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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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는데,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때 호랑이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북돋아줬다.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한국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 번역 작가의 역량인지 김주혜 작가의 역량인지 모르겠지만 번역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한국어 자체로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는 옥희, 한철, 정호, 명보, 야마다, 이토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시대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소설의 제목 자체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시선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수긍이 갔다. 


조선 시대 말만 해도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각종 민담이나 설화, 소설, 그림 작품에 등장할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존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수많은 밀렵꾼, 일본인들에 의해서 사라져서 1960년대가 되면 사실상 한반도에서 더는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소설 초반에 일본인인 야마다와 이토가 산속을 헤매다 어느 조선인을 구해준다. 하필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조선인 덕분에 일본인들도 무사히 산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모태가 된 이야기이자 제목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놀라운 것은 이 조선인의 아들과 야마다가 나중에 극적으로 만나는데 야마다 덕분에 조선인의 아들이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토는 장차 백작 작위를 승계할 후계자다. 전형적으로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논리를 가진 인물이다. 


“우리가 이들을 현대화하고 발전시켜 주는 대신, 이들은 그 대가로 우리에게 쌀과 특산품, 이국적인 공물을 바치는 것 아니겠나? 골동 청자나 호랑이 가죽 같은 것 말이야. 지금 세계의 다른 곳들도 모두 똑같은 상황이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좀 보라고. 그들 모두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나눠 먹으며 더 큰 강대국들이 되어가고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여자들을 빼먹었군. 쌀, 호랑이, 그리고 여자. 이 세 가지야말로 조선 제일의 특산품이라니까.” 이토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행렬을 향한 박수와 환호에 가담했다.


옥희는 어린 나이에 기생 견습생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유명한 연극 배우로 성장한다. 한편에서는 은실, 월향, 연화, 단이처럼 기생과 권번들이 있고 정호, 영구, 미꾸라지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들도, 부모를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김성수와 이명보가 있다. 그러나 김성수와 이명보는 서로 다른 삶을 산다. 김성수는 한국의 독립은 찬성하나 내부적인 자체 발생 행동은 경계하고(아래로부터의 민중 운동은 반대하는) 개혁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192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자치주의자 지식인 중 한 사람을 표방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명보는 같이 일본 유학생활을 했지만 삶의 끝까지 한국의 독립을 꿈꾸며 혁명적 행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단이는 권번인데 화려한 젊음의 시절이 지나가고 나서는 마약에 빠지는 모습에서 토지의 봉순(기화)가 겹치기도 했다.


기생과 권번이 독립 운동에 많은 보탬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이도 그랬는데 명보가 운동 자금을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김성수는 거절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인다. 


자네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 그저 지난날 동경에서 자네가 눈독 들였던 그 게이샤한테 따로 집 한채까지 마련해 주느라 아낌없이 탕진했던 돈이 얼마나 되는지 회고해 보길 바라네. 그 돈이라면 지금 우리의 젊은 병사들에게 어떻게 쓰일 수 있을는지도, 그들은 우리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총 한 자루와 실탄을 얻기만을 바라고 있다네.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을 살해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똑같이 살해하자는 게 과연 올바른 답일까? 그 모든게 너무 야만적이고, 그만큼 옳지도 않은 짓이야. 그래, 그런 무모한 폭력에는 이바지하지 않을 테다.


제가 드리는 이 군자금은 단지 저만이 아니라, 거의 평양 전체 기생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드리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남자에게 술 따르고 수청 들면서 번 돈이고, 각자 은퇴 후 안정된 여생을 보내기 위해 평생 고이 모아온 패물입니다.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선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존재했고 노동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열기가 존재했지만 세계대전 말기가 되면 전쟁 물자 공출 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허다하게 된다. 여유로웠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길잃은 개 한마리의 출현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세월 속에 묻혀 흘러가는 여느 일탈로 말이다.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살고 사랑을 나눈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소박한 삶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그러면서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며 ‘인간들이란!’ 넋두리를 하기도 하고 잔인한 시대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세상을 흑백으로 딱 잘라 나눌 수는 없는 법이야.’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1945년 드디어 해방의 문이 열린 날의 풍경을 소설 속에서는 이렇게 전한다. ‘마지막 빗방울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댐처럼, 사람들이 숨 막히는 속도로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해방 후 드디어 조선이 하나가 되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믿었던 조선의 독립은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남북의 국경을 넘는 것이 경성에서 인천으로 가는 것처럼 쉬웠다. 하지만 결국 국경이 폐쇄되고 초소가 설치되자, 사람들은 이웃과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곤 했다.


한국 전쟁 전에는 친일 부역자의 처리가 있었고, 전후에는 남북 체제의 강화로 반공주의가 득세를 이루며 빨갱이 혐오가 시작되었다. 동백림 사건 등을 비롯한 사건의 조작으로 연루되어 피해를 본 이들이 생겼다. 

소설 속에서 김성수는 마치 박흥식이나 김연수, 김성수 같은 인물을 떠올리게 하고, 이명보는 여운형이나 박헌영 등을 떠올리게 한다. 


김성수의 혐의는 길고도 막중했다. 피고인은 평생을 일본인의 협력자로 살았으며, 피고인의 삼촌은 그 끔찍한 이토 히로부미 총독에게 직접 백작 작위를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김성수의 아버지는 일본인들과 공모한 덕택에 영지를 몰수당하지 않았다. 김성수 본인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그는 종로경찰서장, 일본군 고위 장교들, 그 외 일본인 세력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는 일본이 항복하는 당일까지도 일본군에 자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어느 날 밤,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야생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호랑이가 창경궁 동물원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였다. 6.25가 끝난 직후 부모를 잃고 새끼로 발견된 호랑이였다. 관련 생물학자 대부분이 이제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너무나도 작은 땅덩이에서 5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마어마한 맹수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한민족의 자연에 대한 경의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을 존중하여 함께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신이 많이 피폐해진 지금, 우리의 본질을 일깨우고 싶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생각이다. 오늘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가면 갈수록 이 땅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이 소멸해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서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이제 다들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인간의 삶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지금의 시간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소중한지 곱씹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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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30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 시대에는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죽기도 했는데... 사람이 동물이 사는 곳까지 살게 돼서 그런 거기는 하겠습니다 고라니가 한국에는 많지만, 멸종위기 동물이라고 합니다 고라니가 늘어나는 건 고라니를 잡아먹을 맹수가 없어서겠네요 늑대나 여우도 있었는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민족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디나 개발, 산이 더 줄어들면 안 될 텐데 싶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31 16:06   좋아요 0 | URL
전쟁 말 무렵 창경원 동물의 처분에 대한 내용은 ‘와, 그랬겠구나!‘ 놀라움이었어요. 그렇다고 동물들을 강제로 도살하거나 일본으로 가져가버리다니... 먹이사슬 관계가 파괴되어 이제는 동물들도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희선님 고맙습니다^^
 
제국주의와 남성성 - 19세기 영국의 젠더 형성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573
박형지.설혜심 지음 / 아카넷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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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과 성적인 차원의 거리두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식민 정책의 근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차별이 인종차별과 함께 행해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위계 질서는 인종적 우월성과 식민 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배 담론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피치 못하게 인종 간의 성적 결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양자간에 인종적 위계질서가 형성되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오직 백인 남성과 원주민 여성의 결합만은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다. 그밖에 다른 형태의 인종 간 성적 결합은 완전히 금지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영 제국의 식민 체제를 가장 대표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특징은 남성다움이 된다. - P47


기대했던 것보다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특히 나는 1장과 5장에서 얻은 바가 많았다. 


1장에서는 인도 항쟁이 영국 제국주의와 결합했을 때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알려준다. 


우선 ‘인도 항쟁’이 아닌 ‘세포이 항쟁’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내게 사건의 이름조차 새롭게 다가왔다. 19세기 후반 강하고 정력적이고 냉철함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영국 제국의 남성성은 제국주의와 함께 식민 통치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제국 초기였던 183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은 식민지의 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냈다. 예를 들면 유럽 남성이 원주민 여성과 결합하는 것을 종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식민 정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물론 이는 식민지 입장에서 보면 제국주의적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가 1830년 이후가 되면 동인도 세력의 힘이 떨어지고 기독교의 선교가 확장되면서 영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를 바탕으로 개혁의 바람이 분다. 거기에 식민지의 경제적 수요가 증가하고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인도의 수탈은 강화되었고, 식민 정책이 강경하게 바뀐다. 인도 항쟁은 강경 식민 정책으로 돌아서는 데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건이라도 사건 자체로만 이해하면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전후 사정의 과정을 이해하고 주변을 확인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단편적인 시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도 항쟁(세포이 항쟁)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5장은 영국이 추종하는 ‘신사’에 대한 개념에 대해 더 깊숙이 이해할 수 있었다. 

막연히 영국의 신사하면 떠오르던 외양이 있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신사는 퍼블릭 스쿨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 퍼블릭 스쿨의 시스템은 질서를 중시하고 계급적 위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차별 구조를 정당화하였고 이런 엘리트주의를 이용하여 배타성을 키웠다. 거기에 스포츠맨십을 이용하여 남성성을 더 강화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퍼블릭 스쿨이 고대의 이상인 현인과 중세의 시사적 영향을 이어받은 인간상을 만들어내려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퍼블릭 스쿨은 이렇게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을 만들어냄으로써 영국 제국주의의 기초가 되는 남성들을 만들어냈다.


6장은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의 인물들을 통해 영국인이 바라는 신사의 개념을 들여다본다. 소설을 읽지 않고 6장을 읽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급하게 <위대한 유산>만 읽었다. 사실 <위대한 유산> 뿐 아니라 <데이비드 카퍼필드> 소설도 다루기는 하지만 <위대한 유산>만 읽어도 6장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다. 물론 가능한 소설을 읽고 6장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만약 내가 6장의 내용을 읽지 않았다면 ‘신사’에 집착하는 어떤 남성의 성장기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 같다. 신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곱씹게 해주는데 과연 당시 영국의 신사들이 도덕성과 인격을 갖추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애당초 주인공이 모델로 삼은 신사는 허울 뿐인 외양과 자본을 갖추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소설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시 제국주의의 첨병을 달려 가던 영국의 환경을 들여다보게 하면서 식민지/피식민지민 간에 계급적이고 위계적인 차별 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시간 내에 읽었다면 더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요즘 일이 너무 몰려서 일정상 후반부에 몰아 읽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국의 식민 전략은 인도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식민 통치에 부합하는 제국주의자가 되도록 강요하였다. - P40

표상은 다양한 권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인지되며, 해석된다. 따라서 타자의 몸에 대한 담론은 결국 그 몸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수반하는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추하고, 추출하여 정립하기 위해 한 시대의 합리적 방식, 즉 이른바 <과학적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19세기의 <과학>이 <타자의 몸>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띤 가치를 몸에 투영하기 위해 당시의 과학을 <동원>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 P92

영국인들은 인도인에 대한 보복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도 항쟁기에 일어난 <여성들과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이용하여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을 더욱 강화시켰다. 여성들은 폭도들의 위협을 받는 영국적인 가치의 상징이자 비유의 핵심으로 강조되었고, 영국 남성들의 기사도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국의 한가운데 놓인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의 천사>는 무언의 상징적 중심이었을뿐 그 자체로는 적극적 역할을 전혀 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의 사회와 가정의 가치를 의미하는 허구적인 표상으로 기능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가혹한 제국주의의 정책들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작용했다. - P154

19세기는 고대 그리스 문화와 중세 문화를 이상화하면서 흠뻑 젖어들던 시기였다. 고대의 이상과 중세의 영향이 가장 집약되어 녹아든 곳이 퍼블릭 스쿨이었다. 그곳에서는 그리스어를 비롯한 고전교육 위주의 커리큘럼과 스파르타식 교육, 중세의 기사도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고전 교육, 설교, 독서, 교과서 등을 통해 남성들 사이의 우정 혹은 애정을 미화하는 내용을 늘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소년들로만 이루어진 퍼블릭 스쿨은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중세 수도원의 형태와 가장 근접한 곳이었기에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한 수도사나 독신 사제의 금욕에 대한 예찬이 이곳에서도 강하게 주입되었다. - P208

퍼블릭 스쿨은 엄격한 위계와 의식화된 코드, 계율과 질서의 총본산이다. 19세기의 많은 퍼블릭 스쿨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지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프리펙트패깅 시스템 prefect-fagging system이라는 조직 체계를 운영하였다. 프리펙트 prefect나 프리포스터(preposter, praeposter)는 상급생 가운데 선발된 감독생을 일컫는 말인 반면, 상급생이 부려먹는 하급생은 흔히 패그fag라고 불렸다.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 퍼블릭 스쿨에서 상급생과 하급생의 관계, 나아가 프리펙트-패깅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위계 질서를 체화하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했다. - P213

1857년 10월 4일 안젤라 버뎃 쿠츠Angela Burdett Coutts에게 보낸 편지에서 디킨스는 대량학살에 대한 충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인도의 최고사령관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할일은 그 동양 인종을 불시에 습격하여, (....)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 최근에 자행된 잔혹한 행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인종을 근절시키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내가 그곳의 책임자라면, 다양한 처형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 한시 바삐 인류에서 사라지게 했을 것이다." - P238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Said는 『문화와 제국주의 Culture andImperialism』에서 『위대한 유산을 논의하면서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달리 이 소설은 식민지로의 추방이 가졌던 <영속성>을 사실상 위반하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매그위치의 영국 귀향을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이드는 <갱생을 위해 설계되었으나, 이송되었던 영국 범죄자들의 본국 송환은 사실상 금지되었던 형벌 식민지였다>)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설명한다.
매그위치의 귀환에 대한 금지령은 단순히 형벌의 의미가 아니라 제국주의적인 것이다. 국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장소로 이송될 수 있지만, 디킨스의 모든 소설이 입증하듯 모국의 개개인들이 만들어낸 계급조직이 철저하게 도식화하고 확보하여 이미 구성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모국의 공간으로 ‘귀환‘이 허락될 수 없었다. - P262

핍은 영국 남성성의 다양한 정의에 관해 고심하면서 자신이 <신사>에 대해 최초로 내렸던 정의, 즉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신사는무책임하고 파산 상태에 빠진 상류층 젊은이로서, 좀처럼 존경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소설 끝부분에 이르면 핍은 실제로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심정적으로는 진정한 신사이다. 막연한 상상이 점차 현실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핍은 자신이 속한 영국 사회가 물질적인 것, 특히 식민지 자본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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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7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페이퍼랑 인용해주신 문장 읽어보니 저도 그간 읽은 내용이 샤샤삭 정리되네요. 저는 이제 막 5장 들어가고 있습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님!

거리의화가 2025-01-28 08:03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이 책 예상만큼 좋았습니다. 얼마 안 남으셨네요. 완독 응원합니다!
 
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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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년 전 나온 책을 이제 읽게 되었다. 너무 묵힌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하련다. 아렌트는 현대 사상과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꼭 어디에서든 만나게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최근 세계철학사를 읽으면서 결정적으로 그녀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입문서가 적당할까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남아 있는 책들 중 입문서로 하기에는 결국 이 책만한 것이 없다 생각했다.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 하노버 린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호기심이 많았으며 이야기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자라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뿌리가 유대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열등감을 느끼진 않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그럴 때 어머니는 “언제나 당당하게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키라고.”(P37) 했다는데 그녀도 강단 있는 어머니의 성향을 자연스레 물려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세에 천재들이 나오는 법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언급하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철학 사상가들을 한나는 많이 만났다. 그녀는 과연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이 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녀 곁을 스쳐간 중요 인물 중 세 사람을 꼽는다면 하이데거, 야스퍼스, 블뤼허라고 여겨진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는 개인적으로도 달랐지만 사상적으로도 달랐던 것 같다. 하이데거가 현상학적 실존주의를 주장했다면 야스퍼스는 소통과 대화, 현실 탐구를 중요시 여겼다. 한나는 야스퍼스의 사상적 측면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그녀의 논문 주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웃 사랑의 개념을 발전시킨 ‘아모르문디(세계를 사랑한다)’였기 때문이다. 


한나는 하이델베르크 재학 시절 지식인 모임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다양한 인맥을 쌓았다. 이 무렵 첫 번째 남편인 귄터 안더스(슈테른)도 무도회에서 만나 동거 후 결혼했다. 

독일의 반유대주의가 강화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붕괴되자 한나는 현실 정치의 중요성을 느끼고 베를린 정치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한동안 프로이센 도서관에서 반유대주의 관련 자료를 수집하다가 사서의 신고로 체포되고 만다. 경찰서에서 풀려나자마자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한다(안더스는 이미 프랑스로 가 있는 상태였다). 


한나는 샹젤리제 거리에 있던 ‘아그리퀼티르&아티자나’에서 일하며 유대인들을 가르치고 평생지기인 차난 클렌볼트를 만난다. 뿐만 아니라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벤야민 등과 만날 수 있었다. 

한나는 시오니스트였는데 유대인에게도 조국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유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는 1937년 안더스와 이혼을 했다. 1936년 에른스트 블뤼허를 강연 자리에서 만났고 이후 결혼을 하게 된다. 블뤼허는 그녀가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법적 남편이었다. 


독일이 폴란드에 선전포고를 한 뒤 2차 대전이 시작되자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 남성의 강제 징집 명령이 떨어진다. 이때 블뤼허도 끌려갔는데 병의원 소견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1940년이 되면 파리 시장의 발표로 블뤼허, 한나 모두 각각 강제수용소로 이송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한나는 수용소에서 5주 간 있다가 탈출을 감행했다. 남편의 행방을 알 수 없던 한나는 수소문하다 거리에서 블뤼허를 만난다(블뤼허도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더는 유럽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한나는 미국 비자를 얻고 떠나기 전 벤야민의 무덤을 찾는다(벤야민도 미국으로 가려 했으나 입국이 가로막혀 자살하고 말았다). 한나 아렌트는 벤야민을 친구 이상으로 특별하게 생각했다. 미국행 배에 몸을 실은 한나와 블뤼허의 짐에는 벤야민의 유작들도 들어 있었다. <역사철학테제> 원고도 있었는데 한나 부부는 대서양을 지날 때 같은 처지인 난민들에게 큰 소리로 이 원고를 읽어주었다(P143). 

이 무렵의 일들은 현실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우연적인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는데 영화도 이보다는 극적일 수 없을 듯 하다. 이것이 현실이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놀랍다.


미국에 건너간 그녀는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간다. 이때 한나 아렌트의 시오니즘을 향한 태도가 달라진 것에 눈길이 갔다. 그녀는 독일과 프랑스에 있을 때 유대인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히브리어 강좌를 개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고, 유대인 청년을 인솔해 직접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시오니스트였다. 그런데 1942년 빌트모어회의(시오니스트 회의)에 참석하면서 견해에 변화를 가져왔다. 한나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자는 다비드 벤구리온 수상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다. 팔레스타인은 자치 국가가 아닌 전후 영국연방 국가 내에서 설립되어 반유대주의 처벌에 대한 범죄를 설립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저작물들이 이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한다. 


1951년 출간한 <전체주의의 기원>은 ‘20세기에 전체주의가 출현한 현상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어쨌든 제 해법은 전체주의의 주요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적합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범위에서 그 요소들을 역사 속으로 가져가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입니다. 저는 전체주의의 역사를 쓴 게 아니라, 역사적 측면에서 전체주의를 분석했습니다.(P194)” 이 책은 전체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해하여 하나씩 살피고 이것이 어떻게 하나로 묶여 전체주의가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폭정은 개인을 고립시켜 정치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공적영역을 파괴하지만 전체주의는 또한 개인의 사적 삶도 파괴할 것을 주장한다. 전체주의는 외로움에 기반한다(P197). 


1958년 발간된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조건(노동, 작업, 행위)은 자유에 달렸다고 언급한다. 자유를 위해서는 삶의 각기 다른 영역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인간의 다양한 활동과 각 공간들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아 모든 활동이 사회적이고 소비를 위한 노동 활동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간) 이동의 자유가 상실되고 있는지 살핀다.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출간된 후 그녀는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인간이 겪는 일과 인간의 행동”을 정면으로 마주할 기회로 여기고 잡지 취재를 강행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그녀가 느낀 감상은 실망스러움이었다고 회고한다. 그의 악은 다루어지지도 않았고 “유대인의 슬픔에 대한 역사적 실태 조사”에 촛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이다. 한나는 아이히만이 저지른 짓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기에 아이히만은 죽어 마땅했다. 인간조건의 기본 원칙인 다원성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재판의 결론을 내린다(P234). 공적영역에서 진실이 자취를 감추면 정치적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 한나가 깨달았듯이 공적영역에서 내 경험과 관련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진실을 말하는 자들은 집단적 경멸의 대상으로서 언제나 정치영역의 바깥에 서 있다(P243).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책은 특히 <혁명론>이었다. 지금 국내 정치가 말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1963년 무렵 미국이 베트남 전쟁, 민권운동 등으로 시끄러웠을 때 나왔다. 한나는 정당이 사라지면 독립된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더욱 힘을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나의 주장에 따르면 정당 체계는 유권자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국민이 스스로 후보를 결정하도록 하는 대신정당 체계 안에서 가장 힘이 센 후보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P249). 12.3 이후로 단임 대통령제를 중임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으로 이제야말로 정치 시스템 헌법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사실상 굳어진 양당제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가 않다. 지금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기는 한가. 양측 간 아귀다툼으로 인해 국민들은 피로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거짓말쟁이는 단순히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같은 주장은 공적영역을 바꿔놓을 수 있다. 거짓이 계속해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거짓이 진실을 음해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우리의 능력이다(P257). 이 부분 읽으면서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하는 행위를 거울처럼 보고 있는 줄 알았다. 진실과 거짓을 우리는 반드시 구분해서 저들에게 ‘너희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제시해야만 한다. 


한나는 1968년 <정신의 삶>을 사유, 판단, 의지 3부작을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다. <인간의 조건> 후속작의 성격이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고 어떤 사람들은 악의 무리에 동조하는지 그 이유를 사유와 상상력에서 찾았다. 현실을 살아가고 내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제대로 보려면 철학사상이 아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P212)”

한나는 사유를 ‘난간 없는 사유’로 표현했다. 사유란 붙잡을 곳 없는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한나의 은유에 따르면 붙잡을 곳 하나 없을지 몰라도 계단이라는 서 있을 곳은 주어진다. 자유롭게 밟고 디딜 이 계단이야말로 한나에게 유서 없이 남겨진 유산이었다(P307).


이 책은 이렇게 한나 아렌트 삶의 궤적을 확인하며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녀가 집필하고 출간한 책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당시 세계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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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금경숙 옮김 / 나무연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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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곤충과 친하지도 않고 식물과도 친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알고는 있었으나 머릿 속에서 지웠었다. 그러다 어떤 강연을 듣고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과 작업 세계를 보면서 ‘궁금하다’ 싶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았던 책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들로 읽지 못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예술과 출판을 가업으로 하는 환경에서 자라났는데 아버지는 출판사 주인의 딸이었고 새아버지는 꽃 정물을 그리는 화가였으며 이복 오빠는 동판화 화가였다. 나중에 새아버지의 제자와 결혼을 하는데 남편도 건축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결혼 생활이 소원해지고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교공동체에 5년간 몸을 담았다가 결국 이혼을 한다. 암스테르담에서 새 삶을 시작한 그녀는 곤충의 기원과 생식에 대한 설명을 찾고자 둘째딸과 함께 남아메리카 수리남으로 향했다(수리남은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는데 당시 나이가 50세가 넘었던 때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수리남을 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돈을 마련해 여행을 감행했고 그곳에서 관찰한 결과를 충실히 정리해 책으로 출판해 냈다. 당시 표트르 대제가 메리안의 그림의 팬이어서 그림을 사기도 했다는 것을 보면 그녀의 그림 실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 때문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그저 식물세밀화를 그린 화가로만 인식하면 곤란하다. 식물과 곤충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직접 관찰한 결과에 대한 묘사력을 보면 과학자라고 해야 맞다. 과학자인데 그림까지 잘 그린 화가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이 책은 그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온갖 애벌레와 나비, 곤충을 만났다. 어릴 때 곤충의 변태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후 아마 책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정말 그림이 세밀해서 묘사를 넘어선 느낌이었다. 그림이라지만 2D로 찍은 사진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또 다양한 식물(에서 열리는 열매)을 만났다.

총 60개 식물의 생김새와 꽃의 모습, 효능(줄기와 가지, 뿌리, 잎) 등을 소개한다. 식물마다 달라붙는 곤충이 있는데 그걸 함께 설명하는 식이다. 직접 관찰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시여지’라는 것이 있는데 모습이 꼭 파인애플처럼 생겼다. 하지만 열매는 파인애플과 달리 겉은 노란색에, 안은 흰 과육에 검은 씨가 있다. 

‘카사바’는 식물의 뿌리로 빵을 만든다고 한다. 줄기를 잘라 심으면 증식한다고. 

우리도 잘 아는 ‘라임’은 수리남에서 가장 흔한 과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라임이 열매 이외에 용도가 또 있었다. 꽃과 껍질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바코버’는 바나나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설탕과 물을 섞어서 식초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소돔의 사과’라는 열매는 독성이 강해 사람과 가축이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그리스도 종려나무’는 기름나무라 불리는데 씨앗을 물에 넣고 끓이면 기름층이 분리되어 기름을 얻을 수 있는 형식이라고 한다. 상처를 치료하기도 하고 등불을 밝히는 용도로도 사용한다니 여러 모로 재능이 많은 나무다.

‘장미’는 카리브제도에서 가져왔다고 적혀 있다. 신기한 것은 아침에는 흰색 꽃이 피었다가 낮에는 붉은 꽃, 저녁에는 진다는 사실이다. 마치 하루살이 같지 않나?

‘포도나무’는 온난한 기후 때문에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한데도 수리남 사람들은 심을 생각을 안한다는 저자의 푸념이 재미 있었다. 

‘머스크꽃’은 이름만 들어보면 향기가 폴폴 날 것 같지만 꽃 자체에 향기가 없다고 한다. 꽃이 진 자리에 씨방이 자라는데 그 안에 갈색 씨앗이 있고 그곳에서 머스크 향이 나는 것이라고 한다.

‘플로스 파보니스’는 씨앗이 분만 촉진제로도 쓰이지만 낙태를 할 때도 이용했다고 한다. 이곳이 네덜란드 식민지였음을 앞서 이야기했다. 네덜란드인 아래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노예로 생활하던 이들은 아이를 가져도 낙태를 감행했던 것이다.

‘타브로우바’는 열매즙을 짜내 햇볕에 말리면 검게 변하여 몸에 문양을 찍는 염료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비누로 지워지지 않고 90일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인상적인 곤충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 나방과 나비, 투명 나비의 차이점을 아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나방은 털로 덮여 있고, 나비는 깃털, 투명 나비는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애벌레가 가장 평범한 곤충으로 변하고, 가장 평범한 애벌레가 가장 아름다운 나방과 나비로 변하는 일을 나는 수차례 보았다(P61)’고 고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카사바’에 ‘달라 붙은 노란 줄무늬 애벌레는 수리남 식물들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장본인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자두나무’ 꽃 위를 다니는 애벌레는 꽃을 먹다가 꽃이 떨어지면 나무의 잎파리를 먹는다고 한다. 천성이 굼뜨고 온종일 먹기만 한다는 저자의 소개에 웃음짓기도 했다(그런데 변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름다운 푸른 나비가 나온다).

‘중국 사과나무’에 있는 애벌레들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도 웃기다. ‘하도 뚱뚱해져서 굴러다닐 지경이며 1년에 세 차례 나타난다.’라고. 

‘구아바  나무’에는 구슬 달린 애벌레가 있다. 애벌레에 구슬이 달리다니(정말이다)!!! 50개의 반짝이는 구슬이 각 면에 달려 있는데 이를 본 어떤 사람은 눈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했다고. 그러나 메리안은 구슬 위에 각막도 없고 사방 팔방에 달려 있는 구슬이 눈인데 왜 한쪽 방향으로만 가는가 생각해서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아이의 최종 변태물은 초록색 파리다.

‘노란 마카이’ 잎을 먹는 굼벵이가 있는데 굼벵이 시절은 머리, 꼬리는 검고 몸통은 누런색이다가 변태하면 노란 얼룩무늬 딱정벌레로 변한다. 그러다 다시 알을 낳고 굼벵이가 나온다고 한다. 보통 다른 곤충의 변태 과정은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곤충(나비 또는 나방)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풍각쟁이’는 짐작하듯 리라 소리를 내는 곤충이다. 


메리안은 이 책을 ‘모든 자연 애호가 및 연구자에게’ 헌정했는데 그렇다는 것은 동식물에 취미를 가진 애호가나 전문 연구자 모두를 타겟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관찰대상을 수채화로 그리고 동판을 제작한 후 두 딸과 함께 채색했다고 한다. 곤충은 실제 크기로 묘사하고 그림이 글에 압도되지 않도록 숫자나 알파벳을 붙이지 않았으며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박물학자 메리안은 얼추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방과 나비를 연구했으며, 수리남에서 체류한 두 해 동안 100여 종의 곤충과 53종의 식물을 관찰한 성과를 세상에 내놓았고, 후에 린네는 이 그림들을 참조했다(P26).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부제가 이 책을 잘 증명해준다. 옮긴이의 해제 또한 저자가 활동한 무대와 그녀의 삶을 이야기해주어 그림과 설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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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3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충뿐 아니라 식물도 잘 알았군요 수리남에서 관찰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썼겠습니다 그런 건 짧은 시간 동안 못하겠네요 오랜 시간 여러 가지를 관찰하다니 대단합니다 구슬 달린 애벌레도 있다니... 곤충은 처음부터 그 모습이 아니기도 하겠지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치기도 하고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것도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05 10:34   좋아요 0 | URL
네. 박물학자로 말하는 게 맞겠더라구요. 그림도 잘 그리고~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능력이 출중했던 분인 것 같습니다.
구슬 달린 애벌레 뿐 아니라 다양한 생김새의 곤충들이 많았어요^^ 변태의 과정도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건수하 2025-01-0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중 세밀화 그리시는 분이 있어 물어봤더니 이미 이 작가의 책을 다 보셨다고 해서, 아는 사람은 아는 책이구나 했었지요 ^^ 화가님 글 보니 저도 궁금해집니다 :)

거리의화가 2025-01-05 10:38   좋아요 1 | URL
오~ 지인 분 중 세밀화를 그리시는 분이 있군요^^ 이 책을 진작 보셨다니ㅎㅎ 관련 업종계에서는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분이었던 것 같아요. 강연을 보러 가지 않았다면 메리안이란 이름을 전혀 몰랐을 거에요. 이번 기회에 당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쪽 미술계의 배경과 메리안의 삶과 업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파란놀 2025-01-0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이라는 그림책이 이분 삶을 어린이도 알기 쉽고, 어른도 잘 헤아릴 만큼 담아내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513612

나무연필에서 다시 낸 책은, 예전에 ‘양문‘에서 낸 판을 새로 엮었지 싶은데, 둘 모두 ‘원판‘으로 보시면 그야말로 깜짝 놀라시리라 봅니다. 값이 23만 원이라 하지만, 아직 원판을 살 수 있을 적에 사놓으면 두고두고 빛날 만하다고 봅니다. 원판은 네덜란드말과 영어 두 가지로 적어 주었더군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0507805

그리고 ‘종교공동체‘가 아닌 ‘아미쉬‘라고 해야 맞다고 봅니다. 그곳은 ‘종교만으로 모인 곳‘이 아니라 ‘자급자족을 하는 숲살림‘을 짓는 터전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01-05 10:41   좋아요 0 | URL
숲노래 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아이도 접할 수 있는 그림책이 있었군요. 원판도 있었다는 사실도 덕분에 알았습니다.
제가 좀 뭉툭하게 적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터전이 맞아요^^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5-02-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식물이나 곤충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글 내용을 보니 처음 접하는 지식들이 있어서 글을 읽다가 궁금한 부분을 검색하면서 흥미롭게 읽게 되네요. 지금 내 머리 속은 수많은 식물들과 곤충들이 날라디나고 있어요.ㅎㅎ

거리의화가 2025-03-01 10:11   좋아요 0 | URL
식물, 곤충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 책 정말 재미나게 읽으실겁니다^^
저는 정말 문외한이었는데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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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처럼 환하게 몸 전체로 번지는 온기 속에서 꿈꾸듯 다시 생각한다. 물뿐 아니라 바람과 해류도 순환하지 않나. 이 섬뿐 아니라 오래전 먼 곳에서 내렸던 눈송이들도 저 구름 속에서 다시 응결할 수 있지 않나. 다섯 살의 내가 K시에서 첫눈을 향해 손을 내밀고 서른 살의 내가 서울의 천변을 자전거로 달리며 소낙비에 젖었을 때, 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암탉과 병아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닭장에 흙탕물이 무섭게 차오르고 반들거리는 황동 펌프에 빗줄기가 튕겨져 나왔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지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공간에 과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헤아려본 일이 없다. 우리 동네에 이사오기 전 생각했던 과거는 불과 몇 십년 전의 불쾌한 일로 연루되었던 어떤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더 과거, 더 이전의 과거에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은 어쩌면 자료를 찾기 전에는 헤아리기 어려울지 모른다. 물론 자료가 남아 있다 해도 일부만 복원할 수 있을 뿐이지 온전한 복원은 불가능하겠지만. 찍으면 영상이 되는 현재와 달리 사진조차 사치였던 시기가 있었고, 있었다 해도 찍히면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강박을 가져야 했던 엄혹한 시절도 있었다.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여러 모로 국가적으로 큰 기쁨이었다. 개인적으로도 2024년 마무리를 하며 한강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어서 영광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 번째로 읽는 한강 작가의 책인데 <소년이 온다>만큼이나 좋았다. 


이 책이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읽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다. <소년이 온다>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도 참혹했던 과거의 사건을 현재를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잘 보여준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잘 만져지지 않는 물체처럼 흐릿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모호함이 한강 작가의 문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1948년부터 한국전쟁 이후 1954년까지 제주도는 참혹한 현장이 되었다. 제주에 소개령이 내려지고 해변을 불태우자 주민들은 살기 위해 산을 올랐다. 전쟁이 터진 해 여름에 대구에서 검속된 보도연맹 가입자들은 대구형무소에 수용되었다. 매일 수백 명씩 트럭에 실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더 수용할 공간이 없게 되자 기존의 재소자들은 총살당한다. 사망자들 중에는 좌익 혐의를 받은 사람 이외에 제주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놀라움을 넘어선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1942년 폐광된 경산의 코발트 광산에서 대구형무소 재소자, 대구 보도연맹 가입자, 경북 지역 가입자 등 3500여명이 총살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제주는 최근 들어 여행을 여러 번 한 곳이다. 코로나 전후로 한동안 해외 여행은 가기 어려웠기도 했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에 그만한 곳이 없기도 했다. 


두 시간 전 내가 몸을 실었던 비행기는 몹시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뉴스로만 들었던 윈드 시어 현상 같았다. 활주로를 미끄러져 달리는 비행기의 속도가 차츰 줄어드는 동안, 통로 건너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스마트폰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우리 다음 비행기부터 전부 결항이야.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대꾸했다. 우리가 운이 좋았네.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운좋은 거냐. 날씨가 야, 이래가지고.


몇년 전 겨울, 제주에도 폭설이 내린 적이 있었다. 우리가 공항에 내리고 나서 바로 다음 항공기들부터 결항 소식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우리는 산간에 갈 일은 없었으나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참 쉽지 않았었다. 제주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제주의 겨울이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오돌오돌 떨면서 여행을 했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벌판에 눈이 내린다.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발등까지 물에 잠긴 내가 놀라 뒤돌아본다. 바다가, 거기 바다가 밀려 들어온다.


습기가 가득한 눈이 벌판 위, 바다 위에 나리는 풍경을 이처럼 잘 묘사할 수 있을까. 이 장면은 꿈인듯 현실인듯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분명히 두 갈래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폭이 다른 세 개의 길이 숲 사이로 희끗하게 드러나 나는 혼란스러웠다.


주인공은 눈 속에서 길을 헤맨다. 혼란스러움 때문에 나도 읽으면서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오래 전 독일 여행을 갔을 때 고성을 올랐다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다. 그때의 공포와 불안이 밀려왔던 것이다. 주인공이 겪은 이후의 장면들은 섬뜩했다.


얼마나 더 깊이 내려가는 걸까, 나는 생각한다. 이 정적이 내 꿈의 바다 아랜가. 무릎까지 차올랐던 그 바다 아래. 쓸려간 벌판의 무덤들 아래.


나의 죽음이 언제 닥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언제 죽을지 몰라 주변을 미리 정리하고 유서를 적는 일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더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게 되었다. 

올해 아버지의 병환, 시아주버님의 사망으로 참 힘겨웠다. 더군다나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 이 책의 내용은 그저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쓰고 싸우자고 작가가 말해주어 고마웠다. 



내가 싸우는 것. 날마다 썼다 찢는 것. 화살촉처럼 오목가슴에 박혀 있는 것.

새벽마다 책상 앞에 앉아 쓴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모두에게 보내는 작별 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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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1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42년에 많은 사람이 총살 당한 일이 있었군요 그런 건 누가 결정한 건지... 1942년이니 광복이 되기 전인데... 같은 나라 사람한테 죽임 당하기도 하고, 그런 일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많이 일어난 듯합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옛날 일만은 아니군요

제주가 따듯해도 섬이어서 눈이 많이 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비도 많이 오고...

2024년이 가고 2025년이 왔군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거리의화가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싶은 거 많이 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01 08:05   좋아요 1 | URL
1942년 폐광된 코발트블루 광산에서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일이 있었던 거에요. 수용소 인원이 많아져서 기존에 있었던 사람들을 쫒아냈는데 제주도민들도 포함되어 있었답니다ㅜㅜ 헌데 그 근처도 아니고 경산까지 가서 그랬다는 것이 당황스럽더라구요. 물론 그곳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곳이 있었겠지만.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가 났을 것을 생각하면ㅠㅠ

2025년 새해가 밝았네요. 희선 님 모쪼록 작년 한해 묵은 일은 잘 털어내고 새 기운을 받아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