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을 지났을까. 폭염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는 조금은 더 시원해졌다고 믿고 싶다. 이번 주 짧은 여름 휴가를 보냈다. 옆지기와 빵 셔틀하러 한 번 카페 나들이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집콕하며 보냈다. 드라마를 무척 많이 보았지만 매일 책을 최소 반나절이라도 읽었던 것 같다. 무덥지만 이른 아침을 이용해 산책은 꼭 했다.
이번에 가게 된 빵 전문점은 천안에 있는 로컬 빵집이다. 브랜드 뚜레쥬르와 분쟁이 있을 뻔했다는 역사가 있던데 이 곳 빵집 이름이 ‘뚜쥬르’이다. 지점들이 여러 개 있지만 천안에만 있는지라 애써 가봐야 하는 곳인데 간 것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일단 빵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케잌, 쿠키 등도) 가마에서 빵을 구워서인지 빵이 전체적으로 쫄깃함이 남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담다 보니 빵을 몇 만원치를 구입해버렸다(맛있으면 0칼로리?ㅋㅋ). 아무튼 빵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이제 읽는 이야기를 해볼까.
계속 미뤄 놓았던 <세계철학사>를 읽기 시작했다. 2권인데 아시아 지역의 사상이라 확실히 1권보다 더 읽기가 편하다. 전반적으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사상사다. 중국 철학사는 이전에 이미 한 번 읽어본 경험이 있어 익숙했으나 앞부분에 주역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쥐어 뜯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주역 해설서를 미리 사두었었다. 역시 무엇이든 개념과 이론 이해는 필수였다. 주역서를 읽고 읽으니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주역>과 함께 <시경>과 <서경>을 읽어야 삼경을 다 읽는 것이다. 책은 갖고 있으니 시간을 들여 읽기만 하면 되겠지.
인도 철학은 불교가 전래된 곳이기도 하지만 스투파 전시를 다녀온 뒤 인도의 고대 미술과 세계에 대해서 경험을 해서인지 신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반갑고 다행인 일이었다.
아무튼 분량이 만만치 않은 책이라 욕심 내지 않고 하루에 한 두장씩 정도 읽어가는 중이다.
이달 말에 책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이 있어 시작한 책이 있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다. 민족주의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인용되는 책이라 언젠간 만나겠지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 책도 생각이 났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기념’이나 ‘의식’과 만남이 이루어져 포장이 될 때 어떤 파급 효과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 아리송한 부분이 많은 만큼 계속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볼 작정이다. 이전 책들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책은 함께 읽는 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가 된다.
며칠 후면 광복절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보다가 사두고 놓치고 있었던 <뭉우리돌의 바다>를 읽었다. 글도, 사진도 좋지만 무엇보다 작가님의 시선과 관점이 좋았다. 특히 쿠바 편이 기억에 남는다. 살아 남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했던 사람들, 고국을 잊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려 했던 그들이었다. 해외로 나간 분들 중 1세대는 거의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몇 세대를 거쳐 내려간 상태다. 한 사람의 행동이 무엇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연함에 감사함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게 된다.
요건 빵집 갔을 때 같은 날 먹었던 두부 전문 가게에서 먹은 정식이다. 맛있었다.
이제 휴가도 오늘이면 다 끝나고 내일부터는 일상에 복귀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