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연구들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실상 독재 체제가 어떻게 지속되었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는 지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1945년 이후 제국이 무너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많은 신생국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예외 없이 미국이나 유럽식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직능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인구수가 기준이 되어 보통선거로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에 기반하고 있었다. - P141

자산가 계층과 기독교인들은 1946년 토지개혁을 기점으로 해서 남쪽으로 대거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공산주의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반공 청년단을 조직했고, 자신들의 출신 지역을 조직의 이름에 넣었다. 북쪽에서 이들에게 소련군이 공포의 대상이었다면, 남한에서는 이들이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모든 것을 잃고 온 이들에게 공산주의자로 찍히면 그 어떤 자비도 없는 듯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서북청년단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지주가 아니라 아무런 물적, 지적 재산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 P150

자산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친일파들을 감싸주고 있던 이승만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보험을 들어놓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이승만이 향후 수립될 정부의 수반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따라서 하지 사령관의 정치 고문 굿펠로 대령과 정치 고문단 버치 중위의 중재가 없었다면 자금 모금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유일한 정부였던 미군정이 보장해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 P172

미군정은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을 소개할 자료를 마련했다. 취재가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간에 정부로서 통치 지역에 대한 소개와 홍보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먹고살기도 힘들고 전염병도 돌고 있던한국에 대해 어떻게 소개해야 했을까? 현실 그대로를 얘기하면 통치에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 될 수 있었고, 그렇다고 현실과 다른 내용을 소개하면이는 정보 제공에 실패하는 것이 될 수 있었다. - P184

미군정하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올림픽 복권은 한국 사람들이 처음으로접해보는 것이었고, 그 절차를 무난하게 진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복권 사기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혼란한 상황 속에서 범죄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 P200

김두한은 ‘장군의 아들‘로 기억되는 알카포네였는가? 아니면 버치의 문서에 나오는 테러리스트였는가? 김두한은 3대 총선에서 자유당 소속으로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사사오입 개헌을 비판하면서 이승만을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했다가 국회의장의 징계를 받았다. 진보당 준비위원회에 잠시참여했던 김두한은 제2공화국에서 집권 민주당의 친일 경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966년에는 삼성의 사카린 밀수를 비판하면서국회에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김두한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P207

미군정이 작성했던 임시 헌장의초안은 민주적이고 통합적인 한국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 헌장의 내용에 신탁통치 또는 후견 제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하더라도, 민주적 통합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헌장의 초안에는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내용의 기초가 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의 권한 견제, 사법권의 독립, 지방자치제도 등 민주적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이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 P227

여운형 암살과 장덕수암살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한국민주당 자체가 다수당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정당이었는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희망은 김규식밖에 없었다. 특히 버치로서는 이승만과의 관계가 안 좋았기 때문에 김규식을 중심으로 해서 다른 정치 세력들을 묶어야 했다. 그러나 김규식은 결코 버치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김규식의 대답은 끝이 아니라 시작" 이라는 것이었다. - P243

김규식은 버치가 가장 많이 접촉했던 인물이었다. 2018년 4월 17일에 있었던 대한민국입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학술회의에서 만났던 김규식의 딸은 버치와 그의 가족을 기억하고 있었다. 버치의 문서들 속에서도 김규식이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버치가 한국에 온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 공작을 했던 좌우합작위원회와 입법의원의 중심에 김규식이 서 있었다. 그는 김규식을 새로 수립될 한국 정부의 중심에 세우고 싶었다. 과연 이러한계획은 실현가능한 것이었을까? - P244

김규식은 남북협상에 이용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 변화 속에서 미군정에 의해 이용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신념을 지켰다. 그에게 있어서 남북협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1948년 남북 지도자회담이 이승만처럼 북진통일을 추진했던 사람에게는 마지막 시도가 되겠지만, 김규식처럼 평화통일을 희구하는 사람들에게는 1948년 이후 오늘까지계속되고 있는 출발점이었다. - P264

버치 문서는 미군정기의 실패와 함께 한국 사회가 겪었던 좌절의 역사를보여주고 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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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대유행은 유럽인들에게 큰 재앙이었지만 유럽의 숲에게는 무자비하게 진행된 산림 파괴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의 전체 인구 중 50퍼센트 이상이 사라지면서 에너지와 나무 수요가 감소한 바람에 숲은 회복하고 버려진 땅을 되차지할, 짧은 생명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 P116

나이테를 사용해 과거 기후를 재구성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매년 생성되는 나이테의 너비나 밀도를 측정해서 절대 연대를 추정한 다음, 관측소의 기상 데이터와 한 해 한 해 비교한다. - P122

하키스틱 그래프 논문은 20세기 온난화가 과거 1000년 시야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고 따라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순환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없음을 최초로 밝혔다. - P126

지구의 공전 궤도나 자전축 기울기가 변하면 태양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선의 양도 변한다. 태양은 지구의 주요 열원이기 때문에 궤도의 변화는 곧 지구 온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중략)
현재 우리는 약 1만 1650년에 시작한 홀로세의 간빙기에 있다. 간빙기가 약 1만~5만 년 정도 지속된다고 볼 때, 지구의 궤도 변화에 따라 우리는 미래에 필연적으로 다시 빙하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증가한 온실가스 효과와 그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우리의 100만 년 빙하기 역사를 완전히 뒤엎을지도 모른다. - P135

우리는 기원후 2000년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재구성을 통해 근래의 기온은 가장 따뜻했던 중세 이상 기후 시기(기원후 1071~1100년)보다 섭씨 0.28도, 가장 추웠던 소빙하기(기원후 1601~1630년)보다 섭씨 0.72도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세 시대는 소빙하기보다는 따뜻했지만 현재만큼 기온이 높지는 않았다.
지난 17년(2000~2016년) 동안의 지구가, 과거 중세 이상 기후 시기에서 소빙하기를 거치는 500년 동안 냉각된 것보다 더 따뜻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41

유럽의 날씨는 대개 북서양 상공의 두 대기압 중심인 아조레스 고기압과 아이슬란드 저기압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둘 사이의 압력 차이가 크면 바람이 전속력으로 불어 브리튼 제도와 스칸디나비아에는 폭풍을, 지중해 서부에는 가뭄을, 중부 유럽에는 온화한 날씨를 가져온다. 압력 차이가 작을 때는 따뜻한 북대서양 바람이 유럽에 도달하지 못해 브리튼 제도는 가물고 지중해 서부에는 평소보다 비가 많이 온다. - P147

길고 긴 소빙하기 겨울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화가 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들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려진 불멸의 겨울 풍경처럼 말이다. - P163

나이테 기록은 가뭄이나 극단적인 기온 변화를 재구성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홍수나 폭풍 같은 다른 극한 기후를 재구성하는 데도 활용된다. - P180

1645~1715년까지 난파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공백은 태양 흑점의 수가 최저를 기록한 마운더 극소기와 일치한다. - P186

허리케인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마운더 극소기는 역사가들이 해적의 황금기라고 부른 시기와도 일치했다. - P188

애트워터와 야마구치는 워싱턴주 남부 지역에서 유령의 숲 4곳을 다니며 서양적삼나무 고사목을 수집하고 나이테 연대기를 비교했다. 샘플을 채취한 모든 유령 나무의 바깥 나이테는 1699년에 생성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1699~1700연 겨울에 대형 지진이 일어났고 지반 침하와 해일이 이어지면서 때아닌 죽음을 초래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1700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생장이 억제된 주변의 고지대 나무들로 검증되었다. - P192

체르노빌 핵 발전소로 인한 방사성 낙진은 살아남은 소나무들에게 심각한 방사선 손상을 일으켰다. 정상적인 소나무 목재에서 세포는 나이테 경계에 수직 방향으로 직선의 분할되지 않은 열을 형성한다. 1986년 체르노빌 소나무에서 어떤 소나무는 융합하고, 어떤 세포는 여러 열로 나뉘고, 또 어떤 세포는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졌다. - P194

홍수나 서리 같은 극한 날씨도 나이테의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변형하는 요인이다. 홍수 나이테는 봄이나 여름이면 물이 범람해 침수되는 강가에 자라는 나무에서 나타난다. 홍수가 심해 침수가 오래 지속되면 나무의 뿌리와 줄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무산소 환경이 형성된다. 무산소 환경은 생장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침수 기간에 형성하는 나이테에 이상 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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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에서는 처음부터 연륜연대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성장한 과학자는 거의 없다. 연륜연대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또는 나처럼 대학원에 들어가 필드나 실험실에 우연히 발을 들였다가 눌러앉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P18

나는 연륜기후학자다. 나이테를 이용해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고 기후가 생태계와 인간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 P21

나이테는 인류와 기후의 역사 사이에서 일어난 복잡한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발판과 정박지가 된다. - P24

나이테가 다방면에서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은 애리조나에서 나이테 연구소가 출발한 이후 전 세계에 많은 나이테 연구소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나이테 데이터를 생산하는 나이테 연구소가 세계 곳곳에 100군데 이상 있고, 그 중 많은 곳에서 경험이 풍부한 나이테 연구원들이 일한다. - P40

비나 눈이 많이 온 다우 해에는 나무가 더 잘 자라 나이테 폭이 넓다. 반면 건조한 가뭄 해에는 나이테가 좁다. 지역의 모든 나무가 좁고 넓은 나이테 순서를 공유하는데, 그건 나무들이 다우 해와 가뭄 해를 똑같이 겪었기 때문이다. - P42

나무는 안에서 바깥으로 자란다. 가장 최근에 생긴 나이테가 나무껍질에서 가까운 가장 바깥에 있고, 맨 처음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나이테는 중심에 있다. - P56

나무의 생장을 제한하는 불만들을 나이테 세계에서는 제한 요인이라고 부른다. 연륜기후학자들의 목표는 과거의 기후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므로, 샘플을 수집할 나무와 장소를 선별할 때 이 제한 요인들을 특별히 신경쓴다. - P57

북아메리카 서부의 지리적 요건이 많은 나무가 장수하도록 이바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노목이 건조한 산비탈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과의 거리 역시 이 지역에 장수 나무가 많은 이유임을 알아야 한다. - P76

나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나이테를 읽어야 한다. 그러자면 패턴을 인지하는 약간의 재능, 그리고 아주 많은 훈련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또 나무를 괴롭고 아프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나무줄기를 이루는 각 세포에는 전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 있다. 칩엽수의 경우 목질 세포들은 로마 군대철검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데, 이는 힘과 기능성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배열된 것이다. 침엽수보다 나중에 진화한 활엽수에는 세포가 나무마다 독특한, 아주 복잡하고 현란한 패턴을 만든다. - P83

나무의 행복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나무는 계절적 정서 장애는 물론이고 연례 정서 장애도 겪는다. 즉, 날씨가 나쁜 해에는 나무가 우울해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나쁜 날씨‘는 지역에 따라 추위가 될 수도 있고 가뭄이 될 수도 있다. - P87

습해서 행복한 해와 건조해서 불행한 해가 교대로 주욱 이어지면서 나무에도 넓고 조은 나이테가 번갈아 나오는 패턴으로 기록된다. 이것이 보스 부호다. 이 긴 코드 배열이 우리가 여러 샘플 사이에서 대조하고 비교하려는 패턴이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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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는 신탁통치를 반대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정권을 이양하라고 떼를쓰고 있는 골치 아픈 보수 우익의 지도자들이나 소위 ‘추수폭동‘을 주도한좌익이 아닌 중도적이고 민주적인 지도자들로 리더십을 세우고 싶었고, 이를 위한 중재자로서 버치 중위를 선택했다. - P16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여운형은 미국의 대한 정책에 적합한 인물이아니었다. - P24

총독부 관계자들을 인터뷰 최종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는 처음에여운형의 반역과 일본에 대한 협력을 찾는 데 집중" 되었지만, 심문을 하면서증언자들이 여운형의 배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증언자들이 다시 일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운형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라고 믿었지만, "이러한 모든 혐의는 상상의 것이었으며 (여운형에 대한) 명예훼손이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P49

버치는 이승만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하지 사령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도쿄의 맥아더 사령관은 그러한 이승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 P62

이승만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이승만은 미군정과 갈등을 빚고 있었고, 표면적으로는 가까웠지만 실제로는 우익 내에서 김구와 경쟁 관계였으며, 조선공산당과 여운형 등 좌파와 각을 세우고 있었다. 친일파들은 미군정이 이승만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조금씩 주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승만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승만은 이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미국을 방문한 것이었지만 이승만의 귀국을 막으려던 미군정의 시도는 실패했다. - P67

이승만은 워싱턴 방문을 통해서 미국의 대규모대한 원조를 얻어냈으며, 모스크바 삼상 협정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남한에서만 임시조선정부가 먼저 수립되는 것으로 미국의 대한정책이 바뀌었다고 선전했다. 또한 남한만의 임시조선정부가 들어서면 그 수장은 이승만이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게 퍼졌다. 모두 ‘가짜 뉴스‘였다. - P70

프란체스카가 미국에 있던 이승만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그녀는 비서이면서 정치적 조언자였다. 그러나 단순한 조언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 전신 중에 ‘러치 계획’에 대한 언급이 몇 번 나오고 있다. 러치 장군은 미군정 내에서 버치와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 계획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승만의 정치적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프란체스카는 모든 계획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P90

지금도 생소한 이름인 강용흘은 자신의 삶을 그린 『초당』이라는 작품으로 1933년 구겐하임상을 받은 문인이었다. 그는 도미 후 보스턴대학(의학)과 하버드 대학(영문학)에서 수학했다.
1946년 강용홀은 미군정청의 출판부장에 임명되었다. 1947~1948년에는 주한미군 제24군단 정치 분석관 겸 자문관을 역임했다. 한국에 대한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수립된 미군정에게는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이 필요했고, 강용흘은 그중 한 사람이었다. - P92

미군정이 38선 이남을 영원히 통치하지 않는 이상 일본 제국주의에 적극협조했던 경찰이나 공무원들의 경우 자신들의 보호막이 필요했다. 어쩌면미군정의 여당이었던 한국민주당이 그 보호막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민주당 내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던 송진우는 1945년 12월 암살되었다. 그나마 한국민주당 내에 원세훈이나 김약수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의 불의한 전쟁에 협력했던 사람들, 즉 전범들에게안전한 우산이 되기는 어려웠다.
강용흘이 이승만과 김구를 똑같은 사람이라고 비판했지만, 김구는 친일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우산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우파의 강력한 지도자였지만, 친일과 전범 경력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 P99

1949년 한국민주당은 과거 김구와 같이 일했던 신익희와 손을 잡았고, 정당명도 민주국민당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이승만은 1947년 말의 시점에서 자신을 지지할 수 없다는 한국민주당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자신의 주장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결코 신뢰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한국민주당과 협력할 이유가 없었다. 1948년 3월 17일 문서 (FUN Report」, 버치 문서 Box 5)에 의하면 김성수 역시 선거 이후에 이승만을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 P104

버치는 여러 곳에서 장덕수 암살의 배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 중 하나는 이전의 암살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 배후에 이승만과 김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 P109

이들은 지시하는 사람이 시키면 필요에 따라 김구의 추종자가 되기도 했고, 이승만의 추종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미군정이 해체되고 38선 이남에서 정부가 수립되면, 자신들의 배후에 있는 사람과 친분이 있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곧 풀려날뿐만 아니라 경제적 보상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P114

김구의 암살은 장덕수 암살 사건 직후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 안두희의 범행은 우연이 아니었고, 개인적 차원의 범죄도 아니었다. 이미 1년 전부터 철저하게준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 P121

버치의 문서군에는 1946년 이후 지방의 상황 변화에 관한 다양한 문건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경찰과 청년단, 그리고 정치조직의 상황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1947년 3월의 조사 문건이 가장 눈에띈다. 여기에서 이승만과 김구 사이에는 아직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 상황에 대한 보고한국의 정당 평가를 위해서는 왜 한국의 정당이 미국과 다른가를 이해해야 한다. (1) 한국인들은 3개 또는 그 이상의 정당들이 인민에 의해 자유롭게구성된 상황을 경험하거나 관찰했던 적이 없으며, 표현의 자유 역시 없었다.
(2) 현재 한국의 정치에는 정치적 책임이 없다. 사람들과 당원들은 지도자들이 그들에게 책임져야 한다고 여기지 않으며, 관리와 지도자들은 그들의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 P133

1946년 가을의 추수봉기‘는 지방에서 좌우익 사이의 세력 관계가 역전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문서뿐만 아니라 지방의 상황을 조사한 대부분의 문서들은 1947년 이후 우익 세력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미군정 시기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1946년 가을의 봉기는 미군정의 정책 실패에 항의하는 전 사회적 차원에서의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각 지역에서의 좌파 조직이 대부분 노출되었고, 많은 공산주의자들이 체포되었다. 물론 서울에서는 이미 그 이전에 위조지폐 사건으로 인해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수배되었으며, 일부 좌파 신문들은 발간이 금지되었다. 박헌영을 포함해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38선 이북으로 도피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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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음 읽을 책으로 줄 서 있는 책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01-22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재밌습니다^^ 시간가는 줄 몰랐네요
 

어제부터 시작된 백신휴가는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역시 휴일이라 밀린 책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대변혁 2권을 완독했고

남성됨과 정치도 마키아벨리 챕터까지 끝냈다^^

뭔가 막히고 체한 것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렇다 해도 1월의 남은 날동안 읽을 책이 여전하지만 오늘만큼은 자축을!



어제 백신 접종 후 저녁 무렵부터 뼈마디가 쑤시며 아프고 팔 주변이 묵직해지는 증상이 있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잠들었고 오늘은 주사 맞은 팔은 만지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어제만큼은 아니다.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번주 인문 책들 중 마음에 들었던 책을 꼽아보았다.


1. 바다 인류


대항해 시대로 유명한 저자인 주경철 교수가 바다를 통해 바라본 역사를 그려냈다.

바다는 역사의 중요 무대였기에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바다는 문명과 문명이 맞부딪치는 공간이었고 세계의 변화가 뒤섞이는 공간이었다.

고대 제국, 아시아, 대항해 시기의 유럽과 아메리카, 연결된 지구 세계에서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 속의 역사를 세밀하고 촘촘하게 그렸다.


2. 연구자의 탄생


인문학과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각자의 개인적이고 연구적 경험을 통해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진단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를 통해서 인문사회 연구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문화연구, 사회학, 국문학, 여성학, 인류학, 영문학 등의 전공자, 작가, 평론가 등의 글이 엮인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깃발의 세계사


제목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

짐작하듯 깃발에 모여든 이들의 역사를 그려낸 책이다.

성조기부터 십자군의 깃발, 아라비아의 깃발, 분쟁을 낳은 중동의 깃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기,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까지.

지역별로 분류한 것도 같지만 여기에 국가와는 관련 없는 깃발들도 포함되어 있어 호기심을 낳는다.

왜 깃발에 모여들었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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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1-21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위에서 보면 1, 2차 때 아무렇지도 않다
3차 때 약간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의 엄니도 그렇고.
저도 2차 때까지 거의 이상 없었는데 3차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맞으라고 문자 오는데 될 수 있으면 늦게 맏ㅈ아보려고요.ㅋ

얄라알라 2022-01-21 20:43   좋아요 3 | URL
저도 주변에서 3차 응급실 보아서요..

이제 막 백신완료자 ˝지위˝를 갖게된지라 3차는 먼 일이지만 벌써 걱정됩니다

거리의화가 2022-01-21 22:14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 저도 진짜 3차 맞긴 싫었는데ㅠㅠ 내일까진 경과봐야겠죠 어차피 길게 갈 것 같으니 늦게 맞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1-21 20: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바다 인류 랑 깃발의 세계사 장바구니 담아놨어요. 전 3차 맞고 며칠 앓았어요 ㅠㅠ

얄라알라 2022-01-21 20:43   좋아요 2 | URL
mini74님이시라면 누구와도 겹치는 책을 장바구니, 혹은 서가에 두고 계실듯^^
3차 반응이 의외로 호된 분들이 있으시네요. 제 주위에도...지금은 괜찮으신거죠?

거리의화가 2022-01-21 22:16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하고 통했군요^^ 안 그래도 며칠 안보이시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그러신거였군요ㅠㅠ 이젠 괜찮으신가요? 몸조리 잘하셔요

mini74 2022-01-21 22:17   좋아요 2 | URL
이제 괜찮아요. 북사랑님 화가님 고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1-21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차도 통증이 있군요?
주변에서 다들 괜찮다고 해서 그런가?싶었는데 아녔군요?ㅜㅜ
그래도 많이 괜찮아 지셨다니 다행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1-21 22:18   좋아요 4 | URL
네 전 2차보단 더 후유증이 세네요 2차는 하루 정도 지나고 괜찮았는데 이번은 아닌 것 같네요 약간 몸살 증상도 겹치는 것 같습니다. 심한 건 아니구요 타이레놀이 효과가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2-01-22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래그 눈에 띔!
저는 그렇게 깨끗하게 재활용을 못해요
항상 뭉쳐서 돌아다니다 쓰레기통으로 ^^

거리의화가 2022-01-22 07:30   좋아요 3 | URL
플래그 원래 잘 이용안했는데 책 좀 더 께끗이 쓰고 싶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네요^^

scott 2022-01-22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3차 휴우증 가볍게 지나가서 다행 입니다
화가님이 셀렉트 하신 책들 골라 담아가여~
주말 행복 만땅 ^ㅅ^

거리의화가 2022-01-22 13:05   좋아요 2 | URL
네^^ 스콧님 감사해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바람돌이 2022-01-22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차 접종 무사히 지나심을 축하드립니다. 주경철씨 새책이랑 깃발의 세계사 흥미롭네요. 일단 담아갑니다. ^^

거리의화가 2022-01-22 18:2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책들 같습니다. 저와 관심사가 비슷하신 것 같아서...ㅎㅎ 여행 잘 다녀오신 것 같아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