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생일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에서는 음력을 뗀 날을 생일로 챙기고
집에서는 원래의 음력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력 10월 10일 생일이라면
양력 10월 10일일 때 사회적으로 기념하고 음력 10월 10일이 되면 집에서 기념하는 식이다.
내 경우도 오랫동안 이렇게 해왔다.
실제 내가 태어난 음력 생일은 가족들만 알지 실상은 양력 생일을 기념하다보니 음력 생일이 되면 별 감흥이 없다.
나이를 먹는게 이제는 더 이상 즐겁지가 않고
그저 나이만 들고 철은 여전히 들지 않은 것 같아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늘어만 가고 해 놓은 것은 없고 그 사이의 간극이 커져갈 때 상실감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1년마다 돌아오는 가족의 메시지는 결코 흔하지가 않다.
늘 그 때의 나를 오롯이 느낄 수가 있어서인 것 같다.
어제가 내 생일이었는데 어머니가 카톡 메시지를 보내셨다.
나의 과거에 대한 본인의 미안함이 담긴 것이었다.
그걸 보고 좀 뭉클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첫째로 컸고 늘 부모와의 관계가 어려웠다.
자라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고 버거울 때가 많아서 부모-자식 관계를 놓고 싶은 경우도 많았다.
엄마와 딸의 관계가 어떤지 사실 잘 모르겠다.
모녀 간 사이가 좋은 경우를 많이 보지만 내게는 역시 멀게 느껴진다.
나는 엄마란 단어보다 어머니란 단어가 더 익숙하다.
여전히 엄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건 그 때의 힘겨움과 상실감이 여전히 극복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놓고 터놓기엔 그 세월이 너무 길어져서 이제는 그 기억과 감정조차 희미해지고 사그라들었는지도.
요즘 페미니즘. 그리고 젠더, 여성에 대한 책을 계속 읽어오다보니
어머니의 세월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멀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