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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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Mikki Brammer)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출판




 



서른여섯, 낯선 이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을 주축으로 돌아가는 삶을 사는 클로버는 ‘임종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죽음과 가까워진 이들의 냄새를 잘 알아차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후회, 조언, 고백의 노트에 기록한다.

 

🔖슬픔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속인다. 갑자기 익숙한 향기가 훅 밀려들거나, 군중 속에서 그 사람을 언뜻 본 것만 같거나,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든 다스려보려 마음속에 묶어둔 모든 매듭이 갑자기 풀려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P16

 

다섯 살 때 유치원에서 하일랜드 선생님의 죽음을 처음 목격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울지 않는 클로버.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는데 친구들은 울지 않는 클로버와 거리감을 두고 사교성도 없어서인지 친구가 없다.

 

🔖외로움에는 이런 특징이 있다. 어느 누구도 외로움을 선택하지 않는다. P23

 

준비되지 않았다고 이별의 순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별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반대로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말을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을,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서배스천 가족처럼 나 역시 죽음과 관련된 것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까지의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서 떠난 이의 빈자리 그리움이 조금은 덜 슬프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별인사는 살아 있는 자들에게도 귀중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잃게 되면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P74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했어야 했어요.’ P80

 

클로버는 여행 중 할아버지의 곁을 지키지 못한 일로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상처가 다른 사람들도 겪지 않게 하고 싶어서인지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아버지로 부터 세상 사람들을 관찰하고, 어떻게 사는지 보고 글로 쓰고 이해하는 법을 배운 클로버. 친구가 없던 클로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의뢰인의 죽음을 준비해주는 시간동안 그들과 친구가 된다. 그들이 떠나기 전 남긴 말들을 채운 노트 기록을 보며 그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작별인사를 못했던 탓인지 할아버지와 지낸 시간들을 회상하며 친구 없는 클로버의 시간을 외로움으로 채워간다.

 

🔖세상이 좀 더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의뢰인들이 막 세상을 떠날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빈자리가 좀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 그 자리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나서야 그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는다는 게 이상했다. P379

 

예전에 장례지도사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냥 서류접수와 장례를 위한 준비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안될 염습, 운구 등의 많은 일들을 하는 것에 놀랐던 적이 있다. 비슷하게 임종도우미 직업도 생소하지만 재산분할, 유언작성,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등의 죽음을 위한 도움을 준다는 것에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해결하려 했던 것들은 그저 죽어가는 이들의 후회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후회이기도 했다. P401

 

데스카페에서 만난 서배스천과 할머니 클로디아의 첫사랑 휴고를 찾아 떠났을 때까지만해도 의뢰인에서 연인으로 발전되길 바랬다. 클로버가 자신이 세운 경계를 넘어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에 만족해야겠지만.





 

 

#클로버의후회수집 #미키브래머 #장편소설 #소설추천 #인플루엔셜 #영미소설 #영미문학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신간도서 #서평

 

❤︎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슬픔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속인다. 갑자기 익숙한 향기가 훅 밀려들거나, 군중 속에서 그 사람을 언뜻 본 것만 같거나,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든 다스려보려 마음속에 묶어둔 모든 매듭이 갑자기 풀려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 P16

외로움에는 이런 특징이 있다. 어느 누구도 외로움을 선택하지 않는다. - P23

작별인사는 살아 있는 자들에게도 귀중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잃게 되면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 P74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했어야 했어요.’ - P80

세상이 좀 더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의뢰인들이 막 세상을 떠날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빈자리가 좀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 그 자리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나서야 그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는다는 게 이상했다. - P379

내가 해결하려 했던 것들은 그저 죽어가는 이들의 후회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후회이기도 했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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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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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문요한 저

더퀘스트 출판


 


 

 

놓을 수 없는 관계에서의 갈등이 생겼을 때 노력은 하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자기가 작아지는 사람,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자꾸 끊어지는 사람, 대화로 갈등을 풀려고 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대화할수록 꼬이는 사람,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과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는 사람, 자신은 상대를 위하는데 정작 상대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 상대의 마음은 헤아리지만 막상 자신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 사람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P13

 

✔️ 상처 입은 관계는 4단계 ‘마음헤아리기’ 언어를 사용하면 좌절을 이기고 복구될 수 있다.

① 헤아릴 태세를 갖추고(마음 헤아리기 스위치 켜기)

② 적극적으로 질문하고(적극적 경청)

③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내 마음 헤아리기)

④ 대화의 흐름을 조망하는(메타 커뮤니케이션)


 

남편과 싸움이 잦았던 이유, 엄마와 의견 차이가 났던 상황들,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 등 다양한 상황들에서 나에게 해당되는 문제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문제들이 읽는다고 당장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은 해결될 것 같았다.

 

🔖어떤 감정이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상처다. 상처난 감정은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치유되지 않고 그만 덮어야겠다고 결심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P24

 

여러 가지 갈등 중 부부사이에 앙금이 남았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싸울 때마다 그 문제들이 등장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상황은 내가 자주 하는 말 같아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상처의 본질을 보고 갈등을 풀려고 노력해야한다. 상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는 것! 사과 한번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풀어질 때까지의 노력은 사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그 문제로 언제까지 내가 사과해야하는데?” 라는 나 중심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된 원인에 대해 오래전 사냥을 하거나 사냥감이 되어야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부정성 편향’때문에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 상처를 보듬기위해 4번의 사과를 필요로 할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마음읽기’가 자동적이고 판단적인 반응이라면 ‘마음 헤아리기’는 의식적이고 비판단적인 반응이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마음읽기’만으로는 부족하고, ‘마음 헤아리기’가 필요하다. P58

 

✔️자동적으로 나오는 상대방의 마음읽기보다 연습과 경험을 통해 마음 헤아리기를 해야 관계가 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강연자를 위해 마중을 나오거나 거스름돈은 됐다는 것은 의례 하는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반대 입장에서 감춰진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기란 어렵겠지만 자기중심성인 배려는 착각이다. 상대가 판단했을 때 진짜 배려이다.

 

🌟다름이 인정과 관심을 거쳐 이해로 나아가는 것, 다름이 ‘우리’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름의 존중이며 마음 헤아리기다. P52

 

❣️감정의 존중

도로 방지턱을 넘을 때 놀란 아내에게 (겨우 그것 가지고) “왜 놀라?” 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하는 걱정과 관심이 담긴 말로 해야 한다. 일상에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은 말 한마디만 다르게 표현해도 전달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지만 엄마 기준에 미치지 못한 갈등. 최근 티처스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최선을 다했으나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와 최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생각이 다른 차이로 인한 서로 감정이 상해있는 모습을 봤다. 특별한 솔루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봐주고 내 기준이 아니라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주니 갈등은 해소되었다.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이 비참하다고 생각 말아야 한다. 풍요로운 관계를 위해 지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헤아리기가 부족한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이라 생각해야한다. 교양있는 어른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다. 상대방을 마음으로 헤아리는 언어를 쓰고 표현하면 관계는 지속된다. 의식하고 연습하면 관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관계의언어 #문요한 #관계지능 #인간관계 #부부관계 #친구관계 #심리학 #더퀘스트 #교양있는삶 #마음헤아리기 #회복탄력성 #커뮤니케이션 #경청 #자기계발 #신간도서 #책스타그램 #서평

 

❤︎ ‘더퀘스트’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자기가 작아지는 사람,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자꾸 끊어지는 사람, 대화로 갈등을 풀려고 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대화할수록 꼬이는 사람,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과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는 사람, 자신은 상대를 위하는데 정작 상대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 상대의 마음은 헤아리지만 막상 자신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 사람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 P13

어떤 감정이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상처다. 상처난 감정은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치유되지 않고 그만 덮어야겠다고 결심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P24

‘마음읽기’가 자동적이고 판단적인 반응이라면 ‘마음 헤아리기’는 의식적이고 비판단적인 반응이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마음읽기’만으로는 부족하고, ‘마음 헤아리기’가 필요하다. - P58

다름이 인정과 관심을 거쳐 이해로 나아가는 것, 다름이 ‘우리’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름의 존중이며 마음 헤아리기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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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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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소설
문학동네

 

 

피해자들의 이야기. 약해서 당한 게 아니었고 스스로 선택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억울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고 외로움 속에 견뎌야 했던 시간들의 생각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속에 있을 그들을 꺼내주고 싶었다. 

 

📚 어떤 진심

 

유란은 사모님이라 불리는 엄마를 따라 황목사의 교회로 전재산을 팔아 헌금하고 교회 작은 방에서 산다. 열매가 되고 또 다른 열매를 데리고 오는 일을 하다 칭찬을 받으며 신이나서 더 광신도 집단의 일원이 되어간다. 

종교에 심취하면 그 믿음은 당시에는 진심이다. 함께 한다는 이름으로 연대감처럼 사명을 띤 열정을 끓어오르게 하기도한다.  더욱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모든 것을 내어주며 종교가 주는 테두리 안에서 소속,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 경계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소름끼치도록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과받는 신도들이 진저리를 칠 때까지, 더이상 사과받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말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과였다. P35

 

📚완전한 사과

 

범죄를 저지른 오빠로 인해 일자리도 잃었다. 다 털리는 오빠. 그 가족인 나도. 잘못이 없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지만 나는 그들처럼 손가락질 할 수도 없다. 억울하다. 두려움에 숨죽이며 살았던 그때도 지금도. 
등하교 도우미로 만난 동주가 한번만 이기고 싶다며 욕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일로 결국 해고되었지만 승규에게 괴롭힘 당하던 동주를 보고 떼어내다 넘어뜨린다. 어른이 아이에게 밀친 꼴이 꼭 우습지만 사과를 받아내고 싶다. 정작 사과는 오빠에게 받아야하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흐려지는 법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견디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동안이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려지는 시간 같다. 생산적이고 무얼하고 싶지만 타인으로 인해 감옥에 갇혀있는 꼴이라니. 끔찍하다. 

 

쓸모없는 시간을 전부 견디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생존할 힘이 생기는 것일지도. 그것은 개인의 일로 타인이 간섭할 분야가 아니다. 생존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손을 뻗어서는 안 된다. 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P56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오빠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빠가 아닌, 오빠가 훼손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어떤 진심도 가닿을 수 없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P62

 

📚애도의 방식

 

<완전한 사과>의 동주가 초등학교부터 승규에게 당하는 괴롭힘은 이어졌다. 심리적 압박의 행동처럼 두 팔을 느러뜨린다. (완전한 사과의 나처럼) 
승규는 사고로 죽었지만 사람들은 가해자를 찾고 싶은건가 불행한 사건으로 만들어야 가십이 되나. 소문이 사람을 더 잡는다. 그보다 더한 건 승규 엄마의 진실 찾기. 동주가 일하는 곳까지 따라다니며 묻는다. 진실이 무엇이냐고. 
사건리 종료되어도 나를 괴롭히는 건 소문과 괴롭힘의 기억과 상처받은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97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하진. 경찰도 짝사랑으로 치부하며 훈방조치를 해버린다. 내 집인데 내가 없는 동안 자기 집 인 듯 물건을 사용하고 머물렀다는 생각에 두려움으로 옆집 사람의 친절로 그 집으로 발을 들인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유영이었지만 하진에게 따뜻했다. 내밀어준 손 하나에 견디고 침묵을 깰 용기가 생기는 것. 
윗집은 <완전한 사과> 속의 오빠네 집.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 뿐이야. P135

 

📚미워하는 일

 

세연의 엄마는 <어떤 진심>의 황목사 교회 다닌다. 종교에 빠져 세연을 방치하는 것을 불쌍히 여긴 엄마는 집에서 다정히 보살펴준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것만 같아서 세연의 일기장에 도둑년이라는 말을 하며 상처를 준다. 세연이 사고로 죽었지만 자신의 탓으로 죽은 것만 같아서 지옥같은 날들이다. 
홀로 힘들었을 세연은 언니가 멀어지는 과정들이 힘들었을텐데. 결국은 사이비종교 황목사 교회 때문이다! ㅎㅎ

 

그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유난 떨지 마. P165

 

📚미도

 

어릴 때부터 잘못된 인식은 그것이 학대인지도 모를만큼 흐리게 만든다. 

 

ㅡ엄마가 죗값을 다 받았으면 좋겠어. 지은 죄만큼 정확히. 너는 항상 너의 동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자란 사람도 다만 선한 사람도 아닌 너의 동생 같은 사람. 학대는 그냥 범죄라고 너의 동생은 말했다. 사과할 때 조건이 없듯 범죄에도 붙일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P209

 


 

 

📚밤은 내가 가질게

 

<미도>의 그 문제 언니 이야기. 오피스텔 보증금 빼고, 남자한테 공연 비용을 준다고 사금융 돈을 끌어다 쓰고 사이비 집단에 빠져 우주진리 명상을 한다고 통영까지 가고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 살림을 차리는 그 언니. 
착한 언니이지만 불필요한 희생과 속임에 빠지는 모습을 매번 볼 때마다 화가난다. 그렇게 화가나는 것도 언니탓이라 생각했고. 유기견을 데리고 오는 언니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늙고 병든 ‘밤톨이’ 개는 ‘밤은 내가 가질게’라며 팬던트를 떼어버리고 ‘토리’라는 이름으로 지어준다. 

불쌍한 언니. 주변에도 아주 답답하다 싶을 만큼 물러터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도 생각이 없어서 그런게 아닐텐데. 비난과 공격에 자신 탓이라며 더 움츠러들고 약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밤을 가져가겠다고 마음은 단단한 언니를 보면 이들도 넓은 마음을 내면엔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단위로 묶일 때마다 나는 여러 가지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정체성이나 이성, 합리적 태도처럼 함부로 내려놓아서는 안 되는 그런 것들을. P224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31

 

희망이 가장 두렵고 끈기가 가장 무서운,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끝끝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선하고 한심한 언니가. P242

 

#밤은내가가질게 #안보윤 #소설 #완전한사과 #문학동네 #책추천 #한국문학 #책스타그램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감춰진마음의겹을들추는섬세한손길 #완독 #앰버서더 #앰버서더3기 #서평 

 

❤︎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사과받는 신도들이 진저리를 칠 때까지, 더이상 사과받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말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과였다. P35 <어떤 진심> - P35

쓸모없는 시간을 전부 견디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생존할 힘이 생기는 것일지도. 그것은 개인의 일로 타인이 간섭할 분야가 아니다. 생존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손을 뻗어서는 안 된다. 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P56 <완전한 사과> - P56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97 <애도의 방식> - P97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 뿐이야. P135<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 P135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31<밤은 내가 가질게>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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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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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장편소설

문학동네




 


고모리에 사는 앨리시어. 키우는 개는 잡아먹기 위한 용도일 뿐이다. 자식들을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는 엄마는 씨발이라는 욕을 달고 산다. 똥 싼 동생은 엄마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동생을 때릴 때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보면 마치 짐승같아 보였다. 앨리시어의 주변을 보면 왜 상스럽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씨발’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동생이 질식해 사고로 죽은 후 마을 사람들은 재개발에 문제가 될까 학대가 아니라 부모기 훈육한 것이라 옹호한다. 진짜 욕이 나올 판국.

 

몸집이 커지면 엄마를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견디다 못해 도움을 청하러 상담사를 찾아간다. 헌데 상담사는 피상담자에게 무엇을 해라, 하지마라고 행동적인 지침으로 조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하며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한다. 부모님이 가해자인 것을 듣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돕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책임 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읽는 내내 그들의 대응에 화가 났다. 본인이 할 수 없다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이관을 시켜서라도 할 수 없었을까. 앨리시어는 집도 사회도 모두 욕같이 느껴졌을 꺼다.

 

파스텔톤의 표지와 달리 너무 슬픈 내용이었다. 학대받는 앨리시어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의 표정, 모습으로 바라만 보기보다 관심을 가지는 것. 그들도 벗어나고 싶어했음을. 폭력자를 이해해보려고도 하고. 참고 또 참으며 자신이 폭력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상상도 했지만 결국에 홀로 긴 싸움을 버티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앨리시어. 그들을 알게 된다면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이지는 못해도) 그들 편에 서서 희망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P49

 

🔖이 나이 되도록 인생을 살고보니 그렇더라. 사람이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 어미도 그렇고 다 그렇게 귀하고 불쌍한 거지. 세상 나고 자란 목숨 가운데 가치 없는 것은 없는 거다. P65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P81

 

🔖앨리시어는 이 불쾌함이 사랑스럽다. 그대의 무방비한 점막에 앨리시어는 달라붙는다. 앨리시어는 그렇게 하려고 존재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대가 먹고 잠드는 이 거리에 이제 앨리시어도 있는 곳이다. 그대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까.

 

앨리시어라는 것은 잠시에 불과하다고 말할까. 앨리시어의 냄새, 앨리시어의 복장, 앨리시어의 궤적 모두, 언제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할까.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앨리시어도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까.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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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 P49

이 나이 되도록 인생을 살고보니 그렇더라. 사람이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 어미도 그렇고 다 그렇게 귀하고 불쌍한 거지. 세상 나고 자란 목숨 가운데 가치 없는 것은 없는 거다. - P65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 P81

앨리시어는 이 불쾌함이 사랑스럽다. 그대의 무방비한 점막에 앨리시어는 달라붙는다. 앨리시어는 그렇게 하려고 존재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대가 먹고 잠드는 이 거리에 이제 앨리시어도 있는 곳이다. 그대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까.



앨리시어라는 것은 잠시에 불과하다고 말할까. 앨리시어의 냄새, 앨리시어의 복장, 앨리시어의 궤적 모두, 언제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할까.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앨리시어도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까.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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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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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Afternoon of an author

F.스콧 피츠제럴드 X 무라카미 하루키
인플루엔셜 출판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해 화제가 된 《어느 작가의 오후》는 피츠제럴드의 작가 활동 후기에 속하는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담았다. 작가 활동 시작과 함께 피츠제럴드 번역가로서 경력을 쌓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리뷰들이 글의 시작마다 있다. 글은 언제 어디에 실렸는지, 간략한 내용과 느낌을 기록했는데 소설 읽기 전에 북메이트가 안내해주는 느낌이라 이해하는데 좋았다. 

작품들은 피츠제럴드가 ‘자기 몸을 축내며’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내놓은 글을 모은 것으로 어두웠던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자 노력하는 의지가 있었다. 술에 쩔어있고, 경제난으로 어려워 상업적 글을 써야했던 시기임에도 글을 놓지 않았던 의지때문이었는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재평가 되기도 했다. 

유려한 문장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고뇌와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잘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었다. 인물에 투영시킨 감정보다 본인이 화자로 나설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런지 좀 더 진솔하기 다가왔다. 





📚소설 <이국의 여행자>

알래스카에서 모피사업으로 돈을 번 미국인 넬슨은 자유를 찾아 아내 켈리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상착의로 자신들과 어울릴만한지 기준으로 시간을 보낸다. 속물이 아니라며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백작 계급만을 믿고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결국엔 허영심이 그들의 평온함과 사랑과 건강을 잃게 했다. 자신들이 괴괴한  달빛 아래에서 본 검은 형체는 다른 부부였을지 혹은 그들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들의 모습이었을지 모르겠다. 

인생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뭔가가 손상되었고, 둘 사이에도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 P24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곳이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P43


📚 소설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

원제 ‘Two Wrongs’은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 잘못이 더해지면 절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부부 사이의 위기를 그리는데, 이는 실제로 피츠제럴드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밖으로만 도는 남편 빌. 에미는 아이를 낳으러 병원으로 갔다 현관 앞에 넘어지며 사산했다. 빌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건강도 요양을 해야하는데 에미는 아들과 자신의 꿈인 발레리나를 하기로 선택한다. 자업자득. 

사랑에서 미움, 연민으로 변화되는 마음은 더 이상의 행복을 기댈 수 없는 포기한 사람이 느끼는 것 아닐까. 잘못을 후회하고 다가서도 상대는 용서도 넘어선 공허한 마음으로 맞이한다면 둘 사이에는 무엇이 남았나.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빠져나가면서 남긴 공간을 느꼈으며, 어느 순간 전부 다 빠져나가서 사라져버린 것을 느꼈다. 그러다 그녀는 그를 용서할 수 있었고, 심지어 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일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다. P96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서 있을 때, 마지막으로 거짓 없이 솔직한 순간이 찾아왔다. 자신이 금세 이 일을 잊어버리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변명을 찾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P107


📚 소설 <크레이지 선데이>

피츠제럴드가 1930년대 초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 경험한 몇 가지 사건이 소재로 쓰였다. 실제 주인공과 같은 실수를 했는데 억누르지 못하는 자기과시 욕구가 개인적인 약점이라고 소개 했다. 

성공한 여배우 엄마를 둔 할리우드 영화각본을 쓰는 조얼은 영화감독 마일스의 초대를 받는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는 조얼은 칵테일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이 보는 가운데 배우와 작품을 풍자한 토막극을 한 후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아마추어 조얼을 향해 분노를 했고 집단의 비난과 퇴짜를 감지했다. 마일스 아내 스텔라의 친절함도 집으로의 초대도 모두 마일스가 계획한 것에 조얼은 속은 것은 아닐지. 자신감으로 계획도 못알아차림 건지. 

냇 키오의 도움을 받아 코트를 입을 때 거대한 파도 같은 자기혐오가 조얼의 마음속에 밀려왔고, 조얼은 더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절대로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P125


📚 소설 <바람 속의 가족>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남부 시골 마을에 재능과 학식을 겸비했음에도 알코올의존증으로 인생을 망친의사. 거대한 토네이도 묘사의 큰 볼거리이다. 


술로 의사로 진료보다 약국을 하며 살길 바라던 닥터 포레스트 재니가 의사가 부족한 시골에서 고뇌를 하는 장면과 토네이도가 소리로 공포감을 얼마나 주는지 묘사가 잘 나와있었다. 총을 머리에 맞은 조카를 수술하는 것이 술때문에 할 수 없다면서도 의사의 사명감은 불쑥 튀어나온디. 의도치 않게 토네이도로 아버지를 잃은 어린 헬렌과 돌아오겠다는 약속때문인지 몽고메리 시로 돌아가는 객차 안에서 술을 멀리하겠다 한다. 

토네이도가 덮치자 모든 환경이 변화되고 혼란스럽다. 닥터 재니도 명성을 가졌지만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혼돈 속에 있다. 꼭 토네이도 처럼. 

맨 먼저 소리가 있었고, 그는 소리의 일부가 되었다. 소리에 휩싸이고 소리에 사로잡혀 있었으므로 그의 존재를 소리와 분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소리가 모인 것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였다.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를 빚어내는 거대한 활이 현을 켜서 만들어내는 우주의 화음이었다. 소리와 힘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P171


📚 소설 <어느 작가의 오후>

글은 안써지는데 젤다가 병원 입원으로 거액의 빚까지 있어 산업적인 잡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연애 소설은 쓰지 못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소설’ 형태로 어두운 일상을 그린 것은 피츠제럴드의 심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작가. 밖으로 나갔다 젊은 이들이 라파예트의 동상 높은 받침대에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본 후 고립된 자신의 작가라는 직업에서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돌아간다. 하나의 착상으로 또 발전시키길 바라며. 
과거와 미래와 주변의 이야기 탈탈 털어 소재로 글을 쓰지만 고갈되버리고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을 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할 수 없기에 창작의 영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완벽한 신경증 환자로군.“ 그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디어의 부산물이자 꿈의 찌꺼기인 인간이야.“ P205

📚 소설 <알코올에 빠져>

이 소설도 작가의 이야기 같다. 에스콰이어 편집장 아널드 기글리치가 원고를 게재해 작가를 도왔다. 

알콜 중독자는 술에 의존하고 중독된 것이 결국 죽음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므로 도울 수 없다고 간호사는 이야기한다. 
중독자를 상대하는 것은 그들의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도 있을 것 같다. 

📚 소설 <피네건의 빛>

작가는 빚에 떠밀려 정신없이 사는 자기의 생활을 픽션이라는 형태로 희화화하고 있드. 일종의 유머소설. 

생명보험을 주겠다며 선금을 받고 글을 쓰겠다며 떠난 피네건. 
글을 향한 열정일까. 돈이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일까. 
여유로운 작가에게서만 좋은 글이 나오는 걸까. 

📚 소설 <잃어버린 10년>

1928년 준공된 아미스테드 빌딩을 설계했다고 말하는 트림블. 오리슨은 그가 10년동안 무슨일을 했을 까 궁금해 했다. 감옥에 있었을까, 제독의 남극 비밀기지나 브라질 정글에서 실종된 조종사들일 거라 생각하는 중 엉뚱한 대답이 나온다. 결국엔 10년간 술에 취한 사람이었다는 헤프닝. 
짧은데 재미있지만 뭔가 담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나는 못찾고 있다.;;

"콜포터가 1928년에 미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미국에서 새로운 리듬이 생겨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P267


📚 에세이 <나의 잃어버린 도시>

내가 다니던 학교, 함께 있던 친구, 사람들 모두 떠났다. 뉴욕의 호황은 뜨겁고 활기가 있지만 모호하고 막연한 분위기다. 변해가는 도시를 바라보며 붙잡고 싶기도했고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과 변해가는 주변의 모습도 이러할 텐데 작가도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도시의 속도는 급격히 변했다. 1920년의 불확실성은 이제 황금을 좇는 한결같은 아우성에 묻혀 사라졌고, 우리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1927년 뉴욕의 들썩거림과 초조감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파티는 점점 더 커졌다. P292

📚 에세이 <망가진 3부작>
-망가지다/붙여놓다/취급주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긴 에세이를 쓸 때  망가진 3부작과 나의 잃어버린 도시를 염두에 둔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망가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동안 자신은 저당잡힌 삶을 살아왔다 생각하며 붕괴되고 있다고 느낀다. 활기로 가득찬 여인을 만나며 내부의 균열이 아니라 세상은 인식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며 달리 생각해보라고 한다. 작가는 이런 불안정한 감정들을 글로 나타내는데 탁월하다. 

망가졌지만 붙여놓았고, 갑자기 취급주의에서 반성을 한다. 지각 있는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 불행한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그럼에도 살아남았으니 살아갈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만약 내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ㅡ가정적, 직업적,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일을 해낸다면, 나의 자아는 힘껏 쏜 화살이 거침없이(마침내 오직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질 때까지)무에서 무로 날아가듯 그렇게 계속 날아갈 터였다. P305




📚 에세이 <젊은날의 성공>

“인생이 낭만적인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P354)” 이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장일 것이라 했다.



소설 인물과 내가 하나 되었던 짧은 순간, 충만한 미래와 열망에 들뜬 과거가 하나가 된 찬란한 순간은 젊은 날의 성공처럼 인생이 진정 하나의 꿈이었던 그 때. 

🔖내 꿈은 이른 시기에 실현되었고, 그 꿈의 실현에 수반하여 모종의 보상과 모종의 짐이 생겨났다. 너무 일찍 성공을 이룬 사람은 운명이라는 신비로운 관념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의지력에 대척되는 개념이다.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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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만약 내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ㅡ가정적, 직업적,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일을 해낸다면, 나의 자아는 힘껏 쏜 화살이 거침없이(마침내 오직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질 때까지)무에서 무로 날아가듯 그렇게 계속 날아갈 터였다. P305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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