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꿈 속에서 8번 버스를 탔다.
낡은 버스의 운전사 옆 제일 앞자리가 비어서 그곳에 궁둥이를 걸쳤다.
나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취해 있었다.
어느 정류소에서 내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손가방이 없어졌다.
그 가방 안엔 핸드폰과 지갑과 친구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수첩이 들어 있었다.
카드 분실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니 전화번호도 핸드폰도 공중전화를 걸 동전도
내게는 없었다.  친구들과 연락할 길도 끊어졌구나!
아이고 우짜꼬,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대 위의 내 손가방이 있나 없나 그것부터 확인했다.

왜 하필이면 8번 버스일까?
꿈에 버스를 탔다 하면 예외없이 8번 버스이다.
8번 버스는 오래 전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홍은동의 한 비디오가게에 비디오를 빌리러 갈 때
탔던 버스이다.
점심시간을 이용, 김밥 한 줄을 사서 먹으며 가기도 했고, 퇴근 후 갈 때도 있었다.
처음엔 이름이 '으뜸과 버금'이었는데, 나중에 '영화마을'로 바뀌었다.
한 번 가면 일고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비디오를 빌렸다.
대여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그 가게의 사장님이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비디오 소식지인 <영화마을>의 발행인이었다.
영화 <여섯 개의 시선> 프로듀서인 이진숙 씨도 안국동 '영화마을'의 주인인가 그랬는데.

내가 본 명작들이나 희귀영화는 대부분 그곳에서 빌려본 것들이다.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 테이프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정말 그곳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도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녹색극장 앞에서 내려 8번 버스를 기다렸다.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대낮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질어질했다.
삶의 어질머리.
사는 게 도무지 자신없었고, 내 방에 숨어서 영화나 닥치는 대로 보자 했다.
그런데 그 시절이 나는 그토록이나 그리운 것일까?  에이, 설마!


홍은동 그 비디오 가게에서 몇 번 마주쳤던 한 남자는 얼마 전 이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과거가 없는 남자>)를 보러  씨네포럼에 갔더니 무슨 영화제의 기획위원이 되어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들고 사무실과 극장 로비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극장 로비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뚱땡이 아줌마가 홍은동 영화마을에서 목례를 나누던
그 '호감 가던(!)'  아가씨인지 그는 꿈에도 몰랐으리라.=3=3=3




  마지막  문장이 너무 감상적이라  마음에 안 들어서  바꿔주었습니다. 
요건 마음에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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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6-04-1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답변 :

오늘의 교훈
1. 항상 비상금을 나눠가지고 다닌다.
2. 중요한 주소는 여기저기 백업을 받아두자.
3. 지갑을 복대로 대체하자(-.-;).

이리스 2006-04-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국동 영화마을.. 한때 저도 거기서 비됴를 무지하게 빌려댔죠.ㅋㅋ
가회동에 있는 모 출판사 다닐적에~

mong 2006-04-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어질머리...이 단어가 콕 하고 와닿아요

urblue 2006-04-1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벽에 꾼 꿈 속에서 친구들한테 왕따당하고 있었어요. 흑흑.

2006-04-12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제가 써놓고도 콕 하고 와닿습니다.=3=3=3

낡은구두님, 비디오 가게 점원이 꿈인 시절도 있었는데요.
안국동 지점은 저도 두 번 가봤어요.
그곳 주인이었다가 영화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는
이진숙 씨가 또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런데 가회동의 출판사라면 거, 거, 거기인가요?^^;

호리건곤님, 지상에서 가장 슬픈 댓글 :
1. 나누고 자시고 할 비상금이 없습니다.
2. 중요한 주소도 이제 제겐 별로 없습니다.
3. 안 그래도 불룩한 배, 복대까지 차면 어쩌라고요!=3=3=3

Mephistopheles 2006-04-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을 이용, 김밥 한 줄을 사서 먹으며 가기도 했고, 퇴근 후 갈 때도 있었다.'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가..~~~=3=3=3=3

얼룩말 2006-04-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재밌어요

로드무비 2006-04-1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말님, 다행이에요.^^

메피스토님, 아이참, 김밥 두 줄!
이젠 됐죠?=3=3=3

싱가폴체험학습 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바쁘신가 보다 짐작은 했어요.
거기다 대학원 개강까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공부하시는 것 알찬 열매로 맺길 기도하겠습니다.
서재에서도 곧 뵙게 되기를......^^

블루님, 낮에 술취해 버스 탔다가 지갑 잃어버린 제 꿈이 더 낫네요.=3=3

플레져 2006-04-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번 버스는 우리 마을도 지나갔는데.
8번 버스 타고 홍은동 사는 이모댁에 자주 놀러다녔는데.
정릉에서 8번 버스 타고 홍은동 도착전까지는 오밀조밀한 오솔길을 지나고
멀리에는 자그마한 암자들도 많이 보였는데...
아~ 로드무비님은 합정동에 이어 홍은동, 북아현동! 서울에 흔적 많이 남겨두셨네요! 저는 고작... 흑.

로드무비 2006-04-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이야말로 예쁜 추억을 서울 곳곳에 묻어두셨으면서.
정릉 저도 좋아요.
김지원 채원 자매 혹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지 않으셨나요?^^

플레져 2006-04-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조신한 소녀였던지라 (실은 동화만 읽던 철딱서니였던 지라 소설가 이름을 몰랐던...흑) 고개를 들고 다니질 못하여서........ 캬캬~ =3=3

로드무비 2006-04-1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자기 입으로 조신하대.=3=3
뭐 내 입으로 '호감 가는 아가씨'라고 뻥을 쳤으니
저도 할 말도 없군요.^^

2006-04-12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4-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철 안에서 술취한 여성들을 보고 잠시 가졌던 뜨악한 생각에 대한 찜찜함 때문에, 로드무비 님이 꿈속에서 만취한 거 아닐까요(대낮부터!).
참. 고백하자면, 저도 합정동과 북아현동에 추억이 있어요.
저는 만난 일도 없는 그 시절의 로드무비 님이 그리워요.

이리스 2006-04-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거, 거,. 거기가 맞을거에요! *^^*
저는 한때 비디오 가게 점원이기도 했어요. ㅋㅋㅋ

로드무비 2006-04-1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멋져요!^^

namu님, 제가 너무 자신을 미화한 것 같기도 하고.ㅎㅎ
'뜨악한 생각', 바로 그겁니다요.
님도 알고보면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세례를 좀 받으신 듯.^^
(전 퍼펙트하죠. 초기의 작품들!)

중앙역 님, 메모 보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모저모 축하드려요.^^*

플라시보 2006-04-1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꼭 담백한 단편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흐흐^^

로드무비 2006-04-1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담백한 단편영화라니 제가 꼭 임순례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이.ㅎㅎ
생각해 보니 '雨中산책' 2편으로 괜찮을 듯.^^
 

토요일 오후,  꽤 긴 시간의 외출을 끝내고 마이 도러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집이 문득 눈에 띄었다.
아이의 학교 숙제를 알리는 공문에 '화분에 씨앗 심기'가 있던 것이 생각났다.
물을 주고 잘 키워 나중에 학교에서 가져오라고 하면 검사 받으라는......

씨앗을 사서 조그만 화분에 직접 심고, 싹이 나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일기로 적으라는 것이었는데
그때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흙은 어디서 퍼올 것이며, 화분도 없고, 갑자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끌어 꽃집 안으로.

앞치마를 두른 권태로운 표정의 여인이 가게 문에 달린 종이 울리자 어디선가 나타났다.
나같이 게으른 학부모가 더러 있는지 화분에 씨앗을 심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낀다. 작업 준비!
그리하여 우리 모녀가 하나씩 고른 건 패랭이꽃과 백일홍.
혹시 화분 하나가 잘못될 경우를 생각하여 두 개를 골랐다.

큰 화분 속의 시커먼 흙을 모종삽으로 퍼서 작은 화분에 3분의 2쯤 담고 씨앗 봉지를 끌렀다.
그리고  씨앗을  각각 심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조금 덮고.
백일홍 씨앗이 패랭이꽃 씨알보다 훨씬 크다는 친절한 설명까지.(혹시 그 반댄가? 벌써 까먹다니!)

씨앗봉지의 꽃 이름을 가위로 잘라서 헷갈리지 않게 각각 화분의 흙 위에 올려주는 배려가 고마웠다.
얼마냐고 물으니 두 개 합해서 2,600원.
씨앗에, 화분에, 흙에, 그 수고에, 내가 생각할 때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자동반사적으로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놓은 프리지아 두 다발을 빼들었다.

그날 산 프리지아가 조금 전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프로는 자기 노동의 가치를 '세상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패랭이꽃과 백일홍은 일주일 혹은 열흘쯤 뒤 싹을 내밀 것이라 한다.
분무기로 매일아침 조심조심 물을 주는 일은 아이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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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말 탐스런 데이지 한화분을 500원 강렬한 빨간 미니시크라멘을 1500원 커다랗고 소담스런 아네모네 두대( 빨강, 보라) 를 5,000원에 사고 속으로 너무 싸다! 생각했더랬어요. 오늘 아침 데이지가 다 풀이 죽어 있어, 좀 불안하긴 합니다만, 아네모네 빨간 봉우리는 이제 피기 시작했고, 시크라멘도 새로운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왠일로 봄 타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6-04-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10분후에 사진 올라오면 ~ ^^

로드무비 2006-04-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그날 화분 구경 잘하고 입 닦아서 미안해요.ㅎㅎ
프리지아 사진 올렸습니다.
사진 찍어 뒤늦게 올리는데 5분이 안 걸리네요? 호호~

urblue 2006-04-1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이드님 페이퍼 보고서 저도 조그만 화분을 사 볼까 했는데, 로드무비님도 옆구리를 찌르시는군요. 좋아, 오늘 퇴근길에 삽니다. ^^

하이드 2006-04-1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라~ 프리지아가 저렇게 노란색이었군요, 저렇게 탐스러웠군요 ^^
화병은 워낙에 물방울이 들어가 있는건가요? 화병도 이뻐요.

로드무비 2006-04-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미워요.
오전에 올린 황사바람 페이퍼를 모른체하시다니! 흥=3

그리고 물 주는 것 빼먹어도, 끄떡없는 아이들로 고르세요.=3=3=3

로드무비 2006-04-1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봄에는 가볍게 프리지아를 몇 번 사는 편인데
저렇게 이쁘게 꽃필 껀 뭘까요?
물방울 화병은 2001 아울렛에서 2천 원인가 주고 산 플라스틱인데
실용적이에요. 잘 안 깨어지니...^^

urblue 2006-04-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황사바람 페이퍼요? 끙... 찾아봐야겠다...=3=3

urblue 2006-04-1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가 없네요?

mong 2006-04-1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라오면 댓글 단다고 하구선 한시간이
훌쩍 넘어갔네요...아아-느무 열심히 일하는거 같아요 ㅎㅎ
제가 좋아라 하는 노란색 종류랍니다~

sudan 2006-04-1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사바람 페이퍼는 못 봤구요. 심난한 표정의 주하양(예뻐요. ^^;;)이 매립지 반대 피켓 든 사진이랑 김밥 먹으면서 신나하는 사진이랑 그런 건 봤는데. 오늘 아침에요.
근데 다시 찾아보니 없는데요?(모른 척 하면 없어지는구나..)

ceylontea 2006-04-1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쁘다.. 저도 지현이랑 프리지아 한단 사러 가고 싶어요. 제가 사들고 가도 되지만, 지현이가 꽃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 (근데 언제 사러 가나...--;;)

플레져 2006-04-1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방울이 있는 꽃병이구나... 넘 이쁘다.
프리지아 향도 참 좋잖아요.
요새 프리지아 엄청 많던데. 나도 한다발!

nada 2006-04-1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노동의 가치를 목숨 걸고 돈으로 환산하는데... 프로가 못 되나 봅니다..큭. 도러에게 선어브비치도 가르쳐 주시고, 귀찮으면 귀찮다고 하시고.. 로드무비님은 쿨한 맘 같으셔요.^^

진주 2006-04-1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조금 더 있어 보세요!
흙 위로 빼꼼히 연두빛 새싹이 돋아 날 것이고,
주하의 커다란 눈망울이 떡잎이 벌어질 때 얼마나 더 동그래질지!
2600원으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을 하신 겁니다^______^

로드무비 2006-04-1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아아, 기대됩니다.^^

cauliflower님, 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든 거고요, 저도 돈으로 환산합니다.
그리고 짱구를 굴려본 결과 그나마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제일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슴다.^^

플레져님, 뭔들 플레져님이 들면 안 어울리겠습니까!^^

실론티님, 지현이가 프리지아 든 모습 생각하니 절로 눈이 감깁니다.^^

수단님,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 올린 페이퍼였고,
두 시간만 두리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별로 눈여겨 보시지 않더군요.
그래서 잽싸게 포스트잇을 뗐답니다.
그런데 흥=3 보시고선 모른체하다니! ^^

mong님, 뭔 일이 그렇게 바쁘셔요?
노란색, 지금 서재 이미지도 그렇고 몽님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블루님, 수단님께 하는 말 들으셨죠?^^


국경을넘어 2006-04-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나도 함 해봐야지

니르바나 2006-04-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예쁜 꽃 피우셨네요.
프리지아 하고 작은 소리로 불러봅니다.^^

인터라겐 2006-04-1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향이 여기까지 퍼져 옵니다.. 전 양재동 꽃시장가서 치자꽃을 사올 예정입니다.. 항상 봄이면 치자꽃향이 동네에 진하게 퍼질 정도로 예쁘게 폈는데 작년에 얼어 죽었거든요.. 하얀 치자꽃이 로드무비님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에로이카 2006-04-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프리지아 화병이 있던 자리에는 원래 뭐가 있었나요? 그냥 궁금합니다.
화분에 싹이 나면 사진 올려주세요. 따님이 싹이 나는 것을 많이 기다리겠네요. ^^ 기다림과 정성이 예쁜 결실을 맺기를 저도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6-04-1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은 참 묘해요 기분나쁘고 짜증나다가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니 말입니다..^^

치유 2006-04-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리아 향이 여기까지 난듯 해요..아이가 새싹 나길 기다리며 들여다 보는 모습이 눈에 아른...이쁘게 잘 올라와서 아이가 행복하길..

로드무비 2006-04-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오늘 아침 벌써 싹이 올라왔어요.
아침 먹고 사진 올릴게요.^^

메피스토님, 꽃을 바라보면 뭔가 위로받는 느낌.^^

caco님, 분홍색 돼지저금통이 있었던가?ㅎㅎ
화분에 싹이 났습니다.
좀 있다 보여드릴게요.
마이 도러도 우정출연. 기대하시라!ㅎㅎ

인터라겐님, 치자꽃 향기는 정말 죽이죠?
그런데 하얀 치자꽃과 저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은데.
후박나무 잎 정도라면 모를까.ㅎㅎ

새벽별님, 저도 오래가는 꽃 좋아합니다.
음식은 첫째, 양이 많은 것.ㅎㅎ
(님도 그러시죠? 다 앱니다.)

니르바나님, 님이 부르시는 소리에 나머지 꽃봉오리도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습니다.^^

폐인촌님, 뭘요? 꽃집 경영을?ㅎㅎ
님과 꽃 너무 잘 어울립니다.^^

 

합정동에서 7년을 살았다.
서교동, 연남동, 북아현동, 합정동, 그리고 결혼하여 연남동.
막내고모집에서의 식객 노릇으로 서울생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북아현동에서는 쌀집의 완전 행랑채에 해당하는 이상한 구조물의 단칸방에서
남동생과 자취를 하기도 했는데 술을 퍼마시고 늦은밤, 친구나 선배를 데리고 오는 날이
잦았던 남동생 때문에 조금 불편하긴 했다.

연탄아궁이 하나와 작은 찬장 하나 벽에 달린 것이 고작인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밥 해먹는 재미도 괜찮았다.
동네 목욕탕과 한달 단위로 싸게 계약하여 목욕 문제를 해결했다.

어느 날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온 여동생 부부는 그 방에서 함께 끼어 잘 엄두가 안 났던지,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외치며 나가버려 나를 좀 무안하고 섭섭하게 했다.
집에 간 동생이 어떻게 아버지를 구워삶았는지 우리 오누이는 그 다음주에
그 동네의 허름한 2층 독채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주인집인 쌀집에서 리어카를 빌렸고, 남동생의 오른팔과 왼팔(조폭 아님!) 친구가
으쌰으쌰 힘을 써서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 짐을 날랐다.
그날 대강 짐을 부리고 추계예대 앞 식당에서 불낙전골을 먹었는데
전골값보다 술값이 더 나왔었지. 대낮에......

합정동 18평 다세대 주택 생활은 연년생인 우리 사촌 둘이 나란히
서울과 인천의 대학에 입학하면서 작은아버지의 제의로 두 집이 함께
전세금을 분담하면서 이루어졌다.
사촌동생 오누이, 그리고 남동생과 나.
여자들은 작은 방을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남자 둘은 만장같이 넓은 방 하나를 같이 썼다.
우리들이 결혼하면서 하나 둘 그곳을 떠나고 사촌여동생만 혼자 남아 살다가
작년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집에서 나왔다.

"합정동 블루스"라고 제목을 잡은 것은 그 집에서의 생활이 내게는 꽤 그리운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우리집으로 온 친구 부부도 있었고,
결혼식을 열흘 앞두고 부산에서 서울로 도망을 와서 우리 집에서 보름 있다가 내려간
동생의 절친한 친구도 있었다.

결혼식 후 해운대의 호텔에서 1박하고 났더니 경포대고 나발이고
우리집에 그렇게 오고 싶더라나?
그날 나는 내 방을 신랑신부에게 내어줘야 했다.
다음날은 빌다시피 하여 그들을 동해 쪽으로 내쫓았다.

맞선으로 만나 어찌어찌 사귀다가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남동생의 초등학교 친구는
결혼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얼굴이 온 세상을 뒤엎으면서.
그래서 무작정 서울 우리집으로 도망을 왔다.

두 집안을 벌집 쑤시듯 해놓고 녀석은 밤마다 태연한 얼굴로 우리랑 술을 펐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내려가는 날, 동생은 출근을 하고, 나랑 녀석은 신촌의 한 소극장에서
키에슬롭스키의 영화를 보았다. <레드 Red>였지 아마?!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맥주를 마시던 소극장 부근의 선술집 인테리어는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포세이돈이 어떻고 하는 제목에 바다가 컨셉인 인테리어였다.

도망자들의 도피소, 혹은 안식처였던 합정동 집.
어느 놈의 소설에 '합정동의 늙은 여자'로  두 줄 당당히 등장도 하고......

홀가분하면서도 고독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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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0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유명해지셔서 생가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 됩니다..
`로드무비님의 생가'

mong 2006-04-0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정동 얘기는 전에도 조금씩 하셨지만
언제 들어도 참 좋아요
소박하고 훈훈한 느낌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2006-04-0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사이더님, 별 말씀을.
혹시 제가 잘난척하는 기척이 느껴지면 지적해 주세요.
총아는 님이 아니시던가요?
제가 알기론......^^

mong님, 북아현동과 합정동 시절 지금 생각하니 좋았어요.
그런데 그때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입을 쑥 내밀고 다녔어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고독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3=3

메피스토님, 택도 읎는 그런 말씀은 마시고,
제게도 음악 보내줘요옷.=3=3

urblue 2006-04-0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정동 어디 사셨을까? 동생네가 한동안 합정동에 살아서 자주 들락거렸어요. ^^

로드무비 2006-04-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정동과 망원동이 딱 갈라지는 지점이었는데.
깨비서점(만화 대여점) 뒤였어요. 블루님도 아시남유?ㅎㅎ

urblue 2006-04-0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비서점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 사는 곳과 가깝네요. ^^

sudan 2006-04-0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놈의 소설이라. 곰곰. 근데, 전 왜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는거죠? (막 아는 척. ^^)

조선인 2006-04-0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놈의 소설이라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ㅎㅎㅎ

urblue 2006-04-0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시인 아니었나? ^^

2006-04-05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4-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블루님. 그죠 그죠?

로드무비 2006-04-0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사람들이 말이야.
시인은 소설 쓰면 안되나요?
그런 것만 꼭 기억하더라. 흥=3
늙은 여자로 소설 속에 잠깐 지나간 게 그때는 분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라고 팔아먹고 있으니.ㅎㅎ

DJ뽀스 2006-04-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이 진주인 이종사촌동생이 합정동 살아서 작년 여름에 놀러갔었어요.
몇 발자국 걸어나가면 홍대번화가라 분위기가 참 색다르더라구요. ^^:

2006-04-05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0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메일님, 그랬군요.
전 또 변심(ㅋㅋ)하신 줄 알고 살짝 섭섭했지 뭐예요.
용량이 다 찼나?
통 좀 비울게요.^^

로드무비 2006-04-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뽀스님, 맞아요, 10분만 걸으면 홍대앞.
살기 좋은 동네예요.^^

블루님, 수단님, 조선인님, 귀여운 관심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히히~

nada 2006-04-0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겨울의 찻집 누님 스타일이신가 보군요. (온라인은 당최 오해가 빈번해서 존경의 표현임을 밝혀 둡니다.) 소설에도 출연하시고..ㅋ 주위에 룸펜 좀 키우셨나 봅니다.

비로그인 2006-04-0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바뀌었군요..ㅎㅎ

니르바나 2006-04-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름에 걸맞는 동네에 사셨네요.
합정
동네이름에 붙은 한문의 뜻은 다르겠지만
정인들이 모여사는 마을같아요.
그런 동네의 주인은 당연히 로드무비님이시죠. ^^

끼사스 2006-04-06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합정동 블루스' 춘 지가 올해로 5년째네요… ㅎㅎ 좋은 동네에요. 아참, 권해효씨가 김규항씨한테 줬다는 만년필(크로스 아포지 블랙라커), 저도 몇 달전부터 쓰고 있어요. 규항넷에서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인터라겐 2006-04-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옛날 남친(?)이 망원동 살아서 그동네 낯익어요.. 음 합정동 하면 생각나는것.. 홀트.. 그리고 여관들.. 왜 유독 합정동에서 망원동 들어가는 길목엔 여관들이 많던지... 흘깃거리면서 여관에서 나오던 아줌마 아저씨 모습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죠..ㅋㅋㅋ ㅎㅎ 로그인 하게 만드시는군요...

로드무비 2006-04-0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훈성님, 저랑도 언제 한 판 땡기실까요?ㅎㅎ
흥=3 그런데 아포진가 뭔가 하는 만년필 자랑하러 오셨군요.
좀전에 규항넷 가서 구경하고 왔습니다.
전 펠리컨 아주 이쁜 놈이 하나 있는데 사진 찍어 보여드릴까요?^^

니르바나님, 그때는 '소녀가장'을 자처하고 다녔습니다.
사촌들까지 동생들 셋을 거느렸으니 뭐 거짓말도 아니지요.('')(..)
'소녀'라는 낱말에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ㅎㅎ
잊지 못할 동네입니다.

사야님, 저렇게 쓰는 게 더 멋있을 듯해서요.
'합정동의 늙은 여자'는 제가 알기로 세 번째 써먹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충격이 컸었나봐요. 어린 나이에 들은 소리라.=3=3=3

cauliflower님, '그 겨울의 찻집' 노래 좋아합니다.
베고니아 화분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룸펜을 키울 역량은 안되고, 먹던 밥상에 숟가락만 놓았답니다.^^





로드무비 2006-04-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아이고 반가워라.
자주 로그인 좀 하세요. 잘 지내시죠?
맞아요, 동네 입구 골목에 여관이 많았어요.
아자씨아줌마들이 흘깃거리면서 나왔다고요?
전 여관에서 나올 때도 당당한 사람이 좋아요.
속으로는 쪽팔려 죽을지라도.ㅎㅎ

마태우스 2006-04-0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몸담고 있는 동네인지라 훨씬 더 정감이 갑니다. 그곳이 어디일까 추측해 보게 되네요. 물론 알아내진 못했지요

로드무비 2006-04-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합정동도 님의 홈그라운드 권에 포함되죠?
얼마 전 황소곱창에 갔을 때 저도 모르게 마태우스님이 계신가 하여
두리번거리게 되더군요.^^

2006-04-08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고 지루박님, 반갑습니다.
혼자 추려니 뻘쭘하던데 님도 좀 스텝 밟아 주세요.
방이 아직은 텅 비었던데, 뭘 좀 들여놓으실 생각이신가요?^^

검둥개 2006-04-1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 ㅎㅎ
전 합정동에서 조판하던 기억이 ^^ 그 동네 보리밥집이 좋았었는데...
아차차, 이렇게 먹는 생각만. ^^;;;

로드무비 2006-04-1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뭐든 먹는 쪽으로 귀결.ㅎㅎ
그런데 보리빕집이 어디였어요? 못 봤는데.

비로그인 2006-05-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재밋어요.. ㅎㅎㅎ

2006-05-1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어제, KBS 스페셜을 시청했다.
'이해충돌, 일자리의 위기'라는 큰 제목 아래, 지난주는 "자본은 왜 파업하는가",
어제는 "노동은 왜 양극화되는가"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아이의 학습지 교사가 개그맨 제니퍼(한 개그 프로그램의 대표 캐릭터)를 쏙 빼닮은
젊은 남성인데, 나는 평소 그가 아이의 방에서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수업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조그만 의자에 간신히 궁둥이를 걸치고 쪼그려 앉은 모습이......

또 피아노학원의 건장한 남자 선생님은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아이들을 싣고 나르며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시는데, 얼마전 발표회에서 흰색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서셨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로 가곡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보람되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릴 때 꿈에서 그는 얼마나 멀리 떠나온 것일까!
대낮의 객석,  자모들만 스무나믄 명 멀뚱멀뚱. 
그렇게 초라한 무대에서 열창을 하게 될 거라고는......

보람이고 의미고를 떠나서 생업으로서의 밥벌이는 숭고하고 자못 눈물겨운 데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아침이면 눈 비비고 나와 일터에 출근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지난주엔 택배를 보낼 게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아저씨를 불렀더니,
(우리는 서로 약간의 연정을 품고 있다. 나는 그렇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그날이 마지막이라며 운송장을 내게 한 뭉치 건네주었다. 선물처럼.
사람 불러놓고 그제서야 주소 쓰고 하면 불편하니까 미리 써놓으라고.
다른 일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저 당분간 실업자예요!"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냉수를 달라는 걸 녹차 가루를 생수에 풀어 시원하게 한잔 대령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에서만 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많은 일자리들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해외로 다 빠져나갔다.
미국 앨러배마 주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포스코는 12조 원을 들여 인도에 거대한 제철소를 짓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는 그렇다고 치고, 미 앨러배마 주의 주민들이 좋은 직장을 얻었다며
입이 찢어져라 웃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각 회사와 공장, 작업장과 사무실을 채웠던 그 수많은 우리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몇 년 사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바뀌어 버렸다.
지난 몇십 년, 국민들의 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우리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영광이 돌아와야 할 것이 아닌가.
단물만 쏙 빼먹고는 세계화에 발맞추려면, 또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대기업들의 작태라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오십몇 프로로 정규직 노동자보다 많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또 하청업체 노동자 간의 간극이 크다고 한다.

요즘처럼 눈만 뜨면 흉악한 사건과 사고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자니 누군들 돌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없겠는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2주 연속해서 방송을 보고 너무 답답해서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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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4-0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나요. 씁쓸한 이 마음이라니.
쓸말은 너무 많으나 그냥 추천만 합니다.

2006-04-03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4-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건 대부분 그리 큰게 아닌데.... 그저 자기 힘으로 자신과 가족의 밥을 먹이고 거기에 약간의 여유를 더할 수만 있는 정도 말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겠죠.)근데 그 작은 삶의 행복조차도 너무 힘든 세상이니....
저도 같이 답답해서 한숨쉬고 나갑니다.

바람돌이 2006-04-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로드무비 현상의 저지를 위해서 추천은 생략합니다. ^^;; 3=3=3===

릴케 현상 2006-04-0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현상을 저는 1년도 더 전부터 문제시하고 있었지요^^=3=3=3

이리스 2006-04-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면 저도 깊이 공감만 하고 추천을 생략하겠어요. (-_-;;)

mong 2006-04-0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 아저씨와의 이별이 마음 아파요
로드무비 현상은 쭈욱-계속되어야 한다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켁켁

로자 2006-04-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이 공감도 하고 추천도 할래요. 문제가 된 로드무비 현상을 제대로 파악을 못해서 ^^
비정규직 문제 정말 심각하죠?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

로드무비 2006-04-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 이러시면 알라딘을 떠나야 할까 보옵니다. 흙=3=3
바람돌이님, 낡은구두님, 자명한산책님, 어여 돌아오셔서 추천을!

모기업님, 아이고 그랬구만요.
저도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요.
어제도 얼마나 화가 나던지. 노동자들 몰래......
그나저나 어쩐다죠? 아무튼 나중 일이고, 마음 편히.....

반딧불님, 추, 추, 추천 고마워요.
나름대로 감정을 절제하고 쓴 거랍니다.;;

라주미힌 2006-04-0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밥천국이나 샌드위치 가게, 족발집, 핏자가게 늘어나는 거 보면 거시기 해요.
놈현이 자존심 내세우는 동안에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사람들 우짠데요.. (나도 포함 될텐데.. 흑)

릴케 현상 2006-04-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돌아와서 추천... 몸값부풀리기 전략이라고...

로드무비 2006-04-0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꿋꿋이 버티시길......
손님 없는 식당 보면 또 가슴이 천근만근.
어쩌면 나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일이어서겠죠?;;

로자님, 세상이 왜 이리 된 건지 모르겠어요.
로드무비 현상이라고 마태우스님이 추천수에 의문을 제기하셔 갖고 에휴,
사실 글이 좋으니 추천수 많은 건 당연한 건데.=3=3=3

mong님, 제겐 님밖에 없어요.
여기 녹차물, 자요, 쭉 마시세요.^^



이리스 2006-04-0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러면 귀얇은 저로선.. 펄럭펄럭~ 추천 꾹!
로드무비님, 저는 자스민 차로 부탁해욤~~

로드무비 2006-04-0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자, 특별히 이쁜 잔에......
진작에 그러실 일이지.^^

산책님, 어떤 여인에게 이미 천정부지의 몸값으로 팔리셨죠?ㅎㅎ

kleinsusun 2006-04-0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얀 연주복을 입고 대낮에 애들 앞에서 노래하는 선생님 모습을 떠올리니...
그 선생님이 꾸준히 더 큰 무대를 만나고, 또 큰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하더라도, 노래가 "업"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생의 "낙"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Mephistopheles 2006-04-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맨은 벨을 몇번 누를까요...?? 2번...3번...
뉴스를 보니 현대자동차 회장님은 미국으로 말그대로 토끼셨더군요...
편도행 비행기표로 말입니다...제~~~에~~~~길~~~~슬~~~~

로드무비 2006-04-0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아이들 발표회 찬조출연이었는데 노래가 또 참 좋더라고요.
바리톤의 목소리도 듣기 좋았고.
아무튼 흰색 연주복 쫙 빼입고 꼬맹이들 앞에 서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다들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나요?

로드무비 2006-04-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편도행 비행기표!
자금만 몰래 빼돌리는 줄 알았더니 요즘은 아예 공장까지
통째로......ㅆㅂ

그리고 택배맨은 벨을 안 누릅니다.
도착할 때쯤 제가 문을 활짝 열어놓거든요.ㅎㅎ

krinein 2006-04-0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책제목이 아니더라도, 밥벌이는 충분히 고단하고 또 서글픈 일일진데, 자본은 실존의 그것을 넘어 옥죄어오나 봅니다.

아주 간만에(에... 거의 두번째나 세번째 인 듯 합니다^^;;;) 인사 드리고, 글은 네이버 블로그로 퍼갑니다^^

sudan 2006-04-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고 뭐라 뭐라 쓸려고 했는데, 밑에 댓글 읽다가 잊어버렸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새삼스레.)

야클 2006-04-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현상은 거품이 아닌듯 합니다. 저도 추천! ^^

2006-04-03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03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6-04-0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아저씨..왜 그만 두시는지..제가 다 섭섭하네요.
추천은 로드무비현상이 아니고 로드무비효과가 아닐런지요?ㅋㅋ

물만두 2006-04-0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더 임금이 낮은 할아버지분들을 쓰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진짜 돈이 많이 필요한 3,4십대 가장들은 정말 위기가 아닐 수 없어요 ㅠ.ㅠ 슬픕니다...

urblue 2006-04-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쓰는 택배는, 몇 달 주기로 아저씨가 계속 바뀝니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한숨 포옥, 이에요.

로드무비 2006-04-0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옆에서 보기만 해도 힘든 일이잖아요.
먹고살기 진짜 힘듭니다.

사라진님, 다음엔 꼭 분기탱천한 상태에서 쓴 글을! 불끈=3

물만두님, 그러게 말입니다.
노인들도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으니.....

수니나라님, 제 마음을 알아주시다니!
3월까지만 일한다 했으니 이제 얼굴을 볼 수가 없어요.;;

두 번 속삭이신 님, 신경쓰지 마세요.
저 암시랑토 않습니다.
워낙 그런 발언을 자주 하셔서 그러려니...^^

야클님, 와락=3 고마우셔라.
그리 말씀해 주시니 눈물이 핑=3 ㅎㅎ

수단님, 저 님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krinein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어디 퍼가신 제 글 보러 님 방에 가볼까요?
틀린 글자 하나 고쳐야 하는데...^^

에로이카 2006-04-0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 드리고... 근데.. 로드무비 현상이 뭔가여?... 알라딘 초보라...
"서로 다른 권리가 부딪칠 때, 그 싸움을 결정 짓는 것은 결국 힘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일할 권리를 위하여...
그리고 그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위하여...
로드무비님 글... 너무 좋아요.. 아부...

로드무비 2006-04-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co님, 아부 좀 자주 해주세요.
저 칭찬에 무지 약한 인간입니다. 헤헤~~

2006-04-03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0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님, 고마워유.^^

숨은아이 2006-04-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린 글자 하나 고쳐야 하는데... 라니. ㅎㅎㅎ (로드무비 현상이란 마태님이 만드신 신종 유행어인가요? 요새 워낙 유행에 뒤처져서.)

2006-04-0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6-04-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면서 마구마구 화도 나고 마음도 아팠는데,,,,에고,,,힘든세상이네요,

혜덕화 2006-04-0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아침이었어요. 앞에서 큰 화물차가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뒷차들도 주루룩 따라 섰어요. 지나가면서 보니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고, 아마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화물차의 경적에 놀라서인지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더군요. 그 오토바이는 번호판도 붙지 않은 아주 오래된 오토바이더군요. 남편이 "번호판도 없는 것을 보니 무면허네" 하고 지나가더군요. 그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울컥 쏟으면서 목구멍이 뜨거워졌어요. 이렇게 이른 아침,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를 몰고 <돈>을 위해, 생활을 위해 저렇게 뛰는구나 싶어서.......로드무비님의 글을 읽으니 그가 생각나네요. 정말 세상이 어쩌려고 이런지, 가슴 아픕니다._()_

플레져 2006-04-0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행 쫓아갔다가 확인 사살하고 왔어요.
제가 왜 로드무비님 글에 추천하냐구요?
이런 CF가 떠오르네요. 남자 넷(혹은 셋?)과 어깨동무하고 앉은 한 여자.
한 남자가 여자에게 물어요. 너 우리들 중에 한 명이랑 결혼할거지?
그러자 여자는 아니~ 라고 유쾌하게 말해요. 그러면서 여자애가 하는말.
우린 그냥 친구잖아~! (모 맥주 CF)

우린 친구(우정을 나눈다는 의미로 ^^) 니까 추천해요.
거기다 올려주시는 맛깔나는 글도 좋고, 그래서 뭔가 드리고 싶은데
온라인에는 추천꾹~ 이 있으니 추천 드려요 ^^

2006-04-0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6-04-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글이에요..추천들어가구요..세상이 참 좋은 뉴스로만..가득하길..아참 님들께 들려오는 소리도 좋은 소식들만 들려오길..난 티비보고 맞아 맞아 그러고 마는가 하면 이렇게 멋지게 써놓은 님도 있으니..

로드무비 2006-04-0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님도 보셨군요.
열불이 나서 써봤어요. 저 이런 종류의 글 잘 못 쓰는데...^^

양극화님, 호호 그럼요, 우리 가끔 속삭이자고요.^^

플레져님, 저랑 같은 마음이시잖아요.ㅎㅎ
추천에 대해 언제 글 한 번 써야겠어요.
그런데 영 조심스러워서리.^^;;

혜덕화님, 님의 댓글이 한 편의 페이퍼로군요.
저도 가심이 아픕니다.
번호판도 붙이지 못한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울보님, 그러셨군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요, 세월입니다요.;;

숨은아이님, 저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요. 히히.
아까 영어 테이프를 '털'어놓고,라고 썼지 뭡니까.;;

국경을넘어 2006-04-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진짜 호모 노마드 시대가 온 건지... 아찔합니다.

nada 2006-04-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네요. 저 가까운 사람 중에도 퀵서비스맨이 있죠. 정말 고된 일이에요. 박한 마진 땜에 거리가 먼 곳까지 닥치는 대로 다 들려서 차 한대를 꽉꽉 채우고 다니죠. 그러니 퀵 서비스는커녕 불쾌한 서비스가 될 수밖에요.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액셀러레이터 마구 밟고 다니는 거 보면 정말 위험 천만할 때가 많아요...

산사춘 2006-04-0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현상은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추천본능입니다. 제 본능이 제대로 발현되고 있어 다행이어요.

로드무비 2006-04-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이 페이퍼에 왜 다들 추천을 눌러주시는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물론 고맙긴 하지만.
추천본능이라니, 너무 깜찍한 표현이시잖아요.
모옥마아르은 사아스음이이......
갑자기 이 대사는 왜 떠오르는지?!

cauliflower님, 엄청 무거운 상자 들고 낑낑거려야 하고 말이죠.
엄청난 노동강도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아니니 이직률이 그렇게 높은 거겠죠.

폐인촌님, 호모 노마드 시대라~
사실 아무것도 안정적이고 확정적인 건 없어요.
현실에서 좀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
그렇게 가볍게 이해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긴 한데
깊이 파고들면 허무하고 무서워서.

검둥개 2006-04-10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세우는 건 그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 곳 노동자들을 미워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닌 거 같고.
기업과 도덕성은 도저히 양립불가인 것 같고... 추천이 답이로군요.

로드무비 2006-04-1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그걸 모르나요?
그래도 화면 속의 입이 찢어져라 웃는 미국의 노동자들
꼴보기 싫었어요.
'기업의 윤리'라는 말도 입에 올리는 게 우습게 느껴집니다.
 

새벽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베갯잇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울었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무섭고 슬픈 꿈은 처음이었다.
살다보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추가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 새벽  또 한 장의 사진이 내 앨범에 추가되었다.
꿈속에서  딸아이가 한 말과, 그 표정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바로  옆에 누워 쌕쌕 가볍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문득 어떤 깨달음이 왔다.
내게는  아이에 대한 죄의식이 무지 많다는 것.
그러면서도 앞으로 좋은 엄마 노릇할 자신이 없다는 것. 
다시 눈물이 흘렀다.
오랜만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게 하시고 우리 부부가 아이의 정말  좋은 친구이자
인생의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오늘은 아이 학교의 급식과 청소를 맡은 날이다.
아는 엄마 둘이 짝이라 전화를 걸어 사정이 생겼다고 말하고 영화 <망종>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그게 어젯밤 잠들기 전 나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그런 꿈을 꾼 것이다.

지난주에 학급회의에 처음 참석하여 담임선생님 얼굴도 뵙고, 급식 당번도 맡고,
학급비도 자진해서 냈다.
회의에 참석한 엄마들이 열대여섯 명.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바쁘다며 아무 일도 맡지 않는 엄마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뒤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을 쑥덕인다고 한다.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이 어느 분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급식과 청소 당번을 정할 때 내가 좀 나이가 많은 것을 내세워
두 번 중에 한 번 정도만 맡아야겠다 야무지게 생각하고 갔었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어야 말이지.

급식 도우미는 처음이었다.
소고기국과 코다리찜, 미나리무침과 깍두기, 후식으로는 딸기 세 알씩.
나는 여학생들의 식판엔  굵고 더 싱싱한 딸기들을 골라 담아 주었다.
딸기가 싫다고 한 알만 먹겠다는 녀석에겐 눈을 부라려가며 한 알 더.

아침에 묶은 머리가 풀어지고 삐어져 나와 용의가 단정치 못한 딸아이가
어느새 다가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옆구리를 잡아당겼다. 
와락.

조금 남은 밥과 반찬으로 서서 엄마들과 점심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그리고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내가 오래도록 결혼생활이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꿈도 꾸지 않았던 것 중 제일 큰 이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지속적으로 방해받는 상황이었다.
바로 오늘같이 너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급식당번을 하러 학교에 가야 하는 그런......

체념이나 의무로서가 아니라 우러나는 마음으로 사랑하면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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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3-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꿈이셨길래.........
그게 그렇더라구요.. 내가 해야할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하면 힘든일도 훨씬 쉬워진다는..^^ (저는 시댁일에 그런 마음가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mong 2006-03-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가 싫어요 한 알만 주세요
(이러면서 더 받으려는 못된 몽) =3=3=3

물만두 2006-03-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모든 맘들을 존경합니다!

chika 2006-03-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기 엄청 좋아해요. 근데 딸기보다 더 맛있는 글이예요 ^^

paviana 2006-03-2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딸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군요. 참 우리집에도 과일이라곤 한알도 안먹는 녀석이 하나 있군요,, 저도 딸기 한알만 주세요.ㅎㅎ
포도도 한알만 주시구요.ㅎㅎ
저도 급식당번 한번 해보고 싶어요.ㅠ.ㅠ

비로그인 2006-03-2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로드무비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금은 좀 나아지셨을까요?
그나저나 신문에서 망종 포스터를 보고 영화 개봉하면 참 좋아하시겠다, 문득 그런 생각 들었는데 급식 때문에..글치만 주하는 기분이 째졌겠어요. 에이구, 전 어렸을 적에 어수룩한 옷차림의 가난한 아버지나 엄마가 학교를 찾아오시면 왜 그리 창피하고 미안하던지. 대, 대부분 좋지 않은 일로 오셨거덩요. T^T
그래요, 즐거운 맘이라지만 오늘 고생하셨어요. 날도 추운데..

치니 2006-03-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급식을 엄마들이 교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 사랑과는 별개로 꽤 부당하고 억지스러운 제도라고 생각해왔는데...
보고 싶은 영화와 비교해서 뿐 아니라, 때로는 직장에서 일반적으로 상상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수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달려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아이만 엄마가 안오고 다른 사람이 오면 아이가 서운하겠지 하는 마음,
자꾸 엄마가 얼굴을 안보여서 선생님이 아이에게도 소홀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
게다가 직장 가진 엄마라고 애 못챙긴다고 수군거리는 것도 싫어지는 마음 등등을 담보로 학교가 그리고 정부가 자기 할 몫은 안하고 횡포라고...억울해했었어요.
게다가, 아이들 급식 후 청소까지 다 하고 늦게서야 겨우 얻어먹는 밥의 처량함이라니. 우...되돌리기도 싫은데.
그래도 로드무비님은 참 고운 맘으로 임하시네요 ^-^

반딧불,, 2006-03-2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힘내세요.
저도 매번 그렇습니다. 참 나쁜 엄마 만나 고생하는구나..

아영엄마 2006-03-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영이네 반은 2학년 때부터 자체(?) 급식을 하는군요. 아영이는 2학년 때까지 급식을 했는데..(아, 그러고 보니 아영이는 1학년때 급식을 안하고 2학년 때 처음으로 했군요..^^;) 2학년이라도 많이 어설플텐데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급식도우미를 하시나 봐요. 저는 4학년에 사서도우미 한다고 2학년 어머니 모임에는 안 들었어요. 헷~

로드무비 2006-03-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너무 무서웠어요.
출근 전이라 남편에게도 거시기해서 이야기 못할 정도로.
뚱뚱하고 허름하고 늙은 엄마이지만 주하는 엄마가 학교에 오면
좋아 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줘야 하는데.ㅎㅎ
그런데 좋지 못한 일로 학교에 주로 오셨다면 무슨 사정이었을까나?
지금은 기분이 상쾌해요.^^

파비아나님, 급식당번 당당하게 안해도 되는
직장인 엄마들이 조금 부럽습디다.
서로의 애환이 교차하는 거겠지요.ㅎㅎ
딸기, 포도 한 소쿠리씩 드릴 테니 잘 받으세요.^^

치카님, 어제오늘 어쩜 그리 이뿌시다요?ㅎㅎ

물만두님, 심히 찔리는군요.^^

mong님, 한 소쿠리 가득 드릴게요. 꿀 발라서...^^

날개님, 맞아요. 정말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기분좋게 받아들이자.
그 말씀이시죠?^^

hnine 2006-03-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공감, 공감이요!! 특히 마지막 두줄...

Mephistopheles 2006-03-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꿈이셨길래..꿈은 반대라고 하잖아요..^^
좋은 일 있으실 껍니다...

BRINY 2006-03-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플레져 2006-03-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고 난 후 기도를 드리는 로드무비님 모습에 뭉클했어요.
급식 도우미하는 로드무비님앞에 식판 들고 나타나고 싶어요.
갈래 머리만 하면 될 것 같은데...헤헤~ =3=3

마태우스 2006-03-2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 썰렁한 농담 하나만 할께요... 베개가 젖은 게 혹시 침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추천을 늘 휩쓸어가는 님에게 질투를 느껴서 딴지건 겁니다

로드무비 2006-03-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도 제 모습에 뭉클했어요.=3=3
갈래머리 하고 빨간색 재킷 입고 화요일에 ..초등학교로 오실래요?^^

브리니님, 평범한 진리일수록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것 같아요.^^

메피스토님, 꿈 내용은 좀 거시기했고요.
제 죄책감과 뿌리 깊은 관련이 있는 꿈이었습니다.
언감생심 좋은 일은 안 바라고요,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아 고맙기만 합니다.

hnine님, 공감해 주셔서 다행이고 고맙고.^^

아영엄마님, 저들 손으로 하라면 또 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오늘 본 바에 의하면 당분간은 엄마들이 좀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
2학년부터 시작한 것이라 아무래도.
사서도우미 좋을 것 같은데요?^^

반딧불님, 전 평소 아이에게 니가 얼마나 행운아인가를 주지시킵니다.
좋은 부모 만났다고.
그런데 마음속은 그게 아닌가봐요.
반딧불님은 뭐 그리 자책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치니님, 안 보면 모르겠는데 가서 보면 또 할 일이 있어요.
담임선생님도 나이 많이 드신 남자분이고 엄마들이 조금은 당분간
도와주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강제적으로 시키는 것 같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참석 못하는 직장 맘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전혀 아니고.
단, 엄마들이 극성이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도움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학교에 나가 일을 하는 경우이더라고요.
제가 본 바로는.^^

로드무비 2006-03-2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 마태우스님, 제, 제가 침을 많이 흘린다는 건 우찌 아시고!=3=3=3
제 리뷰, 페이퍼 추천수 얼마 안되는데요.
언제부턴지 반으로 줄었답니다.(도망=3)

urblue 2006-03-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망종 보고 싶어요. 그치만 뭔가 할 일이 있으면 영화 포기하고 기꺼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06-03-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8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님, 깜짝이야!
너무 반가워요.
안 그래도 아쉬웠는데......
고민도 방황도 치열하게 혹독하게 하시는 님이
앞으로 좋은 열매를 거두실 겁니다.
전 뭐 젊은날의 어리벙벙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고요.
단 한 가지, 어느 잘난 사람 앞에서도 비굴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 하나가 자부심이라면 자부심.
가끔 들러 메모 남겨주시면 저도 기쁘지요.
긴 편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앞치마 세트님, 아니 그렇게 안 어울리는 것을!=3=3
접수했습니다.^^

블루님, 그러니까요, 좋아하는 것 대신 어떤 일을 하는 데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니.
헤헤 그래도 다음주엔 핑계 대서 빠지려고요.=3

그로밋 2006-03-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하고 허름하고 늙은 엄마이지만 주하는 엄마가 학교에 오면 좋아 죽습니다.' <-- 울 아들도 이래줘야 하는데... 늙다리 엄마라고 싫어해도 전 꼬박꼬박 갈려구요. 언니대신 몇 번 갔었는데, 나름 재미있더라구요^^ '서서 먹는 급식'때문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ㅋㅋ

하루(春) 2006-03-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네요. 이런 상투적인 말밖엔 못하지만, 그 이면엔 흐뭇한 미소도 숨어 있답니다. ^^

조선인 2006-03-2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 이야기가 나오면 벌써부터 찔려요. 어쩌죠. 히잉.

blowup 2006-03-2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이나 모레쯤 망종 보러 가려구요. 로드무비 님은 언제요? 우연히라도 스치게요. ^^

로드무비 2006-03-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못 나갔고요.
내일이나 모레나 글피.
나무님, 우리 마주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님께 윙크하는 여인이 있으면 저예요.^^

조선인님, 찔릴 필요 전혀 없습니다.
학급문고에 책을 몇 권 선물한다든지, 나름대로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거든요.^^

하루님, 저도 덩달아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는 댓글입니다.^^

그로밋님, 저도 님처럼 세상에 맛없는 게 없으니 그것도 문제죠?
(물귀신 작전)
사실은 가리는 것 있어요. 호탕해 보이고 싶어서.=3=3=3

치유 2006-03-3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기전의 갈등..하지만 가선 너무 잘 왔구나...생각하며 다녔지요..지금은 급식당번 같은 건 졸업했지만...그래도 좋은 엄마되려고 애쓰며 살잖아요..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