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변액보험을 추천하던 이가 고득성씨의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를 추천한 적이 있었다. 읽어 볼까하다가 돈 관리엔 무신경한 편이라 변액보험이고, 책이고 모두 접은 적이 있었다. 2년 뒤 펀드가 반토막 나서 주변 사람들이 우울해 할 때, 돈 관리 안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헌데 올해 이사를 하면서 큰 돈의 힘을 봤다. 이사 온 뒤, 밥값이 뭉칫돈으로 나가는데 공정한 거래임에도 단위가 커서 그런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친구의 커피 값에 무의식적으로 쭈삣 거리게 되는 내 모습도 싫다. 이젠 돈 관리 할 때가 온 것이다. 큰 돈을 생각할 때가 온 것이다.

고득성씨를 보러 강남교보를 다녀왔다. ‘인생은 돈 관리’라니, 책 제목을 아주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강연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돈보다 꿈이지만, 돈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돈을 무지하게 다루는 만큼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여기서 ‘돈보다 꿈’이야기를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하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의 돈 관리이야기 보다 더 와 닿았다. 다음을 위해 도전했고 결국은 그 길이 맞았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서 그런지, 아직 재산이 크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쩜 둘 다일수도 있겠다.  



자신은 원래 대기업 샐러리맨이었는데, 결혼하고 몇 해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뒀단다. 이유는 그냥 회사 다니는 것보다 전문 자격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공인회계사였다. 하지만 백수로 공부 할 때 주변에서선 지지보단 우려만 했다고 한다. 1차준비 기간이 7개월로 짧기도 했다. 주변인들이 그해 1차 합격한 자신에게 ‘1차는 어쩌다 해도 동차합격은 힘들다’며 비아냥 댔단다. 자신이 생각해도 2차 공부 할 시간이 3개월 밖에 없어 절박 했단다. 그렇다고 내년에 다시 1차를 다시 보고 합격할 자신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2차를 울며 겨자먹기로 찍어서 공부했는데 시험 날 찍은 곳에서 다 나와 운 좋게 합격 했단다. 그러면서 자신이 찍어 준 대로만 돈 관리하면 된다며 책 선전을 웃으며 했다.

어쨌든 그래서 영화 회계법인에서 7년 회계사로 일하다가 금융에서 일하고 싶어 그만뒀단다. 퇴사 면접 때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금융계는 짧게 돈을 벌지만 우리보다 오래 못한다”며 만류했는데, 지금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공인회계사이면서 국제공인재무 설계사(CFP)자격을 가진 사람이란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된다며 하고 싶은 걸 먼저 싱긋 웃었다. 

사람들은 돈보다 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꿈이 부자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먼저 해야 돈이 따라오는 법이고, 청빈한 삶을 말하지만 택도 없는 꿈을 꾸면서 준비조차 않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60대에도 재정적 자립을 할 수 있는 모습이 자녀교육이라며 돈 관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PPT를 통해 경제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자의 시대임을 강조했다. 리스크없는 인생은 없으니 투자도 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모르 것에는 투자하지 말고, 내가 해햐 할 것만 하라고 했는데 잘 모르면 4개의 통장이나 굴리라며 최근 나온 <4개의 통장-2>를 염두한 농을 했다.

강연 끝까지 자신이 만든 자산 관리 프로그램을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다산북스 홈페이지(http://dasanbooks.com)에서 무료다운 받을 수 있단다. ‘목적 없는 자의 돈은 목적 있는 자에게 간다.’, ‘8% 투자이율에 투자하라.’, ‘72만원의 추가 월급을 버리지 말라’고 했는데 새겨 둬야 할 게 많았다. 

 


 

자신감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에 친절한 설명이 깃든 활기찬 강의였다. 경제 그래프에, 자산의 몇 퍼센트에, 펀드 용어등 평소 잘 듣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니 막판에 가서 집중력이 좀 흐트려졌다. 빠트린 건 책을 통해 보충하면 되니 크게 마음 쓰이진 않았다. 내가 신경쓰였던 건 앞부분, 자신을 소 개하면서 웃는 그 여유로움이었다. 저자의 돈 관리보다 인생관리가 빛났던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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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passport을 만들었다. 비행기 타본 것도 2년 전 제주도 여행 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선 입사 순서대로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 올 2월에 해외여행 참가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봤을 땐 별 느낌이 없었다. 새로운 일로 바쁘게 일하던 중이라, '쉴 수 있겠구나'가 내 감상의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빨리 여권 사본과 신청서를 내라는 총무과의 지령이 떨어졌다. 여권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기분이 고조됐다.  

'내 또래 사람들이 다들 어학연수, 해외여행을 가더니 나도 외국을 가긴 가는 구나'에서 '앞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까지로 변했다. 

구청 여권 창구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권 신청서를 작성했다. "10년동안 10번 해외여행!"을 암팡지게 외치며 싸인을 하던 중, 옆자리 아주머니와 창구직원의 대화가 들렸다.  

직원 : 단수여권은 한 번 다녀오시면 더이상 쓰실 수 없는 여권입니다. 그래도 하시겠어요?

아주머니: 제 평생에 해외여행을 해 볼 일이 없어요. 계모임에서 가자니까 따라가는 거예요. 제 돈으로는 해외여행 갈 일은 없으니, 싼 걸로 해주세요.

아주머니는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의 설레임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옆자리에 앉은  나는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연수든, 계모임이든 갈 기회가 생겨서 해외로 나가는 일은 신나는 일이다. 어려운 시대에 국부유출이니, 뭐니 해도 즐거운 것은 즐거운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남았고, 여유 시간이 더 많아 지실 분이 왜 저렇게 생각하시는 지 안타까웠다. 보통에 아주머니 체념이 읽히면서 기분이 상했다.  

왜 자신의 돈으로는 해외여행을 못간다고 생각하죠? 왜 아주머니는 돈이 없죠? 일해서 벌 면 되잖아요? 아주머니의 자녀들은 뭐하세요?

한 소리 빽 질러주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우리 부모님도 여권이 없다. 아버지가 일본 해외연수 다녀 오신 것 말고는, 돈 잘버는 동생도, 여유 시간이 많으신 엄마도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다. 내년엔 부모님이 더 늙기 전에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아버지 정년퇴임을 기다리다 이리 되지 않았나.

의학용어도 더듬더듬 읽는 나 같은 인사에게도 해외여행의 기회는 온다. 체념하지 말지어다. 

ps. 10년 동안 해외 10번 간다는 생각도 소시민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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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4-1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아직 여권이 없어요 ㅎㅎㅎ
9월 추석 연휴가 좀 길어질 것 같아서 하나 만들까 하구요 ㅎ
그러고보니 저희 부모님도 아직 여권이 없으시네요 -ㅅ-;

조선인 2010-04-1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아홉까지 딱 1번 여권 쓴 저도 있는걸요. 그러니 10년에 10년 간다는 생각은 충분히 원대합니다. 좋은 계획 세우시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pjy 2010-04-1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전에 여권만들면서 1년에 한번은 나가자!작정했드랬지요,,결과적으로 1년에 한번이상 나갔습니다^^ 저도 6월에 놀러갈 예정인데 제돈으로ㅋㅋ

antitheme 2010-04-2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에 10번 가는거야 마음먹기 나름이겠죠. 좋은 경험하시고 오면 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거예요. 싱가폴/말레이시아면 쇼핑도 하시고 재밌게 보낼 계획 잘 세워보세요.
 

  

   

 

  

 

 

 

 


인간의 몸엔 가격이 붙지 않는다. 장기‘기증’은 성립되지만 장기‘매매’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신체란 존귀하고 숭엄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콩팥에 값을 매겨 남에게 파는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몸을 파는 직업은 천대 받는다. 말 그대로 몸을 ‘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직업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p.163

<마이 짝퉁 라이프>를 읽다가 노트에 베껴 놓은 글인데, 영화를 보고 이 글이 생각났다. 영화와 똑같은 제목의 원작은 사회고발 소설이다. 그에 비해 <마이 짝퉁 라이프>는 칙릿 소설이다. 허망한 칙릿은 읽어도, <어둠의 아이들>같은 무서운 소설은 아무리 유명해도 읽지 못하겠다. 내 의지론 못 읽겠으니 영화로 보면 좀 쉬울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2시간 20분 동안 눈 뜨고, 입 막으면서 견디어야 하는 영화였다.  

불편하고 구역질났다. 인신 매매 임을 알면서도 팔아넘기는 부모, 아동매춘을 알선 하는 폭력배, 진실을 알면서도 이식수술을 하는 의사, 매춘 관광을 하는 외국인들이 섞여 끔찍함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안심해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살던 60년대 한국에도 저런 일이 없었으리라 확신 할 수 없다. 21세기인 지금, 아직도 나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개인의 성적 취향이 존중되고, 쉽게 섹스시장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더 끔찍한 것은 뭔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내 문제로도 바쁘다는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 외면이 아이들을 어둠으로 내몬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영화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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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4-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원에서는 분명히 그 동물의 가격이 존재한다고 알고있는데요~사실 인간도 가격이 바깥으로? 공표만 안되었을뿐 암묵적으로 매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음지에서 번창하는 장기매매사업~ 차라리! 드러내는것이 덜 지저분해지는 방법처럼 느껴집니다..이래서 제가 안락사나 마리화나합법화에 동조하는건지도@@; 하지만 영화는 못보겠네요 ㅡㅡ;

모과양 2010-04-17 16:48   좋아요 0 | URL
pjy3926님^^ 저도 같은 생각이여요.
 

2년전 일본에서 내게로 온 시계.

 이 번에 선물 받은 시계. 

2년 전에 선물 받았던 오레오 Japan 시계는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새로 선물 받은 시계는 지금 이 순간 내 팔목에 감겨있다. 새 시계가 주는 기쁨은 잠시였다. 이 시계를 차고 어떻게 201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머리속에서 째깍대고 있다. 

메탈로 만든 시계도 수명을 다하듯 유기체인 내 수명도 1년이 사라졌다. 아직은 젊어서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겠지만, 안하면 작년보다 더 우둔해진 몸둥이로 남은 시간을 끌고 가야 한다. 그러니 올해는 제발 운동하자.

긴 인생에서 1년의 시간은 사라져도 그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루하루 사는 그 순간엔 1년은 크다. 당장 오늘 하루도 벌써 다 가버렸다. 이젠 새해 맞는 느낌이 다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작년에는 나이먹는게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빠르게 성취하지도, 뒤쳐지지도 않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캄캄하다. 누구나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내가 가진 인생 도면에서는 한참이 부족하다. 매일 합리화시키고, 꿈을 축소시키며 하루를 낭비했다. 

2010년엔 시간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3교대를 핑계대며 시간낭비를 마구하며 살았다. 시간낭비로 얻은 건, 뚜렷해진 주름과 어질러진 방안, 한심해보는 이력서 뿐이다.

핸드폰으로 정확한 시간을 수시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겐 손목 시계가 있어야 한다. 가는 시간을 똑똑히 봐야하므로. 

시간과 돈을 소비할 것인가,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하고 하루하루 지내자.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과 돈을 소비할 뿐 투자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면서도 행복한 삶,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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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워크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급하게 전해온 전화 

"박효신 콘서트 갈래?"  

바로 올림픽 펜싱경기장으로 향했다. 초대권으로 앉은 자리는 2층 어느 자리는 넓게 볼 수있어 좋았다.  




 

 



 



 



박효신 팬은 아니었던 지라 새로 편곡된 곡은 온전히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즐거웠던 공연이었다. 성형수술 이야기를 능청느럽게하고, 생각보다 인기곡이 많더라는 자랑에 놀라기도 했지만 노래 좀 한다는 연예인이 그정도의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성대인 건 알고 있었지만 3시간 넘게 혼자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놀랐다. 막판에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18일, Day 근무를 하고 있는데 오지랍 넓은 A선생님께 누군가 전화를 했다. 

"박효신이 공연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데, 오늘 공연엔 주사놔줄 간호사가 못 온다고 했어. 혹시 네가 와서 주사놔줄 수 없니?"
그러나 막상 전화를 받은 A 선생님은 손이 다쳐 못갔고,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은 B 선생님이 대타로 가셨다. 19일날 만난 B선생님, 사부님과 공연 재미있게 보셨단다. 

별 쓸데없는 비밀에 키득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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