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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평점 :
대학교 다닐 때 홀로 자취를 할 때, tv를 따로 마련하지 못해
라디오를 줄창 켜놓고 살았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이거 다음엔 저거,
저거 다음엔 또 그거 하는 식으로, 며칠을 듣다보면 심지어 대사까지 외우게 되는
라디오 광고가 싫어서 내 라디오 주파수는 광고 없는 채널에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하루종일 뉴스가 나오고 시사적인 문제에 관한 토론이 나오는
kbs 1이었던가 2였던가 지금은 기억도 가물하다.
늦은 8시였던가 9시즈음에 "김갑수의 문화읽기"(였던가..? )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문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고정된 라디오 채널 덕분에
그 프로그램을 거의 매일 들으면서, 문화평론가 김갑수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후엔 tv에 출연한 그를 보고선 "아 저렇게 생긴 사람이구나."했던 기억이 난다.
문화평론가, 시인, 초빙교수, 신문 정치칼럼니스트 등 여러 개의 명함을 가진 그를 이 책을
통해 또다시 만난 나. 라디오가 주는 이미지와 tv가 주는 이미지와 책이 주는 이미지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했다.
나의 "레종 데트르"라.. 문화평론가라 그런지 제목조차 어렵다.
프랑스어로 "존재이유"란 의미란다.
문화평론가이자 시인이자, 초빙교수, 신문 정치칼럼니스트인 그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그의 다양한 직함 중에서도 문화평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일종의 독서록이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 이유는 "독서?"
시와 음악과, 소설, 고전, 시사 관련 서적, 일본소설, 해외 여행기와
한국사회에 관한 서적까지 그가 읽은 방대한 분량(내가 보기엔 방대한..
하지만 그에겐 최근에 읽은 것들 정도인)의 서적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우선 그 독서 이력에 주눅이 든다.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해서인가, 나 정도면 그래도 빠지지
않는 독서가 축에 끼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가 소개한 책의
반정도는 그저 제목만 들어봤거나, 저자의 이름만 들어봤거나,
혹은 '저런 책도 있었구나.' 하고 처음으로 알게 된 책들이다.
"문장 어디에도 스님이 누구를 비난하거나 설교를 늘어놓은 흔적이 없건만
읽는 동안 내내 나는 야단맞는 기분이 들었다."(p240 법정스님 책을 읽으면서)는
저자의 말마따나, 책을 읽는 내내 내 얄팍하기 짝이 없는 독서이력을
비난받기라도 한 것처럼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 어디가서 책 좀 읽은 척 하기는 부끄러울 것 같다.
하지만 하나 위로가 되는 건 저자(58년생 개띠)와 나의 나이 차이 정도..
나도 저 나이 즈음이 되면, 나는 이만큼 읽었노라고, 이런 책이 좋더라고,
이런 책을 읽어보라고, 지금의 나와 같은 세대들에게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 같은 것.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이렇게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하고,
이렇게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는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경험해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며 책을 덮어둔다.
얼마 후에 이 책을 다시 펼쳐들었을 때, 그가 읽은 많은 책들을 나도 읽은 상태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