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어제, KBS 스페셜을 시청했다.
'이해충돌, 일자리의 위기'라는 큰 제목 아래, 지난주는 "자본은 왜 파업하는가",
어제는 "노동은 왜 양극화되는가"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아이의 학습지 교사가 개그맨 제니퍼(한 개그 프로그램의 대표 캐릭터)를 쏙 빼닮은
젊은 남성인데, 나는 평소 그가 아이의 방에서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수업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조그만 의자에 간신히 궁둥이를 걸치고 쪼그려 앉은 모습이......
또 피아노학원의 건장한 남자 선생님은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아이들을 싣고 나르며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시는데, 얼마전 발표회에서 흰색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서셨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로 가곡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보람되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릴 때 꿈에서 그는 얼마나 멀리 떠나온 것일까!
대낮의 객석, 자모들만 스무나믄 명 멀뚱멀뚱.
그렇게 초라한 무대에서 열창을 하게 될 거라고는......
보람이고 의미고를 떠나서 생업으로서의 밥벌이는 숭고하고 자못 눈물겨운 데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아침이면 눈 비비고 나와 일터에 출근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지난주엔 택배를 보낼 게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아저씨를 불렀더니,
(우리는 서로 약간의 연정을 품고 있다. 나는 그렇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그날이 마지막이라며 운송장을 내게 한 뭉치 건네주었다. 선물처럼.
사람 불러놓고 그제서야 주소 쓰고 하면 불편하니까 미리 써놓으라고.
다른 일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저 당분간 실업자예요!"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냉수를 달라는 걸 녹차 가루를 생수에 풀어 시원하게 한잔 대령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에서만 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많은 일자리들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해외로 다 빠져나갔다.
미국 앨러배마 주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포스코는 12조 원을 들여 인도에 거대한 제철소를 짓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는 그렇다고 치고, 미 앨러배마 주의 주민들이 좋은 직장을 얻었다며
입이 찢어져라 웃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각 회사와 공장, 작업장과 사무실을 채웠던 그 수많은 우리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몇 년 사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바뀌어 버렸다.
지난 몇십 년, 국민들의 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우리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영광이 돌아와야 할 것이 아닌가.
단물만 쏙 빼먹고는 세계화에 발맞추려면, 또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대기업들의 작태라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오십몇 프로로 정규직 노동자보다 많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또 하청업체 노동자 간의 간극이 크다고 한다.
요즘처럼 눈만 뜨면 흉악한 사건과 사고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자니 누군들 돌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없겠는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2주 연속해서 방송을 보고 너무 답답해서 몇 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