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은 장마와 함께 수증기가 밀려와 빨래를 해도 도무지 마르지 않는 나날이었다(건조기를 쓰지 않는데 이제는 정말 사야 하나 싶다ㅜㅜ).
어김 없이 지난 달 읽은 책들을 정리해본다.
일단 <한국 여성문학 선집> 시리즈(총 7권)가 있다. 어제까지 마지막 권 읽고 시리즈 완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리뷰가 계속 밀려 있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래도 며칠 안에는 읽고 마무리가 될 것 같다.
한국 여성 문학의 역사는 근현대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획 덕분에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이 많아져서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수록된 작품들이 문학 중 소설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 희곡 등도 담겨 있다. 게다가 문학 만이 아닌 연설문이나 비평문, 좌담회 발췌 등도 실려 있다. 문학은 간접적으로 작가의 목소리를 드러낸다면, 비문학은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서 다른 맛이 있다. 독자가 어느 장르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선집의 묘미가 아닐런지.
기억에 남는 작가들이 있다면 근대 시기에는 김일엽, 지하련, 박화성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고 현대 시기는 최정희, 김자림, 박완서, 박경리, 정복근, 김승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추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본다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 역사를 재구성하는 보충재로서도 톡톡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노마드>는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 고대부터 현재까지 유목 생활을 하던 이들의 역사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책이었다. 특정 지역을 오간 역사를 기술하되 고대 같은 경우 신화를 풀어 놓아 흥미를 돋우고 중세 이후에는 여행자들의 기록이나 역사서 등 관련 책을 기술하여 입체적인 역사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농경과 정주가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관점에서 어느새 유목 등 '이동'도 다르거나 비상식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책들이 과거보다 확연히 많아졌다.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일은 이제 더는 유효하지도 않다. 다르게 볼 수 있는 감각을 역사서를 통해서도 이제는 경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12.12>은 재판본이다. 초판본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재판을 받을 무렵 나왔다. 이번 재판본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12.12의 배경과 결과 후의 역사까지 담아 놓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사전-사후 지식까지 채울 수 있는 선물 같은 기획이 아닌가 싶다. 나 같은 경우도 12.12에 대한 자세한 내막이나 경과 과정을 잘은 몰랐기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책을 보고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더니 화룡점정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책을 보아도 정리하는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위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장편 소설로는 첫 작품으로 알고 있다. '푸구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전쟁, 가난으로 힘겨웠던 푸구이의 삶에서 가족이란 자신을 버릴 수 없을 만큼 값진 존재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구든 홀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서 때론 맞지 않아 힘들고 삶에 부딪쳐서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담담하게 울리는 문장을 얻는 것은 덤이다.
<한국의 여성과 남성>은 한국의 여성주의와 역사를 정리한 책이라 사례 등이 쏙쏙 이해되어서 참 좋았다. 뒷 부분의 제주도의 사례가 특히 좋았는데 이런 책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고는 있으나 앞으로 여성주의를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나와주었으면 한다. 해외의 페미니즘 이론이나 대중서의 경우 번역을 해서 들어오기는 하지만 사례 등이 아무래도 외국 것이라 잘 와닿지 않아서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니.
권 수로 따지니 11권이라 많아진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쉬어 가는 한달 간의 책 읽기였다^^
지난 달부터 시작한 함달달 책 <Holes>는 읽고는 있는데 잘 감기지가 않아서 결국 완독을 못했다. 함달달 책으로 그나마 영어 공부를 진행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아무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성정상 아니라서 완독은 해보려고 한다.
요즘 덥지만 먹기는 또 잘 먹는데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양이 줄어드니 살만 찌고 있다ㅎㅎㅎ 어제는 편육에 막걸리를 먹었다(왜 이리 맛있는지ㅠㅠ). 계속 흐린 날이 많아 사진을 한동안 찍지 않았다. 그러다 반짝 해가 나면 그때만 찍곤 한다. 더워도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역시 좋다^^
8월도 잘 살아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