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32048.html?fbclid=IwAR0enllE7Ns0bb6l-TCHAtaN1COxBe-NWbhzohm8hGB2hnDFAKseLJLiYuM


한겨레에 실린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와 사회학자 윌리엄스 교수의 대담이다.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대목들,

 

하지만 실제 그 사회가 평등한지는 다른 문제다. ‘원칙 실행의 간극’(principle implementation gap)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흑인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95% 넘는 사람이 그렇다고 답하지만 집주인이 상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을 팔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65%그렇다고 답한다. 주거 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인종 차별 금지 원칙에 찬성하는 것과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 사이에는 대부분 30%가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민자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는 집단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구의 거의 50%가 이민자인 런던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한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낮게 나왔다. 이민자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일수록 그들이 끔찍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당시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정해진 시간마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 낮 시간에 젊고 건강한 흑인과 백인의 혈압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밤에 잠을 잘 때면 백인의 혈압 감소폭이 흑인보다 더 컸다. 밤에도 흑인의 혈압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마치 잠이 들었을 때도 온전히 긴장을 놓지 못하고 한쪽 눈을 뜨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에는 낮에 차별을 경험한 흑인들의 경우 밤에도 혈압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차별적인 환경은 삶의 모든 시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는 흑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있다. 이런 고정관념은 별다른 생각을 할 여유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찰은 눈 앞에 있는 흑인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총을 쏘는 과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백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면 지갑이라고 인식하지만 흑인의 경우는 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소수자 관련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자신이 어떤 영역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머리가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의 30대 전문직 남성이 미국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조자 생각하지 않겠지만)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흡연을 하지 않아서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성애자가 동성애자 클럽에 가면 소수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요는, ‘스스로의 소수자 가능성에 대해 늘 열려 있어야, 자신이 주류적 위치에 있을 때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코로나 시국에서 유럽에서 들려오는 인종차별 뉴스에 분개한다면, 적어도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태도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한국인을 조롱하는 유럽인 뉴스에 분개하는 사람과 국내의 중국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지도 모르겠다. 맞다면, 역설은 참 비극적인 모양으로 현실에서 튀어 나온다.


  

그나저나 김승섭 선생님은 글만큼이나 인상도 정말 따뜻하다그의 글에서 느꼈던 온기가 떠오른다.

코로나 시국에 출간된 그의 책 2권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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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대단한 지리
팀 마샬 지음, 그레이스 이스턴 외 그림, 서남희 옮김 / 비룡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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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내 책상 한 켠엔 늘 지구본이 있었다. 책을 읽다가 지칠 때면 늘 지구본을 만지작거리며 상상의 날개를 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세계 일주를 한다거나, 뉴욕에서 근사한 모습으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거나 하면서. (지금의 나는 세계 일주는 개뿔, 뉴욕도 못 가봤다. ‘새로운 욕망(뉴욕?!)’만 늘었달까.) 그러다 슬그머니 중학생 형의 지리 부도책을 가지고 와서 통독하는 게 취미였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주요 강의 길이 순위는 기본이고 주요 자원의 매장량 순위까지도 외우는 특이한 어린이였다. 지구본을 보다 보니 지구상의 모든 게 궁금해졌고, 궁금해서 계속 읽다 보니 자연스레 외워졌던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 초등학생 나가 더 똑똑하고 지적으로 활달했던 것 같다. 궁금하면 따지고 재지 않고 돌진.

 

몇 해 전에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푸코의 진자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 실험이 진행된 프랑스 파리가 당연히북반구라는 것을 전제하고 전달을 했는데, 몇몇 학생이 수업 후에 찾아온 것이었다. “선생님, 왜 파리가 북반구인가요?” 마음 속으로는 그럼 너는 왜 너인 거니? 왜 나는 한국인인 거니? 왜 개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거니?’ 따위의 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그럴 수 있나. 당황한 기색을 감춘 채 잘 설명해서 돌려보냈다.

 

그럼에도 어떻게 파리가 북반구에 있다는 걸 모를 수 있지?’라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 요즘은 초등 학생들이 지구본을 보지 않는 것인가? 아니, 지구본을 안 본다고 해도 스마트폰에 깔린 구글맵을 더 열심히 보는 거 아닌가? 아니, 다 떠나서 프랑스가 대충 어디에 있는지는 모를 수가 없지 않나? 지구본 선물하기 캠페인이라도 해야 되나? 세계 지리를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으로 정하는 정책이 필요한가?

 

이 책이면 충분한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책인데, 성인인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앞서 쓴 것처럼 나는 나름 어린 시절 세계 지리 매니아였다. 그런 나도 이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내용들도 좀 있다. 무엇보다 대충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세계 주요 도시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니, 조금 더 그곳과 (물론, 철저히 일방적이겠지만)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지도와 그림이 많아서 술술 읽을 수 있고, 지정학에 근거한 세계사와 현재의 갈등 구도도 간략하게 다뤄준다.(어린이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만,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 책상에는 지구본이 없다. 대신 가끔씩 그냥 구글맵을 켜서 여기저기 구경해 본다. 다음에는 어디를 가볼까 하고. 보다 보면 가고 싶은 데가 생기는 법이니까. 견물생심? 견지생심? 연애와 여행이 평소의 나와는 다른 나로 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그래서 여행지에서 많은 연애가 시작되기도 하고, 연애를 하면 같이 여행을 가는 것 아닐까?) 믿는 나는 더 많은 여행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지도를 봐야겠다. 아차, 글을 쓰다 보니까 생각이 났다. 작년에 펀딩 사이트에서 여행자를 위한 세계 지도를 사놓고 집 한구석에 처박아두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는 지도를 붙이고 코로나19가 종식을 기원하면서 여행지를 골라봐야겠다. 지구본을 만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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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대단한 지리
팀 마샬 지음, 그레이스 이스턴 외 그림, 서남희 옮김 / 비룡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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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학부모님들, 이겁니다. 개학 연기된 지금 이 책을 꼭 읽히셔야 합니다! ‘글로벌한‘ 인재를 만드는 게 뭐 거창하겠어요? 일단, 어디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부터 알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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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고등학생 때 한국지리 세계지리 진짜 못했거든요. 저는 국어 영어보다 더 어려운게 지리였어요.... 으..... 제가 보겠습니다. 으하핫

얼음장수 2020-03-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뚝딱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공부하겠다고 달려들면 몇 시간이고 읽을 수도 있어요. 저는 기존에 제가 가직 있던 세계에 대한 지식을 뒷받침해주는 기본 바탕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세계 정세에 관심많은 사람이라면 시시할지도 몰라요. 저는 늘 수니파와 시아파에서 중동 뉴스를 포기하던 수준의 사람이라, 이 책이 알찼습니다만. ㅋㅋ
 
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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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중국은 묘한 나라다. 교역량 1위 국가인데, 비호감 1위 국가이다. (일본일 수도 있겠다. 다만, 젊은 혹은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분명 1위일 거다.) 중국인이 자국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은 대륙을 뚫고 나오는데, 한국인은 중국을 무시한다. 거기다 최근에는 사드 문제로 온통 뒤끓었고,(여러 자료들을 종합하면 사드 문제로 인한 한국 내의 진통은 중국에서의 전국민적 분노와 비교하면 소동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게 사드는 영토 주권의 문제였고, 19세기 초반 아편 전쟁으로 촉발된 제국주의 침략을 떠오르게 만드는 일이었다. 중국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중국의 입장이 그렇다는 거다. 사실, 중국 관련 뉴스 볼 때마다 궁금하잖아. 중국()은 왜 저렇게까지 유난을 떠는지 궁금하다면, 일단 좀 알아야지.) 홍콩의 우산 혁명을 보면서 홍콩의 독립(자치) 열망을 탄압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대로 커지지 않았는가. 책이 나온 후의 일이지만, 중국발 코로나19까지 터진 상황이다.

 

중국에 가 본 적도 없고,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다 못해 친구랑 싸울 때 싸워도 친구가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지가 궁금한 법 아닌가. 정보를 얻기 위해 읽은 책이었고, 책의 내용도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바,(다행히 저자의 문장이 정확하고 간결하다. 그런 점에서 언론인이 쓴 책은 대체로 가독성이 좋은 듯하다.) 서평도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보자. 제가 또 한 요약합...

 

1. 홍콩, 대만, 마카오 vs 티베트

홍콩, 대만, 마카오는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곧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 안에서 자본주의라는 체제 허용)의 적용을 받고, 티베트는 그렇지 않다. 티베트는 그냥 중국 안의 한 도시(라는 원칙하에 중국은 통치한). 사화·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다른 체제를 인정해주는 홍콩, 대만, 마카오 역시 중국의 일부이기에 이들을 독립된 국가로 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우산혁명 발발의 원인이 된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홍콩에 추진했고,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들었던 쯔위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 때문에 죄인처럼 사과해야 했다. 홍콩과 대만이 올림픽에 참가하지만, 자세히 보면 중국대만’, ‘중국홍콩으로 출전한다. 모두 일국양제의 일환이며 장기적으로는 홍콩, 대만, 마카오를 평화적으로 흡수 통일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다.

티베트는 더 중요한 문제다. 티베트 문제의 기저에는 중국 vs 서구(사실상 미국)’의 대립 구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달라이라마를 알고(달라이라마는 서구 종교계의 슈퍼스타.), 티베트 인권 문제, 테비트 분리 독립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선전 활동과 티베트에 대한 지원 때문이다.(라고 중국은 주장한다.) 실제 미국은 1960년대에 이미 티베트 독립운동에 매년 17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그 이후에도 달라이라마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던 2018년 초에 미국이 티베트 인권 문제를 슬그머니 거론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었을 터. 관련하여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하나 인용해 본다.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보편적 진리를 말하는 달라이라마의 명언을 평범한 광고 문구로 썼지만이는 다른 한편으로 티베트와 달라이라마에 대한 서구 사회의 경외와 존경심도 느끼게 한다.


모든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광고는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중국을 대상으로 만든 광고는 아니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 광고가 중국까지 가는 데는 1초도 안 걸렸을 텐데벤츠는 자신의 가장 큰 고객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깜빡했었던 듯하다불매 운동 소리가 나오지 벤츠는 급히 중국인의 정서를 무시해 거듭 죄송하다.”는 사과 성명을 내고 머리를 조아렸다. (69)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겠다.

 


2. 백두산에 대한 오해

1은 대한민국이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백두산 문제는 우리 문제다. 동북공정과 맞물려 중국의 백두산 공정(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 부르며 중국의 10대 명산으로 지정했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일단 FACT1962년 체결된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백두산 천지의 54.5퍼센트를 북한이, 45.5퍼센트를 중국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백두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남다른 애정(단군신화가 시작된 민족의 영산) 때문에 중국의 움직임에 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한 글쓴이의 제안이 제법 설득력있게 들린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중국 사랑은 유별나다. 아내가 중국인일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칭화대에서 ‘무려’ 중국어로 20분간 연설을 해 중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중국에서 차단된 페이스북이 다시 서비스될 수 있도록 구애 작전을 펼친 것이다. 러브콜은 다음 해인 2016년에도 이어진다. 3월 18일 톈안먼 광장 앞에서 조깅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와 화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이슈가 부각되었다. 하필이면 엄청난 스모그가 베이징을 덮어버린 날이라 전 세계는 마크 저커버그의 중국 사랑보다는 뒤로 펼쳐진 뿌연 톈안먼 광장에 더 놀라워했다. 타이밍도 안 좋았다. 양회가 열리는 3월은 중국이 부정적인 이슈는 안 보여주고 싶은 때인데, 국제적인 유명 명사가 베이징의 미세 먼지를 전세계에 알린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체면 구길 일이다. 페이스북은 어쩌면 이때 ‘미운 털’ 점수 1점을 획득했을지도 모른다. (131쪽)



3. 국내 정치 및 미디어 통제

덩샤오핑의 문화대혁명은 복잡·미묘하다. 훙위병 코스프레를 위한 문혁 굿즈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한편, 문화대혁명 시기 포스터를 배경으로 당시의 혁명 가곡과 시진핑을 우상화한 노래를 부른 사회주의 찬양 걸그룹 ‘56 둬화’(이런 걸 보면 중국이 문화 강국이 되기는 요원해 보인다.)는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달리 89년 천안문 사건은 복잡·미묘하지 않다. 절대적 금기이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건, 6.4, 1989. 6. 4, 모두 중국 포털의 검색 금지어이며 SNS에서도 차단당한 단어다.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만든 군대인 인민해방군이 인민을 짓밟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중국이 선택한 방법은 철저한 통제와 검열인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통치력이 생기는 게 이치일 텐데.

천안문 사건 외에 대표적인 보도 금지어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 이외의 경제 뉴스’, ‘의제를 희화화하지 않기’, ‘스모그 문제등등. 이 중 스모그 문제와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중국 사랑은 유별나다. 아내가 중국인일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칭화대에서 ‘무려’ 중국어로 20분간 연설을 해 중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중국에서 차단된 페이스북이 다시 서비스될 수 있도록 구애 작전을 펼친 것이다. 러브콜은 다음 해인 2016년에도 이어진다. 3월 18일 톈안먼 광장 앞에서 조깅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와 화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이슈가 부각되었다. 하필이면 엄청난 스모그가 베이징을 덮어버린 날이라 전 세계는 마크 저커버그의 중국 사랑보다는 뒤로 펼쳐진 뿌연 톈안먼 광장에 더 놀라워했다. 타이밍도 안 좋았다. 양회가 열리는 3월은 중국이 부정적인 이슈는 안 보여주고 싶은 때인데, 국제적인 유명 명사가 베이징의 미세 먼지를 전세계에 알린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체면 구길 일이다. 페이스북은 어쩌면 이때 ‘미운 털’ 점수 1점을 획득했을지도 모른다. (131쪽)



4. 모욕적 표현

이웃 나라들간에 경멸하고 조롱하는 표현이야 어디에건 있게 마련이다. 중국인을 경멸하는 표현으로는 짱꼴라’, ‘짱깨’, 그리고 왕서방이다. (한국인을 경멸하는 중국식 표현은 빵즈(고려 몽둥이)’이다.) 공적으로는 쓰지 않는 앞의 2개에 비해서 왕서방이 특히 문제다. 언론에서 특히 즐겨 쓰는 이 표현에는 탐욕에 눈이 먼 미개한 중국인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이 뭐하기 시작하면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관용적인 표현도 사실 중국을 은근히 졸부로 깔보는 시선이 들어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 않나? “중국은 한국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준다. 큰돌을 벌었다.”는 발언이 화근이 되어 곤욕을 치른 한국 연예인들이 있다는 소식까지 접하고 보면, 조금 신중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것 말고도 파룬궁, 노조, 영유권 분쟁, 일대일로 사업 등에 대한 내용이 조금 더 있는데, 앞의 내용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해서 요약은 이 정도로 마친다.

 

생각해볼 만한 부분은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인권,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럼, 미국이 남미에서 저지른 짓은? 중동에서 일으키거나 조종한 전쟁들은? 이런 반문도 반문이지만, 우리가 특정 이슈에 대해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고 있다면, 다른 관점으로 한번 바라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게 당사자 국가라면 더욱 더 필요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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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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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다른 소설들에 쉽게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쓰지 말아야겠다고. 그래야 박상영의 ‘새로운‘ 소설이 오롯이 빛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에세이는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열흘을 기다릴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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