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순회를 하다보면 소식만 알던 친구들 결혼사진을 종종 보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친구들까지 다양한데,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예비 신랑나이가 많을수록 일찍 시집가는 건 상식이다. 특징적인 것은 어떤 동창이든 거주지가 서울과 가까울수록 결혼 시기가 늦었다. 상경한 친구들은 자의식이 높은데다, 경제독립도 마쳤다. 덕분에 사색과 외로움을 즐기는 쪽이고, 서울서 가족과 사는 친구들은 결혼으로 맺는 새 가족은 굳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혼자일 때 더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생 혼자 살 생각이 아니라면 잘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에 여자 나이의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었다. 잘 결혼하려는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잘했다. 직장사람들이 그 살아있는 교본들이었다.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애보다 연예인에 관심이 많았던 A선생님은 안타까운 케이스다. 동료들에게 결혼 준비 과정과 남편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무도 그녀 앞에서 말하지 않지만 잘못 갔다. 병원은 좁은 곳이라 1명에게 이야기했어도 돌고 도는 근무 특성상 개인적인 이야기도 전체로 퍼진다. 병동 전직원이 남편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최근에 참석한 B선생님 결혼식에 그 분이 왔다. 같이 뷔페식을 먹는데 끔직했다. 언어습관에 문제가 많으신 분이었다. 유머라고 날리는 멘트는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이고, 죄다 부정적이었다. A선생님의 당황한 모습과 수습처리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병원생활을 오래했고, 존경받는 선생님들은 ‘아이이야기는 해도 남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부님에 대한 것은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자신의 직장에 배우자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 게 자신과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걸 깨달았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큰 동기중 하나가 타인에게 이해-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남편 이야기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남자와 이런 교류를 한다.'를 말하는 것이다. 남편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게 된다. 이는 타인의 인정충족과 동시에, 남편에게서 얻을 수 없던 이해를 회사동료들에게서 얻는 이점이 있다. 본인 스스로 완숙했거나, 인정받음이 충만하면 굳이 남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가 틀릴 수 밖에 없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시가댁이야기는 잘해도, 잘 만난 남편이야기는 하지 않는 이유를 그 때 깨달았다. 

때가 때이니만큼 지인들의 결혼사진을 작년보다 더 많이 볼 것이다. 나는 어떤 결혼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어떤 결혼 기념 행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보다 앞서, 직장에선 남편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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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작가의 신간 [스무살, 절대 지지 않길...]강연회를 들으러 강남교보에 다녀왔다. 강의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는데, 강연장 뒷자리까지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이지성씨의 팬도 많은데다가 토요일 3pm이라는 시간도 한 몫 했다. 거기다, 나 같이 초청받지 않은 사람도 갔으니 가득 넘칠 수밖에 없었다. 웅진 출판사에서 한 달 전부터 예약 판매를 했는데, 책 광고와 강연홍보를 했었다. 나도 가고 싶다며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당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갔다. 이지성씨가 말한 열정을 믿고서 말이다. (출판사 관계자들의 재량과 넓은 아량도 기대했었다.) 지인도 데리고 갔는데, 문전박대 당할까봐 걱정했으나, 웅진식품에서 새로 나온 과일쥬스까지 얻어 먹었다. 

    

뒷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으면서 강연을 들었다. 이지성씨는 짤끔한 수트를 입고 있었다. 첫 이야기는 자신도 당신들과 다르지 않았다며 작가가 되기 이전의 삶을 들려주었다. 지금은 상위 2%에 드는 수재만 들어가는 교대지만, 당신이 들어갈 때는 남학생은 반에서 15등 안에 들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재수를 해서 성적을 크게 올린 입시생 때의 이지성씨에게 아버지는 교대진학을 적극적 추천했다고 한다.

“교대라는 곳이 있는데, 가보지 않을래?”
“고대요?”
“지난 20년간 지켜봤는데 넌 사회생활하기 힘들겠다. 기껏해야 1년 하면 잘리거나 스스로 나올 거다. 교대를 나오면 교사가 될 수 있고, 특별히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자르지 않는단다. 거기다 교대의 75%는 여자다.”
 

여자가 많다는 말에 92학번으로 전주교대를 들어갔다는 저자는 1학년 2학기 때 학교생활에 큰 충격을 받는다. 쉽게 범접하기 어려웠던 선배가 자신을 붙들고 한 이야기가 ‘인생계획서를 짜서 4년 쫒아 다녀라. 한의대 다니는 여학생을 찍어라.’였단다. 당시 교사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던 때였는데, 남자교사의 현실을 듣고 충격을 먹었다고 했다. 결혼을 위해서 교대를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중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 말을 아버지께 전했더니 빗자루로 죽도록 맞고, 다음날 수업시간에 노트 필기를 열심히 했단다. 작가는 독자들을 쳐다보며 자신도 보통의 평범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다고 웃었다. 그 뒤로 방황하는 교대생활과 97년 IMF로 사업에 어려워져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진 이야기를 했다. 98년 25살이 되어 군대를 갔는데, 그때 철이 조금 들었다고 했다. 빚을 갚으려면 그래도 교사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교육학 출판사에서 책을 얻어다 임용고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시험날, 군복을 입고 시험장에 갔더니 다들 6차 교육과정 책을 보고 있더란다. 자신은 군대에서 혼자 7차 교육과정을 공부했던 것이다. 주관식 답안지에는 ‘제가 나라를 지키느라’, ‘공부한 내용인데 수류탄 연습하다가 꽝 소리에 놀라서 기억이 잠깐 나지 않는다.’는 등의 황당한 답을 적고 나왔단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 1200명 모집에 1100명이 응시를 해서 전원 합격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900등으로 통과했다며 나머지 200명은 뭐냐고, 여기서 초등교육계의 문제가 드러난다며 농담을 했다. 교대를 다니면서 느낀 왕따의 서러움, 교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괄시를 청중들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절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많이 외로웠을 텐데, 저자의 무심함과 작가 몰입에 놀랐다.  



20대 후반이었던 27살, 성남의 빈민가에서 ‘내가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단다. ‘나쁜 짓도 안했고,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야 하고, 교사 월급으로 갚을 길이 없는 4억의 빚을 안아야 하나.’ 치열하게 고민했단다. 그 때 깨달은 사실이 자기계발서를 일찍 읽었어야 했다는 거란다. 내가 이걸 20살에 알았더라면 하고 많이 후회했다고 한다. 자기계발서(위인전, 자서전, 평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책이었다고 했다. 소설, 에세이, 명상, 철학 류의 책은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주지만 인생을 바꾸지는 못한다며 자기계발서를 꼭 읽길 거듭 강조했다. 
 

30살 1월 새해 날,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10년 동안 글을 썼는데 책은 못 냈고, 가족은 아프고, 보증은 그대로고... 성공하는 길은 아는데, 성공을 못했다’며 서글펐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10년 동안 내면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한 발짝씩 전진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옥 같은 20대는 끝났구나, 가슴 속에 뜨거운 뭔가가 가득했단다. 20대엔 부정적 자아가 있었는데, 그 자아와 10년 동안 싸웠다고 고백했다. ‘글만 쓰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단다. 하지만 ‘너는 된다. 그러니 끝까지 해라’는 내면의 힘을 믿고 그냥 쭉 썼다고 한다.

31살에 7월에 두 달 사귄 여성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다음날 [18시간 몰입 법칙]을 출판사에서 퇴짜 맞고 드는 생각은 이거였다. ‘이건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완벽한 실패다. 10년동안 책을 썼지만 0원이잖아.’ 내면은 성공했으나 현실은 아니었다고 인정해야 했지만, 그래도 꿈을 계속 믿었다고 한다.

덤으로 그의 멘티 황희철, 정회일이야기를 했다. 대학에 맞춰, 스펙에 맞춰 살면 40대엔 실패한다며 여러분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꿈의 삶을 살라고 했다. 만약, 지금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교대를 중퇴했을 거라고 마무리 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이야기를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 정회일씨, 생각보나 웃는 인상이여서 놀랐다 

강의 마지막에 정회일씨가 오셨는데, 원래 말투인지 급하게 오시느라 그런지 중언부언이었다. 그런데 번뜩이는 사유에 놀랐다. 첫째 이야기로 꿈을 추구한다고 하면 99%주변에서 넌 않될 거야라고 비난하는데, 그건 당연하다고 했다. 왜냐면 그99%는 그런 노력조차 해 본 적이 없으니 실패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꿈을 쫒으라고 했다. 진짜 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남의 꿈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지 못한다는 내 생각과 비슷했다. 둘째 이야기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 혼자 빈방에서 고민 만해서는 못찾는다며 뭐든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잘나가는 멘토만 만나려 하지 말고 동네 영어학원 원장님도 멘토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풍선이론을 들려줬다. “내 실력이 아니라 남을 비교하면서 얻은 위치는 풍선 높이일 뿐이다. 그 높이에서 멘토를 찾으려고 하니 유명인이 아니면 보이질 않는다. 유명할 정도면 실력과 노력으로 오른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당신의 풍선을 터트리게 될 것이다.”, “당신이 띨띨하니까 당신주변에 띨띨이 뿐이고 똘똘이는 없다. 당신이 똘똘해야 된다.”라고 했다.  

 이지성씨의 방황했던 20대 이야기, 정회일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계발서를 더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강연의 결론은 인생을 바꾸는 건 행동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행동을 해야하고, 행동을 바꾸려고 하면 사고를 해야햐고, 사고를 바꾸려면 책을 읽어야한다고 갈무리했다.

  

 엽서 당첨이 되면 상담도 받고 페라리로쉐를 받았다.

 

독자 질문을 읽는 저자 

옆서 5장을 택해 독자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서울대를 가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70점을 받는 건 70점의 사고방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전교 1등한 아이들의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공부방법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서울대를 간 친구들의 책을 100권 읽으면 된다. 100권 읽으면 놀다가도 ‘이건 서울대 방법이 아니잖아.’하며 돌아온다고 했다. 예전 강연에서도 들었던 것 같은데, 공부를 해야 되는 입장에 서있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스타벅스만큼 많은 약국을 세울 거라는 약대생에게는 비난하는 사람들 신경쓰지 말고 인터넷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라고 했다. 현실은 아니고, 내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지만 매체나 책을 통해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라고 했다. 

강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부정적인 자아, 긍정적인 자아를 새삼 발견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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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1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양님 오랜만이예요.
이지성 강연회 다녀오셨군요. 포스트잇은 미리 궁금한 점을 적어 놓나요? 괜찮은 방법입니다. 우리 도서관 행사때 활용해야 겠어요^*^

모과양 2011-02-13 00:26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세실님. 포스트 잇이 실은 옆서예요. 포스트잇을 활용하니 질문 시간도 경제적이고, 이상한 질문은 작가님이 먼저 거르실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제목: 인문고전 독서는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힘들지 않다는 게 말이 되세요?

<여자라면 힐러리 처럼>에서 읽었다. 책으로 저자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저자를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독서는 저자를 만나서 저자를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책은 저자의 사고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책은 저자 자신이다. (p.203)

저자를 직접 만나는 행위는 펄펄 끓는 물의 온도를 1도 더 올리는 일이다. 물이 아무리 무섭게 요동치면서 끓어도 100도에 머물러 있으면, 커피잔이나 데우는 물 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101도가 되면 수십, 수백 톤의 쇳덩이를 움직이는 증기가 된다. 이 원리를 잘 알았던 이가 링컨이다. (중략) 그 결과 다른 독서광들이 저 혼자 펄펄 끓을 때, 링컨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었다. (p.204 )

전부터 저자 강연회를 가긴 했었지만, 더 자주 가게 되었다. 처음엔 싸인을 받아오거나 기념품을 받게 되어 좋았다. 그런데 계속 나가다보니 더 큰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며 이해했던 내용이,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흑백과 칼라 사진을 번갈아 보는 듯 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과 저자가 강조하고 싶어 했던 내용이 달랐던 것도 흥미로웠다.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독자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되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강연회의 숨겨진 재미였다.

어쨌든 강연회의 재미를 알게 해주신 분이 강연회를 한다니, 안 가볼 수 있나. 출간되기 전부터 카페 글을 통해 알고 있었던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충분히 좋은 책이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이지성씨 팬 카페를 가면 이지성씨의 동영상이 많이 있다. 간간히 봐온 터라 강연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야기였다. 20살이었던 18년 전에 작가가 되도록 한 계기가 있었는데, 이유는 아주 불순했다고 한다. 당시 명랑시집이라는 책이 3천원이었는데, 백 만부가 팔렸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쉽게 3억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작가가 된 계기라고 한다.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책 내면 안 되는 것인데, 당시에는 몰랐다며, 그래서 13년 7개월을 무명작가로 80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문고전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책(p.190)에도 나와 있는데, 20살 때 아버지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런 책도 읽으라며 <장자>와 <순수이성비판>을 추천했다고 한다. 장자의 호접몽을 읽고 교회에서 무거운 사다리를 어린친구들과 나르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사다리가 나인지, 내가 사다리인지.” 그 순간 뒤에 있던 친구들이 왕재수에게 보내는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그 때 우리나라의 고전독서에 대한 반감을 처음 알 수 있었다 했다.

고전독서의 2번째 계기(p.192)는 29살 때 였다. 무명작가로 손가락질만 받고 있을 때 처음으로 출판계약을 한다. 계약서까지 보여주며 ‘꿈은 이루어져’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막판에 뒤집어 졌단다. 그 때 느꼈던 좌절감은 ‘나한테 창의성이 부족하구나. 천재들의 두뇌로 바꾸자’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 때부터 미친 듯이 읽었다고 했다.

교사로써의 분당 서현초등학교에서 했던 인문고전 교육(p.86) 경험을 끌어다가 명문사립학교에 대한 경각을 일깨웠다. 작가님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중앙일보에서 외국 교육과정에 조예가 있는 기자를 만났는데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기자는 책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 명문사립학생들은 절반은 필사를 하고 절반은 자신이 창작하는 과제를 한다며 작가님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해줬다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놀랐다.

이후엔 고전독서와 국력의 이해관계(p.47~53), 카를 비데 교육법을 실험 시행했던 하버드 교수들(p.62) 이야기를 해줬다. 통치권을 잡은 열강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고전인문독서 프로그램을 빼는 것이라며, 일본-한국, 미국-일본의 예를 드는 데 참 슬픈 이야기이면서 머리 속은 정리가 잘 되었다.

마지막으로 독서법을 이야기하면서 서양철학은 잘 못 읽으면 정신병자가 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의 행복한 독서를 권했다. 율곡 이이가 대장간을 차린 이야기를 하면서 애민을 설명했다. 고전을 읽고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은 열정과 사랑,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했다. 예로 논어에서 제자 번이 仁(인)이 무엇이냐고 공자에게 질문한다. 공자 왈 ‘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며 고전에서 사랑이 빠지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사랑 없은 인문고전 독서는 미치광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아주 크게 강조했다. 고전독서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충격이고, 다음은 행복감, 그 다음은 나보다 약한 사람을 사랑하는 단계에 이른다며 열독하기를 권했다.

작가와의 질문시간에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고전독서법에 대한 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정독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 많은 작가를 초청해봤지만, 이렇게 열광적은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놀라워했다.

이지성 작가의 꿈이야기는 4억의 빚이야기로 시작해, 대중의식에 혁명을 일으키는 작가가 되자는 이야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1%가 잘못됐다면 99%를 깨우면 되지 않냐, 삼성을 이길 수 있을 까로 표현한 소명의식에 정말 놀랐다. 그동안 작가님이 보여 온 행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꿈꾸는 다락방>을 비롯해 그간 나왔던 책이 좋아서 작가님을 주목은 했었는데 강연을 통해 더욱 믿음이 갔다.    

독자의 질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귀한 2가지 교훈이 있다. 사교육에 종사한다는 이의 질문을 통해, 느꼈다.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이 없다며 외로움만 성토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내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주변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또 하나 지금 당장 고전을 읽어야 겠다는 결심이다. 푸르미 독서를 물어봤던 분을 통해 독서의 힘을 위해 일반 서적을 읽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 온 사람 중에 책을 천 권 읽으신 여성 분이 있었는데, 인문고전은 못 읽겠더라 했다. 인문고전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전통 고전 교육은 3세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인생을 바꾸고 삶을 혁명할 인문고전독서는 무척 힘들단다. 1kg 빼는 헬스도 힘든데, 삶을 바꾸는 독서가 쉬울 수 있냐며 독자들을 독려한 귀한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유머와 조리있는 말솜씨에 경탄한 시간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칼바람과 함께 머리 속이 명징해졌다. 지금 시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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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전, 이직 상담을 해주게 됐다. 실력과 인간성을 두루 가진 동료라 오래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 떠날 마음이 생기고 기회도 된다면 마음 가는 대로 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해주었다. 나도 제 2의 직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하여 우린 11월 25일 삼성역 크링에서 다시 만났다. <내 인생이다>의 저자를 만나 우리의 고민을 덜어보고자 했다.  

   

도착한 크링은 독특한 외관과 전시 공간을 보여주었는데, 금호그룹이 문화 사회공헌 사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를 만난 곳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홀에서 였다. 사진의 왼쪽은 저자이신 김희경 작가, 오른쪽은 책속에 인터뷰이로 등장했던 최혜정씨다.
 

 김희경씨는 18년동안 동아일보에서 일하다가 더 이상 기자생활을 하기 싫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먼저 인생의 항로를 바꾼 사람들을 만나고자 했고, 그 내용을 엮은 책이 <내 인생이다>이다. 책을 읽고 가서, 같은 내용의 반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자가 뭘 말하고 싶어 했는지 가까이서 알게 되어 더 유익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이들은 ‘점프를 하는 대신에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도 괜찮다’, ‘배워서 걷는 게 아니라, 걸아가면서 배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책 속에도 나오는 데 프랑스 경영대학에서 제 2의 직업을 찾아 성공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먼저 뛰어들어 경험하고 수정해 나아간다’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계획표대로 된 이는 많지 않다고 했다. 공통점 두 번째는 뜨니까 바꾼 것이 아니고, 먼저 자신 마음먹은 대로 따라갔다는 것이 있었다. 공통점 세 번째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저지르니까 주변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고 한다. 책 속의 예로, 보트를 만드니 보트를 타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들었다. 음반가계에서 심리상담가로 변화한 이에겐 대학 1학기 등록금 밖에 없었는데, 그 해 장학제도가 생겨서 학비와 생계까지 해결되던 일도 추가로 더 들려줬다. 이 부분을 듣는데  더 이상 돈이 핑계가 될 수 없음을 느꼈다. 마지막 공통점은 단 한번 바꿨다고 해서 완성되기를 기대하지 않더라고 했다.

어떻게 길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주었다. 1인 기업가로 변신한 이에게선 ‘하프타임’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작가 옆에 앉은 최혜정씨에겐 ‘약국찾기’를 제안 받았다고 한다. 저자 자신의 조언은 꿈과 판타지를 구분하고, 자기가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연계된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년이지만, 뭐든 하면 될 거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것도 있음을 인정하라고 했다. 그 예로 자신의 요리사 판타지를 들었다.

이직을 하고 나니 친구들이 두 가지 말을 하더란다. ‘난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넌 찾아서 부럽다’와 ‘돈 때문에’가 그 것이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걸 자기 안에서 발견 못하면 소용없다며, 그것을 찾는 방법을 소개했다. 누구를 제일 질투하는지 써볼 것, 죽음을 상담자로 삼을 것, 작은 빛이지만 계속 마음에 있는 것이라 했다. 돈에 대한 것은 인터뷰이들도 걱정이 계속 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노후에 대한 과장된 걱정을 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리고 돈과 생계가 걱정이라면 직업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최혜정 부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성공한 카피라이더로 사시다가 마흔 여섯에 이직을 결심하고 세이브 칠드런에 가게 되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미있으신 분이셨다. 카피라이더로 사는 동안 직업이 안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마흔 다섯에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내려 놓으셨단다. 그 와중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 생각했는데, ‘자유와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은 호기심이 많고, 남의 시선에 별로 신경쓰지 않으며, 촌스럽고 단순한 사람이라고 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계획하고 한 것이나, 없이 한 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며), Exciting과 Fun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여러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자신의 성격을 담담하고 명쾌하게 들려주었는데, 듣는 내내 편안하고 좋았다. ‘흰머리와 함께 얻는 지혜를 기대 된다’. ‘그때가 언제인지 때가 되면 안다. 결정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면 옳은 결정이며 겁이 나지 않으면 때가 된 것이다.’, ‘이게 너니?’등의 생각할 과제도 내주었다.
 
독자 질문도 받았는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기억 남는 것은 ‘나는’이다. 이기적인 나가 아니라 주체로써의 나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나’라는 표현이 어찌그리 아름다운지 울컥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같이 간 동료가 질문 2가지를 했는데, 긍정적인 체험이 되었나 보다. 오늘 이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내 인생이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제 2의 인생을 찾는 방법도, 결국은 나를 인정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가까워졌는데, 김희경씨의 다른 이야기도 더 듣고 싶어졌다. 그녀의 정리되고 조근조근했던 목소리도 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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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새 박스/새 봉투 인증샷 찍고 적립금 받자!

 2010년 뜨거운 여름날 이사를 했다. 새 집은 너무 좁아, 아끼던 책들을 데려 갈 수 없었다. 그게 제일 마음 아팠다. 현관문을 열면 날 반기던 책들이 없었다. 서러웠고, 마음이 먹먹해져 코끝이 늘 뜨거운 8월이었다. 

화분을 샀다. 열열히 반겨달라고 부탁했다. 책상에서 앉혀 놓았다. 체크무늬 빨간 리본을 달고서 날 맞아준다. 열열한 레스스타. 

새 집에서 레드스타와 2달을 보냈다. 이젠 덜 낯설다. 근처 서점도 어슬렁 거리기도 하고 도서관도 둘러본다. 혼자 삐쭉거리며 누르던 비밀번호도 이젠 익숙하다.  

바람은 불어 벌써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독서만 하기 좋은 계절은 아니다. 한 해를 정리하기 시작하고 시큼한 귤을 먹는 계절.

 

오늘 받은 이 책도 오래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매일 사고, 매일 책을 읽는다.

 계절은 흐른다. 겨울도 오겠지만, 곧 봄도 온다.  

파랗기만 하던 램프도 알록달록해지지 않았는가. 

 

  ps. 전에 보내주던 회색 봉투보다 화사해져서 보기 좋다. 박스도 전에 보다 더 깔끔해진 것 같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으니, 일단은 합격점이다. 허나, 새 박스와 새 봉투의 쓰임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재활용 통으로 직행이다. 오히려 봉투 속에 같이 딸려나오는 영수증을 더 요긴하게 쓴다. 바닥 청소할 때 머리카락 찍찍이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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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0-2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투는 재활용 아니에요. 쓰레기로 버리셔야 해요. ^^
첫번째 사진 모니터 안의 꽃은 뭘까요? 예뻐요!

모과양 2010-10-3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활용 통에 늘 넣었었는데... 누가 분리수거 해주셨던 걸까요? -.,-a
모니터 꽃 사진요^^ 미래의 플로리스트 하이드 님이라 역시 다르시군요. 늘 도전하시는 하이드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