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당일이나 내일이 아닌 출고일'과 '품절'과 '절판'의 유혹에 흔들려 허겁지겁 책을 사들였다.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1, 2, 4권을 샀다. 4권이 알라딘의 새로 나올 책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빠져서 어떻게 된 건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국내 저자의 철학서를 읽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리즈가 완간되면 사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알림 설정을 해둔 덕분에 4권이 재입고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바로 결제해버렸다. 역시 이런 책은 사두는 게 답인가라는 합리화를 해 본다. 품절이나 절판은 왜 이리 빠른지. 3권도 이참에 재입고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지난달 마지막 날 국역 금사 시리즈를 사들였다. 장바구니에 있은지 몇 달째였는데 볼 때마다 출고일이 점차 늦어지는 게 아닌가. '이러다가 책이 품절되면 안되!'하는 압박감에 결국 사들였다. 요사는 3권이지만 본기 자체도 분량이 길지 않은데 비해 금사는 열전의 분량이 많아서인지 4권이 꽉 들어차 있다. 결제해놓고 '너무 무리한 것 아니야?' 했지만 받아놓고 보니 든든하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책임에는 분명하니 마르고 닳도록 참고서로 잘 활용해보는 것으로 하려 한다. 내게 금나라의 역사는 김용의 소설 속 배경이다. 김용 소설이 재미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사도 잘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11세기에 이어 12세기 금나라는 한반도의 고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국가였다. '악비'와 '진회'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인물이다. 







벤야민 전집 중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흔히 〈역사철학테제〉로 알려져 있음)가 포함되어 있는 5권을 샀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벤야민의 마지막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것부터 읽어보는데 당시의 배경을 잘 알지 못하니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 듣기가 힘들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다 '역사적 유물론'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되었고 각주에 친절하게 앞 편의 글을 참고하라고 적혀 있었다.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모르는 인물과 역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읽어나갈 수가 있었다. 물론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대해서 상대적인 것이다. 

벤야민은 보편적인 역사적 통용의 개념을 부정한다. 당시만 해도 19세기의 실증주의적 역사론이 대세를 이룰 때였는데 그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대표적으로 역사의 사료는 검증 가능해야 한다 주장하는 명제 등등... 그런데 그 사료를 믿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은 19세기의 역사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을 사람들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총 18가지 테제(명제)인데 비슷하거나 기본을 심화한 확장 버전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역사는 시간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지 않고 특정 시점의 이미지나 사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사실 역사는 과거를 다루는 학문에 비판하거나 역사는 언제나 진보한다를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는 역사의 연대기적 서술을 비판하는 것인가. 지금도 나는 내가 어느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여겨서 그 주장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과거의 나는 특정 시점의 이미지나 사진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긴 하다.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역사관도 있었다. 역사는 취사 선택된 사람과 기록만 들어 있을 뿐이므로 소수자의 이야기는 찾아 발굴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다. 이것은 지금 꽤나 대세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야금야금 전자책도 사들이고 있다. 《속자치통감》 시리즈와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귀신들의 땅》이다.

김승섭 교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읽으며 후속작으로 읽어보겠다 생각했던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이미 읽고 리뷰도 남겼다. 남은 책들도 조금씩 잘 읽어나가보아야겠다. 《귀신들의 땅》은 왠지 모르게 궁금해서 사 두었다. 내용이 모호할까봐 걱정은 되는데 까짓것 읽어보지 뭐.




사는 속도만큼 읽는 속도가 따라가야 하는데 힘에 부치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다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합리화를 해 본다.



설 연휴 첫째 날 쌀국수를 먹었다. 연휴라 문 연 곳이 많지 않아 돌고 돌다가 이 집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맛집이었는데 나는 처음 갔던 곳이다. '오! 맛집일만하네.'했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소고기 쌀국수: 만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집은 '갈비 쌀국수'가 특별 메뉴라고 하는데 가격은 5천원 차이 난다. 나는 원래도 갈비를 안 좋아해서 깔끔하게 소고기 쌀국수를 시켰고 옆지기는 갈비 쌀국수를 시켰다. 갈비 쌀국수도 괜찮다고 한다. 




연휴 동안 빠짐 없이 한 것이 있다면 산책일 것이다. 이 곳은 신도시라 학교들이 많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다. 3년 전 내가 이 아파트에 살러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 학교는 없었다는. 어쨌든 요즘에는 학교를 보면 마음이 묘하다. 전날 드라마를 보다가 과거에 학교 다녔을 때 기억까지 거슬러 갔는데 그 기억이 셔터를 누르게 했던 것 같다. 과거의 학교 이름은 진작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막상 간다면 추억의 공간이 다 없어졌을까봐 겁이 나서 선뜻 가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이미 먼 곳으로 이사를 가 버려서 가기도 쉽지 않아졌고(이제 공간조차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사진이 빠지면 섭섭하지^^ 낮에 산책하는 길은 이렇게 구름이 많았다. 지난 번에도 이런 비슷한 모양의 구름이 형성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오늘도 그러했고 신기해서 찍었다. 마치 하늘에 연못 하나가 만들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상에서 이런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늘 경이로운 것 같다.





오늘은 금요일! 역시 그래서 뭔지 모르게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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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16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은 급박하게 산 책이 아니라 절판 압박감에 책을 사시는군요!
전 요즘에 가격이 좀 생각보다 싼 책 있으면 바로 삽니다..... 이 책 재쇄 때는 틀림없이! 정가 인상하겠구나!!!!!! 싶어져서요.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16 17:38   좋아요 1 | URL
보통 사려는 책이 1쇄 이상 안 찍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2~3년을 못 넘기고 품절이나 절판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말씀처럼 가격이 오를 뿐이지 내려가지는 않을테니 가능한 소장할 책은 미리 사둘수록 이득인 것 같습니다^^ 결국 살 핑계긴 하네요ㅋㅋㅋ

자목련 2024-02-19 16:58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재쇄 때는 틀림없이! 정가 인상할 것 같은 책,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ㅋㅋ

독서괭 2024-02-16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제 눈에는 하늘 연못이 뿔달린 도마뱀으로 보입니다. 귀여워요 ㅎㅎ
절판 전에 사시는 현명한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4-02-17 12:45   좋아요 1 | URL
앗! 뿔달린 도마뱀ㅋㅋ 그런 것도 같네요.
절판되면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고 그것 때문에 결국 온갖 도서관을 헤매게 됩니다. 그마저도 있으면 다행인데 없는 경우도 있어서 난감하더라는.

여울목 2024-02-16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우님의 세계철학사 제4권이 언제 나오나했는데 이번에 나왔군요.
금사는 인물들이 낯설어서 도표를 만들어서 읽었습니다.명군인 금세종사후 대략 40년 만에 멸망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금나라의 최후는 장렬하다고 느꼈고,사관의 금 애종에 대한 평은 감명깊었습니다. 조선의 고종과는 대척점에 있는 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사와 금사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으니 이제 원사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거리의화가 2024-02-17 12:48   좋아요 0 | URL
세계철학사 4권 작년에 나온다고 하더니 계속 미뤄지다 어느새 사라져서 출판사가 안 내놓는것인가 걱정을 했더랍니다. 다행히 늦게나마 나와서 좋은데 3권은 품절이라... 재입고되면 좋겠어요.
금사 이미 읽어보셨군요^^ 원사는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오게 된다면 분량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설사 늦어지더라도 꼭 나오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4-02-17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 전에 서둘러 사시는 그 마음 너무 공감됩니다. 전, 거리의화가님이 사신 책들을 서둘러 사야한다는 절박감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 사진이 제일 예쁘네요. 쌀국수 사진 다음으로요^^

거리의화가 2024-02-17 12: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진짜 절판되면 답이 없어요ㅠㅠ 이거다 싶으면 꼭 미리 사두셔야 합니다. 살 책인지 애매한 경우는 희망도서로 도서 신청해놓고 읽어본 뒤 바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하늘 사진은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ㅋㅋ 자주 찍어서 핸드폰의 70% 이상이 하늘 사진 같아요ㅎㅎ

자목련 2024-02-19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은 책을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게 책을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꽤가 나서...
최근에 어떤 소설을 읽다가, 아니야 하고 덮어두고 다른 소설을 꺼냈다가, 아니야 다시...
결국 세 번째 펼친 소설을 읽고 있는데...

거리의화가 2024-02-20 09:18   좋아요 0 | URL
저 이번 달은 은근 게으름 피우면서 읽고 있는 것 같은데... 기준이 저마다 다르니까요^^;
저는 원래도 여러 책을 읽는 편인지라... 이 유형의 단점은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이죠^^ 욕심이 많으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간 읽는다는 생각으로!ㅎㅎ

그레이스 2024-03-11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사 장바구니에 담으러 가요
저도 3권 나오길 기대합니다

거리의화가 2024-03-13 08:5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지난 주인가 3권 재입고되었다고 알림이 와서 저는 주문했어요. 참고하십시오^^

그레이스 2024-03-13 09: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아, 앞으로 저는 어떻게 될까요, 제 운명은 대체 어떻게 전개될까요? 불확실한 내일과 보장 없는 미래, 그리고 앞으로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현실만 생각하면 전 괴롭기만 합니다. 과거는 돌이켜 보는 것조차 무서워요. 잠깐만 회상을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으니까요. 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악한 사람들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수많은 세월을 울고 또 울어야겠지요. - P21


⟪가난한 사람들⟫에는 ‘가난’으로 비참한 현실에 미래를 꿈꿀 수 조차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당장 먹을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집세가 없어 내몰릴까 걱정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주인공들의 상황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습기가 가득한 가을, 도시는 온통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날씨는 좋지 않고, 거리는 질퍽거리고, 도시엔 낯선 사람들의 무리만 가득했다. 그들은 불친절했고, 뭔가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고,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 됐건 우리는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식구들 모두 정신없이 분주했고 그렇게 새살림을 꾸렸다. 아버지는 항상 집에 안 계셨고, 어머니는 잠시도 편할 새가 없으셨다. 나는 모두에게서 완전히 잊힌 존재였다. 새집으로 이사 온 다음 날 아침부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우울하기만 했다. 우리 집 창문은 어떤 집의 노란색 울타리 쪽으로 나 있었고, 거리는 언제나 더러웠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나마 가끔 보이는 행인들은 아주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추웠던 것이다. - P48


과거의 기억이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은 슬픔의 무게가 커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부모님 집에 식구들이 모이면 과거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번 명절 때도 그랬는데 사실 나는 아픈 기억이라 되도록 그때 이야기를 안 했으면 하지만 부모님은 매번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과거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희미해지고는 있어도 종종 몇몇 장면은 선명히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 바보 같은 머리를 탓하며 가슴을 치곤 한다(한번 떠오른 기억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말이다).

새벽부터 등교하여 몇 바퀴 미친 듯이 돌던 중학교 운동장. 역한 냄새를 풍기던 반지하의 집. 사람들로 북적이던 새벽 도매 시장.  물 비린내 나던 식당 등…


가난한 사람은 까다로워요. 가난한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쳐다보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곁눈질로 쳐다봅니다. 주변을 항상 잔뜩 주눅이 든 눈으로 살피면서, 주위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씁니다. 누가 자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경을 씁니다. - P162


돈이 없을 때는 그것 자체로 서러운데 사실 그것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에도 수중에 돈이 없었던 적이 오랜동안 이어졌는데 모임 회비조차 없어서 몇 년간은 친구들과 연락을 아예 단절했었던 기억이 난다. 

독서든 문화 생활이든 기본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임을 이해한다.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책을 살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것을 할 시간조차 없음을 말이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재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겁니다>라고 그는 말하겠죠. 하지만 그래요, 그는 거지입니다. 하지만 그는 존경할 만한 만한 거지입니다. 노동의 가치에 비해 돈은 조금밖에 못 벌지만, 아무에게도 굽실거리지 않고 먹을 것을 구걸하지도 않으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꽤 많습니다. [중략] 가난한 것이 죄는 아니잖습니까. - P220

<너 하나만을 위해 사는 것은 이제 그만해. 너는 가난한 구두장이가 아니잖아. 그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너는 애들도 건강하고 마누라도 밥 달라고 보채지 않잖아. 주위를 한번 둘러봐. 좀 더 고결한 무엇을 찾아보라고!>라고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의 옆에는 없단 말입니다. - P225


도스토옙스키의 이런 문장들이 나는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저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장으로 당시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보여 준다고 생각해서다. 계급은 여전히 존재하고 빈부 격차는 지금도 존재한다. 개인 간에 도울 수 없다면 사회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사회 공공망은 너무나 얕고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읽은 ⟪백야⟫도 좋았는데 역시 이 작품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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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생님 200주년 기념판을 읽기 전에 가볍게 읽을 만한게 없을까 생각하다 얼마 전 이 세트를 발견한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도선생님의 작품이 들어가있었고 얼마 전 친구 분의 글에서도 이 책을 발견한 기억이 났다. <백야>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 발표할 무렵이 전작의 실패로 힘들 때라고 하던데 일단 나는 유일하게 읽었던 <죄와 벌>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

읽으면서 좀 피식거리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다.
우울한 인간인데 세상을 향한 시선에 열려 있는 듯하다. 남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어찌 보면 오지랖 넓은 인간인 것 같기도 하고…(처음엔 스토커인줄…)

만약 내가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간다면 마주치는 사람들 중 한 두명쯤은 같은 시간에 나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안 나온다고 해서 딱히 궁금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대의 상황에도 그 사람이 나를 궁금해할까 싶은 것이다.

나는 지금 언젠가 과거에 나름대로 행복을 느꼈던 장소들을 기억해 내곤 일정한 시간에 그곳을 방문하길 좋아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과거에 맞추어 현재를 꾸미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마치 그림자처럼 까닭 없이, 목적도 없이 우울하고 침울하게 뻬쩨르부르그의 골목골목, 거리거리를 싸돌아다닙니다. 회상이란 참 대단한 거죠! (p56)

주인공은 다리 난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한 여자를 봤고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준 일을 계기로 몇 번의 만남을 가진다.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와 떠나는데 나는 ‘아이고야… 순진하다 순진해.’ 했다.

이 작품은 수채화 같다고나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정작 주인공은 되는 일도 없고 곁에 있는 이도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게 맑은 느낌.


나는 몽상가라기보다는 현실주의자다. 그래서 과거에도 이건 안 되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고 판단할 경우 덤비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무모하더라도 해 보는 도전이나 공상들이 혁신적인 일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물론 결과는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고 의도가 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중기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제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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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2-08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께서 이 글에서 말씀하신 이유때문에 소설을 읽고 도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도 이 책 마감헤야하는데 아직 몇 권 남아있어요^^

거리의화가 2024-02-08 12:46   좋아요 3 | URL
<죄와 벌>을 읽을 때는 처연해서 힘이 들었는데 역시 작가는 삶과 작품이 함께 가는 건가 싶었어요. 관찰력이나 묘사력은 역시나 뛰어난 것 같고요.
NOON 세트는 두꺼운 책 읽을 때 중간에 넣으며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stella.K 2024-02-08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사람의 생각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현실주의적 사고를 많이 하는데 뭐 하다가 안 되면 어때 해 보는 게 중요한 거지 하는 때도 가끔 있더라구요. 물론 결과는...ㅠ
저 도 선생 기념판 사 셨군요. 부럽습니다. 300주년 땐 어떻게 나와도 못 살 텐데 그때 사 둘 걸 그랬나 봅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4-02-08 14:13   좋아요 1 | URL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일이 어찌 보면 용기인데 갈수록 그런 힘이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전집은 저때 뭔 생각으로 구매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딱 떨어지는 숫자로 기념할 숫자이기도 하고 양장판에 디자인에 결국 넘어간 것 같아요. 아무튼 사두니까 아까워서라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4-02-08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사람들, 백야 둘 다 좋았어요

거리의화가 2024-02-08 19:46   좋아요 1 | URL
백야 좋더라구요. 역시 초기작부터 좋았다니^^ 앞으로 즐겁게 읽을 일만 남았네요.

희선 2024-02-09 0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여도 나이에 따라 조금 다른 글을 쓰기도 하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도 그랬겠네요 아직 하나도 못 읽어 봤지만... 언젠가 볼 수 있을지...

거리의화가 님 설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새해가 한번 더 오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2-09 14:44   좋아요 1 | URL
네^^ 작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심경에 변화도 있을 때고 아무래도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백야는 아주 짧은 소설이라 언제 기회가 되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희선님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새파랑 2024-02-09 1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야의 저 문장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낭만적인 도스토예프스키~!! 도박만 잘하셨다면...

그레이스 2024-02-09 13: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09 14:45   좋아요 2 | URL
ㅋㅋㅋ 도박은 역시 운인데 운이 안 좋은걸로!~~~ 새파랑님도, 그레이스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CH25] The End of the World

중세 흑사병은 오늘날 선페스트라고 불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역병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감염된다. 당시 중국에서 실크 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이 흑해로 돌아갔고 Caffa(카파)로 전파,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되었다. 중세 사람들은 쥐가 병을 옮긴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신의 심판, 지진, 악마, 나쁜 음식으로 인해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흑사병이 수년간 지속되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여 인구가 급감한다. 귀족들의 농토를 경작할 농노들은 상당수가 죽고 그마저도 남은 이들은 같은 돈으로는 일을 못하겠다며 들고 일어선다. 이중 많은 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성직자도, 수공업자도 도시로 떠난다. 귀족들은 소유한 농토를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땅은 줄어들고 대신 상인이나 수공업자들의 위세가 커지게 된다. 흑사병으로 많은 이들이 사망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CH26] France and England at War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흑사병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전쟁을 멈췄다가 흑사병이 지나가고 나서 전쟁을 재개했다(백년전쟁). 영국왕 헨리 5세는 프랑스로 시집간 선조 이사벨라가 받은 땅을 자신이 상속받고 프랑스왕 찰스 6세의 딸인 캐서린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요구 조건을 내걸었으나 찰스6세가 거부하자 공격을 감행했다. 영국군이 프랑스에 닿을 무렵 군대 내 병이 돌고 겨울이어서 공격을 포기하려고 도망가려했으나 아쟁쿠르 전투에서 승리(백년 전쟁의 전환점)하면서 원하던 것을 모두 얻는다(영국왕=프랑스왕). 헨리 5세가 사망했을 때 헨리 6세는 갓난아이 1살이었다. 이 때 프랑스 황태자가 왕권을 되찾으려 했다. 프랑스인들 중에는 황태자가 왕이 되길 원하는 부류가 있던 반면 헨리6세가 왕권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Burgundian)는 부류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다. 이 때 신의 부름을 받아서 명성을 쌓던 John of Arc가 등장하여 황태자 편에 서서 Burgundian과 영국인들을 오를레앙에서 쫓아내고 승리를 얻어낸다. 황태자는 찰스 7세로 프랑스 왕이 되었으나 남은 Burgundian과 영국인을 프랑스에서 쫓아내는 것 대신 협상을 하고 Joan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는 요술을 부리는 여자로 몰려 유죄를 받고 1431년 화형을 당했고 25년이 지나서야 사건을 재조사받은 끝에 무죄임이 증명되었다. 


[CH27] War for the English Throne

영국도 장미 전쟁이라 불리는 내전이 있었다. 요크셔 가문(흰 장미)과 랭커셔 가문(붉은 장미) 사이의 전쟁이었다. 헨리 6세에게 정신 이상이 생기자 요크셔 가문은 헨리의 사촌 뻘인 자신들의 가문에서 대체자로 요크 공작을 왕으로 민다. 그러나 헨리 6세의 증세가 호전되고 요크 공작은 왕위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헨리 6세 측은 그들을 처리하고 왕권을 수호한다. 요크 공작의 아들인 에드워드가 힘을 키워 헨리 6세를 공격해 그를 감옥으로 보내고 자신은 에드워드 4세로 왕위에 오른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가문에서 좋아하지 않는 엘리자베스와 몰래 결혼하고 엘리자베스가 지나친 권력을 가지는 것에 위협을 느낀 귀족들이 헨리 6세를 다시 왕으로 추대했으나 누군가 그를 살해하는 바람에 에드워드 4세는 치세를 잇게 되었다. 그의 아들이 에드워드 5세가 되었으나 너무 어려서 사촌인 리차드가 그의 치세를 돕기로 한다. 그런데 에드워드 5세가 어딘가로 사라져서 리차드에 대해서 안좋은 말이 떠돌았다. 2년 정도 왕위를 이었다 사촌인 헨리 튜더가 리차드의 왕권에 도전하여 보스워스 전투에서 그를 몰아내고(리차드는 전투에서 사망) 영국의 새 왕이 되면서 장미 전쟁은 끝났다.  

에드워드 4세의 아들인 두 형제는 삼촌이자 호국경이었던 글로스터 공작 리처드에 의해 런던탑에 갇혔다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실종 당시 에드워드 5세는 12 세, 요크공 리처드는 9세에 불과하였다. 에드워드 5세는 대관식을 앞두고 있었으나 실종되어 왕위는 리처드 3세에게 넘어갔다. 런던탑에서 두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앞뒤의 정황을 보면 살해당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리처드 3세가 왕위를 탐해 조카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는 둘이 암살을 피해 탈출하여 신분을 숨긴채 살았다는 설도 있다. 


[CH28] The Kingdoms of Spain and Portugal

스페인에는 아라곤과 카스티야라는 두 개의 강력한 왕국이 성장해가고 있었고 서쪽에는 포르투갈이 있었다. 카스티야의 왕인 엔리케는 스페인을 통합하기를 원했고 귀족 중 Pedro Giron을 이사벨라와 결혼시키는 대신 군을 강하게 만들기를 원했다. 이사벨라(13세)는 그가 나이도 너무 많고(40세 넘음) 술도 마시고 싸움꾼에 난봉꾼이라는 소문에 엔리케에게 결혼 안한다고 말했으나 그는 거부했다. Pedro Giron은 여행을 갔다가 병을 얻어 사망하는 바람에 이사벨라는 결혼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엔리케는 4년 후에 포르투갈 왕과의 결혼을 추진했다. 그는 뚱뚱하고 아버지로 보일 만큼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도 이사벨라는 결혼을 거부했지만 엔리케는 추진했다. 결국 이사벨라는 소문으로 듣던 카스티야의 왕자인 페르디난드에게 접근하여 만난지 4일 만에 결혼하여 카스티야의 왕비가 된다. 1491년 스페인의 유일한 이슬람 왕국이었던 그라나다를 이사벨라와 페르디난드는 무너뜨리고 스페인을 기독교 아래 통합한다. 다만 이 때 유대인들이 스페인에서 쫓겨나는 불운을 겪었다.

포르투갈에 헨리 왕자는 배를 타고 짧게 나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더 멀리 가고픈 욕심이 있었다. 그는 왕의 4번째 아들이었기에 왕위를 상속받을 염려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추진하기에 장애는 없었다. 중세는 음식 저장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향신료인 후추, 정향 등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황금과 상아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어 아프리카 부족을 직접 대면하기 위해 배를 건조하고 astrolabe(태양이나 북극성이 지평선과의 거리를 이용해서 배의 위치를 계산하는 기구)를 개발하여 북아프리카로 향한다.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남아프리카에도 가기를 시도하여 결국 성공한다. 그는 인도를 찾아나서고자 했지만 그 전에 사망한다. 


[CH29] African Kingdoms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이라고 불렀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을 불안과 공포로 느끼고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세 서아프리카에는 가나, 말리, 송가이라는 3개의 강력한 국가가 있었다. 가나는 아프리카 서해안에 접해 있으며 철 제련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가나를 금이 나는 땅이라고 불렀다. 가나는 사금을 채취하여 북아프리카의 아랍 상인들이 왔을 때 금을 주는 대신 소금으로 교환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에는 메마르고 건조한 땅이라 소금이 꼭 필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금 광산은 무척 가혹한 환경이었다. 당시 가나는 금으로 온갖 것을 도배할 정도로 부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아랍 상인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이슬람교로의 개종이 필요했으나 이를 거부하면서 이슬람 제국인 말리로부터 공격을 받아 쇠퇴하게 된다. 말리도 가나와 마찬가지로 황금과 소금이 지나는 길목에 있었다. Mansa Musa가 말리왕이 되자 군을 키워서 이웃 나라를 공격할 생각을 갖는다. 또 그는 충실한 이슬람교인으로 순례 여행을 결심했는데 혼자가 아니라 아내, 아이들을 비롯한 식구들, 요리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까지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메카로 나서게 된다. 그가 가다가 멈춘 길에는 모스크가 지어지기도 했다고(-_-). 하지만 그의 이동 때문에 금이 한꺼번에 많이 유출되는 바람에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그가 죽고 나서 국력이 약해진 말리 대신에 송가이 제국이 떠오른다. 그곳은 땅이 넓은 것이 장점이었다. Timbuktu(팀북투)라고 하는 도시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200개가 넘는 학교가 있었고 의사, 성직자, 법률가, 학자들도 넘쳐났다고 한다. 1526년 Leo Africanus가 서아프리카에 관한 책(History and Description of Africa and the Notable Things Contained Therein)을 쓰고 난 뒤 유럽인에게 이곳이 역설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송가이 제국은 모로코의 침략으로 멸망하게 된다. 


[CH30] India Under the Moghuls

인도를 하나로 통합한 찬드라굽타 이후 굽타 왕조 아래에서 평화로운 치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훈족이 침입하여 여러 왕국으로 쪼개져버렸다. 계속되는 전투와 홍수로 인한 전염병으로 지도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오스만 투르크의 소왕국을 다스리던 Babur(바부르)는 칭기스칸의 후손으로 새로운 땅을 찾아나섰다. Babur는 델리를 정복하고 스스로 황제로 올라선 뒤 기존의 힌두교 공간들을 파괴한다. 그렇지만 통합을 위해서 힌두교는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도의 메마른 땅을 고향과 같이 만들기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들이고 각종 화초를 심고 벤치를 설치하며 정원을 세운다. 이곳은 the Garden of Scattered Flowers로 Ram Bagh라고 불리기도 하며 오늘날에도 Agra에 남아 있다. 

Babur 아들 때 국력이 약해졌다가 손자인 Akbar에 이르러 왕국은 강력해진다. 그는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힌두교를 용인했고 힌두교 공주와 결혼하기도 했다. 그 무렵 사람들에게서 유행하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불운한 사나이 Gulshan에 관한 소문이었다. Akbar는 Gulshan을 황궁 하인으로 고용해 그를 직접 시험해보고자 한다. 아침으로 가져온 빵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고 다리가 갑자기 가렵기도 했으며 농노의 반란이 일어났다. 집사가 오더니 겨울에 보관해놓은 고기에 구더기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가 가장 아끼던 말의 다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는 불운한 사나이가 맞다며 처형당할 뻔 했으나 풀려난다. 다만 다시 하인으로 쓰진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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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2-0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진도 많이 나가셨군요!
완독까지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4-02-08 14:21   좋아요 1 | URL
미미님^^ 아무래도 읽다 말다 하면 동력이 떨어져서 가능한 긴 텀을 두지는 않고 읽고 있습니다. 근데 연휴 때 읽을 수 있을 것인지는ㅋㅋ 중세는 역시 더 과거인 고대보다 이름들이 더 익숙하네요. 흑사병이라던지 장미전쟁이라던지 무굴 제국이라던지. 감사합니다^^
 

2024년 1월에는 이런 책을 읽었다. 대부분 리뷰를 남겼기 때문에 인상 깊은 책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다.


1. 역사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 1/2

갑골문자

애국의 계보학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속자치통감 3~7

1945년 해방 직후사


2. 인문, 사회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빈곤 과정


3. 소설

2023 이상문학상 작품집


4. 에세이

고독한 기쁨


5. 페미니즘

공포의 권력



역사 분야는 아시아사와 한국 현대사를 읽었다.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는 작년 말 현대의 아시아사를 읽고 나서 동남아시아사의 입문서 성격으로 읽은 것이다. '도시'를 주제로 하여 동남아시아를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1권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특히 생소한 경우가 많아서 놀랐다. 2권의 도시들은 국가의 수도를 다루고 있어서 1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13개의 도시 중 5개가 그렇다). 도시별로 저자가 다르기 때문에 글쓰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저자는 일반적인 여행서의 접근 방식을 취한다면 다른 저자는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또 다른 저자는 역사와 문화, 유물을 충실히 설명하는 식이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대부분 각 도시가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했는지,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곳이 유명하고 먹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등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읽기보다는 도시별로 끊어 읽거나 같은 저자가 쓴 도시들을 묶어서 읽는 것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갑골문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의 현대사를 르포 형식으로 담았다. 더불어 중국의 유물과 문자에 관한 기원에 대해서도 전한다. 다큐멘터리나 논픽션 등을 평소 잘 본다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중국 현대사에 관심이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중국과 미국-서방 간 외교적 갈등, 9.11 테러 이후 확실해진 미국인의 이슬람 극단주의자 혐오를 비롯하여 중국 주변 세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단속을 위해 신장 등 중국 내부를 취합하려는 모습도 확인 가능하다. 당시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며 한국의 과거를 보는 듯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었다. 


<속자치통감>은 거란의 역사(요사)와 고려의 역사를 읽으면서 송나라의 역사(더불어 주변국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했다. 고려의 역사와 주변국과의 역사를 확인하면서 보완하는데 꽤나 도움을 받고 있다. 앞부분에는 번역본을 싣고 뒷부분에는 원문과 함께 실려 있으며 분량 자체가 길지 않아 마음에 든다. 


<1945년 해방 직후사>는 말해 무엇하랴. 이 달의 원픽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으며 읽는 내내 후속 공부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인문, 사회 분야의 책들 2권은 모두 좋았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잠시나마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변에 있지만 외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문제는 이것이 나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임에도 돌아보지 않는다는데 있다. 


간만에 한국 단편 소설을 읽었고 좋은 에세이를 읽었다.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이었는데 이럴 때는 이성을 내려 놓고 마음으로 절로 다가가게 된다. 덕분에 관심이 가는 한국 작가가 생겼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으며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공포의 권력은 참 어렵게 읽었다. 가장 어렵게 읽어서 그런지 애증을 갖게 되기도... 그래도 아브젝시옹에 대한 어렴풋한 개념을 정리하였고 앞으로 읽는 책들은 상대적으로 이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달 인문/사회, 에세이, 소설,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역사책을 읽는 만큼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는데 이제 철학과 과학 분야의 책도 조금씩 늘려가며 읽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달에 읽을 예정인 책들을 뽑아 보았는데 당연히 변동 가능성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200주년 기념판)은 한참 전에 사두고 이제야 시작한다. 매달 한 권씩이라도 읽을 수 있었으면... 어쨌든 가장 얇은 가난한 사람들부터 시작할 것 같다. 문제는 이거 북플에서 읽음 처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전집으로만 검색되어서 낱개가 확인이 안된다(전집으로 체크하면 1년 뒤에나 읽음될 것 같은데-_-). 


<침묵>(제발 읽자)과 선물 받은 맞춤법 책, 이달의 페미니즘 책, 솔닛의 에세이가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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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2-04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읽기의 정리가 필요하더라구요.
저도 통감은 하는데 잘 안되네요. 한 달 돌아보기가 참 어려워요.^^
역사 읽기는 작년의 목표였는데... 그것도 잘 안되었고... 반성하게 됩니다.
역사서를 두루두루 읽으시고 꾸준히 읽어나가는 모습 너무 멋지십니다!

거리의화가 2024-02-05 09:09   좋아요 1 | URL
귀찮지만 달마다 이렇게 정리해놓으면 한 해가 마무리될 때 정리하기 훨씬 수월하더라구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고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4-02-04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침묵>을 아직 안읽으셨다니 의외입니다~!! 침묵은 딱 화가님 스타일의 작품일거 같은데...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아마 전반기에 다 읽으일거 같아요~! 읽다보면 빨려듭니다. 잃시찾보다 훨씬 읽기 좋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2-05 09:10   좋아요 1 | URL
<침묵> 새파랑님 리뷰 읽고 사둔 책인데 너무 묵혀서 민망할 지경이라 꼭 이번 달에 읽어보려고요.
읽기 전이지만 잃시찾보다는 도선생님 책이 훨씬 제 스탈일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응원 감사드려요^^

자목련 2024-02-05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월에도 알차고 꽉찬 책들이네요. 억사서 기운데 소설과 에세이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깉고요.
2월에도 책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4-02-05 13:06   좋아요 0 | URL
네.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식 독서에서 조금씩 다른 분야도 읽자 생각하고 있어요.
자목련님도 2월 독서 즐겁게 만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