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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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와 대사. 드라마나 영화를 고를 때의 선택 기준이다. 저 두 가지가 마음에 들면 나머지 단점은 크게 걸리지 않는다. 소설도 비슷하다. '문제적 인물'이 나와야 이입을 하든 비판을 하든 몰입해서 볼 수 있다. '밍밍한 인물'이 나오면 아무래도 팔짱을 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모던 하트>의 주인공 '미연'은 아쉽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사람이다. 


 30대 후반의 헤드 헌터. 

 전문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한 콤플렉스 있음.

 결혼에 대한 양가 감정. (결혼한 주변 사람들의 현실을 보며 스스로 위안하는 동시에 배우자가 없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초라함으로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음.)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좀 별로다.


 좋아하는 남자(태환)가 채식주의자인데 그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고기를 좋아하지만 채식하는 척을 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실수로 '씨푸드 스파게티'를 주문하곤 황급히 '까르보나라'로 주문을 바꾼다. 그러면서 채식을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들켰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이 여자, 너무 무매력인 거 아닙니까? 내가 채식주의자인 남자라면, 그냥 있는 그대로 육식을 하는 여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다. 자신의 육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성이라면, 사실 만날 이유도 없는 거지. 자신의 윤리적 선택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사실 그 선택은 이미 윤리적일 수 없는 거니까.


 더 최악인 건, '보험용 남자'로 나오는 '흐물'에 대한 태도이다. 자신에 대해 흐물의 호감을 이용해서 미연은 흐물을 편할 대로 활용한다. 심심하면 불러서 밥 얻어 먹고 술 얻어 마시고(뒤에 가면 밝혀지지만 이를 위해 흐물은 적금도 깨고 대출까지 받았다는 설정이다.) 오라가라 아주 제멋대로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좀 있고 외모가 썩 훌륭하지 않은 흐물이 자신에 대해 연정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나서는 격한 반응을 보인다. '너 같은 놈이 감히 나를....'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거다. 아 진짜, 이 인간 뭐지?


 특별히 최악이라고 여겨진 대목 하나.

태환은 커다란 흰색 꽃이 그려진 하늘색 라운드 티에 흰 바지와 흰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 촌스러운 차림 때문에, 금방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티를 입으셨군요."

(중략)

"어제 이 옷을 사면서 그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제가 취향을 자발적으로 억압해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조직에 속한다는 게 그런 거죠. 자신의 색깔을 자동적으로 억압하는 걸 습속으로 삼는 거."

나는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네 티가 촌스럽단 얘기를 하고 있다고. (279쪽)

 

 우와, 다시 옮겨 적으면서도 정말 속에서부터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이중언어를 쓰는 여자와 나르시시즘에 도취된 남자의 대화는 만들어진 이야기에서라도 읽고 싶지 않다. 내 기준에서는 두 인물 모두 곁에 두기 어려운, 아니 10분 이상 대화하기도 힘든 사람이다. 



 이것말고도 디테일한 '별로'가 곳곳에 나온다. 물론, 30대 후반 싱글 여성의 일상적인 내면을 현실적으로 그리려는 의도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양한 현실 중에서 특정한 현실을 그려내기로 선택하는 것이 이미 작가의 의도나 역량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배울 것도 없고, 공감하기도 힘들고, 특별히 논쟁적이지도 않은 주인공을 1인칭 서술자로 내세운 건 아쉽다. 


 주인공 말고다 다른 인물들도 대체로 별 매력이 없다. 주인공 동생, 제부, 위에서도 언급된 태환, 흐물, 등등. 주변에 있을 법하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랄까. 그걸 보여주는 게 작가의 의도였다면 할 만은 없지만서도. 


 너무 나쁜 말만 쓴 것 같은데, 헤드헌터의 세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 점은 좋았다. 그리고 세태 소설답게 통속적이어서 쉽게 쉽게 잘 읽힌다. 그리고 2020년에 2013년에 나온 세태 소설을 읽으면서 문화나 의식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모던하트, 정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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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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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내용만 아니라 형식에 대한 관심도 크다는 걸 보여주는 듯한 작품. ‘우주 알‘, ‘시간연속체‘ 같은 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뻔해지기 쉬운 서사를 풀어내는 솜씨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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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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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김진명이 2010년대 장강명으로 재탄생한 느낌. 인물들을 납작하게 그려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덕분에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흘러서 좋았다. 북한의 붕괴 후 시니리오를 이 정도로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는 다른 작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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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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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인 스토리텔러의 출사표. 서사가 실종된 시대의 서사. 못 하는 것에 대한 염려보다 잘 하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가는 박력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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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미래 - 인류는 어떻게 다가올 전쟁을 상상했는가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조행복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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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의 종착지는 전쟁사.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의 끝에는 전쟁. 시대 순으로 구성하면서도 그 안에 테마를 베치한 목차만 봐도 마음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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