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가 1912년 8월 20일 일기에 쓴 '비탈길을 올라가는 비쩍 마른 말'의 묘사.
그리고 "그 모든 곳 위에 마부의 채찍질"이라는 구절.
니체가 광증 발병으로 쓰러진 토리노 광장.
어떤 마부가 말에게 채찍을 내리치는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달려가
말을 껴안으며 가로막았다는, 그러다 쓰러졌다는 니체.(1889년 정월)
10여 년 전, 괴테가 살았던 독일의 도시에 잠시 머물며 전영애는
카프카와 니체, 괴테를 종횡무진하며 이렇게 썼다.
--자신의 '안락'을 위한 인간의 잔혹에는 그것을 누리는 인간마저도
미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니체의 말에다, 이제 카프카의 말이 더해져......그 모든 것 위에 채찍 든 손......
자신의 등짝 위에 내리쳐지는 채찍......
그 등짝과 손이 제 마음 속에 한꺼번에 있어, 이 은유에서 헤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등짝이 치워지지도 않고...... 손길이 멈추어지지도 않는......
그건 바로 제 몰골입니다.(1996. 1. 23.)
오늘 아침, 수상한 박스를 하나 정리하다가 튀어나온 조그만 수첩,
2000년 1월의 독서기록.
딱 여덟 장만 끼적이다 만.
(난 언제나 한 권의 수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채워보나?)
아무튼 이 글, 다시 읽어도 좋길래 페이퍼로 옮긴다.
책을 읽으며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흥분하여 메모해 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