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켈리 브로건 지음, 곽재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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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켈리 브로건, 곽재은 옮김, 쌤앤파커스, 2020.


나는 우울증과 불안 관련 약물의 역할을 두고
지금껏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신화를 깨뜨릴 예정이다.(13)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여성 우울증 전문의인 켈리 브로건이 펴낸 책으로 우울증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바로잡고,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의학을 통해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켈리 브로건은 우리가 우울증은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만성 염증 질환으로 몸의 질환이며, 우리의 면역 기능을 통해서 약물 없이 식단, 명상, 수면, 운동을 통한 생활 변화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방은 가능하다.
약물치료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
약물치료로는 최선의 건강이 불가능하다.
내 건강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약과 관계없는 생활의학을 따르는 것은 몸에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26)


우울증은 설명이 모호한 용어다.
간단히 말해 우울증은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무엇 때문에 균형이 깨졌는지 알아내라는 신호다.
이 관점을 인정하는 또 다른 방법은 우울증은 기회라고 말하는 것이다.(52~53)


우울증은 단순한 뇌 장애가 아니다.
그런데 진단 없이 넘어가는 평범한 어떤 질환이
실제로는 전형적인 정신과 장애로 보이기도 한다.(138)


우선 우울증은 당뇨나 영양 결핍이 있거나, 갑상선 기능저하 등으로 인해 정신과 장애로 보인다고 한다. 또한 미용제품이나 위산분비억제제 같은 의약품에 의해서도 생겨난다고 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울감이 생기는 데 현대 의학은 단순히 약물로 대증하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가시 박힌 손에 붕대만 감고 있는 꼴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의 주요 유발인자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일반적으로 만나는 3가지 유형의 환자를 떠올린다.
당 함량은 높고 건강한 지방 함량은 낮은 식단 때문에
당뇨 문제와 영양 결핍이 있는 환자,
갑상선 기능부전으로 호르몬 관련 문제가 생기면서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받은 환자,
약물이 유발한 우울증을 앓는 환자가 그들이다.(57)


갑상선 기능부전과 혈당장애는 일단 환자에게 우울증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식별도, 해결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정신질환을 가장한 두 사기꾼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기꾼은 우리가 구매하는 미용제품, 속 쓰림을 덜어내려 입에 털어 넣는
의약품 같은 외부 요인에서 생겨난다.(155)


그럼 우울증 해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켈리 브로건은 4주간 균형 잡힌 식단, 명상, 수면, 운동 습관을 통해 우울증 약물을 중단하고 우울감도 완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구석기식 유기농 식단으로 바꾸라고 이야기한다.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글루텐과 유제품 함유 고가공 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뇌 건강과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방을 늘리고, 내분비 교란 물질이 포함된 GMO 식품을 피하기 위해 식품 조달과정을 중시하라고 이야기한다.


구석기식 유기농 식단이라고 해서 채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채식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기에 자연방목 육류, 자연산 생선, 자연산 달걀 등을 함께 섭취하는 균형 잡힌 육식주의를 권한다. 그리고 심호흡하기, 쿤달리니 요가 등의 명상과 좋은 수면 습관, 그리고 자연이 선물한 항우울제인 운동을 권한다.


현대 의학의 우울증 약물 치료의 작용 기전이나 갑상선 기능 부전에 작용하는 호르몬 영향 등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우울증이 마음의 병, 정신 장애가 아닌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하는 과정에서 유발된다는 점은 이해된다. 약물에만 의존해 치료하지만 결코 약물로 치료되지 않고, 우울증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면역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결국 건강한 몸을 통해 건강한 면역력을 가질 때 코로나 든 우울증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당신이 몸의 생명력을 존중했으면 한다.
우리 몸에는 타고난 욕구로 재조정, 재설정, 재충전하는 능력이 있다.
당신이 몸 안팎의 미생물군집, 섭취하는 음식의 의미, 우리가 생존뿐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는 사고방식과 가까워지길 소망한다.
당신이 증상 해결 차원에 그치지 않고 웰니스를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그런 의미의 웰니스를 매일 직접 경험하기를 바란다.(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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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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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창비, 2020.


허울 뿐인 가난한 양반집의 맏딸 버들’, 돈은 많지만 신분이 낮은 집안의 고명 딸 홍주’, 무당집 손녀로 세상으로부터 천대 받던 송화’. 타고난 신분으로 계급화되었던 조선사회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맞아 먹고 살기도 어렵던 시절. 세 여인은 저마다의 이유로 서로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관례에 따라 사진 신부가 되어 하와이로 떠난다.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와 빼어난 등장인물의 서사로 초입부터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는 소설은 큰 복선이 없음에도 세 여인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끊임없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백 여년 전 이면 내 할머니와 동시대의 이야기이기에 멀게 느껴지지 않지만, 살아오는 동안 재외동포나 이민자로서의 삶을 접할 기회가 없어 이들의 삶이 다소 생경스러웠다. 하지만 강제 이주된 재외동포의 험난한 삶을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족과 떨어져 혈혈단신이 된 열여덟 살 동갑내기 세 여인은 낯선 땅 하와이에서 녹록하지 않은 이민자로 살아간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학업을 중단한 버들은 공부를 더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사진 신부가 되었지만 하와이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건 중풍에 걸린 홀 시아버지와 독립운동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남편이었다. 조선에서 신분은 낮았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풍족한 삶을 살았던 홍주는 자신보다 서른 살 정도 많은 구두쇠 남편을 만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채 정신이 나간 엄마를 따라다니며 돌팔매 질을 당하던 송화는 가난하고 게으르며 자신보다 마흔 살이나 더 많은 환갑에 다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된다.


우리 부모 세대에서도 일면식 없이 사진만 보고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마음 먹으면 가족들과 왕래가 가능하고 손쉽게 이웃사촌을 만들 수 있었던 사정과 달리, 사진 속 풍경은 모두 거짓이고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하와이에서 그녀들이 느꼈을 암담함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하와이에 도착하여 세 여인이 맞닥뜨린 운명의 거대한 파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버들은계속 된 남편의 부재로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야 했으며 홍주는 본국에 부인과 자녀들을 두고도 자신을 속여 결혼한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과도 생이별하게 된다. 늙은 남편과 사별한 송화는 딸을 낳지만 대물림 받은 신병을 이기지 못하고 딸을 두고 홀로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세 여인의 삶과 함께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 정착하게 된 여성들은 서로 연대하여 역경을 이겨낸다.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 강점기 생계를 위해 이민을 선택했던 해외동포 여성들의 삶과 그 삶 속의 고난을 연대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버들을 포함해 등장인물 누구도 영웅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며, 모두가 그러한 인생을 살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1세대 하와이 재외동포의 삶, 그 중에서도 가려졌던 이주여성의 삶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밀어 닥칠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고 그 파도를 묵묵히 이겨내는 개개인의 삶을 지지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단단해지는 듯하다.



바다가 있는 한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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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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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정유정 옮김, 김소라 그림, arte, 2020.


아름다운 문제, 귀여운 삽화가 그려진 난해한 동화책. 짧은 글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반복해서 읽게 된다. 공중에 떠 있고 싶은 고슴도치, 독심술을 가진 개미, 걱정 많은 거북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코끼리, 삐약삐약 울고 싶은 사자. 꿀과 차를 대접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비판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다람쥐.


다람쥐는 우울하다는 건 사실 굉장히 복잡한 것이고,
그래서 자신은 한 번도 제대로 우울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북이는 자부심에 얼굴빛이 환해지는 듯했으나,
다시 매우 걱정스러워 보였다.(39)


<다람쥐의 위로>의 매력은 읽을수록 점점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물 속에도 눈이 내리고, 하늘 위로 떨어지는상황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다가도 동심의 세계에서는 혹은 소설 속의 세계에서는 이 보다 더 무모하고 현실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는 사실과 마주하며, 동화가 왜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겸연쩍어지기도 했다.


차 한 잔을 놓고 다람쥐와 마주하면 어떤 이야기도 묵묵히 들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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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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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신미경 지음, 상상출판, 2020.


적게 갖고도 풍족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연한 마음이 앞선다. 아마도 그러한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명분을 갖지 못한 채 미니멀 라이프만 동경한 탓이 아닌가 싶다.


마음을 움직일 내적 동기가 필요한 나에게 적게, 바르게라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긴 신미경 작가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기분 좋은 자극을 주었다.


물건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자
내 몸과 마음을 편안히 돌보는 데 신경을 쓴다.
친절과 긍정을 가져온 운동과 좋은 식사,
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지는 이유다.
생활과 건강에서 최소 취향이 확고해진 뒤
내가 집중하는 건 배움.
머릿속에 든 건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고
평생 가져가는 거라 하지 않던가.
물건보다 경험을,
경험보다 배움과 깨달음을 얻으며 충만감을 느낀다. (5)


저자 서문에 나온 이 글귀에 공감하며 나도 인생의 지향점을 배움과 깨달음에서 오는 충만감에 두고 싶다.

나는 일이 좀 안 풀린다 싶으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버린다.
관계가 틀어져버린 사람이 준 물건을 버리고,
신고 나갔다가 발이 너무 아파 두 번 신을 일이 없는
그러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신발도 정리한다.
내게 고통의 기억을 안긴 거슬리는 물건을 없애고 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34)


집 비우기, 마음 비우기는 따라해 보고 싶은 방법이다. 속이 좁은 편이라 물건을 없앤다고 마음이 편안해 질지 확신은 서지 않지만.

약점을 안고 살아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조건 숨기기보다 조금은 미화시켜서
드러내는 편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감추려만 들면 어두운 그늘 하나가 생겨버린 기분이고
내뱉지 않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으니까. (76)


보통 칭찬은 휘발성이 강하고 악담이나 상처는 오래 남는다.
감정이 가진 힘의 세기가 다르다.
칭찬을 모아둔다.
내가 자신감을 잃고 비틀거릴 때 꺼내 볼 수 있도록, (158)


내가 부러워 하는 대상은 달리 말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다.
그저 부러움에서 멈출 때 열등감이 생기는 거고,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이면 부러움이 사라진다.
누군가 별로 고생하지 않고 해낸 듯 보이는 모든 업적을
직접 부딪쳐보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임을 알게 되고 그 입장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193~194)


자기 연민은 살짝 스쳐갈 정도로만,
남을 비난하는데 소중한 시간과 체력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250)


 적게, 바르게라는 작가의 기준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으며, 그런 작가의 삶이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비록 책으로 엮을 수준은 안되겠지만, ‘적게나마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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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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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다산책방, 2020.


30대 중반을 넘어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였다. 퇴근이 이른 어느 날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들렀는데 마중 나온 어머니의 등을 보고 코 끝이 시큰해 졌다. ‘어머니의 등이 저렇게 굽었던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등처럼 굽어져 보이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놀라 자세히 보니 흰머리도 많이 늘고 얼굴의 주름도 깊어져 있었다. 그날 이후 마주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매번 내 가슴을 시큰하게 만든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지는 이별의 시간을 애써 외면하고, 무심히 시간만 보내고 있던 나에게 <영혼의 집 짓기>는 이별을 애써 외면하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기자이자 작가이며 영문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 데이비드 기펄스는 집에서 손수만든 관을 장례업자들이 받아줄까하는 호기심에 자신의 관(영혼의 집)을 직접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관을 만드는 과정 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어머니와 친구 그리고 그 죽음을 마주하는 자신과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진솔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작가는 관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은퇴한 토목기사인 아버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실제적인 이유가 아닌 작가가 진짜 원했던 것은 암 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행위 자체였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별을 맞이할 대상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과장 없이 들려준다. 부자가 관을 만들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인생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즐거웠다면 작가의 후기에 실린 아버지의 시가 그의 사후에 행복하게 읽힐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늘려가고 싶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쓴 것은
작업용 모눈종이에 밝은 녹색 잉크로 쓴 시 한 편이었다.
그 시는 봉투에 담긴 채 아버지의 책상 위에 놓였는데,
봉투에는 장례식 때 개봉하라는 당부가 쓰여 있었다.

나는 가을날 떡갈나무 같다

떡갈나무 이파리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내 몸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그러나 떡갈나무 여전히 살아서 봄을 기다린다
내 영혼도 그렇게 살아남아
영원한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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