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감독의 장편영화 <나무 없는 산>은  국내 개봉 전 <민둥산>이라는 제목으로
인구에 회자됐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손에 이끌려 시골에 내려와
고모에게 맡겨진 진과 빈, 어린 자매 이야기.
<여행자>는 그 자신 프랑스에 입양된 우니 르콩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1970년대 중반 아빠 손에 이끌려 서울 변두리 보육원에 맡겨진 9세 소녀의 성장기다.
그런데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 두 영화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고모(김미향)와 보모(박명신) 역의 연극배우 출신 두 중견배우였다.


 




 

 

 

 

 

 

 

 

 

 





  

 

 

 

 

 

 

 

동생 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번쩍번쩍하고 치렁치렁한 하늘빛 드레스만 입기를 고집한다.

 



 

 

 

  





 

 

 

 


 “산으로 올라가고 싶어. 산 뒤로 내려오고 싶어.
강에서 헤엄치고 햇볕 쬐고 모두에게 잘하고 싶어.”

고모가 그나마 아이들 돌보기를 포기하고 산골 오지 외가에 그들을 맡기러 갈 때
자매가 부르는 노래
(영화 <나무 없는 산>)

 






 

 




아이들에 둘러싸여 밤마다 화투 패를 떠보는...보육원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처녀 역, 고아성.
영화 '괴물'의 그 매점 소녀가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몸빼 바지 차림의 보모, 손으로 바느질 한 광목이불...  창밖으로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 
배경은 1970년대 중반이다.
 

 



주인공 진희 역의 김새론 양은 한마디로 매서운 연기를 펼친다.



  

 



 

 

 

 

 

 

 

 






보육원에 맡겨지기 전 아빠와 함께 한 시장통 식당에서의 마지막 만찬.
진희는 아빠(설경구)가 마시는 소주를 한잔 달래 꿀꺽 한 모금 맛보고
자청해서 노래를 부른다.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사 뉘우칠 거야~


두 영화에는 각각 보기만 해도 신산스럽기 짝이 없는 여인들이 나오는데
어느 날 갑자기 두 조카를 떠맡게 된 시골 고모('나무 없는 산, 김미향)와
아이들을 지켜보는 보육원의 보모(여행자, 박명신)가 그들이다.

'어디서 봤는데!' 했더니 고모 역의 김미향은 영화 <밀양>에서
끈질기게 신애(전도연)를 전도하던 약국 여자였다.(박명신은 영화 <우리 동네>에서...)
<밀양>을 관람할 때 나는 그녀가 현장에서 캐스팅된 동네 약사인 줄 알았다.
<나무 없는 산>의 혼자 사는 고모 역도 마찬가지.
시장통의 허름한 식당에서 배고프다는 아이들을 구석에서 맨입으로 기다리게 해놓고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는 심통스런 얼굴이라니!
조카의 얼굴에 조그만 상처를 낸 아이의 엄마를 찾아가 악다구니 끝에
두어 장의 지폐를 타내어 그 돈으로 술을 사 마시는 장면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혹, 내가 우리 동주에게 저런 고모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나무 없는 산>의 고모 역, 김미향. 김 약사, 고모, 딱 그 사람.
이 연기자에게 매료되어 한동안 그녀의 블로그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몰래 들락거렸다.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진과 빈은 산이라고 오른 시커먼 흙 위에서 썩은 나뭇가지를 심는다.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진희는 입양을 받아들이고,  혼자 비행기에 오른다.
고모와 보모는?...나는?

 

***두 중견 연기자와 함께 아이들이 부르는 청아한 노래가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들은
다르면서도 무척 닮아서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라도 한자리에 정리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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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9-11-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장례식의 멤버]보셨나요?
거기서도 박명신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죠.

로드무비 2009-11-13 22:18   좋아요 0 | URL
장례식의 멤버와 제불찰 씨는 못 봤습니다.
압구정동이 너무너무 멀더라고요.

twoshot 님은 영화란 영화는 전부 보시나 봐요.^^

2009-11-13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3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살 때도 인터넷으로 사기보단 역시 서점에 가서 사야 제맛이다.
서점에는 시시한 책이나 사고 싶지 않은 책도 진열되어 있다.
그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갔다가 전혀 다른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책이 의외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루는 책을 뒤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깨를 두드렸다.
"다케시 씨, 한 달 만이네요, 여기 오신 거."
그분은 작은 목소리로 "당신하고 나만의 비밀입니다"하는 느낌으로,
"전 책도둑 감시 담당이에요"하고 가르쳐주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우산까지 들고 평범한 손님 같은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1년 조금 지나 더운 계절에 갔을 때였다.
또 같은 아주머니가 스윽 옆으로 다가오더니,"오랜만이네요"하고 말을 걸어온다.
이번에도 장바구니 같은 걸 들고 가볍게 서점에 들른 아주머니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아주머니는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케시 씨, 이번 달로 그만두게 되었어요.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3년 동안 세 번밖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책도둑 감시 담당"이라고 인사를 건네온 도입과,
"오랜만이네요"하는 전개와, "이번에 그만두게 됐어요"하는 결말이 갖추어져서
한 편의드라마가 되었다.
이것이 영화 소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길게 찍을 것도 없다.
15초짜리 신 3회로, 그 아주머니의 인생을 단편영화로 그릴 수 있으리라.
인터넷서점에서는 그런 경험도 할 수 없다.
별것 아닌 사건이지만, 의외로 이런 일이 인생의 맛이 아닐까.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절대 그런 경험을 할 수 없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  160쪽 중에서)




<그들 각자의 영화관>처럼 <그들 각자의 책방>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단편영화가
만들어졌다면 기타노 다케시는 '책도둑 감시 담당 아주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우리는 책방에서 어슬렁어슬렁거리며 직접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인터넷서점이 주는 편리성과 몇 푼의 적립금과 맞바꿔 버렸다.
소중한 것을 너무 헐값에 처분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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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11-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다케시인줄 알았어요;;; ㅋㅋ

로드무비 2009-11-13 15:30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 저 좀 다케시 풍이잖아요.
건들건들.=3=3=3

Arch 2009-11-1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 전에 동네 서점에서 빛깔있는 책들에서 나온 '전통주'에 입맛을 다시다가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단 생각에 안 샀거든요. 검색해봤더니 도서관에 없어서 꼭 그 서점에서 사려구요. 적립금은 물론 저처럼 전통주 취향인 지역민을 알아봐줄리 없는(안 웃기다.^^) 서점이지만 저도 그렇게 어슬렁거리는게 좋아요.

소중한걸 잃은 후에 안타까워하면 정말 안 되니까, 베스트셀러 1위가 해커스 토익인 우리 동네 서점이지만, 부지런히 다니려구요. (서점 비꼬는게 아니라 안타까워선데 댓글이 뭐 이렇담!)

로드무비 2009-11-13 15:32   좋아요 0 | URL
서점에서 사야 꼭 완성되는(기분에!!) 책이 있습니다.
전통주도 왠지 그럴 것 같네요.^^

걸음걸이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어슬렁어슬렁거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너무 엄선할 것 없고
닥치는 대로 읽는 여유가 좋은데
나이 때문인지 신종 플루 때문인지
언제 세상을 하직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영화 하나 책 한 권도 야박한 시선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2009-11-1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3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3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9-11-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님이 글을 읽네요,
저도 서점에서어슬렁 거리는것 좋아하는데 책만 열심히 구경한다지요,,ㅎㅎ

로드무비 2009-11-13 16:25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랜만에 서점에 갔을 때도 책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마일리지며 적립금 생각에 아예 내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울보 님, 류 정말 많이 컸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고 싶은데 집근처엔 체인화된 대형서점 밖에 없는데, 이 대형서점은 인터넷 서점이랑 똑같아서 최신간만 배치되어 있는데다, 심지어 알라딘 1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대형서점 프런트에도 똑같은 책들이 깔려 있어요. 그래도 자주 놀러 가서 책냄새를 맡곤해요.

풀무질 같은 사회과학서점에 이메일이나 전화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는 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슬슬 걸어다니며 나를 유혹하는 낯선 녀석들과 눈이 맞고 싶은데 말이죠.

로드무비 2009-11-13 16:35   좋아요 0 | URL
휘모리 님, 유혹하는 낯선 녀석들을 처음에는 진짜 사내들로
읽었습니다.
눈이 맞았다고 쓰셔서 말이죠.ㅎㅎ

알라딘도 그렇고 전 무조건 한번 마음 준 곳을 고수하는 편인데
책도 어떻게 사는 게 현명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편하다고 눌러붙는 것보다는.

동네 조그만 책방 주인을 꿈꾸는 사람 이제는 없겠죠?

2009-11-13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3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주의 2009-11-14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 구경하며 고르는 맛은 인터넷질로 고르는거랑 또 틀리지요.
ㅎㅎ.
그런데 작은 책방 꿈꾸는 사람도 잘 없고
학교앞에서 참고서를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곳 같은데는
왠지 불편하더군요.

얼마전에 퇴근한 짝지님하가 얼굴을 찡그리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장비기사라서 먼지랑 좀 친함.)
작업하는데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들어가서 책을 물었더니 제대로 듣지도 않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가라고 다른데가보라고 하더라고..
(무척 서운한 얼굴이었습니다)
이런 서점은 사람 끌어들이는 서점이 되기 힘들겠지요?

로드무비 2009-11-15 01:14   좋아요 0 | URL
전 아주 어릴 때 꿈이 책방 점원이었어요.
나중엔 간이 커져서 작은 책방 주인을 꿈꾸기도 했지만...

스누피 님, '짝지님하'라는 호칭이 참 다정하네요.
장비기사라니, 정말 유능한 기능인이십니다.
중장비 기사의 준말 맞지요?(혹 아닐지도...)

책을 정말 좋아해서 손실을 각오하고 동네에 조그만 서점을 열었다고 한들
교과서와 잡지만 사러 온다면 김이 빠질 것이고
설령 좋은 책만 귀신같이 골라내는 단골이 몇 있다고 한들
뭐가 또 크게 다르겠습니까.

나 자신 믿음직한 고객이 될 자신은 없으면서 주인에게 바라는 건
또 많을지도 모릅니다.
스누피 님 댓글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들 각자의 영화관 (총33편)
구스 반 산트 외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보지 못하고 며칠 전 집에서 '쿡'을 통해 챙겨본 영화가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었다.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스케치한  
33편의 '극장' 혹은 '영화'에 관한 3분짜리 에피소드.
신기한 건 3분짜리 짧은 단편에 그것을 만든 감독의 체취와 입김이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는 점.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 편에 나온 잔느 모로는
나를 충격에 빠트렸고, 늙어서 더욱 빛나는 여배우의 또다른 아우라에 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역시 기타노 다케시구나, 이키 아우리스마키구나, 차이밍량이구나,
라스 폰 트리에구나......(10여 편 정도 영화와 감독을 대강 알아맞혔다.)

제일 웃겼던 건 역시, 켄 로치였다.

표를 끊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선 극장 로비에서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함께 볼 영화를 고르고 있다.
그들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불평을 늘어놓는데 부자는 좀처럼 영화를 고르지 못한다.
볼멘소리가 나오고, 또, 그들 부자를 옹호하는 중년여성의 대꾸가 이어진다.
결국 그 부자는 영화를 고르지 못하고 축구나 하자며 극장을 빠져나간다.('해피엔딩')

영화나 극장과 관련해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봤다.
두어 달 전 광화문 미로 스페이스에 <요시노 이발관>을 보러 갔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 작품인데도 이상하게 이 영화는 별로 땡기지 않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결국은 미련이 문제다.

좋은 일은 잘 모르겠는데, 나쁜 일은 예감이 '백발구십중'이다!
영화는 하품이 나올 만큼 내용이 너무 빤해서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빠져나오느라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방과후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챙기고 메모를 남기고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한
그 모든 행동들이 무색하기 짝이 없었다.
도무지 극장 로비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나는
30분쯤 뒤 연이어 상영되는 최민식 주연의<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티켓을 끊고 말았다.

빈속에 김밥이라도 한 줄 먹으려고 영화관을 잠시 빠져나왔더니
알렉스와 호란 등 클레지콰이 멤버들이 지나갔다.
(그 얼마 전 안국동 모 극장에서 <걸어도 걸어도>를 조조로 보던 날에는
삼청동수제비집 앞에서 이를 쑤시고 있는 이동관 딴나라당 대변인을 봤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 편 에피소드도 무지 웃겼다.
시사회 때 영화는 보지 않고 귓속말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한 영화 평론가의
면상을 망치로 후려갈기는 영화감독의 이야기였다.

망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살다보면 때때로 흉폭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기타노 다케시 편이었던가,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도 잠시 화면이 나왔는데
남양주 살 때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에 <키즈 리턴>을 보러 갔다가
10분 늦었다고 입장을 안 시켜줘 허탕을 치고 나왔다.
돌아나오는 길,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좀 뜬금없지만,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관객이 조금 늦게 와도 입장을 시켜줬으면 좋겠고 김밥이나 샌드위치 정도는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
(맥주도 팔면 더 좋고.)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뜨지 않는 예술영화 관객 노릇도 더이상 못할 짓이라는 생각.

어느 날 오후, 낙원상가의 극장에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더니
나 같은 인간들이 수십 명,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미동도 없이......   

 






'어느 좋은 날', 기타노 다케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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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9-11-1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근)이 기회에 관람 중 팝콘이나 핫도그를 마음껏 먹어도 되는 상업영화 관객으로 넘어오세요.

로드무비 2009-11-11 14:32   좋아요 0 | URL
압구정 CGV에는 생맥주도 팔더군요.
그런데 극장이 너무 멀어서......

팝콘이나 핫도그는 안 땡깁니다.=3=3=3

Arch 2009-11-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느 모로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누구의 옆엣가지처럼 삐져나온 역할이 아니라 매혹적인 배우로 연기하는건 어떤가란걸 확실히 보여줬어요.

김밥은 미리 사가서 먹으면 안 되나요? 전 번이며 베이글까지 싸가서 먹었는데. 물론 조용히! 팝콘이며 콜라 쩝쩝대는 소리가 싫긴 한데 또 배가 고프면 그렇고...^^

로드무비 2009-11-11 15:21   좋아요 0 | URL
아까 잠깐 '쥴앤짐'과 '네멋대로 해라'가 헷갈렸어요.
잔느 모로는 늙어서도 정말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죠?

Arch 님, 이 영화 속 극장들은 하나같이 담배연기며 음식냄새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소란스럽잖아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싫지만, 한편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전 숨어서 쩝쩝거리며 먹는 쪽입니다.^^

Arch 2009-11-11 16:34   좋아요 0 | URL
아하, 네 멋대로 해라도 찍었나 했는데. ㅋㅋ 맞아요. 쥴앤짐, 트뤼포. 다 아는건 아닌데 괜히 아는척 해보고 싶은 영화, 배우였어요.
아, 시네마천국 생각나요. 키쓰신을 자르라고 종을 울려대는 사람의 머리 위로 뭔가 떨어지고, 그 왁자지껄함. 그 얘기였구나..^^

Forgettable. 2009-11-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스폰트리에의 에피는 정말 재미있네요!! 왠지 딱이에요!
아, 이 영화 정말 보고싶어지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9-11-11 15:29   좋아요 0 | URL
제 이야기에 빠져서 정작 소개하고 싶었던 몇 편의 에피소드를 놓쳤네요.^^
라스폰트리에 편 정말 후련했어요.
(라스 폰 트리에입니까, 라스폰트리에입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죠.)

Forgettable. 2009-11-11 15:46   좋아요 0 | URL
라스 폰 트리에 로 쓸걸요 ㅎㅎ 흥분해서 그만;;;
이번에 신작 나왔던데 무서워서 못보고있어요.ㅎㅎ
개봉 안할 것 같아 좌절했는데.. 벌써 어둠의 경로에는 쫙 깔렸더군요-_-

로드무비 2009-11-11 16:57   좋아요 0 | URL
저도 잠깐 헷갈려서 찾아볼까 했는데 또 귀찮더라고요.ㅎㅎ

<바흐, 이전의 침묵>을 보고 나와 잠시 영화에 대한 멀미를 느꼈습니다.
함께 떠들고 웃고 먹고 마시며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향수가 물밀듯이...

조선인 2009-11-1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꼭 가방에 커피 숨겨서 갑니다. 콜라 마시는 소리나 커피 마시는 소리나 매 일반일텐데, 왜 콜라는 되고 커피는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

로드무비 2009-11-11 16:51   좋아요 0 | URL
맥주 캔을 사서 까만 비닐봉지에 숨겨갖고 들어가
봤던 영화가 갑자기 생각 나네요.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였죠, 아마.
영화 제목이 생각 안 나네요.

영화 보면서 맡는 남의 커피 냄새는 얼마나 황홀한데요.^^

2009-11-11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이 막다른 골목 아닌 적이 어디 있었던가' (손택수 시 중에서)

바다를 바로 눈앞에 끼고 꼬불꼬불 도는 부산의 산복도로 골짜기 동네에는
100만 명이 넘는 부산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범일동에서 시작하여, 수정동 초량동 영주동 대청동을 지나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지나......

사흘간의 촬영을 마치고 "산복도로의 끝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스태프의 질문에
한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산복도로는 끝이 없다!"







산복도로 위에는 내가 태어난 메리놀병원이 있고,
대학 1학년 때  짝사랑했던 머스마가 다니던
계단 가파른 남자 고등학교도 있다.


학교 졸업하고 몇 년째 펑펑 놀며 혼자 책 읽고 영화 보고 돌아다니는 게 미안해서
한 가톨릭 모임에 들어가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점자는 너무 어렵기도 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에스코트하는 게 더 적성에 맞았다.
어느 날 1대1 봉사(수녀님과 기사님 포함 전체 열두 명)로 동광동 사는
세실리아 아줌마를 모시고 2박 3일인가  미리내 성지에 다녀왔는데,
그만, 봉고차를 운전했던 청년과 눈이 맞아버렸으니......
세실리아 아줌마가 사는 집도 바로 저런 가파른 계단 위.






동네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골목에는 거무튀튀한 평상이 하나 있고
노인들이 사과며 배를 깎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신다.
함흥이 고향이라는 실향민 할아버지, 1.4후퇴 후 거제도에서 피난생활을 하다
이 동네에 정착했는데 거제도 사람들이 얼마나 인심이 좋고 심성이 착했는지
잊을 수가 없다며 울먹이시고.

얼마 전 읽은 유종호 선생의 산문집 <그 겨울 그리고 가을 - 나의 1951년>에는
피난민들을 들이기 싫어 '우리 동네엔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다'라는 방을 써붙인 마을이
그렇게도 많았다는데......
충격이었다.








수정동인지 초량인지 영주동인지 동네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진리길'이라는 명패를 붙인 한 골목의 할머니 전용 카페.
녹차 커피 300원, 대추차 쑥차 500원......

집안일을 하다가 단골들의 성화에 불려나왔다는 주인 아주머니,
"이런 게 좋지, 너무 잘살아도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단 한 번 잘살아보고 나서 저런 말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버릴 수 없는 나의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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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09-10-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 산복도로 얘기가 이곳에 뜨다니 정말 반갑네요. 제가 학교 졸업하고 가장 먼저 취업했던 곳이 산복도로 밑에 있는 대청동/광복동 부근 전자 골목이었답니다. 아아~, 어떻게 변했는지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그때 궁핍했던 부산 생활의 추억이 그립군요.

제가 산복도로를 알게 된 까닭은, 제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 누님께서 대청동에서 산복도로를 타고 올라가다가 그 언덕배기 중간쯤 오른쪽 자락에 살고 계셨는데요, 제가 가서 끊어진 전기선을 이어주고 형광등을 새로 달아드렸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그 당시의 지형이 저 위에 있는 둘째 사진과 아주 비슷했죠(물론 저 위 사진은 대청동 위쪽 산복도로가 아닌, 다른 동의 산복도로 사진인 듯한데요). 저 사진들을 보니까 그때의 옛 추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군요. 옛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아나게 해주신 로드무비(roadmovie) 님의 위 글과 사진,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2009-10-24-맑음. 19:43)

로드무비 2009-10-24 22:55   좋아요 0 | URL
qualia 님, 지난주 프로그램 끄트머리만 보고 안타까워 하다가
오늘 낮 다시보기로 챙겨봤습니다.
제가 부민동에서 태어났거든요.
동광동 인쇄골목에서 딱 한달 이상한 직장생활도 경험해 봤고...

그래서 님이 들려 주시는 동네 이야기가 꼭 제 이야기 같습니다.
(형광등 하나 바꿔 다는 데 두서너 달 걸리는 처지지만 어쨌든...)

페이퍼를 하나 쓰고 싶어 사진들을 좀 긁어모았습니다.
좋아해 주시니 저도 반갑고 기쁘네요.^^

qualia 2009-11-11 04:28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 님, 혹시 동광동 인쇄골목이라면, 대청동하고 붙어 있는 데가 아닌가요? 로드무비 님께서 동광동 인쇄골목을 말씀하시니까, 제 기억에서 또 다른 추억 하나가 호출돼 나오는데요... 제가 잘 가던 실비집이 인쇄골목 쪽에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근무하던 전자골목에서, 광복동 쪽을 바라본 상태에서 대청동 오른쪽으로 한두 거리를 가로질러 가면, 아주 싸고 맛있고 푸짐한 우동(혹은 칼국수)을 파는 실비집이 있었어요. 그 당시 제 월급이 쥐꼬리보다 적었는데요, 그래서 저는 제 나이 어린 동료랑 그 싸고 맛있는 실비집을 자주 갔었죠. 구수한 내음과 함께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우동에다 톱밥 같은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서 먹는 그 맛,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제가 한번 인쇄골목의 한 인쇄소에 업무차 갔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의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지금도 제 귀에 윙윙거립니다. 어쩌면, 로드무비 님과 저는 동일 시간, 동일 공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서로 교차했을지도 모릅니다.^^

로드무비 님의 동광동 인쇄골목 얘기 하나로 매트릭스의 세계가 따로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추억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2009-11-11 02:39)

2009-11-11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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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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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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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2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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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0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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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9-10-2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맞아버렸다" 그래서요? 그래서요?

2009-10-24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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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9-10-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둘레길 첫 마을, 지리산 매동마을 편을 하더라고요. 무한도전 재방을 보다가 친구의 문자를 받고 돌려서 봤는데... 같은 디자인의 야구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야구 모자 앞에 쓰인 '신드롬' '수도왕' '마그마' 같은 단어에 혼자 웃고, 사흘 간의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려는 VJ에게 "차비 줄까?" 하며 서운해하시는 할머니 모습에 짠해도 하고.

후니훈님의 <풍경과 상처>를 앞에 놓고, 읽지는 않고 어느 분의 리뷰를 먼저 봤어요.

"대동여지도에 관한 나의 생각은 '고향'에 대한 생각과 맞물려 있다. 나는 고향에 관한 사람들의 그리움 섞인 이야기나 문학과 유행가 속에 나오는 고향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을 경멸한다. 증오한다라고 쓰려다가 경멸한다라고 썼다. 내 고향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이다. 그 먼지 나는 거리에서 나는 자랐다. 그리고 나는 내 '고향'에서 길 하나 건너간 곳에 있는 회사에서 밥을 번다. 손바닥만한 도심의 공간이 내 한 생애의 공간이다. (중략)

고향에 집착하는 인간을 경멸한다는, 내 서두의 헛된 진술을 나는 이제 파기한다. 나는 속으로 운다. 나는 다시 쓰겠다. 나는 고향일 수 없는 고향에 마음 쓸리우면서 새롭게 고향을 세우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내 고향 서울 종로구는 자동차와 먼지뿐이다. 고산자여 내 고향을 네 대동여지도 속에 넣어다오."

언젠가 다 털고 조용한 산골마을에 돌아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인간을 사랑하는 김훈 선생의 입장에서라면 그건 좀 비겁한 일이겠죠?

아참, 잘 지내시나요?

로드무비 2009-10-25 02:04   좋아요 0 | URL
언젠가 도시 생활에 신물이 나면 이곳으로 돌아와 살겠다던
부산대 사학과 학생(산복도로 길 위에서 만난)의 말이 좋았습니다.
산복도로 동네에서 바라본 야경도 정말 근사했고요.

<풍경과 상처>는 오래 전 참 좋아했던 글들이 묶인 책입니다.
그런데 이 제목으로 책이 다시 나온 줄 모르고 있었네요.

poptrash 님, 반갑습니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오늘, 아니, 어제 매동마을 편은 못 봤습니다.
일요일엔 채널권이 없는지라... 꼭 챙겨볼랍니다.^^)




2009-10-25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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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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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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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9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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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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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희 2012-10-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그립네요... 부산 떠난지 8.9년 정도 되어 가는데.. 영주동에서 17년 살았거든요..
이번에 부산 여행을 한번 갈려고 해요.. 옛추억도 떠울리고 제가 태어나 메리놀 병원 봉래초등학교 은하아파트 야경 전부 다 보고 싶네요
 
사람 사는 세상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사진집, 2단 접이 특수양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학고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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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핑을 뜯고 몇 장의 사진을 보다가 그만, 비닐로 눈물을 닦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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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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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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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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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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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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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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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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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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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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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5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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