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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7시 20분, 홍대 역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지나가는 연인들을 칼같이 갈라주며 냅다 뛰었다. 7시 30분, 칼같이 도착한 곳은 KT&G 상상마당 앞이었다. <하림의 러브레터>를 알려주는 현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예상했던 안내 관계자는 없었다. 그렇다. 늦은 것이다. 몇 분의 여유도 없이 시간을 딱 맞춰온 탓에 졸지에 지각생이 되어있었다. 교보문고 당첨자들이 쓸데없이 성실한 거라며 구시렁댔다. ‘내 초콜릿 머핀은 남아있을 까’를 걱정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지하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서야 방긋거릴 수 있었다. 앙증맞은 초콜릿 상자와 머핀이 가지런히 정렬한 채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내데스크에 쌓인 <밀리언 달러>책을 보며 ‘공짜로 받을 수는 없을까’를 궁리하던 차, 공연이 시작되었다.


기타치고 있는 하림

하림의 기타선율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좋았다. 그러나 너무 편안한 자리라서 그랬을 까. 진행보다는 노래 진행이 더 자연스럽다고나 할까. 첫 무대에 나온 황경신씨의 인터뷰는 좀 실망스럽다. 아마 내가 <밀리언 달러>를 읽지 않아서인지, 많이 겉돌았다. 그래서 인상에 남는 건 없다. 사진만 남았다.


사진 왼쪽에서부터 황경신, 하림


사진 왼쪽에서부터 권신아, 황경신, 하림

일제시대 때 불렸다는 애달픈 고전가는 하림이 아니면 못 부를 것 같다. ‘사랑은 맹랑한 것’로 시작하는 가사인데 아코디언 연주와 잘 어울렸다.


하림

사진 왼쪽에서부터 양진숙, 하림

다음은 내가 읽었던 책, <빵빵빵 파리>의 작가 양진숙씨였다. 조근 조근 여성스럽게 이야기해서 귀에 착착 감기던 인터뷰였다. 책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줄긋기 (p.260)’란 페이지를 낭독했다. 그런데 그 많은 문장 중에 왜 그걸 낭독했는지, 궁금했다. (막상 기회가 있었던 싸인회 때는 한마디로 건네지 못했다. 뭘 말할까 고민하는 통에 어색하게 웃고 있었는데, 덕분에 싸인 내용에 썩소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갔다.-.,-) 프랑스 유학을 망설일 때 줄긋기 방법을 썼다고 책에 나와 있었는데, 아마 그 것이 자신을 작가로 바꾼 계기라 소개한 것이 아닌 가 싶다. 유학생활이 힘들어서 퐁 데 자르 다리를 서성였던 게 실화라는 이야기,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러브레터 이야기가 인상 남는다. 즉석에서 케익을 만들고 관객 한 분께 깜짝 선물도 했다. 딸기를 올리는 단순한 데코레이션 작업이었지만 순간, 저자가 참 예뻐 보였다. 빵을 만들고 그 빵을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재주도 순간 왜 그렇게 부럽던지.


그녀가 직접 구웠다는 150개의 머핀 중 2개를 챙겼다. 황경신씨가 가지고 온 초콜릿도 2상자 가져왔다. 동행과 헤어져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 입씩 맛봤다. 달콤했다. 이럴 때 문학동네 최고를 외쳐준다. 서포터즈의 단 맛은 이런 게 아니겠냐며 썩소를 씨익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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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3-0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건 혼자만 다니시구.

모과양 2008-03-05 21:59   좋아요 0 | URL
회사 다니시느라 바쁘시잖아욧! ㅋㅋ
동행이 있었답니다. 빵을 2개 받아 왔잖아요. 내일은 <조경란 작가와 함께 하는 와인 낭독회>가요. 이런 곳에 계속 가다 보면 아프락사스님도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왜냐면 상상마당에서 '정군님'을 봤거든요. 문학동네 스텝으로 참여하신 거겠지만, 반가웠어요. 물론 정군님은 저를 모르시기 때문에 조용히 .... 보기만 했습니다. -.,-a
 

1월 한 달 동안 뮤지컬만 세편 봤다. 어쩌다 보니 2주일에 1편씩 본 꼴이 되는데 게으른 내가 이렇게 많이 움직여 볼 줄 몰랐다. 말하지 않았던가. 원래는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는 쌩 촌년이었다고. VIP 티켓이 그렇게 값나가는 것인 줄도 몰랐었다. 뮤지컬 티켓을 로비로 받은 적이 있다는 그 분의 말을, 그 때는 몰랐다. 이젠 뮤지컬 중독이 어떤 것인지, 시즌마다 공연 표를 예매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힘든 일을 선택한 무대인들을 힘들게 하는 말인 줄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버겁다. 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것도 곧 정리 할 것 같다. 개과천선, 로또대박이 없는 한 말이다. 어제는 책 사려고 모아둔 돈까지 건드려 버렸다. 이젠 마무리해야 하는 때가 왔다. 뮤지컬 관람기를 남겨 보는 것도 그 정리 중 하나다. 지금 내 꼴로 뮤지컬 보러 다니다간 종합예술이, 허영의 종합예술이 될 것 같다.

 삶의 무대에서 주연으로 올라보신 분만이 타인의 공연에도 박수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춤과 노래가 있는 화려한 무대에서든 자신의 거친 무대에서든 말이다. 나도 박수쳐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나란 놈은 모질지도 못하고 화내지도 못하고 참기만 잘하는데 어느 날 보니 대기실에만 있었다. 뮤지컬을 어렵게만 생각했나? 그냥 즐기면 될 것을? 맞다. 즐기면 그만이다. 평생 맘 편히 뮤지컬 즐겨보면서 살고 싶다.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뮤지컬 관람기를 쓰면서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주절댔다. 처음에는 뮤지컬을 봤으니까 기록도 하고 자랑도 해보고 싶었다. 덕에 못난 사진도 올리고, 신분노출까지 해버렸다. 하지만 써나갈 수록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 게 낫단 생각이 든다. 꼴같잖은 뮤지컬 관람 글이었지만 빙긋이 웃으면서 썼었다. 올해부터 뮤지컬을 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약간 서글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 이야기를 시작 하자면 작년으로 거슬러간다. 2007년 말, 나는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 앉아 있었다. 소개팅이었다. 상대는 나이차가 나시는 분이셨는데, 나이를 헛먹지 않은 따뜻한 분이셨다. 왜 아직도 장가를 못가셨을까 싶을 만큼.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하니, 상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솔직히 좀 힘들다. 표내지 않지만 점점 흥미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책은 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재미있는 사람은 그 분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무대에서 맞은 배역을 열심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사업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 자신의 현재 이야기와 취미 이야기도 했다. 그 중엔 와인이야기도 있었고, 뮤지컬이야기도 있었다. 와인이 유행인 것은 알았지만, 당시에는 한 모금도 마셔보진 못한 터라 고개 끄덕만 했었다. 뮤지컬은 정말 좋아해서 로비티켓의 유혹까지 받았다고 했다. 관람 때만 함께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웃었다. 나에게도 같이 보러 가지는 제안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뮤지컬 이야기를 했을 때, 광고에서 본 게 다여서 호기심만 들었을 뿐 진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흘러가는 이야기 흐름 속에 잠시 떠올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야기 중에 이럴 말을 하셨다.
“너 나만나려고 하는 게, 뮤지컬보고 와인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를 뭘로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싶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크게 화냈어야 했는데,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그대 모습그대로를 좋아해준 사람은 없었나 싶어 안타까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제대로 부정해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분은 아마 모를 거다. 당신과 뮤지컬을 보지 않았어도 계속 만나고 싶어 했을 거라는 걸.

트라우마 극복보다는 뮤지컬을 언제부터 생각했는가 돌이켜보니 그 분이 생각났다. 잘 사시는지 궁금하다. 독신주의 마***님도 장가를 가셨는데, 그분도 부디 좋은 짝 만나 행복한 뮤지컬을 보시길 빈다. 아직 못 만나셨다면 뮤지컬 보러 날 찾아와도 좋다. 좋은 뮤지컬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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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혜화역에 내렸다. 뮤지컬<미라클>을 보기위해 미라클 씨어터를 찾아갔다. 저녁 7시 공연이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그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이번에는 뮤지컬 소극장이었는데 무대와 관객사이가 매우 가까웠다. 배우의 표정까지 그대로 볼 수 있었는데, 흐르는 땀방울까지 셀 수 있도록 아주 가까웠다. 덕분에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배우들의 친화력까지 볼 수 있었는데 이 것이 소극장 매력인 듯 하다. 배우는 모두 다섯이었다. 뇌사자 희동과 이하늬 간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왔고 조연으로 의사, 미저리 간호사, 홍길동이라는 또 다른 뇌사자가 나왔다. 인기그룹 '핫바'의 가수인 희동은 어느 날 과로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인 '길동'을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이하늬 간호사와 영화<사랑와 영혼>처럼 만난다.

나중에 길동이 죽으면서 뇌사자의 인권문제를 건드린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사랑이야기가가 더 많이 건들려졌다. 미저리 간호사의 의사를 향한 짝사랑, 천사처럼 나오는 하늬의 환자사랑, 희동의 순수한 사랑과 길동의 가족사랑 등. 극이 끝나 갈수록 안락사 소재로 극의 무게감을 실으려 하는데, 극 초반의 유쾌함이 더 오래 남는다. 한마디로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처음에는 간호사 연기를 보면서 욕이 튀어 나왔다. ‘왜 머리는 풀고 다녀?’, ‘환자를 저렇게 대해?’, ‘저렇게 일하지 않는데’ 등등. 까칠하게 째려보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을 보면서 용서했다.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인생은 뮤지컬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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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1-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래 많이 보고 다녀요. 애인이 생긴거야 그런거야.

모과양 2008-01-29 18:21   좋아요 0 | URL
기회가 닿아서 본 것 인데요^^

웽스북스 2008-02-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님 예뻐욧!!! (이건 얼굴이 크게 나와서 그 말을 해줄 수 있겠어요 ㅎㅎ)
저도 작년에 볼 기회가 생겨서 봤던 작품이었는데, 뭐 나름의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간호사 캐릭터는 정말 매우 인상적이었던 ㅋㅋ

모과양 2008-02-01 23:26   좋아요 0 | URL
쌩큐~^^
나름 유쾌한 뮤지컬이었어요.그러나 그 간호사 캐릭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아요. 나름 극적인 설정때문에 그렇게 한 것 이겠지만 그 일은 하는 사람으로써는 ....

 
 전출처 : 모과양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다녀와서

제목:  화요일에 얻은 깨달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하 <모리>)을 읽은 건 중학생 때였다. 베스트셀러여서 무슨 내용인지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출간되자마자 봤었다. 지금은 정확한 인과관계도 가물가물한데, <모리>를 읽고 오랫동안 흐뭇해했다. 그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읽은 지 13년이나 지났지만, 고려대 4. 18 기념관까지 기꺼이 <모리>의 저자 미치 엘봄을 만나러 갔다.

강연의 시작은 저자가 모리교수를 만나는 것에서 부터였다. 사회학 수업이었는데 첫 수업에  7명이 교실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수강취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교실을 빠져 나가려 했다. 그때 모리교수님이 출석부를 불렀다며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이름의 비애’를 아냐며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졸업식 날 모리교수와 저자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다. 16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까마득히 잊은 것이다. 그건 자신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 바쁘다보니 그리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로 루게릭에 걸린 모리교수님을 보게 된다. 죄책감이 든 저자는 안부전화를 하게 된다. 그 통화를 시작으로 교수님을 다시 만나고, 삶의 태도를 다시 배운다. 그 때가 교수님의 연세가 78세였다.

처음 만났을 때, 잘나가던 스포츠 기자였던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려주고 싶었지만 모리교수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묻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하니?’, ‘삶의 동반자를 찾았니?’, ‘사회에 공헌하고 있니?’ ‘삶의 의미가 있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후 매주 화요일에 만나 결혼, 돈, 아이들, 선물 등을 주제로 수업처럼 대화를 했는데 그것이 <모리>의 내용이란다. 그중 몇몇 에피소드를 강연에서 들려주었다.

누가 모리를 찾아오는가를 관찰한 적이 있는데, 모리교수를 기쁘게 해주려고 아이들 사진이나 유머를 준비해서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문을 열 때와는 달리, 나올 때는 모두 울면서 나왔다고 한다. 자기들 문제 때문에 아픈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이다. 병문안을 받아야 하는 교수님이 위로를 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의아해하던 저자가 모리에게 질문을 한다. 그때 선생님은 “받는 것은 나를 죽는 느낌만 가지게 한다. 그런데 주는 것은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쟁 관련된 TV를 보던 중 모리교수가 우신다. 왜 우시냐고 질문하는 저자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면 누구의 고통도 똑같이 느끼게 된다.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리교수의 이야기라며 이 이야기를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면, 돌아갈 때 100%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 그들은 귀신을 믿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 듣는다. 이 땅에 있는 동안 같이 말을 해야 한다. 나를 기억하길 바란다면.”

7명으로 시작한 모리 교수의 수업은 몸이 힘든 와중에도 제자에게 지혜를 나눠준 덕분에 타국의 먼 학생들도 그를 기억하게 만들게 되었으니 이 말은 생생하게 증명된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나눠주고, 이야기하라는 말이 참 많이 와 닿는다.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직장동료들과의 거리측정을 잘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직장 생활은 지겹고, 재미없었다. 그 때 같은 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챙겨주던 장난기 가득한 유부남 당직의가 있었다. 기저귀 값은 벌어가는 생활인이자, 미국 의사시험을 준비하던 엘리트였다. 지금은 만나지 못하지만 그 분이 장난치면서 해줬던 자기 이야기, 살면서 깨달은 철학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서로 떨어져도 목소리로 살아있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어제 미치 엘봄의 강연을 듣고 새삼 ‘생각 나눠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는 일본속담도 떠올랐다.

저자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가는 대로 하라”고 했다. 결코 잘못된 길을 알려주지는 않을 거라면서. 
 
ps 1. 강연이 영어로 진행 되어, 동시통역사가 있었다. 마지막 독자와 저자가 질문하는 시간엔 통역사 없이 진행됐는데,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지독히 부끄러웠다.

ps 2. 처음 <모리>은 저자가 모리교수님의 병원비 마련하기 위해 쓴 책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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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모과양 > <책으로 크는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는 어른

4년 전 처음으로 인터넷 독서모임에 나갔다. 하고 있는 일도 읽고 온 책도 제각각인 사람들과 모여서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자리였다. 책모임의 첫 느낌은 재미있고 신선했다.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일상을 나누고 개인의 생각을 밝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허나, 시간이 갈수록 책모임 참가에 의문이 생겼다. 모임에 강제성이 없다보니 참석이 자유로웠는데, 이게 인터넷 책모임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참석하는 이에 따라 수준 차가 너무 컸고 토론을 통해 얻는 지적 자극은 점점 줄었다. 2년 전부터는 책모임에 뜸하게 출입하게 되었다. 그래도 책으로 만나는 자리엔 눈길이 간다. 책을 통해 소통하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독서 동호회 만들어볼까도 생각 했었는데, 구상만 2년째다. 직장에서 책 모임을 조직하기에는 나의 낮은 연차가 문제였다.


아이들이 대상이긴 하지만, 독서 동아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신청했었다. 강연 제목은 ‘백화현 선생님과 책모임 친구들의 아름다운 책 모임 이야기’다.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읽어 보진 않았다. 단순히 독서모임이 궁금해서 참석했던 강연이었는데, 생각할 게 많았던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김대중 도서관의 지하 1층 회의실에서 강연을 했는데, 생각보다 참석자들이 많았다. 대다수 학부모님들이셨는데, 아무래도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석하신 듯 했다.




강연을 기다리면서 입구에서 나눠준 주먹밥과 음료를 먹었다. 학도넷 사무처장을 맡은 김경숙님이 오늘의 강연의 취지와 정부의 독서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자 백화현님이 일어나서 자신의 소개와 개략적인 순서를 이야기했다.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행이었는데, 깔끔한 파워포인트와 청중과 함께하는 공감력에 놀랐다. 현장에서 일하는 국어 교사로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지금 세대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강연이 진행 될수록 왜 독서교육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고민한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당신의 특별한 제자 이야기를 하는데 감동적이었다. 

처음 가정 내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낮은 성적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열등감을 느끼던 큰 아들 때문이었다. 독서를 통해 성적을 올려 보고자한 욕심은 없었단다. 정신적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들에게 책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심산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큰 아들의 친구와 자신의 제자들 몇 명을 모아 시작한 독서동아리는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매주 저자의 집에 모여 진행됐다. 이를 통해 책을 읽지 않던 아이들이 책을 적극적으로 읽기 시작하고 생각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림책과 동화책으로부터 시작하여 동서양의 고전문학과 철학, 종교, 신화, 역사, 정치, 경제, 과학, 환경 등 다양한 영역 책을 함께 읽으면서 독서모임 1기는 순항을 계속한다. 나중에는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곳을 둘러보고 여행함으로써 아이들이 더욱 풍성한 독서이력을 가지게 된다.

독서가 학교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란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성적이 더 크게 오른다고 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책을 읽어가면서 알아가는 기쁨, 즉 앎의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기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생들의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책이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업에 치여 우울증이 상당하다며 현장 교사의 우려감을 듣는 이까지 느끼게 해줬다. 셋째는 책 속에서 역할모델을 발견하기 때문이란다. 역할 모델을 찾으면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하고, 하고 싶은 걸 찾게 된다고 한다. 하고 싶다가 생기는 순간 학교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데, 성적이 안 오를 수가 없단다. 

처음 큰 아들의 꿈은 ‘시인과 농부’였다고 한다. 굳이 대학을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아들이 독서동아리를 통해 고 2때 대학을 가겠다며 스스로 공부에 매진하더니 목표하던 대학에 입학한다. 그 때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아이들이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함께 집필했다며 저자가 자랑스럽게 아이들을 강단으로 불렀다. 아이들과 강단에 나란히 앉아 청중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저자를 보면서 참 행복해보였다.


독자들과 저자들의 화답시간이 있었는데, 부지런한 부모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강연은 8시 30분에 마치도록 되어있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행되다가 도서관 폐장시간이 다가와 급하게 마쳤다. 그만큼 독자와 저자가 몰입해 듣던 강연이었다. 도서관을 나서는데 느끼는 점이 참 았다. 다양하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내가 학부모가 되었을 때는 내 아이에게 어떤 독서력을 갖추게 해줄 수 있을지, 기분 좋은 과제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못하는 것을 말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말하자던 저자의 교육 철학도 좋았다. '정체성'과 '사랑', '능력'을 소재로하여 자신의 인생관과 독서 철학을 밝혔는데 그 점도 참 공감이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동행한 친구가 말했다. 중학교 교사로써의 한계가 보이고 너무 일찍 책을 냈다고. 강연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던 나는 무슨 이야기냐고 반문을 했다. 오늘 같이 연단에 앉았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책을 읽게 되어 자아가 튼튼해지고 사고력이 넓어졌다고 했는데, '그 이후'가 궁금하다고 했다. 대학생인 지금은 어떤 독서를 계속 하고 있으며,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단다. 가정 독서모임의 원래 목적이 성적향상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여기에서 그치면 성적 향상의 역할만 크게 보일 수 있단다. 독서 모임의 아이들이 더 성장하고, 모임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서 책을 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했다. 같은 강연을 들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다르다니. 이래서 독서 모임이든 책 강연이든 '함께 하면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가정 독서모임의 원칙
1. 함께 만들어 간다
2. 책임감 있게 활동한다 (1년은 한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왔다갔다 하면 아예 퇴출)
3. 자기 속도로 꾸준히 걷는다
4. 독후활동에 연연하지 말고 읽는 자체를 즐긴다
5.함께 만들어 가는 추억거리를 소중히 여긴다.

가정 독서모임에서 깨달은 것
1. 독서의 힘은 강하다
2. 함께 하는 독서의 힘이 더 강하다
3. 경쟁보다는 협력
4.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5. 뿌리가 깊은 나무라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꽃도 아름답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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