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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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노벨라07

최진영 소설
은행나무 출판



구와 담의 이야기. 
어릴 적 부터 함께 하고 좋은 일 싫은 일 함께 겪으며 추억과 시간들을 나누었는데. 그렇게 좋은 사람을 더 갖고 싶고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서 가져도 더 갖고 싶고. 그런 마음이 육체마처 뜯어먹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들 같았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사랑하고 있어도 더 사랑하고 싶은. 
이미 내 것이지만 더 내 것으로 만들어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그 독점적인 마음. 사랑을 넘어선 무언가를 잡고 싶은 욕망인지 결국은 그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서 더 갖고 싶은 욕망으로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무거운 짐을 안고, 미래를 꿈꾸며 행복한 상상만 하다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이 슬프다. 순수했지만 날 것 같았고, 무모했지만 온 몸의 감각을 다해 마음을 주고 싶은 그 시절이 떠올랐다.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P33

🔖봄밤을 그렇게 통째로 날려버렸다. 서성이며 망설이며 돌아서며, 돋아난 꽃이 피고 밟히는 것을 보았다. 꽃향기를 지우는 장마가 시작되던 날, 담이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꼭 지난밤의 나처럼 서 있었다. 문을 마주하고 선 담이 속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잘 알았기에, 다행스럽기도 서운하기도 했다. P54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P65

🔖너와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하겠네.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다만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랑에 가장 가까운 감정. 우리 몸에도 마음에도 그것이 들러붙어 있었고 그것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84

🔖걱정하는 마음, 그 마음이 점점 커져서, 내가 내 상처를 겁내는 마음을 가려버렸다.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가려버리듯. P96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청설모가 되기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구가 말했다.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P156

🔖‘안녕’하고 말했는데 ’안녕‘으로만 끝날까봐. 아니, 그 인사조차 돌려받지 못할까봐.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겉치레 인사 말고, 너의 고유한 표정과 감정을 갖고 싶었다. P169


#구의증명 #최진영 #소설 #은행나무 #사랑 #노벨라 #깊은여운 #책추천 #책스타그램 #서평

봄밤을 그렇게 통째로 날려버렸다. 서성이며 망설이며 돌아서며, 돋아난 꽃이 피고 밟히는 것을 보았다. 꽃향기를 지우는 장마가 시작되던 날, 담이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꼭 지난밤의 나처럼 서 있었다. 문을 마주하고 선 담이 속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잘 알았기에, 다행스럽기도 서운하기도 했다. - P54

‘안녕’하고 말했는데 ’안녕‘으로만 끝날까봐. 아니, 그 인사조차 돌려받지 못할까봐.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겉치레 인사 말고, 너의 고유한 표정과 감정을 갖고 싶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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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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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돌베개 출판

과학 셀럽 파인만이 왜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는지 풀어내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아마 유시민 작가도 인문학을 좋아하고 잘 알지만 과학에 대해 책을 쓰려니 조사할 자료들이 많았나보다.

읽으면서 그 많은 지식에 감탄, 또 인간이 하지 말아야할 탄압과 불태워 죽인 행위를 한 유럽 중세 신학은 인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마인드는 유시민 작가의 글을 계속해서 찾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럴법한 이야기와 확실한 진리에서는 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만 책에 가득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었지만 나는 무엇인가에 들어가면서 나이가 들면서 변화되는 신체형태뿐만 아니라 속도 달라지는 이야기는 나도 지금 변화를 실감하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공감도 되고 철학적 접근으로 풀어가는 내용은 점점 더 책을 읽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



“찬 이성 더운 가슴”
냉철한 이성으로 합리적 경제성 책을 추진하되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민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P63



하지만,
읽을 수록 점차 문과인 사람이 과학에 대해 공부를 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듯한 느낌이 더 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어렵다는 기억만 남는다.

인문학 이론이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를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 가치를 키우고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나도 문과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바보를 면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 ㅠㅠ

문과인 저는 유시민 작가님의 팬만 되겠습니다 😅😅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유시민 #돌베게 #인문학과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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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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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소설
허진 옮김
다산북스 출판

다섯 째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아기를 낳을 준비로 여름 몇 달 동안 소녀는 먼 친척 킨셀라 부부네에 맡겨지게 된다. 킨셀라 부부네에 도착한 소녀는 이 집은 자신의 집과는 달리 생각할 시간, 여웃돈이 있을 거라 은근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어색한 환경이다. 점차 자신에게 대답하는 것과 음식 준비, 책 읽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점차 익숙해지고 변화한다. 

무심하고 담배 피우는 것을 즐기는 거친 아빠, 집안일과 밭일, 육아로 할 일이 늘 많은 엄마 대신 처음으로 보살핌을 받는다. 
소녀의 더러워진 옷 대신 자신 아들의 옷을 입히고 아들의 방에서 지내게 하며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죽은 아들을 떠올린다. 

소녀는 초상집에 따라 갔다가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소녀는 죽은 아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다. 킨셀라 아저씨와 해변을 함께 걸으며 아저씨는 소녀가 자신들의 슬픔을 알아서 많은 말을 하지 않는 행동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해야하는 말 이상의 말은 하지 않은 소녀를 칭찬한다. 

소녀는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까지의 행복한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 한다. 

아저씨와 헤어지는 장면이 슬펐다. 일부러 서둘러 떠나려는 모습과 달려가서 안기는 모습.  잘 알지 못하는 먼 친척이지만 지내는 동안 서로의 부족했던 마음들을 돌보아주고 돌봄을 받으며 채워지는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랑과 다정했던 기억들로 소녀는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소녀의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의 대화, 일상, 아일랜드의 풍경들은 어릴 적 시골에서의 여름 방학 기억을 잠시 소환시켜주어 다정하게 대해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책 속 밑줄긋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P17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햔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아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P25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거가 된다. P33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P70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P73


#맡겨진소녀 #클레어키건 #허진 #다산북스 #다산책방 #성장소설 #소설 #서정소설 #책스타그램 #서평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거가 된다. - P33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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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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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성해나 지음
창비 출판

 


 

사진관집 아들로 불리는 기하는 아버지가 재하어머니와 결혼하며 여덟 살 어린 재하와 새로운 가족으로 산다. 아버지가 재하에게 살갑게 해줄 때마다 그 모습이 고깝다. 그래서 기하는 더 재하와는 친해질 수 없었을까. 서로 마음을 보듬어 주며 살자고 모였기에 잘 지내보려고 상처주지 않으려고 아끼는 말들이 가슴이 아프다. 

 

특히 모질게 밀어내는 기하때문에 재하어머니가 결국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엄마를 바라보는 재하의 마음이 느껴져 속상했다. 재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불쌍했고 안쓰러웠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응석 부리고 싶은 시절에 눈치보고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누가 될까 표현을 참는 모습이 내내 신경쓰인다. 

 

시간이 흘러 재회를 한 기하와 재하는 어색하기만 하다. 서로 성공하거나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음 했지만 꾸역 꾸역 살아가는 것을 들킨 것 마냥 현재를 마주하는 게 어렵다. 기하는 그 때의 어려서 인정하기 싫었던 재하어머니와 재하를 자신이 피하기만 했었고 가족의 관계가 유지되지 못한 탓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만난 재하를 궁금해하고 다가가보려 한다. 하지만 재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과거에서 기하는 완전히 벗어닐 수 없는 무게들로 나아가지 못한다. 

 

재하 역시 과거 형과 가족이었다면 함께 했던 추억이 가장 즐거워서 였을까 기하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거리감을 두는 형의 마음을 알기때문인지 지금의 만남조차도 나중에는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때문인지 스스로가 한계점을 두고 있었다. 

 

책을 덮고나서도 제목처럼 기하와 재하를 그 곳에 두고 온 것만 같은 텅빈 느낌이 계속들었다. 슬픈 인물들이지만 또 함께의 기억들로 서로가 전하지 못한 마음을 언젠가는 전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책 속 밑줄긋기

 


📚기하
   
검진이 있는 날이면 재하는 평소보다 더 말이 많아졌고 더 크게 웃었다. 겁이 나는 걸 감추려 안간힘 쓰는 게 빤히 보였다. 내가 모르는 재하의 표정. 그런 것이 언뜻 비칠 때마다 그 애를 향한 묵은 오해나 염오가 한층 누그러졌다. 면을 건져 먹는 재하를 보며 저 애가 내 친동생이라면 어땠을까, 잠시 가정해보기도 했다. 투박하고 거침없이 속엣말을 쏟아내며 보다 친밀해질 수 있었다면. 서로에게 시큰둥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끈끈한 우애 같은 것을 우리가 처음부터 나눌 수 있었다면. P26


재하 모자 때문에 곤란을 겪으면서, 매일 밤 기나긴 언쟁을 벌이면서 아버지는 왜 이렇게까지 가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걸까. 아버지를 이해해보려 해도 서운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 사이 단단하게 엮여 있던 굵은 선 하나가 점점 헐거워지다 어느새 툭 끊긴 느낌. P36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 P38

 


📚재하


형이 넘겨준 이어폰을 귀에 꽂았습니다. 커널형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우리는 등나무 아래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사 없이 반복되던 멜로디와 코끝을 간지럽히던 은은한 등나무 향기, 앞머리를 쓸어올리던 바람. 
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P53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P58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P74

 

부드럽게 미소 지은 채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놓아버린 것들, 가중한 책임을 이기지 못해 도망쳐버린 것들은 다 지워지고, 그 자리에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만이 남습니다. 
이편에서 왔다가 저편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어딘가 숨어 있다 불현듯 나타나 기어이 마음을 헤집어 놓는 것들. P88

 



 

#두고온여름 #성해나 #한국소설 #창비 #여름에읽을만한책 #추천도서 #가족이야기 #책스타그램 #서평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 - P38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 P58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부드럽게 미소 지은 채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놓아버린 것들, 가중한 책임을 이기지 못해 도망쳐버린 것들은 다 지워지고, 그 자리에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만이 남습니다.
이편에서 왔다가 저편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어딘가 숨어 있다 불현듯 나타나 기어이 마음을 헤집어 놓는 것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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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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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출판 문학동네

 

윌리엄 트레버가 말년에 쓴 10편의 단편소설이다.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꼭 시를 읽는 듯한 느낌같아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복해서 읽거나 앞으로 자꾸 넘기며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했으니 😅)

“늘 단편소성 작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윌리엄 트레버는 단편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영원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진실이 폭발하는 순간을 글에 담을 때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애고 가능한 한 분명하고 간결하게 서술해야 한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는 단편에 대해 함축적, 절제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문장 하나 하나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보다 어두운 아래에서 올라오는 듯한 무게감 있는 감정들이 느껴졌다.

 

말년에 쓴 글들이라 그런지 인물들이 시련에도 충격적 사실에도 큰 흔들림 없이 초연한 듯한 모습이다. 한 편 한 편에서는 큰 재미나 감동이 없지만 다 읽고 나서 묵묵히 견디고 있을 인물들이 매력으로 기억되었다.

 


 

 

📚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런 의구심이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 깡그리 밀어냈지만, 마치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진실이 과거에 그녀를 기만했던 그림자들 위로 빛을 던지듯 의구심은 늘 다시 찾아왔다. P15

 

집안의 물건들이 제자로 인해 하나씩 사라지는 모습에 미스 나이팅게일은 혼란스럽다. 소년도 천재성이 본인에게 없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끌기 위해 훔친 것은 아닐까.

 

소년의 부재로 평온을 찾았지만 그 방. 공간 속에서 외로웠지만 딸을 잘 키운 아버지를 떠올리기보다 기혼임에도 자신에게 고백한 사랑하는 연인이나 물건을 훔친 소년이 자신의 약점을 이용한 것에 희생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성장한 소년이 그 공간에 다시 돌아와 피아노 연주를 하게되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 연주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들은 아름다운 연주와 비할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져 간 그 기혼남성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아버지의 추억과 물건이 사라져가는 것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불안함을 제자에게 돌린듯하다.

 

📚장애인

 

그녀와 장애인. 칠쟁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녀가 가지고 올 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추측도, 몇 번을 읽어도 가장 이해 안가는 소설ㅠㅠ

 

📚다리아 카페에서

 

과거는 너무 멀리 있어서 그 웃음소리는 메아리치지 않고 희미한 그림자들은 흩어져버린다. P59

 

바깥의 거리는 고요하고 그녀는 거기서도 혹시 다가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리나 기다린다. 그 거리를 떠났다가 돌아와서 다시 기다리고, 그녀의 주위에서 밤이 비어간다. P63

 

애니타는 자신의 남편과 바람난 친구 클레어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떠올린다. 그 모습이 자신은 결혼 생활의 집인 공간에서 벗어나 고독 속에 살았고, 클레어 또한 그 공간에서 쓸쓸하게 지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쓸쓸을 견디고 지낸 클레어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엔 사랑도 아니었을 그 남자로 애니타와 클레어의 텅 빈 마음이 팔리지 않는 집처럼 영혼음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레이븐스우드 씨 붙잡기

 

로잰은 잠시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듣고 있었다. 음악에 최면성이 있었고, 방이 움직였다. 은행에 자주 찾아오는 남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미끄러지기도 하고 겹치기도 헸다. 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 P80

 

나쁜 남자 키스를 사랑하는 로잰. 홀로 아이를 키우기엔 힘들다. 부자 레이븐스우드 씨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돈을 목적으로 만남을 거절하지 않는데 마지막에서 이런 마음을 먹은 로잰의 상상처럼 끝이 난다.

 

📚크래스소프 부인

 

그곳의 널찍함과 조용한 거리들이 침울하게 에서리지를 마주보았고, 그들이 즐겨 찾던 재즈 펍은 평범해 보였으며, 강은 매력이 없었다. 창가 화분들에 다시 피어난 꽃들은 추억과 위안을 주어야 마땅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P89

 

미스터리 결말들이다.

똑부러지지 않고 추측과 상상으로 끝이난다. 거짓으로 가득했던 크래스소프 부인. 🤔

 

📚모르는 여자

 

해리엇은 울었고,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그녀의 정원에 펼쳐진 아름다움이 들어왔다. 그 아름다움은 더 퍼져나가다가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그녀는 그 아름다움이 돌아오는 걸, 다시금, 전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나는 걸 지켜보았다. 하지만 모든 게 잘못된 세상에서 그 아침은 하나의 조롱으로 보였다. P129

 

자살한 청소부. 에밀리 밴스는 사고였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처럼 삶이 살아지지 않는 에밀리에게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관심, 위로와 용기보다 냉담한 시선이 그들 스스로 고립시키고 절망으로 가게 만든 것일 수도.

 

📚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는 언니가 자리를 비운 후에도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건 친절 행위였다. P152

 

비니콤 부인은 남편을 집착. 남편은 올리비아를 집착.

한 번의 미소, 친절함은 상대방에게 호의로 관심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그런 무심코 행한 행동들로 인해 나는 알지 못하는 무서운 범죄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잘못된 사랑법. 스토커가 떠오른 소설이었다.

 

📚조토의 천사들

 

그는 자신의 삶 ㅡ그가 알고 있는 만큼의ㅡ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때면, 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작은 쪼가리들과 흐릿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의 손에 맡겨지는 손상된 캔버스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은 콘스탄틴 네일러였다. P158

 

그림 복원가로 훌륭한 능력을 지녔지만 온전하지 않은 정신으로 돈도 빼앗기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 이 소설에서는 이런 약한자들이 가진 것을 모두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마치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

 

📚겨울의 목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P202

 

유부남 선생님인 앤서니. 그의 미소, 연푸른 눈동자, 그의 손, 입술, 서있는 자세, 동작, 조용한 웃음을 사랑한 메리 벨라는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는 이런 사랑이 끝이 올 것이라는 불안으로 바로 앞에 사랑이 있지만 지금 느끼는 고독이 지독해질 것임을 알아간다.

 

책에서는 장소에 깃든 추억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 사람이 바뀌어도 장소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그 기억을 알아차렸을 때에만 특별해질 뿐, 그림자처럼 음각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듯. 사랑의 대상들은 왜 하나같이 나쁜 남자 인걸까.

 

📚 여자들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모호한 세계, 허세가 섞인 감행과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는 드라마에는 짜릿한 흥분이 있었다.

그런 허술한 가정과 짐작이 서실리아의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지 않았다. 분명하고 거의 확실한 것에 불안하게 도전하는 그 추정들은 애매하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존재했고, 서실리아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 의혹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P240

 

윌리엄 트레버의 글 속에는 부인이 떠났어도 끝까지 딸의 곁을 지켜주는 아버지들이 있다. 딸은 그 보살핌이 싫었을까 좋았을까 하는 걱정들이 살짝 보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흔들리는 모습까지도 끌어안고 견딜 수 있게 바라봐주는 아버지는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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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 P202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모호한 세계, 허세가 섞인 감행과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는 드라마에는 짜릿한 흥분이 있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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