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죽(毛竹)'이라는 게 있다는 건 작년인가 재작년 자기계발서 교열교정 작업 중에 알게 되었다.

모죽은 중국 대나무로 씨를 뿌린 뒤 5년 동안 조그만 순만 틔우고 꿈쩍도 안하다가,  

어느 날 하루에 80센티미터씩 쑥쑥 자라서 몇 주 만에 30미터까지 자란다는 것이다.

 

물이 끓기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던 냄비속 물처럼 모든 사물에는 임계점이 존재하며

여기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치로 모죽이 인용되고 있었다.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다른 원고의 저자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죽'에 대한 썰을 펼쳤다.

 

세 번째 모죽 인용 저자는 안타깝게도 모죽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얼렁뚱땅 소개하여

글의 감동이 훨씬 덜했다.

나는 성의껏  '모죽'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원고에 보탬으로써 빈약한 페이지를

풍성하게 살렸다.

그랬더니 편집자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앞으로 책을 낼 출판사에 상관없이

자신의 원고를 모두 나에게 맡겼으면 하는 저자가 한 명 생겼다고...

 

새마을운동 정신을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새로운 용어를 입에 올렸다.

'퀀텀점프(Quantum Jump)'로 퀀텀은 물리학 용어라고 한다.

퀀텀점프는 어느 순간 비약적으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도약' 정도가 될 것이니 그런 면에서 모죽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지금의 고생을 참고 이겨내면 분명 눈부시게 도약하는 인생의 순간이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우리나라에서 모죽을 제일 먼저 자신의 책에 소개한 사람이 누군지

그게 몹시 궁금했다.

얼마 전 교보에 갔을 때 청년들의 멘토로 부상한 베스트셀러 저자의 책이 눈에 띄어

혹시나 싶어 훑어보았다. 역시나 '모죽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책의 발행연도를 보니 그 역시 모죽 씨를 숨겨가지고 들어와

우리나라에 처음 전파한 사람은 아니었다.

 

'퀀텀'이라는 단어를 처음 찾아본 건 3, 4년 전

'인생의 도약'에 대한 원고를 한 출판사로부터 전해 받고서이다.

찾아보니 '벼룩'이 튀어나왔고, 심지어 국내 어떤 미용단체와 침대회사에서도

 '퀀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침대는 그렇다고 치고, 미용과 퀀텀은 무슨 상관관계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릎을 딱 쳤다.

'빠마"를 처음 하면 무지 어색하고 이상한데 꾹 참고 손질을 잘해주면

어느 순간 무지 자연스럽고 예쁜 웨이브를 갖게 된다, 뭐 그런 뜻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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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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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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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1-0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점프의 그 순간까지는....닥치고 참으라..는 말도 숨어 있군요....(이거 무서운 말이군요)

로드무비 2014-01-02 13:43   좋아요 0 | URL
닥치고 있으라는 숨은 메시지꺼정!

역시 메피님은 훌륭하십니다.^^

2014-01-05 0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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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7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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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1 0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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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1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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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무 창비시선 368
정희성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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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용서하소서

그가 왕이 되었으니

나는 평생 역적으로 살았습니다

말로써 무엇을 이루겠나이까
나는 기교를 버렸습니다

지상에 눈이 어두운데
하늘의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비로소 여기

천지를 헤매다 가겠나이다

 

    - 정희성  詩 <고백> 전문

 

 

지난주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의 허름한 복(복어)집에서
1990년대 초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을 만났다.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그때 우리가 집중적으로 읽은 책은 이기영, 한설야 등 신경향파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구성원들도 다양했다.

기자, 대학생, 회사원, 교사, 백수 등.

 

나는 늘 그렇듯이 책은 얼렁뚱땅 대충 읽고 가서 입도 떼지 않고 있다가

몇 차가 됐든 뒤풀이 술자리에 끝까지 남는 인간이었다.

나의 장점은 어떤 모임이라도 친구든 후배든 한 명 따로 챙긴다는 점이다.

그 모임에서 챙긴 건 지난주 만난 선배와 후배다.

 

어쩐지 마음이 가는 또래 친구도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지난해 연말 홍대앞 모임에 나오더니

우리를 타락한 백조파 작가 보듯 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 우리 모임 카톡 방에서 퇴장해버렸다.

낮에 우리 동네 극장에서 혼자 봤던 <잉투기>가 재밌다고  떠들던 참이라

무참했다.(그 심사가 짐작이 되어서!)

 

내가 얘기하는 중에 누가 참지 못하고 방을 나가다니,

사는 건 충격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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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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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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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2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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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1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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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는 공장 굴뚝 위로

웬 연기일까, 다시 보니

햇살과 구름 그늘 헤집는 긴 항렬

철새 떼 지어 날고 있다

어디선가 추위 몰려오는가, 탁발로

고단한 길들이

악착같이 구불거리며

이어졌다 끊어진다, 가난은

함께 끊고 함께 잇는 것

울음소리가 틔워놓은 동절의 하늘로

철새떼 간다, 한 입

이 빠진 식탁에 둘러앉으려

 

       김명인 시 , <악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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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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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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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장 굴뚝에 연기가 더 자주 팡팡 났으면 좋겠습니다.
철새가 지나가며 만드는 연기 말고요...^^
시인은 시 제목을 다른 말 다 두고 <악착>이라고 붙였군요.
악착이란 단어가 이렇게 절절하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
로드무비님,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로드무비 2013-12-24 21:19   좋아요 0 | URL
hnine님~
오늘 낮에 김명인 시인의 이 시와 권정생 선생 <빌뱅이 언덕>에 나오는 '악착'이라는 단어 가지고 페이퍼 쓰려고 알라딘 들어왔다가 시만 간신히 옮겨 적었는데요.
이 시가 페이퍼로 떠억하니 올라와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말 반가워요.
저의 실수가!^^

마태우스 2013-12-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저랑 님이랑 들어오는 시기가 엇갈려서 그런지 통 님한테 인사를 못드렸네요. 서재 화제의 글에서 님 존함 보고 "어 그 로드무비님인가" 했답니다. 반.갑.습.니.다.

로드무비 2013-12-25 21:5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알라딘이라는 공간은 참 특별해요.
몇 년 만에 봐도 어제 본 듯 반갑고!^^
 

어젯밤 <나에게서 온 편지>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검색해 봤더니
바로 내가 열광해 마지않는 종류의 영화였다.

광화문이나 안국동 아니라 전라도 광주라도 바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럴 수가, 우리 동네 극장에 오늘내일 딱 이틀 상영 일정이 잡혀 있는 거다.

 

냉커피를 타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 냉동실 생수병에 꽝꽝 얼려 두었던
양파 끓인 물을 가방에 던져넣었다.

급한 마음에 무단횡단도 불사하고 싶을 정도인데
아뿔싸, 건널목도 아닌 곳에서 흔들흔들 몸을 흔들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그녀와 마주쳤다.

비교적 젊은 나이(60대 초반?)에 풍을 맞은 것으로 짐작되는 우리동네 주민이다.
냅다  달려가 팔짱을 끼고 그녀를 아파트 쪽 인도로 안내하는데,
반가운 빛을 숨기지 않고 묻는다.
자신은 치료차 D대 병원에 다녀오는데 이 더운 날씨에
어디에 가느냐고......

"극장에 갑니다" 했더니 영화 제목을 묻길래 "프랑스 영화"라고 얼버무렸더니,

차들이 씽씽 다니는 차도 한가운데서 "나도 프랑스 영화 봤는데!" 하는 것이다.
궁금해서  "제목이 뭔데요?' 물었더니, <아무르>라고 했다.

그리곤 묻지도 않았는데  인도영화도 봤다고 덧붙이는 것이다.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제목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아무리 외롭다곤 하나, 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영화 취향이 같은 친구를 만났다곤 하나,  
차들이 씽씽 다니는 도로 위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두 영화 모두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바로 달려가  보았다.

<아무르>는 개봉 몇 주 전 ,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무슨 행사의 일환으로 봤는데
영화가 끝난 후, 표를 구하지 못한 60대 초중반의 여성이 
로비에서 우리 일행을 붙잡고 간절한 얼굴로 물었다.
'영화 어때요?" 라고.

그 얼굴에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박함이 흘렀다.


영화 시작 전 자리를  잡고 앉아 꽁꽁 언 생수병을 꺼내 한 모금 마셨더니
이상하게 건건찝질하다.
한참 생각해 보니 멸치와 무와 다시마와 대파와 표고를 넣고 끓인 육수 얼린 물.

나는 냉커피 대신 조금씩 녹는 육수를 감질나게 마시며 영화를 보았다.

 

사는 게 황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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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1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진하게 육수를 끓이셨으면....커피색이 나올까요...??

로드무비 2013-08-13 11:41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반갑슴돠.
이상하게 님만 보면 어깨가 올라가면서 말투가 불량해져요.ㅎㅎ
육수가 하도 맛있어서 몇 병 만들어 내다팔아볼까 생각중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8-13 11:4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껌도 씹고 침도 뱉으면서...가 붙으면 완벽한 불량빙의...ㅋㅋㅋ

로드무비 2013-08-13 1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프레이야 2013-08-1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ᆞᆢ 전 내일 이 영화 볼 생각이에요. 뭔가 감동받고 훈훈해지고 싶은 간절함^^

로드무비 2013-08-13 11:4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 보고 나면 뭔가 끄적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것입니다. 저처럼요.^^

2013-08-13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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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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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0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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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3-08-1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수를 마시며 영화를 보다니... 왠지 흐믓합니다.

로드무비 2013-08-13 11:51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보냉병에 맥주는 어떨까요?^^

조선인 2013-08-15 08:15   좋아요 0 | URL
꺄아아 좋아요 좋아요. 다음번에 저도 도전을. 응??

로드무비 2013-08-19 01:16   좋아요 0 | URL
옛날에 강남의 모 극장에서 <일 포스티노>를 맥주 마시며 봤거든요.
캔맥주를 까만 비닐봉다리에 숨겨서...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 좋은 걸 왜 잊고 있었을까요?ㅎㅎ

2013-08-13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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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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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3-08-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드무비 님 반가버서,, 글렁글렁(*.*)해요.
육아 치여 개봉관 영화는 지브리,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제작류뿐인 와중에도
이 영화 예고편을 우연히 보고,, 저건 하늘이 두쪽나도 당장 봐야지 했었는데 찌찌봉요~~~ ㅋㅋ
일단 보고 나서 다시 ㅋㅋ
ㅠㅠ 로드무비 님 이 영화 개봉관이 이렇게 없을수가요

로드무비 2013-08-13 15:07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이게 을마만입니까?
그런데 부근에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요?
가까운 거리지만 저도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했는데
어제는 정류장 불볕 속에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카루님도 꼭 그 기쁨을 맛보시길!^^

건우와 연우 2013-08-1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답답해 부아가 나는 날은 껄렁거리며 햇빛쏟아지는 거리를 홀로 가로질러 영화관에라도 가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요?

.
.

아, 영화관에 가고 싶어요, 무얼 보고싶은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 볼 일이고...

로드무비 2013-08-19 01:12   좋아요 0 | URL
건우와 연우님, 멋진 영화 발견하면 알려드릴게요.
극장 가서 좋은 영화 보면 기분이 나아집니다.
어떤 영화는 그 기분이 사나흘 가기도 해요.^^

2013-08-20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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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0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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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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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 1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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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8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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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1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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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1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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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1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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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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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7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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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0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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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0 1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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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1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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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3 0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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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0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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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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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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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1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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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충무로의 한 극장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직접 연출한 영화
<콰르텟>을 보았다.

은퇴한 오페라 가수들이 모여 사는 '비첨 하우스'가 배경이었는데
 나는 처음 영화 소개 글을 읽을 때 '비첨'을  '비참'으로 읽었다.

영화 중간에 자막이 통째 사라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나를 포함, 이삼십여 명의 관객은 휘파람을 불지도 않고 야유를 퍼붓지도 않고
점잖게 자리에 앉아 자막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어쩌다 아는 단어가 한 개씩 귀에 걸리면  대사를 눈치로 때려잡으며 흐뭇했다. 
그 재미가 얼마나 좋았는지 이렇게 영화가 끝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5분이 지나도 자막이 돌아오지 않자 성질 급한 누군가가 달려 나가고

안내원이 나타나고 또 5분쯤 지나서야 겨우 사태가 수습되었다.

 

<콰르텟>은 엔딩 크레딧이 아주 중요한 영화다.

음악과 함께 매기 스미스를 비롯한 주인공 역할의  배우들 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첨하우스 속 실제인물(은퇴한 오페라 가수들)을
한 명 한 명 젊은 날의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는 젊은 날의 사진과

몇십 년 뒤 현재의 모습을 대비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이상하게 영화 속 그런 장면에 환장했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누군가 나타나 화면을 가로막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영사기사(?)였다.

사람들이 비로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좀 비켜달라고.

그는 그 큰 몸으로 화면을 가로막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과를 계속했다.

 

그는 마지막 관객이 모두 극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굳건하게 자리에 서서

한 명 한 명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죄할 작정인 듯했다.

그의 앞을 지날 때 눈을 맞추거나 괜찮다고 말해주는 관객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며 뭐라고 뭐라고 입속으로만 달싹였다.

내 뒤의 시인 언니가 큰 목소리로 괜찮다고 그를 격려했다.

 

우리 일행은 경복궁앞의 한 식당에 늦은 저녁으로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갔다.

아직 차가운 봄밤에 도다리쑥국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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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7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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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0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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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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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3-04-0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부비부비.

로드무비 2013-04-08 13:58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아그들 많이 컸겠어요.
그나저나 부비부비~라고 쓰려니 어색하네요.헤헤

Mephistopheles 2013-04-0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콰르텟에서 도다리 쑥국으로 점프를 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니...이히히히히.

로드무비 2013-04-08 13:56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그게 저의 특기잖아요. 헤헤헤~

2013-07-14 0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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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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