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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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날 이 사회는 그대들을 믿지 않습니다. (p.103) 사실 우리엄마도 날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번번히 약속 깬 사람은 결국, 나였지만 엄마가 불안할 때마다 내지르는 “공부나 해라”는 약속을 깨고 싶게끔 조장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이런 방금 생각난 핑계 따위를 상담했다가는 저자의 날카로운 칼에 베인다.


막연한 동경과 희미한 우울 또는 불안에 대해 아주 창창히 일러주신다. 포스트잇을 오랜만에 여러 장 썼다.

꿈이 가장 추해질 때는, 현실 도피용으로 도용할 때 입니다. (p.43)

당신이 말하는 그 '아무 데'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 산업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땀 흘리고 허리띠 졸라매고 오늘도 결사적으로 매진하는 곳입니다. (p.20)

'어느 절이든 상관없는 떠돌이 중'의 태도이고, 장차 주지승이 될 스님은 쉽게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p.27)


이 시대 젊은이들은 불쌍한 존재들이란다. 20대가 새 시대 새 문화를 주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컴퓨터와 핸드폰을 팔아먹고 카드를 긁게 만드는 수작이란다. 거기에 세뇌되어 그 어느 때 보다 풍요롭게 살지만 사실은 말짱 착각이다. ‘손님은 왕’이란 왕관을 써 본이 들은 소비를 못하면 불안해한다. 컴퓨터가 우리 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기실 컴퓨터로 빼긴 일자리도 많다. 컴퓨터를 가진 자에게만이 편한 세상인 줄도 모르고, 자기 꿈이 뭔지도 모르니 참으로 암담하단다.


실업시장으로 재미 보는 자격증 학원은 다니지 말아야한다. 행복 자격증이 필요하다. 지금 왜 이 상태에 이르렀는지, 무엇을 해결하고, 어떻게 비틀어 봐야하는지 가르침을 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속물스러울 정도로 분명하게 보고, 속없는 놈 소리 들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하고, 속히 실천하는 것이 그것이다.


읽으면서, 여러 번 칼에 베였다. 내게 만약 저자 같은 사람이 불쑥 나타나 이렇게 카운슬링을 해 준다면 그 자리에서 울거나 그 사람 째려볼 거 같다.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나셨어요. 일찍 일러주셨더라면 덜 방황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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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금지 랜덤소설선 2
이지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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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자를 향한 몸부림이 차라리 처절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쿨 한것 까지는 좋은데,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즐기시라가 결론인 것 같다.

그냥 즐기시라. 인생 좌절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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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은강 지음 / 디오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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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란


3년 전, 영화배우처럼 곱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부지과 노루새끼 같은 나를 세상에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그리워 하시면서도 내게만은 미소를 잃지 않으셨고, 이제 의지할 때라곤 나뿐 이라며 나를 아끼셨다. 그리하여 나는 아버지 말씀을 거역치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성실한 어린이로 자라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애정이 충만한 사람들에게서만 있을 수 있다. 현이네 부자는 애정에 굶주렸다. 홈 비디오 배우셨던 현이 어머니는 영화촬영 중 사고로 돌아가신다. 아버지는 그녀가 남긴 많은 보험금에도 더 많은 돈을 벌어주지 않고 자신을 떠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 사이 아들 현이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바싹 벼른 경계가 싹튼다. 비록 자기를 먹여 살려주시는 아버지지만, 아버지의 검은 속을 꿰뚫는 심안을 가진 탓이다.

 

치고 박는 부자 사이에 아래층 카페 민트의 미미여인이 나타난다.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호감에서 흑심으로 발전시킨 아버지와 엄마를 닮았으니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수호기사를 자청하는 현이 부자는 그래서 더 열심히 전투에 임한다. 애정 쟁탈전인 것이다.


상가건물의 주인집인 이들 부자에게 미미여인은 잘 보여야했다. 그녀는 첫 사업을 시작하는 이혼녀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꼬리를 살랑거려주면 더욱더 흥분한 아들과 그 아비는 더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그들 부자들의 이야기면 금방 식상해 질 거다. 그들 부자에겐 독특한 이웃주민들이 있다. 여색를 밝히는 세탁소 아저씨, 술주정뱅이 남편을 둔 쌀집 아줌마, 현이 아빠를 좋아하는 슈퍼마켙 아줌마, 아내 패는 빵집 아저씨 등이 현이네와 얽히고 설켜 정말 웃기는 동네로 만들어 놓는다.


현이 아버지의 직업은 신종 사기꾼, 규격에 맞지 않는 상품을 생트집잡고 웃는 얼굴로 협박하는 일로 생계유지를 하는데 그 비루하고 얍샵한 모습에 실실 웃음이 난다. 현이가 아빠에 비하면 밴댕이 속은 운동장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사건들도 그 부자였기에 유쾌하다.


시종일관 미미여인을 염탐하고, 어떻게 해야 패를 유리하게 돌릴지 연신 눈알을 희번덕거리는 현이 부자는 사실, 솔직한 남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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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같은 글을 읽고도 이렇듯 잘 정리하지 못했는데
감동이라는 말만 자꾸 떠오를 뿐...
참 감상문을 잘 쓰시는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셔서 고맙고요.

모과양 2005-07-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망님. 부끄럽사와요. 이 책 무척 재미있었는데 꼬망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실은 잘 쓰는 축엔 들지 못해요. 잘 써보겠다고 몸부림은 쳐보는데, 쓸 때마다 문장력 부족을 절감합니다.
 
팝콘심리학 - 개정판, 톡톡 튀는 9가지 맛 영화 속 심리이야기
장근영 글.그림 / 제이앤북(JNBOOK)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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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처럼 고소하다.


읽는 내내 물리학 박사 정재승교수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과학적 오류와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전공을 투영한 그들의 영화 이야기는 영화로만 썰하는 영화평론가들보다 흥미로운 그 무엇이 있다.


 전공을 통해, 영화 또는 사회 현상에 이해를 구하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만해도 이제는 드라마에 소개되는 병원사람들 연출에 코웃음을 칠 줄 아니까 말이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그들이, 영화적 또는 사회적 현상을 내버리지 않으면서 그 들의 전공을 팝콘처럼 먹기 좋게 튀겨 낼 줄 알기 때문이다. 딱딱한 곡류에 불과하던 그들의 옥수수알 들은 영화라는 버터를 두르고, 타닥타닥 고소한 소리를 내지르는 팝콘이 되어 우리 앞에 놓였다. 


이건 자기 전공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을 다른 심리학책들과 비교해 본다면, 기본에서부터 영화로 나가는 것 같다. 심리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책들은 당장 이해시켜주고, 써먹게 하는 응용적인 내용이 주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관계, 남녀심리) 그에 반해 ‘팝콘심리학’은 당장은 써먹지는 못하지만, 사회적 또는 영화적 세계에 숨은 심리학적 포인트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 가를 가르쳐 준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때론 장미가 더 필요할 때도 있다. 지금은 팝콘이 필요하다. 방금 튀긴 고소한 팝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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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8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7-2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말 유익하죠? 제가 읽고 반한 책입니다.

모과양 2005-07-2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시님. 네, 참 잘 써진 책 같아요.
부리님. 좋은 책이었어요. 부리님은 어찌하여 이리 좋은 저자와 친하시단 말인가요. 지인이라 책 공짜로 받은 사실도 알고 있다구요. 공짜로 받은게 제일 부러워요.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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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밌지 않은 것은 죄다.


이전까지 무라카미 류에 대해 아는 것은 이 것 뿐이었다. 변태적이고, 야한 이야기만 많이 쓴다는 것. 그 것은 류의 작품으로, 처음으로 접한 책이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19세 이상 구입 가능’으로 찍혀있는 그 작품을, 그 때는 화가 고흐에 대한 관심으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었다. 그 후로 류의 작품이 북 섹션에 등장할 때마다 색안경을 끼고 봤더랬다. 순진무구했던 여중생을 제지하지 않았던 서점 아저씨만을 원망해볼 뿐이다.


그럼 좀 더 일찍 <식스티 나인>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참으로 명쾌하고 유쾌한 명제이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주인공 야자키 겐스케의 인생관이 바로 이 것이다. 작품 배경인 1969년에 일본 땅에 대해선 잘 모른다. 책을 통해 학생들의 반전, 반미 시위가 빈번히 있었을 거란 추측 정도다. 심각한 사회상은 저 멀리 집어치우고, 야지키는 친구들과 페스티벌을 꾸민다. 영화, 락 공연, 연극 등이 뽕짝 된 페스티벌은 정말 뽕짝스럽게 마무리 짓는다. 그 중 119일 근신을 받게 되는 중요한 사건, 바리케이트 봉쇄사건도 꽤나 우습다.


주인공은 류의 고교시절을 말한다고도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재밌게 고등학교를 다녔다니 학교 다닐 맛이 났을 게다. 난 그때 뭘 한 걸까.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죄일까?


ps. 어떠한 일에 대해 멋있는 핑계를 대다가 갑자기 바꿔 말하는 가볍게 치는 유머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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