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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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일에 치이다 보니, 책 읽는다는 게 만만치가 않다. 책 읽는 게 돈벌이요, 책 쓰는 게 밥벌이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 줄 모르겠다. 직업적으로 책을 붙들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또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며 구시렁 할 테지만, 그 구시렁 조차도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다. 재즈음악을 배경으로 푹신한 쇼파에 묻혀, 한 손에는 맥주, 한 손에는 외국 신간을 읽는 그림이 그려진다. 규칙적으로 마라톤 연습도 하고 있다니, 참으로 건강한 작가다. 그래서인지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싶어진다. 읽던 에세이를 냅다 던져놓고, 집 밖으로 뛰어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심정은 그랬다.


또 한 분의 부러운 사람은 김영하다. 깔끔한 외모에 조근조근한 말투,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한 마디로 잘 팔리는 작가다. 올 초 한국 문학상을 싹 쓸어간 소식은 약간 갸우뚱했지만, 앞으로의 긍정적 거름은 될 거다.


그는 노래 흥얼거리는 걸 좋아한단다. 책 제목의 ‘랄랄라’도 그의 연장이다. <랄랄라 하우스>에는 애완고양이와의 평범한 일상, 소설가로서 문학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에세이 되어있다. 처음 통신으로 글을 썼던 작가답게 미니홈피의 글 모음이란다. 그래서 댓글도 오목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댓글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는 게 딱 좋을 것 같은데, 따뜻한 이불바닥에서 후다닥 읽어버렸다. 이우일의 일러스트 덕에 정말 저러고 놀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쾌하고, 호기심 많고, 사진을 찍어대며, 흥얼흥얼


역시 멋진 뿔태 안경의 김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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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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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 나로썬 좀 실망이다. ‘인더풀’을 다 읽은 지는 꽤 됐는데 리뷰쓰기를 미루다가 지금에서야 쓰려니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책 내용보다 번역가 양억관의 해설이 더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아직도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년 남자, 흐물흐물한 뱃살에다 추한 용모 때문에 연애도 못해 보았을 독신이란 설정은, 그가 신의 부름을 받아 결혼도 못하고(할 수 없고) 저편과 일상을 매개하는 옛날의 샤먼과 같은 사람임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그는 사람(환자)의 의식에다 일상과 지하(무의식)로 오갈 수 있는 눈을 달아 주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는 생명의 욕구를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 자신, 욕구가 일어나는 대로 행동하는 인격이 되었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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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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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늦은 출퇴근 덕에 밤거리를 자주 걷게 된다. 난 피곤에 지친 상태로 터벅터벅 골목길을 지나다 만나고, 녀석들은 달맞이 마실로 여유롭게 거릴다가 만난다.


가로등 밑에서 조우하게 되는 녀석들의 모양새는 가지각색이다. 내 구두소리에 귀를 쫑긋  거리다 후다닥 승용차 밑바닥으로 숨어버리는 놈이 있는 가하면, 지친 심신을 끌고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돌아가는 불쌍한 직장인임을 간파하고 연민의 눈길을 쏴주는 놈도 있다.


개중에는 한창 밥벌이로 바쁜 놈도 있다. 쓰레기봉투를 끌어 안은 놈을 보면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한심스럽기도 하다.

‘바보야, 요즘 음식물은 쓰레기봉투에 안 버려. 일반쓰레기에 같이 버리면 걸리거든.’

고작 한다는 생각이 이 정도다. 최근 고양이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눈엔 도둑고양이와 애완고양이가 다르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모두 ‘애완고양이와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달나무의 고양이 방>은 도둑질 일색이였다. 도둑고양이 초코봉과 미유를 훔친 납치범이자 만화가 달나무는 결국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강탈 당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꺼려하는 가족들의 질책을 참아내며 고양이들의 뒷 치닥 강제노역을 순순히 맡는다. 끝으로, 그저그런 일러스트로 독자의 주머니를 털어보겠다는 작가의 도둑질 심보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젠 용서하련다. 나도 고양이들의 유혹에 빠져버렸으니까.


널 만나기 전까지 난 비오고, 천둥치고, 우중충하고, 바람부는 날이 좋았어.

그런 날은 더욱 더 내 방안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거든.

(중략)

거리에서 떠돌던 널 데려온 이후, 네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두려움과 불안까지 꼬옥 안아주던 바로 그날 이후. 세상에 떠도는 모든 고양이들이 다 너와 같이 느껴져.

(중략)

아가들아, 어디서 쉬고 있니? 믈에 젖는 거 싫어하는데 이 큰비를 어디서 피하고 있니? 비야 오지마. 바람에 불지마. 비에 젖은 아가들이 더 추워진단 말이야.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비오는 날...(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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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의 Only One
임형주.김민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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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님, 저는 님의 팬입니다. 님이 나오기 전부터 팝페라가 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Mai Piu Cosi Lontano를 좋아 했으니까요. 당신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렸을 때를 기억합니다. 신선하고 좋더군요. 그 후 형주님이 나오시는 TV방송이나 신문기사를 빠지지 않고 찾아봤지요. 님의 고운 목소리와 점잖고도 분명한 어조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당신이 어느 아침TV방송에서 말한 ‘성공’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는 성공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던 당신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그 때는 제가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작년 9월 말 무렵이었거든요.

 

“저렇게 성공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때부터 저도 성공이란 말을 입에 되뇌어 보고 싶어졌어요. 고생도 필요하면 무엇이든 달게 겪을 거라는 님을 보며 무척이나 감탄했답니다. 목을 아끼기 위해서 가족과도 적게 얘기하시고, 순간순간 공연생각에 몰두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핀잔 듣기가 일쑤이고, 어제 부른 노래를 자책하는 당신. 그 때 알았어요. 당신의 똘망똘망한 큰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알고보니, 당신은 오래 전에 제 기억 속에 있던 초등학생 신인가수였습니다. 그 때 한창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던 때라 “이젠 초등학생도 나와?”했던 것이 기억나는 군요. 그 어린 소년이 이렇게 곱게 장성하여 오늘의 임형주로 커가고 있다니, 제가 괜히 뿌듯해집니다.


당신의 노래는 들을수록 착착 감긴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노래처럼 책 속에 씌여진 일상생활도 무척 섬세하시더군요. ‘하이테너’시라구요? 책에도 당신의 목소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좋은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더군요.


그런데 책만 읽어보면 당신은 타고난 재능과 운만으로, 평탄 길을 뛰어오신 것 같습니다. 높은 음반 판매량과 예원 수석 졸업, 각종 콩쿠르에서 1등만 수상한 사실이 그렇습니다. 결과만 있고 노력과정은 빠지셨더군요. 유학생활도 좀더 많이 쓰였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당신의 달리기를 관전해보니, 빠른 결승 결과 치는 있었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없어서 섭섭했습니다. 좀 더 진솔하게 쓰셨으면 이야기가 풍성했을 텐데, 아직은 준비가 덜 되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준비 중이시겠죠? 앞으로의 좋은 활동으로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주님은 팬 사이트에도 자주 접속하시고, 음반 평도 상당히 신경 쓰신다지요. AB형이시라구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다지요. 저도 AB형입니다. 책까지 출판하셨으니 형주님의 ‘Only One’ 제 서평도 챙겨 보실지 모르겠네요. 그냥 음악인 개인자랑에 그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좋은 평점은 못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말하신, 이 번엔 글로써 나의 모든 것들을 낱낱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은 형주님의 다음 에세이에서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당신의 ‘The Lotus’로 볼륨을 높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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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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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일러스트를 볼 때마다 ‘나도 그림을 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술학원을 다닌 것은 유치원 때 고작 몇 개월 뿐 이었다. 지난 12년의 정규 미술수업에서 배운 것은, 학원에서 따로 배우지 않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좋은 수행평가 점수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채화 같은 것은 최악이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후, 붓 따위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리고 싶다. 이우일이나 부인 선현경의 그림을 보면 나도 마구 그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고, 막 그린 듯한 그의 일러스트는 내 눈엔 너무 멋지다. 포스트 물감만으로 쓱쓱 채색한 듯한 원색도 맘에 들지만, 그의 별난 솔직함이 그림에서 톡톡 튀어나와서 더 좋다. 


나는 만화를 그릴 때 주로 복사지를 이용한다. 펜으로 종이에 그린 다음, 스캐너로 그것을 읽고, 포토샵에서 채색을 하니 달리 질감이 살아 있는 비싼 종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p. 28) 기대하지 않은 수학물이다. 나도 이젠 용기가 생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종이에 연필로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를 부르자.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테니까.(p.7)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이 열거할 수 있단 생각을 못했다. 나도 좋아하는 것을 몇 개 떠올려 봤지만, 책처럼 쉰다섯 까지는 채우지 못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좀더 넓게 범위를 잡는다면, 백가지라도 더 댈 순 있겠지만 그러면 나만 비참해 질게다. 책에는 좋아하는 것을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경험에 보았거나,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나는 지금 떠올려지는 몇 가지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쓴다면 쉰다섯은 가뿐히 넘을 듯 하나 그럼 바로 우울행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만 떠올려 볼 란다. 자전거 탈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 기다리던 책을 마주 하게 될 때, 샤워한 후의 시원함, 라디오를 통해 웃겨주시는 DJ, 볕에 잘 마르고 있는 옷가지들을 볼 때 등 등.


적고 보니 책과는 달리 무척 추상적이게 돼버렸다. 이런 건 토 달고 설명할 수없다. 그냥 느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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