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 맛의 멋을 찾아 떠나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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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문정훈 글, 장준우 사진, 상상출판, 2021


오늘 아침 내가 먹은 음식의 재료를 누가 어떻게 키웠는지 모른다.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경우와 모르는 경우는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모든 농부가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 흘리며 자식과 같은 심정으로 농산물을 키운다는 것을 알지만, 그 농부가 아는 사람이라면 허투루 남겨서 버릴 수가 없다. 더 맛있는 것은 물론 더 건강한 음식이라 느껴진다. 플라세보 효과도 있으니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얼굴 있는 생산자요리사를 찾기 위한 여행기이다. 스페인의 시골에서 그 지방 고유의 식재료를 키우고, 식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스페인 북쪽 바스크를 시작으로 대서양과 접해있는 깐따브리아, 이스투리아스를 거쳐 남쪽으로 레온, 엑스뜨레마두라, 안달루시아의 지중해까지 스페인을 종단한다.

스페인 음식이라고는 이베리코, 하몬, 빠에야 정도밖에 몰랐으나,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 진짜스페인 음식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리적 표시 농산물과 식품의 품질을 지키고, 재래 품종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이에 비싼 가격이라도 품질을 믿고 소비하는 스페인 소비자를 보면서 같은 품질이라면 보다 싼 것을 찾는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효율화된 농식품 산업 시스템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의 소비는 동물 복지와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작디작은 멸치 필레를 하나씩 핀셋과 작은 면도날, 가위로 다듬고 있었다. 곰곰이 봤더니 멸치 필레를 정교하게 포를 떴다. 비늘, 지느러미, 뼈를 제거하고 다듬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게 아닌가. 기계 작업이 아니라 전부 수작업이었다고? 게다가 캔 안에 줄을 맞춰서 넣는 것도 전부 수작업이었다. 호세는 제품 원가의 80%가 인건비라고 했다. 숙련된 직원은 1시간당 캔 8개 분량의 멸치를 작업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면 1인이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최대 64캔에 불과하다.(91)


EU의 고품질 농산물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도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을 보며,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도는 지리적 표시라는 외형보다는 농산물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국내에서도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리적 표시 외에도 지역농산물을 공동 브랜드화 하고 있어 원산지 표시외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품질이라는 내용보다 지리적 표시라는 외형에 치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라 베라 지역에서 생산한 고추를 사용하고 라 베라 지역 전통 방식으로 라 베라 지역에서 건조, 제조해야 피멘톤에 라 베라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다. 이런 요건을 따르지 않으면서 라 베라를 붙이면 어마어마한 벌금과 처벌을 받게 된다.(190)


데에사에서 베요타 등급의 이베리코 돼지를 기르려면 까다로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베리코 돼지 한 마리당 대략 2ha의 데에사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목하여 기르려면 데에사가 아주 넓어야 한다. 한 변이 200m에 다른 한 변이 100m인 크기다. 1.4ha인 잠실구장에서는 돼지를 한 마리밖에 못 키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2ha의 땅에서 살고 있는 돼지 한 마리를 위해 도토리나무, 과일나무, 올리브나무 등 열매가 열리는 나무 60그루가 확보되어야 한다. 굉장하지 않은가? 베요타 등급의 이베리코 돼지 100마리를 키우려면 최소 200ha 이상의 데에사에 6,000그루의 열매 나무가 필요하다.(206)


물론 고품질의 농산물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사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넉넉치 못한 지갑으로는 비싼 가격의 고품질 농산물을 선뜻 구매할 수 없음도 안다. 다만 생산지를 알리는 원산지 표시 제도, 지역농산물 공동브랜드와 달리 지리적 표시제도는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키기 위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었으면 싶었다. 그래야 고품질 농산물의 하향 평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는 식재료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도 바로 잡아 준다. 고추, 피망, 파프리카는 어원 상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망과 파프리카는 모양이 같지만 초록색은 피망으로 노랑, 주황, 빨강색은 파프리카라고 부르지만 피망은 프랑스어이고, 파프리카는 독일 등 동유럽어로 뜻은 고추를 의미한다고 한다.


피멘톤은 스페인 고춧가루다. 즉 고추농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페인어로 피미엔토(Pimiento)는 피망 고추를 의미한다. 피멘톤은 피미엔토를 가루로 낸 것이다. 피미엔토를 프랑스어로는 피망(piment)이라고 하며, 독일, 헝가리 등의 동유럽에서는 파프리카(Paprika)라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 영어로 페퍼(Peper)가 되었다. 스페인에서는 피미엔토 중에서 작고 매운 고추를 칠레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이를 칠리라고 한다. 한국에서 피망은 초록색, 파프리카는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을 주로 지칭한다. 위의 어원들을 보면 우리 나름대로 괴이하게 사용하는 것이다.(190)


아직 코로나19 펜데믹이 종식되지 않아 스페인 시골을 누빌 수 없어 아쉽지만, 국내 스페인 음식 전문점을 찾아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 알게 된 스페인 음식을 오감으로 경험하며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스페인 음식을 경험하고 싶거나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서 사전 지식을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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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 맛의 멋을 찾아 떠나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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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얼굴 있는 생산자‘와 ‘요리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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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 : 잘 쓰고 제대로 전달하는 보고의 기술 - 26년 차 전문 컨설턴트가 실무에서 찾아낸 보고가 쉬워지는 보고 패턴 12
채종서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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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 채종서 지음, 한빛미디어, 2021


 

조직에서 최상위 의사결정자가 아닌 이상 일은 보고의 연속이다. 보고는 보고서를 갖춰 보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간략히 정리해 구두로 보고하는 것도 포함하니 보고는 업무의 일상이다. 심지어 보고를 위한 준비, 보고를 위한 준비, 보고를 위한 검토 등으로 실제 보고 외에 보고를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


 

보고자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꺼워진 보고서를 덜어내는 것이 늘 어렵다. 26년 차 비즈니스 스킬 전문 컨설턴트인 채종서는 자신의 책 <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에서 아무리 많은 보고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보고는 어렵다라고 이야기한다. 보고에 정답이 없고, 의사결정권자가 학습효과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진화하고, 언제나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보고가 어려운 이유
첫째, 보고 내용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둘째, 의사결정권자나 고객의 생각은 보고를 받으면서 진화합니다.
셋째,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20
)


 

하지만 보고는 조직 구성원 간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매우 중요한 업무 수단으로 조직에서 보고 능력과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은 상호 비례한다고 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는 보고서 작성에 앞서 한 장으로 보고서를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고를 12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다섯가지 보고 패턴과 다섯가지 프로세스를 통해 보고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보고서의 논점이 흐트러지지 않고 1분 요약으로 핵심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고에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논리를 확보하려면 육하원칙 요소 중 Why, How, What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있어야 합니다.(23)


 

대부분의 보고자가 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어떻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고를 진행 할 때도 무엇을어떻게를 강조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보고를 받는 사람은 라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엇을어떻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준비는 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24)


 

 

먼저 저자가 제시한 보고의 12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상황과 목적에 따라 보고의 유형을 천차만별이겠지만 저자는 보고의 목적이 보고를 받는 사람의 행동 변화인지, 이해를 돕는 것인지(X)와 의사결정 방식이 판단(선택)을 구하는 것인지, 확인을 요청하는 것인지(Y)를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 , 기획, 요청, 분석, 설명으로 구분했다.


 


 

기획 보고는 여러 아이디어 중에 하나를 해결 방안으로 선택하고 그 아이디어를 업무로 진행(행동)’하기 위한 보고로 개선 보고, 제안보고, 정책 보고로 구분했다. 설명 보고는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계획 보고, 결과 보고, 상품/서비스 보고가 이에 해당한다. 분석 보고는 주변 현상이나 동향을 분석하거나 시사점을 보고하는 것으로 현상/동향 보고, 이슈 보고, 실태 보고로 나눴다. 마지막으로 요청 보고는 다른 조직/개인에 협업을 요청하는 것으로 협조 보고, 검토 보고, 대응 보고로 분류했다.(32)


 

보고 유형을 파악했으니, 이제 보고 패턴과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보자. 보고의 본론 내용을 전개할 때 사용 빈도가 높은 다섯 가지 패턴을 선별했다. 내용 전개를 시간순(혹은 역순)으로 정리하는 시간 패턴, 큰 개념에서 작은 개념 혹은 작은 개념에서 큰 개념으로 정리하는 단계 패턴, 연역/귀납/변증법적 논리 추론으로 전개하는 논증 패턴, 인과 관계가 없는 항목을 나열하는 분류 패턴, 비교를 통해 장점과 개선점을 도출하는 비교 패턴이다.


 

보고의 다섯 가지 패턴
1.
시간 패턴(시계열 패턴) : 날짜나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내용을 정리 [과거-미래-현재], [이전-당시-사후]
2.
단계 패턴(구조 패턴) : 큰 개념에서 작은 개념으로, 작은 개념에서 큰 개념으로 전개 [--], [직군-직렬-직무], [회사--개인], [한국-서울-마포]
3.
논증 패턴(인과 패턴) : 논리 추론 형태로 전개, 연역적 전개, 귀납적 전개, 변증법적 전개 [대전제-소전제-결론], [인과관계-예중-결론], [사실1-사실2-결론], [--]
4.
분류 패턴(정도 패턴) : 인과 관계가 없는 항목을 나열하여 정리 [항목1-항목2-항목3], [첫째-둘째-셋째]
5.
비교 패턴 : 비교 통해 장점 및 개선점 도출, [As is-To be-시사점], [긍정-부정-결론], [장점-단점-결론], [찬성-반대-결론]
(33
)


 

이제 형식과 구조는 갖췄다. 내용을 채울 차례다. 보고 준비 5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핵심 메시지까지 도출할 수 있다고 한다. 보고의 과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 질문과 답변(1단계)을 작성하고, 내용의 흐름을 잡기 위해 목차를 구성(2단계)한다. 목차는 논리적 전개를 위해 3단 구성을 기본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어서 각 항목을 한 두줄의 짧은 문장으로 기술한 리드 메시지를 도출(3단계)하고, 리드 메시지를 입증하기 위기에 적합한 패턴을 선택(4단계)하도록 안내한다. 패턴은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 배제와 전체 포괄의 원리를 적용해 중복과 누락 없이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턴 선택까지 마무리되었다면 실제 보고 내용을 문장 형식으로 스크립트를 작성(5단계)하는 것이다.


 

보고 준비 5단계 프로세스
1.
질문과 답변
2.
목차 구성
3.
메시지 도출
4.
패턴 선택
5.
스크립트 작성
(43
)


 

보고 스킬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는다. 결국 대수의 법칙을 따른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될수록 보고 스킬은 높아진다. 몸으로 부딪혀 익히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보고서를 온통 빨간 펜으로 물들이고 핀잔과 눈칫밥으로 배터지는 과정을 거친다. 빨간 펜으로 물들인 보고서 만큼 가슴에도 빨갛게 피멍이 든다.


 

특히 어쩌다 보고가 주업무가 되면 당황스럽다. 직급과 연차가 높아질수록 당황스러움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된다. 평소 업무에서 보고서 작성을 하지 않았으니 누구나 당황스럽다.


 

어쩌다 보고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보고서 발표 일타강사’ <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를 통해 빠르게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보고할 상황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평소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상처 없이보고 스킬을 높여주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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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 : 잘 쓰고 제대로 전달하는 보고의 기술 - 26년 차 전문 컨설턴트가 실무에서 찾아낸 보고가 쉬워지는 보고 패턴 12
채종서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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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유형에 맞는 보고서를 한 장으로 정리하도록 돕는 ‘보고서 발표 일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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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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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창비, 2021


6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 1972‘UN 인간환경회의개막일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이후로 환경 보호라는 외침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반응은 시큰둥했다.


40여 년의 외침 끝에 기후위기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 것이 명백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했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고, 바다에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을 따라 우리가 먹을 수 있다는 경고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고도의 문명을 발달시킨 인류도 자연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임을 일깨웠다.


최근 이러한 일련의 변화로 이제는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필환경 시대라 이야기한다. 필환경 시대라는 외침이 환경 보호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아님을 일깨우고 있고, 기후위기 대응, 탈플라스틱 등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구호와 다짐은 넘쳐나지만 유의미한 변화와 실천은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는 자연 방식으로 돼지를 기른 귀촌인의 귀촌 에세이이자, 공장식 축산의 민낯을 깨닫고 시도한 자연양돈 도전기이다. 1부 공장과 농장 사이는 저자가 귀촌을 하고 자연돼지 농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이제 도시든 농촌이든 돼지를 기르는 집을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돼지를 키우는 이야기는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자연양돈을 위한 저자의 눈물나는노력은 감히돼지를 키우고자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여 줄 안내서 같이 느껴졌다. 돼지들의 마음을 독심술로 파악해 전달하는 문제와 상황을 묘사한 삽화는 마치 웹툰을 읽는 것과 같았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한 것과 같이 돼지 키우기를 책장 넘어로 보고 있는 나에겐 희극으로 느껴졌다. 때로는 낭만적으로도 느껴졌다. 2장 생명과 고기 사이는 상품화된 고기 이전에 생명이었음을 일깨우고 있어 더 이상 희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가 직접 도축해야만 돼지를 먹을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고기의 이면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는 3분 요리처럼 띵동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고기 이전에 돼지가 있고, 돼지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이면까지 알고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진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186)


대량의 고기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명분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지구 환경과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민낯을 일깨운다. ‘윤리적 도축’, ‘동물복지라는 말들이 정작 동물의 기준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인간 중심의 생색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프레이밍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준다.


윤리적 도축이라는 말이 있다. 도축에 윤리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 윤리적으로 죽인다니, 대체 무슨 말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죽는 마당에 예의가 무슨 소용인가. ‘동물복지도 결국 사람 중심의 생색은 아닐까?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자기위안 말이다. 그렇다고 산업식이 아닌 방법으로, 예컨대 망치로 돼지를 잡는다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 게 아니었다. 성스러운 행위도 아니며, 천사들이 내려와 죄를 사해주지도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책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139)


기술 발전이 상황을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발전하는 기술을 가축을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쪽으로 써왔다. 정책을 통해 식품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 당국은 물가 안정경제 활성화라는 구호 뒤로 숨는다. 잦은 전염병 발생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항생제 내상 박테리아. 이 불길한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 그로 인한 재앙은 자연스러운 순서인지도 모른다.(171)


저자는 돼지를 기르면서 결국 채식주의자가 되었지만, 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의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호 부위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공장식 축산을 줄이고 자연식 축산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식 축산이 늘면 사료용 곡물 생산도 줄일 수 있고, 사료용 곡물 재배를 위한 열대우림 훼손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먹을 수 없는 것과 먹지 않는 부산물을 활용해 가축을 길러왔다. 생태계가 감당하는 만큼 가축을 길렀다. 지금은 더 많은 고기를 먹기 위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자원을 쓰고, 그만큼의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161)


사람들은 완전한 변화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은 선택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자연 양돈 방식으로 기른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돼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마블링 없는 3등급 소고기를 먹는다면 옥수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옥수수가 줄면 죽음의 해역을 좁힐 수 있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다. 고기 섭취량을 줄인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163)


자연양돈계에 문제가 있다면, 가격보다는 이런 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최후에는 채식주의자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한때 고기를 열심히 사 먹던 나와 주변 친구들도 결국에는 채식을 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181)


필환경 시대인 만큼 누구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다만 에코 파시즘은 경계해야 한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쫓거나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 희생양 삼아선 안된다. 공장식 축산이 문제의 근원이기에 육식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배척하는 것은 본인 감정은 달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축과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은 육식 자체를 죄악시한다. 선과 악의 이분법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죄책감은 대체로 반감을 불렀고, 현실을 더 외면하게 만들기도 했다. 죄의식은 나쁜 상황을 존치하는 효능이 있었다. 이분법은 중간 없는 평생선을 만들었다. 축사에 사는 가축의 환경, 축사 주변에 사는 인간의 환경에 대한 논의는 육식주의자들이 고기를 먹기 위한 변명처럼 여겨졌다.(155~156)


생명을 거두는 일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식탁 위에서는 고기지만, 그 전 단계인 사체를 손질하는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다.() 내 손으로 직접 동물을 잡아보니 생명을 죽이는 꺼림칙함도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을 위한 게 아니라 신성한 존재를 위해 죽인다는 위안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양심의 가책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써 말이다.(151)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읽기 전과 읽은 후, 식탁 위의 고기가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육식을 끊고 채식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로로 왔을지 짚어보게 되고, 먹는 양도 줄이게 됐다. 환경을 위한 실천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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