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3 세트 - 전3권 - 제2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까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18세기의 물질문명, 물질문명과 모순되거나 이를 보충해주는 경제문명을 일상성의 공간 속에서 살펴본다. 무엇보다 일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역사로 간주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상사는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일반성 혹은 구조가 된다,‘ 다만 단순화하면서 생긴 이슈는 감안해야 할 듯.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3-31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산 사람이… 역쉬 역덕화가님…😭

거리의화가 2024-03-31 18:30   좋아요 0 | URL
ㅎㅎ 쟝님^^ 철학사를 읽고 있어서 연결지점이 많더라고요. 바로 읽게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CH25]

미아는 엄마의 카드를 받아낸 사건을 Kids for Kids 멤버들과 공유했다. 그러다 Ms. Steincamp 선생님이 뭐하냐 묻더니 나무에 기대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하나 둘 떠나고 대화는 중단되었다. 

Bethany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아악!"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혼비백산이 된다. Mrs. Welch 선생님은 벌레를 잡을 줄 알았는데 자신의 책을 보호하는 동작만 했다. 결국 미아가 바퀴벌레를 신발로 때려잡는다. Stuart는 대단하다며 엄지척을 일으켜세우지만 정작 Bethany는 "쟨 바퀴벌레 모텔에서 사니까." 한다. 미아는 Bethany에게 앞으로 자신을 가정부라고 다시 부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CH26]

에반스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다음주 금요일 다 함께 모여 친절, 배려, 관용의 가치를 promoting하는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야외에서 요리도 해 먹기로 했는데 요리하기를 즐겨하는 제이슨이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집에 갔더니 모텔 식구들이 엄마의 신용카드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 축하하고 있었다. 미아는 모텔 방문 아래마다 “USA NOT USI (United States of America NOT United States of Immigrants)”라고 인쇄된 flyer를 발견한다. 가족들은 이번에는 경찰에 신고했다. 다행히 모텔 투숙객의 소행은 아닌 것 같다고 경찰은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텔 홍보 문구는 내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말했다. 지금 혐오 발언이 늘어나는 추세고 할로윈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소동이 벌어질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미아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말했다. 


[CH27]

다음 날 아침 미아는 손으로 쓴 메모가 모텔 사무실 아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메모의 주인공은 존슨 여사로 80년 전 이 땅에 이민을 와 정착을 했는데 이민자를 환영한다는 모텔 홍보 문구를 보고 무척 감사함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미아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토요일에 Uncle Zhang이 찾아왔고 존슨 여사의 메모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는 전기 기사 자격증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빠는 main road에 들어섰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미아는 요리책을 빌리기 위해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 아빠는 “English Made Easy and Lab Technician Certification Study Guide”라는 제목의 책을 보는 듯했다. 미아는 아빠가 이민을 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겨울에 추운데도 모텔 방 청소를 하는 일을 생각했고, 아빠가 이야기했던 main road라는 단어에 꽂혔다. main road에 진출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CH28]

Mrs. Welch가 지난 주 수학 퀴즈 결과를 알려줬다. 루페와 미아가 A를 받았다. 선생님은 간 밤에 TV에서 Wilson과 Brown의 선거 토론을 봤냐고 물어보셨다. 이에 몇몇이 손을 들었고 Stuat는 “Girls just aren’t tough enough.” 라는 말로 미아를 열받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학교 수업 뿐 아니라 집에 가서 모텔 매니저로 일을 돕고 부모님 일도 돌보면서 바쁘게 생활한다고. 이 정도면 힘든 일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교실은 정적이 흘렀고 이 때 선생님은 그만하면 됐다며 억지로 끝냈다. 미아는 자신이 한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했고 용기를 냈다. Mrs. Welch는 미아를 따로 불러 아이들이 불쾌해할 말은 가급적 안하는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미아는 선생님께서 계속 이민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 미아는 Mrs. Welch의 책상에서 학위증을 언뜻 발견했다. 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나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교수진 선발이 있을 때마다 남자들이 계속 나갔지요. 인생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에요.”  


PhD: 박사 학위

faculty selection: 교수진 선발


[CH29]

학교는 대규모 요리의 날을 맞아 다채롭게 꾸며졌다. 가족들이 참석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었다. 제이슨은 삼겹살을 구워 맛보라 했는데 먹어본 삼겹살 중 최고로 맛났다. 야오씨가 나타나서는 미아의 아빠, 엄마가 모두 여기 와 있으면 모텔은 어쩌냐고 물었다. 엄마가 준비해온 fried rice와 mein을 야오씨가 먹고는 자기 스타일의 중국 음식이라며 좋아했다. 루페 가족은 tamale, guacamole, chips를 준비해온 모양이다. 미아는 루페를 이끌고 제이슨 쪽으로 데려갔다. 제이슨의 삼겹살을 맛보기 위해 줄이 한참 서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라했다. 미아는 야오씨가 혼자서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제이슨 음식은 안 먹어도 되냐고, 오늘 그가 이 구역의 최고의 셰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이슨이 앞으로 전진해야지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 "You used to be employees, and now you're owners." 경영자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미아는 한참을 생각했다. 


[CH30]

작년 할로윈 때 우리 모두는 미이라 분장을 했었다. 올해는 행크의 제안에 따라 커다란 빈 상자를 이용해 테트리스 블록을 만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에반스 교장 덕분에 우리 클럽은 쉬는 시간에 앉아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회원 수도 늘어서 22명이 되었다. 

우리는 제이슨의 요리를 입에 마르게 칭찬하며 칭찬 감옥에 가두었다.


[CH31]

점심 식사 후 Mrs. Welch는 자유 작문을 하게 했다. 이번에는 주제도 없었고 점수 매기는 것도 없었다. 미아는 루페의 어머니가 사막을 건너는 이야기를 썼다. 그러다 시간이 다되었을 때 Mrs. Welch가 이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에 미아는 썼던 이야기를 황급히 칠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볼 때쯤에는 완전히 검게 칠해졌다.

모텔에 출근한 미아는 엄마와 아빠의 일과를 물었다. 이민자들이 이제는 모텔에 황금 고객이 되었다. 부모님도, 미아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주차장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루페가 시뻘건 눈으로 달려왔다. 루페는 아빠가 엄마를 찾으러 국경으로 갔는데 the Immigration police에 잡혔다는 소식을 알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4-03-31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화가님 진도 쭉쭉 나가시네요! 전 이제 시작입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4-03-31 18:18   좋아요 1 | URL
한 챕터 당 분량이 얼마 안 되어서 2~3 챕터씩 읽어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괭님 화이팅입니다!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세계철학사 1
이정우 지음 / 길(도서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무의 시대에 탄생한 철학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사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좋은 시절에 철학이 탄생하지 않은 것은 일견 이해되는 면이 있다. 불안과 혼돈, 의심과 회의적 시각에서 질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양의 지중해 중심의 세계는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자연 철학,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그리스 철학이 이슬람으로 전달되면서 사유가 깊어졌다. 중세의 기독교적 일원론을 바탕으로 한 철학에서 르네상스로, 철학에서 자연 과학이 분리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철학사는 ‘철학‘사이자 철학사‘이다. 철학사는 철학을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적 지평에서 다루며, 역사에 속하지만 어디까지나 철학의 역사이다. 때문에 철학사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사와 철학을 어떠헤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 P13


문학도 그렇지만 철학도 지리적, 역사적 배경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폴리스로 구성된 그리스는 해양 세계에 위치하고 있어 다원론이 자연스러웠다. 이후 서로마가 기독교를 수용하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중세는 '신' 중심의 철학과 사상이 등장하였다. 페스트로 유럽 전역이 황폐되었을 때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는 새로운 사유에 대한 질문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닐까. 이후 가톨릭 교황과 황제의 대립에서 점차 황제 중심의 왕권 국가주의가 강해지고 자본주의의 발흥, 자연 과학의 등장으로 신 중심의 사유에서 인문주의 철학이 대세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특히나 동양 철학(자)과의 비교로 사상의 개념과 이론을 더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또한 현실의 문제를 철학자의 이론과 연계하여 설명해주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최초의 철학은 철학자 본인의 사유의 산물이겠지만 이후에는 그 철학자의 사유를 보고 고민한 끝에 본인의 의견에 그 의견을 부정하거나 반대, 보충하여 결과물을 만들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흘러가고 근대의 문을 연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전대의 생각을 아예 뿌리채 뽑아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것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이 탄생했던 조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x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는 그 개념의 탄생 조건들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하나의 탄생은 가름/변별화이다. 거기에는 늘 어떤 대립성이 작동한다. 대립, 갈등, 부정, 모순의 장에서 무엇인가가 탄생한다. ‘philosophia‘의 탄생에도 이런 대립성들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 P841


철학사를 읽으며 그들이 당대의 현실을 보고 고민한 것이 무엇이며, 그 지향점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나도 지금의 현실을 보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처럼 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을 엿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꽂히는 철학자를 발견하는 재미도 덤으로 챙길 수 있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3-30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은 여기에서 마음이 가는 철학자 찾았나요 이 책 모두 네권이군요 네권을 다 보고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3-31 18:21   좋아요 1 | URL
아직 딱 마음에 들어 파고 싶은 철학자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소크라테스, 자연 철학자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주목하는 걸 보면 삶을 중요시 여기는 철학에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관념과 그림자의 거울방을 깨고 나가서 실전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묻는 일이다. ‘어떤 틈 속으로 스며든 우연찮은 타자성의 체험’에 자신을 넉넉히 노출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자기체계의 안정화가 아니라 늘 새로운 변화에 기민하도록 탄력 있는 긴장의 상태로 스스로를 부단히 조율해 가는 일이다.

공부란 실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다. 이에 비하면 영리한 것은 ‘변화’가 아니거나 혹은 기껏 ‘변덕’이다. 아, 우리의 세속은 바잡*거나 반지빠른* 변덕의 세상이다! 물론 변덕은 몸이 아니라 생각이 주체일 경우에 가능한 삶의 태도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가 변화의 비용이고 그것이 결국은 몸의 주체적 응답의 방식일 수밖에 없다면, 공부란 삶의 양식을 통한 충실성 속에 응결한 슬기와 근기일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 박혀 생각만 하느니 다 쓸데없고 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게 낫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는 말인데, 이 위험이란 곧 자기-생각을 ‘자연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다. 그러나 무릇 인문학의 공부란 자기 자신의 생각들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사뭇 뼈아프게 깨치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혹은 괴델(K. G?del)을 원용해서 말하자면 그 생각의 일부로써 그 생각의 틀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쳐서 자빠지는 일이다. 혹은 내 ‘생각’만으로는 영영 너의 ‘사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내 생각의 막(膜)을 찢고 나가는 모종의 실천적 근기가 없이 들먹이는 관념적 상호소통의 이상이 종종 공소하다는 사실을 느리지만 지며리* 깨쳐 가는 과정들이다.

‘나’의 태초에 ‘너’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인문학(人文學)은 문학(文學)을 그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문학은 일종의 문자학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인문학 역시 그 문자학적 기반 위에서야 그 본령의 의미와 가치를 꽃피운다. 한글로 인문학 공부를 하는 이들이 한글을 익히고 쓰는 일은 모르스 부호나 에스페란토, 혹은 고대 중동의 어느 사어(死語)를 채집하고 배우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차이가 가리키는 언어적 심연을 정직하게 겪는 일은 인문학으로서의 공부길에서 놓칠 수 없는 알짜다.

우리 사회의 대화문화에 대한 비판은 이미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말에 먹통인 남성 기득권자들의 체계적 반(反)대화성은 우리 사회의 농축·급속·편파의 남성적 근대화나 군사주의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이른바 심층 근대화의 과제에서 우선순위다. 각종의 통계는, 특히 남자들의 비(非)대화성과 이와 관련된 여자들의 불만을 지목한다. 나는 1990년대에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운동을 벌이면서 ‘여자의 말을 배우기’라는 화두를 내걸고 생활인문학적 실천의 진장(振張)에 미력을 보탠 적이 있는데, 이것 역시 대화문화의 파행을 속으로부터 고쳐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긴 시간의 긴장은 필연적으로 공부의 슬럼프를 가져오게 되는데, 슬럼프의 양식을 살피면 바로 그 양식 속에 자신이 지닌 재능이나 기량의 한계와 조건이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로써 공부라는 활동이 단지 인식론적 재능으로 환원될 수 없고 그것은 우선, 그리고 워낙 ‘사람의 일’이라는 발견(!)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 발견에 근거해서 위기를 보다 슬금하게 넘어가는 실천적 미립*을 얻는 게 중요하다. 말하자면 우선 공부를 일종의 ‘순수 인식론주의’로 좁히는 태도를 지양하고, ‘공부도 사람의 일’이라는 지극히 평심한 이치를 명심하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슬럼프의 출구를 모색하라는 제언이다. 여기에서 순수주의적 태도란, 예컨대 근기가 일천하고 공부의 이력이 짧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정면승부를 고집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서방세계가 본격적으로 문화적 도약을 이룬 것은 12~13세기를 거치면서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내적 추동력과 두 가지의 중요한외적 추동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이 시대에 이르러 새로운 농법(3포제 등), 다양한 건축물들의 구축(처음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그후에는 고딕 양식으로), 인구의 증가(1000년이 지나면서 인구가 비약적으로증가해, 1300년 정도가 되면 5000만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러도시들의 성장과 대학들의 건설, 화폐 사용과 은행 설립, 수공업의 발달과 유통 증가(‘한자 동맹‘ 등) 같은 여러 현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P689

중세의 철학은 그리스의 철학이 이슬람으로 전달되면서 그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슬람의 경우 철학과 신학이 매우 분명하게 구분되었는데,
이는 철학을 위해서는 다행이었고 또 과학적 작업들을 위해서도 좋은배경이 되었다. 이븐 시나와 이븐 루쉬드는 이런 과학적-철학적 탐구의절정을 이루었다. 서방세계는 이슬람에서 그리스 철학의 보고(寶庫)를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사유에 눈을 떴고 특히 12세기 이후 알베르투스마그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둔스 스코투스, 윌리엄 오컴 등을 비롯해 많은 거장들을 낳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런 흐름은 플로티노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로의 이행을 보여주었으며, 중세라는 시대가 지적으로 점점 정교화해간 궤적을 보여준다. - P750

르네상스 시대 도식적으로 말한다면 15세기(‘콰트로첸토‘), 16세기(‘칭쿠에첸토‘)는 탄생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 오늘날까지도 우리의(지중해세계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들까지 포함해) 삶을 주도하고 있는 여러 방식들-국민국가, 자본주의, 인본주의, 과학기술 등이 탄생했다. 이런삶의 양식들은 지중해세계에서 만들어졌지만 점차 전 세계의 주류가 되었고, 때문에 이 양식들을 반추해보는 것은 곧 우리 삶의 중요한 한 실마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탄생들을 관류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인간적인 것의 (재)발견‘일 것이다. 국민국가의 탄생은 권력의 중심을 신과 교회로부터 왕과 국가로 이전시켰다. 자본주의의 탄생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긍정함으로써 새로운 생활을 도래시켰 - P753

다. 인본주의의 탄생과 인간의 자기 탐구의 시작은 이데아와 신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을 인간중심주의로 바꾸어놓았다. 과학기술의탄생은 인간을 자연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바꾸어놓음으로써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파급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들의중심에는 인간적인 것의 (재)발견, 더 정확히 말해 근대적 주체의 탄생이놓여 있다. - P754

기계론이란 세계를 하나의 기계로서-근대 철학자들이 즐겨 든 비유로 하면 하나의 정교한 시계로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우리가 기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개념들연장(延長), 무게, 힘, 속도 등 -만을 동원해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데카르트는 이런 설명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기 위해, 즉 세계를 기하학으로 온전히 환원하기 위해, 모든 사물들을 ‘res extensa (extended thing)‘
로 파악했다. 이른바 범기하학화(pangeometrization)의 세계관이다. 질적인 것들은 모두 이 ‘res extensa‘로 환원되어 설명된다. 이렇게 극단적인환원주의로 파악된 세계에서 두 가지만이 전혀 다른 실체들로서 이해되는데, ‘res cogitans (thinking thing)‘와 신(神)이 그 둘이다. 신은 무한실체요 영혼(사유하는 실체)과 물질(연장을 가진 실체)은 유한실체들이다. - P832

신과 영혼을 제외한 모든 사물들은 같은 실체로서 파악된다. 이렇게 데카르트의 세계에서는 세 종류의 실체만이 인정된다. 숱한 종류의 실체들이 존재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와는 판이한 세계이다. 풍성한 질들로 가득 차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는 갑자기 (신과 영혼만을 예외로한다면) 오로지 연장=외연으로만 구성된 기하학적 세계로 바뀌어버렸다. 데카르트의 기계론이야말로 자연에 대한 상(像)을, 더 나아가 세계에대한 철학적 파악 전반을, 아니 서구 문명 (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존립 근거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결정적인 지도리이다. - P833

하나의 개념이 탄생했던 조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x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는 그 개념의 탄생 조건들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하나의 탄생은 가름/변별화이다. 거기에는 늘 어떤 대립성이 작동한다. 대립, 갈등, 부정, 모순의 장에서 무엇인가가 탄생한다.
‘philosophia‘의 탄생에도 이런 대립성들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 P841

지중해세계에서 자연에 대한 상이한 이해 그리고 그것과 맞물려 나타
‘난 인간관과 가치관에서의 상이한 정향들은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움직이는 사유의 운동이었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지중해세계에서 등장해 숙성했던 대다수의 철학사상들은 현실과 이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움직이면서 초월과 자연, 인간의 운명, 도덕적/윤리적 실천을 사유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서 이상에의 지향이 때로 강박으로 흘러가곤 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근대 이래의 철학자들은 이 때문에 내재적이고 경험적인 사유의 정향을 취하게 된다. - P8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