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 유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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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혁명의 역사와 영향(과 평가)로서의 마오주의를 다루는 책이다. 현대까지 마오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기원을 살피고, 마오쩌둥을 비롯한 전 세계에 퍼져 있었던 마오 키즈를 소환한다. 마오주의를 글로벌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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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민족 트랜스 소시올로지 11
니라 유발-데이비스 지음, 박혜란 옮김 / 그린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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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민족주의, 반인종차별주의 같은 정체성의 정치(의 한계)에서 벗어나 횡단의 정치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횡단의 정치는 자기 중심을 옮겨가며 선회하되,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며 나아가는 것이라고(일괄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문화, 시민권, 군대에서의 젠더 관계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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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2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4-07-01 13:33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완독 고생 많으셨어요^^ 특히나 어려웠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4-06-25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을 정체성의 정치를 벗어나자!에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거리의화가님 100자평에 안심이 되네요.
우리 모두 이 어려운 책 읽느라 고생 많았습니다ㅠㅜ

거리의화가 2024-07-01 13:3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단발머리 님. 잘 이해하신 것 같은데요? 더불어 저는 마지막 장에 총체적인 정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ㅎ 완독하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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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없지만 매년 마음 속으로 간절히 죽은 이들의 영면을 비는 날이 있다. 특히 6월 25일이 그렇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올해로 74주년, 강산이 몇 차례가 변할 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생존자들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생존자도 여전히 발설 시 받을지 모를 불이익에 진실은 은폐되었고 대중들에게는 잊혀진 일이 되어가고 있다.


본 헌터란 무엇인가. 뼈에 눈을 번뜩이는, 숨은 뼈를 찾아내는 사냥꾼이다. 그 뼈에 담긴 수수께끼를 푸는 추적꾼이다. 


책 제목이 ‘본 헌터‘인데 표지를 보지 않았을 때만 해도 ’Born Hunter’인 줄 알았다. ‘타고난 사냥꾼‘, 그래서 스릴러나 추적물을 생각했는데 실상은 ’Bone Hunter’로 ‘뼈 사냥꾼’이다. 물론 책의 내용을 보면 스릴러나 추적물로 생각해도 말이 되는 것 같이 느껴지니 작가가 이중적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작가는 한겨레 신문에서 베테랑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분으로 책도 여러 편 내셨다. 


이 책의 주인공은 1950년 아산 부역 혐의로 희생된 민간인들과 이를 발굴한 방선주 박사다. 


한국 전쟁 중 많은 학살 피해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실태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여년도 되지 않았다. 그 중 충남 아산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 현장을 특정 짓고 유해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당시 과거를 복기한다. 계기가 된 것은 2023년 무려 73년 만에 206개의 온전한 형태의 뼈가 드러난 A4-5 때문이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발굴 현장에서 만난 유해들 속의 사연과 발굴을 담당한 방선주 박사의 이야기를 엮어 글로 담아 냈다. 


방선주 박사는 아내에게 반해서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혼인 신고를 한 뒤 (처가가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건너 가 체질인류학 연구에 뛰어든다. 역사학, 고고학에 이어 운명처럼 만난 전공이었다고. 방 박사는 어릴 때 몸이 허약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기 위해 합기도의 매력에 빠져 유단자가 되었지만 폐결핵을 앓아 죽을 고비를 넘겼고 한 때 집이 망해 광주대단지(지금 성남의 ‘모란’)에서 8개월을 어렵게 사는 등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그의 인맥은 지금 독자의 기준으로 보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유명한 등장 인물들이 줄줄이 나와 놀라서 절로 혀를 내밀게 된다. 화석 ‘루시’를 발견한 장본인이었던 요한슨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인맥 중 손보기 박사는 저자가 고고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데 중요 역할을 했던 스승인 점에서 특히나 인상 깊었다. 


손보기 박사는 석장리 유적을 발굴한 장본인으로 고고학계의 거물이자 방선주의 스승이었던 사람이다. 윤동주, 최현배 등과 친분 관계가 있었던 만큼 우리말 사랑에 남달랐다고. 고고학계 용어를 한글로 풀어 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게다가 윤동주의 연희전문 동문이어서 후일 연세대에 윤동주 시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아산 부역 혐의 민간인 학살 피해 사건의 주인공은 앞서 말했듯 성재산 A4-5다. 유해 발굴 현장에서 붙여진 식별 번호라고 한다. 나이는 18~22세, 키 165cm 남성으로 추정된다. 1950년 10월 아산 성재산에서 산을 등진 방향으로 쪼그려 앉아 두 손을 삐삐선으로 감긴 채 발견되었다. 이를 비롯해 성재산에서는 A5-4, A17,A18,A19가 나왔다. 


A5-4는 뭉크의 절규가 떠오르는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다. 25~~29세로 추정되며 머리뼈에 세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A17, A18, A19는 16~~20세 나이로 교복 단추가 발견된 것으로 짐작컨대 천안농업중학생들로 추정된다. 


성재산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황골 마을에도 희생자들이 있었다. 새지기 사건으로 1950년 추석 기간 3~4일 사이 80여명이 희생되었다. 얼마 전 타계한 홍세화도 가족, 친지들이 희생을 입었다고 한다. 사건 발생 당시 불과 3살의 나이였다고. 살아 남은 아이는 부역자의 가족으로 갖은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분노가 컸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이성의 빛을 품고 있는가.’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멈춰 있었다.


설화산 은비녀로 명명되는 유해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사망한 경우다. 1.4 후퇴 때 부역 혐의 가족 딱지를 붙여 살해된 경우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이처럼 당시 충남 아산에서는 부역 혐의로 몰려 희생된 많은 민간인들이 있었다. 사건은 1950년 9.28 수복 이후 1951년 1.4 후퇴 때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민들은 인민군 점령 시기에 부역했다는 혐의가 씌워졌고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라는 이유로 온양경찰서 및 각 지서 경찰과 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향토방위대, 태극동맹 같은 각종 치안 단체가 가담하여 감금되었다가 성재산, 설화산, 황골 새지기 공동묘지 등에 끌려가 집단학살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하면 신원 확인이 된 희생자(77명) 연령 중 10세 미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신원 확인이 안 된 희생자는 최소 8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피해자 중 여성과 노인, 갓난아이와 어린아이까지 일가족 전체가 몰살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주와 소작인 간의 원한 관계에 의한 계급 갈등이 씨앗이 된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가면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서 남을 죽이는 인간 사냥 형식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그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부역자 재판을 맡았던 유병직 판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인민 재판은 마구잡이 처형 식으로 이루어졌다. 검사는 사형 구형을 남발했는데 그는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가 가진 판사로서의 철학에 숭고함이 일었다. 

재판이라는 것은 사실과 맥락에 대한 사색으로부터 시작해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소신을 지킬 수 있다. 물론 부역자 처리는 보통 고민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이것이 민족의 근본 문제에 관계되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부역범을 처벌하려고 만든 ‘비상사태하범죄처벌에관한특별조치령’(특조령)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민족을 해치는 어마어마한 법이었다. 단독판사, 단심제에 단시간 내 처리라니.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반면 충남 온양 신창 지서 주임이었던 유해진은 가해자의 면모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다. 닥치는 대로 주민들을 잡아들였고 죽였다. 당시 주민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치를 떨었다고 한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었는데 글로 다시 보니 분노가 더 치밀었다.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 하필 진실화해위원장이 되다니. 이런 식의 논리라면 학살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지 곱씹을수록 화가 난다.

내가 ‘학살’이라 쓰면 당신은 ‘평화’라 읽는다. 2023년 6월 9일의 어느 강연장에서 당신은 나와 같은 이들의 죽음에 관해 이렇게 평했다.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였다"고. 새로운 관점이다. 나는 전쟁 상태를 평화적으로 전환하려는 군인과 경찰에 의해 불가피한 피해를 입은 셈이다.


중후반 이후에는 방선주 박사가 참여한 여러 유해 발굴 사건을 다룬다. 그는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홋카이도 현장에서 강제징용 민간인 희생자 발굴을 했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국군 전사자 발굴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진실화해위원회와 함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발굴을 했으며 장준하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일을 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각종 시민단체나 진실화해위원회와 함께 민간인 희생자 발굴 현장을 누볐다고. 특히 선감 학원, 세월호 인양 발굴, 안중근 유해 발굴에도 참여하셨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뼈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이끄는 힘은 역사의식이나 정의감이 아니었다.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탐구 정신이었다.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든, 적 군인과 교전을 치른 국군 전사자든, 유해 발굴 현장에서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탐정의 태도로 임했다. 매번 발굴을 통해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기대하는 젊은 학자처럼 눈을 반짝였다.


선주가 강조하는 개념은 ‘모던 미스’였다. 우리가 사실처럼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 꾸며진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몇 명이 죽었다더라" 하면 절대 곧이곧대로 믿기 보다는 문헌과 증언을 비롯한 갖가지 기록과 직접 땅을 파보고 유해를 뒤져본 뒤의 결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하려고 했다. 모던 미스를 넘어서려는 신조는 그가 작성한 모든 유해 발굴 보고서 맨 끝에 이런 표현으로 적혀 있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꾸며진 이야기라는 말을 새기며…."


책의 화자가 1인칭 시점이라 타인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나 르포 같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들은 사건을 밝히기를 두려워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괜한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유해와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진심이 와 닿아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뭉클한 감정이 인다. 대한민국의 영토에는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유골이 남아 있다. 모쪼록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계속 이어져서 유해를 찾고 가려진 진실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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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25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잘 읽었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거리의화가 2024-06-25 15:38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님^^

은하수 2024-06-25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 주셔서 제가 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6-26 07:45   좋아요 0 | URL
공들여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희선 2024-06-28 0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다 아는 건 아니군요 민간인 학살이 있기도 했다니,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그런 일이 있겠네요 그런 일을 밝히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땅에 묻히고 잊힌 사람이 많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4-07-01 13:32   좋아요 0 | URL
한국 전쟁에서 이념 간에 충돌로 인한 문제만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계급에 의한 문제로 사적인 원한이나 복수에 의해서 갈등이 심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부 측에서 그동안 쉬쉬하거나 했던 부분이 많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밝혀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이런 분들의 노력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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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유독 기다림이 긴 경우가 있다. 물론 집에 있는 책 중 상당수가 비치만 된 채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에 나의 주절거림이 변명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어쨌든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다. 그래도 이 책은 다른 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구입은 얼마 되지 않은 쪽에 속한다. 그렇다해도 오래 전부터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임에는 분명하다. 


우연히도 다른 책을 읽으려다 이 책을 이번에야말로 읽어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이처럼 독서의 계기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초판이 2000년, 개정판은 2006년이라 최신 자료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이 책은 독특한 위치성을 가진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밝히듯 기존에 한국 전쟁을 다룬 책은 그 기원과 배경, 전투 과정과 결과, 영향에 주목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한국 전쟁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주목한 점이 다르다. 


우리는 한국 전쟁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런가. 실상은 6월 25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9.28 수복, 1.4 후퇴, 흥남 철수 등 몇몇 전투를 외우고 목록화할 뿐이지 전쟁으로 인해 다치고 죽어간 사람들은 잊고 외면하지 않았던가. 전쟁이 한국 정치,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우리는 피부로 느끼지만 사회적으로 언급하고 거론하는 것은 여전히 꺼리지 않나 싶다. ‘동족’이라는 단어가 구태의연하고 옛스럽게 느껴지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한반도 내에서 살던 이들이 색깔로 인해 구분되어 희생된 이들이 많았기에 그 뿌리 깊은 애증이란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6.25보다는 한국 전쟁이라는 명칭이 더 자주 불리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남한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휴전일보다는 개전일이 더 기억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정치권에서 남한이 전쟁을 도발한 북한과 공산주의를 문제시하고 국군 등을  영웅시하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여긴다. 


전쟁은 정치적 갈등이 폭력으로 극대화되어 발화된 사건이다. 정치는 경제와 사회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전쟁의 이면에는 경제와 사회가 있다. 한국 전쟁 이전 남북한은 미소군정 체제 경쟁 속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안보 위기와 군사 대결을 내부 사회 통제로 이용했다. 한국 전쟁은 남북한이 협상에 의한 통일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1부는 전쟁이 곧 정치이며, 경제와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함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준다.


이 책의 핵심은 2부부터 4부까지의 내용이라 생각한다. 


2부는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피난을 앞둔 상황을 보여준다. 이승만을 비롯한 최고위층은 국민을 기만하고 수도를 버렸지만 말단 지배층과 군 장성 및 병사들은 본인의 자리를 지키며 국민을 보호하려 애썼다. 인민군이 수도에 가까워진 만큼 국군 통수권자가 잡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군의 대응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국민은 자리를 지킬 것을 종용하며 정작 본인은 달아나는 행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개전 초 군대의 대응이 혼란스러웠던 반면 이승만을 비롯한 권력층, 미군은 북한의 동태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미군은 북한이 쳐들어오기 전 자국민을 일본으로 대피시킨 반면 남한 정부는 그런 준비를 일절 하지 않았다. 이승만과 자유당은 5.10 총선거에서 참패한 뒤 재기를 노리고 있었는데, 전쟁은 불리한 형세를 뒤집을 찬스 중 하나였다.

1차 피난이 정치적인 선택에 의한 것으로 정치적, 계급적 동기에 의해 지배층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2차 이후 피난은 생존을 위한 피난으로 미군의 무차별 폭격을 피해, 1.4 후퇴 이후 남한 정부에 협력한 것으로 인민군에게 보복 당할 위협 때문에 대규모 민중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3부는 남한과 북한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전개하며 점령이 교체되는 동안 벌어진 상황을 다루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서 소작인 등 하위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기존의 지주 계급을 타파시키려는 정책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김일성 정부는 인민군은 남한 국가 기구 핵심 구성원인 군인, 검사, 경찰, 우익 단체, 정당 간부 등을 반동 분자로 몰아 처형했다. 남한 정부도 서울 수복 후 서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사상을 문제 삼아 부역자로 간주해 처형했고, 부역자의 가족과 친지는 1980년대까지 연좌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같이 반복되는 정복과 해방의 과정에서 국민은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어느 날은 태극기가, 어느 날은 인공기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다. 


4부는 전쟁 시기 벌어진 학살의 참상을 다룬다. 학살은 군경에 의한 작전에 의한 것, 인민 재판과 군의 재판권 행사에 따른 것, 군경이나 준군사 조직에 의한 비공식 작전에 의한 것, 사적인 보복에 의한 것처럼 그 형태가 다양했다.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이나 북한의 신천 학살, 미군의 공중 폭격 등에 의한 피해는 대표적인 공식 작전에서 나온 학살이다.

보복으로서의 학살은 단지 이념 간 대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수가 된 개인과 가족, 씨족 간에 발생하여 그 참담함을 더한다. 특히 이 경우 공식적으로는 사적 테러를 묵인, 방조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것 같다. 

학살은 국가 건설 과정 속에서 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남북 간 내전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시간이 더할수록 반공주의의 색깔론이 덧칠해지며 반역자를 처단한다는 오명 하에 심해진 측면이 강하다고 여긴다.


저자는 한국 전쟁을 국가주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존권과 평화적 관점, 탈냉전 정치 공동체적 전망 속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전쟁은 분단 이후 현대 한국의 국가와 정치, 사회를 구조화한 출발점이 된 사건이었다. 물론 전쟁 이전 1945년부터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배층에 의한 강요된 관점이 아닌 대중의 목소리와 실체를 통해 전쟁이 재구성되어야 함은 나도 동감하는 바다.

 

대다수의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한국 전쟁은 국가, 영토, 주민을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다. 요즘 남북한의 위험한 줄타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닌지라 이 책을 읽는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의미가 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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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1 - 완역본
조지 엘리엇 지음, 이가형 옮김 / 주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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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간의 연애를 하고 내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선택과 결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에 따른 행동에 가까웠다. 가끔은 생각하곤 한다. 그 때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다면 지금 내 곁에 아무도 없고 홀로 살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2인 가구를 꾸리게 되었을까. 솔직히 여전히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는 분명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고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지만 결혼은 다른 영역일지 모른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삶의 선택의 기로에서 어쩌면 너무 쉽게 선택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사과 처녀가 호박 총각을 흠모해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는 끝없는 앞날을 꿈꾸는 것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절대 싫증 내지 않았던 하나의 작은 드라마로 옷을 바꿔 가며 반복되었다. 호박 총각이 허리가 짧은 연미복을 입어도 그런대로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외모라면, 상냥한 처녀는 즉시 그의 미덕, 탁월한 능력, 무엇보다도 그의 완벽한 진실성을 알아보는 것이 완벽한 여성으로서 당연한 일이자 필요사항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분명히 팁턴의 이웃 중에는 누구도 어떤 처녀가 결혼에 대한 관념을 인생의 목적에 대한 고양된 열정으로 완전히 색칠하고, 그 열정을 주로 열정 자체의 불로 붙이며, 결혼에 대한 꿈에 근사한 혼숫감이나 접시의 종류, 심지어 꽃다운 부인의 명예나 달콤한 기쁨도 넣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 P49


미들마치 1권을 읽으며 이처럼 내 과거가 떠올랐다. 명문 집안의 큰 딸인 도로시아는 배우자 감으로 두 사람 사이를 저울질한다. 한 쪽은 지적이고 연륜이 있는 커소번, 다른 한 쪽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또래의 제임스 체텀이다. 고민 끝에 도로시아는 이 중 진중하고 배울 점이 더 많은 커소번을 선택한다. 생각해보자.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서로 잘 통하는 상대가 있고, 나보다 더 배울 점이 많은 상대가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물론 이는 본인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고, 어떤 부분에 호감이 가는지에 따라 상대를 선택하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상대와의 케미스트리는 상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의 신혼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었다(원래도 여행지를 고를 때 관광 거리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으로 도착한 도시였던 로마, 관광을 시작한 첫 날 옆지기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울화통’이란 단어가 너무나 적절하다. 당시 그는 나의 스파르타식 관광 여행을 따라잡으려다 제대로 지쳐버렸으니까. 나는 여행을 하면 다 나처럼 해야 하는 것이라 멋대로 생각했다. 이전에도 우리는 2~3차례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단기 여행이라 깊은 경험을 할 일이 없었다. 결국 화가 난 그를 달래주기 위해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무얼 먹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연애 전 거의 싸운 적이 없었는데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실감났다. 이제 서로 부딪힐 일이 많겠구나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신혼여행이란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이 세상의 전부라는 이유에서 단 둘만의 세계에 들어앉는 것을 명백한 목적으로 삼는 만큼, 그러한 여행 중에 불화를 느끼면 아무리 남이 모른다 해도 당황하고 어리둥절해지는 게 당연하다. 상대방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정신적으로 고독해지면 신경질의 폭발도 내밀히 끝나고 말도 안 해도 되니까 물컵을 주면서 상대방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만족한 해결이라고는 제아무리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344


도로시아의 배우자 선택은 옳았을까? 도로시아는 신혼 여행 초기 이후 커소번이 자신을 내팽개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연구 과제로 바빠서 자신에게 신경써주지 않았고 당연한 듯 무덤덤하게 느끼는 듯했다. 커소번은 섬세함이 부족했을 수도 있는데 결혼 전에는 그 점이 그녀에게 그가 신뢰할 만하고 진중한 인물로 느껴졌다. 도로시아의 신혼 여행지가 공교롭게도 로마였던 데다가 둘의 갈등과 충돌이 있었던 점에서 나와 너무나 흡사하여 내 과거의 기록이 오버랩되었던 것 같다. 

도로시아가 우울해 속을 끓이고 있을 때 그녀 앞에 커소번의 친척 청년인 윌 레이디슬로가 나타난다. 그는 이전부터 커소번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아서 공부를 진행해왔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는 막상 커소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음에도 애써 후회하지 않는 선택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그는 마음을 느낀다. 소설에서는 그가 그녀에게 들이대는 모습처럼 비춰지기도 하는데 실상 그는 그녀를 정말로 원했다기보다는 어떤 환상에 잠시 도취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초반에도 그랬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도 ’선택은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에 흥미로운 인물 구도가 더 있다. 첫 번째는 도로시아와 여동생 실리아, 두 번째는 리드게이트와 빈시, 세 번째는 메리와 프레드다. 


실리아는 도로시아와 정 반대의 성정을 지녔다. 도로시아는 진취적이고 열망이 강한 여성인데 반해 실리아는 당시 현실에 맞는 여성상에 가까웠다고 보여진다. 둘을 보면서 나와 여동생의 관계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여동생은 싹싹하고 다정다감하여 어른들에게 인기가 항상 많았다. 나는 무뚝뚝하고 딱딱하여 어른들에게 꾸중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집안일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여성들이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일과는 특히나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보니 ‘너는 대체 왜 그러냐.’라는 소리를 내내 듣고 살았는데, 이 때문에 여동생에게 괜히 분풀이를 하며 열등감을 표출하곤 했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 됐지만.


리드게이트는 젊고 유망한 외과 의사로 미들마치에서 막 들어왔다. 모든 사람이 도로시아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그는 모범 있고 교양이 넘치는 로저먼드 빈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리드게이트는 출세를 위해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을 포섭하는 열정을 보인다. 애정 관계를 멀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매력 앞에서는 어쩌지를 못한다. 근데 과연 그녀가 화려한 외모를 지니지 않았다면, 명문고에 다니면서 바른 말씨와 예법, 우수한 학업 성적 등 실력이 있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지… 


프레드는 빚을 졌지만 언제라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경제 관념이 약한 사람이다. 그는 메리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가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다른 이를 부양할 능력을 갖추게 되겠지만 게으른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나도 메리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호감을 갖는 사람이라면 당장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성실한가, 어떤 일에 진심인가 하는 것을 볼 것 같으니까. 


“메리, 네가 나를 사랑하면 넌 나한테 결혼하겠다고 약속해야 해.”

“아니요, 그와 반대에요.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 해도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결국 지금의 내가 그렇지만, 내가 아내를 부양할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런다, 이런 말이겠지? 난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이니까.”

“나이는 달라지겠지요. 그렇지만 나머지 것은 달라질지 제가 확신할 수 없네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게으른 남자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P240~241


이를 비롯해 미들마치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참 흥미로웠다. 특히 이들이 관계를 쌓기 위해 내던지는 교묘한 수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가부장제 하에서의 거슬리는 표현들과 차별적 언사들은 감안해야 하지만.


서문을 읽으며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했다. 그녀가 지금 이 시절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그런 생각도 해 보았다. 서문의 모든 문장들을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어쩌다 보니 너무나 오래 걸려 1권을 읽었다. 어쩔 수 없이 앞 부분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여러 모로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오늘날까지 숱한 테레사가 태어났지만 그들의 행동이 끊임없이 널리 전파되는 서사시적 삶을 찾지 못했다. 고귀한 정신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할 기회가 빈약해서 생긴 잘못투성이의 삶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그들의 실패가 아무리 비극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읊어 줄 훌륭한 시인도 발견하지 못했거니와, 그들이 죽어서 망각의 심연에 빠져도 울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노력도 결국 보통 사람의 눈에는 혼돈되어 형태를 이루지 못한 불완전한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컨대 이들 후세에 태어난 테레사에게는 그 열렬한 신앙심에 지식 역할을 해줄 일관된 사회적 신념이나 질서의 도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과 여성이라면 흔히 갖는 동경 사이를 방황했는데, 전자는 터무니없다는 후자는 타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이처럼 잘못투성이의 서투른 삶을 산 것은, 조물주가 고약하게도 여성의 본성을 분명히 정해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만일 여성의 무능의 정도를, 이를테면 셋 이상의 수는 세지 못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한정할 수 있다면, 여성의 사회적 운명도 과학적 확신을 가지고 취급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호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그 편차는, 여성의 머리 모양과 여성이 좋아하는 시와 산문으로 된 러브 스토리는 모두 같다고 상상하는 보다 훨씬 크다. 여기저기 흙물 연못에서 한 마리의 백조 새끼가 오리 새끼와 불편하게 자라지만 물갈퀴를 가진 종류끼리 어울리는 살아 있는 흐름을 발견할 수 없다. 여기저기서 한 명의 성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아무것도 창설하지 못한다. 선을 이룩하지 못한 뒤 그녀의 가슴 떨림과 흐느낌은 어떤 오래 기억될 만한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방해 속에서 흔들려 사라져 버린다. - P6~7


첫 번째 신사 사람을 어떻게 분류합니까? 보통보다 나은 사람, 나아 보이는 사람, 저 망토보다 못한 사람? 성자 아니면 악당? 순례자 아니면 위선자?

두 번째 신사 아니, 그보다 당신이 갖고 있는, 세월의 성스러운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려주시죠. 차라리 그 책들을 크기와 장정으로 즉시 나누는 것이 나을 듯하군요. 송아지 피지로 만든 책, 큰 판, 보통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책으로 나눌지라도, 읽지 않은 저자의 책들로 분류하도록 교활하게 고안된 모든 딱지보다 많지는 않을 겁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친절하게 해줄 때 여자도 거기에 대해 감사를 하면 둘은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하는 건, 젊은 여자의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예요.” - P235


무슨 일이건 좋아하는 문제에 마음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가 기억할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혹은 어느 날 밤, 아직 읽은 적이 없는 책을 책장에서 내리려고 높다란 발판 위에 섰을 때의 일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넋이 빠져 입을 헤벌리고 황홀하게 듣던 때의 일을. 읽을 책이 없어서 자기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을 때의 일을. 그리고 그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그것은 사물을 사랑하는 일의 시초였던 것이다. - P247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여성에게 멀리서 바치는 경의라는 것은 남성의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인데, 대개의 경우 숭배자는 자신의 생각을 여왕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그의 마음을 다스리는 그 여왕이 옥좌를 내려와주지 않을지라도 그 생각을 기리는 표시를 주어 용기를 북돋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법이다. 윌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상의 요구에는 많은 모순이 있었ㄷ. 아내다운 마음 씀씀이와 간절한 소망이 가득한 눈으로 커소번 씨를 응시하는 도로시아는 보기만 해도 아름다웠다. 그와 같이 아내로서의 임무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그녀를 둘러싸는 광휘는 다소 약해졌을 것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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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6-20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판으로 1권까지 읽었는데 워낙 읽다가 말다가 하다보니..

사과 처녀와 호박 총각이란 말이 나온게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
민음사판에서는 메리가 프레드에게 존대하지 않는데, 번역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4-06-20 17:27   좋아요 0 | URL
소설은 특히나 읽다 말다 하면 줄거리가 연결이 안 되어서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민음사 판으로 읽어볼까 싶어요. 민음사 거는 도서관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ㅎㅎ

잠자냥 2024-06-20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1인....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6-20 17:28   좋아요 0 | URL
재미를 드렸다니 좋네요^^ 연애 기간이 길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웃프게도 이제는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립니다ㅋㅋ

다락방 2024-06-20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2인. 좀 더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요? 그 다음은요? 다른 여행에서는요?

거리의화가 2024-06-20 17:34   좋아요 1 | URL
저와 남편이 비슷한 성향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서 재미 있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ㅎㅎ
종종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면 썰을 풀어볼게요^^;

독서괭 2024-06-20 14: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3인. ㅋㅋㅋㅋㅋㅋ 전 스파르타식 여행 힘들어하므로 옆지기님께 이입합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4-06-20 17: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옆지기 스타일에 호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잠자냥 2024-06-20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 연재합시다. 열혈 독자 3인 확보.

거리의화가 2024-06-20 17: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자기 이야기가 연재된다면 식겁할 것 같습니다!ㅎㅎ

건수하 2024-06-20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분들... 저도 재밌었지만 왠지 책 얘기를 써야할 것 같았습니다...

전 화가님처럼 휴양보단 관광.. ^^

거리의화가 2024-06-20 17:36   좋아요 0 | URL
호기심이 많아서 관광 컨텐츠가 없는 곳에는 관심이 덜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