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연애술 - 그를 내 남자로 만드는 긴자의 법칙 133 악마의 연애술 1
나비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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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자전>을 봤다.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재미있고, 야한 영화였다. 영화엔 뛰어난 조연들이 많이 등장 하는데, 그중 오달수가 연기한 마 노인이 최고였다. 자신의 연애스승인 장판봉 선생을 회고하며 방자에게 연애해법을 제시하는데 웃음이 크다. ‘뒤에서 보기’, ‘은꼴편’, ‘툭’, ‘차게 굴기’등 연애기술 용어도 많이 나오는데, 웃길 려고 용쓰는 구나 싶으면서도, 가끔씩 던져지는 대사에 놀라기도 했다. 그 중, 마노인이 “그 분(장판봉 선생)은 여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셨지.”라고 한 것과 월매가 “세상에 안줘서 버림받는 여자는 없어. 그것만 알고 있어.”라고 한 게 기억 남는다.

지금은 연애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내게도 연애서적을 정독 하던 때가 있었다. 연애 서적 여러 권 읽었다고 말하려니 좀 부끄럽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도움도 받았다. 지금은 마음 맞는 사내가 옆에 있고, 연애 고수가 될 필요성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연애서적은 읽지 않는다. 그런데 <악마의 연애술> 접하고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첫째는 글이 짤막해서 읽기가 쉬웠다. 둘째는 남자 만나는 게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연애 고수가 됐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나비’라는 필명을 쓰는 긴자의 고급 클럽 호스티스다.

그 동안 읽었던 연애 책들도 가벼운 편이었는데, 그 것보다 더 가볍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연애의 중요포인트는 다 짚으면서, 자신이 직접 실천했던 팁까지 알려준다. 덕분에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와 대리 만족의 시간을 가졌다.

<인기 있는 여자는 남자를 좋아한다> 

남친이 있는데도 항상 여기저기서 남자들의 대시를 받는 여자들의 공통점은 뭘까? 여대생, 직장 여성, 고급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그리고 연애 고수들의 샘플을 모아 분석한 결과,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중략) 그건 ‘본인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 다시 말해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멋지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는 말과 같다. (중략) 남자한테 인기가 있다는 것은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다. 한번 그 호흡이나 비법을 알게 되어 남자들에게 인기를 얻거나 우대를 받으면 ‘대부분의 남자 = 나에게 친절한 존재’라는 공식이 뇌와 세포에 각인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묘한 추차를 던지지 않고 얌전한 척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어딘지 모르게 ‘남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p. 23~24)

<다른 사람의 시선은 최고의 에스테틱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영업직이나 접수처에 있는 더 아름다워진다.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보는 여자들도 마음에 둔 미팅을 나갈 때는 아침부터 자신이 제일 예쁜여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피부나 몸 컨디션을 비롯해 화장과 패션에 신경을 쓰는 법이다. (p.54)
 

<수준있는 친구의 소개는 무시 못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회사나 동호회 같은 그저 그런 모임과 틀 속에서 애매한 만남을 위해 모이는 ‘미팅’보다는, ‘당신과 이야기가 통할 것 같아서’, ‘꼭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라는 단서가 붙어서 이루어진 소개팅은 설령 사랑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나중에 친구가 되고 인맥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즉, 효율성이 훨씬 좋은 것이다. 특히 당신이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의 소개나 인맥이라면, 가령 당신 타입은 아니어도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높아진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중략) 그런데 그녀가 동년배라면 목표남이 같아 소개할 여유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연상이면서 능력 있는 여자친구’를 두는 게 좋겠다. (p. 71~72)

<선물을 주고 싶어질 만한 매력을 갖춘다> 

처음부터 뭔가가 필요해서 상대방에게 아무런 흥미도 없이 ‘받으려고만’ 접근하는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이 사람, 내 몸만 노리고.....?’라고 생각되는 남자에게 전력투구하거나 선물을 마치고 싶은 마음이 들 여자가 있을까? 남자도 마찬가지다. (p.85)
 

<그가 들어줄 수 있는 사소한 부탁을 가끔 한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남자는 ‘응석=나에게 경계심을 푸는 사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한 여자가 응석을 부리거나 무언가를 부탁하고 남자가 그것을 들어줌으로써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좀 보충하자면, ‘이 뚜껑 열어줘’ 라든가 ‘PC 좀 접속해줘’ 등과 같이 ‘이 사람은 여자이고 나는 남자니까’ 무리 없이 해줄 수 있는 정도, (p.159~160)
 

이런 연애 팁을 체험에서 얻었다니 발랄하고 호기심 왕성한 처자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봐도 귀엽고 멋있는 여자다. 연애를 못하던 옛날 생각도 나고, 남자친구에게 너무 여유를 줬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웃으면서 봤다.  

ps. 내가 여러 연애 책을 읽으면서 얻은 팁이다. 

- 남자를 백발백중 황홀경에 빠뜨리는 세마디 "당신 말이 맞아요." 

- 그가 만든 선반이 45도쯤 휘어서 물건이 한쪽으로 계속 흘러 내려도 정직하게 화낼것 없다. 동물원의 행복한 물개처럼 열심히 박수를 쳐준 다음, 그가 없을 때 수리공을 불러 수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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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네기 전집 - 전5권 - 카네기 인간관계론 + 카네기 행복론 + 카네기 스피치&커뮤니케이션 + 카네기 인간경영 리더십 + 카네기 명언집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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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된 일보다 못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는 날이 많아졌다. 부서이동을 했더니, 일하는 게 영 껄끄럽다. 서로 익숙치 않아서 그러려니 했던 이해심은 바닥을 드려냈고, 결국 포기했다. 그녀를 포기하니 편하다. 같은 말도 어찌 그렇게 얄밉게 하시는지, 능력 있으시다. 본 마음은 따뜻한 사람인지 몰라도 말을 차갑게 하니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읽은 책 권 수만큼 지혜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만한 관계가 절실했던 만큼 연관된 책을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왠만한 일에는 담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생체기 투성이다. 덕분에 집에 꽂혀만 있던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현대식 인간관계책은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외국사례라 빨리 이해되지는 않지만, 핵심은 빨리 파악했다. 그 핵심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제일 존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판하지 말 것 이며, 친절하게 대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한다. 책에는 좀 더 세밀하게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유용한 내용이 참 많다. 사람을 설득하고, 리더가 갖추어야할 대화 습관도 씌여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만난 직장 사람들이 떠올랐다. 같은 또래임에도 한 분은 계속 좋은 인상으로 남는데, 또 한 분은 어쩌다 좋다. 이유는 책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똑같이 도와주었음에도 한 사람은 칭찬해주고 내 이름을 언급해주는 반면, 한사람은 아무 말이 없다. 칭찬을 기대하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야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카네기가 제일 먼저 언급한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비난, 비평을 한다. 

그리고 또 한분, 정치적인 그녀가 떠올랐다. 말을 참 세련되게 한다. 나이에 비해 단어 선택이 젊고, 국어의 다양한 표현법을 잘 활용한다. 자주 쓰는 표현법이 반어법인데 듣는 이까지 슬쩍 웃음이 나게 한다. 곤란한 입장에서도 쉽게 “No”하지 않는 신중함까지 갖추고 있는데, 가끔 감정적으로 말할 때 보면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역시 소문대로 구나하며 속으로 삼키는데, 삼킬 때마다 ‘말이 곧 인격이다’란 격언이 떠오른다. 

그녀들이 카네기 책을 읽는다고 달라지겠냐만은 나의 평판과 대인관계는 지켜줄 것 같다. 데일 카네기가 하는 말은 결국 이거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라는 것이다. 그런데 헤아리기만 하고 표현할 줄 모른다면 진전은 없다. 고운 말로 잦은 격려와 칭찬을 하는 내가 되어야 겠다. 직장에서 업무의 강도는 생각지 않고 친절만 강조하는 바람에 친절에 반발심이 생긴 적이 있다. 친절이 수익증대를 이끄는 이유임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와 닿진 않았다. 책을 읽고 덤으로 친절의 필요성까지 알았다.
 

"저는 주인에게 임대 계약이 끝나는 대로 즉시 집을 비우겠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실 저는 이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세금을 조금이라도 내려준다면 그냥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희망이 없는 상태였고 다른 사람들도 전세금을 깎아 보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했습니다. (중략)집주인과 그의 비서가 제 편지를 받자마자 즉시 저를 만나러 왔더군요. 저는 그들을 다정하게 반기면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전세금이 비싸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면서 진심으로 칭찬했습니다. 저는 건물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으면서 1년 정도 더 살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습니다. 집주인은 세들어 사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할 바를 모르더군요. 그러면서 집주인은 자신의 골칫거리를 저한테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중략) 그러더니 '당신처럼 만족해 하는 입주자를 보니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합니다'하고 집주인은 말하면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전세금을 내려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p.220~221 우호적으로 말하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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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3-2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책 안좋아하는데..정말 안좋아하는데..님의 말씀이 너무 깊게 들어옵니다..특히나 인용하신 문구를 보니 또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는군요~~5권은 너무하시잖아요--;

모과양 2010-03-20 23:03   좋아요 0 | URL
pjy3926님 화이팅입니다. ㅋ
 
심리학의 힘 P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
전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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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책 광고엔 잘 흔들리지 않는데, 심리 책 부분에선 흔들린다. 읽고 싶다와 읽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 서로 충돌을 하는데, 대부분은 결국 읽는다. 만화책 읽는 것보다 심리학책이 더 편하다. 덕분에 정신분석, 심리학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젠 지식욕보다 새로운 해석과 글 형식을 음미하는 쪽이다. 그래서 화제인물들을 내세워 심리의 썰을 푸는 <심리학의 힘 P>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고전 심리에 요즘 이슈와 유명인의 일화를 섞어 놓았는데, 이 덕분에 이해가 쉽다. 교수로 일한다는 전우영씨의 수업을 들어 보고 싶을 정도다. 잘 정돈되고 요즘 트렌드 이야기로 재미있는 수업일 것 같다.

책은 크게 11장으로 구성됐다. 1장의 ‘성공’에서는 사회적 촉진과 억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같은 일인데 누구는 남들이 자신을 지켜보면 더 기량을 발휘하고, 누구는 더 실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쉬운 과제는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혼자 하는 것 보다 빨리한다. 그러나 업무가 복잡해지면 그 반대다. 왜 그럴까. 타인의 존재는 각성을 부른다. 각성은 주의 폭을 좁히면서 한 눈 팔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학습으로 익숙해진 반응이나 쉬운 과제는 이 덕에 더 빨리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생소하거나 어려운 과제는 앞만 보면 안 된다. 주위를 둘러보며 다양한 정보에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데, 이 때의 각성은 오히려 수행력을 떨어뜨린다. 타인의 존재는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수행과 동시에 타인의 경계까지 필요하다.

여기서 수행 성공의 해결점이 보인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쉽게 바꾸면 된다. 과도학습 한다는 뜻인데, “성실하게 연습하면 무대에서도 두렵지 않다. 연습 안하면 사람이 위축된다.”는 보아의 말에 감탄이 절로 난다. 보아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2장은 ‘욕망’에 대한 부분이다. 동일시에 대한 내용인데, 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거대 모델료를 지불하면서도,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수영실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시합 중 쓰고 나온 헤드폰이 불티나게 팔린 일화를 예로 들면서 동일시의 효과를 설명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3장은 동일시에서 좀 더 나아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4장의 ‘범죄’ 와도 연결된다. 자녀-부모간의 동일시와 양육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극한 대비로 보여준다.

5장은 파블로의 개 이야기를 하면서 ‘고전적 조건형성의 힘’을 설명한다. 나는 왜 다 알고 있는 심리학책을 또 읽을까. <심리학의 힘 P>의 내용대로라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다. 직장생활로 힘들 때 마다 심리학책을 읽고 위안을 받았었다. 그로 인해 심리학책을 펴는 순간 마음이 편하다. 책과 평안이 연합된 것이다. 침 흘리는 개나 책 읽는 나나 차이가 없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고전적 조건형성은 일상생활에서 넓게 발견된다. 동안을 가진 이는 어린이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섣불리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장은 상관없는 줄 알면서도 ‘미신’을 따르는 심리를 이야기 한다. 미신 즉, 징크스도 원인과 결과사이의 무작위적인 조합을 기억 할 수 있어야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행동에 더 주의가 쏠리기 때문에 미신이 생긴다며 부드럽게 이해시킨다. 미신이 긴장감을 해소시킨다는 측면에선 꽤 유용하다고 하는데,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이 인상적이다.

7장의 ‘사랑’은 애착의 힘을 설명하는데, 존 레넌의 <LOVE>를 들어보고 싶게 한다. 8장은 ‘발달’부분인데 자기중심적 사고와 피아제의 이론을 써 놓았다. 대학생 때 배운 인지발달 이론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9장은 ‘스트레스와 해석’이다. 강력한 스트레스와 엔돌핀은 짝궁처럼 붙어 다니는데, 이는 험한 환경에 적응한 몸의 자연적 반응이라는 걸 알려준다. 10장은 ‘휴식’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쓰려져야 산다’는 것이다. 힘들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쉬어 가자는 결론을 얻었다.

11장의 ‘고백’은 글쓰기의 유용함으로 마무리 짓는다. 머릿속을 맴도는 부정적 사건을 글로 쓰면, 머리는 더 이상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는다.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만들어 자신에게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해 뇌에 통합시켜 놓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사건보다 완료된 사건에는 관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바로 이 예다. 최근에 읽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에서도 본 내용이라 이해가 쉬웠다. 괴로운 경험을 자신만이 보는 노트에 기록하기만 해도 마음은 가벼워진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든 말든 ‘내가 쓴다’는 것에 있다.

내가 리뷰를 쓰는 여러 목적 중 하나도 이 것이다. 읽은 책을 리뷰로 써 놓지 않으면 책 조각들이 머릿 속을 둥둥 떠다닌다. 글을 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글 한 편 쓰는 데 많은 시간이 든다. 긴 시간을 들여 <심리학의 힘 P>리뷰를 마무리 한다.

리뷰를 쓰게 한 것은 글쓰기의 힘과 잘 쓴 글이 주는 독서의 즐거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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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살림과 육아, 맞벌이 때문에 덮어둔 나의 꿈을 되살리는 가슴 뛰는 메시지
김미경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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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내용 일 줄은 알았는데 메세지가 의외로 강하게 남아 리뷰를 쓴다. 그 메세지는 잘 살든 못 살든 아줌마도 직장은 있어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표지를 보는 순간 이미 예견 된 메세지다. 그러나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결혼해도 직장생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낭만 없는 세상에 태어난 걸까. 싱글로 살아도 외롭고, 결혼해도 외롭다는 거 안다.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없다. 하지만 결혼하면 회사 안 나가도 된다는 희망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망할 2000년대는 경제위기를 등짝에 붙여주고 징징거릴 틈까지 앗아 갔다. 맞벌이 싫다. 여자도 가정경제에 기여해야하는 구조, 정말 싫다. 여성의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큰 골자는 그렇다. 특히 103동 505호 맴버를 탈퇴하라며 강력하게 전업주부를 경계한다. 그리고 자기계발 서적에서 늘 하는 말,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네가 되라고 한다.

책으로 쓰면 10권은 넘을 거라는 이야기에서 그녀들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그 일을 했거나 그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은 사람이 아니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들은 누군가의 성취를 도와주었거나, 잘못되어 책임을 뒤집어썼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하는 사건의 배후인물이기 때문이다. (p.21)

운이 없어서, 기회가 없어서라고 말하지 말고 골든타임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회를 만들어 두라고 한다. ‘불행이란 원금 없이는 행복이란 이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어려움도 참고 극복하라고 한다. 자본주위 사회에서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와 시간은 중요한 자산이라고 한다. 당신의 꿈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거나, 남편의 은퇴를 준비하라, 스트레스는 결국 추억이라며 직업을 가족을 핑계 삼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뒤쪽으로 가면 직장 맘을 선택했을 때 생각해봐야할 질문들을 적어놓았는데,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직장 맘이 아니어도 활용할 만한 내용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5:1:1:3 법칙이다. 미래를 위해 5를 저축하고 1은 경쟁력을 위해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란다. 또 다른 1은 치열하게 살았으니 여행을 가든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보상하는 시간을 가지라 한다. 나머지 3은 생활비다.

5장 6장으로 가면 아내로써, 엄마로써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적어놓았다. 잘 활용만 한다면 가족 서로가 잘 화합 될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 참 대찬 사람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대참은 저자의 어머니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이다. 여러 일화가 있었지만, 딸에게 조작된 태몽을 들려주며 밝은 내일을 확신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까지 느꼈다. 거짓일 망정 저자는 평생을 믿어왔고, 힘들 때 마다  이상하리 만큼 스케일 큰 자신의 태몽을 생각하며 견뎌왔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 믿음까지 딸에게 선물하는 어미를 둔다면 함부로 살 수도 없었겠다.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겠고, 부모가 물려 줄 건 땅문서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겠다.

“너 요번 행사도 왜 그렇게 잘 됐는지 알아? 내가 너 태몽을 잘 꿔줘서 그래. 너는 하여간 평생 엄마한테 감사하고 살아야 해.” 그러면서 태몽 얘기를 또 하시는데, 그날은 태몽 얘기를 차마 가까이 듣지 못하고 전화기를 저쪽에 둔 상태로 막 울면서 들었다. (중략)
“그 거 다 거짓말이야. 충북 괴산 증평 시골에서 딸을 낳았지만 정말 멋있게 키우고 싶다고, 복숭아 받은 꿈 갖고 어떻게 크게 되겠냐고 너의 엄마가 딸 낳을 때마다 하나하나 꿈을 지어낸 거야.” (p 260~261)

앞으로 몇 년 더 직장생활을 하게 될까. 오래하긴 싫은데 집에서 놀기도 뭣하다. 직장생활 하기 싫을 때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조금씩 읽으며 견디는 게 최선일까.

“그래도 너 애 잘 키웠잖아.”
나는 그냥 위로의 말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언니, 근데 꼭 그렇지가 않아. 우리 딸은 내가 회사에 계속 다녔어도 잘 컸을 거야. 아니 어쩌면 더 강하고 엄마를 배려할 줄 아는 더 괜찮은 아이가 되었을지도 몰라.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마 난 우리 딸을 어디엔가 맡기고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라도 잘 활용해서 애도 키우고, 살림도 하고, 내 커리어도 쌓으면서 잘 살았을 것 같아.” (p.92)

위로가 되는 건 내가 직장맘을 하든 안하든 내 딸들은 잘 클 거라는 사실이고, 내가 더 큰 사람이 되는 만큼 내 딸들은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거다. 갑자기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 위녕, 사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이걸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사는 게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인 것 같다. 직장여성은 절로 알게 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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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1-0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작된 태몽~~ 이라도 믿는자에게 이루어지는 법이지요^^

모과양 2010-01-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jy3926 맞아요. 믿는자에게 복이 ㅋㅋ
 
결혼심리백서
사라카와 도코. 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나일등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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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순례를 하다가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를 보게 되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썼던 남인숙씨의 책인데,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같은 여자가 읽어도 놀라고, 조심스러운 내용이었다. 남성 독자들에겐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여성독자로썬 감사하다. 자신의 욕구와 속물스러움을 마주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즘 결혼에 관심이 생겨 그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다. 최근 <결혼심리백서>를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런 책 오랜만인 것 같다. 연인들의 환상이라던가, 로맨스에 관한 부분은 뒤로 빼놓고 ‘결혼활동’에 대해서만 써놓았는데, 읽어 볼만하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적령기 남녀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더불어 나와 함께 늙어가는 내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해주겠다.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하든, 선택이라고 생각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왜 자유가 됐는지 인지할 기회는 필요하다.

첫째는 자유연애시장은 80년대 이후 갑자기 서양문화가 급속하게 퍼지고 문호가 전면 개방되면서 시작되었다. 실제로는 연애가 대단히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연애시장은 덜컥 개방되어 버렸고, 아무런 준비 없이 변화를 맞아 현재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현대의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자들은 여성의 자아실현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며 자란 세대다. 남자와 똑같은 교육을 받았고 회사에서도 차별 없이 일 한 첫 세대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을 해보니 생각만큼 멋지지도 않고 힘겹다. 경기 침체와 불황에 시달려야 했고 ‘사회적 자리매김’이라는 소박한 자아실현욕구를 채우려던 사이에 좋은 남자들은 다 떠났다. ‘결혼을 통해 생계를 해결 하겠다.’며 목숨을 걸로 결혼에 임하는 여성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둘째, 사회는 빠르게 변하지만 가정에 대한 가치관은 느리게 변한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정경제는 남자 쪽에서 해결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결혼 초기에는 아내도 일을 하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막상 아이가 생기고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다. 결국 끊긴 자신의 수입만큼 남편이 더 벌어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가끔 신문에 등장하는 고소득 남편감, ‘연봉 2배의 법칙’이 생기는 것이다. 여자들은 자기보다 더 나은 수준의 남자, 즉 상승형 결혼을 꿈꾼다. 그런데 잘 나가는 남성일수록 기본적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해 줄 수 있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원한다. 이런 남자들은 자신의 수입이 높기 때문에 결혼할 때 여성의 능력이나 수입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때문에 마음에 맞는 의존형 여성을 만나면 곧 결혼하고 미련 없이 결혼시장을 떠난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바뀌었지만 이상하게도 정서적 측면은 달라진 게 없다. 남성들은 아직도 집에 돌아왔을 때 저녁 밥상이 차려져 있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육아를 돕기는 하겠지만 역시 아이에게는 엄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살림과 육아를 여성의 일로 넘기는 것이다. 경제적 책임은 같이 지자고 하면서!

셋째, 언제부턴가 남성들의 마음이 유리잔처럼 섬세하고 연약한 상태가 됐다. 연애 공포증에 걸린 듯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상처 받을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동영상이나 인터넷 사진과 같은 ‘2차원 속 여성’으로 만족해버리는 경향이 생겼다. 여기엔 여자 형제가 없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또래여성을 접할 기회가 없는 남성들이 대다수 포함된다. 여성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남성을 접하지 못하더라도 선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다양한 모임을 통해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 하지만 남자는 아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과 차단되면 별 문제없는 능력남도 여자 만나기를 어려워한다. 여기엔 연애만 오래하는 남성들의 ‘책임지고 싶지 않은’심리도 포함된다.

예전엔 남자 직장이 좋다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평생고용도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여자도 직장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개인 능력에 따른 연봉제로 인해 남성들 간의 경제적 매력도는 격차가 점점 커진다. 한마디로 있는 놈한테만 몰리는 수급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또 남녀 모두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을 우선하기 때문에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 남편이 수집한 장난감을 진열해 놓을 공간이 있어야 한다면 그 옆에는 아내가 모으는 접시 놓을 공간도 필요한 것이다. 또, 결혼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역할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결혼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라고 살뜰히 조언한다. 결혼 정보업체를 이용도 해보고, 이성이 많은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 없으면 이성모임을 조직해서라도 만들라고 한다. 결혼에 정답은 없지만, 여성은 진심으로 스스로를 위한 직업을 가지고 소득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남성은 가사와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고급와인에 박식한 남자보다 매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는데 글로벌 결혼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경우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서로의 생활비는 각자가 벌어서 쓰자”는 철저한 개인주의에 놀란다고 한다. 영국인 변호사와 결혼해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가, 영국으로 건너 간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당신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란다. 한국이나 일본이라면 변호사 남편을 둘 아내가 전업주부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영국의 인텔리 층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국제결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결혼을 한 작가들도 많으니 한 번 찾아봐야겠다.

프로이드가 말했다. 사람이 인생에서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일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라고. 취업을 위해서는 밤새서 공부하고 타국에 어학연수도 불사르지만 결혼에 대해선 어떤가.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말이다. 때가 되면 한다는 건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고, 정혼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너무 많은 자유와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결혼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혼하고 싶다면 여자의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남자의 머릿속으로 연수를 다녀오자.

책의 말미에 ‘신랑학교’의 강연자가 이런 말을 한다.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나이입니다. 40을 넘겨버리면 더 이상 희망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서 결정하십시오. 이대로 독거노인이 될 것입니까!”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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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9-12-1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사라카와 도코, 야마다 마사히로라는 분들이 썼는데 표지에는 대한민국 No.1 커플 매니저 김혜정이란 분 혼자 나온 건가요?

모과양 2009-12-19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은재님 안녕하세요. 김혜정씨는 책 앞에 추천사만 쓰셨어요.^^ 뒤에 결혼정보업체를 잘 알아보는 법 쪽에 참고자료를 듀오에서 가져오긴 하죠. 실제 저자 사진은 없어요^^

pjy 2009-12-2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결정한다고 되는게 결혼이 아닌지라..아무래도 전 요대로 독거노인이 되지 싶습니다...근데 지금 사는게 나름 재미있고 즐거운데요,,꼭 결혼을 해야하나요^^;

모과양 2009-12-24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jy3926님. 안녕하세요.물론 혼자살아도 즐겁고 재미있다면 굳이 결혼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결혼예찬 쪽이여요. 이런저런 결혼관련책을 읽곤 하는데 이책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