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거리는 지독하게 무더웠다. 게다가 후텁지근한 공기, 혼잡, 여기저기에 놓인 석회석, 목재와 벽돌, 먼지, 근교에 별장을 가지지 못한 페테르부르크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독특한 여름의 악취, 이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청년의 신경을 한꺼번에 뒤흔들어 놓았다. 이 지역에 특히 많은 선술집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와 대낮인데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술 취한 사람들이 거리의 모습을 더욱 불쾌하고 음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사람들이 거리를 휘젓듯 다닌다. 도처에 악취가 진동하고 불쾌한 기운이 떨쳐지지 않는다. 당시 페테르부르크는 인구가 폭증하여 실업률이 증가하고 범죄율도 높았다고 한다.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는 일은 이때도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오래 지속되었던 농노제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자유와 해방에 대한 생각들이 꿈틀거리고 있을 때였다. 온갖 사회, 과학 이론들이 쏟아져 나올 때니 자칫하면 어느 이론에 경도되어 휩쓸리기 쉽지 않았을까. 프랑스 혁명으로 민중의 힘이 폭발했으나 나폴레옹 이후 다시 돌아온 황제의 권력은 계급 자체에 대한 회의를 낳았을 만하다. 


몇 년 만에 <죄와 벌>을 재독했다. 역시 도 선생님의 인간 심리 묘사는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라스콜니코프는 예민한 신경과 감성을 지녔고 편집증으로 발작과 혼란을 거듭 느끼는 인물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사람은 일정 정도 미쳐 있는 부분이 있다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관리하고 또 화해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088] 어떤 일이 생기든 상관없이 무엇이든 결행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삶을 아예 거부하든지!>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렇게 소리 질렀다. <있는 그대로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활동하고 살고 사랑하는 모든 권리를 거부하고, 자신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목 졸라 죽여 버려야만 한다!>


[124]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의 삶은 바퀴벌레와 이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 없고,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하다고도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 노파는 해로운 존재니까. 그 노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잖아.


라스콜니코프는 내면적 갈등 끝에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 혐오에 대한 의식이 존재했음을 느끼게 한다. 과연 누가 타인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함부로 단정지어서도 안 되는데도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재단하고 평가하려 한다. 


[203] 그것은 마주치는 모든 것,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끊임없는, 거의 생리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혐오감이었다. 그것은 집요하고 사악한, 증오에 가득 찬 혐오감이었다. 그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혐오스러웠다. 그들의 얼굴, 발걸음, 행동거지, 모든 것이 그랬다. 


라스콜니코프는 이 와중에 (오지랖으로) 타인을 동정하며 구한다. 술집에서 만난 마르멜라도프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수중의 돈을 건네고, 늦은 밤 술에 취해 벤치에 앉아 있던 여성이 위험한 일에 빠질 거라 판단한 여성에게도 간섭을 한다. 


[046] 네놈은 이 보드카 반 병이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하나? 내가 이 병 속에서 찾은 것은 슬픔, 슬픔이었어. 슬픔과 눈물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찾아서 맛보았단 말이다.


마르멜라도프은 술을 마시며 이렇게 변명을 해댄다. 얼마 후 그는 불행한 일을 당해 사망을 한다. 술에 취해 도박빚을 지고, 집 안에 있는 돈을 훔쳐서 달아나 술을 마시고, 술 마실 돈이 부족하여 몸을 파는 딸에게까지 가서 손을 벌리는 그를 마냥 두둔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장면에서는 과거가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 동정이 들다가도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변명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피해는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적 피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와 혐오의 증가로 인한 심리적 피해가 문제였다. 이는 개인적 피해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337] 용서를 한다고요? 만일 이 사람이 오늘 … 않았다면, 항상 그렇듯이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거예요. … 나는 해가 뜰 때까지, 이 사람의 옷과 아이들의 옷을 빤 다음, 창에 걸어 말려야 해요. 해가 뜨면 나는 다시 옷을 기워요. 이게 내가 밤마다 하는 짓이에요!



<죄와 벌>은 인간의 본성과 환경(양육)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볼 수 있게 만든다. 나는 본성보다는 환경에 좀 더 기우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이는 오래도록 인간들이 고민해온 주제다. 당신은 어떤 쪽인가. 환경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칫 범죄자들을 두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도 있어 위험할 것 같다. 


[468] 그들에게 모든 것은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야.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어! … 만약 사회가 정상적으로 건설되면 단번에 모든 범죄들도 사라지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돼. … 본성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아. 


[477] 저는 제 주된 사상을 믿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 사상이란 바로 자연의 법칙상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는 겁니다. 하나는 저급한(평범한) 부류로서 오로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출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말>을 할 줄 아는 재능 혹은 천분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 큰 분류 아래로 수많은 작은 부류들이 무한하게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두 부류를 구분 짓는 특징들은 대단히 명확합니다. 첫 번째 부류, 즉 재료는 대체로 말해서 자기 천성상 보수적이고 체면을 차리는 사람들로 복종 속에서 살아가면서 순종하기를 좋아합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 모두는 그 능력에 따라서 법률을 어기는 파괴자들이거나 그럴 경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의 범죄는 물론 상대적이고 다양합니다. 그는 자기 사상을 위해 시체와 피를 건너뛰어야 한다면, 자기 내면의 양심에 따라서 피를 뛰어넘는 걸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습니다.


과연 두 번째 부류라고 말하는 비범한 사람이 기존의 틀을 깨고 파괴하는 사람이라면 혁명가, 범죄자를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272] 나는 다른 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것이 나를 충동질했어요.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예요.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죠.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범죄를 탄로날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동안 여러 번 신경 착란 증세를 겪는다. 이후 여러 사람들과의 논쟁을 거친 뒤 소냐,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고백하며 자신의 범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424] 로디온 로마노비치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지요. 머리에 총알을 박든지, 아니면 블라디미르카 대로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092] 그는 새롭고 이상한, 병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을 느끼면서, 이 창백하고 여읜 균형 잡히지 않은 모난 얼굴과 준엄하고 강렬한 감정으로 불타오를 수 있는 그 온순한 푸른 눈동자, 분노와 분개로 인해서 아직까지도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더더욱 이상하게 여겨졌고, 불가사의하게 생각되었다. <유로비디다! 유로비디야!> 그는 속으로 단언했다.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에게만큼은 성직자나 예수, 성모 마리아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남이 나의 죄를 사하여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체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하다. 교회에 가서 참회한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 것처럼. 


[158]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양 끝을 가리키고 있다. 서로 다른 양 끝을.> 


[515] 그는 그날 밤 무엇에 대해서든 오랫동안 생각할 수 없었고, 어떤 것에든 생각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당시에 아무것도 의식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다만 느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516]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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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북펀딩 문자와 알림을 곧잘 받곤 하는데 그 횟수가 늘어나다보면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방금 전 북펀딩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차학경의 딕테가 북펀딩으로 온다는 소식이다.

누가 좀 다시 번역해주었으면 하고 얼마나 간절이 바랐던가...

11월 17일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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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2024-10-28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반가왔어요^^

거리의화가 2024-10-31 12:59   좋아요 0 | URL
정말 반갑더라구요. 이렇게 나와주어 참 다행입니다.

건수하 2024-10-28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올 거란 말을 어디서 들었었는데 정말 나오네요! 반가운 소식이에요. 사실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고고씽하기로 😊

햇살과함께 2024-10-28 14:26   좋아요 1 | URL
저도 이해못할 것 같지만 고고씽!

거리의화가 2024-10-31 12:58   좋아요 2 | URL
사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더라구요. 구비하는 차원에서 고고씽했습니다^^

다락방 2024-10-28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식 듣고 반가웠지만 도무지 제가 딕테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어휴..

거리의화가 2024-10-31 13:01   좋아요 0 | URL
그건 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소화력과는 별개로 일단 구비해놓자는 생각으로ㅠㅠ
나중에 정작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을 때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일단 펀딩했습니다.
 

새벽에 한기가 느껴져서 깼다. '날이 많이 추워졌구나.' 요사이 계속 새벽 4시 몇 분 무렵에 잠이 깨어서 종일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스트레스가 많은 걸까? 이번 주 일이 많기는 하다. 일이 몰릴 때는 급격하게 몰리고 또 없을 때는 한가하고 그렇다. 한가하면 일이 없어 잘릴까를 걱정하고, 일이 많으면 힘들어서 난리고 참, 무슨 장난에 맞추랴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버지의 70번째 생신이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축하 인사를 드렸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 정작 아버지는 3차 항암 치료 때문에 입이 꺼끌한데다 속이 좋지 않으시다고 우리가 준비한 음식은 하나도 드시지 못했다. 떡케잌과 오리백숙을 준비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가족들이 먹었으니 된 거라며 우리끼리 위로했다.


오랜만에 서재의 책 순위를 보니 '한강' 파티다. 한 사람의 저작이 골고루 순위에 오르다니, 기념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어 원서 플랫폼(계속 이곳에서 전자책을 읽고 있다)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위에 올라 나도 모르게 캡쳐했다. 한동안 위화의 원서가 1위를 차지했는데 한강의 원서가 1위를 차지한 것이 놀라웠다. 




오늘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려 했더니 매진이라 차를 이용하고 가야 해서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짧은 가을이니 휴게소 탐방하고 계절은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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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0-2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틈틈 눈 붙이시그 잠이 중요하고 보약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4-10-25 07:28   좋아요 0 | URL
저는 조수석에서 있었어요. 운전 면허가 없는 뚜벅인지라! 운전하는 사람이 졸리거나 지루할까봐 옆에서 계속 말걸어주고 하기는 했습니다.

자목련 2024-10-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거리의화가 2024-10-25 07:2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왔다 갔다 시간을 꽤 허비하기는 했지만 대구도 날이 좋아서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바람돌이 2024-10-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곤할때 운전하면 안되는데 조ㅛㅣㅁ해서 다녀오세요.
그나저나 중국에서도 한강작가가 1위라니 노벨상의 힘이란.... ㅎㅎ
중국에서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1위하기는 힘들겠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1   좋아요 0 | URL
위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운전하는 분이 힘들었죠뭐! 그런데 저는 조수석에 앉아도 쉬지는 못하더라구요.
중국인들도 한강 작가가 수상한 것에 대해서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서재에 채식주의자 중문판을 비롯해서 흰도 담아놓기는 했는데 어려워서 당장 읽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언젠가 읽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담아만 놨습니다.

다락방 2024-10-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잘 다녀오셔요, 거리의화가 님.
중국어는.. 어렵네요. 흠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2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스페인어도 공부하시잖아요. 영어에 스페인어까지 저보다 언어 능력에서는 출중하신 듯합니다^^

건수하 2024-10-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조심하시고 틈틈이 남은 가을 만끽하고 오셔요 ^^

거리의화가 2024-10-25 07:34   좋아요 0 | URL
운전하는 사람이 과속을 하거나 급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면 힘든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히 편하게 잘 왔다갔다 했습니다. 물론 옆에 있어도 계속 쉬지는 못하기는 하더라구요.
남부 지방도 이제 늦가을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단풍 시즌이 맞는지 고속버스 차량들도 많았답니다! 그거 보니 단풍 구경 가고 싶다 생각하기는 했네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4-10-25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도 한강 작가 소설 많이 읽는군요 어느 나라나 한강 작가 소설을 보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 보기는 했네요 거리의화가 님 출장 잘 다녀오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6   좋아요 0 | URL
물론 저 순위가 완독했다는 순위는 아니고 아마도 다운로드 및 책을 얼마나 열기를 시도했느냐 하는 순위겠지요?어쨌든 궁금은 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선 님 출장 다녀왔어요. 불금,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정말 날이 좋은 계절이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는 외투를 걸치고 낮에는 외투를 벗고 돌아다녀도 되는 정도의 날씨!

이 정도가 개인적으로 딱 좋아서 좀 더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조금만 지나면 낮에도 스산한 바람이 불테니 지금을 즐겨보려고 한다.


필라테스는 어느덧 선생님과 6번의 수업을 했다

왜 매번 근육통은 생기는지... 나의 몸뚱이를 한탄한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민망해서 선생님과 잘 이야기못하다가 이제는 힘들기도 하고 아파서 엄살을 부렸더니 엄살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운동은 몇 번을 해도 힘들고 몇 년을 해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결국 자기와의 싸움 아니겠는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귀찮아도 해야 하는 일 말이다.

1만큼을 투자했는데 10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빨리 얻으려 할수록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자신을 옭아매서는 안 되겠다. 



오랜만에 북펀드로 책을 주문했다. <그들도 있었다 -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총 2권 시리즈) 이다.

막판까지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한국 근대 시기 여성 미술가들의 이름은 익숙해도 현대 시기는 많이 알지 못하므로 주문하기로 했다.

받아보니 도판을 실을 정도로 책 사이즈가 규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모르는 미술가들이 허다하다. 향후에는 참고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데 책 제목은 이게 최선이었나? 좀 아쉽다. 좀 더 주목할 만한 책 제목이면 좋았지 않았을까.






<세계 끝의 버섯>은 도서관 상호대차로 신청해서 오늘 오전에 간만에 도서관에 가서 받아왔다. 

요새 심신이 많이 피곤하여 읽을까 고민했는데 오늘 1부를 읽어보고 읽기를 잘했다 생각했다.

보편이라 자처하는 시선에서 계속 다르게 바라보려고 노력 중인데 그 선에 맞닿아 있는 책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많은 책들이 도움이 되었는데(도나 해러웨이, 발터 벤야민 등등...의 저작)... 적어도 개념이 이해가 안 되서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없었던 면에서 그렇다.

미국 오리건주의 송로버섯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재밌어서 놀랐다. 송로버섯은 교란된 숲에서만 산다고 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 것에 익숙한, 개발과 진보에 목적을 두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점을 던질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불확정성을 견디지 못하는 내게도 개인적으로 많은 지침을 줄 듯하다.






그리고 며칠째 <세계철학사 3>을 읽고 있다. 근대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쉽지 않은 개념들로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칸트 부분을 읽었다. 그의 도덕적 인식론은 그나마 이해가 될 만했는데(정언명령... 예전부터 많이 들어와서 그런 것인가) 감성, 오성, 사변이성을 다룬 원리를 이해하는 일은 너무 난해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강 작가였다.

어제 일로 정신이 없다가 소식을 접하고 서재와 북플에 들어와보니 온통 한강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북적이고 있었다.

한국 현대 소설은 아직 많이 읽어보지 못한 데다가 한강 작가는 작년에서야 겨우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뿐이다.

읽기는 어려웠지만 작품 자체가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역사적 배경이 있었고 아무래도 5.18은 여전히 한국 정치계에서 여전히 정치화시키려 하고 문제시화하여 바라보려는 시각이 있지 않나.

당분간 한강 작가 책을 종이책으로 사기는 어려울 것 같아 원서로 읽자 싶어 킨들로 <채식주의자>와 <희랍어 시간>을 샀다. 독해가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읽어보자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회에 한강 작가의 많은 작품이 읽히게 되었으니 기쁘게 생각한다.







덧) 

아버지를 걱정해주신 많은 친구 분들 감사합니다. 어제까지 3차 항암 치료가 끝났고 회복 중이세요. 다행히 수치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마음 써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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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0-13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아버님 잘 회복 중이시라니 다행입니다!! 가족분들도 많이 힘드셨을텐데..최근 주변에 항암소식이 많지만 그래도 치료가 잘 되더라고요. 참 다행입니다.
필라테스 하시는군요. 자기와의 싸움 응원합니다 ㅎㅎ 무쇠소녀단 보면 운동하고 싶어져요!

거리의화가 2024-10-15 11:11   좋아요 1 | URL
괭 님 마음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암이 치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재발했다고 해서 속상함이 컸는데 이제는 덤덤해졌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동생들이 안절부절이었죠^^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운동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왕 돈을 투자했으니 운동에 습관이 붙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쇠인간이 되는 그날까지!ㅋㅋ

새파랑 2024-10-13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항암치료 중이시군요 완쾌를 기원합니다. 한강작가님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전 <희랍어시간> 1픽!

예전에 <작별하지 않는다> 읽고 이게 뭐지? 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4-10-15 11:16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얼마만입니까^^ 무척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네요. 아버지의 쾌유를 빌어주신 점도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 소식 듣고 저도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구요. 아시아 여성 작가로 첫 수상이라니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일을 이루셨습니다. <희랍어 시간>은 프롤로그 내용을 보고 이거 괜찮다 싶어 저도 찜해놨어요. 사실 <소년이 온다>는 읽어야만 할 이유가 있어서 읽었는데 나머지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감이 안 왔었거든요. <작별하지 않는다>도 시간이 되면 읽어보려구요. 저는 일단 <채식주의자>와 <희랍어 시간>부터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희선 2024-10-16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월 왔을 때는 좀 춥기도 했는데, 며칠만 그랬네요 다행이죠 낮엔 조금 더운 날도 있어요 여름하고는 다르지만... 걸어서 더운 걸지도 모르겠네요

운동 앞으로 하시면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조금씩 천천히 하시기 바랍니다 아버님 항암 치료 끝나셨군요 앞으로도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4-10-16 08:41   좋아요 1 | URL
희선 님 이번주 지나고 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이후에는 낮에도 선선해질 것 같습니다.
운동은 한다고는 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집에 오면 퍼져 있고 복습도 잘 안하고ㅜㅜ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지만 계속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희선 님 여전히 걸으시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생각이 복잡할수록 걷는 시간이 도움이 되어서요. 희선 님께도 그 시간이 비움이자 충전의 시간이 되길 소망할게요^^
 

지난 달은 추석 연휴 동안 바짝 책을 읽고 전후로는 여유 있게 보냈다. 




얼마 전 구입한 책들 중 한 권 빼고는 모두 완독했고, 기존에 구입했으나 방치해두었던 책들을 읽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추석까지는 여름이 안 끝났나 싶을 정도로 덥더니 그 이후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지고 어제 비가 내린 뒤로는 비로소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 겨울은 길고 추울 거라는 예보가 있다고 한다. 어제 베이징은 첫 눈이 내렸다고ㄷㄷㄷ

여름이 더우면 겨울도 추운 법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 정말 여름, 겨울 옷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며 가며 하늘과 구름을 비롯한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삶의 낙 중 하나라고 할까^^;


아버지께서 암 진단을 받으신 이력이 있었는데 그 때는 항암 치료를 할 정도의 수치가 아니여서 일반 치료로도 케어가 가능한 수준이었었다. 그러다 이번에 주변에 전이가 되어 결국 항암 치료를 시작하셨다. 사실 이 때문에 울분도 터지고 그랬는데 이제는 감정도 어느 정도 무뎌졌다.

너무 무덤덤해서 내 감정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한다. 하긴 내가 아버지와 그리 친하지도 않은데… 2차 항암 치료까지 끝내시고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버지를 찾아 뵈었다. 

가까이서 돌보는 것은 결국 함께 사는 어머니와 남동생들인데 다행히 이제는 조금씩 감정을 다잡고 있는 것 같다.


필라테스 개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3번째 수업까지 들은 터라 완전 걸음마 단계이고 근육통이 찾아온 정도? 지식과 지혜를 쌓는 일도 중요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신체를 단련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더는 미룰 수 없어(퇴로가 없어) 살려고 시작했다. 필라테스가 통증 및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이왕 시작한 것 꾸준히 시작해보려고 한다.


비로소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일교차 큰 날씨에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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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0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사진이 너무 멋져요.
저희 동서가 필테 받는데 너무 좋다고 권하더라구요. 꾸준히 연마하셔서 건강과 미용과 심신의 안정 모두 챙기시길요~~

거리의화가 2024-10-04 10:51   좋아요 0 | URL
갈수록 풍경 사진만 더 찍게 됩니다^^
어제까지는 근육통에 팔다리가 잘 안 움직이더니 오늘은 그나마 좀 낫네요. 집에 가서 알려주신 맨손 필테 복습하려고 합니다. 꾸준히 해야 연마가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4-10-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사진은 특히 더 기가 막히네요.
아버님도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이들수록 내 가족을 포함해 주변에 아픈 사람들 소식이 자꾸 들리는 것 같아요. 특히나 저는 아버지랑 함께 살아서인지 아버지가 재차 수술 받으시던 최근 몇년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거리의화가 님도 가족분들도 힘내시기를 바랄게요.

오오 필라테스라니, 거리의화가 님도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4-10-04 10:55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에 호수 공원이 있어서 저 풍경을 찍으면 꽤나 근사하게 나오더라구요^^
아버지께서 1차 항암 치료 때 부작용이 커서 걱정이 많았는데 2차 항암은 다행히 큰 고비 없이 잘 넘기셨습니다. 3차까지 무사히 잘 끝내고 예후를 지켜봐야겠지요. 아버지와 함께 사셨으면 곁에서 지켜보시는게 무척 힘드셨겠어요. 저희 어머니 평소 강단 있으신 분인데도 힘들어하셔서 제 마음이 더 그랬던...
필테로 제 건강도 잘 챙겨보겠습니다. 다락방 님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시기를요!

페넬로페 2024-10-0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암치료 힘든데, 아버지 힘내셔서 잘 치료받아 완치되시면 좋겠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맘이 스산해요. 정말 여름과 겨울만 있는 세상이 올까봐 두렵습니다. 여전히 책 많이 읽으시는 화가님, 대단해요!!

거리의화가 2024-10-04 10:57   좋아요 1 | URL
항암치료가 예전보다는 쉬울 줄 알았는데(약이 좋아지니) 막상 겪어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음에도 제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있는 것 같고요ㅠㅠ
페넬로페 님 건강이 제일입니다. 일교차 큰 날씨에 건강 잘 챙기셔요!

희선 2024-10-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길고 더웠던 만큼 겨울도 춥고 길까요 그렇게 된다면 조금 걱정 되기도 하네요 서늘해지니 가을이 짧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버님 항암 치료 받으시는군요 잘 모르지만 힘든 거겠지요 치료 잘 되면 좋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0-04 10:59   좋아요 1 | URL
1차 때 부작용이 심해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어요. 머리가 빠지셔서 결국 삭발하셨는데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괜찮았는데 남동생들과 어머니는 좀 울컥했나보더라구요. 치료 다 끝내고 무사히 원래 몸으로 잘 회복되시면 좋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 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요^^

2024-10-05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7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8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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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2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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