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며칠 전 해물탕 거리 한 팩을 사놓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걸 깜빡했다.
비닐을 벗기니 우럭 토막이며 조개며 곤이며 알이며 이미 싱싱하지 않다.
해물의 그 낯익은 비린내가 콧구멍 속으로 물씬 달려든다.

소쿠리에 담아 두어 번 흔들어 깨끗이 씻고, 맛술로만 부족할 듯해서 찬 소주를 좀 들이붓고,
큰 냄비에 넣었다.
무를 큼직하게 썰어넣고, 양념으로는 된장과 고추장을 1,2작은술 기본으로 해서,
다진마늘과 고춧가루와 후춧가루를 듬뿍 넣어 잘 개어서,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몇 주 전 포천에서 가져온 미나리가 남아 있어 탕이 끓는 동안 다듬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나물을 다듬고 있노라면 오만 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 우정, 좋지! 하지만 때로는 헌신짝 같은 것이 우정이야!

--내 인색함에 인색함으로 화답해 오는 그대여, 라는 편지를 쓴 적이 있었지.
그녀는 내게 뭐라고 답장을 했던가?
'실력 이상의 우정이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 같은데......

-- 상하기 직전, 혹은 약간 상한 과일이 제일 달고 맛있다고 썼던 시인이 양선희였던가?
그녀는 요즘도 시를 쓰나?

청양고추와 배추를 좀 썰어넣고 팔팔 끓이니 농익은 해물탕 냄새가 온집안에 가득하다.
이걸 온갖 양념 넣고 끓여서 과연 제대로 된 해물탕이 나올 것인지 조금 염려스러웠는데
한 국물 떠먹어 보니 너무나 만족스럽다.

조금만 시들어도, 냄새나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던 날들이 있었다.
이런 맛과 즐거움과 보람을 진작에 좀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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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6-0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조금만 시들고 냄새나도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요. ㅠ.ㅠ

하늘바람 2006-06-0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덜 싱싱해도 맛날것같은데요. 아 먹고파라

에로이카 2006-06-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 있습니다. 저는 해물탕 종류를 끓일 때, 배추랑 후추는 안 넣거든요... 로드무비님께서 언급하신 것 중에 없는 것으로는 생강이랑 콩나물을 넣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게 뭐 표준적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배추와 후추를 넣으면 맛이 어떤 지 혹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오... 침 꼴까닥.. 배 꼬르륵... 언제고 한 번 로드무비님 식으로 해봐야 하겠네요.. ^^

부리 2006-06-0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문학적 내공이 잔뜩 들어간 해물탕, 그거 먹으면 저도 리뷰 잘쓸 수 있을까요?^^

Mephistopheles 2006-06-0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로드무비님은 해물탕을 끓이시면서까지 저런 심오한 생각을 하시는 걸 보면..
아무리 봐도 밥상위의 철학자 같아 보인다니까요...

건우와 연우 2006-06-0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일찍 모든걸 알면 아마도세월이 알려주는 애틋함이나 아련함은 알기 어려웠겠죠...
근데 해물탕 먹고 싶네요

瑚璉 2006-06-04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생각도 없이 요리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요(-.-;).

반딧불,, 2006-06-04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
너무 맛나겠어요.
그게 시간이더라구요.
이제는 대충 고쳐서 만들 수 있게 되는 그 시간이라는...;;

검둥개 2006-06-0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나물을 다듬고 있노라면 오만 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전 이상하게 언제나 그래요. 나물도 안 다듬으면서 --.--;;

비로그인 2006-06-0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없을거라거나 글이 안재밋다고 한다면 저 빨간 글러브로 한 방 주시려는 의미??^^

날개 2006-06-0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물탕.........!
집에서 할 자신은 없고, 한번 사먹어주겠습니다...흐흐~

니르바나 2006-06-0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나물을 다듬을 때는 나물삼매에 빠지시면 어떨까요.
우정삼매에는 헌신짝도 없고 실력도 없어야지요.^^

로드무비 2006-06-0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나물삼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나물 다듬는 걸 싫어해요.
삼매는커녕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올라서.ㅎㅎ

날개님, 님 사시는 동네도 맛집 많은 걸로 유명하더군요.^^

캐서린님, 그럴 리가!!
제가 쓰는 열쇠고리입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념으로 한 장.ㅎㅎ

검둥개님, 하긴, 항상 오만 가지 잡생각이지요.
언제쯤 쓸만한 생각이 떠올라 줄까요?^^*

반딧불님, 신기하죠?
나이 드는 게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제법 알뜰해지기도 하는 걸 보면.^^




로드무비 2006-06-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질님, 저도 아무 생각 없이 요리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나물 다듬을 땐 뜬금없는 생각들이
줄줄이 떠오르더라고요.^^

건우와 연우님, 애틋함, 아련함, 그런 정서를 좀 많이
가지는 게 좋을까요?
별로 선호하지 않는 건데, 요즘 팍팍 늙는다는 게 느껴집니다.;;

메피스토님,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믄
정말 뭔 증뿔난 생각을 한 것처럼 으쓱해지잖습네까!^^

부리님, 문학적이든 뭐시든 간에 그 내공이라는 것 저도 한번
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에로이카님, 콩나물이 없어서 그냥 넣어준 거고요.
후추는 비린내 없애려고.
있는 재료로만 어떻게든 만들려다 보니 항상 전 좀
닥치는 대로 만드는 편이에요.
섬세한 요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맛이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지요.^^

하늘바람님, 그런데 역시 나중에 데워먹으니 비린내가
더 많이 나더군요.
해물은 그때그때 바로 요리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단님, 저도 그랬다니까요.
그런데 있는 재료 최대한 끝까지 아껴 활용하는 것도
의외로 재밌네요.
자기 만족감이 그 첫째!^^

마태우스 2006-06-0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이 내공을 키워봅시다.
naegong2.com에 가입하시고 가입비 내시면 됩니다. 휴대폰 결제도 가능합니다^^

로드무비 2006-06-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청하신 웹사이트의 주소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는데요?ㅋㅋ

OTL 2006-06-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물탕먹고파 ㅋㅋ
 

최근, 15년째 입고 있는 단벌 청바지의 엉덩이 밑쪽이 타졌다.
구멍이 뚫린  건 아니고 낡아서 미어진 것.
유명 브랜드도 아니고 동대문 시장에서 사입은 싸구려 보세 제품인데
왠지 마음에 들어 이때까지 애용해 왔다.
신기한 건, 그동안 10킬로그램이 넘게 살이 쪘는데 아직도 맞다는 것.
예전에는 이 청바지의 헐렁함이 좋았고, 지금은 허리 부분이 폭발할 지경이지만
다른 청바지를 사서 입고 싶지 않다.

나이도 그렇고, 이번 기회에 패션을 좀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잠깐의 망설임 끝에 나는 세탁소에 청바지를 들고 가 수선을 부탁했다.
'오바로꾸'인가 뭔가, 바느질로 교묘하게 '꼬매고' 났더니  앞으로도 10년간은 입을 만하다.

그 청바지를 입고 외출, 영화 <언러브드>를 보고 왔다.
나처럼 자신의 청바지를 끝까지 고수하는 여자의 이야기였다.(청바지는 영화에 안 나온다!)

이런 영화는 또 처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곱만큼도 멋부리지 않고, 여주인공은 확고하게 자신의 기분과 입장을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거든.
하는 일도 괜찮고 내 방이 마음에 들거든.
그런데 뭘 바꾸라고?
왜 그래야 하는데?

시청의 말단공무원.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상사의 말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여주인공.

--지금의 제 일이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무슨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망하고 체념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자신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일에 세상은 왜 그리 가타부타 말이 많은지......

여주인공도 그렇지만, 난 이렇게 멋부리지 않는, 덤덤한 어조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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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1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5-31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포스터 멋져요~ 친구한테 대한극장 예매권이 생겼다해서 '구타유발자들'을 보기로 했는데... 필름포럼으로 가고 싶어지네요. ㅎㅎ

mong 2006-05-3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요하거나 넘치지 않고
담담한 맛이 좋을때가 있어요 그쵸?

마늘빵 2006-05-31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필름포럼에서 하나요?

nada 2006-05-3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와 포스터의 느낌은 좀 다르네요. 뭐랄까.. 포스터만으론 그냥 평범한 사랑 얘기처럼 보인달까요. (근데 포스터에 저 엑스 표시는 원래 있는 걸까요?)

로드무비 2006-05-3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
조조는 11시 20분이에요.^^

몽님, 영화가 참 다양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에 들었어요.
자신의 삶을 고수하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더군요.^^

나어릴때님, 구타유발자들도 재밌을 것 같죠?
시간 되면 둘 다 보세요.^^

중퇴 전문님, 배수아 씨는 공무원이라는 것 외엔
저 여주인공과 매치가 잘 안 됩니다.
혹 모르죠.^^

산삼 한 뿌리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6-05-3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저도 포스터는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뭐 리뷰랄 것 있나요.
여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라는 핵심만 짧게 전달했을 뿐인데요.^^

플로라 2006-05-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 이 영화 보려구요. 전 남자주인공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청연에 나왔던 나카무라 도오루) 정말 다양한 층위의 영화들이 작은 공간에서라도 개봉을 해서 다행이에요...^^

로드무비 2006-05-3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나카무라 도오루 정말 묘한 얼굴이더군요.
허무퇴폐잔혹극에도 잘 어울릴 듯.
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플레져 2006-05-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잘 찾아내는 로드무비님...^^
내곁에 있어줘도 봐야하고, 이영화도 땡기고...엉엉...

DJ뽀스 2006-06-01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부산에도 하겠죠! 꼭 볼랍니다.

2006-06-01 0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치판에 뛰어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 둘을 만났다.

토요일 오후, 동생네 가족이랑 남자들 여름 양복을 사러 갔는데
마음에 드는 양복을 고른 후 내친김에 반팔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한 장 사기로 했다.

연한 하늘빛 셔츠를 고르고 나서 남편이 95 사이즈를 달라고 했더니 이상하게  멈칫하며
줄자를 챙겨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목둘레를 재더니 손님은 100 사이즈를 입어야 한다는 거다.
(남편은 95와 100의 중간 체형인데 내가 혼자 쇼핑 갈 경우 무조건 100을 사왔었다.)

95 사이즈가 없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란다.
95로 하겠다고 목이 조금 끼더라도 95를 입겠다고 말해놓고
바로 옆 매장에서 그 와이셔츠에 맞는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와이셔츠 판매여성이 다가와 내 팔을 몰래 잡아 끈다.
95 사이즈를 가져가면 바꾸러 올 확률이 100프로라며 그냥 100으로 가져가라는 것이다.
집에 가서 남편이 막상 입어보면 100으로 가져온 걸 잘했다고 할 거라며......
마침 넥타이를 골라서 온 남편에게 한 번 더 말해 보았다.

"전문가들이 도저히 안되는 사이즈라고 하는데 그냥 100으로 입지?"

남편이 판매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95 사이즈가 없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우리가 사이즈가 없어서 그러는 건 결코  아니고,
손님은 100이 딱 맞다니까요."

"작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95로 주세요."

남편의 단호한 태도에 판매원 두 여성은 사이즈 찾는 시늉을 한참 하더니
그제서야 우물쭈물 없다고 말한다.

마침 옆 매장에 마음에 쏙 드는 와이셔츠가 있어 그걸로 고르고
줄자로 남편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어봐 달라고 했다.
딱 맞게 입으려면 95, 조금 넉넉한 걸 좋아하면 100으로 사라는 그 판매원의  말.

상품을 판매할 욕심에 좀더 넉넉한 사이즈를 권유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두 판매원의 태도는 오늘아침까지 계속 생각날 정도로 불쾌하다.
그녀들의 말을 믿고 나도 덩달아 전문가의 권유를 따르는 게 어떠냐고 딴지를 걸었는데
 와이셔츠를 집에 와서 입어보니 95가 딱이다.

그녀들은 그렇게까지 했어야 할까?
뛰어난 연기력을 살려 탤런트나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제멋대로 하다보니
95 사이즈 찾는 척하던 어설픈 연기가 생각나 안 되겠다.

어느 사이트에서 이번 선거에 후보들이 내세운 헛공약들 정리해 놓은 걸 읽다보니
그녀들의 얼굴이 다시 생각난다.
무조건 우기고 보는 것, 시치미 딱 떼는 것, 거짓말이 들통나도 미안해 하지 않는 것.
그래, 정치판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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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2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통과된 문제있는 의원들 국민소환제에 반대하는 작자들의 말이 생각나네요..
위축된 환경에서 올바른 정치와 의정활동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웃기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개그맨들보다 더 웃기다니까요..^^

가랑비 2006-05-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그 직원들 뒤에는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인간이 또 있었겠죠? 그렇게 해서 매상 올리면 유능하다고 칭찬하고. 어휴...

nada 2006-05-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책장수님 멋져요. 웬만한 남자들 저럴 때 얼렁뚱땅 주는 대로 받아올 텐데. 저런 단호함.. 섹시해요. (흠...남의 남자에게 이런 말을? 쿨럭..)

하루(春) 2006-05-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허를 찌르는 유머라고 해도 되려나? 아무튼 되게 재밌네요.

로드무비 2006-05-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리꼬리님, 물불 안 가리고 판매하는 게 능사인 세상 아닙니까.;;

메피스토님, 그것도 말이라고 뱉어놓고 면상이 안 뜨뜻헌지 몰러유.
국민소환제 반대든 뭐든 차라리 대놓고 솔직하게
자신의 밥줄이 걸린 일이라고 말하는 인간 한 명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유.

mong 2006-05-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책장수님 이었으면 두말 않고 사왔을 꺼에요...
우씨 무서운 매장 언니들 ㅜ.ㅡ

瑚璉 2006-05-2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매장직원들을 무작정 비난하기도 어려운 것이 세탁을 몇 번하면 대개는 한 사이즈 정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거든요.

로드무비 2006-05-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책장수님이 이제 자기 옷은 자기가 사서 입겠다는군요.
그동안은 내가 무서워서 주는 대로 입었다니, 이럴 수가!^^;;

호질님, 맞아요.
세탁하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죠.
그래도 그렇지 불쾌했어요.
처음 세탁은 드라이크리닝 할랍니다. 900원에.
그럼 문제 없겠죠?^^

waits 2006-05-2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며칠 안보이셔서 궁금했는데... 가족동반 셔츠 나들이하셨군요...^^;;
제 의사와 무관하게 강권하는 판매직원 저도 싫지만, 그분들도 아마 어떻게든 팔아먹으면 또 그게 능력으로 대접받는 이상한 상식의 피해자겠지요? 양심까지 갈 것도 없이, 님 말씀대로 얼굴 뜨뜻해지는 불편함에라도 각자 좀 민감해지면 참 좋을텐데요.

瑚璉 2006-05-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드라이를 해도 옷이 조금씩은 주는 것 같아요(절대로 제가 점점 살이 찐다든가 하는 변수가 있는 건 아니고요... 거기서 웃는 분, 절대 아니라니깐요! (버럭)).

로드무비 2006-05-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내 눈에는 마누라에 대한 반항, 봉기로 비치는데
섹시하다니!ㅋㅋ
듣기 좋네유. (발그레~?!)

하루님, 좀 더 재밌게 쓸 수 있었는데.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유.^^

호질님, 드라이를 해도?
흠, 책장수님은 목 부분만 좀 끼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듯.
그리고 저도 함께 버럭=3 아, 호질님이 아니라면 아니라니까요.
몸이 불어서 끼는 건 절대 아니라고요.^^*

나어릴때님, 일주일 할 일 사흘 만에 얼렁뚱땅 끝내고 메일로 부치고
쇼핑 가는데 뒤통수가 뜨끈뜨끈.
님의 그 균형감각은 어디서 오나요? 궁금.^^

건우와 연우 2006-05-2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세번에 한번쯤은 판매원한테 넘어가는데....
멋있는 단호함이에요^^

바람돌이 2006-05-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판매원은 그 매장에서 가장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일까요? 저러면 나는 다시는 찾기 싫던데.... 진짜로 어떤지 궁금해요. ^^

2006-05-29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5-2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안넘어가는데요, 거의 안넘어가는데요,
아주 가끔 넘어가면... 바로 후회해요. 그래서 고집쟁이 고객이어요 ㅋㅋ

조선인 2006-05-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맘에 안 드는 정치인이 넘쳐나는데, 2명이나 더 추가된다니 싫어요!!!

로드무비 2006-05-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도 그렇게 되는 것 싫어요.^^

플레져님, 우린 순둥이 고객입니다.
양복도 첫 집, 제일 처음 입어본 걸로 끝!
와이셔츠에서 남편이 의외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더군요.
님이야 워낙 멋이라면 일가견이 있으셔서 고집 안 부리는 게 이상할 듯.^^

바람돌이님, 끈질긴 자세나 약간의 편법 사용으로 짐작해보건대
실적은 괜찮은 편일 듯.
그러나 절대로 최고 판매자는 될 수 없어요. 저런 자세로는.
그렇지 않나요?^^;

건우와 연우님, 순둥이 남편이 슬슬 반항을 하기 시작해
저는 걱정이 많아요.^^

sooninara 2006-05-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전 마지막 반전은 95가 작아서 100이 좋았다가 될거라 생각했는데..ㅠ.ㅠ
95사이즈가 아예 없었군요. 무서븐 세상.

2006-05-2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 님의 메모 참 좋아해요.
자주 속삭여 주시와요.^^*

수니나라님, 끝까지 잡아뗀 게 좀 거시기하죠?
그 점만 아니라면 불쾌할 것까진 없었을 텐데......^^

마늘빵 2006-05-2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없으면 없다고 할 것이지 왜 그랬대요. 거참. 어떻게든 하나 팔아보려는 술책.

oldhand 2006-05-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책장수님은 아직도 슬림하신 몸매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전 올해부터 105가 되버렸습니다. -_-a

로드무비 2006-05-2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콩주 요즘 사진 좀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사이즈는 복부 쪽은 100인데 어깨 쪽은 95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 그런데 샤프한 미모의 올드핸드님이 사이즈 105 입는다굽쇼?
안 믿어집니다.^^

아프락사스님, 마지막 물었을 때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을 텐데......
어찌 보면 셔츠 한 개 팔아먹기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

 



 

 

 

 

 

 

 

 

 

어쩌면 나는 무능한 인간인진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 동네 매립장 반대 집회에서 목이 쉰 부녀회장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할 때,
그녀 집에 가서 나의 장기인 얼큰한 소고기국을 한 솥 가득 끓여주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아주 간절히 했을 때.
그녀의 쉰 목도 풀어주고 싶고, 그의 가족에게 맛난 국을 몇 끼 먹여주고 싶었다.

그런 형이 있는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분류해 보면 나는  
'식모형 인간'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 곁에 있어주'의 가수 이수미를 어린 나이에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녀를 좋아했던 시점이  DJ  이종환과 치정에 연루된 험악한 사건을 겪고 모 프로그램에 나와
백순진 작사작곡의 '사랑의 의지'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나서였다.
사월과 오월의 '화'와 '사랑의 의지'는 그 뜻도 잘 모르면서 어린 내가 무조건 좋아했던 곡들이다.
어린 아이 주제에  나는 저 가수를 '구체적으로' 위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이수미가 나왔는데 철모르는  동생들이 짓궂게 채널을 돌려서
울음을 터뜨렸던 날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늘, '내 곁에 있어줘'라는 제목의 싱가포르 영화를 보았다.
에릭 쿠 감독.
컴컴한 객석에서 나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내가 한때 식모살이를 꿈꿀 정도로 좋아했던 세 사람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그 여가수와 한 여성 시인, 그리고 권정생이라는 작가.

그 여성 시인은 현실 속에서 나와 잠시 만나 술도 몇 번 마시고,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는
뜬금없는 메뉴인  족발과 분유를 몇 통이나 사들고 합정동의 자취집을 찾아 주었다.

인생은 정말 쓸쓸한 것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시인에게 나는  빌려준 돈 5백만 원을 돌려받아 보태어 나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때 그는 참 어려운 시기였는데, 나는  빌려준 돈 5백만 원을 못 받을까봐 속으로 가슴 졸였다.
내가 외로운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어쩌면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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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0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나는 무능한 인간인진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너무 겸손하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얼큰한 소고기국 레시피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물만두 2006-05-0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해로운 인간만은 되지 말았으면 했던 적이 있어요.

hnine 2006-05-0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곁에 있어주~ 내곁에 있어주~ 내게는 오직 당신 뿐이야~~
저도 이 여가수 알아요.
'사랑의 의지'도 아는데... '그대 날 버린다 해도, 나 서럽지 않아요...'
그런데 그 여자 시인은 누구실까요?

perky 2006-05-0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오랫만에 들어온 알라딘서재..이렇게 멋진 로드무비님 글을 오랫만에 접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

nada 2006-05-0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녀회장님 옆에 숟가락 하나 놓고 꼽사리 끼고파요.. 갑자기 어디 사라지실 것 같은 글을 쓰시면 어떡해욧!

mong 2006-05-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아이고 가슴을 쿡 찌르는 한 마디

DJ뽀스 2006-05-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구님 닮은 할아버지, 김지수&김지연 닮은 레즈비언 아가씨, '시티즌독'의 오토바이귀신 닮은 경비원 ->이런 생각하면서 봐서 눈물이 안났나봐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ㅠ.ㅠ) 그래도 참 좋다~ 뿌듯했답니다.

날개 2006-05-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넘 센치하셔요~^^
웬지 같이 감상적이 되네........

비로그인 2006-05-0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외로운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어쩌면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chika 2006-05-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페이퍼 퍼오신거 보고 이 영화 얘기겠거니.. 싶었어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은.. 가라앉았을까요? 로드무비님은 나쁜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거 다~ 아는데, 로드무비님만 모르셨나봐요? ^_________^

waits 2006-05-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더욱 보고 싶게 하시네요..^^

2006-05-09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0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핌형 인간으로 바꿔주신 님, 짐작하셨겠지만 음주 페이퍼입니다.
님은 그러니까니 공주님 타입이라는 말씀이신가요?ㅎㅎ
다행히 제가 이때까지 저런 마음을 먹어본 사람이 딱 세 명입니다.
보통땐 천진난만 안하무인 스탈이지요.
라면물 같은 건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런데, 저런저런, 돕고 싶은 사람이 누굴까요?
궁금합니다.^^

나어릴때님, 보통땐 눈물만 주르르 흘러내리는데
어제는 아주 흑흑거렸습니다.
이 영화 정말 좋습니다. 놓치지 마시길!^^

치카님, 퉁퉁 부은 눈은 좀 과장된 표현이었고 아무튼,
지금은 다시 사악한 로드무비로 돌아왔습니다.ㅎㅎㅎ

캐서린님, 옮겨주신 글 보니 제가 어제 좀 감상적이었군요.
좋은 영화와 술이 짬뽕되어.^^;

날개님,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ㅎㅎㅎ
페이퍼 치우면 더 수상하게 여기실까봐 마음에 안 들지만
그대로 둡니다.^^

DJ뽀스님, 이런 영화를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세상이 살만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정말 신구 좀 닮았네요.ㅎㅎ

mong님, 자기자신만이 아는 그런 것 있잖아요.
인색함, 매정함.

꽃양배추님, 숟가락만 말고 아예 냄비를 하나 가지고 오세요.
가득 퍼담아 드릴 텡게.
이 페이퍼 올리고, 퇴근한 세 사람 꼬셔 동네 임시장터로 진출,
술 마셨습니다. 늦게까지.
도토리묵이랑 파전이랑 닭갈비랑 안주로 해서요.
그 와중에 애들 먹일 도시락은 싸가지고.^^

차우차우님, 아이고 반갑습니다.
출산 임박했나요?
님 방에 가볼게요.^^

hnine님, 자자, 제가 뒤이어 부를게요.
그대 가버린다 해에도 나 외롭지 않아요.
나는 알고 있답미이다.
당신의 온 마음 차지하기엔, 나의 마음 너무 적다는 걸.~~
(그 여성 시인은 빔일입니다.)

물만두님, 폐만 안 끼치는 걸로도 만족.
그거죠?
그나저나 우린 어쩜 이렇게 겸손할까요?^^*

메피스토님, '허름한 밥상' 뒤져보면 나옵니다.
제가 특히 잘하는 음식이 소고기국과 매운탕이랍니다.(자뻑파!)
아, 먹고 싶어라.
아직 해장을 못했어요.;;

치니 2006-05-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봐야겠네요.

2006-05-0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05-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너무 소녀 같으십니다. ^-^

2006-05-09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6-05-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국밥에 심취해 있어서요, 로드무비 님의 소고기 국밥 페이퍼를 잠시 업어갑니다.

Apple 2006-05-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갑자기 기분이 슬퍼지네요...ㅠ ㅠ에휴....

로드무비 2006-05-0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슬퍼하지 마세요.^^

虎叱님, 심취라니, 호호, 너무 재밌어요.^^

어지러운 마음님, 얼마든지 떠들어도 됩니다.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들려요. 무거운 이야기도 님이 하시면...^^

올드핸드님, 아잉.^^

아니시구요 님, 깔깔깔~~

치니님, 극장에서 꼭 보시면 좋겠는데.^^

마태우스 2006-05-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21에서 이 영화에 관해 읽었어요. 보고 싶단 생각이 마구 났어요. 근데 로드무비님 글이 시네21보다 훨씬 더, 이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네요. 식모형 인간이라... 님한테 고깃국을 대접하고픈 전 뭔가요?^^

반딧불,, 2006-05-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978833

 

특이한 수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 괜스리 눈물이 날 듯 했어요..

식모형인간이라..;;

 

님은 정말 진솔해서 좋아요...;;


로드무비 2006-05-1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자기 입으로 식모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해서
식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서 제일 좋아했던
세 사람 이야기예요.
다행히 한 분은 직접 교유도 했고.
이 글 읽으며 눈물이 날 듯했다니 님도 호, 혹시?ㅎㅎ
다정한 인사 고맙습니다.
잡아주신 숫자 정말 멋지네요.^^


앗, 마태우스님, 국밥이라니, 겨울에 만나 감자탕이라도...
이 영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절로 나오네요.
태엽이라도 감긴 것처럼.^^

플레져 2006-05-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상하다 했어요.
로드무비님이 분명 이 영화를 가만 놔뒀을리가 없는데.
보셨을 거란 직감이 왔는데, 저는 이 페이퍼를 정말, 지금 보았어요.
눈이 퉁퉁 부을거란... 대목에 밑줄 그었어요.
어제 버블 보러 갔다가 이 영화가 밟혔지만
시간이 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뤘거든요. 혼자, 보러 갈까 봐요.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나이기도 하니까요...

로드무비 2006-05-1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볼 당시, 좀 감상적인 기분 주간이었나 봐요.
제 기분을 떠나서 이 영화는 정말 좋습니다.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예요.
꼭 챙겨 보시길.^^
 

1.

좀 전 벨이 울려 나가 보니 스티로폼 상자를 든 택배맨이다.
홈쇼핑에서 온 수산가공품.
주문한 게 없는데...하면서 사인을 해주고 상자를 열어보니 굴비 한 두름과
모짜렐라치즈돈가스 한 팩, 사골육수  큰 걸로 한 팩, 오삼불고기 한 팩.
그제서야 생각났다.
일전에 부산 부모님께 베니건스의 립을 주문해 보내드리고 난 뒤 홈쇼핑의 전화를 받았다.
추첨에 뽑혔으니 보름 뒤에 사은품을 보내주겠다는......

내가 사들이는 거라야 책과 싸구려 장난감 등속이지만 그게 잦다보니 택배맨이 자주 벨을 누른다.
며칠 전 '겨우겨우 살아가야 한다'라는 리뷰를 올리고 여러 님들이 추천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신 걸 확인하고,  내가 꼭 사기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계속 나는 나의 사치와 쾌락의 길을 가겠다'고,
어느 님의 댓글에 뻔뻔한 댓글을 달았다.

냉동실에 그것들을 하나하나 집어넣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앞집에, 실직하고 빚에 몰리는  가운데 쌀독까지 바닥난 청년 혹은 가장이 살고 있다.
이틀 걸러 택배맨이 벨을 울려대는 앞집의 피둥피둥한 여인을 보고 
어느 날 갑자기 살의를 느끼진 않을까?

휴~~  다행히 우리 앞집엔 형편이 괜찮아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시다.

2.

노란 끈으로 한 마리 한 마리 꽁꽁 묶인 굴비를 어떻게 나누어서 잘 보관할 것인가?

너무 야무지게 묶인 굴비를 풀어헤쳐 각각의 봉지에 담는 일이 엄청나게 큰일로 여겨졌는데
가위로 중간을 한 번 잘라주니 거짓말처럼 쉽게 풀어진다.
내 인생에 뭔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고, 나는 그 중 한 가지도 해결할 의욕이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굴비들이 가위질 한 번에 그렇게 쉽게 떨어지는 걸 보니
혹시나 하는 희망이 솟는다.

어쩌면 일들은  아직 그리 잘못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란 인간도.....
그런데 어디를 딱 한 번 가위질해 주어야 하는 거지?



.......................................

 '어쩌면 일들은  아직 그리 잘못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이성복 시인의 詩句 인 듯.
써놓고 보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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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앞집의 피둥피둥한 여인네는 제 이야기 같아요. ㅠㅠ 그래두 홈쇼핑서 사면 싸잖아요. 저도 자주 애용하는데^^ 전 간고등어에 갈치에 ~~

반딧불,, 2006-04-2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딱 한번 어디를 가위질해야 할지...?

플레져 2006-04-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 맛난 선물 보낸 효녀 로드무비에게 굴비님들이 도착하셨군요 ^^
가위질은... 자주 하시는 거 같은데요? =3

mong 2006-04-2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계속 나는 나의 사치와 쾌락의 길을 가겠다'
아주 마음에 드는데요? ^^

sooninara 2006-04-2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뉴스보면 정말 무섭더군요. 무차별적인 보복(?) 양극화의 부작용인지..
저도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맨이 오시는데..다 책이랍니다.ㅋㅋ
제가 산책,선물 받은 책, 서평단 도서..오늘도 두개나 왔어요.
남들이 보면 홈쇼핑 중독인줄 알겠어요. 하루에 두번씩 택배맨 오는 집이라고..ㅋㅋ

merryticket 2006-04-2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국 홈쇼핑,,,그거 넘 부러운데요..

인생에서 가위질 한 번...정말 어쩔 땐 끊고, 풀어주고, 열고,,,이런 작업들이
필요한것 같아요.

kleinsusun 2006-04-2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쌀독까지 바닥난 청년이 산다..까지 읽고
로드무비님이 굴비랑 돈까스,오삼 불고기 등 소포를 통째로 그 청년에게 줬다...는 말인지 알았어요.ㅎㅎㅎㅎㅎ
언제나...님의 글은 넘 재미있어요. 로드무비님 쵝~오!^^

날개 2006-04-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집집마다 택배들이 엄청 오니까 걱정 안하셔도 될 듯...^^
(그니까.. 울 집 뿐만이 아니더라구요~ㅎㅎ)

nada 2006-04-2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아요. (솔직함이라고만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여 실례 무릅쓰고 이 단어를 씁니다.^^ 솔직함이 심플한 캘빈 클라인 속옷이라면 뻔뻔함은 쌍방울 빤스 같은 느낌이랄까요. 너무 개인적인 비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에로이카 2006-04-2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핏 보면 사소한 삶의 한순간 한순간들이 다 의미를 갖게 되는 로드무비님의 일상을 엿보며, 웃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네요. 사은품은 부모님께 대한 효심에 대한 상인 것 같네요. 좋은 일 하시고, 좋은 일 생기고, 그것 때문에 또 좋은 일 하시고, 또 좋은 일 생기고... 계속 그렇게만 되었으면 좋겠네요.

blowup 2006-04-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의 '땡중(삶은 삶이고 깨달음은 깨달음인)' 같은 댓글을 읽고 나니, 제가 참 답답하게 여겨지더군요. 아슬아슬 피해간다고, 내게 도착해야 할 죄책감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이지요. 언제나. 아는데 모르는 척하거나 어설픈 깨달음으로 힘들어하는 게 저의 자가당착이에요. 오늘 페이퍼 너무 좋아요.

푸하 2006-04-28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걱.....^^:

로드무비 2006-04-2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앗, 제가 단 뻔뻔한 댓글 내용에 실망하셨고나!
우짭니까.^^;

namu님, 제가 좀 껄렁껄렁하지요.
'올바른' 쪽보다는 전 아직 '마음 가는 쪽'을 선택합니다.
"제가 오늘 많이 취했습니다. 괜찮죠, 하나님?"하고
기도하던 어느 날이 생각나는군요.ㅎㅎ
어쩌면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나봐요.
남이든 나든 '가책 받은 얼굴'에 대한 약간의 짜증도......

에로이카님, 효심과는 정말 거리가 멀어요.
아무튼 부모님께 맛난 건 사드리고 싶어요.
'의미 부여'의 끈은 놓고 살지만, 어느 순간 마음의 움직임을
이렇게 짧게 끄적여 보는 건 즐겁네요.
님들의 댓글을 읽는 재미에......^^

꽃양배추님, 아니 정말 어디서 나타나신 당돌한 소녀십니까?
쌍방울 빤쓰라니, 어떻게 그런 기막힌 비유를!!
아무튼 님이 좋다하시니 신나서 덩실덩실.^^

날개님, 님의 댁은 우리집보다 좀 더 벨이 자주 울릴 것 같아요.=3=3=3
(물귀신작전)

수선님, 설마 제가 그럴 리가!?ㅎㅎ
이런 글도 재밌다고 해주시니 수선님이야말로 쵝오!^^

올리브님, 홈쇼핑은 아예 방송을 보지 않아야 해요.
보고 앉았으면 '안 사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다니까요. 무신 조화속인지 몰라도....
가위질에 대해 말한다면, 무지 어렵게 생각하는데
의외로 쉽게 풀리는 일들이 있어요. 그죠?^^

수니나라님, 슬그머니 신경이 안 미칠 수가 없습니다.
전 '어느 순간 팍 돌아버리는' 그 상황을 너무 잘 알 것 같거든요.
아무튼 좀 자제해야죠.
전 과다한 책 주문을 욕심 쪽보다는 방황의 일종으로 보고 있답니다.^^

mong님, 저 말이 마음에 드신다니 안심.^^

플레져님, 그, 그렇죠.
그런데 가위를 들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엉뚱한 곳을 잘라서 멀쩡한 천을 못 쓰게 만드는
그런 기분도 듭니다.;;

반딧불님, 찾으시면 좀 알려주세요.^^

하늘바람님, 고등어 그날 먹을 것 한두 마리 사는 걸로
낙착을 본 지 꽤 됩니다.
그게 편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 헬스 자전거 위에 올라타신 모습 사진 보니 날씬하시더만.^^


Mephistopheles 2006-04-2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 가위질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모두들 그 가위질을 주저하는 건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6-04-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러게요.
그러다 애먼 곳에 하기도 하고......^^

푸하 2006-04-2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댓글 보지 않았는데....^^; 내용만 봤어요(지금도 그럼) 넘 피곤하지만 성찰적인 내용이라.... 나중에 댓글 볼께요(현재 안 본 상태)
많은 종류의 글이 목적하는 것 중 중요한 부분의 한 가지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답을 얻는 것보단 성찰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6-04-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는 다음날 어떻게 할지 실컷 괴로웠는데, 막상 그날이 닥치면 뭐 그런 대로 술술 잘 되어가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2006-04-28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2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괜한 걱정을 다......
지금 재밌게 읽고 있답니다.
어쩜 그리 깔끔하게 분위기있게 책이 예쁘게 나왔는지!

그리고 간밤의 고민과 불면이 무색해지는 그런 경험 더러 있죠?^^*

푸하님, 어제 아침 100분토론에 대해 쓰신 것 읽고 메모 못 남겼어요.
각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죠? 동감합니다.
그리고 댓글까지 전부 읽을 시간이 있나요?
그런 건 기대한 적도 없고, 제 말은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나는 사치와 쾌락의 길을 가겠다'는 저의 댓글이 너무 뻔뻔해서
푸하님이 헤걱;; 하신 줄 알고 한 말이었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ㅎㅎ

2006-04-29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5-0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ㅎㅎ 저도 어제 베니건스 립 쪽쪽 빨았습니다. 맛나더군요. ㅎㅎㅎ 저는 폐지수집하는 아는분 모아 드리려고 폐지에 홈쇼핑 박스가 잔뜩입니다. 현관앞이 낯 간지럽습니다.

2006-05-0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