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빌라 301호의 연인
김애경.이윤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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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들어서 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평소엔 전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분야의 책도 여러 권 된다.

소설인 줄 알고 펼쳐든 책[행복빌라 301호의 연인]. 

알고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는 과정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경험을 그 여자의 시각과, 그 남자의 시각,

그리고 "they said"라는 함께 본 시각에서 얘기하고 있는 책.

저자들에겐 상당히 미안한 맘이 들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느꼈다는 점은 얘기하고 실력없는 글솜씨로 이 책을 리뷰해본다.

솔직히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일은 없었으리라.

책 끄트머리 에필로그 부분엔 "이 책은 한국판 [화성남자, 금성여자]다."란 표현이 있는데

그건 저자의 바램 아닐까..?

이 글을 쓴 "그 여자"는 영화잡지, 패션잡지 등의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프리랜서 라이터라는데.. 

화법이 통통 튀고, 약간은 시니컬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는데,

잡지를 너무 많이 접한 건 아닌가 묻고 싶다. 음..

이 글을 쓴 "그 남자"는 회사원, 몇몇 잡지에 잡문을 기고하고 있고,

그 밖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책 앞날개에 소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월간으로 나오는 하이틴 잡지 혹은 주부대상 잡지에 나오는

"연애담", 혹은 "나의 결혼이야기" 특집을 내가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 스스로도 내 결혼 발표가 뉴스요, 이벤트였다.

실은 그래서 결혼했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벗어던지지는 못할지언정

지루한 일상에 꽃 부케라도 던지는 이벤트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 "(-p148)

작가 프로필에도 소개된 바 처럼 연애7년, 동거2년을 거쳐 결혼을 결심하던  바로 그 때를

그 여자가 회상한 말은, 내가 아직 결혼이란 통과의례를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저자들의 사고방식이 나와는 너무 다른 것 같기에,

그래서 그들의 경험을 "재미있다" 혹은 "공감간다"고 여길 수 없게끔 한다.

저자들에게 미안하다.

이 책이 이렇게 혹평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혹 내 서평이 그들의 눈에 색안경을 씌워주게 될까봐..

하지만, [화성남자, 금성여자]가 되기엔 뭔가 좀 부족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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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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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읽고 나서 뭔가 남는 책. 눈물을 펑펑 쏟을만큼의 차라리 신파조에 가까운 책은, 책 때문에 운다는 핑계로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좋고, 옆에 사람이 '실성했나..?' 싶게 쳐다볼지라도 책 보면서 실실 웃을 수 있는 책도 좋고, 나 스스로가 어디가서 뻐길만큼의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란 걸 알기에 내 머리 속을 상식 혹은 지식 같은 걸로 채워주는 책도 좋고.. 눈물이거나 웃음이거나 혹은 지식이거나 나의 빈 그릇을 채워주는 그런 책 말이다.

 몇 해전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가 한참 유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 유행이 나에게까지 미치지는 못하여 나는 그저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그리스로마신화라고 제목을 단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저 사람의 그리스로마신화를 굳이 읽어야 할 이유가 있겠어..?" 싶어서 그저 보아넘기기만 했었다.

 그런 내가 어제밤부터 잠을 설쳐가며 단숨에 읽어낸 책이 바로 이 책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4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책을 덮고 나니 남는 것은 "멋지다"는 감탄사와, 어디가서 "헤라클레스가 말이야~...." 하며 아는 척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게 나를 채워준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지식.

 "곁가지로 자꾸 새면 서사 줄거리가 어수선해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신화는 큰 기둥줄기의 곁가지에 밤하늘의 별처럼 촘촘히 매달려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P56~57)

 사실 오래전에 나온 그리스로마신화를 대강만 읽어본 나이기에, 이 책 초반에 나오는 신들의 계보(?)에 관한 얘기에서 많이 해맸다. "-우스"니, 혹은 "-레스"로 이름이 끝나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인명 혹은 신들의 이름과 누가 누구를 낳고 식의 계보파악이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간단하게 도표를 자그마하게 그리니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작가의 말마따나, 큰 줄기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곁가지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어야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결코 삼천포로 빠지는 곁가지는 없었던 것 같다.

 바람둥이 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를 곱게 볼리 없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 자신 때문에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판에 버려진 헤라클레스에게 헤라가 젖을 먹이는 장면은 아이러니컬했고, 그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은하수(milky way)는 서양인들의 고대 우주관 같은 걸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고 내 마음대로 추측해본다. 헤라가 보낸 뤼사(발광)으로 인해 헤라클레스가 처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너무 안타깝다. 이 후 그 죄값을 씻기 위해, 헤라클레스가 겪게 되는 12가지의 고난 혹은 시련은 인간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역시 내 마음대로의 추측이다.

 "신들은 앞문을 닫을 때는 반드시 뒷문을 연다고 들었습니다."(-P119)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발광하여(?) 처자식을 죽인 헤라클레스가 자결하려 할 때 이를 말리며 테세우스가 했다는 말.. 멋지다. 내게도 필요한 말이 저런 말이다. 지금은 모든 문이 내 앞에서 닫힌 듯이 보이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고 내 어깨를 도닥여주는 용기의 말..

네메이아의 사자 처치,  물뱀 휘드라와의 대적, 뿔달린 암사슴을 포획해 오는 일, 아뤼멘토스의 멧돼지를 사로잡는 것,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치우기,  스팅팔라스의 새들 쫒기,  크레타의 황소 처치,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풀어오는 것, 게뤼오네스의 붉은 소떼 몰아오기,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에서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 등.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들이지만 우리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정말 멋지게 그것들을 처리한다. 멋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말이 통하는 느낌을 가져본 게 언제였던가.. 가끔은 반어적으로, 또 가끔은 해학적으로,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젊은 감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분이 책 앞날개에 있는 백발노인(?)이 맞나 싶어서 작가의 사진을 몇번이나 쳐다봤다. 작가 이윤기의 팬이 될 것 같다. 언젠가 유럽여행의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기도 하고, 문장과 어우러져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줬던 책에 소개된 조각품들 그리고 그림들을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절실히 했다. 이 시리즈의 나머지책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지 싶을 정도로 내겐 좋은 책이었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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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해바라기 사계절 1318 문고 44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청동해바라기..

중국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기에 설렘과 기대로 책장을 펼쳐들었다.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펄벅의 [대지]를 읽었던 기억이 전부다. 신해혁명기를 전후한 중국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당시 중국의 사회상을 살펴 볼 수 있었고, 펄벅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좋아서 "중국"이라면 으레 펄벅의 [대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청동해바라기]는 중국에 관한 역사서를 제외하곤, 내가 처음으로 접한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 무척 기대가 컸었는데,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인지(이 이유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기대에 못 미친 작품이었다.

 

청동해바라기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청동으로 만든 해바라기와, 청동과 해바라기는 인명.

주인공은 해바라기.

첫 문장부터 "일곱살 어린 소녀 해바라기"라고 나오고 있는데, 나의 주의력 부족 탓인지,"해바라기"가 전혀 인명(人名)이라고 생각지 않고, 몇 페이지를 넘기려니 '뭐야..? 해바라기가 살아있는거야..? 움직일 수도 있어?'싶었다. 해바라기가 전혀 인명일리가 없다고 여긴 나의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주인공인 해바라기의 아버지는 한때 조각가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해바라기". 도시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그가 시골로 이주하여 생활하다 정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한다. 고아로 남겨진 해바라기(세살때 엄마는 이미 사망한 터다.)는 근처의 "보리밭 마을"로 보내지게 된다. 해바라기의 아버지가 보리밭 마을의 벙어리 아이 "청동"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그 아이가 어린 나이에 죽은 해바라기의 오빠를 닮았다고 한 말은, 이후의 이야기 전개에 복선이기도 하다. 해바라기를 맡아 키우기로 한 집이 바로 다섯살 때 열병을 앓은 뒤로 말을 못 하게 되었다는 청동의 집이기에.

이후는 약간은 뻔하다 싶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보리밭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하고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은 청동과 해바라기의 가족. 할머니는 정갈하고, 마을에서도 존경받는 어른. 아빠와 엄마 역시도 마음씨 좋고, 해바라기를 친자식보다 끔찍이 여겨주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벙어리 청동은 누구보다도 해바라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오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똑똑하고 예쁜 아이 해바라기.

 반딧불이를 잡아 불을 밝혀 해바라기를 공부하게 하고(집이 너무 가난했기에, 공부는 하고 싶지만 등불을 켤 수 없는 해바라기를 위해), 곡마단 공연을 보러 가서는 해바라기를 무등을 태워 공연을 보게 하느라 자신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예쁜 해바라기가 은목걸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 고드름을 갈아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마음씨 착한 청동의 행동은 차라리 동화적이기조차 하다.

 착하고 예쁜 짓이라면 해바라기 또한 빠지지 않는다. 늙은 할머니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멀리 배를 타고 은행을 주워 팔아 돈을 벌러 가기도 하고, 일부러 시험을 망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음으로써 집안의 부담을 덜어보려고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예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닥쳐온 가장 큰 시련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 해바라기를, 도시 사람들이 다시 데려가려 하는 것. 해바라기 아버지의 조각 작품 청동해바라기가 다시 관심을 받으며, 해바라기를 도시로 데려가려 하고, 해바라기와 청동은 그걸 피해 숨어지내고. 결국 해바라기를 위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도시로 해바라기를 보내주지만, 해바라기를 매일같이 기다리던 청동이 돌아오는 해바라기를 보고 그 이름을 부르며 말문이 터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 해바라기,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도 그 아이를 보면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해바라기, 말은 못하지만 너무도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 청동. 가난하지만 법 없어서도 살 것 같은 할머니, 아빠, 엄마. 가난함에도, 친자식이 아님에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바라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과 보리밭 마을 사람들. 동화가 아니고서 그렇게 선하고 극단적으로 "사랑스러운" 인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내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뭍어서일까..? 분명 아름다운 얘기였지만, 너무 아름답기만 해서, 내겐 덜 와 닿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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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이 뭉클해진 이유는 뭘까..

앞표지에 나오는 뭔가를 체념한 듯이 보이는

소년병사의 애처로운 모습 때문이었을까..?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시에라리온"이란 나라조차 생소했다고 하면

그건 나의 무지일까 혹은 무관심일까..?

1980년생 이스마엘 베아. 내 또래의 그가 무슨 일을 겪었나..?

그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누구에게 놀림을 당하면 친구를 괴롭히는 말썽쟁이였고,

어느 날 우연히 접한 랩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친구들과 무리지어

노래를 듣고, 그 노래를 따라 하고, 춤 연습을 하던.

인근에서 열린다는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려고 친구들 형과 함께 지을 나섰기에

부모님에겐 떠나온다는 말도 하지 못했던 그냥 철부지 아이였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게 전쟁에 휘말렸다.

그가 묘사한 전쟁의 참상이 너무나 생생해, 그의 경험을 상상하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같이 다니던 무리들과도 헤어지게 되어 홀로 몇날며칠을

헤매던 날들.

"살아 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단다.

더이상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그 때 죽는 거야."(-p80)

라는 아버지의 말을 의지해 보낸 많은 시간.

피난길에서 죽은 친구 사이두. 그 밖에도 처참하게 죽어가는 많은 시체들을

눈으로 보아야 했던 일.. 그 때 그는 겨우 열두살, 열세살의 나이였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 지구 어느 켠에서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던

그에게 내가 부린 게으름과, 복에 겨운 투정이 부끄러웠다.

친구들과 헤매다 가족들을 다시 만날 뻔했지만, 반군들의 공격으로 가족들이 몰살당하는

상황에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부모 형제들의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처참한 광경 앞에서..

 

다행히 정부군이 있는 옐레에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지만, 반군에 포위되어

총을 지급받고 소년병이 되었던 이스마엘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코카인과 화약을 섞은

브라운-브라운을 씹으며 환각에 빠지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광이 되어가던

그 시간에, 지구 이 쪽 편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적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아라, 너희 부모, 가족을 죽인 반군들, 너희들을 이런 꼴로

만든 놈들이라고 생각하란 말이다."(-p165)

전쟁이 만들어낸 죽이고 죽는 소용돌이 한 중간에서 그저 살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는

끔찍한 체험들.. 사람을 죽이지만, 아무런 죄책감을 가질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은

그의 시간이 아니었다.

유니세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보호센터로 옮겨진 이스마엘과 같은 소년병들이  반군과 정부군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고 총격을 벌이는 일을 보면서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고,

치유하기 힘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몇 개월간의 힘든 보호,치료 과정을 통해 그는 서서히 전쟁의 기억을 없앨 수 있었고,

삼촌을 만나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갔지만 불과 얼마후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목숨을 건 탈출, 그는 뉴욕에서 학업을 마치고, 지금은 국제 인권감시기구인 "후먼라이츠워치"의

어린이 인권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 전쟁의 한 가운데서.

어떤 전쟁도 선한 전쟁은 없는 것 같다. 명분이 무엇이든,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쟁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겨우 열서너살 된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전쟁이라면,

무엇을 위한 것이건 전쟁만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이스마엘의

앞으로의 삶이 행복하길 간절히 빌어본다. 그 끔찍한 전쟁의 기억들 빨리 씻어낼 수 있길

기도한다. 또하나,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소년병들이

얼른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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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술기행 - 인간과 예술의 원형을 찾아서
편완식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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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그러고보니 아프리카 작가가 쓴 글을 읽어본 적도 없고,

아프리카에 대해서 쓴 글을 읽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아프리카를 다룬, 혹은 아프리카인이 만든 영화조차 본 기억이 없다.

아프리카라면 그저 검은 대륙, 미개한 문명을 가진 후진국,

끝없는 사막과 혹독한 더위 정도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나의 기존 관념을 허물어뜨린, 내가 처음으로 접한 아프리카에 관한 책

 [아프리카 미술기행]에 감사해야겠다.

그들에 대한 나의 무지가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게 했구나 책을 보며 여러번 반성했다.

이 책은 세계일보의 문화전문기자 편완식과 한국화가 김종우와 서양화가 권순익의

아프리카 미술 체험기이다.

책에는 그들이 여정을 따라가며 접하게 된 아프리카의 여러 예술공예품에 관한 사진과

유명 화가들의 회화와  동행한 두 화가 김종우와 권순익의 작품들이 여러편 실려있다.

미술에 대해서도 거의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아프리카 미술은 단순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함께 지닌 듯 하고, 거의 원색에 가까운 색상과 그들의 검은 피부가 어우러져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또 하나 매우 독특한 점은 많은 화가들이 집단을 이루어 작업한다는 점.

공동작업 같은 것이기에 소개된 작품들이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간직한 듯한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 파악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화가들이

팔리기 위한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듯해 안타까움도 들었다.

풍광 좋은 곳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아닌 유럽인들 혹은 동양인들의 별장이나

위락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것처럼, 그저 팔리기 위한 그림을 그려

'유럽의 레저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은 안타까움..

하지만 내가 기존에 문화도 문명도 미개한 수준이라고 거만하게 생각해왔던 아프리카대륙에서

오히려 다른 대륙의 예술에 영향을 주고 있는 앞선(!! 분명히 한 발 앞서나가는 것 같다.) 예술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하나의 수확이라 하겠다.

아프리카에 내 두 발을 디딜 날이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기 전엔 그저 "미개한 그들"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아프리카에 대한 호기심의 전부였던 것 같은데,

책을 통해 문명이라는 탈을 뒤집어쓴 나의 허영심을 벗겨줄 수 있을 것 같은

너무나 간절한 소망으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탑승한 내 모습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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