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중반,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속속 떠올랐다.
석지현 스님과 전위무용가 홍신자가 번역한 <마하무드라의 노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나 <자기로부터의 혁명> 등 지금 생각하면 명상서적이라기보다
자기 계발서의 성격이 짙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작들.

J. 크리슈나무르티의 무슨 책인가는 밑줄을 좍좍 그어가며 읽은 기억이 난다.

--너희들은 아는가, 너희들이 왜 집착하는가를?
너희들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희는 집에 매달리고 에 매달리고 너희들의 우상과 신,
여러 결론들과 애착물들과 슬픔들에 매달린다.
(...)너희가 강을 건너가고자 한다면 너희는 이쪽 강둑을 떠나야만 한다.

<바람처럼 물결처럼>이라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빌려준 사람은 동국대 학생인 스님이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쯤 되는데 어느 날 성북동 자신이 기거하는 암자에 놀러오라고 해서 몇 명이 갔더니
정태춘의 '서해에서'와  '북한강에서'가 나오는 테이프를 틀어놓고, 벽장에서 한과와 떡을 꺼내 대접했다.
여느 여학생의 공부방과 다를 바 없던 아기자기하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나던  방.

그런데 정작 당시 내 마음을 강타했던 책은 임정남 (그 자신 시인이며 강은교 시인의 남편이었다) 씨가 
엮은 조그만 책자  <나를 찾으시오>.
내가 기억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기계발서!(어쩌면 기초단계의 의식화 서적?)

명상을 통해 쓸데없는 집착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거랑,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장점을 적극 개발하여 한 번뿐인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것이랑
사실 뭐가 크게 다를까!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도리어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이루고 사는 예가 많으니
인생은 가끔 참으로 오묘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몇 해 전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인가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읽는데 
오래도록 잊고 있던 크리슈나무르티의 이름이 등장했다.
헬렌 니어링의 젊어 한때 연인으로......
그런데 헬렌 니어링의 연인으로 나오는 그는 깊이 있는 철학자이기보다 한없이 유치하고 경박한,
한마디로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대, 명상은 보는 것이다.
아무런 언어도 없이, 아무런 판단도 없이, 아무런 의견도 내세우지 않고,
매일의 생활의 모든 일들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듣는 것이다
.
(-크리슈나무르티 <바람처럼 물결처럼> 중)

헬렌 니어링의 책을 읽으며 그동안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처럼이나
불쾌했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생각하니 그럴 일도 아니다 싶다.

한 철학자나 명상가가의 입이나 손끝으로 쓰여진 멋진 말이나 글은 그것으로 스스로 존재하고
살아숨쉰다.
멋진 강연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글을 쓰고 난 뒤 그 철학자가 무슨 짓을 하든
사실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강을 건너가고자 한다면 너희는 이쪽 강둑을 떠나야만 한다.

그럼, 그렇고 말고! 
새삼스런 깨달음처럼 오늘 아침 나는 이런 나의 균형감각이 무지 마음에 든다.
이것도 알고보면 그 알량한 독서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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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0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감각이라...
토,일을 쉬고 월요일날 영화를 봐야 하므로
오후 두시이후에나 출근 가능하다고 겁없이 이야기 하는
저는? ㅎㅎ

로드무비 2005-11-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그게 바로 균형감각인 줄 아뢰오.^^

숨은아이 2005-11-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강물에 휩쓸려갈까봐 강둑에 악착같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5-11-0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것도 일종의 균형감각!^^

blowup 2005-11-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산하세요! 너무 높이 올라가셨잖아요.

로드무비 2005-11-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아니 산에 오른 적도 없는 사람보고......^^

날개 2005-11-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표현은 언제봐도 재밌어요..^^
-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처럼이나 불쾌했었는데
- 오늘 아침 나는 이런 나의 균형감각이 무지 마음에 든다.
흐흐~ 저도 무지 맘에 듭니다.. 님의 글이~ ^^*

릴케 현상 2005-11-0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든다'

이누아 2005-11-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헬렌 니어링의 글 읽으면서 크리슈나무르티가 좀 유치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미묘함은 그 둘만이 알 수 있겠지요. 헬렌의 눈으로 본 그이지만 그의 눈으로 본 헬렌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님의 말씀대로 그들의 몫은 그들에게 주고, 우리는 우리의 강을 건너요.^^

인터라겐 2005-11-0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의 힘이 딸리나 봅니다.. 균형감각이 없어져 버렸어요...

가시장미 2005-11-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량한 독서의 힘이겠지? -> 알량한 독서의 힘이라도 느껴보고 싶네요.
알량한 것이 아니라.. 내공의 힘 아닌가요? ㅠ_ㅠ 아~~ 부러워요!!!
( 댓글 수랑 추천 수가 같아서.. 왠지 추천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으로 추천! ㅋㅋ)

산사춘 2005-11-0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텐진 빠모 스님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여성현실에 대한 고려는 좀 부족하시더라구요. 그럼에도 실제로나 글에서나 가슴치는 가르침을 전해주시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진정한 내공인은 넘치면 끊어주고 더 멀리가게하는 스승의 중요성을 잊지않는데,
무비님께 그 냄시가 느껴집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계속 스승들을 찾으시잖아요.

로드무비 2005-11-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쓴 것 다운되어 날려먹고 간단하게 다시 씁니다.^^;;

산사춘님, 진정한 내공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냄시가 좀 꼬숩고 콤콤하죠? 헤헤~

가시장미님, 추천 고맙고.
'알량'이라고 표현한 속에 저의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만 알아주심...^^

인터라겐님, 모두가 인터라겐님 정도만 되라고 하세요.^^

로드무비 2005-11-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저도 그 점을 염두에 둔 겁니다. 아시죠?
우리 함께 강을 건너자는 말이 참 정답고 좋습니다.^^

자명한 산책님, 뭐가요? 뭐가 마음에 든다는 건지 모르겠네.^^

날개님, 전 님의 댓글이 마음에 쏙 듭니다.^^

건우와 연우 2005-11-0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드무비 2005-11-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가보니 방이 텅 비었더군요.^^
 

'우메보시'라는 것을 대학졸업반 축제 때 파트너로 소개받은 남자가 싸온 도시락에서 처음 집어먹었다. 장소는 송정 바닷가.  축제 끝난 지가 언젠데, 우리는 서로의 연락처도 묻지 않고 하루하루 다음날 약속을 정하는 것으로 봉지쌀로 끼니를 잇듯 만남을 연장하고 있었다.

봉지쌀이 곧 바닥날까봐 내심 나는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다음날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는 식으로 만남이 아슬아슬 이어지는 것이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아무튼 송정 바닷가 소풍은 우리들의 일곱 번째 데이트였다.  그가 도시락을 싸오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다. 
누나가 싸준 도시락이라는데 보자기를 끌르고 찬합 뚜껑을 여니 일식풍의 색색가지 반찬이 호화찬란했다. 명란 같기도 한 처음 보는 둥그런 것이 있어서 통째로 입안에 홀랑 넣었더니 짜고 시금털털해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냐고 물었더니 우메보시란다. 매실장아찌라고. 일본에 유학간 적 있는 누나가 좋아해서 가끔 사먹는단다.  나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그 짜고 시큼한 것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우리는 안되겠구나,  이 사람이랑 계속 만나면 이렇게 오만상을 찡그리고 몰래 삼켜야 할 것이 너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7, 8년 후 어느 소설가의 집에서 여럿이 어울려 저녁을 먹는데 우메보시가 한 접시 나왔다.
술도 몇 잔 들어갔겠다, 나는 우메보시에 얽힌 나의 옛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것은 나의 열등감과 깊이 닿아 있는 이야기였다. 소설가는 유독 나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표해 왔다.

다음달 모 문예지에 실린 그의 중편소설에 내 우메보시 이야기가 슬쩍 끼어들어가 있었다. 아니, 내 우메보시를 가로채다니!  소설가나 시인 앞에서는 아무리 술김이라도 아끼는 이야기는 털어놓으면 안된다.  안타깝긴 했지만 참 어여쁜 우메보시였는데 그의 소설 속의 우메보시는 수많은 우메보시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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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1등!!
뛰어오느라 숨차요

blowup 2005-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이건 너무 궁금하잖아요? 너무해요.

비로그인 2005-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몽님
앞으로 일등자리 드릴께요..^^

참 안타까운 우메보시(그렇게 먹고도 이름은 처음 압니다..ㅜㅜ)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은 어디에도 내놓지 말아야할 그런 이야기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

조선인 2005-10-3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소설가들 앞에서는 입조심~
그러고보면 우리가 서재에서 털어놓고 있는 페이퍼들이 벤치마킹 대상?

물만두 2005-10-3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메보시는 인생과 사랑이군요...

merryticket 2005-10-3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분이랑은 어떻게 되신거에요?
우메보시 남자 말여요..

로드무비 2005-10-3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렇게 거창하게 말씀하시다니!^^

조선인님, 조심해야 한다니까요.^,.~

사야님, 사실 저 이야기 품고 있어봤자 어디에 써먹겠습니까!
그런데 소설가들의 캐치 력(?)은 놀라워요.
전 말로도 뭐 그렇게 꾸미지 않았는데 덤덤하게 이야기했는데
소설 속에 절묘하게 들어앉았더군요.^^

namu님, 뭐시 그르케 궁금하시까요?^^

mong님, 왜 그렇게 급히?
아무튼 놀랐어요. 올리자 마자 동시에 세 분의 댓글이......^^

검둥개 2005-10-3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목이 뭐였어요? (갑지기 눈빛이 또랑또랑) ^ .^

瑚璉 2005-10-3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글쓰는 걸 업으로 삼는 분들에게는 참 이런 부분에 대한 originality가 애매해요.

플레져 2005-10-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히야~~~
로드무비님의 입담은 천성이로군요~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다음달 중편 소설이라...꼭 읽어봐야지 ^^*

blowup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 님 하고 똑같은 게 궁금해요.

mong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는요 로드무비님 얼굴에 꽃피는거 (^^*)
보고 싶어서 그랬죠 ^^
맞아요 로드무비님 얘기는 너무 재미있어요

icaru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는 어떻게~ 이야기로 써먹었는지...그거 무척 궁금해져요~

진주 2005-10-3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티비 드라마 덕분에 매실의 인기가 상종가를 칠 때,
저도 레시피만 보고 매실을 다듬고 온갖 기대를 걸며 우메보시란 걸 맹그러 보았지요. 맛은? 우엑..

로드무비 2005-10-3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입에 맞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이카루님, 제 이야기가 그대로 몇 줄 소설 속에 척하니 들어가 있더라니까요.^^

mong님, 이 얼굴 말입니까!^^*

namu님, 나중에 이벤트할 때 정식 문제로 낼까요?
분명 읽은 분들이 많을 텐데......^^

플레져님, 책으로 묶여 나온지도 10년 더 됐어요.^^

호정무진님,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소화시키는 것도 재능이죠, 뭐.^^

검둥개님, 궁금하셔도 좀만 참으셔유.^^

로드무비 2005-10-3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한 번 더 마지막으로 만나고 안 만났어요.
서로 연락처는 끝까지 주고받지 않고,,,,,
(만날 마음 있었으면 학교로 찾아왔겠지만.)

과일이 좋아님, 그런 기분은 잠시이고, 재밌었어요.^^

urblue 2005-10-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아는 소설가 하나도 없으니 입조심 할 일도 없군요. ㅎㅎ
로드무비님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니까.

국경을넘어 2005-10-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는 무슨 맛일까? 새꼼짭짜름한가요? 갑자기 입안에 고인 침때문에 호흡 곤란... 으으으... 로드무비님, 살려주세요

비로그인 2005-10-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은 로드무비님이 싸가신 거데요?

로드무비 2005-10-3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밥 따로 반찬 따로 싸는 도시락이 어딨어요.ㅎㅎㅎ

폐인촌님, 제 입엔 안 맞아요. 신 거 싫어해서.
너무 짜고.(이제 됐죠?^^)

블루님, 뭐 저도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마음놓고 떠들어도 됩니다.^^

야클 2005-10-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시락데이트라...부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도시락데이트는 못해봤네요.

서연사랑 2005-10-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연락처도 묻지 않고 약속을 잡는 데이트라...
얼마나 설레이셨을까요^^
저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처럼 연애를 해서 너무 부럽다는...흑흑...

울보 2005-10-3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로드무비님에게는 정말러 나에게 없는 추억이 너무너무 많아요,,

2005-10-31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5-10-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를 먹어본적도 없건만 왜 입안에 침이...침이...^^;;;;;;;;

날개 2005-10-3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이 그 유명한 매실장아찌란 말이죠? 일본 만화 읽다보면 하도 많이 등장해서 넘넘 궁금했더랬어요...(근데, 시고 짜다니... 맛없을 것 같아~ 윽~)

로드무비 2005-10-3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맞아요. 일본 만화에 잘 나오죠.
문어빵과 함께......^^

투풀님, 시고 떫다는 말만 들어도 침이 고입니다.;;
그런데 저거 좋아하는 이들도 꽤 있더라고요.

울보님, 저에겐 울보님이 갖고 있는 추억 없는 게 너무 많을 겁니다.^^

서연사랑님, 겨우겨우 하루하루 연명하는 기분이었어요.
연애랍시고 처음 꽤 멋(마음의)을 부리며 놀았던 것 같은...
(전 그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이 을매나 부러웠던지...)

야클님, 도시락을 남자에게 싸오게 했으니 저도 참 알아볼 쪼 있죠?
아무튼 도시락도 맛있고 너무 좋았어요.^^

2005-10-3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31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10-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제목이 뭡니까? ㅋㅋ
봉지쌀 같은 연애라니 낭만적이네요. 지금 옆지기님도 아세요?호호

로드무비 2005-10-3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봉지쌀, 연탄 한 장!ㅎㅎ
책장수님도 앱니다.^^

페일레스 2005-10-3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으하하하.
역시 로드무비님 인생의 깊이는 해저 2만리! -_-)b

로드무비 2005-10-3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집앞 웅덩이보다 얕은 사람 보고......
페일레스님, 아무튼 잘봐주셔서 고맙습니다요.^^

2005-10-3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 어울리는 밤입니다. 쌀이 떨어졌는데 봉지쌀이란 단어를 보니 느낌이 화악~오네요^^ 저녁은 라면, 낼 아침엔 스프..그럭저럭 인생은 흘러가겠지요.

sudan 2005-10-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참에 산문집을 하나 내시라니까요.

panda78 2005-10-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정말 책을 한 권 내셔야...

로드무비 2005-11-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언젠가는 꼭 한 권!^^

수단님, 산문집으로 꼭 한 권!^^

참나님, 쌀이 떨어졌다고요?ㅎㅎ
라면, 수프, 아이들은 철 모르고 좋아하겠네요.
(아니 주부가 쌀을 떨어뜨리다니!^^ 저도 지난 주말 그랬죠.)

2005-11-0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께 엽서나 한 통 써볼까요?
그동안 받기만 했는데.^^

수퍼겜보이 2005-11-0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속으로 우리는 안되겠구나, 이 사람이랑 계속 만나면 이렇게 오만상을 찡그리고 몰래 삼켜야 할 것이 너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

로드무비 2005-11-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겜보이님이 흰돌님이세요?ㅎㅎ

마태우스 2005-11-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과일 못먹습니다. 우메보시가 뭔지는 모르지만 사진을 보니 꽂감 비슷한 무엇이 아닌가 싶습니다. 꽂감을 못먹는 저는 아마도 우메보시도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참 가리는 게 많아요, 그죠?

마태우스 2005-11-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찾아보니 우메보시는 일본 음식이군요. 으...더더욱 못먹습니다. 제가 일본음식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글구 님이 사연 말 안해주기에 소설가가 누군지 찾아봤습니다. 모르겠습니다....네이버에선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윤기라는 소설가인가요?

로드무비 2005-11-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만 특별히 갈쳐드릴까요?
안되겠다.
님은 이미 명사이시니... 게다가 소설가 친구도 있잖아요.
우메보시는 제 입에도 안 맞더이다. 토할 것 같은 맛.
 


요즘도 출판사에서 대지(책의 페이지와 똑같이 인화지를 오려붙여 레이아웃한 용지) 작업을 하는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모 출판사에 갓 입사하여 일하던  무렵엔 일일이 담당자가 그런 작업을 해야 했다.
틀린 글자를 따로 인화하여 오려 붙이는 걸 '따부치기'라고 하는데 꽤 세심한 손길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내가 처음 맡은 책이 신방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실무 관련 교재.  평소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아둔한 편인 나는 그 작업을 마칠 때까지 온갖 고생을 다했다.
아무튼 마침내 완성하여 그것을 보자기에 싸서 품에 안고 다음 공정을 위하여 충무로로 가는데
아뿔싸, 충무로 역 에스컬레이터 중간 지점에서 뭔 일로 휘청하다가 보자기를 떨어트렸고 보자기는
풀어헤쳐져 대지가 몽땅 공중에 휘날렸다.  세상에 그 황당함이라니!

눈에 보이는 대지들을 주섬주섬 모아서 아래로 다시 내려왔는데 공교롭게 두세 장이 에스컬레이터의
홈 사이로 끼어 말려들어가 버렸다. 
주운 대지들은 구겨지고 구둣발에 밟히고 먼지가 묻어 엉망이 되었고.
나는 그만 얼이 빠졌다.
하루이틀을 다투는 긴급한 작업이었는데 나의 실수로 일이 그만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 아이가 눈앞에서 넘어져 다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큰 일이었다.)


딱 죽고 싶었다.
사장님껜 뭐라고 변명을 하고 저자에겐 또 뭐라고 해야 하나!

얼굴이 노래져서 서초동의 출판사까지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갔다.
사장실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고했다.
다행히 사장님은 분기탱천하지는 않고 이왕 그렇게 된 것 필요한 부분 빨리 작업을 새로 하고
단 책임은 물어야겠으니 망친 대지값 5만 원 (1989년 당시)을 월급에서 제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제 월급 다 가져가셔도 돼요!"

그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5만 원을 제하는 것으로 끔찍한 실수가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게
나는 너무 반가웠던 것이다.
그렇게 출판사에서 내가 처음  맡았던 일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이후 한참 지나서 내가 과다한 업무에 지쳐 사표를 냈을 때 사장님은 나를 근처 대구탕집으로
불러내어 앞으로 내가 꼭 맡아서 해줘야 할 문학 쪽 일을 구상하고 있으니 그만두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내 여동생이 결혼을 하는 사실을 몰랐다며 두툼한 축의금을 내밀었다.
그는 내가 여동생의 결혼 소식에 이것저것 심란해서 직장까지 때려치우려는 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뭘로 보고!

사장님이 나가는 직원 잡은 게 처음 있는 일이라는 주변의 말에 고무되어 그때 다시 주저앉았는데
몇 달을 더 버티지는 못했다.

이후 몇 년 동안은 충무로 부근을 지날 때마다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젓게
되었다.  그렇게 황당했던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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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차 어릴때는 제가 도면 실수해서 공사 잘못되면
아무도 모르는 그 부분만 눈에 들어와
쥐구멍에 숨고 싶어지더라구요 ~ ^^

로드무비 2005-10-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제가 그날 바로 그랬다니까요.
그냥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싶은 그런...^^;;

kleinsusun 2005-10-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로드무비님, 넘 순진하시다...."제 월급 다 가져가셔도 돼요!"
신입사원 땐 누구나 다 이런거봐요.
저도 참...어리버리했었는데....별것 아닌 실수에도 며칠을 걱정하고...
오늘도 로드무비님의 글을 읽으며 방긋 미소짓습니다. 님의 글은 항상 넘....따뜻해요.^^

로드무비 2005-10-2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가끔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씩 써놓을까봐요.^,.~
(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플레져 2005-10-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대지작업! 잡지사에 잠깐 다닐때 의뢰한 디자인 사무실에 들르면 그 따부치기 하느라고, 로트링 펜으로 섬세하게 작업하던 거... 저두 잠깐 해봤지만...보통 일이 아녔어요. 금세 컴으로 작업이 옮겨가버렸지만, 그 대지작업이야말로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거였죠 ㅎㅎ 충무로의 그 긴~ 에스컬레이터에서... 우리 아버지는 쓰러지신 적 있으세요. 역무실에서 연락와서 황급히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요.

로드무비 2005-10-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러니까요.
섬세하고는 담 쌓은 인간이 부들부들 떨면서......
아! 그런데 아버님이 그곳에서 쓰러지신 적 있다고요?
을마나 놀라셨을까!
지금 들어도 가슴 철렁합니다.

플레져 2005-10-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도 충무로역에 가면 그 긴 에스컬레이터는 안타요. 못 타겠어요...;;;
다행히 아버지는 피로 탓이라 금세 회복하시긴 했지만, 기억은 참 오래남아요.

로드무비 2005-10-2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주변 지나가면 가슴이 몹시 두근거려요.
지금은 지나갈 일도 별로 없지만......
아버지는 금세 회복하셨군요. 다행입니다, 플레져님.

히나 2005-10-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뭘로 보고! ㅋㅋ

mong 2005-10-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무로하면 인쇄소에서 아저씨들
눈총 받으면서 인쇄 잘 나오나 감시하던 기억이...
로트링펜.....캬오 저 1학년때 2절지에 바코드 그리던
기억 납니다.....밤을 꼬박 새워서~

미완성 2005-10-2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로드무비님 글에 많이 위로받고 있답니다.
흐흐. 저도 빠짝 얼어서 눈치보며 일했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참 뭣도 모르고 무식하게 성실했건만...

히피드림~ 2005-10-2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슨 드라마같아요.^^ 그렇게 애쓰시면서 첫 책이 나왔을땐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sudan 2005-10-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서류봉투가 아니라 '보자기'에요?

릴케 현상 2005-10-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그렇게 굵직한 실수는 해본 적이 없는데^^ 더 나쁜 게 암만 세월이 가도 일이 안 느네요~

stella.K 2005-10-2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때 돈 5만원이면 지금의 10만원 돈쯤 되나요? 그래도 사장님이 좋으신 분 같네요. 출판사 일이 굉장히 고된 일이군요. 하기사 쉬운 일이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저 같을까요? 요즘 버벅거리는 제꼴이라니...그런데 아직 힘든 건 없어요. 쉬엄 쉬엄 하지요.^^

조선인 2005-10-2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텔라님, 좋으신 분이라뇨. 전 월급에서 제하겠다는 말 보자마자 그분의 '명성' 그대로라고 생각했는데. -.-;;

stella.K 2005-10-2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조선인님? 그래도 화 안 내셨잖아요. 무비님 동생 결혼할 때 축의금도 주셨다고 하고...저는 화내는 사람이 젤 무서워요.
하지만 조선인님 말씀들으니 그도 그렇네요.ㅜ.ㅜ

날개 2005-10-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회사다닐때 실수한 기억이 떠오릅니다...ㅠ.ㅠ
저때 로드무비님 심정이 어떠했을지 알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10-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실수 한 번도 안하는 게 이상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저 실수는 정말 끔찍했어요.^^;;

스텔라님, 그 당시엔 고마웠는데 지나놓고 보니 거시기하더군요.
그때 그런 제안을 해놓고 저를 빤히 바라보던 눈길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조선인님, 어디서 뭔 소문을 들으셨길래...ㅎㅎㅎ

자명한 산책님, 다행이네요.
일 안 느는 건 저랑 똑같으시구만요.^^*

수단님, 부피도 꽤 되고 묵직해서요.
나일론 보자기로 싸야 했답니다.^^;;

펑크님, 뿌듯하진 않았고 무슨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어요.^^

멍든사과님, 제 글이 누군가 더구나 멍든사과님에게 위로가 된다니 기뻐요!^^
(그리고 전 무식했지만 처음에도 별로 안 성실했어요.;;)

몽님, 바코드 하니까 옛 추억이!^^
인쇄소 골목도 나름대로 정겨웠죠?^^

스노드랍님, 저런 말 안 나오게 됐어요?^^


비로그인 2005-10-2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아, 이거 오해하지 말아주십쇼. 제가 웃는 이유는 '사람을 뭘로 보고!'에서 터져나온 거니깐요. 글두 참..곤란하셨겠어요. 상상만 해두 아찔!!

로드무비 2005-10-2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뒤 졸졸 따라다니기.ㅎㅎ
저 말 해놓고 보니 저도 좀 우스웠어요.
사실 심란했던 데는 그 이유도 아주 쪼끔은 있었거등요.
딱 잡아떼려니 원, 양심에 찔려서...^^

야클 2005-10-2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그때 그 심정 이해가 가네요. 저도 급한 보고서 파일 다 써 놓고 날린적이 있어봐서... ^^

로드무비 2005-10-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요즘은 '날리는 거' 그게 문제죠. 네네.
그 순간의 가슴 철렁도 저런 일만 못지 않죠.^^;;

검둥개 2005-10-3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그걸 대지작업이고 따부치기라고 하는군요. 저두 해봤어여 ~ ^_____________^* 컴퓨터 조판이 도입되면서 곧 없어지긴 했지만요!
 

취업을 해보겠답시고 딱 하루 용을 써보고 얻은 나의 결론은 이랬다.
'나란 인간은 세일즈와 맞지 않는다!'
삐딱한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딴지를 걸었다.
'그럼 니는 뭐 해갖고 묵고살낀데? 뭐 딴 사람들은 세일즈가 적성에 맞아서 직업으로 택했다 카더나?'
그런데 세일즈는 일단 그 사람의 집 대문이든 마음의 빗장이든 지갑이든 열게 하기 위해
나름껏 적절한 장광설을 풀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우선 남의 마음이든 지갑이든 대문이든
열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나의 재능(!)을 살리는 일, 역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글솜씨(!)를
뽐내는 일이었다.
동광동의 K기획. 광고회사라기엔 상호가 너무 꾸졌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허영심 없고 내실 있는 기업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광동 인쇄골목의 한 허름한 건물 2층.
직원이라곤 내 또래의 경리와 30대 초반의 젊은 실장 겸 사장이 다였다.
유능한 카피라이터를 한 명 뽑아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고 싶다는  말에 
나는 부담과 희미한 저항을 느꼈지만 어쩌면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전의 그 단계라는 것이 필요했다.
망할 놈의 단계. 역시 그것이 직장생활의 관건이었다.
아무튼 카피라이터라고 떠억하니 명함도 박고 아침마다 얼굴에 좀 찍어바르고 출근이라는 걸 했다.
부모님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처음에 내가 맡은 일은 마산의 한 공원묘원의 '찌라시' 광고문안.

--산책로의 끝에서 만나는 그리운 이의 묘원!

이것을 헤드카피로 뭐라고 뭐라고 그 공원묘원의 장점들을 몇 가지 열거하면 되었다.
무덤을 유치하는 일이라니 맥이 좀 풀렸고, 겨우 몇만 원짜리  '찌라시'라니 나의 첫 일치고는
너무 초라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나는 나의 성실과 유능을 입증하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계속)

그런데 이곳에서도 곤란한 일이 자꾸 생겨났다.
사장이 "약속이 다 되어 있다!"며 어디에 가서 계약서에 도장만 받아오면 된다고 해서 가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길길이 뛰는 것이었다.
"거, 사람 참!  한번 만나달라 통사정해서 만나줬더니만 어디서 덤테기를 씌우려 들어!"
사장이란 인간이 주로 계약을 뚫어보려고 한 건 부두 뒤편의 해운회사들이었다.
동광동에서 부둣가까지는 위치상 어중간해서 걸어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봄이어서
갈 때는 진땀이, 올 때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꽤 즐거웠다.
근처 식당에 밥을 대놓고 먹었는데 주인의 음식솜씨가 썩 괜찮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경리직원이 그곳에서 밥을 먹지 않고 약속이 있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자꾸 빠지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 나를 대하는 주인부부의 태도도 점점 험악해졌다.
밥을 소리가 나게 탁 내려놓질 않나, 다 먹기도 전에 식탁을 치웠다.
왜 그러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봤더니 K기획이 외상으로 밥을 먹는데 한달 보름치가 밀렸다고 했다.
어느 날부턴가 사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전화는 슬슬 피하고......
내가 주인이라도 부아가 났겠다.

할 수 없이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한달 월급은 받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궁리 끝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K기획(정확하게는 나 같은 인재)이(가)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정성껏 문안을 써서 부산 시내의 그럴만한 중소기업이나 괜찮은 레스토랑 몇 곳에 안내문을 보냈다.

부산 지역에서 꽤 알려진 화장지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곳은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 두루마리 휴지와 티슈를 만드는 곳이었는데 만나보니
사장님이란 분이 너무 좋았다.
라디오 광고의 문안과 카탈로그 제작을 맡기로 했는데 70만 원에 계약했다.
사장님은 부탁한다며 나에게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슈를 몇 덩이나 안겨주었다.
짐이 많다고 집에까지 태워다 주기까지 했으니 그날 내가 얼마나 부모님 앞에서 으시댔겠는가!

몇 개의 '찌라시'와 xx화장지의 일이 끝났을 때 딱 한달이 되었고 나는 비전이 없다고 판단,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사장이 깜짝 놀라며 치마꼬리를 붙잡을 줄 알았는데 선선히 그러라고 해서 얼마나 무안했던지......

동광동 산꼭대기 그 허름한 골목을 한달 동안 드나들며 나는 인생에 대해 확실한 감을 잡았다.
인생에는 별것이 없다는 것을.
산다는 건 한없이 초라하고 지루하고 비루할 뿐이라는 걸.

그런데 인생에 대한 환상을 싹 걷어가 준 건 좋은데  이놈 봐라,  그 알량한 월급을 주지 않고
차일피일 자꾸 미루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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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할 놈의 단계! 크하하하...
이거 정말 재밌네요. 이걸 주제로 책 한 권 내보세요(진심)! 로드무비님의 글빨이라면 대박난다고 내 보장합니다. 딸랑딸랑. ^^* 우헤헤...

히피드림~ 2005-10-0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어요. 계속 써주셔요.

sudan 2005-10-0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라는 카테고리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처음 이 서재에 왔을때 저 제목만 보고도 딱 삘이 왔더랬죠.

날개 2005-10-0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쓰다 마시면 어떡해요..ㅠ.ㅠ 빨랑 써주세요!

하루(春) 2005-10-0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돌아오세요.

비로그인 2005-10-0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실실 쪼개고 앉아 있습니다. 로드무비님의 글은 참..유쾌해요. 그래서 그 '찌라시'는 대박났나요?

검둥개 2005-10-0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했으니 얼렁 돌아와 마저 써주세요. ^^

어룸 2005-10-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요~!! ^^

클리오 2005-10-0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다음이 훨씬 더 궁금해요.... ^^

chika 2005-10-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며칠동안 컴이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이렇게 멈춰버리시면~

바람돌이 2005-10-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추천 누를게요. 일종의 추천 예약 시스템이라고 할까? ^^

서연사랑 2005-10-0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결편 읽고 갑니다. 인생에 별 거 없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왜 기대는 자꾸 하게되는 걸까요? 그 기대치가 내 키만큼만 작아져도 인생이 수월할 것 같은 데 말이죠...

로드무비 2005-10-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흥=3 야박하시긴...^^

치카님, 부랴부랴 썼어요. 잘했죠?^^

클리오님, 이어서 쓴 부분도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투풀님, 기다려주셔서 감사!^^

검둥개님, 두 번째 이바구도 마음에 드시나요?^^




클리오 2005-10-0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근데 이거 완결 아닌 것 같아요. 뭔가 네버엔딩스토리같은... ^^;;

날개 2005-10-0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완결이 아니잖아요~~!!!! 그 사장한테 월급 받는 이야기까지 써야 완결이네~
그 얘기가 저건가 봐요? 집달리가 나오는거 보니..ㅎㅎ

로드무비 2005-10-0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인생이 재밌는 건 체념했을 때, 마음을 비웠을 때 또
반전이 있기도 하다는 거죠.^^

복돌이님, 자리 펴고 지둘리신다더니 왜 안 보이시능겨?^^

하루님, 저 왔어요.^^

날개님, 궁금증이 충분히 풀리셨죠?^^

수단님, 전 님의 서재 사진과 이름만 보고도 '삘'이 왔답니다.^^

펑크님, 네. 썼습니다. 썼다고요.^^

노파님, 님이 제일 신나 하시는구랴
남의 아픈 이야기에!^^

히피드림~ 2005-10-0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기꾼같은 사장에게 월급을 받아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다음 페이퍼도 빨리 써주셔요.~~

로드무비 2005-10-0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클리오님, 두 번째 용을 쓴 이야기는 완결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쓸지 말지...('' )( ..)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히피드림~ 2005-10-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음악은 어디서 들려오는 거래요? 오랜만에 들으니,참 좋은데요.

바람돌이 2005-10-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중요한거, 월급은요?
파란만장한 용쓰기 계속 기대할게요. ^^

로드무비 2005-10-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언젠가 이 카테고리 내의 페이퍼에 날개님이 음악을 깔아주셨는데요.
'의도적으로...'카테고리를 누르고 페이퍼를 읽으면 계속 음악이 흘러나와요.
펑크님, 월급 이야기 가지고 또 페이퍼 하나 쓰려고요.
너무 길어서......^^

로드무비 2005-10-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추천 예약 시스템 완결하셨어요?
월급 이야기가 역시 제일 궁금하신개벼!^^

바람돌이 2005-10-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추천 누르는거 잊었다.
추천 예약이었는데 이거 고장났었어요. 지금 복구중.... ^^

울보 2005-10-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저는 취직이란것을 참 쉽게 했내요,내뜻과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한 13년을 한곳에서 버텼으니 용하지요,,ㅎㅎ
참 나쁜사람들 낳아요,

페일레스 2005-10-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재미있습니다! >_< 로드무비님 쵝오! -_-)b

라주미힌 2005-10-0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잘못 만난 인재로세...

로드무비 2005-10-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3=3=3

페일레스님 댓글 쵝오!(처음 써봐요!^^)

울보님 님은 정말 행운아였군요.
(아님 실력자였던지!^^)

바람돌이님, 어머, 물어보길 잘했네요!^^

로드무비 2005-10-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그러셨어요?
월급은 받았을 것 같아요? 못 받았을 것 같아요?ㅎㅎ

플레져 2005-10-0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님의 인생역정(?)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닉넴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와우!!

2005-10-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죠? 세상에 그 인간이 그 인간이고^^ 그런 경우 질질 끌다가 형편이 안되니 반 정도를 먼저 준다고 하죠.. 아녀요?

chika 2005-10-0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봤어요!!
세번째 이야기도 나오는거죠? ^^

2005-10-08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5-10-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하게 해놓고 이야기를 끊어버리는 것, 그것도 재능이죠?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네요. 아침마다 로드무비님 글 때문에 미소가 돕니다. 고마워요.^*^

인터라겐 2005-10-0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뭉텅거리게 맺으시면 어쩌신데요.. 궁금해서 죽습니다..

비로그인 2005-10-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슬아슬하게 보고는 추천까지 하고 나갔는데 이거 뭐예요? 나머지얘기가 너무 재밌잖아요 두 번 추천을 할 수 없다는게 억울합니다..ㅎㅎ
저도 남들처럼 기다렸다 다 읽고 추천을 하는 버릇을 들여야겠어요
뭔가 표현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니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잠시 컴 주인이 사라진사이를 이용해 들렸습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10-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추천 먼저 하는 거 아주 좋은 버릇입니다.
전 오죽하면 추천 먼저 하고 리뷰든 페이퍼든 읽는다니까요.ㅎㅎㅎ
주말에 어디 나가 무슨 일 하시나봐요?
컴 주인이 사라진 사이를 이용하시는 거라니!
재밌죠? 뒷이야기도?^^

인터라겐님, 뒷이야기는 쓸까 어쩔까 생각중입니다.
흥이 오르길 기다려서...^^

혜덕화님, 제가 좀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사람을 글로써 감질나게 하는 것.
제 페이퍼 읽고 아침마다 웃으신다니 제 입도 덩달아 벌어집니다.^^

속삭이신 님, 꿀같이 느껴지는 글이라니
님도 공감하시는 그 부분 페이퍼로 좀 보여주시지요?^^

치카님, 이왕 꺼낸 것, 세 번째 이야기도 쓰긴 써야 할 텐데!^^

참나님, 어머 그런 경우 당해 보셨나 봐요.
그런데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미끼는 안 던지던데요?^^

플레져님, 고작 이런 일이 인생역정 축에 들어가면 안되죠.
실패를 모르는 얼굴 같다는 말을 들으신 적 있다 하셨죠?=3=3=3
(그 표현이 너무 재밌어서 한번 놀려먹어봅니다.
애정 표현이에요. 아시죠?^,.~)

sandcat 2005-10-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하게 읽었습니다. 주말엔 컴을 못 쓰는 터라 통 ...
못 받아낸 알바비가 도대체..(목이 메인다)

로드무비 2005-10-1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어흑, 님도!(엉엉)
 

혼자 힘으로 취직을 해보겠다고 잠시 용을 쓰던 날들이 있었다.
첫번째로 이력서를 넣은 곳은 무슨 회사 '사무직'.
신문의 구인광고를 보고 '사무직'이란 단어에 솔깃해 그 당장 이력서를 썼다.
그곳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이 있다고 해서 나의 신뢰를 얻었다.
'서류전형에, 필기시험, 면접을 봐서 사람을 뽑을 정도면 최소한 꼭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겠지!'
순진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류전형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부모님께 취직이 거의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큰소리부터 치고 보았다.
긴가민가 수상한 눈빛을 교환하는 부모님을 보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믿음직하지 못한
딸이었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분하지만 할 수 없는 일!

아무튼   다음날 아침 시험을 치러 갔더니 사무실 분위기도, 거기 모인 사람들도,
시험문제도 너무너무 수상했다.  수상하지 않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1번 문제 : '성공'을 영어로 써보시오!

그런 비슷한 문제가 열 개인가 스무 개 쭈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100점 만점에 톱의 영광을 누렸다.
살다가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면접 때 양복과 얼굴이 따로 노는 아저씨가 내 손을 꼭 잡고 아래위로 힘차게 흔들었다.
정말정말 기대한다고!

면접을 끝내고 최종적으로 남녀 열댓 명인가가 남았는데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다.
지독하게 내성적으로 보이는 내 또래의 여성이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자기의 좌우명은
'신독(愼獨 : 홀로 있을 때도 스스로 삼가함)'이라고 말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아니, 저렇게까지 말할 건 뭔가! 
나는 모르는 이들 앞에서 그런 어마무쌍한  말을 좌우명이라고 떠들고 싶지 않았다.
차례가 되어 앞으로 불려나간 나는 최대한 무심하고 껄렁껄렁한 표정으로 이름만 내뱉듯이 말하고
내 자리로 들어왔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한달에 1천만 원을 번다는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칠판 앞에 나가
내가 모르는 소리를 떠들기 시작했다.
사무직으로 일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일의 내용이 '상담'이라는 것이다.
자신도 3년 전 이 단계를 성실하게 밟아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채용이 결정(!)된  나를 포함한 열댓 명은  네 개인가 다섯 개인가의 조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선배사원들이 한 명씩 각조에 따라붙었다.
한 시간여의 교육이 끝난 후 우리들 손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설문지가 든 파일 한 권씩이 들려졌다.
마지막으로 앗싸앗싸 무슨 구호를 외치라고 해서 따라 외치는데 왠지 다리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순식간에 어린이책 전집 외판원이 되어 있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설문조사라고 대문 앞에서 설득하여 주인으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하는 것.
세 번째인가 모르는 집 대문 앞에서 선배사원의 시범이랍시고 하는 떫은 짓을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나는 파일을 그의 품에 던져주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용모단정으로 보이려고 입었던 치마, 굽이 꽤 높은 구두 때문에 뒤꿈치가 다 까졌다.
절뚝거리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사는 일이 꽤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실망하실 일이 걱정이었고,  인생의 좌우명이 '신독'이라고 부르짖던 아까 그 여성은
지금 어쩌고 있는지가 무지 궁금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이는 좀 없었지만 나는 그날 하루의 경험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나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혹시 뻔뻔스럽게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가,  그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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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플레져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도 생각나는 것이 있어 페이퍼를 쓰겠노라 댓글을 달았더니
마태우스님이 내가 그런 말을 열두 번인가 열세 번 하는 걸 봤다고 비웃으시는 거다.
나의 성실함을 입증하기 위해 페이퍼를 쓴다.
그런데 같은 취업분투기인데 어쩜 이리 글의 모양이 다른 것이냐!
추천수가 만족스러우면 다음 이바구도 털어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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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을 쓰던 날을 엿보는 저는 왤케 재밌게 느껴지는지.
고소한 땅콩을 한 소쿠리 가득 담아놓고 까먹으며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워올리는 것처럼 재밌어요.

다음 이바구를 보고 싶으니 당연히 추천을 해야죠! ㅎㅎ
근데, 웬만한(누가 교정 전문가 아니랄까봐! =3) 추천수에 로드무비님이 만족하실까... =3

urblue 2005-10-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많은 로드무비님.
그간의 추천수가 부족해서!!
(뭐 당연히 추천 하고 갑니다. =3)

비로그인 2005-10-06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웃음이 마구 나오며 주책스런 수다가 떨고 싶어지는데 그냥 참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정성껏 추천만 하고 갑니다..
(사실은 막 시장을 봐와서 아직 짐도 풀지 않았거든요..^^)

로드무비 2005-10-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블루님, 추천수에는 마음을 비웠는데요.
그런데 플레져님하고 너무 많이 비교되면 좀 거시기하잖아요.
같은 이야길 썼는데......(아닌가?)

노파님, '용을 쓰던 날들'이 제목 더 와닿죠?
님이 재미있다고 하시니 글 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데 왠만한--웬만한 당장 고치세요!ㅎㅎ
(추천수 압박 넣지 마세요! 시치미 뚝!('' )(.. ))

Laika 2005-10-0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로드무비님의 글은 늘 마음으로 읽어요....추천합니다.^^

라주미힌 2005-10-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 보고 다단계인줄 알았는데... ㅎㅎㅎ
글이 너무 재밌어요. 아하하..

이누아 2005-10-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로드무비 2005-10-0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추천 고맙습니다.^^

라주미힌님, 다단계 성격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어요! 헤헤~

라이카님, 앗!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무지 기분이 좋은데요?^^

chika 2005-10-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말없이 추천만 하는 것이 맘에 안드셨었는지도 몰라요. 추천했다는 댓글이라도 달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ㅎㅎㅎ
- 근데 이러고 보니 글이 좋아 추천인데 괜히 추천하는 댓글 같쟎아요! ㅠ.ㅠ
그거 아닌거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내가 워낙에 소심해서리~ =3=3=3

날개 2005-10-06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런 시절도 있었군요..^^ 잘 때려치웠어요..ㅎㅎ

mong 2005-10-0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님이 순수하셨던 마음이려니 합니다
젊은 날의 분투기 잘 읽었습니다 ^^

어룸 2005-10-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편이 너무 기다려딥니다!!!! ^^

라주미힌 2005-10-0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편까지 준비되어 있는 거 같은데, 어서 풀어보셔용.. ㅎㅎㅎ

플레져 2005-10-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회의 발자국에는 꼭 그노무 신발이 말썽이에요.
그날 이후로 하이힐 신고 뛰는 연습 했어요. 9cm 힐을 신고 빙판을 뛰어다니던 나날들이 스르르 지나가는군요...ㅎㅎ (지금은 절대로 못해요. 뜀박질엔 운동화!)
추천수가 언넝 맘에 드시길 ^^

플레져 2005-10-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추천수에서 저는 님을 못 따라잡는다구요....ㅠㅠ

검둥개 2005-10-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담 이야기도 해주세요. 추천했어용 ^^

페일레스 2005-10-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_^

로드무비 2005-10-0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저도 처음 뵙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은데요?^^

검둥개님, 으흐흐 다음 이야기는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어요.^^

플레져님, 뭔들 제가 님을 따라잡겠습니까!
우린 서로의 팬 아닌가요?ㅎㅎ
그노무 신발......정말 문제였죠.
(추천수 괜히 말했다 싶어요. 아니, 잘한 건가?ㅎㅎ)

라주미힌님, 저 페이퍼 거리 13편까지 준비돼 있는 것 어찌 아셨어요?^^
(조금만 지둘리세요!^^)

투풀님, 님의 기대에 꼭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끈!=3

mong님, 뭐 분투기랄 것까진 없고요.(한 게 없으니...)
가벼운 경험담 정도!^^

날개님, 저 그때 바로 때려치우기 잘했죠?ㅎㅎ
안 그랬으면 3년 뒤 그 본부장급이 되었을지도.....^^

치카님 저는 말 없는 추천보다 한마디 뭐라고 남겨주시는 게
더 좋습니다.^^

사야님, 흑=3 지금 보니 님의 메모를 놓쳤어요.
시장은 많이 봐오셨나요?
님이 웃으며 읽으셨다니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아요!^^

2005-10-06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0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0-07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일 많았어요. 뭐,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그런 덕분에 어떤 일에건 쓸데없이 의심이 많아지긴 했지만서도 ^^;;)

혜덕화 2005-10-0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취업의 기회를 가진 것과 그런 경험을 부러워한다면 얄미운 소리가 될까요? 재미있어요. 다음 이야기 기대할게요.

로드무비 2005-10-0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저는 두 군데의 직장 경험밖에 없어요.
한 달 다닌 것도 쳐야 하나?ㅎㅎ
다음 이야기 빨리 쓰도록 할게요.^^

펑크님, 사실 저거이 무슨 대단한 경험이겠습니까!
모두 한두 번씩은 이상한 공간에 잠시 몸을 담아보지 않았을까요?^^

두 번 속삭이신 님, 아이코, 고맙습니다!
기쁜 소식이네요.
그런데 왜 제가 생각났을까요?^^


비로그인 2005-10-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가 왜 일케 재밌는 글을 못 봤당가요. 추천, 추천! 다음 이바구도 후딱 깨작거려 주시죠! 아, 근데 '신독'이 무슨 뜻인가요?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ㅡㅡa

로드무비 2005-10-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 기다리느라고 내가 여적 서재에 있었수.ㅎㅎ
글고보니 한자를 다는 게 좋을 것 같아 조금 전 달았어요.
서비스 차원!ㅎㅎ
(다음 이바구 좀 있다 쓸게요.)

2005-10-07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5-10-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있어요. 퇴근 전까지 올라올래나 어쩔래나...

로드무비 2005-10-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과 그 위 속삭이신 님의 요청으로 급히 반쪽짜리 페이퍼라도
써서 올렸습니다.
사실은 저의 페이퍼 주가를 올리기 위한?ㅎㅎㅎ

인터라겐 2005-10-0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업직은 구호가 너무 거창해요...흐흐... 로드무비님!!!!! 지금도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사실 것 같은 1순위십니다..

로드무비 2005-10-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님도 그런 구호 한 번 외쳐보신 적 있나요?
어, 그런데 열심히 사는 것하곤 정말 거리가 먼 인간인데요, 저는.
말씀은 고맙지만...^^

니르바나 2005-10-1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로드무비님께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셨군요.
우리 기쁜 젊은 날인가, 우리 젊은 기쁜날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감동을 주는 글이 어찌 저와 우정을 나누는 그분을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로드무비 2005-10-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아니랍니다. 자서전.
저같은 사람이 자서전 써서 뭐하게요.
그냥 생각난 재밌는 일화 써본 거예요.
반응이 하도 좋아서 이어지는 글도 써본 거고.
그 정도예요, 니르바나님.
재밌게 읽으셨다면 혹 모를까, 감동은 터무니없습니다요.
니르바나님과 우정을 나눈다는 그분 제게도 소개 좀 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