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 부키 전문직 리포트 4
권혜림 외 지음 / 부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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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를 말하고 있나?


다른 인터넷 서점도 마찬가지지만, ‘간호사’로 검색되는 책 중 전공 관련서적을 빼면 일반인을 위해 씌인 책은 굉장히 적다. ‘의사’로 검색되는 책 중 일반인의 교양을 위해 씌여진 책이 많은 것에 비해서 굉장히 적게 출판된다. 한해 배출되는 의사보다 간호사 수가 훨씬 더 많고, 말 잘하는 이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책에는 소홀한 것이 좀 아쉬웠었다.

 

졸업할 무렵,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반인이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간호사는 사회교양도 좁고, 자기 분야가 아니면 관심도 없으며, 이야기 주제가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대학과정에서 사회교양을 쌓고, 넓은 인간관계를 맺어 놓는 타 과와는 달리, 오로지 성적에 목을 메야하는 커리큐럼과 스스로 관심분야를 넓히지 않는 데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자세히 알게 되면 자신들 보다 삶을 깊게 성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생사의 순간도 많이 보고, 다양한 환자를 통해 다양한 삶을 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이셨다.


책을 통해 다른 삶을 간접 경험해보는 일반인들에 비해, 환자의 손으로 느끼게 되는 다른 삶은 깊숙하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다. 그렇게 생각 깊은 사람들인데 왜 직접 쓴 책은 적을 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이 책의 한계를 통해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 책은 ‘간호사를 말하기 위해’ 쓴 책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간호사를 할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제목 위에 붙은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라는 것이 글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그래서 책 내용이 현직 간호사가 9,500원을 주고 사서 보기에는 적합지 않은 것 같다. 신규간호사나, 간호학생, 간호사를 지망하는 고교생은 읽어 볼만하다. 내가 학생 실습도 모두 끝낸 예비 간호사라라 그런지, 책을 이해하는 데는 힘들지 않았다. 책에서 드러나는 선배간호사의 모습에서, 내가 힘들 것임은 확실히 읽었다.


신규간호사(이하: 신규)의 응급실 수련기 중에 ‘신규는 한번 배운 것은 두 번 다시 묻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신규의 생활을 한 마디로 압축해 놓은 듯해서 가슴에 새겨 두기로 했다. 학생 실습 때, 물어봐도 될 내용도 머뭇거리기만 한 것이 아쉬웠었다. 신규 때는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물어보려고 생각 해둔 것과 상충되긴 하지만 잘 새겨 넣기로 했다.


미국간호사 시험을 치뤘던 이야기, 병원에서든 다른 직장에서든 공부를 놓치 못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안스러우면서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해야하나, 할 수 있을까하면서 그 페이지를 읽었다.


간호업무가 힘든 것도 있지만 일반인이 보는 간호사의 편견이나, 간호사를 부르는 호칭에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내용도, 생각해볼 문제였다. 자기 확신과 간호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 신장실 간호사가 쓴 글이 가장 많았다. 그녀의 글을 통해 연차 있는 선배가 신규를 재물로 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녀의 글에서 선배의 무서움을 느꼈다. ( 간호계 선후배 사이를 일반 직장인에게 비교 설명하기는 많이 힘이 든다. 듣는 이에 따라, 설명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여기서 끝낸다.)


3장에서 말하는 다른 일로 전환한 간호사출신들의 직업내용이 신선했다. 그 장에 등장하는 간호사들은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껴서 직업을 바꾼 이가 많았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리고 짧은 책에 많은 이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다보니, 간호사로써 보람됨을 느끼는 순간을 적게 서술한 것도 아쉽다. 서술되어 있기는 한데,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 것도 있어서 다른 이의 진솔한 글까지 다시  보게 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간호사의 일은 상당히 평면적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인터넷에서 50%정도는 검색가능하지 않을 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간호사 카페나 간호사 협회에 올라오는 글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잘 하면서, 책에는 진부하게 씌여 있었다. 이게 부키 전문직 리포터라는 ‘직업 소개서’의 한계인 듯하다.

 

원론적이며, 문장 채우려도 쓴 것 같은 수식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업계용어라는 ‘대박환자’, ‘혈관이 없는’ 용어도 다른 말로 골라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되었다.


간호사들이 직접 썼다고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일부는 ‘구술정리’라는 방법이 사용된 것이 가장 실망스럽다. 제목처럼 간호사는 말만 해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직접 썼다면, 더 괜찮은 글을 썼을 신민정 선생님의 글까지 구술정리된 것이 가장 섭했다. 구술정리는 정리 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 편집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계셨을 텐데 구술정리를 하신 것이 매우 섭했다. 이 것을 통해 이 책의 출판의도가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와는 달리 ‘편집부가 원하는 간호사’였음을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리고 이런 부키 기획으로라도 기다렸던 간호사 책이 나왔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지 머뭇거리면서 이야기 해본다.


이 책을 택한 이유는 가장 최근에 나왔으며, 인터넷에서 검색된 유일한 ‘간호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적 이야기만 서술 되어 있을 뿐, 기대했던 간호사의 에세이적인 내용은 없었다.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솔직하시고, 글을 잘 쓰는지 나는 안다. 그런데도 왜 간호사의 이야기는 없을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보겠다는 서평 의도와는 달리 이유를 쓰질 못하겠다.

 

선배 간호사들을 위해 써본 글은 한편도 없으며, 미래의 간호사들에게 해 줄 좋은 소재 글이나 있을지, 내 글 솜씨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ps. 내가 실습 때 본 선배 간호사 선생님 중에 나빠 보였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간호사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껴야했다. 그 것은 부모님의 이중적인 시선과 나 자신의 이중적인 사고의 문제였다. 아직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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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2-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호사들과 잠깐동안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규율이 어찌나 센지 깜짝 놀랬답니다 상명하복 이런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막연히 백의의 천사라는 부드러운 이미지만 상상했다가 군기가 장난 아닌 거 보고 놀랬어요 일반인들이 모르는 직업적 애환도 많겠죠?

마태우스 2005-02-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양님, 좋은 책 써주실 걸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 역시 왜 기생충 책은 없을까, 라는 의문을 잠시 품었었지요^^

모과양 2005-02-2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간호사회의 수직적 서열관계를 보셨군요. 잘 보셨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주 무서운 제도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간호업무에 필수 불가결하기도 해요.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내공이 쌓이면, 페이퍼에 왕창~~

마태우스 님, 그럼 우리끼리라도 공지영-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합동소설 연재합시다.

모과양 2011-01-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 간호사님이라고 하신 B님, 혹시 이 댓글을 보신다면 블로그 주소나 메일을 알려주시겠어요? 답장을 보내려고 해도 뭘 몰라서 답변을 하기 힘드네요 ^^
 
나는 한국이 두렵다
제프리 존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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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이 두렵다.


제프리 존스를 본 것은 2년 전 어느 뉴스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의 능숙한 한국어 구사능력을 보고, 상당히 놀랐워했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성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말했었고,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좀더 능숙하고, 여성인력을 잘 이용하면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자기 나라아니라고, 빈말하는 성의없는 미국인일 뿐이었다. 거기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회장으로 나온 그는, 미국을 위해 일하는 장사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책 두께가 얇아서 선택한 것인데, 책 내용은 결코 얇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그의 편견을 깨끗이 날려버릴 만큼 괜찮은 책이었다. 같은 변호사인데도 로버트 할리의 책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할리는 가정부 하니는 왕비라예’를 읽은 적이 있다.)


로버트 할 리가 부산사투리를 쓰면서, 외국인이기에 인정되는 어눌함을 무기로 오락프로에 나왔다면, 제프리는 표준어를 쓰면서, 외국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냉철한 시선으로 정치경제적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을 했다. 사실 그는 법률 전문가인데, 주한 상공회의소 일을 맡게 되어 경제전문가처럼 알려졌다고 한다.


제프리는 선교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부터 한국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성품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情이라는 문화와 뭔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밀감을 좋아했다. 미국에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상대에게 약점을 털어놓는 것으로 생각하여,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화의 주제가 날씨나 스포츠정도로 국한되고, 친밀한 관계도 계산에 의해 설정된다고 한다.


제프리가 한국인의 정서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최근에 한 친구와 단 둘이 페스트 푸드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꺼낸 말에 화답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난 그녀의 친한 친구가 아니라 적당히 이용하기 쉬워서 만나고 있는 친구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대에게 뭔가를 얻어 낼 수 있어야 친구로 대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난 그녀에게 질렸다. 그리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경계를 두지 않고 대하는 내가 무례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끔 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허물을 서로에게 고백하면서, 더욱 우정이 견고해진다는 말에 나는 그런 친구인지, 내게 제대로 된 한국인 친구가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한국인의 가장 좋은 성격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영어로 진행되는 인터넷세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이런 한국인의 이런 습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습성은 다가올 미래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0년 발행된 책인데 오늘 2005년에, 이 책을 보고 놀랐다. 작년 2004년, KBS 일요스페셜에서 같은 내용의 방송을 봤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참 좋았다. 벤처를 거품많은 허풍기업으로 보고 있던 내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고, 인터넷 발전으로 인해 같이 성장하게 될 다른 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괜찮았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미국인이 가진 애국심에 놀라게 해주었고, 한국인이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막상 테이블에서는 소심해 지는 인정하기 싫은 지적으로 날 찔리게 했다.


그가 하는 일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한국정부의 충돌을 서로 조율하는 역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외국회사에게 이익을 부당하게 빼앗기는 장면도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절대적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국기업에 욕이 나왔었지만, 내가 경제를 알아야하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나는 한국이 두렵다’를 읽으면서, 나의 '사회경제적 무지 상태'를 두려워해야 함을 알았다.


저자는 한국을 아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한국이 잘 살게 되거든, 그 때 자신이 조금의 힘이라도 되고자 노력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나도 내 조국을 사랑하고, 내 조국에 조금의 힘이라도 될 수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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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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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은 후이다. 그동안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동일인물인 줄 알았다. 류의 작품이나, 하루키 작품을 제대로 읽어뒀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두사람의 작품 중 제일 먼저 집은 것은 류의 것이었고, 제목은 ‘누가 고흐의 귀를 잘랐는가’였다. 2~3장 읽다가 “무라카미는 변태”를 외치고 책을 가지런히 덮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이 나왔을 때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그냥 손이 갔다. 난 하루키의 필담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하루키의 모든 단편선을 출판사와 관계없이 다 읽었다. (출판사를 생각하지 않고 샀더니, 출판사마다 단편을 여기저기에 끌어다 써 중복된 작품이 많았다.) 단편을 읽고 그의 상상력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뒤에 ‘상실의 시대’를 읽고 행복했다. 내가 상실의 시대를 읽고 1년이 흐른 뒤에 통신회사 광고에 ‘상실의 시대’ 책이 등장했다. CF 배경음악이었던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와 ‘상실의 시대’는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라갔다.


하루키 작품은 단편 소설을 비롯,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루키의 기행문(제목이 생각안나는군)등을 읽었다. 두꺼운 장편은 더 유명했지만, 계속 미루다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류의 작품은 아직 하나도 않 읽고, 하루키 것만 읽었으므로 난 하루키의 열렬팬이라 불리고 싶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를 읽었다. 읽으면서 또 하루키에게 감탄했다. 황당스러운 사고, 솔직함, 편안함, 소심함에 더욱 사람 냄새나는 하루키였다.


그리고 읽는 내내 알라딘 서재가 생각났었다. 책 내용이 알라디너 님들이 올리시는 페이퍼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어떤 편은 좀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어떤 편은 가볍게, 또 어떤 편은 웃긴 내용이 담긴 이 책은 하루키의 페이퍼였다. 에세이 집이라서 더 페이퍼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키 책을 펴놓고, 같은 제목으로 하루키는 그런 글을 썼었는데 나는 이런 이야기를 페이퍼로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의 실수담의 이유, 상상으로 꾸여진 글을 읽으면서 어쩜 나와 이렇게 비슷할까 하면서 좋아한것도 생각난다.


하루키는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의 인세로, 난 그의 책과 알라딘 서재로 즐겁게 살았던 한 주였다.


(내가 들고 있는 책은 문학사상사의 초판 18쇄-2003년 6월 10일 것이다. 첫 초판은 1996년 6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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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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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레벌루션 No. 3"를 읽고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을 읽은 것은 오늘 읽은 ‘레벌루션 No.3’를 포함해서 총 3권이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이하: 플라이 대디)를 제일 처음으로 접하고, 다음으로 ‘연예소설’을 읽었다. ‘플라이 대디’를 읽고 카즈키에게 실망했었다. 기대보다 덜 유쾌했고, 내용도 엉성했다. 그 여파로 카즈키 책은 잡지 않으려 했었다. ‘연예소설’을 읽고 난 후에야 재미있는 작가라는 것을 알았고, 다시 카즈키와 ‘레벌루션’으로 만나게 됐다.


레벌루션을 읽고, 플라이 대디를 읽는 편이 내용 이해에 훨씬 편한 것 같다. 그 때는 복싱연습을 하던 중년 아저씨에게 초점이 가 있어 좀비스 맴버의 등장이 황당하게 읽혔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그 황당을 재미로 풀었다.


이야기 초점은 미나카타 구마쿠즈가 화자가 되어 자신들의 그룹  더 좀비스의 활약과 그 맴버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좀비스의 활약은 무모하긴 하지만 남자 고교생들의 귀여움과 신선함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성화여고 축제에 잠입하기 위해 공모하는 일(레벌루션 No 3, 런 보이스 런), 대학생 요시무라 쿄코의 스토커 퇴치를 모의하는 일(이교도들의 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데 아기라고 불리는 섹시한 지식박사(사토 아기날드 다케시), 안타까운 히로시, 듬직한 순신(박순신), 불쌍한 야마시타 등의 학생 캐릭터와 체육선생  망키, 생물의 닥터 몰로 선생이 등장한다.


순신이 가장 멋진 캐릭터이긴 한데, 가장 답답하게 사는 캐릭터가 되기도 해서 씁쓸하다. 


이 책은 단편으로 끈어져 있어 순서없이 편하게 읽어도 된다. 그러나 되도록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해둘 것이 있다, 순신과 주인공 손에 어려운 책이 자주 들려있다. 이 책 제목들이 웃음 포인트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데, 당신도 순신과 주인공 처럼 많이 책을 읽기 바란다.


‘레벌루션 No. 3’ 무척 재미있다. 다음에는 ‘Go’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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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1-01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과양님 국시 공부하시는줄 알았는데 리뷰를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님의 여유와 품격을 존경하면서 추천을....

marine 2005-01-0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 재밌어요 추천합니다!!

모과양 2005-01-0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국시 공부만 전념해야 하는데 소설책의 유혹이 절 가만 두고 있질 않아요.



나나님 가네시로 카즈키의 GO추천 감사합니다. 사실 GO도 다 읽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흐름을 잃어버려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다음 국시치고 나면 꼭 읽어보려고 아껴두고 있어요.
 
내 아들 요요마
마리나 마 외 지음, 전원경 옮김 / 동아일보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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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씨가 핸드폰 CF를 할 때 흐르던 음악이 내 귀에 착착 감긴 적이 있었다. 그 곡은  Astor piazzolla & YoYoMa의 Libertango였는데, 그 때 처음으로 요요마라는 사람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첼리스트는 정명화, 장한나 밖에 몰랐다. 

한 때 내가 천재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많은 연습이 필요도 없고, 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그 들이 어린 눈에는 무척 부러웠다. 나름대로 컸을 때,  저런 천재아이를 두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환되기도 할만큼 천재(영재)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런데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의 저자 진경혜씨의 글을 읽고 아무나 그런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인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가져야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부모 입장이라는 것이 예민한 아이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까 항상 조심해야하고, 자신 또한 양질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영재에 대한 열망은 TV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나 가끔 떠오르는 정도가 되었다.)

요요마의 집도 그와 비슷했다. 요요마의 아버지 하오 치운은 평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좋은 음악가가 태어나려면 3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1세대는 자녀에게 양질의 음악 교육을 시킬 만한 돈을 모아야한다. 2새대는 그 돈으로 최상급의 음악 교육을 받아햐 한다. 그리고 마지막 3세대에 이르러서야 바람직한 환경과 뛰어난 유전자 모두를 갖춘, 그야말고 천부적인 음악가가 탄생한다.(p.49)

하오 치운 자신이 프랑스로 음악교육을 받으러 떠난 사람이었고, 요요마의 어머니인 저자 마리나 또한 오페라 공부를 하기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요요마는 아버지 하오 치운에게 상당히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음악하는 사람이 손을 소중히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하오 치운(아버지)이 아들의 손 부상을 염려해 수영 외 스포츠나 낚시를 제한하는 것에는 심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아마 요요마의 천재성에서 자신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버지에 의해 강요당한 꿈이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안다. 나도 부모님의 염려에 취미로 전락해버린 소중했던 재능이 얼마나 아까운지도 안다. 그리고 그런 원망을 해보았자 자신만 허망할 뿐이라는 사실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요요마는 아버지의 바람과 자신의 꿈이 같은 방향임을 일찍 알았고 힘든 연습과 질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첼로를 잡는다. 요요마가 다른 어린 영재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이 있다면, 요요마 스스로가 자신이 훗날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연습을 했고, 거기에 대한 책임의식도 어느정도는 있었다는 것에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요요마의 어머니 마리나가 아들에게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깨지 않기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 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처음시작은 다른 친구들도 하니까 였으나, 나는 다른 친구들도 하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채 피아노를 접어야했다. 제대로 된 곡 하나를 연주하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 인내심은 극히 협소했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요마 만큼 자신을 철저히 단련해 가며, 많은 음악 연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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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5-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충동적으로 이 책을 샀거든요... 검색을 해 볼려고 들어오니....님의 리뷰가 하나 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게다가 이리도 담백한 글이라니... 잘 읽고 가요

모과양 2005-05-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충동적으로 샀었는데...... ㅎㅎ 담백한 글이라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