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갈아 내리고 의자에 앉았다. 어제는 모처럼 10시 무렵에 잠들었기 때문에 컨디션도 제법 괜찮았다. 


신문을 읽을까 했는데 그냥 회사 가서 읽자 생각하고 <백치> 뒷부분을 좀 읽었다. 한 사람을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순진함으로 비춰지고 또 어떤 이에게는 고귀함으로 비춰진다. 허나 순진함의 뒤에는 광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얼마 후 옆지기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큰일났어! 계엄령이야!"

"뭔 소리예요~?"

장난인 줄 알고 기사를 보았다가 이것이 현실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6시간 동안 벌어진 초유의 사건은 분명 현실임에도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 수가 있는지.

내가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 '계엄령'이 내려졌던 현실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온 세계의 뉴스는 TOP으로 이에 대한 기사를 타전했다.

출근하는 내내 옆지기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했다.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7월에 12.12에 관련된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만에 만난 현실은? 온 국민을 적으로 돌려버린 이 사태는 정말이지 더는 지금의 현실을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204035039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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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2-04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10시에 잠들어 다행입니다.
하도 황당하고 기가 차 밤새 잠을 못 잤어요.
정말 욕이 나오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4-12-05 21:54   좋아요 2 | URL
누가 그러더라구요. 10시에 잠든 게 신의 한수였다고^^;;; 너무나 웃픈 이야기죠.
너무 기가 차니까 오히려 헛웃음만 나오는. 페넬로페 님 그래도 어제는 잘 주무셨기를.

청아 2024-12-04 15: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일찍 잠들었어요ㅎㅎ 그래서 출근할때 기분이 ˝잉? 방금 뭐가 지나갔나?˝

거리의화가 2024-12-05 21:56   좋아요 2 | URL
청아 님 저와 비슷하셨군요. 저도 이미 사건이 끝난 뒤라 ‘뭐지? 이게 실화라고?‘ 당황스러움이 몰려오더라구요. 그리고 창피함이... 어디나 내놓기도 부끄럽습니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될 것을 생각하니 한숨만...
서울 한복판에 살던 사람들은 깨어 있었다면 밤사이 제대로 자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4-12-05 0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이라고 마음대로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찍 잠 드셨군요 그게 오래 가지 않아 다행이죠 그런 걸 국민들이 가만히 지켜 보지 않기는 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4-12-05 21:59   좋아요 2 | URL
그런 생각조차 하는 사람이었다면 저런 자충수를 두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_-;;;

공쟝쟝 2024-12-06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뭔가 피가 싹 빠지는 밤을 화면으로 보면서 보내다 새벽에 소식보고 잠들었어요. 윤과 전두환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 왜 반복하면 안되는 지를 이제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거..... 다행이구나...
화가님의 역사 공부를 옆에서 바삐 쫓아 읽으며, 응원 합니다. 좀 더 잘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4-12-08 10:20   좋아요 1 | URL
쟝 님 어제 여의도에 다녀오셨더라구요. 생각하고 정의를 위한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멋진 여성!!!
말씀하신 대로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반성할 기회조차 갖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국민들은 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지렁이 같은 국회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문제지!!!
좀 더 잘 읽어야겠다는 말 정말이지 동감합니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좋은 책을 잘 읽어야...
 

최근 산 것들을 모아서 나열해본다.

요즘은 집에 있는 책들도 제대로 못 읽고 있는데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에 무슨 책 구입이냐며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마을과 세계>는 이번 달 여성주의 읽기 책이고 <딕테>는 다시 나왔다는 것만으로 구입에 망설임이 없었다.
라투르의 책은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빌려서 읽었었는데 자꾸만 다른 책에서 언급되어 확인을 위해서는 구비해두어야겠다 싶어 사들였다.

여성주의 책과 커피는 땡투를 보냈다. 잘 받으셨기를^^

이번 달 독서는 여성주의 책을 제외하고 남은 한달은 도선생님 책 읽기만 해도 빡빡하지 않을까 싶다. 못 읽으면 어쩔 수 없고^^;

필라테스로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진전되어가고 있다고 말씀하실 때 기뻤다. 몸치, 방향치인 나도 이제는 운동을 알아먹는구나 싶어 운동이 헛은 아니구나 싶어서.

매년 소소하지만 트리 비스무리한 컨텐츠를 사들이곤 한다. 그러나 매번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올해는 좀 고민하다 벽걸이 형태의 소형 트리를 주문했다.
키링 몇 개 추가로 달고 방을 어둡게 한 뒤 전구를 켜니 꽤 근사한 느낌이다.
최소 이번 달 내내 함께 할 트리는 이걸로 가능할 것 같다.

날이 춥다가 푹하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그렇다 해도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오지 않은 만큼 추위에 약한 나는 월동 준비로 여념이 없다.
커피를 좀 줄이고 우롱차를 마시기 위해 우롱차 잎과 조그만 다기를 주문했다.
위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씩 늘려볼까 싶다.

독서 및 일상 생활을 위해서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느낀다. 모두들 건강하고 무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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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02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트리 근사한데요? 전 아직 한 번도 트리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젠 하려고 해도 둘 공간이 없어요. 벽도 없는데.. 트리가 좀 탐나네요.
12월에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거리의화가 2024-12-04 08:47   좋아요 0 | URL
얹혀 사는 아파트라 벽에 못 박기가 그래서 걸이 형태의 고정틀을 문에 달고 트리를 걸었거든요. 만약 공간이 마땅치가 않다면 이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님 이번 달도 독서, 달리기 및 일상 재미나게 보내세요^^

희선 2024-12-05 0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리 예쁘네요 작아도 성탄절 분위기 나서 좋을 듯합니다 한달 내내 보겠습니다 새해가 오고도 놔두어도 괜찮겠지요 거리의화가 님 운동하는 게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2-05 22:01   좋아요 1 | URL
트리가 따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서 참 좋더라구요. 불 켜놓으면 정말 예쁘답니다.
몸도 많이 굳어 있고 경직되어 있는데다가 근육을 써본 적이 없어서 초반에는 아주 간단한 자세조차 되지를 않았어요. 이제는 선생님께서 그래도 알아는 먹는다며ㅎㅎ 거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저는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희선 님^^
 

2024년 11월의 첫눈을 보았다. 폭설이어서 놀랐지만^^
수도권에 지내시는 분들 모두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수요일 오전만 해도 눈이 이리 많이 내릴 줄 모르다 회사에서 조기퇴근 경보가 내리고 나서야 ‘어버버‘ 하며 정신을 차렸었다.
그러다 목요일 오전 출근하려는데 버스는 1시간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버스 정류장 도로 앞은 엉망이어서(끌고 나온 자동차는 연신 헛바퀴를 돌고, 버스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광경이랄까) 연차라는 강력 수단을 쓰고 나서야 이 일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기후 위기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구나.

117년만의 11월의 큰 눈이라는데 이것이 첫눈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이번에 이렇게 큰 눈이 내린 이유는 서해의 수온이 2도 상승했던 것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욱 자주 있을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오늘은 사실 연차였고 어제는 부득이한 연차, 결국 2틀의 연차를 썼다. 물론 올해 남은 연차가 많아서(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쓰지 않으면 결국 날아갈 것이었기는 했지만.

오전에 해가 나고 파란 하늘을 보였을 때 비로소 좀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달 기록을 간단하게 해보겠다.

이번 달은 특히나 외근 및 출장이 잦았다.

대구, 인천, 경기도 광명시 등을 누볐고 이것을 여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달도 지난 달에 이어 억지로(?) 쉬어가는 달이었다. 책을 읽을 에너지가 있으려면 신체에 에너지가 있어야 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필라테스는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주였나 너무 바빠서 한 주에 한 번 수업만 진행해야 했던 날도 있었지만 주말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개인적으로 나가 복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선생님하고 할 때는 운동 효과가 있지만 혼자 할 때는 그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놓지 않고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도선생님의 <백치>를 읽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내일까지는 완독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계획했던 목표를 그것 이외에는 무사히 완독했다.

특히 세계철학사 시리즈를 드디어 마무리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근현대 시기의 역사에 관심을 두어서인지 아무래도 3, 4권을 읽으면서 특히나 찜해둔 철학과 철학자들이 많다. <방법서설>과 <성찰>을 읽은 것은 근대의 포문을 데카르트를 뜯어보기 위해서였다.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을 한다. 모쪼록 철학사에서 만난 각종 철학들 중 관심을 둔 철학에 시간을 들여서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큰 마음 먹고 신곡을 읽어낸 것도 수확이었다. 단테의 지식력에 혀를 내두르면서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쉽게 단정 짓고 마는 나의 성정을 반성하는 기회도 되었다.

다나카 미쓰의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읽었던 책을 계기로 더 열심히 읽어내는 계기가 되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매번 좋은 책을 뽑느라 고심하는 리더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요새는 책을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더욱 책 구입에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얼마 전 절찬리에 북펀딩을 마친 <딕테> 같은 책은 망설일 여지가 없다(북펀딩 명단이 그리 길 줄이야. 전율이 일었다).

12월 초에는 북토크를 위한 책을 읽어야 한다.
북펀딩을 했던 책이었는데 아직 읽어내지 못한 책이지만 이번 토크 신청자가 많았다는 걸 보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얻어낼 배움을 위해서라도 사전에 바짝 준비를 하고 가야겠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나라도, 세계도 어수선한 이때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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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29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없어질 연차라면 (보상 안해주나요?) 야금야금 다 쓰세요 화가님! 저도 이번주 출퇴근에 기운을 너무 뺐더니 힘들었습니다… 북토크 어떤 건지 알겠네요 ^^ 전 그건 뭔지 몰라서 신청 안했는데 화가님은 북펀드를 하셨군요!

거리의화가 2024-12-02 13:15   좋아요 0 | URL
작은 회사라서 보상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사라져버리는...ㅠㅠ 이번 달 생일 즈음해서 좀 쓰고 나머지는 상황 봐서 쓸 수 있을지 봐야죠. 연말인데 업체 사람들도 휴가 팍팍 쓰지 않을까 싶어서요^^;
북펀드로 책은 신청했는데 저 출판사에서 북토크를 한다길래 신청한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서 마감이 이미 되었다고 들었어요. 오랜만에 서울 북쪽 나들이를 하게 생겼어요ㅋㅋ

stella.K 2024-11-30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눈이 왔는데 나뭇잎은 아직 저리 붉고. 이번 첫눈은 정말 이례적이죠? 기상이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이러다 뜨거운 비도 내린다고 할까봐 걱정이예요. ㅠ
화가님도 건강하시고 남은 한 달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4-12-02 13:1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더워서 가을도 오래 가나 싶더니 눈폭탄이 급격히^^;;; 이제 모 아니면 도가 된 날씨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ㅜㅜ
잘 지내시죠? 이제 올해도 한 달이 남았네요. 건강하시고 무탈하게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자목련 2024-12-02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풍과 첫눈,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은 눈이 많이 안 왔어요. 화가 님, 건강 잘 챙기시고 연말 따뜻하게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4-12-02 13:1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말씀처럼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올해도 단풍이 예쁘지는 않았는데 그나마 기온이 높아서인지 오래 갔던 모양인데 갑자기 눈이 그 위에 내리니 이런 풍경을 낳았습니다.
아랫 동네는 정말이지 비 한 방울 안 내렸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아요. 모쪼록 무탈하게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나는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딱히 없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호‘보다는 ’불호‘에 가까운지라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흥미로운 것 같다.

고향, 그것도 고국을 떠나 사는 이들은 향수 같은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시 고국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이들에게 과거의 사소한 기억들은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좋은 경험처럼 기억이 되는 것인지.

할머니는 조상, 묘지, 미신, 의식 이런 형태에 익숙한 사람이다. 손녀들은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할머니의 딸인 엄마는 또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할머니를 ’Halmoni’라고 여기서는 표현한다. 파친코 드라마에서 선자의 손자 역할로 나온 배우가 할머니를 ‘할모니’로 부르는 것이 생각났다.



[1]

I can turn invisible.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2]

Halmoni’s stories all start the same way, with the Korean version of “once upon a time”:
Long, long ago, when tiger walk like man…

“Halmoni,” I’d whisper, “will you tell us a story?”
“The one about Unya, And Eggi, The tiger story.”

Sam과 나는 할머니의 집에 가기만 하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특히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3]

Halmoni’s house looks like a memory.
Where’s Halmoni?

This house is full of secrets.

Sam and I told stories in the attic room, we ate rice cakes in the kitchen, we created imaginary worlds in the basement. We were together.

[4]

Halmoni is the only person in the world that my invisibility never works on. She always sees straight to my heart.
Nobody can resist Halmoni. She’s like gravity.

The thing about kosa - about all of Halmoni’s beliefs and rituals - is that I’ve always taken them for granted. They make sense to Halmoni, so that’s good enough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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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12-1월 책인데 미리 읽으시는군요!! 👍👍

거리의화가 2024-11-10 21:58   좋아요 1 | URL
제가 착각을 했어요^^; 어쨌든 지금 당장 읽을 것이 없으니 그냥 읽으려고요ㅎㅎ

2024-11-10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월은 일과 개인 일정이 모두 바빴던 날들이었다. 


올 상반기에 일이 몰아닥쳐 3개월여를 고생했던 적이 있었는데 10월도 마찬가지로 일이 많았다. 

출장도 몇 차례 있었고 사무실에 있을 때도 쉴 틈이 없었다.

의견을 조율하여 결정할 사항들이 잦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퇴근 무렵이 되면 신체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 소모가 컸다.

과거 내 일에만 집중해도 되었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 때는 실력에 대한 심적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에 결국 과거나 현재나 고충은 있는 셈인 것 같다.


그동안은 퇴근 후 독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운동 수업에 투자하기 위해 체육관에 간다.

필라테스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한달 조금 넘었는데 총 10차례의 개인 수업을 했다. 주말에는 복습 운동 차 귀찮아도 체육관에 한 번 더 나가고 있다.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서 아직 기구 운동에 집중하기에는 무리라 판단해서 매트 운동을 좀 더 많이 하고 조금씩 기구 운동을 늘려가는 중이다. 

무릎과 허리를 단련시키려면 복부와 허벅지, 엉덩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할 때마다 "악!" 소리가 나온다는. 

운동이 재밌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하고 역시 살자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ㅜㅜ


10월은 정말 몇 권 읽지 못했지만~










읽은 책들이 모두 알짜배기여서 좋았다.


<세계철학사> 3권은 내용이 어렵기도 해서 빨리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정말 정독하려고 노력했다. 근대에 와서 학문이 분화되는 과정(과학철학 -> 철학, 과학...)이 흥미로웠고, 서양 근대 사상의 정점인 칸트, 헤겔 뿐 아니라 아시아의 사상가들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어느 세계 철학서에 정약용, 왕부지, 최한기, 대진, 물라 사드라, 오로빈도 고슈를 만나볼 수 있겠는가. 

함께 읽는 책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세계 끝의 버섯>은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들이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읽으며 현대 일본과 한국의 사상과 개혁의 흐름이 왜 갈수록 달라져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세계 끝의 버섯>은 송이버섯이 교란된 생태계에서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교란, 오염에 대한 용어의 기존에 대한 나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에는 편견이 장애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반성하는 계기이자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죄와 벌>은 몇 년만에 재독이었는데 과거와 현재의 내 삶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 있는지 들여다보며 생각과 태도에서 바뀐 부분인지 비교하며 읽게 되더라. 라스콜니코프의 행동과 그 후의 끊임없는 번민과 내면의 갈등, 사람들과의 대화를 보면서 인간의 선악에 대한 기준을 과연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7일>은 번역본과 중국어 원서로 병행하며 10월부터 읽고 있는 중이다.

이제 얼마 후면 완독할 것 같은데 앞서 읽은 작품들과 결이 달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원서 수준도 그동안에 읽은 위화의 책들 중 가장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어떤 문장들은 번역본을 읽지 않고도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내가 그동안 헛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였구나 느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모임이 있어 속리산 근처의 펜션에 다녀왔다.

바로 전날까지 비가 온 덕분에 공기가 께끗해서 좋았다. 

비록 올해 단풍은 안 예쁜 것 같지만 멀리서 보니 또 괜찮더라는.

내일이 지나면 반짝 날이 추워지는 것 같던데... 이제 가을도 끝물인가보다.


이번 달에는 이런 책들을 읽을 작정이다.


개인적으로 읽는 책들은 아래 2권이다









<세계철학사> 4권

<백치> -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중


함께 읽는 책은 다음과 같다.


이 책들만 읽어도 한 달이 후딱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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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11월 계획도 빠듯합니다. 만만치 않겠어요. 함께 열심히 읽어봅시다.
그나저나 산은 참 좋네요. 산이 참 좋습니다.

희선 2024-11-0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빠도 여러 책 만나셨군요 어려운 책도... 저는 위화 책 《제7일》은 못 읽었어요 예전 것만 몇 권 봤어요 중국말로 쓰인 말을 바로 읽었을 때 기쁘셨겠네요 공부한 게 있는 거겠지요 이달에도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운동도 지난달보다 익숙해지기를... 거리의화가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4-11-05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두대간속리산관문
중국인줄 알았습니다.^^

청아 2024-11-05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곡 저도 욕심나네요. 요즘 산에 못갔는데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