)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학창시절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는 듯 좋았다. 어둠에 갇혀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고 자신의 무력함을 분노로 내장 속에 칭칭 감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은 나도 될 수 있고 다른 이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사소한 사정'에 귀 기울이면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어둠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삼십여 년에 걸쳐 쓴 글을 통해 황현산 선생은 그동안 ‘포기할 수 없는 전망 하나’와 줄곧 드잡이를 해온 것 같다고 말했는데, 모든 이의 깜깜한 밤에서도 잠 못 이루며 이루고자 한 꿈들에 대해 소회를 글로 읽으며 나 역시 이해받은 것으로도 이 책은 충분하다.

 

 

#밤이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난다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4월독서 #읽을만한책 #책추천 #추천도서 #완독후기 #서평 #내돈내산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 P27

우리의 실패와 변화도 이 사소한 것들과 세상의 거창한 이론들이 맺게 되는 관계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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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4
-창간 53주년 기념호 ‘생일’

이번 샘터 4월호는 창간 53주년 기념호로 ‘생일’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샘터만의 결이 느껴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

샘터는 늘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친근하다. 
생일의 케이크, 태어난 날의 행복, 이름의 사연 등의 이야기들을 읽으니 내 생일, 내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생일은 어땠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이번 호에 <도어맨> 10분 소설이 새로 생겼다! 에세이, 일기, 시, 그림, 여행, 인터뷰 등의 다양함 속에 짧은 단편소설이 있으니 풍성해진 느낌이라 좋았다. 

 
💌특집_독자사연
행복 주문을 걸어준 라일락 반지
-이선아

상표가 없어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잔뜩 궁금해하며 상자를 여는 순간, 그윽한 향기가 꽃속 가득 흘러들어왔다. 상사 속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연보랏빛의 라일락 꽃송이들. 그 어여쁜 자태에 가슴속에 남아있던 서운한 감정이 단번에 녹았다. 나는 상자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으며 ‘고마워’를 연발했다. “고맙긴. 이것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집에 있는 라일락 나무에서 너 주려고 따온 거야. 다음에는 반지도 만들어줄게.”
P27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허황한 말이나 분수에 맞지않게 빚을 내어 명품을 갖다주는 겉치레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할 표정을 생각하며 예쁜 꽃을 꺽고 소소하지만 어울리는 머리핀, 인형, 손편지를 주는 사람. 어떻게 안좋아할 수 있을까. 내심 이런 사람을 만나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일 것 같아 부러웠다. 
라일락 반지 향기로 행복 주문을 거는 것처럼 나에게도 행복 주문을 걸만한 향기로웠던 기억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 이달에 만난 사람
- 윤소희 배우
“역할의 비중이나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절해내야 하는 연기에 더 집중해요. 배역을 맡으먼 최대한 배역의 입장에서 상황과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완전힌 내가 아닌 이상, 제게 맡겨진 캐릭터도 제가 깊이 공감해야 긴밀한 관계가 맺어지는 한 명의 사람이니까요.“
P44 

🍚 행복일기
오매불망 주말만 기다리는 이유
-오두환

그 순간만큼은 어떤 잡념도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한 끼의 즐거움에만 열중한다. 그러다 식사를 마칠 무렵에 미처 먹지 못한 반찬이 눈에 띄면 장난 섞어 얘기하면 한 젓가락 듬뿍 집어먹는다. “미안해. 네가 맛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멀리 있어서 못 먹었어.“ P50

🖋️다정한 말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행복을 주는지 아는 사람같았다. 나는 가족에게 따뜻하게 대했었나. 나를 위해 수고로움을 하는 것을 고맙다고 표현하고 마음을 전달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스크린에 띄우는 편지
봄은 결심의 계절 <헤어질 결심>의 서래 씨에게
-안희연

당신의 선택이 슬프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시간이다. 지나간 시간만이 품을 수 있는 비밀이 있다.’ 그렇게 되뇌다 보면 우리의 빈틈 많은 삶도, 이해되지 않는 울퉁불퉁함 장면들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게 돼요. P99

🖋️ 헤어질 결심의 서래씨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꼭 함께 있어야 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런 불안정된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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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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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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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문학동네 출판


📖
<트러스트>소설은 1920년대 월 스트리트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앤드루와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벨 부부를 모델로 가상의 ‘해럴드 배너’ 작가가 쓴 소설 속 소설 <채권>, 그 실제 모델이 소설의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쓴 ‘앤드루 베벨’ 자서전 <나의 인생>, 그 자서전을 대필한 ’아이다 파르텐자‘ 작가의 회고록<회고록을 기억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의 세 글에서 계속 타인의 관점으로만 서술될 뿐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아내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선물>의 내용이다. 새로운 글이 펼쳐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와 점차 밝혀지는 진실이 흥미롭다. 



🖋️
쏟아지는 텍스트에 각오를 하고 읽어야 했다. 책을 읽는 내내 글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빡빡하게 대화 하나 없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
이 책은 제목처럼 누구를 신뢰할 것인지 질문하는 듯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글을 쓰며 무엇이 실제인가? 생각을 찾아간다. 나는 그런 퍼즐 찾기도 좋지만 장강명 작가님이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미묘한 좌절들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데 초점을 두었다. 

2부부터 재밌기 시작했다. 1부와 다른데 비슷해서 봤더니 이름이 달라서 한참을 봤었다;; 1부 밴저민 래스크 = 앤드루 베벨, 헬렌 = 밀드레드 베벨 을 알고 읽으면 조금 덜 헤멜 것 같다. 

독특했다. 어디선가 본듯한 형식이면서도 아니고.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로 밀드레드 베벨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게 맞는지 점점 더 헷갈렸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그럴지도. 각 다른 인물의 감정들을 더 이해하고 싶었는데 꼬아 놓은 설정이 궁금해서 사실 감정은 놓치고 나도 모르게 퍼즐 풀듯 어디서 꼬인지 풀려고 했다. (풀리지도 않을 내용이지만^^;)

글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 하지만 나는 글을 읽는데 지쳐버려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나 펼쳐볼 듯하다 😵‍💫




1부는 소설  속 현실의 억만장자 앤드루 베벨의 냉혈한 면모를 폭로 한다. 벤저민 래스크(앤드루 베벨)는 단지 늘 묵묵히 일하는 것 뿐이었고 배운데로 투자를 하고 운이 좋아 수익을 창출했는데 사람들은 그가 장난질로 부를 축적했다고 믿었을까. 
그렇게 똑똑했던 헬렌(밀드레드 베벨)은 벤저민의 눈에는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정신이 멀쩡해 보일 때가 있었는데 착각이었을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2부는 앤드루 베벨의 자서전이다. 뛰어난 사업가 집안의 피와 재산을 물려받아 가문의 재산을 엄청나게 부를 증식시킨 천재 투자자 앤드루 베벨과 아내 밀드레드 베벨은 음악과 소설 읽기, 꽂꽂이 등을 좋아하는 가정적이고 몸이 약하며 순종적인 여성으로 묘사되어있다. 

3부 앤드루 베벨의 미완성 자서전을 대필한 작가인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이다.  앤드루 베벨이 아이다 파르텐자의 개인적 경험을 훔쳐다가 밀드레드 베벨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했다는 반전이!!

4부 사실 밀드레드 베벨은 앤드루 베벨을 이면에서 움직이던 투자의 천재이자 대단히 안목이 높은 현대음악의 후원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녀의 지성은 취미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과 힘을 발휘했다. 어떤 밀드레드가 맞는지…




1️⃣채권 | 해럴그 배너

벤저민은 돈의 뒤틀림에 매료됐다-돈을 뒤틀면, 돈이 자기
꼬리를 억지로 먹도록 만들 수 있었다. 투기의 고립되고도 자족적인 성질은 그의 성격과 잘 맞았고, 경이감의 원천이자 그 자체로 목표였다. P23

1929년. 
마치 시장이 곤두박질칠 것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그 주식이 밑바닥으로 주저앉기를 기다렸다가 헐값에 다시 사들였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 가치가 없어진 주식을 중개사에 반환했다.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냈다. P90

2️⃣나의 인생 | 앤드루 베벨

셜록 홈스가 아니라도 이런 문장이 나를 겨낭한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면 누구나 확인해주겠지만, 단 한 사람이나 집단이 시장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가를 피워대는 음모 집단이 응접실에서 월 스트리트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한다는 상상은 우스꽝스럽다. P214

우리의 행동은 하나하나 경제의 법칙에 지배된다. 아침에 처음 눈을 뜨는 것은 이익과 휴식을 교환하는 것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 건 이윤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시간을 포기하고 힘을 회복하는 것이다. P217

3️⃣회고록을 기억하며 | 아이다 파르텐자

나는 더이상 돈의 물리적 형태에 대해 좋게도,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다-돈은 그저 상업적 거래를 하는 만질 수 있는 매체라고 본다. P298

“밀드레드는 날 구원했어.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인간성과 온기로 나릉 구원했지. 가정을 만들어줌으로써 나를 구원했네. 이제는 아마 보이지 않겠지만. 이곳은.“ P316


4️⃣선물 | 밀드레드 베벨

운명적 음악. 내가 매일 듣는 종소리와도 같다. D F# E A 라는 식물은 귀에 들리기도 전에 A E F# D 의 싹을 틔우고 + 자란다. P426

우리는 서로를 보완했다. 그는 내 도움을 받지 않고는 자기 주위에 생겨나는 신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토록 높은 곳에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한동안 우리는 둘 다 이런 동맹을 즐겼다.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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