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조지 오웰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1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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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조지 오웰』
조지 오웰
정회성, 강문순
민음사 출판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의 3/4를 차지하는 <1984>는 오웰이 폐결핵으로 병마와 싸우며 2년간 집필하여 1984년 출판사로 보낸 소설로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암울한 내용이다. 

나는 <오웰의 장미>를 통해 오웰에 대해 정치적 글을 쓴 작가라는 것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디 에센셜>을 읽으면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담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치로 인하여 문학, 언어, 사상 등에 대하여 작가가 받는 영향은 크다. 오웰이 약 8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는 자신의 글에서 만큼은 우러난 진실 그대로 말해야 한다는 마음을 오웰의 글에서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1984

📖현실적으로 도피할 방법은 없었다. 실행 가능한 단 한 가지 방법인 자살마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공기가 있는 한 허파가 계속 움직여서 숨을 쉬게 되는 것처럼 하루하루 미래가 없는 현실에 매달려 사는 것이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았다. P251 

📖 우리는 처치하기 전에 두뇌를 완전히 개조시키지. 옛날 전제군주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이었고, 전체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해야 한가.’라는 식이었지만, 우리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되어 있다.’라는 식이네. P416

✏️윈스턴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본 전체주의 사회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한 인간의 삶을 사상을 내면의 마음까지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었다. 

나도 오브라이언에게 가스라이팅 될 뻔.. ‘죄중단’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당에서는 윈스턴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강요한다. 당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죽음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자체를 진짜라고 믿도록 훈련하는 단계까지 가면서 윈스턴은 끝내 사상에 굴복하고 만다. 

공포가 낳은 현실의 부정과 잘못된 믿음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잔인한 고문과 공포로 몰아넣으면 자신들의 사상이 심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전체주의는 잘못되었음을 오웰은 윈스턴의 고통 속에 절규하고 원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는 행동을 보여줌으로 말하고자 하는 듯했다.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지 않는 것을 믿는다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도록 강요된다면 결과는 창작 재능의 고갈뿐이다. 더구나 논쟁이 되는 주제를 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P578

✏️전체주의에서는 정치적으로 억압되어 작가가 문학적인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때의 문학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하여 지적으로 안정될 여유가 없는 환경에서 사실 기록이나 감정의 진정성을 숨겨야 하는 글을 썼으므로 작가의 재능이 발휘되지 않았을 수 있다 생각한다.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쓴 글, 돈을 받고 쓴 글 등의 작가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보다 특정 대상이나 목적에 의해 쓴 글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쓴 글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썼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다. 

📚나는 왜 쓰는가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내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 즉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P639

📖내 몸과 정신이 온전한 한 계속해서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며 지구를 사랑할 테고 구체적인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쪼가리들에서 기쁨을 느낄 것이다.  P640

✏️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라는 오웰의 말은 이 책에 담긴 소설과 에세이를 함축한 문장 같았다. 

책을 쓰는 일이 병과 싸우는 일만큼이나 지루하고 진빠진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어찌나 친근한지 나도 모르게 웃음지었다. 
오웰은 4가지 동기(온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를 예로 들면서 자신이 장식적인 형용사나 실없는 소리만 남발한 글에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폭로해야 하는 동기가 분명한 글에는 독자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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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비’, ‘민음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도피할 방법은 없었다. 실행 가능한 단 한 가지 방법인 자살마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공기가 있는 한 허파가 계속 움직여서 숨을 쉬게 되는 것처럼 하루하루 미래가 없는 현실에 매달려 사는 것이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았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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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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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최애리 옮김

반비 출판

'리베카 솔닛'이 그려내는아름다움과 기쁨의 작가 '조지 오웰'

 

 

 

🌹오웰의 장미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경이로웠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읽으면서 좋았지만 어떤 기록을 남겨두어야 내가 나중에 떠올릴 수 있을지, 서평으로 어떤 내용을 써야할 지,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오랜 시간 읽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글이 많아 플래그는 엄청 붙였다. 🔖

🌹이 책은 오웰이 심은 6펜스짜리 장미 묘목에서 영국의 석탄산업을 거쳐 기후위기까지 이어지는데, 정치와 세계사, 추구했던 이념들을 오웰의 일생과 오고가며 설명하는 리좀형(식물이 뿌리를 뻗어가는 형상)으로 쓰여져 어렵다고 생각이 든 것도 같다. (정치와 이념은 나에게는 늘 어렵다😭)

🌹오웰의 부친은 영국령 인도행정부 아편국 소속으로 식민지 인도에서 부를 이루었는데 오웰은 미얀마와 인도에 5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의 악행을 마음 깊이 느낀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모의 바램대로 상류 삶을 사는 대신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생활을 실제 체험하거나 시골에서 가게를 하는 삶을 택한다.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ur Blair) 대신 필명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사용한 이유도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오웰의 이야기로 방대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오웰 덕후가 쓴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세밀하고 그 시대를 다녀온 듯 묘사도 좋았다. 특히 오웰이 자연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문학 작가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게 해주었고 오웰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았음에도 사랑하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한채 있기를 바라는 듯 했다. 

📖“이 석탄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광산의 노동을 연결하는 것은 아주 드물고 일부러 정신적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오웰은 자신이 집에서 태우는 연료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장미를 그 온실들에서 이루어지는 노고와 연결하는 것은 한층 더 드문 일일 것이다. 그 온실들은 눈에 보이는 즐거움을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공장들이다. 

P273

🌹석탄과 광산의 노동들과 장미와 장미공장의 노동들(미국에서 소비되는 장미의 80%가 콜롬비아의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공장 생산품임을 폭로하는 이야기)는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움들과 따뜻하고 편안함들이 있기까지 그들의 고된 노동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일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오웰은 뿌리처럼 내려가 어둠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게해 주었는데 아름다운 외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기후 위기로 인해 2025년 석탄기의 종료로 광산 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없겠지만)

📖 생각, 햇빛, 꽃, 그들이 원했던 것은 손에 잡히는 것뿐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필요한 만큼이나 즐거움에 속하는 것들과 그런 것들을 추구할 시간, 내적인 삶을 살 시간과 바깥 세계를 쏘다닐 자유였다. 

P122-123

🌹‘빵과 장미’라는 문구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볼 수 있었는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의 시간이 아닌 자유의 시간을 원했다. 무력으로 싸움을 하는 투박함보다 장미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외치는 부분은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 남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추구하는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장미 한 단어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다니!!놀랍다. 

🌹리베카 솔닛은 글 잘쓰는 작가로 남을 조지 오웰이라는 사람을 장미꽃처럼 사람들 속에 영원히 살게 해준 것 같다. 장미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의 세월을 거처간 사람들처럼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로 장미를 볼 때마다 오웰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책을 쓰는 일도, 그저 좀 긴 잡지 기사를 쓰는 일도, 그것이 또한 심미적인 경험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작품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라면, 노골적인 선전 글이라 해도 전업 정치인의 눈에는 무관하게 보일 대목들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살아서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줄곧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땅의 표면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데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무관하게 보일 만한 것이란 일련의 즐거움들과 개인적인 열심들이다. 마치 ‘빵과 장미’에서 장미처럼 말이다.(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이란 많은 사물에 대한 폭넓고 길들여지지 않은 흥미, 특히 뒤이은 문장에 나오는 땅의 표면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일 터이다.) 

P308


 


📖 책 속 밑줄긋기

글쓰기는 답답한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또 언제쯤 끝날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작업을 마친 후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확신 할 수 없는 일이다. 글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그들이 싸우자고 나타나지 않는 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대체로 알아볼 수 없는 일이다. P67-68

 

오웰은 자신이 글로써 반대한 것들, 즉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거짓말과 프로파간다(그리고 대충 넘어가기)로 인한 언어와 정치의 타락, 정치적 자유의 근간인 프라이버시의 잠식 같은 주제들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힘들로부터, 그가 긍정적으로 추구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평등과 민주주의, 언어의 명확성과 의도의 정직성, 사생활과 그 모든 즐거움과 기쁨, 정치적 자유와 어느 정도 그 기반이 되는, 감독과 침범을 받지 않는 프라이버시, 그리고 즉각적 경험의 즐거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것들을 굳이 반대되는 것들로부터 유추할 필요는 없다. P73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P112

 


 


오웰의 장미들과 그것들이 어디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회가 많은 과정이고 어쩌면 리좀형 rhizomatic의 과정이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러너’라 불리는 뿌리들을 내는 딸기 같은 식물들을 묘사하는 이 말은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과타리 Felix Guattari가 탈중앙화 내지 비위계화된 지식의 형태를 묘사할 때 차용되었다. P173

*땅 위로 뻗어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뿌리줄기’가 리좀(rhizom)인데, 마임드맵처럼 쉽게 뿌리를 뻗어나가는 형상을 리좀에 비유하여 ‘리좀형’이라 한다.


진실에 대한 상시적인 전쟁은 국내적으로나 전 지구적으로나 모든 권위주의의 기반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권위주의는 우생학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불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이다. P199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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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비’ 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 P112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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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3.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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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2

- 작심삼일

 


 

이번 샘터 2월호는 작심삼일 주제로 에세이, 카툰, 리추얼, 편지, 인터뷰, 일기 등 이 실렸다.

알차다!! 가볍고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좋아서 시간 날 때 꺼내서 보기 편했다. 어찌 알고 연초 세운 계획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 묻는 것 같아 뜨끔했지만 또 그 마음가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문장과 생각들을 남겨본다. 💙




 

새해는 해가 뜨고 여덟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저 배와 새 떼는 어두운 밤에도 바다에 있었고, 태양빛은 바다에서 한 번도 찬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일상의 움직임을, 그림자를, 그리고 반짝임을 발견해 감격하는 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은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P16

 

행복하고 싶어서 사는 삶인데 성공과 실패에 연연할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답도 없는 부수적 고민에 눈물짓고 자신을 괴롭힐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절대 진리는 아무리 자주 들어도 쉬이 퇴색되므로 매 순간 끝없이 되새겨야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자 발걸음이며 그렇게 시작되는 마음이다. P17

 

✏️ 나도 새해 매일 일기를 쓰고 공부를 매일 1시간 하겠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띄엄 띄엄 시간을 쪼개서가 아닌 시간이 날 때 해야지 마음으로 바뀌었다. 매 순간 끝없이 되새겨야 한다는 말에 공감 100%이다. 의지와 마음의 첫 발걸음을 떼었으니 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걸어야겠다.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밀려왔다 나가는 호흡에 집중합니다.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과 감정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라지게 둡니다. ‘참나(眞如)‘만이 남을 때까지.“P23

 

어떤 불안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던 내 결심은 그만큼 불안을 두려워한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을 방법은 없다. 추운 겨울은 추워야 하는 것이다. P25

 

✏️ 억지로 무엇을 하기보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불안들을 흘려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불안으로 인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 해야겠다는 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클지도 모르니 말이다. 얼마나 명상을 안했으면 문장을 읽는데도 명상한 듯하다. 읽고 엇! 나는 하루 잠깐의 음악듣기, 명상도 안하고 있었구나 깨달음과 눈에 보이는 실천보다 내면의 다독임의 목표를 해봐야겠다. 😌





 


 

 

100일간 무언가를 ‘매일’한다는 건 매일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끝나지 않는 삶의 축소판이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와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해야 하고, 뒤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과 매일 싸워야 하는 일이다. 때론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 이런 시간들이 모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힘을 냈다. P29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프로젝트는 작심삼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한 것을 누군가가 봐주고 있고 나도 누군가를 챙겨줌으로 목표한 변화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느낀다. 포기하지 않고 서로 응원해주고 내가 이룬 결과를, 그 과정들을 돌아보았을 때 그 뿌듯함은 나를 더 성장하도록 도울테니까💗




 


 

 

“대다수가 지금의 경제적 고민들은 소득이 많아지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많은 돈=돈 문제 해결’이러는 등식이 모든 경우에 성립되는 건 아니에요. 그럼 고소득자일수록 돈 걱정이 없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원인은 소득만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죠. 그러니 수입에만 연연하지 말고 소비로 관심을 돌려봐도 좋을 거예요.“P45

 

그 순간의 감정과 기분을 의식하면서 돈을 쓰는, 이른바 ‘마음챙김 소비’를 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하루 동안 지출한 내역에 대해 각각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바로 머니리추얼이다. 지출이 헤프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지나치게 줄이면 자존감이 낮아지므로 머니리추얼의 목적은 돈을 조금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쓰는 데에 있다. P46

 

✏️ 늘 계획을 세우고 절약하려고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나 충동소비는 늘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어릴 때는 나이가 많아질 수록 연봉이 늘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연봉이 늘면 소비도 늘어나서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는 중이다.

 사고싶은 물건을 사겠다고 마음먹고 꼭 필요한 이유를 합리화하고 그 후에 후회나 자책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노력으로 돈이 많아져도 소비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아 경제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소비에 대해 심리적으로 바라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입과 지출을 숫자로 데이터화 하여 따지는 것만 생각했는데 소비를 무조건 적으로 줄임이 아니라 소비하기 전과 후의 감정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달래준다는 것이 실천하고 싶게 만들었다. 작심삼일!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천해봐야겠다^^




 


 

 

티라미수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티라미수란 단어에 ‘나를 선택해줘(pick me up)’라는 애정 가득한 뜻이 담긴 데다 술, 크림치즈, 초콜릿 등의 재료 조합이 커플 간의 농밀한 애정이 주는 분위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P59

 

✏️사랑의 묘약. 티라미수의 유래, 만드는 방법, 맛집 등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진한 에스프레소와 쫀쫀하고 달콤한 크림의 티라미수를 한입 먹는 상상을 했다. 티라미수에 대해 보통 카페에서 눈으로 보기 예쁘고 달콤한 것을 생각했는데 에스프레소와 크림치즈, 카카오파우더 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나니 티라미수를 먹기 전 향을 한번 맡아보게 될 것 같다 🍫

 


 


 

 

강가나 가로수가 있는 골목길을 산책하면 수십 가지 팔레트 안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계정이 바뀔 때마다 가장 생생한 자연의 색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P77

 

✏️산책을 하다 만난 자연의 색들을 팔레트안의 색들로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을 그림으로 바라보는 이소영 작가님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산책을 좋아했던 구스타브 클림트와 로댕 같은 예술가들도 산책 덕분에 자유로운 휴식을 했고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니. 나도 운동만이 목적이 아닌 ‘자연 한 조각’을 만나는 일로 산책을 해봐야겠다 😌



 


 

“적어도 제 공방을 찾는 분들이게만큼은 장도가 가진 의미와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해요. 장도가 다시 활발히 사용되긴 어렵겠지만 제가 노력한다면 그 가치만큼은 보존할 수 있을테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은 지금 시대에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나부터가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아무리 좋아도 직업에서 거르고 보기 때문인데 30대 청년은 장도를 만드는 작품활동을 장인정신과 같이 철학을 가지고 전통 공예기술로 이어나간다. 이것 자체도 빛이 나는 사람인데 이 장도의 역사적 가치를 현대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고 알 수 있도록 수업도 하며 알리는 역할을 기쁨으로 여긴다.

이런 우리나라 전통적 가치에 대해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이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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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새해는 해가 뜨고 여덟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저 배와 새 떼는 어두운 밤에도 바다에 있었고, 태양빛은 바다에서 한 번도 찬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일상의 움직임을, 그림자를, 그리고 반짝임을 발견해 감격하는 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은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 P16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밀려왔다 나가는 호흡에 집중합니다.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과 감정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라지게 둡니다. ‘참나(眞如)‘만이 남을 때까지." - P23

100일간 무언가를 ‘매일’한다는 건 매일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끝나지 않는 삶의 축소판이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와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해야 하고, 뒤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과 매일 싸워야 하는 일이다. 때론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 이런 시간들이 모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힘을 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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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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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R. O. Kwon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출판




‘모든 것의 밑에는 할렐루야가 있다’

신의 존재, 종교, 믿음에 대해 말하는 소설 같았다. 
책은 피비, 윌, 존 릴의 이야기를 윌의 시점에서 하는데, 윌은 피비와의 지난 연애를 회고하며, 전 여자 친구가 어쩌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해보려 안간힘을 쓴다. 


▪️신앙을 잃은 윌은 피비의 엄마가 피비에게 집작했던 것처럼 사랑과 집착을 오간다. 
▪️피비는 상실감에서 신을 믿음으로 자신이 구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찾는다.
▪️독재자를 보고 품은 열정으로 종교를 만든 존 릴은 어둡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광신도들로 만든다.


엄마는 피비만을 바라보며 살았지만 피비는 그것을 집착이고 자신을 피아노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만들었다 생각한다. 엄마의 사고가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과 상실감에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내모는 행동이 속죄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신앙을 만났으니 겨우겨우 쌓은 나무에 화르르 불을 지피고 뜨거운 불놀이에 빠져든 사람처럼 자신의 열정을 신앙에 온통 쏟아부었다. 
심리적으로 본다면 그렇지만 이런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은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진부한 반복)같다. 피비는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가혹하게 몰았어야 했을까싶다가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였지만 멈추지 못하고 테러까지 저지르게 되는 자신을 누군가는 멈춰주길 바랬을 것 같다.

피비는 피아노를 좋아하고 피아니스트들을 숭배하고 있었다. 단지 숭배하던 대상을 잃고 방황했을 뿐. 자신의 숭배 대상이 상실되면서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피비는 망상이라 하더라도 숭배를 했을듯하다. 사람들 앞에서 빛나야 하는 자신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수단이 필요했을 테니까. 

존 릴은 탈북민을 구출하다가 북한 수용소에 갇혔었는데, 그때 본 사람들이 독재자를 향해 신에게 찬양하는듯한 모습을 보면서 종교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제자’ 이름의 광신도들에게 헌금을 빌미로 갈취하고, 신을 만나기 위해 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자학을 지시하고, 생명을 운운하며 일으키는 테러들은 종교라는 명분으로 신도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악랄한 범죄라 생각한다.

피비는 독재자를 꿈꾸는, 종교를 앞세워 도덕적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주교인 존 릴에게 동화되어 테러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을 보면 스톡홀름 증후군(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증세나 현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구나 슬픔을 안고 살지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내비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물어뜯는 인간들에게 자신이 다 뜯어버릴테니. 하지만 존 릴과도 같은 사람들은 가면 뒤의 숨은 약한 모습을 한 사람들을 사냥하고 신을 핑계로 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가면을 씌워 조종한다. 

중간을 놓치면 생뚱맞은 장면에 와있는 느낌도 든다. 윌의 시점에서 쓴 글이라 갑자기 어머니가 소환되거나 장면이 바뀌기도 해서 읽다가 내가 놓친 것이 있는지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도 했는데 중간을 넘어가면서 윌이 회상을 했었던 장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해가 되었다.

글을 읽으면 마음으로 와닿고 감정이 요동치는 작품은 아니다. 인간이 믿음이라는 것으로 인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책속 밑줄긋기

피아노는 나를 고양시켰어요. 마치 커다랗고 강력한 피아노의 혼령이 된 것처럼, 윤이 흐르는 피아노의 깊숙한 내부에 스며들어가 이리저리 돌진했어요. 나는 피아노를 사랑했어요. 어렸을 때도, 지금도.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눈물을 닦아내자 어머니가 알아차리고는 휴지를 건넸어요. 하지만 나는 외면했죠. 울었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으니까요. P45

신앙의 부수적 이익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빛이 보이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증오가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면 먼저 용서하는 것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지금보다 평온했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나를 마치 옛 친구처럼 그리워하곤 했다. P90 윌

나는 고통을 먹었어요. 눈물을 마셨고요. 충분히 섭취하면 내 고통과 눈물을 담을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P106 피비



피비의 가장 안에 있은 반짝이는 정신으로, 숨어버리는 모습을 내게 들킴으로써 자신을 내보이는 그 가시적인 불투명함으로 나를 이끌어줄 지도. 결핍은 곧 욕망이다. 고립은 갈망이다. 나는 그녀가 내주지 않는 것을 간구했다. 피비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늘 더 알고 싶었다. 
P184 윌

그래서 나는 변했어요. 변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종종 존 릴이 즐겨 하던 말을 생각했어요.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듯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그는 말했죠. 사랑이란 단지 잘 상상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생각을 꺼냈어요. 그리고 남몰래 그걸 들어올려 빛에 비춰 봤어요. 그 프리즘의 빛 속에서 내가 될 수 있는 피비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듯이. 
P200 (다시는 못 칠 것 같았던 찬송가를 피아노 연주하며. 피비는 종교에 빠지기 시작한다.) 

군중은 계속 노래했다. 나는 홀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하나의 무리였고, 하나같이 내게 결여된 것을 갖고 있었다. 그분이 했다고 믿어지는 말씀들에 따르면 주님의 뜻은 명백하다. 그분은 온던하고도 절대적인 헌신을, 다름 아닌 그것을 요구하신다. 그 부분에서는 존 릴이 옳았다. 
P209 (낙태반대시위에 동참한 존릴. 피비. 윌)

사실 나도 질문을 하는 순간 이미 답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모르는 것처럼, 혹은 그렇게 모른 척함으로써 내가 원치 않는 진실을 바꿀 수라도 있는 것처럼, 나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P252 윌



신앙은 손 한 번 내밀어서 고스란히 받아 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비록 긴 햇살이 발치에서 아첨할지라도, 신앙은 수북이 쌓인 잔해들 사이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전리품이요, 힘겹게 쟁취한 보상이었다. 다가올 전쟁은 성스러운 치유가 될 것이고, 순수한 이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P256 존 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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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변했어요. 변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종종 존 릴이 즐겨 하던 말을 생각했어요.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듯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그는 말했죠. 사랑이란 단지 잘 상상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생각을 꺼냈어요. 그리고 남몰래 그걸 들어올려 빛에 비춰 봤어요. 그 프리즘의 빛 속에서 내가 될 수 있는 피비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듯이.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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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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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출판사


 



  내가 생각하는 『이방인』은 어떠했는지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 비평, 해석을 찾아보지 않았다. 1부를 읽고 어렵다는 생각에 알베르 카뮈에 대해 다른 작품, 성장과정, 사상 등에 대해 찾아본 후 2부를 읽기 시작했다. (작가소개와 사상에 대해 읽지 않았다면 바다를 좋아하고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는 한 남자가 살인을 저지른 후 범죄가 계획된 자로 몰려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재미없게 읽었을 것 같다.)

  문학과 사상을 떠나 알베르 카뮈는 지금 보아도 멋있고 잘 생겼다. 『이방인』 작품을 읽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1942년에 출간된 『이방인』 소설은 첫 번째 아내의 약물중독과 외도로 상처를 받고 1940년 이혼을 하는 시기에 썼다. 그래서 인지 뫼르소가 연인 마리에게 사랑하는 것 같지 않지만 결혼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카뮈가 추구하는 ‘영원한 사랑은 없으며, 매순간 열렬히 반복해서 사랑한다는 것' 을 잘 설명해주는 듯했다.

  저녁에, 마리가 나를 찾아와서는 자기와 결혼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나는 그건 하나 안 하나 같은 거지만 만약 그녀가 그걸 원한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러자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한 번 말한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P65 뫼르소가 연인 마리에게 



이방인을 읽기 전 카뮈가 추구한 사상인 ‘시지프’와 ‘부조리’에 대해 알고 있어야 뫼르소라는 주인공의 삶이 이해된다.

*시지프(시시포스 Sisyph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이른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끊임없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어떤 희망도 없다.

*노동자의 시점에서 어떻게 부조리를 타파할지를 고민했다. 반복되는 일상, 부조리함, 잘 하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 시지프를 떠올린다. 이러한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버텨 나가기 위해 ‘반항’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방인』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즐긴 것, 종교를 믿지 않았다는 것, 살인을 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 인한 사건이었음을 말하지만 주변은 뫼르소의 모든 행동을 단죄의 논거로 보았다. 뫼르소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뫼르소를 사형선고를 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삼가 애도함.’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마 어제였을 것이다. 

P16 소설의 시작

 

 

그때 갑자기 가로등이 켜지며, 밤하늘에 가장 먼저 떠오른 별들이 흐릿해졌다. 그처럼 온갖 사람들과 빛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눈이 피로해졌다. 젖은 보도블록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났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차들이 들어올 때 비치는 빛이 머리칼이나 웃음 띤 얼굴, 은팔찌 위에서 바스러졌다. 이윽고 전차들이 뜸해지고 깜깜한 어둠이 어느새 나무들과 가로등 위로 내려앉으면서 거리엔 차츰 인적이 끊기고 첫 번째 고양이가 천천히 다시 한적해진 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

언제나처럼 또 한 번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42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애도하지 않은 뫼르소의 태도로 그가 살인을 태양때문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잔인한 살인자로 몰아간다. 어머니의 죽음과 살인과는 별개로 보지 않고 뫼르소를 그런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누구나 추모하는 방법, 그리운 이를 떠나보내는 방법이 다르다. 돌아가신 후에 나의 일상을 찾아가는 일은 부조리함이라고 한다. 뫼르소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나는 잘못된 것일까. 

카뮈의 어머니에 대한 애증으로부터 부조리가 시작된 것 일 수도 있다. 

작가는 1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아버지, 청각 장애인 어머니 아래 가난하게 자랐는데,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하고 싶지 않은 반항과 내 주장이 옳음에도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없는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허무함. 어느 순간 그런 현실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딜레마를 이방인 뫼르소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누구나 도덕적으로 부모님을 공경해야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가정폭력 속에 자란 아이에게 부모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 없듯이, 어떤 부모이고 자라온 환경이냐에 따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다르다. 소설에서 뫼르소의 자라온 환경보다 자신들이 뫼르소를 죄인으로 만들기 위한 어머니의 장례, 살인에 관련된 일만 필요로 할 뿐이다. 



‘원전 그대로 읽는 세계문학, 움라우트 시리즈’ 『이방인』은 이정서 번역가가 기존의 오역된 부분을 지적하였는데, 어떤 부분이 오역이었고 번역의 한계였는지 각주로 알려주어 이해하기 좋았다. 

“이 양로원을 둘러싸고 그렇듯 커다란 소음이 오간다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결국, 만약 이러한 시설들의 유용성과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부 그 자체에 대해 말해져야만 할 거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장례식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나는 그 점이 그의 변론에서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든 장광성, 내 영혼에 대해 말해지던 그 끝없는 시간과 모든 날들 때문에, 나는 그곳이 현기증 나는, 모든 것이 무색의 물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P137

*각주의 내용: 종국에 뫼르소가 정부가 좋은 뜻으로 운영하는 양로원이 어머니를 보낸 게 문제라면, 그건 우리의 인식과 양로원을 탓해야지 왜 뫼르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냐고 변호사가 검사에게 되묻는 아주 중요한 대목인데 이 역시 모든 번역서가 잘못 번역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뚱이에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버렸다.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와도 같은 것이었다. 

P86 살인의 순간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나는 하루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사는 것은 길었지만,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어가는 것으로 그렇게 팽창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자신들의 이름을 잃는다. 어제 또는 오늘이라는 단어는 내게 의미가 지켜진 유일한 것이었다. 

P109 감옥에서



 

뫼르소는 현실에 적응이 빠르다. 감옥에서 아름다운 바다, 여름 냄새, 자신이 사랑했던 동네, 어떤 저녁 하늘, 마리의 웃음과 원피스들을 회상하며 잠이 들고 시간을 보낸다. 이런 뫼르소가 현실을 직면하기보다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장의 모습들이 시지프의 형벌처럼 모두가 뫼르소의 잘못만을 반복해서 말하며 뫼르소에게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판사는 십자고상을 흔들며 자신이 예수를 믿고 있는데 뫼르소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것에 잘못되었다고 논리적으로 따진다. 검사는 뫼르소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낸 것을 영혼부터 죄인이라 결론을 짓고 끼워맞추기 식이다. 변호사는 뫼르소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검사, 변호사, 판사 모두가 뫼르소의 생각은 듣지 않고 주변인들로부터 뫼르소가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낸 것과 장례식에서 뫼르소가 보여준 행동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듣고 계획적인 범죄자라 판단해버린다. 

논리로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뫼르소는 부조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일반 노동자 계급 시점에서 어떻게 부조리를 타파할지를 고민했던 카뮈의 생각이 뫼르소에게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든다.

나는 그 순간, 같은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와 서로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클럽이나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나,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또란 내가 과도한 존재라는, 다소 억지로 끼어든 존재 같다는 기묘한 인상을 깨닫게 해주었다. 

P112 재판장으로 들어가며 뫼르소는 자신이 이방인이라 생각하는 걸까.

뫼르소는 부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사형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는 것처럼 삶을 외부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뫼르소 자체만을 보았을 때는 상황에 적응도 잘하고, 사랑도 순간적 선택으로 빠지며, 현실을 중요시하는 인물로 매력있다. 하지만 카뮈가 부조리에 대한 ‘반항’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고나면 주인공 뫼르소는 사형 판결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자신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다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폭력에 대하여 자신이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뫼르소의 행동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카뮈의 사상을 떠나 80년이 지난 지금도 나도 이방인이 될 수 있고, 내가 누군가를 이방인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소설 속 뫼르소처럼 누군가를 죽음으로 모는 일은 아닐지. 

역시, 『이방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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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움’으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저녁에, 마리가 나를 찾아와서는 자기와 결혼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나는 그건 하나 안 하나 같은 거지만 만약 그녀가 그걸 원한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러자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한 번 말한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 P65

나는 하루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사는 것은 길었지만,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어가는 것으로 그렇게 팽창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자신들의 이름을 잃는다. 어제 또는 오늘이라는 단어는 내게 의미가 지켜진 유일한 것이었다. - P109

나는 그 순간, 같은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와 서로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클럽이나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나,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또란 내가 과도한 존재라는, 다소 억지로 끼어든 존재 같다는 기묘한 인상을 깨닫게 해주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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