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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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해석한 백석이란다. 시로 먼저 등단한 김연수이기도 하고, <꾿바이 이상>이라는 실존 작가를 모델로 한 흥미로운 작품을 이미 발표한 적도 있다. 30년대 조선에서 모던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이상과 백석. 요절한 이상과 달리 북으로 간 백석의 서사는 왠지 더 까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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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고레에다 감독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선뜻 보게 되지는 않았다아마 다들 좋다고 하면 괜히 시큰둥해지는 청개구리 기질 탓일 거다시작하자마자 글이 옆으로 새지만 대학생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신간 소설집 한 권을 꼭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동기 한 놈이 나한테 내가 마음 먹고 있던 그 책을 거론하며 꼭 읽어야 된다, ‘안 읽으면 후회할 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놀랍게도 나는 그 순간 10분 전까지 꼭 읽고 싶었던 그 책에 대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 읽었다고치고 싶은데 이것도 타고난 기질인 것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방구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와 시트콤만 보다 보니까 좀 물리기도 하고 작품성있는 영상에 대한 욕망이 생기기도 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찾아보게 된 것. , 그래 봤자 겨우 <어느 가족>,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본 게 전부이긴 하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바닷마을 다이어라>, <태풍이 지나간 뒤>, <원더풀 라이프> 순서로 챙겨 볼 계획은 이미 세워뒀다. 신난다.) 겨우 세 작품이지만, 엄청난(진부하지만 정말 엄청났기 때문에 이 표현을 써야 겠다.) 영화들이었다. 사실, 처음 본 <어느 가족>을 보고 이미 감독님, 저는 이미 감독님의 포로가 되었어요. 엉엉.’하는 상태가 돼 버리긴 했다. 자극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장면을 담담하게 관찰해서 보여주고, 쉽사리 선악 판단을 내리는 대신 선악이 무엇인지를 보는 사람이 생각하게 하는 연출은 확실히 귀한 것이었다. 특히 이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압권이었는데, 나는 메모장에 새드 엔딩을 통해 희망을 말하는 이 능력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라고 적었다. (<어느 가족>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보세요. ‘보면 후회합니다! ㅋㅋ) <아무도 모른다><그렇게 아버지기 된다>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감동을 느꼈다. 이 사람은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구나, 말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고민하게 만드는구나, 삶이란 언제나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그려내는구나, 좋은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누군가(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다음은? 그렇다. 관련된 책을 검색해 보는 거다.(유투브를 검색해서 인터뷰를 먼저 찾아봤음을 고백한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 봤더니 고레에다 감독이 책도 두 권을 낸 거다. 냉큼 사서 읽고 있다. <걷는 듯 천천히>부터 읽고 있는데, 책도 정말 좋다. 영화와 책이 똑같다. 다시 한번 느꼈다. 적어도 이 사람은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자기 자신으로 찍는구나.





 











 이 책의 머리말부터 아주 인상적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 작업을 하느라 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어린 딸이 감독님을 좀 어색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게 좀 마음이 쓰이기도 하던 차에 다음날 영화 작업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현관까지 배웅 나온 딸이 또 와.”라고 한마디를 건넸다는 거다. 감독님은 이때 티는 못 냈지만 당황하고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서 성찰을 이어나가고 피가 섞였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가? 역시 시간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야기가 뒤바뀐다는 선정적인 사건을 플롯에 넣으면 관객의 의식은 아마 부부가 어느 아이를 선택할까?’라는 질문 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서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 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단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는 아이의 머리를 어떤 식으로 말려줄까? 세 식구는 침대 위에 어떤 순서로 나란히 누워, 어떤 식으로 손을 잡을까? 아버지는 눈앞에 나타난 친자식의 무엇을 바음에 걸려 할까? 누구와 누구를 비교할까? (7쪽)


 영화를 왜 보면서 왜 감동을 받았고, 왜 감독님을 신뢰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것 같다. 덧붙일 말이 없다. 많은 영화(예술)가 삶을 그려내지만, 어떤 영화(예술)는 삶 자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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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습관 :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 경기장 밖에서도 통하는 NBA 슈퍼스타들의 성공 원칙
앨런 스테인 주니어.존 스턴펠드 지음, 엄성수 옮김 / 갤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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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안 샀을 책이지만(자기계발서를 볼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계발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무려 NBA 선수들에 대한 밀착 보고서다. 압도적인 실력에 리더십이 가려진 커리, 지금도 믿기지 않는 죽음인 코비... 그깟 공놀이가 누군가삶을 바꾸기도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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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동을 말하다 - 이슬람.테러.석유를 넘어, 중동의 어제와 오늘
서정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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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뉴스는 늘 시아파와 수니파에서 포기했는데, 나 같은 수준의 독자에겐 딱이다. 아카데믹보다는 저널리즘에 가까운 글이라 접근하기 어렵지 않다. 오늘날 (비중동권에서 문제라고 여기는) 중동의 문화가 유목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서술은 특히 인상적이다. 사실/가치의 구분은 지성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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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를 드리는 것 같다. 마, 이게 경상도 스타일 아인교? 부모님께서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좀 나오는 상황인지라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린 것. 웬걸. 아버지가 너무 기운이 넘치시는 거다. ㅋㅋ 젊었을 때 아마추어 보디 빌더이기도 하셨(지금도 근육이 불끈불끈하신다.)고, 정년 퇴직 후엔 하루에 4~5시간씩 각종 운동(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한겨울에도 쉬는 날이 없다. 집에서 하는 근력 운동, 배드민턴 동호회, 혼자서 공원 달리기 및 스트레칭, 뒷산 산책 등등)을 하셔서 워낙 건강하신 분이긴 하시다. 게다가 작년 여름 이후로 그 좋아하던 술까지 끊어서 몸의 밸런스가 깨지셨다(?), 그렇다 분명히 이건 깨지신 거다. 지금까지는 운동으로 건강에 +를 하고, 음주로 -를 하면서 균형을 맞춰오셨는데, 이제 +만 공급되니 진짜 건강 만렙에 도달하신 느낌. 


 그래도 프로 선수도 못 피해가는 코로나 아닌가. 아버지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아 안부를 여쭸다니, 일상에 변화가 전혀 없으시다. 하실 운동 다 하시고, 평소보다 건강 챙기신다고(?!) 더 잘 챙겨드시고 계신 거다. 뭐랄까, 다들 일상의 붕괴에 약간의 우울감을 드러내는 걸 보다가 그런 아버지를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금 좋아지는 느낌이었달까. 계속 이렇게 건강하세요!


 그리고 생객해 봤다. 나는 어떻지? 오, 맙소사. 나는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집에서 홈트레이닝하고, 마스크 끼고 한강 산책 다닌다. 시간 없단 핑계로 안 읽던 책들 열심히 읽고, 이렇게 글도 쓴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으로 느끼는 심리적 위축감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지만, 오히려 건강에 신경을 더 쓰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까지 든다. 


 독서 만큼이나 좋아하는 취미는 요리인데,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요리도 원없이 한다. 이젠 실패도 없고(전적으로 유투브 덕분이다), 엄마가 해준 것보다 내가 해 먹는 게 낫다고, 생각(만 하고 엄마한데 말은 안)한다. 이번 기회에 더 건강해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끊고 있는데, 밀가루 생각나는 것만 빼면 괜찮......기는 개뿔, 밀가루 없는 삶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이러고 있다. 파스타 면 없는 봉골레 ㅋㅋ. 면을 못 먹는다는 초조함에 탐욕스럽게 들어간 바지락이랑 마늘 양 좀 보소. 밥 반찬으로 먹음. 맛있는데 서글펐다. 


 배터지게 먹었으니까 책읽으면서 소화나 좀 시켜야지. 


 대참사.jpg. 이미지를 처음 넣어 봐서, 크기 조절을 못 하겠어요! ㅋㅋㅋㅋ 요즘 이 4권을 같이 읽고 있다. 일관성, 책을 읽는 사람의 관심사 따위는 드러내지 않는 잡식성 독서다. 암호화폐의 원리와 철학을 요만큼은 배웠고, 이야기를 그렇게 잘 쓰는 소설가도 밤마다 야식에 대한 유혹에서늘 늘 패배한다는 것을 보고 안도했으며, 드디어 국제 뉴스에 나오는 시아파와 수니파에 대해서 아는 척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금리 공부하면서 뭔가 나도 이제 어른이다 어깨 으쓱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나는 잘 살고 있지만,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있고, 벚꽃도 몸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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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찌찌뽕 ㅋㅋㅋ 저 방금 와인 안주 사진 올렸는데 얼음장수님도 요리 사진을 ㅋㅋㅋ
그나저나 얼음장수 님 저하고 독서 취향 진짜 다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음장수 2020-03-22 21:13   좋아요 0 | URL
제가 하는 가장 가치 있는 생산 활동입니다!
제 꿈이 50살에 책방 사장하면서 세계 일주 다니는 거에요. 일단 부자가 좀 되야겠어서... ㅋㅋ 부자되면 다시 문학으로....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